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시인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소위 ‘스타급’학원 강사가 수능 출제위원이었다니 이는 출제위원 선정과정에서 최소한의 검증작업조차 거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더구나 이 강사의 석사논문 중 일부가 이번 수능 언어영역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로 알려진 철학지문(4개 문항·9점) 내용과 거의 흡사한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의혹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 강사가 강의하고 있는 모 입시사이트 인터넷 게시판에 수능 1주일 전부터 ‘언어영역 출제교수 1명이 철학 전공’이라는 글이 올라 왔다는 것은 사실상 명단이 사전 유출된 셈이다. 이 사이트는 47만6천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국내 최대의 온라인 입시사이트다. 수능시험 주관기관인 교육평가원이 “학원강사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해명과 “지문은 중복될 수 있다”는 해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수능 전 인터넷 언어영역 강좌에서 ‘칸트 관련 내용은 꼭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됐기 때문이다. 특히 학원 강사가 이 문제를 출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그가 칸트 논문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석사학위 논문과 수능 지문 내용이 흡사한 점이다. 이번 일로 수능 출제위원 선정 및 운영의 문제점도 동시에 드러났다. 출제위원(교수 86명, 고교 교사 33명)들은 지난달 9일부터 강원도 모처에서 합숙에 들어가 수능당일 제5교시 시험이 시작된 지 10분 뒤인 오후 5시40분 감금(?)에서 해방됐다고 한다. 출제기간 중 이들은 휴대전화도 소지하지 못하고 전화통화 내용도 녹음됐다. 그러나 1개월간 감금생활을 해야 하고 보수도 하루 15만원에 불과한 데다 출제기간인 10∼11월은 대학교수들이 가장 바쁜 프로젝트 결과 제출시기와 겹쳐 있어 출제상 무리가 우려된다. 더구나 원칙적으로 대학 전임교원이 아니면 출제위원이 될 수 없는 데도 서울 모 대학 초빙교수인 학원 강사를 출제위원으로 선정한 것은 책임을 면키 어렵다. 수능 재시험 요구까지 제기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학원강사 출제위원 선정은 엄청난 파문이 예상된다. 교육평가원은 사실을 해명하고 후속 조치를 빨리 취하기 바란다.
신작로(新作路)라 하였던 그 무렵의 국도 등 대로는 모두 사리(砂利)도로였다. 아스팔트가 아닌 자갈 모래를 깔아 도로를 유지했고, 그러므로 해마다 인근 주민들이 부역 나와 자갈 모래를 깔곤했다. 이 신작로 위를 달렸던 게 포장마차였다. 아마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며 달렸던 포장마차를 기억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당시엔 택시는 고사하고 버스도 아주 드문 때여서 말 방울을 달랑거리며 말이 끄는 이런 포장마차를 탈 수 있는 것도 여간한 호사가 아니였다. 마부가 말 채를 휘날리며 끄는 포장마차엔 대여섯명의 승객이 탈 수 있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포장마차라고 하면 미국의 서부영화에 나오는 애리조나 마차를 연상하겠지만 우리나라에도 포장마차가 큰 교통수단이던 시절이 있었다. 포장도 없는 가게 술집이 ‘포장마차집’이라는 간판을 단 것을 더러 보는 건 포장마차가 지닌 어떤 낭만성 때문일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말 발꿉 소리에 맞추어 몸이 흔들기며 달리는 승차감은 그런대로 멋이 있었다. ‘포장마차’가 된서리를 맞고있다. 밤이면 말도 바퀴도 없이 포장만 친 ‘포장마차’가 술장사, 음식장사를 일삼고 있어 단속 대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인도, 심지어는 차도까지 침범해 가며 의자를 수십개씩 늘어놓고 불야성을 이루는 성업으로 호황을 누린다. 이를 단속하는 게 생존권을 위협한다지만 단속해선 안될 진짜 생계형 노점상은 따로 있다. 가겟세도 안내고 세금도 안내면서 가게 이상으로 재미보는 기업형 포장마차가, 글쎄 단속 대상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기업형 포장마차의 단속 시비는 서울의 이야기이지만 서울에 국한하는 것만은 아니다. 수원 등 도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단속도 단속이지만 포장마차 하는 이들의 자제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옛날 진짜 포장마차가 알면 라이센스를 요구할 일이다. /임양은 주필
오페라 속 여주인공들의 예술적 기량을 칭송하기 위해 흔히 ‘프리 마돈나’라는 호칭이 사용 되는데 Primary Women 즉 첫번째 여자라는 사전적 의미와도 같이 오페라에서 여주인공의 역할은 공연 전체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가름할 정도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부분이 프리마돈나의 처절한 희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는데, 이러한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라고 하는 비극의 장르가 정착되기까지에는 오페라 도입 초기부터 스토리 구성의 대부분을 그리스 신화 내용이 빈번히 인용되면서 특히 죽음과 자살에 대한 소재가 성행하게 된다. 이를 반증하듯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 무려 109명의 신들이 자살했거나 자살을 시도했다고 전할 정도로 스스로의 죽음 그 자체를 영웅적 행위로 미화시킨 영향이 무엇보다 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라죠콘다, 리콜렛토,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청순가련한 여주인공 스스로 자신의 몸에 비수를 꽂아 생을 마치는가 하면 페로달, 주링자 밀러, 일트로바 토레에서는 독약을 마시고 오페라 대미를 극적으로 마감하기도 한다. 이중에서도 베리즈모(Verismo)운동이 한창이던 19세기말 낭만적이면서 탐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실주의적 관점에서 현실세계를 풍자한 푸치니의 토스카에서는 여주인공인 토스카가 비밀 경찰인 스카르파아의 음모와 계략에 빠져 그녀의 진정한 연인 카바라도시 마저 잃고 절벽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종말로 구성되어 있다. 오페라 토스카의 시대 배경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서와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옛날이나 지금까지도 인간의 삶과 죽음만큼은 개인의 희로애락이나 신체적 수명한계의 범위를 넘어 그 시대의 사회상과 역사성을 대변할 만큼 중요한 시사적 의미를 찾고있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하나 부러울게 없어만 보였던 어느 재벌 총수의 죽음이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그것도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를 죽음으로 까지 몰고간 것인지 간접타살이라는 세간의 비판과 함께 연일 애절하고 아타까운 사연들이 주홍글씨처럼 그 회장 주검 뒤를 맴돈 것을 기억 할 것이다. 일면식도 없었던 그의 죽음이었지만 우리나라 경제 재건과 대북사업의 프리마돈나로 무거운 현실의 등짐을 짊어진 채 세상을 달리해야 했던 한 인간의 마지막 삶의 비애가 시대와 배경은 달라도 사랑에 대한 박탈감, 그리고 음모와 배신에 몸서리치며 스스로의 몸을 던진 토스카의 절박함과도 그리 무관치 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수많은 오페라 프리마돈나의 비극적이고 허황한 죽음의 결말과도 같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척박한 무대는 그렇듯 애닯고 절절하게만 느껴진다. 프랑스 비평가 르네지라르는 역사적으로 사회 내부의 긴장을 줄이고 집단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단내 특정인의 희생양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과연 그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우리사회의 결속력이 더욱 강화 되고 그간의 대립과 긴장이 완화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나로선 의문투성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포플리즘적 양비론에 빠져 집단의 주장과 집단의 이기로 그를 정신적 죽음으로 몰고 간 간접타살의 공범들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삶이 결코 오페라와 같은 예술은 아니다. 그렇듯 그의 갑작스런 죽음 또한 르네지라르의 논리와 같이 희생을 통한 극적 반전을 위함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똑같은 비극적인 삶이었지만 오페라 주인공 토스카에 대한 예술적 감동이 되었던 혹은 2003년 8월 한국사회가 사산해 놓은 그 회장 죽음에 대한 슬픔과 추모의 마음이 되었건 그 모두가 그간 우리들의 편협하고 수축된 의식 속에 새로운 감각의 양분이 주어지듯 또 하나의 내일이라는 작품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음엔 틀림없으리라. /김종구.경기도율곡교육원연수원 예절분원장
‘평생 단 한번’이라는 결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결혼이 갖는 의미만은 힘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요즈음 결혼이 심각하게 약속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다. 성서적으로 결혼은 하나님께서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후 가장 아름다운 에덴동산에 친히 세우신 최초의 제도라고 한다. 신성하고 축복받는 의전이기도 하다. 얼마전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했다가 뜻하지 않게 주례를 맡게 됐다. 사연은 이렇다. 신랑신부의 대학은사가 주례를 맡기로 했는데 그만 교통이 막혀 제 시간에 도착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예정시각보다 늦게 결혼식이 진행됐다. 부모끼리만 아는 사이라 막상 신랑신부는 입장할 적마다 주례 얼굴보랴, 부모쪽 얼굴보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안절부절하는 기색이 역역했다. 왠 낯선 사람이 주례를 맡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 사정이 어찌하던 간에 무책임한 일이다.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결혼식을 집전하는 주례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큰 결례를 한 것이다. 한 사람이 나고 죽는 과정에서 결혼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인 것만은 틀림 없다. 주례는 결혼식을 이끌어 가는 주체다. 그 날 예(禮)를 주관하는 주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장터 같은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하느냐 아니면 교회 같은 정숙한 분위기를 만드느냐는 것도 주례의 몫이다. 주례는 결혼식의 손님이 아니다. 주례는 결혼식을 주관할 뿐 아니라 신랑신부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앞날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가며 행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의미를 함께 가진다. 40세부터 시작된 주례 경력은 꽤나 되지만 이번처럼 하객으로 참석했다 주례를 맡기는 처음있는 일이다. 주례 청탁을 받는다는 것은 당사자건 그 부모건 간에 자신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그런 만큼 겸허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인생을 여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주례사를 들여 줘야 한다. “순간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비록 짧은 시간의 결혼식이지만 그 의미는 영원한 것이다. 신랑신부를 사전에 면담하여 그들의 생각을 읽고 들려 줄 덕담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 주례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인내심과 사랑으로 공고한 가정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침을 주는 주례는 신랑신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그 책임 또한 큰 것이다. /김훈동.수원예총 회장
우리 지역 농촌에도 경운기로 인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연간 400여건 이상의 경운기 교통사고가 발생해 30여명이 넘는 농민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또한 트랙터와 콤바인 등 다른 농기계와 관련된 교통사고까지 포함하면 연간 1천여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교통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경운기 사망사고의 62.5%는 운전자들이 시야 확보에 지장을 받는 야간이나 아침시간대에 발생했다. 사망률은 일반 교통 사고보다 4배나 높다. 농기계의 반사경과 후미등, 깜박이 같은 장치가 고장나거나 부서져도 고치지 않은 채 운행하는 농민들이 많고 이것 또한 교통사고의 큰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운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생산업체는 물론 정부 당국에서 경운기가 교통수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재함 뒷면에 반사경을 부착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경운기에 경광등을 달도록 계몽하고 농촌지역 주요도로의 갓길을 넓혀 경운기 통행로로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개선과 대책이 필요하다. /문휘우·가평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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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협회의 상장 장사는 항간에 소문이 나돈 비리였다. 그러나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그 실체를 밝히기란 어려운 것이었다. 이런 구조적 비리를 수원지검이 발본색원한 것은 평가할만 하다. 지난 3년여 동안에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 등 3부 요인상을 비롯, 통일부 등 장관상 133개가 모두 1억3천500만원에 거래된 것은 비록 짐작된 비리지만 실로 충격적인 규모다. 협회 간부와 관련 학부모가 80여명에 이른 것은 웅변대회란 것이 얼마나 겉치례였는 가를 말해 준다. 예컨대 정작 1등을 한 학생에게는 상장을 사지않는다 하여 탈락시키고 상장을 사겠다는 22등의 학생에게 장관상을 시상하는 이런 몰염치가 자행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입시의 특혜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검찰수사는 특례입학이 가능하고 또 내신성적에 반영되는 수상경력의 특혜가 부정입학 수단으로 더 악용되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또 대학측도 무조건 수상경력만 위주로 하기 보다는 객관성에 의한 담보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의문스런 것은 어떻게 그토록 특히 장관급 상장이 남발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정부 기관의 장관급 이상 상장이 아무 검증없이 무더기로 나간 것은 순전히 이를 내보낸 기관의 책임이다. 공적조서의 심사에 의해 상장이 사후에 나가는 것과는 달리, 경연행사에 대한 시상은 사전에 나가는 게 비록 불가피하다지만 관리가 이토록 허술해선 문제가 많다. 행사의 권위와 신뢰성이 무시된 채 이도 겹치기로 마구 남발된 것은 석연치 않다. 상장 남발이 비단 이에 그친다고는 믿기가 심히 어렵다. 또 웅변행사에만 국한하는 현상도 아닐 것으로 안다. 대학 특례입학과 내신성적에 관련된 상장 비리는 이밖에도 많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정부는 교육인적자원부를 중심으로 이번 검찰수사에서 나타난 특례입학 특혜·내신성적 반영의 허점을 잘 검토하여 원천봉쇄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이같은 사회적 비리의 재발을 차단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원지검 특수부 팀의 개가는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경기도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정부의 신중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법리와 사리에 맞다. 우리는 먼저 행정수도의 정확한 개념부터 정립돼야 한다고 일찍이 말한 적이 있다. 청와대와 각 부처는 물론이고 국회와 대법원까지 옮긴다는 것이 정부의 행정수도 구상이다. 행정·입법·사법부 등 국가 골격의 3부 요로를 다 옮기면 수도 이전이 지, 행정수도 이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수도 이전을 추진하면서 행정수도로 호도하고 있다. 정부는 양자의 개념이 어떻게 다른가를 국민에게 정리해 보일 의무가 있다. 우리는 이를 행정수도가 아닌 수도 이전으로 간주하여 국가 정책의 중요사항으로 국민투표에 부쳐 그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가 있다. 이 정부의 행정수도와 관련한 오류는 또 있다. 행정수도 이전을 말하면서 이른바 수도권 규제강화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 등으로 더 더욱 옥죄이는 것은 심한 자가당착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수도권 규제를 먼저 철폐해야 한다는 경기도의 요구는 이리하여 논리상 설득력을 지닌다. 우리는 정부 시책의 이같은 모순을 지적함과 아울러 행정수도를 만들건 안만들건 간에 수도권 규제는 경제수부의 신장을 위해 마땅히 풀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타당성 검증과 국민적 합의가 없는 행정수도에 거듭 이의를 제기한다. 행정수도 조성에 따른 65조원의 예산도 방대하여 부담이 힘겹기도 하지만 일국의 수도 이전을 정권 차원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은 실로 용납키 어렵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능사가 아니다. 선거공약은 포괄적 사항이다. 당선자의 선거공약이라 하여 개별적 사항에 다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세계에 각인된 유서깊은 수도 서울을 놔두고 수도를 새로 만들어 남하하는 것이 국익에 합치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많다. 정부는 행정수도 조성을 이미 기정사실화 하였으나 우리는 기정사실로 인정하기가 심히 어렵다. 정치권이 이에 행정수도 예정지역의 총선민심 눈치를 살피느라고 이도 저도 말못한 채 정부에 끌려만 가는 것은 부당하다. 행정수도가 간다고 하여 충청권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은 소신을 갖고 이의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7월 입법예고한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음 17대 국회에서 다루어선 안될만큼 시급한 것도 아니다. 국회는 정부의 행정수도 관련 법안을 마땅히 페기시켜야 한다.
시인이 왜 그리도 많은지, 신문에 나오는 ‘시인’ 직함이 참으로 많다. 시인이 많은 게 나쁠 건 없다. 다만 시인은 많아도 좋은 시는 드문 게 시문학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무척 안타깝다. 손가락으로 쓰는 글이 있고, 머리로 쓰는 글이 있고, 가슴으로 쓰는 글이 있다. 시는 가슴보다 더한 온 몸으로 써야 한다. 아니 온 몸으로 쓰여져야 한다고 믿는다. 몸에 농축된 시상이 더 이상 억제할 수 없어 터질듯 분출되어 정리되는 글이 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겨우 손가락 재주로 가슴도 아닌 잔머리를 굴려 재주만을 피우는 시들이 많다. 굳이 시인이 아니어도 그같은 낙서 수준의 시라면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든 지 있다. ‘얇은 紗 하이얀 꼬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네라/파르란이 깎은 머리/薄紗고깔에 감추오고/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趙芝薰) 선생의 시 ‘승무’(僧舞)의 몇구절이다. 박목월(朴木月) 박두진(朴斗鎭)선생과 함께 크게 활약한 청록파 시인이다. ‘승무’는 한국 고전문학의 백미다. 역시 지금 읽어도 고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진한 동경과 연민의 정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와 닿는다. 조지훈 선생의 부인 김난희 여사(81)가 선생의 유고 유품 260여점을 생전에 후학을 가르쳤던 고려대에 기증, 고대 역사관에 전시될 것이라고 한다. 1933년에 발표된 ‘승무’의 육필원고가 실린 보도사진이 특히 눈길을 끈다. 시 작품은 시 정신의 난산이다. 순산된 시엔 그러므로 시인의 혼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고전이든 현대 시든, 장르가 어떻든 간에 난산의 생산성 가치엔 변함이 있을 수 없다. 시는 기교보단 진실이 담겨야 한다. 요즘의 시인들은 너무 기교에 치우는 것 같다. 시 정신은 결핍하면서 발표욕이 앞서기 때문이다. 시는 시인의 얼굴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시인은 아니다. 그래서 시인은 많아도 시인이 무척 부럽다. /임양은 주필
“공장 증설을 허용할 테니 국회에서 국가균형발전법 저지에 나서고 있는 의원들을 설득해 주오” 산자부가 최근 삼성전자측에 요구, 경기도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말이다. 국정의 한 부분을 책임지는 정부기관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꼼수’다. 이런 꼼수는 지방행정기관에서 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참으로 ‘한심하다’는 이야기밖에 할 말이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정책이 이런 식으로 추진된다면 정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있은 ‘경제민생 점검회의’에 손 지사의 불참 논란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에 빈자리가 하나 덩그러니 남았으니 참석자들은 황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경기도는 ‘손 지사가 이날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참석지 않기로 했으며 이같은 방침을 전날 통보했다’고 밝힌 반면 정부측은 관계자의 멘트를 통해 ‘손 지사가 예고도 없이 불참했다’는 식으로 언론에 흘렸다.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은 이날 회의를 준비했던 정부의 담당 부처의 꼼꼼하지 못한 일 처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사례는 ‘꼼수’는 아닐 지 몰라도 분명 ‘공직기강 해이’다. 이런 꼼수내지 공직기강 해이 현상에 대한 더욱 더 큰 우려는 ‘행정적 실수’라기 보다 경기도 현안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법의 경우, 10일 경기도의회 의원 4명이 삭발까지 하며 경기도민들의 울분을 대변하는 참으로 경기도에 있어서는 최대 현안이 아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법만 통과되면 된다’는 우격다짐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관내 기업을 동원,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꼼수를 쓸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주택 300만호 건설이 논의됐던 청와대 경제민생 점검회의 역시, ‘정부 방침은 이미 정해졌으니 경기도는 그저 하라는대로 하면된다’는 식의 구태적 사고에 의해 ‘손 지사가 참석하든 말든..’하는 안하무인격 대처가 아니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국가균형발전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상당부분의 관련 예산을 이미 수립했다는 소식이 이런 정부의 시각을 읽을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일까. 경기도의 한 고위공직자는 “정부의 관선시대와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중앙정부가 하라면 하는 것이 지방정부로 착각하고 있다”며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수도권 역차별’ 논란도 정부가 종합적인 검토없이 그저 각 부처마다 대통령 코드에만 맞는 정책을 개발, 추진하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꼼수’를 버리고 경기도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당당한 수도권 논리와 정책을 내놓길 기대해 본다. /정일형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