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사건

대검 중수부가 대선자금에 기세를 올리는 덕분(?)에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월드컵 휘장사업 비리’ ‘굿모닝시티 비리’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양길승씨 향응 및 몰카 파문’이 수면 속으로 가라 앉았다. 검찰이 “국민과 언론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렇지, 대부분의 수사는 원칙에 따라 잘 진행됐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호랑이’를 그리겠다던 수사들이 ‘고양이’만 그린 채 종결을 앞두고 있는 사례가 숱해서 하는 얘기다. ‘월드컵 휘장사업 비리’는 김재기 한국관광협회장, 이인제 의원 전직 보좌관, 최창신 전 월드컵조직위원회 사무총장만 구속됐지, 수사과정에서 뇌물 수수 의혹이 제기된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여야의원 3∼4명은 소환조차 되지 않았다. ‘굿모닝시티 비리 사건’도 지난 7월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4억원 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 청구라는 ‘한건’을 올린 뒤로는 진척이 없다. 탁병오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윤창렬 전 굿모닝시티 회장, 윤석헌 우슈협회장만 수뢰혐의로 구속했을 뿐 3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경찰관 K모씨가 도피 중이라 ‘벽’에 부딪혔다.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는 안희정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김홍일 민주당 의원을 불구속하고 박주선 민주당 의원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정도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표현한 최측근 안희정씨의 연루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4월 대검 중수부가 재수사에 착수한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사건’은 지난 6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사실상 수사가 끝난 상태다.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 파문으로 시작된 ‘양길승씨 향응 및 몰카 파문’ 역시 김도훈 전 청주지검 검사를 구속했지만 의혹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양길승씨가 금품 로비를 받았느냐”는 부분은 여태 감감 무소식이다. 세상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이런 사건들이 관련 정치인만 무더기로 거론했을 뿐 정작 실체가 밝혀지지 않아 국민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또 우리 국민은 잊기를 잘한다. 그렇다고 유야무야할 사건이 아니다. 대선자금과 함께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기고/도심지 단풍 감상법 그리고 낙엽

늦가을은 단풍에서 시작되고 낙엽과 함께 떠나 간다. 단풍행락을 알리는 텔레비전 뉴스가 내장산 등의 장관을 전해준다. 산이 온통 빨갛게 물들여진듯 한게 정말 절경이다. 비록 단풍 구경하러 길을 떠나진 못해도 단풍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대 세갈래 갈림길 어귀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한 자원봉사 어머니들과 광교산을 들어선 것은 며칠 전이다. 광교산 계곡이 깊어질수록이 늦가을 단풍의 정취가 물씬 더 다가 선다. 단풍나무 잎만이 단풍이 드는건 아니다. 활엽수 이파리마다 빨갛게 물든 단풍이 광교산을 아름답게 채색한다. 내장산 같은 단풍의 명승지와는 비교가 안되지만 그래도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이만한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광교산 자락 산책로 노변에 가꾼 단풍나무 단풍은 그야말로 늦가을 제철을 즐기는 지 위용을 더욱 뽐낸다. 그러고 보면 단풍을 도심지 거리의 가로수에서도 감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나무의 노랑 단풍 또한 단풍으로 늦가을 정경의 일품이다. 하늬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들이 속삭이듯 하는 은행나무 단풍은 단풍나무 단풍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지금도 은행나무 단풍잎을 책갈피에 소중하게 끼어넣곤 하는 소녀들이 있을까, 이 나이 들어 새삼 어릴적의 그런 감상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나무 단풍잎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뭐랄까, 불타는듯한 빨간 단풍나무 단풍이 열정이라면 은행나무의 노랑 단풍은 평화로 비유가 된다. 한번은 야간 운전을 하다가 은행나무들의 노랑 단풍에 취해 길가에 멈춘 채 한참동안 마음속 대화를 나눴다. 가로등 불빛을 받은 노랑 단풍이 한층 더 농익어 보이는 자태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고개를 뒤로 제쳐 하늘을 배경삼아 보면 더욱 황홀하다.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과 시멘트 벽 투성이의 도심지에서 가로등 불빛과 은행나무 가로수가 앙상블을 이루는 늦가을 밤 노랑색 일색의 단풍은 정말 그림보다 더한 걸작이다. 생활에 쫓기는 일상으로 좀처럼 눈길 돌리기가 어려운 가로수 은행나무에서 단풍의 미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지만 이도 행복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기분이 좋을 때나 언짢을 때나 한결같이 평화롭게 대해주는 은행나무의 노랑 단풍이 그래서 한량없이 고맙다. 하지만 단풍은 낙엽의 시작이다. 벌써 낙엽이 하루가 다르게 지고 있다. 아스팔트 차도, 보도블록에 떨어진 단풍잎이 바람부는 대로 이리저리 날리며 뒹군다. 낙엽은 쓰레기가 아니다. 아무리 쌓여도 정감이 가는 것은 낙엽 역시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무가 낙엽으로 제 뿌리를 솜이불처럼 덮어 마침내는 썩혀 거름을 삼고자 하는 자연의 섭리가 아스팔트 등으로 방해받는 것이 안타깝다. 하긴, 내장산 단풍나무도 낙엽이 질 것이다. 단풍놀이 행락으로 가고오는 찻길이 막히는 고생을 안하고도 나홀로 즐기곤 한 도심속 단풍 감상법도 이젠 다 되어간다. 이윽고 며칠안에 은행나무 가로수의 노랑 단풍잎이 다 지면 가지만 앙상해질 것이다. 그것은 이미 겨울의 문턱이다. 달력도 한장만 더 뜯으면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이 한해를 보내면서 상념에 젖어본다. 역시 올해도 속절 없이 보냈다. 이래서 두달도 다 남지않은 시일이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삶의 중간엔 단풍도 낙엽도 없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지현.사단법인 한길봉사회

천자춘추/아이들 건강과 농촌 살리는 운동

학교급식 개선을 위한 조례제정 운동이 온나라에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전남도의회에서는 이미 학교급식에 지역농산물 사용을 지원하는 조례가 통과되었고, 전북, 경남에서도 조례청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경기도라고 그냥 비켜갈 수 없다. 지난 10월 1일 도내 수많은 시민, 노동, 교육, 농민 운동 단체가 참가하여 ‘학교급식 개선과 조례제정을 위한 경기도운동본부’의 닻을 올렸다. 이어 고양, 안양, 김포, 안산을 비롯한 여러 시군에서 운동본부를 결성하여 조례제정을 청원하는 주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급식은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2년말을 기준으로 전국 1만여개 학교에서 655만여명의 학생들이 하루 한 끼 이상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수이다. 이처럼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교급식에 학부모와 교사들은 물론 뜻있는 단체들이 눈길을 돌렸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학교급식 조례제정 운동은 크게 네 가지의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급식재료로 안전한 우리농산물 사용하기, 위탁급식의 직영전환 추진, 학교급식에 학부모의 참여, 무상급식의 확대”를 위해 재정과 행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핵심이 급식 재료로 우리농산물을 사용하여 급식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학교 급식에 지역의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어려서부터 우리 음식을 맛들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WTO 농수산물 개방으로 무너져가는 우리 농촌 공동체를 되살리고 농민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고 운영과 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사업을 교육당국과 학교에게만 미룰 수 없다. 그만큼 많은 예산이 뒤따르고 행정기관간의 폭넓은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의 주인이 될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농촌에 희망을 살리는 이 운동에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모아져야 하겠다. /최창익.경기도 교육위원

독자투고/한·미 동맹 강화와 경제실리를 기대한다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는 지난 9월 4일 美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등이 청와대를 방문, 한국의 이라크 추가파병을 공식 요청한 이래 최대 이슈가 되어 盧정부를 딜레마로 몰아 붙였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진영간 들끓는 찬반양론 속에 정부는 파병판단의 기준으로 유엔논의 등 세계반응과 북핵문제 등 한반도 안정·국익 그리고 국민여론 등을 제시하면서 정부조사단 이라크 현지 파견과 함께 국내여론 수렴작업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APEC 한미정상회담(10.20~21)을 앞두고 때마침 지난 10월 17일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이 통과돼 명분을 얻게 된 정부는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파병을 최종 결정’하기에 이르렀고, 노 대통령은 무거운 짐을 벗고 APEC 정상회담에 임하게 되었다. 10월 20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미국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라며 한국의 이라크 파병결정에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노 대통령도 미국의 북핵 관련 6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온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내부의 반미흐름,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중심으로 불거진 한미동맹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 그간 양국간 오해와 불만을 씻어내는 발판이 되어 동맹국으로서 새 출발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파병문제는 남의 나라에 병력을 보내어 전쟁을 치르는 위험한 행위이므로 전쟁의 성격과 자국민 보호 및 국내여론 등을 감안할 때 간단치 않은 사안으로 모든 변수들이 정책결정 기준에 충족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파병결정에 대한 국회동의를 앞두고 파병 반대론자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배치된 정부의 결정에 대해 항의하면서 시위나 여론공세에 나서고 정치권도 정파적 정략에 따라 정부를 몰아세우려 할 경우 우리에게 남은 것은 결국 소모적인 국론분열과 내부분열이란 상처뿐이다. 정책은 대안의 선택이며 선택의 기준은 국익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파병의 실익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어려울 때 친구를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처럼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켜 한반도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과 이라크 재건에 적극 참여하여 어려운 국내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자는 데 있다고 본다. 물론 파병 반대론자들이 지적하는 명분없는 전쟁참전과 제2의 베트남전을 우려한 인명피해등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파병 반대론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유념하여 파병부대의 성격·규모·역할·안전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과정을 거쳐 국민불안을 씻어줌은 물론 파병목적 실현이 정부의 몫이라는 책무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파병결정이 일부 국민과 정치인에게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넓은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국론분열과 군의 사기를 생각할 때 파병결정이 내려진 이상 최선의 선택은 국론결집에 있다. /김명수(54·인터넷독자)

11월 7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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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위원장의 ‘괴담’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문제의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과 관련해 밝힌 강변은 한마디로 괴담이다. 예컨대 ‘행정수도를 만들면 이 법이 필요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한다. 이 정부가 행정수도를 적극 추진하는 마당에 그럼 그같은 악법을 무엇 때문에 굳이 만들려고 하는 지 설명이 안된다. 그들의 비수도권지역 지칭인 지방에 대한 정치적 총선 선심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행정수도 조성 이후에는 폐기할 것이라는 사탕발림 같은 말은 구상유취한 소리로 무책임하다. 한시법이라는 근거도 없거니와 설사 그렇다 해도 우리는 당장 국가 경쟁력을 해치는 그같은 악법 제정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괴담을 여기서 더 일일이 대응할 이유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법안 내용에 대한 아전인수식 강변 또한 함정과 모순으로 가득차 논평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협박성 괴전화를 부인한 대목이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한 일부의 보도가 맞다면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자부 대변인도 아닌 입장에서 어떻게 그처럼 분별없이 장담할 수 있는 것인 지 실로 괴이하다. ‘기업에 강요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당연한 소릴 그는 말했으나 당연한 소리가 지켜지 지 않고 엉뚱한 소리가 나오니까 물의를 빚은 것이다. 그의 산자부 옹호 발언은 주제 넘은 처신이다. 두말할 것 없이 이 법의 정부 법안은 국회에서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완전선거공영제가 ‘공짜 출마’는 아니다

정치개혁 방안으로 모든 선거의 완전선거공영제 등이 거론되면서 역기능을 우려하는 견해가 있으나 당치않다. 이에 본란은 완전선거공영제의 관철을 거듭 주장하면서 어제 밝힌 ‘완전선거공영제의 전제조건’에 이어 부연하고자 한다. 공영제가 되면 우선 국가 부담의 선거비용이 수백억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은 공영제의 방향을 잘못 잡은 판단이다. 국가를 대리하여 선관위가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공동으로 도맡는 선거운동 비용의 조달 재원이 국비가 될 수는 없다. 각종 선거직 공무 담임을 자청하는 후보자의 개인 입신 비용을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예산 집행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만일 이렇게 되면 자격 미달의 후보가 각급 선거마다 너도나도 난립해 입후보자가 사태날 것이다. 어찌 수백억원 뿐이겠는가, 수천억원 이상으로 돈은 돈대로 들면서 일대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완전선거공영제는 곧 개인이 해온 선거운동을 선관위가 합동으로 대행하면서 후보자 개개인의 선거운동은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탁금 강화와 더불어 선관위의 선거 홍보가 아닌 선거운동 비용은 마땅히 후보자 개개인이 소정의 금액을 선관위에 내어 선관위가 이를 집행토록해야 한다. 물론 이래도 개인의 음성적 선거운동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또 엄히 다스리는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현 시점의 정치개혁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제도를 개선하는 것 이상으로 더 급한 건 없다. 완전선거공영제는 가장 우선하여 실시돼야 한다.

세금체납자도 신용불량자?

전국은행연합회의 신용불량자 명단에 국세나 지방세·관세 체납자들이 등재돼 위법성 논의가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세금 체납자 등 법적으로 신용불량자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보낸 ‘신용불량자 등재 안내문’이 협박에 해당한다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이 진행중이다. 은행 등 각 금융회사들의 신용불량자들을 취합, 관리하는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00만원 이상의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한 사람들을 ‘공공정보’ 항목으로 분류, 신용불량자 명단에 포함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세금체납자 수는 지난 9월말 현재 무려 31만 6천 85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신용불량자를 ‘금전거래 등 상행위로 인한 금전 채권 또는 대출금을 이유 없이 체납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세금은 상행위도 아니고 대출금도 아니다. 그렇다면 세금 체납자는 신용불량자 등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성립된다. 아직 법원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법원이 위자료 지급을 인정할 경우 세금 체납으로 신용불량자로 등재됐던 사람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위자료 청구 소송을 계기로 향후 신용불량 등록을 앞세워 서민들을 위축시키는 각종 법령 조항은 물론 신용불량자의 한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관련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악덕 음식점

상식을 벗어난 저질 식당문화가 발생하여 공분을 금할 수 없다. 아무리 황금만능시대라고 하지만 식당 손님을 이렇게 대할 수는 없다. 수년 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주한미군이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판매한 식당업주가 또 적발된 것은 실로 역겹다. 어쩌다가 썩어 문드러진 생선으로 만든 어묵, 이빨자국이 남은 햄·소시지로 조리한 부대찌개, 공업용 황산 알루미늄으로 세척한 도라지 등 부패음식물이 늘비한 사회가 됐는지 통탄스럽다. 이러한 부정 식품이 제조, 유통되는 가운데 용산 미8군 근처 한 식당업자가 지난 2001년부터 미군부대 사병 식당 조리사들로부터 미군이 먹다 버린 스테이크 등 음식찌꺼기를 헐값에 구입, 부대찌개로 만들어 3억원어치를 팔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곳이 어디 한 두곳 뿐이겠는가. 특히 경찰이 압수한 스테이크와 소고기, 햄버거 고기 등 증거물 일부에서는 대장균 양성반응이 나타나 충격을 줬다. 미군식당에서 버려진 음식찌꺼기를 수거해 비닐봉지에 담은 뒤 개밥 등 가축사료로 사용한다고 속여 반출했으며, 먹다 남은 부분은 표시가 나지 않도록 한 뒤 부대찌개 원료로 썼다. ‘공업용 색소 고춧가루’ ‘공업용 감자떡’ ‘숯가루 냉면’ 등이 국민을 놀라게 한 게 엊그제 일이다. 전국적으로 적발되지 않은 업자들까지 추산하면 식품위생법 위반자는 그야말로 부지기수일 것이다. 문제는 부도덕한 업자들을 긴장케 하지 않는 현행 식품위생법 처벌 규정이다. ‘5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피의자들은 대부분 벌금만 내고 풀려 나오는 게 예사다. 이래서 법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 부정식품 제조·유통·판매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간접적인 집단살인 행위에 해당된다. 대상이 수백만, 수천명이 넘는다. 고도로 계산된 살인행위다. 중벌로 다스려야 함은 당연하다. 처벌 기준 강화와 단속만이 부정식품을 다소라도 줄이는 방법이다. 음식물 제조 및 판매자를 불신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대통령도 예외는 아닙니다

미래의 역사 전진이 언제까지 과거의 족쇄에 묶여야 합니까. 좋습니다. 끝장을 내고 말겠다는 것 말입니다. 대선자금의 족쇄는 정말 넌더리가 나니까요. 정치판에 핵 폭풍이 닥쳐 빅뱅이 나건, 싹쓸이를 하든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썩을대로 썩어 문드러진 정치권이니까요.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각오에 달렸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급수는 아니어도…”란 말씀을 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1급수는 아니어도 2급수에선 놀았기 때문에 3급수의 잡어를 탓할 권리가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일찍이 논 물이 차별이 가능한 2급수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 해도 다 오십보 백보 차이가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대통령께서 자신에게 먼저 가혹해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족쇄로부터의 완전 해방이 비로소 가능하니까요. 궁금한 게 있습니다. 검찰수사 가운데 유독 최도술씨 비리 부문은 이해가 안갑니다. “눈 앞이 캄캄했다”고 하신 말씀이 도대체 무슨 뜻이었습니까. 엄살 한번 또 피운 것입니까. 아니면 관련은 없어도 그토록 충격받는 양심을 건다는 것입니까, 뭡니까. 양심 때문이라고 믿을 민중은 별로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스스로 고해하는 용단을 갖는 것이 이 시대의 민중이 기대하는 참다운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세가지만 당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형사상의 특권에 대해서입니다. 내란·외환의 죄가 아니면 대통령 재임 중 형사 소추가 불가한 지위로 인해 대선자금의 전면 수사가 불신받을 수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칼자루를 쥔 사람과 칼날을 쥔 사람의 승패가 뻔한 것과 같은 대선자금 수사가 되어서는 민중은 박수를 치기는 커녕 냉소를 보낼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결코 예외가 아닌, 그래서 재임 중이라도 조사받을 것은 받고 기소할 것이 있으면 퇴임후 재판을 받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둘째는 사법적·인적 청산보단 정치개혁에 의한 인적청산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썩어 문드러진 정치꾼들을 다 감옥에서 썩게해도 시원치 않은 감정이지만 그럴 수도 없지 않습니까. 무엇 묻은 것이나 뭐 묻은 거나 그게 그것이니까요. 완전선거공영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지구당 폐지 및 중앙당 기구축소 등 이런 얘기는 전부터 나온 것이긴 하나, 재론되는 정치개혁의 방향은 제대로 틀을 잡고 있습니다. 돈 덜 드는 정치, 불법 정치자금을 엄단하는 정치제도 개혁은 이밖에도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떻든 이런 제도적 장치에 의한 정치개혁으로 물러가야할 정치꾼들은 점차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순리라는 판단을 갖습니다. 사법적 조치도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제도적 청산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만약 정치제도의 개혁이 병행되지 않거나 또 대통령께서 형사상 특권에 안주하는 대선자금 수사가 되어서는 정치 보복이란 비난을 듣기 십상인 사실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대체 언제까지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 것입니까. 추악한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전망있는 미래를 화두에 올리고 싶습니다. 대선자금 수사는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고, 정치제도의 개혁 또한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내년 봄 총선부터는 새로운 제도에 의해 새로운 역량을 결집하는 선거가 실시되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정치권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떠넘길 일만이 아닌 이 또한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우리에겐 시일이 없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아마 경쟁국의 사흘과 맞먹을 만큼 모든 실정이 절박합니다. 세번째 당부는 이래서 정치 얘기보단 우린 장차 뭘 먹고 살 것인가 하는, 잘 살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얘길 대통령께서 앞으로 많이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뜬구름 잡는 말잔치 얘기가 아니고 신뢰가 객관화된 정책으로 말입니다. 또 뵙겠습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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