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 최은희 문화사업회의 수상 ‘의미’

정부의 가정주간 행사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추계 최은희 문화사업회’ 활동은 시사하는 사회적 의미가 매우 폭넓다. 1924년 조선일보 기자로 출발, 전인미답의 신문 분야에서 왕성한 활약을 보인 선생은 한국 최초의 여기자로 언론을 통한 양성 평등문화의 사회적 지평을 열었다. 일제치하에서 항일 여성단체 근우회를 창립(1927년), 독립운동에 기여하고 여권실천운동클럽회장(1940년)으로 여성 계몽운동을 펼쳤으며, 광복 후에는 대한부인회 부회장(1948년) 등으로 건국운동에 이바지 하였다. 암울한 시절에 온갖 고초를 이겨내며 언론인으로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로, 계몽운동가로 불굴의 의지를 불태운 ‘추계’는 근대사회의 민족적 선각자였다. 또 당시로는 지금의 5억원과도 비유가 안되는 거금 5천만원을 기금으로 기탁, 올해 20회째 시상한 유서깊은 ‘최은희 여기자상’은 국내 중견 여기자들이 선망하는 표상이 되어 언론문화 발전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언론학 전공 여대생들의 장학사업도 함께하는 이 기금은 선생이 평소 원고료를 쓰지않고 모았던 것이어서 출연과 시상의 의미가 더욱 깊다. 생애로 본 선생의 선각자 정신은 진취적이고, 행동하는 양심은 도덕적이고, 지극한 후배 사랑은 학구적인 면에서 시사되는 미래 지향적 의의가 있다. 지난 20세기가 여성의 사회 참여를 위한 개척 및 정착기라고 한다면 21세기는 여성의 사회 활성을 위한 응용 및 전성기다. 선생같은 선각자 정신, 행동하는 양심, 학구적 후배사랑이 한층 더 갈구되는 시대다. 이부자리 실도 버리지 않고 다시 썼을만큼 근검절약했던 ‘추계’는 맏아들 이달순 수원대 교수 등 3남매가 모두 교수로 재직할 만큼 집안을 잘 이끌어 가정 및 사회 양면으로 성공해 보인 ‘사임당’ 같은 여성 지도자다. 선생의 이런 여성 지도자상은 여성의 활약이 보다 폭넓게 기대되는 앞으로의 우리 사회, 특히 여성사회에 불변의 사표가 될 것이다. 올해는 최은희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선생의 사회적 생애와 문화적 정신을 기려, 계승하는 ‘추계 최은희 문화사업회’가 여성주간을 맞아 경하스런 축복을 받은 것은 책임이 더욱 무겁다. 여성은 역시 사회의 모체다. 여성사회의 적극적 사유 배양으로 좋은 사회를 이룩하는 다각적 노력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시대의 거울'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 참여시인으로 손꼽히는 김수영(金洙暎·1921∼1968) 시인은 1968년 6월 15일 늦은 밤, 문단의 지인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 갑자기 덮친 버스에 치였다. 이튿날 오전 9시쯤 병원에서 숨졌는데 그의 나이 47세 때 였다. 시인 김수영에게 4·19는 분기점이었다. 모더니즘으로 출발해 설움·비애 등의 소시민적 정서를 표현하던 시(詩)세계가 4·19를 전후해 현실 참여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좌절과 미완이었지만 김수영에게 4·19는 언제나 꺼지지 않는 횃불이었다. 분단 상황도 지울 수 없는 아픔이었다. 김수영 자신이 6·25 때 의용군으로 끌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풀려 났었다. 황혼 무렵이면 발걸음이 명동의 전주집이나 은성 부근을 서성거렸지만 그는 언제나 원고료를 꼬박꼬박 집에 가져간 철저한 생활인이기도 했다. 양계로 가족을 부양할 때의 일화는 문단에 널리 회자됐다. 최근 김수영의 초기 시 ‘아침의 유혹(誘惑)’이 새롭게 공개됐다. 민음사가 ‘김수영 전집’의 개정판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시인의 여동생인 김수명씨의 작업 노트에 기록된 메모를 근거로 1949년 4월 1일자 ‘자유신문’에 게재된 ‘아침의 유혹’을 찾아냈다. “나는 발가벗은 아내의 목을 끌어안았다/산림과 시간이 오는 것이다/서울역에는 화환이 처음 생기고/나는 추수하고 돌아오는/백부를 기다렸다/그래 도무지 모-두가 미칠 것만 같았다/무지무지한 갱부는/나에게 글을 가르쳤다/그것은 천자문이 되는지도/나는 모르고 있었다/스푼과 성냥을 들고/여관에서 나는 나왔다/물속 모래알처럼/소박한 습성은 나의 아내의/밑소리부터 시작되었다/어느 교과서에도 질투의 ○○은 무수하다/먼 시간을 두고 물속을 흘러온 흰모래처럼 그들은 온다/U·N위원단이 매일 오는 것이다/화환이 화환이 서울역에서 날아온다/모자 쓴 청년이여 유혹이여/아침의 유혹이여” 이 시는 일부 훼손돼 알아보기 힘든 글자도 있지만 시인의 정열과 한국 현대시의 모더니즘의 특성이 나타난다. 광복 직후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어‘시는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거듭 실감난다. /임병호 논설위원

광교산의 아침/‘釜中之魚’ 공직사회에 대한 우려

“경기도가 시·군만도 못합니다”, “공직사회가 일반 기업사회보다 더 냉랭합니다”, “이제 공직사회에서 정(情)을 이야기하면 푼수소리 듣기에 딱 좋지요.” 최근에 만난 전·현직 공무원들의 푸념이자 자신들만의 공직사회 진단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명예퇴직을 한 전직 공무원의 회한(悔恨)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시대흐름에 따라 혹은 후배들의 강권(强勸)에 의해, 긍정적으로 본다면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명퇴를 결정했지만 그 마지막 자리는 도지사와 차한잔 마시며 격려금인지 위로금인지 30만원을 받고 도청문을 나서는 것이 고작이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명예퇴직자들은 돈 30만원을 받기위해 지사를 찾아보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예전 공직사회는 최소한 명퇴식 만큼은 수장의 축사와 부부동반으로 후배들의 도열속에 만감이 교차돼 눈시울을 적시며 당당하게 퇴장하는 축하분위기(일부 시·군은 아직도 이런 관례가 남아있다)였다면 지금은 한마디로 ‘잘 가시오’라는 말 한마디가 고작”이라며 이 노병(老兵)은 “정부나 민선단체장들이 선거때마다 공무원 표 운운하는데 마지막 가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시선을 먼 하늘로 돌렸다. 현직 도 본청에 근무하고 있는 모 서기관이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얼마전 고시출신 수습사무관 30여명이 도청 근무를 시작했는데 선배들이 이들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기울여 주지않아 처량스러웠다”는 이 서기관은 “예전에는 수습 사무관들이 오면 선배들이 최소한 환영파티라도 마련, 공직사회가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후배들은 그 말에 귀 기울이는 풍토가 조성됐었다”고 회고했다. 세번째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는 복도통신이다. “몇달전 모 사무관 장례식을 가보았더니 참으로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며 “만약 지사님과 관련된 분들의 장례였다면 이러했겠는가”라는 자조다. 모 사무관은 “공직사회가 이렇게 변모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와 투명행정이라는 미명하에 ‘서로 이겨야 산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하기 때문”이라며 “공직이 이런 식으로 냉혈사회가 된다면 그 결과는 결국 도민들로 부터 외면받는 처지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모든 공직이 이렇지는 않다고 항변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이런 단면을 갖고 있는 것이 현 경기도청의 공무원 사회다. 부중지어(釜中之魚)라 했다. ‘솥이 달궈지는 지도 모르고 솥안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물고기’를 비유한 이 말이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는 공직사회를 빗댄 것 같아 언뜻 떠오른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의미의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란 말이 있듯이 더이상 공직사회가 이런 행태로 변모된다면 다시는 공직사회에서 정이란 말을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지사가 바뀔때마다 다양한 공무원들의 사기앙양책과 공직분위기 전환책이 나왔지만 모두 외형적인 복지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정작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일하는 분위기’ 조성책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정책 결정권자나 공직에 몸담고 있는 분들에게 ‘사람이 먼저냐, 일이 먼저냐’를 묻는다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사람이 먼저다’고 답할 것이다. 이제부터 사람이 먼저인 공직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 /정일형.정치부장

천자춘추/친절과 행정

‘미인대감’이란다. 미소, 인사, 대화, 감사의 첫 글자만 딴 것으로 항상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목례의 인사를 하며, 대화를 할 때는 ‘잘 알았습니다’등의 완충적인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기억하고 실천하면 친절이 몸에 배게 된다고 얼마 전 외부강사를 모셔다가 친절에 대한 얘기를 듣는 기회에 기억에 남은 말이다. 외국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인사하고 얘기하는 습관을 길러서인지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미소짓거나 문안인사를 예사로 듣게된다. 특히 서비스업 쇼핑센터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고객들에게 ‘오늘 안녕하십니까’를 하루종일 물어대니, 소소한 물건하나 사면서 대답하기가 귀찮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의도적이지 않게 한국사람들은 왜 그리 무뚝뚝하냐는 얘기를 외국에서 살다가 몇 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국제화·세계화 시대에서 점차 변해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 간에 인사하는 예가 늘어가고 있고, 길가에서 몸이 부딪치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예도 늘고 있다. 사회가 이렇게 변해 가는데 행정이 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경인지방노동청장으로 부임하던 날 과거와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노랑색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그 어깨띠에는 ‘친절도우미, 친절히 모시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져 있었다. 1년 전 미국코넬대학 객원연구원으로 떠날 때, 그리고 그 이전에도 변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지 실제 느껴보지는 못했는데, 이제는 행정담당자들도 많이 변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행정기관은 행정업무와 사법업무를 같이 담당하고 있다. 친절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고객의 격려이든 질책이든 교만하지 않게 귀담아 듣고 해결책을 최대한 같이 찾아보는 것이 행정기관이 실천해야 할 친절이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도 이메일을 열어본다. 끝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미소를 짓고 하루를 친절하게 그리고 감사하게 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조정호.경인지방노동청장

독자투고/검문검색중 시민 욕설에 난감

일선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얼마전 절도사건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면서 범인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검문검색을 실시한바 있다. 마침 현장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이 있어 유심히 살펴본바 피해자가 말한 인상착의와 비슷하여 검문검색을 하였다. 순간 그 사람은 격앙된 목소리로 “내가 죄진 사람으로 보이냐? 왜 나만 검문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심한 욕설을 하면서 시비를 걸어 왔다. 물론 범인은 아니었지만 경찰은 피해자가 말한 인상착의와 범행현장 주변을 기웃거리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 등 특히 의심이 있는 자에 대해 검문검색을 실시한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일상생활 주변에서 검문하는 경찰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고 대상자가 된 경험도 있을 것이다. 때론 검문에 잘 응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접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욕설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더욱이 나이어린 의경들에게는 비아냥거리며 비협조적이다.¶경찰의 업무특성상 불심검문은 필수적인 업무의 하나로 항상 시민들과 마찰의 소지가 있어 이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시민들의 거부감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검문을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는 범죄예방 및 검거 등 민생치안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요즘들어 각종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는만큼 전 경찰력을 동원, 범죄예방에 주력할 것이며 그에 따라 검문검색의 강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경찰에서 실시하는 검문검색은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를 예방하여 시민들의 안녕을 위한 검문검색에 많은 협조와 격려가 아쉽다고 생각한다. /이성수·인천중부경찰서 도원파출소

7월 11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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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환경 공약을 지켜라

선거당시 내세웠던 각종 공약은 모두 지켜야 되지만 특히 환경문제는 우선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인천시와 8개구·군 지자체장들이 제시했던 환경분야 공약들이 이행은 커녕 되레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됐음은 심히 유감스러운 노릇이다. 인천녹색연합이 엊그제 발표한 ‘인천시 및 군·구별 단체장의 환경관련 공약 평가와 공약이행 조사 활동 결과’ 를 보면 시민을 무시하는 시책이 한눈에 드러난다. 인천시의 경우는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시정을 펼치고 있다. 녹지공간 조성을 위해 300만그루 나무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학교 및 체육시설 용지로 그린벨트 20만㎡와 녹지 보전지역 19만㎡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 그 중 한 예다. 갯벌 보전은 더욱 공약과 역행하고 있다. ‘갯벌보호 헌장’까지 제정하고 강화도 갯벌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 한다더니 오히려 강화갯벌 일부 지역을 해제하였다. 자연환경보전조례에 따라 지난해 11월 지정한 중구 영종·용유 남단과 옹진군 영흥도 일대의 갯벌은 더욱 훼손이 심하다. 이들 갯벌을 임시생태보전 지역으로 지정한 목적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출입을 제한, 훼손을 막고 어패류를 보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토요일과 일요일에 나들이객 수만명이 갯벌에 들어가 조개류를 마구 캐 오염시키고 있는데도 출입을 막는 시설이라고는 임시생태 보전지역을 알리는 표지판 ‘부위’ 27개가 고작이다. 게다가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1천만평 이상의 갯벌 매립을 추진중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기초 단체장들도 환경의식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환경 문제가 많은데도 선거 당시 제시한 공약수가 2 ~ 3개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거의 인천시가 추진중인 사업을 끼워 넣었다. 특히 일부 단체장은 자신의 임기 중 할 수 없는 미군부대 이전(2008년) 부지에 워터피아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했을 정도다. 인천시장 및 구·군 단체장들은 환경보전정책 뒤편으로 녹지를 훼손하거나 갯벌을 매립하는 이와 같은‘공약 따로, 정책 따로’인 시책으로 시민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시민동의 절차없는 이중적 환경정책을 즉각 중지하고 환경 공약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해 둔다.

국정원의 북 핵 관련 보고를 평가한다

고영구 국정원장의 북 핵 관련 국회 보고는 다음 몇가지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첫째, 북측이 그간 핵 무기 제조를 추진해온 게 사실로 공식 확인됐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70여차례에 걸쳐 실시해온 핵 고폭실험 자체가 핵 무기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1994년 제네바 핵 동결 합의 후 핵무기 제조를 위해 가진 이같은 다수의 반복적 실험은 제네바 합의를 명백히 위배하였다. 제11차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단장 김령성 내각책임참사는 서울 도착 성명에서 “핵 전쟁의 검은 구름이 조선반도(한반도)에 몰려든다”며 예의 민족 공조론을 폈다. 전쟁은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오늘과 같은 한반도의 핵 위기를 가져온 것은 북측의 무모한 그같은 핵 무기 개발에 책임이 있다. 국정원은 또 영변 재처리 시설에서 8천여개의 폐연료봉 중소량을 재처리한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비록 낮은 단계일 것으로는 보이지만 북측이 몇개의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둘째, 김대중 정부가 출범 초에 북의 고폭실험을 알고도 햇볕정책을 써왔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러했기 때문에 햇볕정책이 필요했다고 전 정부에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은 대북송금 등 파격적 지원의 햇볕에도 불구하고 핵 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햇볕정책의 성과는 저들에게 필요한 경협 면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났을 뿐, 북의 전략 기조인 핵 무기 개발에는 조금도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대북 지원에 새로운 검토가 요망되는 시점이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성과에 급급하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론을 피력한 대북 정책의 수정은 매우 타당하다. 대북지원이 북의 변화에 상응하는 함수관계가 유지되어야 만이 진정한 남북관계가 성립된다. 셋째, 국정원의 결단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밝힌 북 핵 일련의 보고 내용은 그간 정부가 은폐한 것이었다. 북 핵 실상을 비교적 소상하게 국민에게 밝힌 것은 획기적 결단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고영구 국정원장 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고영구 원장과 서동만 기조실장은 일부의 의문과 논란 속에 국가 정보기관의 요직을 맡았다. 그같은 우려가 기우에 그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북의 실체적 진실을 알게 된 국가 책임자의 진솔한 자세라고 믿는다.

초등학교 도서관

초등학교엔 도서관이 없다. 도서관이 있어도 책이 없다. 그나마 있는 책도 한글맞춤법 개정 이전의 책이 전체 소장본의 절반을 웃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작한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 대책이 무색하다. 학교도서관 소장도서 중 전집류가 보통 20%, 심하면 60%에 달할 만큼 다양성이 부족하다. 한 종류의 책이 수 십권씩 중복 소장된 경우도 많아 소장가치가 극히 떨어진다. 학교도서관 시설은 더욱 형편없다. 교실 한 칸 이하를 사용하는 경우가 31.5%에 이른다. 그것도 가장 꼭대기층이나 후미진 구석이다. 학생 1인당 장서수 5.5권, 연간 도서구입비는 3천500원에 불과하다. ‘도서관의 엄마’로 일컬어지는 사서 역시 태부족이다. 전국 1만여개 학교에 정식 사서는 153명에 그친다. 계약직 사서가 880명, 대부분 학부모 자원봉사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8월 학교도서관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오는 2007년까지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4대 중점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2003년부터 5년간 매년 600억원씩을 투입해 약 6천개 학교에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는 방침이다. 도서관 시설 확충, 장서 확대, 도서관 활용프로그램 강화, 민간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절실한 요소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선진국에 비해 공공도서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의 여건상 전국적인 학교도서관 네트워크는 이를 보충할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초·중등 1만2천여개, 특히 초등학교 도서관 5천개만이라도 잘 살려 내면 가깝고 친근한 지역도서관이 대거 신설되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최근 학교도서관보다 전자책 산업 육성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종이책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도서관이 우선이다. 당부하건대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도서관 활성화 같은 좋은 일에 전념하라. 교단의 분쟁 얘기는 말만 나와도 식상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정말 한번 해 볼끼가?

‘도저히 기업할 수 없어 떠나왔죠.’ ‘방중 盧 대통령에 脫수도권 기업주들 불만 토로’ 제하의 경인일보 어제 날짜 현지 보도는 통렬했다. 노 대통령이 조어대서 가진 현지 경제인 조찬간담회 석상, 이 자리에서 삼영화학유한공사 회장 이종환씨는 교포 경제인 대표 연설을 통해 기업 내쫓는 수도권 규제 일변도의 정부 시책을 통박한 것으로 전했다. 같은 날, 정부는 지역특화 발전 특구 대상에서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제외시켰다. 지역특화는 일본에선 ‘1촌 1품운동’에 이어 이미 추진된 사업이다. 지역특성을 살려 첨단산업단지, 전통산업 계승, 브랜드 전략화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다만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를 위한 규제완화, 재정 및 세제 지원 등을 하는 것이 골자로 돼있다. 생각해본다. ‘수도권, 수도권’하지만 영남이나 호남이 경기 북부지역보다 못한 건 아니다. 경기북부지역은 충북 도세만 하면서 인구 밀도는 현저히 낮고 지방재정이 비수도권 어느 곳 못지않게 열악하다. 실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수도권이란 이유로 경기북부지역을 지역특화 발전 특구 대상에서 빼버렸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비단 북부 지역에 국한하는 일만은 아니다. 경기도 전역의 전략산업을 이렇게 대접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수차 밝힌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만 해도 그렇다. 이 라인을 증설하지 않으면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의 반도체 업계에 되레 추월 당할 것이라는 문병대 경기도전경련 회장의 경고는 설득력이 높다. 문 회장은 며칠전 경기언론인클럽이 주최한 조찬 특강에서 이같이 설파하였다. 경기도는 국토 면적의 12%를 차지하고 인구는 36%를 차지하며, 전국 제조업 생산의 43%, 생산 점유율은 그 부가가치가 45%에 이른다. 지역경제는 곧 국민경제이고 국민경제는 곧 지역경제다. 잘 나가는 지역경제의 탄력을 애써 소멸하여 국민경제가 잘 될 수는 없다. 또 국민경제가 잘 나가는 지역경제를 저해하여 성장하는 예는 절대로 없다. 수도권의 경제 발전은 바로 국민경제의 발전이다. 이같은 수도권, 즉 경기지역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정부의 이번 경기 지역특화 발전 특구 대상의 제외다. 이에 경기도가 분노하여 자체적으로 지역특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지방정부로서 당연하다. 중앙정부가 뭘 모르고 헷갈리면 지방정부가 들고 나서야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하고 국민, 즉 지역주민을 위하는 길이다. 이 정권에 심히 안타까운 것은 경제논리를 모르지 않을 사람들이 정치논리에 치우쳐 경제논리를 왜곡하고 있는 사실이다. 수도권에서 기업규제 환경에 견디다 못해 중국으로 가 성공한 재중국 기업인의 그같은 신랄한 ‘조어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어차피 그같은 비판은 귀담아 듣지 않는 쇠귀에 경 읽기와 같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수도권 정책을 정치적으로만 왜곡하는 노무현 정권을 정치적으로 응징하는 것 뿐이다. 뭣이 ‘노무현’과 코드가 맞는 신당인 지는 앞으로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국민경제를 해치는 이같은 무리는 경기도 지역의 다음 총선에서 국가차원의 안목으로 본때를 보여야 한다. “당신들은 정치논리가 그리도 좋나? 그럼 정치적 맛이 어떤가 한번 해 볼까!”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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