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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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혈액으로 영양제 제조 주력하다니

국민에게 수혈용 피 부족을 호소해 온 대한적십자사가 그동안 헌혈받은 혈액을 수혈용 보다는 영양제 제조 등에 주로 사용했다는 보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적십자사가 지난 9일 낸 ‘헌혈자 급감으로 혈액 수급 비상’이라는 보도자료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이다. 당시 적십자사는 지난 7월 이후 경기 북부 등 말라리아 주의 지역에서 헌혈이 급감, 수혈용 혈액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9월부터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며 기온이 떨어지면 감기와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보여 더욱 혈액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 바 있다. 혈액성분 중 병원에 주로 공급되는 것은 적혈구와 혈소판이고 혈장은 대개 알부민(영양제) 등의 약을 만드는 원료로 쓰여 제약회사로 보내진다. 그런데 적십자사가 그동안 전혈(全血)이 아닌 혈장만을 뽑는 성분헌혈에 과도한 인원과 차량을 배치, 병원들의 피 부족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한 예로 의정부·청량리·구리 등을 관할하는 서울지역 동부혈액원의 경우 지난 9월4일 12명을 군부대에 배치해 200여명으로부터 혈장 피를 뽑았다. 다음날에도 기차역이나 학교에는 1명의 간호사를 투입한 반면 군부대에는 6명의 간호사를 배치해 320명으로부터 혈장헌혈을 받았다. 적십자사의 이같은 헌혈 운영방침은 혈액부족을 호소하는 각 병원의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뿐 아니라 향후 헌혈운영에도 지장을 줄 우려가 적지 않다. 적십자사의 혈액사업본부는 “헌혈운영반 편성표는 각 혈액원에서 자체적으로 짜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본부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헌혈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입장에서 할 말이 아니다. 피가 부족하면 외국에서 수입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나 의약품 제조용이 아닌 수혈용 피는 보존 기간, 위생관리상 문제로 수입이 불가능하다. 매혈(賣血)도 수입도 안되는 상태에서 헌혈은 수혈을 위한 피의 유일한 공급원이다. 적십자사는 이번 경우를 거울로 삼아 혈액수급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을 마련함은 물론 개인 헌혈자와 등록 헌혈자를 늘리는 등 안전한 혈액 공급에 가일층 주력하기 바란다.

재경부의 현실성 없는 농업관

재정경제부가 농업인들의 유일한 재테크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을 폐지키로 한 것은 몸 아픈데 약 뺏는 격이어서 철회해야 한다. 농업인 소득을 저축으로 유도하기 위해 1976년 도입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5.5%의 기본이자 외에 일반농업인에게는 1.5~2.5%, 저소득농업인에게는 6~9.6%의 장려금을 별도로 지원해 주는 비과세예탁금으로 올 7월말 현재 79만7천여 계좌에 수신고가 2조883억원이나 되는 인기 상품이다. 재경부가 이러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을 폐지하려는 명분이란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도시근로자와의 형평성이 없고 농업인들에게 주는 일종의‘특혜’라는 인식은 당치 않다. 가뜩이나 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사정이 악화 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농업인 지원을 확대하지는 못할 망정 현행 지원마저 없애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감각이 없다. 더구나 도·농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농산물 실질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업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극심한 상황에서 도시근로자와의 형평성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농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지를 의심케 한다. 현행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가입자의 영농규모가 농지 2ha 이하로 제한된 데다 가입한도도 계좌당 최고 144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이 상품이 폐지된다면 농업인의 목돈마련 기회는 더욱 어렵게 될 게 자명하다. 다소의 문제점이 있다면 현행 체계상 일정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면 도시근로자도 가입이 가능한 불합리성이다. 그러나 가입자격을 농업인으로만 한정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내부적으로 순수농업인만이 가입할 수 있도록 자격심사를 강화한다면 문제점은 타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간 900억~1천900억원의 장려기금이 모두 순수농업인들에게만 귀속, 그만큼 농가지원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부 도시민들이 가입했다면 개정하는 방법을 택해야 지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농업환경이 심히 불안한 판국에 재경부는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입법 예고 방침을 백지화하기 바란다.

문화재적 육림정책

경복궁 정전(正殿)이자 국내 최대 중층 건물인 근정전(勤政殿·국보제223호)이 4년간의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 11월 일반에 공개된다. 근정전은 2009년까지 총 1천789억원이 투입된 경복궁 권역 복원공사의 일환으로 68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1999년 전면 보수에 들어가 최근 공사가림막이 철거되면서 장엄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임금이 정사에 힘쓴다는 뜻을 지닌 근정전은 문무백관의 조하를 비롯한 국가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접견하던 법전으로 태조 3년(1394)에 창건됐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 고종 4년(1867)에 재건됐다. 정종 세종 단종 세조 성종 중종 명종 등 임금들이 이곳에서 즉위했다. 근정전은 상하 월대 위에 이층으로 지은 건물이지만 내부는 아래 위층 구분없이 중층으로 이뤄졌다. 고종 4년에 중건된 이후 130여년만에 전면 보수공사를 착수한 근정전은 당초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에 맞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훼손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공사기간이 연장됐다. 특히 근정전 건물 전체를 떠받치는 주기둥 4개 중 소나무를 쓴 1개를 제외한 나머지 전나무 기둥 3개의 부식이 심각한 상태여서 건물 전체를 재보수하는 전면 공사로 확대되는 곡절을 겪었다. 게다가 높이 15m, 하부 직경 68cm에 달하는 기존의 기둥들을 대체할만한 나무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아 공사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산림청에 의뢰해 전국산하를 찾아 헤맸으나 수령 300~ 400년된 나무를 찾지 못해 고심끝에 내구성이 뛰어난 미국산 소나무 더글러스를 근정전의 기둥으로 세웠다. 미국산 소나무의 수입가격은 네그루 합해 5천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높이가 100m, 지름이 5m에 달하는 더글러스 소나무는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가벼워 미국과 유럽 등에서 건축자재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궁궐을 대표하고 조선왕조의 정신이 살아 있는 경복궁 근정전 복원에 미국산 소나무를 쓴 사실이 아이로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 궁궐뿐 아니라 각종 문화재의 온전한 복원을 위해 국가문화재 차원의 육림정책 마련이 시급하다./임병호 논설위원

기고/한국의 서민은 700원?

한국 사회가 선진화 되면서 인구대비 자동차 보유대수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 가히 세계 최고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기하급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서민의 불편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행 교통법규에 의하면 모든 차량에서는 의무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만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시내버스의 수요가 줄어 사업여건이 열악하다 하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일반 서민들은 오늘도 버스기둥을 움켜잡고 버스기사의 운전 실력에 자신의 안전을 맡기고 출·퇴근을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대중교통의 현주소는 안전과 편익 모두에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자가용을 보유한 사람들에 대한 안전규정이 지켜지듯 대중교통에 대한 안전규범은 현실화 되지 못하는 것일까.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가정을 돌보는 어머니로써 묵묵히 일하고 있는 다수의 서민들에게 좀더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혹자는 시내버스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불가피 하며, 또 요금인상은 서민들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논리로 대중교통의 서비스 향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운수사업여건에 이 정도 질의 서비스는 당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중교통의 공익성, 열악한 대중교통 회사들의 재무능력을 고려해 볼 때 이제 대중교통의 질적 향상 노력은 몇몇 운수회사나 대중교통 운영자의 능력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 투자재원과 교통시스템 개발을 위한 노력은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700원의 버스요금으로는 우리네 서민들이 700원짜리 서비스 밖에 받질 못한다면, 한국 서민은 700원짜리가 아니겠는가.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개의 교통선진국에서는 대중교통 버스에 공영체제를 유지하거나 반공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운송원가의 30~40%에 달하는 보조금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곳의 시내버스 요금을 원화로 1천원이라 한다면, 대중교통의 이용자가 실제로 공급 받게 되는 서비스는 1천500원짜리가 된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교통과 운수업에 대한 지원금은 운송원가의 4%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한국의 서민들은 703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질의 교통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에 더하여 선진국 수준의 인건비와 거의 3배에 이르는 기름값을 함께 고려해보면 한국의 서민들이 받고 있는 서비스의 질은 상대적으로 더욱 낮아질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자동차 보유와 경제력을 자랑하면서도 시민들이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편의시설인 대중교통의 선진화는 왜 이렇게 더디기만 한가. 후진국의 경우도 대중교통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중국이나 태국의 예를 보면 그들의 자동차 보급률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때문에 대중교통에 대한 수요도 높고 인건비며 유류가며 우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선진국에 이르는 길은 국민소득만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 문화·사회적 인프라도 동시에 성장할 때만이 한국사회는 선진적인 사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서민이 이용하는 발을 관리하는데 700원이 든다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일반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대중교통에 대한 개선작업도 없이, 700원짜리 아침을 맞으라고 한다면, 우선 나부터라도 무척이나 고민할 것이다. 정부의 시급한 교통지원 정책을 기대한다. 결코 서민은 700원짜리가 아니다. /신보영.도의회 의원

천자춘추/우리의 가정

인간이란 자기가 태어난 가정안에서 의·식·주의 해결방식, 그리고 성장한 가정환경과 가족관계 안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역사(history)를 형성한다. 이러한 역사는 결혼과 함께 부부가 서로 각기 형성된 자기의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로 행복한 가정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한국 가정 법률 상담소의 이혼사례를 분석해 보면 남 녀 모두 ‘성격 차이’를 가장 중요한 이혼의 사유로 꼽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사는 사람들중 자기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 같은 집에서 함께 자란 형제라도 서로가 다르고 쌍둥이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도 그 성격이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랑이 있기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부의 사랑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늘 항구하게 끊임없이 일상생활속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서로의 입장을 살펴보며 배려하는 마음이 전제 되어야 한다. 각자의 가정문화속에서 형성된 각자의 역사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서로가 다른 두가정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가정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요, 서로의 생활태도를 새롭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그러나 의지란 인간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달리 작용할 수 있기에 서로에게 늘 사랑받고, 사랑하는 존재로 이어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혼하겠다는 부부들의 대부분은 백마탄 왕자님과 잠자는 숲속의 미녀인 공주병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이다. 현실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꿈에 취해 자기 역사(my history)만을 주장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래서 자기가 먼저 용서와 이해를 구하기 전 남편이 먼저,혹은 아내가 먼저 무엇인가 해 주길 원하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다. 부부가 함께 하겠다는 것은 내가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겠다는 결심과 자기를 깨고 우리가 되겠다는 수용적인 마음의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자기(my)를 깨고 우리(our)가 되겠다는 노력들이 결국 가정(family)을 만들어 가는 것이고 우리의 역사(our history)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신부

10월 30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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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경기공직대상’ 시상의 참뜻

정치는 혼란해도 공무원사회는 그래선 안된다. 경제가 불안하여도 공무원사회는 안정되어야 한다. 사회가 시끄러워도 공무원사회는 상궤의 길을 가야한다.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 할 것 없이 모든 공직사회는 이래야 한다. 공직사회는 나라와 공공사회를 떠받들고 이끄는 중핵기관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가 정치에 오염되고, 경제불황에 타격을 받고, 사회혼란에 휩쓸려서는 국가사회가 어지럽게 된다.작금의 정치경제사회가 무척 혼탁스럽다. 그래도 일상의 영위가 가능한 것은 모든 공무원들이 제자리에서 직분을 다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공직사회 내부가 지닌 문제점이 없지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럼에도 공직사회가 간단없는 전향적 발달을 계속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투철한 공직관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엘리트화한 공직사회는 그 어느 분야 못지않게 우수한 두뇌집단이다. 행정가치의 재창출 및 균배가 이래서 활발하다.오늘 본사가 제정한 제10회 경기공직대상을 시상하는 의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주민복지 지역개발 지역경제 문화체육 의회사무 소방행정 경찰행정 등 7개 분야에 걸친 수상자들은 그간 대민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며 행정가치를 드높여온 면면들이다.모진 시련과 고통을 봉사정신으로 이겨낸 힘겨웠던 사연, 좌절감을 강인한 의지로 극복한 숨은 사명감의 결과라고 보아 영예가 더욱 높게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공직자가 이번에 수상한 공무원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에는 봉사정신이 투철한 우수 인재가 참으로 많다. 수상자들은 이같은 공직자들을 대표하는 상징성으로 해석하면서 모든 공직자들의 분발을 기대하고자 한다. 특히 본사가 수상자 선정을 실무자급으로 중점을 둔 데는 이유가 있다. 현대행정의 기본 지표인 행정의 합법성능률성민주성효과성중립성사회적 형평성 등을 판단하는 기초가 실무자선에서 이루어지므로 실무행정을 그만큼 존중하기 때문인 것이다. 아울러 자치행정의 진수 또한 그 요체는 실무행정에서 형성된다.공직자의 소임은 참으로 무한하다. 행정은 한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행정수요는 점점 다양하고, 특히 자치행정은 끝없는 연구과제를 안겨준다. 수상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공직자들이 이에 부응하여 더욱 안정된 공무원사회가 이룩되기를 당부해마지 않는다.

이회창씨 ‘사과’ 이렇게 본다

SK 비자금 수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어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대국민 사과 회견을 가진 것은 적절하다. “불법자금을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일”이라며 “모든 허물, 모든 책임은 대통령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면서 사법 책임도 불사할 뜻을 시사했다. 다만 불법자금 인지엔 즉답을 피한 것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K 자금으로 촉발된 대선 불법자금은 정치권의 폭로 공방이 실로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을 겨냥해 포문을 연 128억원의 허위 회계처리 등 4대 의혹을 제기하자, 우리당측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민주당을 공중분해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가운데 김영일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 등 전 당직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처지여서, 이 전 총재가 계속 침묵을 지키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대국민 사과의 배경이 관측된다. 이럼으로써 한나라당에 당부하는 것은 제발 물귀신 작전같은 발목잡기의 구태 정치를 버리고 돈 안드는 선거로 불법자금의 부담에서 해방되는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 입법의 전향적 자세로 속죄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SK 비자금 등 대선자금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예의 정치공세 따윈 자제하는 것이 순리다. 검찰 수사는 사회정서에 비추어 아직까진 대체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 지금은 한나라당이 특검이나 투쟁을 입에 담을 계제가 아니다. 이 전 총재를 소환 조사하거나 대선자금 수사를 SK외에 삼성·LG·롯데·현대자동차 등 다른 대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 역시 검찰이 알아서 신중히 판단할 일이다. 주목되는 것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로부터 받은 11억원 중 1억원이 노무현 대통령 전 운전사였으며 장수천 대표였던 선 아무개에게 전해진 사실로 미루어 장수천의 관련 여부다. 검찰은 최 전 비서관이 받은 돈이 노 대통령과 어떤 연관이 있는 지를 분명하게 가려 객관화 시켜보여야 수사의 신뢰를 계속 받을 수 있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국민 사과는 물론 원론적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예정했던 출국을 스스로 늦추며 검찰수사를 관망하는 자세는 인정된다. 그럼, 이제는 노 대통령이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차례다. 불법 대선자금은 선거의 승패와 무관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 국민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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