독극물이 한강 수계에 방류되다니

‘포르말린’은 사체 부패방지나 소독·살균 등의 용도로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인체 접촉시 화상과 폐렴 등을 야기하며 중추신경 장애로 인한 기억력 상실과 사망 등의 원인이 되는 독극물이다. 특히 독성이 강하면서 분해가 안돼 하천에 흘러 들어가면 물속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렇게 해로운 ‘포르말린’을 수도권 일대의 무늬목 제조업체들이 지난 3년간 한강 수계 지역인 왕숙천(포천·남양주)과 덕풍천(하남)에 몰래 방류했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무늬목은 원목을 얇게 켠 것으로 가구나 마루에 붙이면 원목의 색과 질감이 그대로 나타나는 실내장식용 재료다. 최근 검찰에 적발된 29곳의 업체는 무늬목에 방부용 포르말린을 칠하면서 생긴 폐액을 여과 방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인근 하천에 무단 방류했다. 2000년 미8군 영안소 부소장이던 앨버트 맥팔랜드가 포르말린 폐액 228ℓ를 한강에 무단 방류, 사회적 파문이 크게 일었는데 이번에 적발된 방류량 271t은 228ℓ보다 무려 1천190여배나 많은 양이다. 더구나 방류된 포르말린이 한강 상수원인 구의·암사 취수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예상돼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문제는 적발된 업체들이 자연 건조 시설이나 정화장치를 갖출 재정 능력이 충분한데도 작업이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포르말린 폐액을 곧바로 하천에 방류한 사실이다. 더구나 300여곳이나 되는 수도권 지역의 무늬목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토양 및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다. 생활하수를 비롯한 오염물질 유입을 막기 위해 갖가지 규제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요란한 캠페인을 전개하면서도 치명적 독극물이 하천에 장기간 흘러드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더 더욱 한심한 노릇은 우리나라엔 아직 포르말린 사용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현행 수질검사에는 포르말린 검사항목이 없어 수돗물에 포르말린이 유입됐는 지 조차 확인할 수 없는 점이다. 맹독성의 포르말린을 무단 방류 혐의로만 처벌하는 현 수질환경보전법은 너무 약하다. 강도 높은 처벌기준을 속히 마련하고 지속적인 행정지도를 펼쳐야 한다.

산자부, 대기업 ‘협박성 괴전화’ 규명하라

공조직이 궤도를 탈선하면 잡음이 생긴다. 산업자원부의 궤도 탈선은 심각하다. 단순히 잡음만이 일어나는 게 아니고 국가운영의 정상을 저해하여 우려되는 점이 적잖다. 산업자원부가 국무회의를 거친 문제의 국가균형발전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하는 것은 인정한다. 비록 상향 균형이 아닌 하향 균형을 가져올 단견의 악법이긴 하나 산업자원부 장관이 국무회의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자원부가 도내 삼성전자에 협박성 괴전화를 하는 것은 방법이 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대로의 기업경영 관점과 입장이 있다. 수도권 규제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산업자원부의 협박성 괴전화는 우선 기업의 시장원리에 반한다. 마치 5공 시절의 경직된 관료행정을 방불케하는 독선이다. ‘균형법이 무산되면 공장증설이 어렵다. 그러니 이에 반대하는 도내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달라’는 요지의 당치 않은 괴전화가 어떻게 참여정부란 부처에서 자행될 수 있었는 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반도체공장을 증설하지 못해 대외 경쟁력마저 지장을 가져올 지경인 대기업에 산업자원부가 도움은 주진못할 망정, 이를 볼모 삼아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입법활동을 봉쇄하려 든 것은 실로 가증스럽다. 기업의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부터 행태가 이 모양이니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정치권은 대선자금을 수십억, 수백원씩 받아먹은 정경유착으로 세상이 가뜩이나 시끄럽다. 이런 판에 중앙부처는 부처대로 또 대기업에 협박성 괴전화를 일삼는 것은 관료의 관경유착으로 보아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평소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없었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보아온 경험상 판단이다. 일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 자체에서라도 기업하기 좋은 여건 조성을 하려는 노력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예컨대 공장을 왜 지었느냐가 문제이기 보단, 왜 짓지 못하게 하느냐를 핵심으로 관련법규를 탄력성 있게 해석하고 감사원 감사엔 적극 대처하고자 하는 의지엔 이유가 충분히 있다. 국가균형발전법안은 국회에서 마땅히 폐기돼야 하지만, 괴전화에 대한 조치 역시 분명하게 해야 한다.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고 하나 믿을 수가 없다. 우리는 장관의 의중이 아니라면 감히 그같은 협박성 괴전화를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윤 장관이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괴전화를 한 당사자가 누구인가를 밝혀 응분의 징계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 베드타운인가?

엿장수 마음대로라더니 건설교통부 마음대로다. 건교부는 고양 행신2지구(22만7천평), 광주 진월지구(20만4천평), 남양주 가운지구(15만평), 의왕 청계지구(10만2천평), 의정부 녹양지구(9만2천평) 등 5개지구 77만5천평에 국민임대주택 9천454가구를 포함한 1만6천860가구분의 아파트 단지를 세운다. 주택공사를 통해 2006년말까지 지어 입주시킬 모양이다. 예정지구가 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므로 환경훼손이 심화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심각한 것은 베드타운의 증가다. 보나마나 서울 사람들이 대거 입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자치단체는 지방세 세입보다 훨씬 더 많이 드는 상·하수도 및 청소 등 이밖에도 숱하게 쏟아질 행정수요로 마냥 시달릴 것이다. 중앙정부는 경기도 비대화를 이유로 모든 시책에서 홀대를 일삼고 있다. 역차별의 홀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장도 마음대로 못짓게 하고 대학 입학정원도 동결하기가 일쑤다. 이러면서도 도내에 베드타운만 자꾸 양산하는 것이 중앙 정부다. 원인 제공을 자기네들이 해놓고는 이를 트집잡아 부당한 역차별을 능사로 삼는다. 실로 적반하장이다. 도내 어디를 가도 차가 막히는 교통난의 가중, 이로 인한 대기오염의 심화 또한 중앙정부가 베트타운을 양산한 데 크게 연유한다. 자기네들 입맛대로 주물러 놓고는 뒤책임은 지방행정에 떠넘기는 것이 이 정부의 잘못된 수도권 정책이다. 이젠 하다못해 그린벨트 해제 지역까지 침범해 가며 베드타운을 또 만든다고 한다. 말이 해제지역이 지 사실상 해제해서는 안되는 청정의 자연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 공사의 긍정적 측면은 다만 건축 경기의 내수에 도움을 주어 침체된 경제를 지탱하는데 다소나마 힘이 되는 것이다. 경기도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희생만 당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당하지마는 않을 것이다. 경기도 지역사회도 민심은 살아 있다./임양은 주필

광교산의 아침/손지사의 대권도전설에 부쳐

‘국민 여러분…’, ‘나라가 백성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나라 걱정하는 거꾸로 된 세상’, ‘절망의 정치판, 이번 기회에 제대로 길을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앞선다’. 손학규 지사가 지난주 쏟아낸 말중 일부분이다. 이를 두고 지역정가 및 공직사회에서는 손 지사가 대권 도전의사를 밝힌 것이니, 대권도전을 준비중이니 하는 등의 말이 많다. 심지어 손 지사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조기에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자는 의견과 때를 기다리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말이 바른 말이지 대한민국 국민중 대통령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손 지사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지나치게 사슴만을 쫓는다면 결국은 큰 산을 볼 수 없다)이라는 말이 있다. 손 지사에게 있어 대권도전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인지 모를 일이며 어쩌면 이는 경기도민들 내심에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큰 산을 보지 못하고 사슴만을 잡으려 든다면 그 큰 꿈과 바람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옛말에 왕은 하늘에서 내린다 했다. 하늘이란 국민이요, 백성이다. 국민과 백성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결코 왕이 될 수 없으며 이를 거슬러 왕이 되더라도 결코 역사에 남을 왕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손 지사는 지금 이런 구설수를 탈 겨를이 없다. 경기도민들에게 막대한 허탈감을 가져 올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으며, 정부와 타 시·도는 이도 모자라 계속해서 경기도를 옥죄고 있다. 경기도의 운명을 좌우할 현안들이 산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안들을 제대로 해결해 내지 못하면 손 지사는 결국 경기도민들의 가슴속에서도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손 지사의 꿈이 가능하겠는가. 손 지사 본인도 이를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대권’과 관련된 질문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그동안 참으로 조심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참으로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때를 기다리는 인내를 가져야 한다. 측근들도 손 지사의 이런 기다림을 헤아리는 혜안(慧眼)을 가져야 한다. 지금 대권 구설수를 타 봐야 손 지사에게 이득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들을 보면 ‘측근’에 ‘따르면’ 이다. 말한마디가 손 지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사숙고 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말씀중에 ‘전쟁에서 이기려면 100마리 호랑이를 이끄는 사슴보다 100마리 사슴을 이끄는 호랑이가 낫다’는 말이있다. 즉 호랑이 같은 측근이 많은 장수보다 순순하고 민심을 가진 측근이 많은 장수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지사의 측근들은 손 지사를 호랑이로 만들 것인지, 사슴이 될 수 밖에 없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손 지사를 비롯, 그의 측근들은 야망을 앞세우기보다 기다림속에 경기도민들의 마음을 얻을 때라고 제언하고 싶다./jungih@kgib.co.kr /정일형 정치부장

기고/'테러방지법' 입버되어야 한다

최근 통계청은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원인을 암(1위), 뇌혈관 질환(2위), 심장질환(3위), 당뇨병(4위), 천식 및 만성기관지염 등 만성하기도 질환(5위) 순으로 발표하였다. 지난 한해 교통사고, 건물붕괴 및 화재·홍수로 수천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이렇게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그래서 각종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암보험 심지어 자녀안심보험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깨알같이 적힌 보험약관이 흡족해서가 아니라 보험가입을 하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약간의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어려움이나 보험이 주는 혜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9월13일 오후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사벨은 여름내내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태풍 매미 못지 않은 괴력을 보였다. 이사벨이 미국 동부지역을 상륙해 북진하면서 ‘열대성 태풍’으로 약화되는 15시간동안 사망자는 9명에 그쳤다. 물론 350만명이 정전사태를 겪고 2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망자중 7명은 폭풍 속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니 매미가 한반도 내륙을 관통했던 6시간동안 무려 12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한 우리의 현실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이사벨 상륙 전부터 대통령이 직접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공서가 문을 닫는 등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재난대비에 철저한 시스템이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일사불란한 행정당국의 조치와 이를 믿고 따르는 시민들의 안전의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2001년 9·11 테러는 미국으로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테러였다. 공격대상 및 발생장소 등의 면에서도 그러했다. 이같은 전대미문의 대규모 테러는 미국으로 하여금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하였다. 또한 테러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많은 나라들은 국내적으로 반 테러 법을 새로이 제정하거나 기존의 법을 대폭 보완하기 시작했고 국제 테러의 표적인 미국은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제테러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01년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테러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입법적인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삼풍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사고 등 수없이 많은 소를 잃으면서도 외양간을 고쳐 온 쓰라린 경험으로 현재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신설을 서두르며 재난에 대비한 체제를 정비해 가고 있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처를 배워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공항에서의 보안검색 강화 등 성가시고 약간 불편한 새로운 것들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불평하지 않는 미국인의 시민의식을 한번쯤은 생각해보자. 그들의 시민의식이 훌륭해서일까. 필자는 수십년간 테러의 표적이 되어왔던 그들의 역사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에서 때로 사생활 침해가 가능한 것도 위협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 아닐까. 일본의 ‘동경 지하철 독가스 테러’가 한 종교단체가 일으킨 사건임을 상기한다면 우리나라도 테러의 안전 지대는 아니다. 금년초 청산가리 6천배의 맹독성 물질인 ‘라이신’을 제조한 혐의로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원이 검거되는 등 전세계에 생화학 테러위협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한 가정의 행복을 위해 각종 보험을 드는 정성이 필요한 때이다. 정부는 2001년부터 테러방지법 입법을 추진 중에 있다. 강력한 법을 가지고 국민의 생존과 재산을 지키는 정부와 안전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미국의 ‘예’를 ‘타산지석’ 삼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박철진.화학물질안전관리센터 부센터장

독자투고/'음주운전' 단속 앞서 스스로 자제해야

올 들어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주 5일근무제 확산과 맞물려 금요일 발생건수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차량(414만대)이 올 1월부터 9월까지 일으킨 음주운전사고는 7천659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발생한 5천673건과 비교하면 35%가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주 5일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주말에 자동차를 활용하기 위해 금요일 밤에 술을 마시고도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낮술도 무척 많아졌다고 한다. 이는 아마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이 이전보다 느슨해졌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해이해진 탓이 아닌가 한다. 이전에는 경찰이 골목마다 지켜서서 강력한 검문을 했는데 요즈음은 대로에서만 하는 등 단속이 느슨하다보니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상스럽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무엇을 지키는 일은 못하는 것 같다. 생명은 누가 대신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경찰이 있으면 음주운전을 안하고, 없으면 해도 괜찮다는 발상은 말도 안된다. 나 자신은 물론 선의의 이웃에 피해를 주지않기 위해서라도 음주운전은 절대 안된다. /박남주·부천시 심곡동

11월 4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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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백서’를 먼저 발표하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2002년 대선자금 전모 공개와 더불어 정치 부패에 대한 전면적 제도개혁 제안은 한국정치의 얼룩진 과거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중요한 화두를 제공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정치권은 선거자금 문제로 여야간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또한 검찰이 수사에 나서 관련자들을 의법 처리하였으나 대부분 변죽만 울려 아직도 정치자금과 관련된 정치부패는 계속되고 있어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러한 때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자유롭지 않은 대선자금 전모 공개의 강한 의지는 일단 평가할만 하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이 직·간접으로 불법선거자금에 관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밝혀 한국 정치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자 제안한 대통령이 일찍이 없었던 것을 상기하면 이번 노 대통령의 단안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이 실효를 거두려면 우선 대통령 자신과 관련된 대선자금에 대한 전모를 밝혀야 된다. 지난번 분당 이전에 민주당에서 2002년 대선자금 규모를 밝혔으나 그것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대선자금에 대한 구체적 내역만 추가시킨 것일 뿐 전체규모를 밝힌 것은 아니다. 그 후에도 이중장부니 무기명 영수증의 증발이니 하는 문제 등이 노 대통령 선거 캠프로부터 야기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먼저 전모를 밝히는 것이 순서이다. 또 공개시기가 검찰수사가 정리될 시점이면 꿰맞추기 공개가 되어 별 의미가 없다. 검찰수사와는 별도로 지금 당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의 결단이 요구된다.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SK로부터 100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것을 당대표가 시인한 마당에 더 받고 덜 받고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역시 원내 제1당인 공당답게 지난 대선자금에 대한 전모를 밝혀야 한다. 검찰이 편파수사를 한다는 구실을 만들어 특검을 요구하기 보다는 먼저 불법선거자금에 대한 전모를 스스로 밝힌 다음 이를 정치개혁의 전기로 삼기 위한 제도개혁에 앞장서야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각 정당은 가칭 ‘2002년 대선자금백서’를 발간하여 제3의 기관으로부터 검증 받기를 제안한다. 또한 제도개혁을 위하여 한나라당이 제안한 ‘정치제도개혁범국민추진협의회’의구성도 정치권이 조속히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

중국어선의 집단 영해 침범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영해를 침범하는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단이 대규모화, 흉포화해 가고 있다. 이 바람에 국내 어민들이 생존권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백령도 대청도 근해는 중국 어선들이 수백척이나 몰려 우리 어민들이 집단으로 자위적 출동에 나서는 등 비상사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중국 어선단은 북방한계선(NLL)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치어까지 싹쓸이 하는 등 남획을 일삼아 어족자원마저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연안이 산업화로 오염되면서 어족자원 고갈로 동으로 대체어장을 찾아 이동하다가 이젠 아예 우리의 영해마저 안방 출입 하듯이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다. 중국어선단들 가운데는 국내 어선을 만나면 잡은 고기를 빼앗고 심지어는 어구를 빼앗아 가면서 생명의 위협을 가하는 해적행위의 사례도 없지 않다. 우리 어민이 쳐놓은 그물에서 고기를 건져가는 행패쯤은 거의 예사가 됐다. 도대체 수평선 도처가 까맣게 중국 어선으로 깔릴만큼 영해를 침범당하고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 당국은 뭘 하는 것인 지 의아스럽다. 연평도 어민들은 이제 당국을 믿지 않고 있다. 다중의 위력을 과시하며 죽기 아니면 살기로 들어와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단을 해양경찰 등이 대처하기엔 사실상 한계가 있다. 정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에 대한 공식 항의와 함께 근절 대책을 엄중 촉구해야 하는데도 아직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말을 단 한번도 듣지 못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국민일지라도 적극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주권이다. 하물며 영해에서 우리의 어민들이 중국의 불법 어선단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대서야 주권 국가의 체면이 아니다. 자국에서 외국인의 불법행위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어민들의 참담한 심정은 또 어떻겠는 지 정부 당국은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중국 어선의 침입을 정부부터가 묵과하고 있으므로 하여 불법 조업이 더욱 노골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북 핵 문제의 6자회담 등에 중요한 막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따질 것은 따져야 하는 것이 정상적 외교다. 영해 침범 사실조차 말한마디 못하는 굴욕은 외교가 아니다.

김장

김장은 겨울 양식의 반이라고 했다. 한 집에서 배추가 보통 반접(50포기) 또는 한접(100포기)씩 담궜고 대가족 집에서는 여러 접(수백 포기)을 담궜다. 배추만이 아니고 무우도 담궜다. 이래서 김장하는 날은 온 집안이 잔치집처럼 떠들석하여 이웃끼리 돌아가며 품앗이를 하기도 했다. 지금 김장을 이렇게 담는 집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많아야 열포기 스무포기 정도 담그는 것이 고작이다. 전같지 않아 먹꺼리가 많아졌고 사시사철 채소가 출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 지 이젠 이나마 김장을 담그지 않는 집이 늘어간다. 어느 설문조사를 보면 310명의 주부가운데 ‘올해 김장을 담지 않겠다’는 사람이 33.2%(103명)나 된다. 이 중 20대 주부는 ‘담글 줄 몰라서 담지 않은다’는 응답이 가장 높다. 김장을 담지 않겠다는 응답자들은 부모나 친지들에게 얻어먹지 않으면 사먹겠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 참 많이 편해졌다. 이리하여 김치가 기업화 품목으로 주문생산할 정도가 된 것 같다. 김치 하나 담글 줄 몰라도 당당해 하는 신세대 주부들이 부럽기도 하다. ‘김장을 담지 않겠다’는 주부가 앞으로는 더욱 더 늘어 김장을 담그는 게 오히려 시대에 뒷떨어져 보이는 세태가 올 줄도 모른다. 돈주고 사먹으면 될 일에 애써가며 김장을 담그는 것은 비경제적이란 말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인스턴트식품이나 규격식품에 길들여져 가는 주부들이 가족의 식탁위에 얼마나 정성어린 음식을 올려 놓는지는 의문이다. ‘음식맛은 주부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옛말이 점차 무색해져 간다. 생활양식은 바뀌어도 가족의 건강은 식탁을 통해 주부가 책임지는 가정생활엔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세상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김장철이 곧 다가온다. 설령 김장을 담글 줄 잘 몰라도 단 몇포기나마 자기 손으로 담근 김치를 가족들 식탁에 올려놓고자 하는 가족사랑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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