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시티의 정치권 로비가 지뢰로 연쇄 폭발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4억2천만원 수수만이 아니고 청와대 실세가 거명되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는 상당수의 여·야 정치인 연루설은 자못 심상치 않다. 이러한 윤창렬 게이트도 범상치 않지만 이 과정에서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대선 모금설은 더욱 큰 충격이다. 정 대표의 주장은 돼지저금통만으로 대선을 치른 것으로 아는 다수의 국민에게 배신감 같은 것을 안겨주어 이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 부담이 된다. 물론 정 대표는 기업체 모금액을 200억원으로 밝혔다가 150억원으로 수정하는 등 말을 바꾸곤 하여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금액이 얼마이든 간에 기업체 모금이 없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부인되기는 지극히 어렵다. 전에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모금을 대거 공격하였던 민주당이 만약 그 같은 전철을 되풀이 했다면 더욱 지탄받아 마땅하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기업체 모금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이 몰랐던 게 능사는 아니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대선 자금의 전모를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 진정 대선자금에 자신이 있다면 굳이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에서 당 차원의 납득되는 공식 해명이 없으면 검찰이 굿모닝시티의 정치권 로비와는 별도로 대선 기업체 모금설 역시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갖는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 중 돈이 없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이 대신 변호인을 선임해주는 제도다. 국선변호료는 1심당 기본액수가 12만원이며 변호인의 활동정도에 따라 법원이 액수를 추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대부분 50만원선을 넘지 않고 있다. 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나 하는 일반 사건과는 달리 변호료가 턱없이 낮다. 이런 이유로 일부 국선변호인들은 사건을 배당 받으면 준비서면만 낸 채 적극적인 변론에 나서지 않거나 선처를 바란다는 식의 형식적 변론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그나마 지난해 서울지법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된 244명의 변호사 중 16%인 39명은 실제로 단 한 건의 사건도 수임하지 않는 등 공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변호사들은 국선변호 경력을 위해 국선변호인 신청을 해놓고 실제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사건을 맡으려 하지 않아 공판기일이 연기되고, 피고인들의 구속일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이런 일로 서울지방법은 국선변호의 내실화를 위해 불성실한 국선변호인을 교체해 달라는 판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말 선임한 255명의 국선변호인 예정자 중 28명을 교체한 바 있다. 국선변호인들의 변론이 사설변호인에 비해 미흡하고 피고인 접견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반대 증거를 수집하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판사들은 말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국선변호인들의 적극적인 자세도 중요하지만 국선변호료를 최소한 사설변호료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도 변호사는 “돈이 안돼”고, 피고인은 “도움 안돼”는 게 국선변호인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국선변호제는 ‘건성’변호제”라는 말이 나돌겠는가. 무성의한 일부 국선변호인 때문에 대다수의 성실한 변호인들이 비난 받는 것은 유감스러운 노릇이다. ‘무료변호’하는 변호사들이 더욱 훌륭해 보이는 이유는 건성변호인과 대조되기 때문이다./임병호 논설위원
인간은 누구나 남한테 칭찬을 받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갖는다. 모든 사람이 타인한테서 인정을 받고 싶은 간절한 소원을 지닌다.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고, 나의 재능을 인정받고 싶고,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것은 인간성의 근본적인 현상이요, 보편적 경향이다. 칭찬을 받기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칭찬은 무덤 속까지 간다’고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남한테 칭찬을 받으면 죽는 날까지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체험담을 하나 얘기하겠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음악시간에 「화음3형제」라는 단원을 배울 때 계명창을 우연히도 잘하게 되었다. 그때 담임선생님은 종구는 어쩌면 그렇게 악보를 잘 보며 계명창을 잘 할 수 있느냐고 머리를 정답게 쓰다듬어 주심과 더불어 꼭 안아 주셨다. 그 후 지금에도 그 선생님한테 칭찬을 받던 시간과 장소와 분위기를 그대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 나는 누구보다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교사 초임 발령을 받아 계속적으로 피아노 개인 레슨을 받아 음악을 깊숙히 느낄 수 있는 감성과 재능을 키울 수 있었고 그 능력으로 학생지도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세상에 칭찬의 힘처럼 크고 강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칭찬의 말은 사람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고, 강한 자신감을 주고 대단한 용기를 주게 된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더욱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칭찬의 말이 학생의 잠재의식의 밭에 씨를 뿌리면 강한 신념의 힘이 되고 부단한 향상(向上)의 원천이 된다. 프랑스의 위대한 교육사상가인 장자크 루소는 이렇게 말했다. ‘화초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따뜻한 햇빛이 필요하듯이, 한 인간이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칭찬이라는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한다.’ 칭찬은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활력소요, 기쁨을 주는 강장제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제이다. 현명한 부모는 자식에게 적절한 칭찬을 한다. 총명한 선생님은 학생에게 칭찬의 무기를 활용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직원에게 칭찬의 말을 보낸다. 학생은 칭찬 받는 재미에 공부하게 되고, 칭찬 받는 기쁨에 부지런히 모든 일을 더욱 잘하게 되는 동기가 된다. 칭찬을 아끼지 말자. 칭찬에 인색하지 말자. 학습효과를 높이는데 칭찬처럼 좋은 최적의 보약도 드물 것이다. 요즘 학교에서 칭찬의 문화가 빈약한 느낌이다. 마음속으로 칭찬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칭찬이 없으면 정신적 고독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칭찬의 교육적 가치는 대단히 크다. 일일일찬(一日一讚), 하루에 한번은 학생을 칭찬하자. 특히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공개적인 칭찬이 효과적이며, 능력이 뛰어나거나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의 칭찬은 개별 칭찬이 더욱 교육적이다. 학생은 누구나 몇 가지의 장점이 있다. 선생님은 될 수 있는 대로 학생의 장점을 많이 발견하고, 그것을 칭찬해 주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칭찬을 해주는 것은 선생님의 가장 훌륭한 교수방법 중 으뜸이다. /김종구.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 예절분원장
외국인 해외 직접 투자가 투자 현지의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지대하다. 생산의 증대에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외환시장의 안정에 도움을 주며 나아가 선진 기술습득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투자현지국의 고용을 창출하여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국민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경제성장의 원천이 된다. 이러한 경제적 이점 때문에 선진국이나 개도국이 다함께 외국인 투자유치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미국의 알라바마주가 현대자동차 공장의 유치를 위해 2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들여 공장의 진입과 물류수송에 편이성을 제공하기 위해 철도를 신설하고 주변도로를 정비해준 사례와, 중국이 세제우대, 자율적 환경조성, 외자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특수지역의 지정 등 사회주의라는 제도적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는 중국정부의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이 세계경제의 불황속에서도 유일하게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는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98년 54억 달러에서 99년과 2000년에 각각 93억, 92억 달러로 외국인 투자액이 피크를 이루다가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35억달러와 19억 달러로 감소하게 되었다. 나아가 2003년 5월말 현재 4.2억달러로 작년 동기간의 8.1억달러에 비해 절반으로 급감하게 되었다. 이는 OECD 가입국중 GDP대비 FDI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큰 요인은 먼저 외국인의 투자와 기업활동, 외국기업의 진출과 퇴출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나아가 북핵문제로 인한 정세의 불안감과 각종 비용의 인상 또한 그들의 투자결정을 미루게 하고 있다. 이보다 중요한 원인은 임금의 인상과 노사간 불협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불안정, 나아가 노사문제에 대한 정부정책의 흔들림에서 오는 국제적 신인도 추락일 것이다. 북핵문제 등 외교정책의 일관성 유지,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환경조성, 대화와 타협과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 원칙을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정부정책의 실현이 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다. /최상래.경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많은 사람이 직장과 도시의 번잡에 찌든 몸과 마음을 식히기 위해 산과 바다로 피서를 간다. 그런데 휴가 문화는 매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면 많은 피서객이 찾는 유명 산이나 계곡, 해수욕장 등지는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는다.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피서객들의 고성방가로 피서지 인근 주민들이 농사일로 지친 여름 밤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고도 한다. 피서객들은 3∼4일 왔다가 가면 그만이지만 피서지 인근 주민들은 매년 여름 내내 고성방가에 시달려야 한다. 또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고스톱 등 사행행위로 인근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휴가도 질서있게 보내야 하겠다. 자기가 가져간 음식물을 버리지 말고 되가져 오는 습관을 들이고 자신이 놀았던 곳을 깨끗이 청소하여 다음 피서객들을 배려해야 하며, 피서지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즐겨야 한다. 피서지의 공중도덕도 제대로 지켜야 한다. 부모님들은 여름휴가를 현장교육 기회로 삼아 자녀에게 보람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권태은·인터넷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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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공무원은 낮에는 물론 밤중에도 생활보호 대상자, 노인, 장애인들을 위해 일 하는 매우 바쁜 사람들이다. 지자체의 읍·면·동사무소에서 공공복지 서비스 대상자를 조사·선정하거나 저소득 가구 자활 지원 등 하는 일이 그야말로 산적해 있다. 담당업무의 중요성 때문에 정부는 지방직 공무원 구조조정 속에서도 이들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또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인건비 60% 정도를 국고로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예상되는 지원액수만도 75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인력부족을 이유로 이들에게 주민등록 전출입 관리 등 단순 행정업무를 맡길 뿐 아니라 심지어 쓰레기 단속 등 에도 투입하여 복지행정에 큰 차질을 주고 있다. 지자체가 서민들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빼앗고 있을 뿐 아니라 복지서비스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국고를 다른 곳으로 전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6천700여명의 지방직 9급 공무원인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업무가 과중하여 본연의 일에 쫓기고 있는 점이다. 도시지역은 물론 농촌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사회복지 업무는 뒷전으로 한 채 농축산 지원업무를 전담, 생활보호 대상자 방문 등 정작 해야 할 일을 전혀 못한 나머지 공휴일에 출장을 나간다.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들의 이같은 불만은 공무원 생활에 대한 회의와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조사에 마저 허위로 임하는 등 복지정책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고 있어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복지부의 서면조사 때 타업무 종사자 현황을 누락하거나 축소 보고하는가 하면 현장 점검에 대비, 업무분장표만 형식적으로 수정하고 실제론 복지전담공무원을 타업무에 계속 종사시키는 편법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복지부와 행정자치부 등 중앙부처도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지역 단위 복지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 예산까지 들이면서도 감독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적인 복지불감증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중앙부처는 물론 복지 행정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의식전환이 함께 필요하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신속한 조치가 있기를 촉구한다.
정부의 가정주간 행사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추계 최은희 문화사업회’ 활동은 시사하는 사회적 의미가 매우 폭넓다. 1924년 조선일보 기자로 출발, 전인미답의 신문 분야에서 왕성한 활약을 보인 선생은 한국 최초의 여기자로 언론을 통한 양성 평등문화의 사회적 지평을 열었다. 일제치하에서 항일 여성단체 근우회를 창립(1927년), 독립운동에 기여하고 여권실천운동클럽회장(1940년)으로 여성 계몽운동을 펼쳤으며, 광복 후에는 대한부인회 부회장(1948년) 등으로 건국운동에 이바지 하였다. 암울한 시절에 온갖 고초를 이겨내며 언론인으로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로, 계몽운동가로 불굴의 의지를 불태운 ‘추계’는 근대사회의 민족적 선각자였다. 또 당시로는 지금의 5억원과도 비유가 안되는 거금 5천만원을 기금으로 기탁, 올해 20회째 시상한 유서깊은 ‘최은희 여기자상’은 국내 중견 여기자들이 선망하는 표상이 되어 언론문화 발전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언론학 전공 여대생들의 장학사업도 함께하는 이 기금은 선생이 평소 원고료를 쓰지않고 모았던 것이어서 출연과 시상의 의미가 더욱 깊다. 생애로 본 선생의 선각자 정신은 진취적이고, 행동하는 양심은 도덕적이고, 지극한 후배 사랑은 학구적인 면에서 시사되는 미래 지향적 의의가 있다. 지난 20세기가 여성의 사회 참여를 위한 개척 및 정착기라고 한다면 21세기는 여성의 사회 활성을 위한 응용 및 전성기다. 선생같은 선각자 정신, 행동하는 양심, 학구적 후배사랑이 한층 더 갈구되는 시대다. 이부자리 실도 버리지 않고 다시 썼을만큼 근검절약했던 ‘추계’는 맏아들 이달순 수원대 교수 등 3남매가 모두 교수로 재직할 만큼 집안을 잘 이끌어 가정 및 사회 양면으로 성공해 보인 ‘사임당’ 같은 여성 지도자다. 선생의 이런 여성 지도자상은 여성의 활약이 보다 폭넓게 기대되는 앞으로의 우리 사회, 특히 여성사회에 불변의 사표가 될 것이다. 올해는 최은희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선생의 사회적 생애와 문화적 정신을 기려, 계승하는 ‘추계 최은희 문화사업회’가 여성주간을 맞아 경하스런 축복을 받은 것은 책임이 더욱 무겁다. 여성은 역시 사회의 모체다. 여성사회의 적극적 사유 배양으로 좋은 사회를 이룩하는 다각적 노력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 참여시인으로 손꼽히는 김수영(金洙暎·1921∼1968) 시인은 1968년 6월 15일 늦은 밤, 문단의 지인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 갑자기 덮친 버스에 치였다. 이튿날 오전 9시쯤 병원에서 숨졌는데 그의 나이 47세 때 였다. 시인 김수영에게 4·19는 분기점이었다. 모더니즘으로 출발해 설움·비애 등의 소시민적 정서를 표현하던 시(詩)세계가 4·19를 전후해 현실 참여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좌절과 미완이었지만 김수영에게 4·19는 언제나 꺼지지 않는 횃불이었다. 분단 상황도 지울 수 없는 아픔이었다. 김수영 자신이 6·25 때 의용군으로 끌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풀려 났었다. 황혼 무렵이면 발걸음이 명동의 전주집이나 은성 부근을 서성거렸지만 그는 언제나 원고료를 꼬박꼬박 집에 가져간 철저한 생활인이기도 했다. 양계로 가족을 부양할 때의 일화는 문단에 널리 회자됐다. 최근 김수영의 초기 시 ‘아침의 유혹(誘惑)’이 새롭게 공개됐다. 민음사가 ‘김수영 전집’의 개정판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시인의 여동생인 김수명씨의 작업 노트에 기록된 메모를 근거로 1949년 4월 1일자 ‘자유신문’에 게재된 ‘아침의 유혹’을 찾아냈다. “나는 발가벗은 아내의 목을 끌어안았다/산림과 시간이 오는 것이다/서울역에는 화환이 처음 생기고/나는 추수하고 돌아오는/백부를 기다렸다/그래 도무지 모-두가 미칠 것만 같았다/무지무지한 갱부는/나에게 글을 가르쳤다/그것은 천자문이 되는지도/나는 모르고 있었다/스푼과 성냥을 들고/여관에서 나는 나왔다/물속 모래알처럼/소박한 습성은 나의 아내의/밑소리부터 시작되었다/어느 교과서에도 질투의 ○○은 무수하다/먼 시간을 두고 물속을 흘러온 흰모래처럼 그들은 온다/U·N위원단이 매일 오는 것이다/화환이 화환이 서울역에서 날아온다/모자 쓴 청년이여 유혹이여/아침의 유혹이여” 이 시는 일부 훼손돼 알아보기 힘든 글자도 있지만 시인의 정열과 한국 현대시의 모더니즘의 특성이 나타난다. 광복 직후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어‘시는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거듭 실감난다. /임병호 논설위원
“경기도가 시·군만도 못합니다”, “공직사회가 일반 기업사회보다 더 냉랭합니다”, “이제 공직사회에서 정(情)을 이야기하면 푼수소리 듣기에 딱 좋지요.” 최근에 만난 전·현직 공무원들의 푸념이자 자신들만의 공직사회 진단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명예퇴직을 한 전직 공무원의 회한(悔恨)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시대흐름에 따라 혹은 후배들의 강권(强勸)에 의해, 긍정적으로 본다면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명퇴를 결정했지만 그 마지막 자리는 도지사와 차한잔 마시며 격려금인지 위로금인지 30만원을 받고 도청문을 나서는 것이 고작이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명예퇴직자들은 돈 30만원을 받기위해 지사를 찾아보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예전 공직사회는 최소한 명퇴식 만큼은 수장의 축사와 부부동반으로 후배들의 도열속에 만감이 교차돼 눈시울을 적시며 당당하게 퇴장하는 축하분위기(일부 시·군은 아직도 이런 관례가 남아있다)였다면 지금은 한마디로 ‘잘 가시오’라는 말 한마디가 고작”이라며 이 노병(老兵)은 “정부나 민선단체장들이 선거때마다 공무원 표 운운하는데 마지막 가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시선을 먼 하늘로 돌렸다. 현직 도 본청에 근무하고 있는 모 서기관이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얼마전 고시출신 수습사무관 30여명이 도청 근무를 시작했는데 선배들이 이들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기울여 주지않아 처량스러웠다”는 이 서기관은 “예전에는 수습 사무관들이 오면 선배들이 최소한 환영파티라도 마련, 공직사회가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후배들은 그 말에 귀 기울이는 풍토가 조성됐었다”고 회고했다. 세번째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는 복도통신이다. “몇달전 모 사무관 장례식을 가보았더니 참으로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며 “만약 지사님과 관련된 분들의 장례였다면 이러했겠는가”라는 자조다. 모 사무관은 “공직사회가 이렇게 변모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와 투명행정이라는 미명하에 ‘서로 이겨야 산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하기 때문”이라며 “공직이 이런 식으로 냉혈사회가 된다면 그 결과는 결국 도민들로 부터 외면받는 처지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모든 공직이 이렇지는 않다고 항변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이런 단면을 갖고 있는 것이 현 경기도청의 공무원 사회다. 부중지어(釜中之魚)라 했다. ‘솥이 달궈지는 지도 모르고 솥안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물고기’를 비유한 이 말이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는 공직사회를 빗댄 것 같아 언뜻 떠오른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의미의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란 말이 있듯이 더이상 공직사회가 이런 행태로 변모된다면 다시는 공직사회에서 정이란 말을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지사가 바뀔때마다 다양한 공무원들의 사기앙양책과 공직분위기 전환책이 나왔지만 모두 외형적인 복지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정작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일하는 분위기’ 조성책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정책 결정권자나 공직에 몸담고 있는 분들에게 ‘사람이 먼저냐, 일이 먼저냐’를 묻는다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사람이 먼저다’고 답할 것이다. 이제부터 사람이 먼저인 공직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 /정일형.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