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단이 곧 국토 분단이다. 우리 지역사회는 이처럼 큰 상처를 안고 있다. 경기도가 개성공단 착공을 계기로 대북 교류사업을 계획하는 것은 이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몇가지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대북 교류사업은 장기계획이다. 또 한반도 정세 변화의 제약이 따른다. 과거에도 비슷한 계획이 있었다. 결국 유야무야한 것은 계획의 담보성과 정세의 제약성을 극복하지 못한데 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북 핵문제는 여전이 풀리지 않은 국제사회의 현안이다.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추진은 해야 하지만 담보성 있는 과제 설정과 남북관계의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타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또 있다. 남북관계는 정부 차원의 관계다. 정부의 대북 방침에서 벗어나는 교류는 있을 수가 없다. 정부 시책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 대북 교류의 내용 또한 신중한 검토가 요한다. 이미 본지가 보도한 농업 및 의료지원, 문화체육 및 관광교류 등 내용에 이유는 있다. 문제는 이의 단계적 체계화에 있다. 교류의 상대를 누구 누구로 하는 가도 중요하다. 이런 과제 설정에 유의해야 할 것은 북측 사회에 대한 이해다. 예컨대 북엔 지방자치단체가 없다. 자매결연을 해도 이를 유념하여야 한다. 대북 교류의 중심지를 가급적 개성시와 개풍군 등지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개성공단과 관련 짓는 이점도 있고 옛 경기도 땅인 점에서 명분 또한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진강 공동관리에 관한 협력 체계가 있길 바란다. 남북 경협에서 수차 논의됐고 심지어는 공동조사 일정까지 잡아 놓고도 무산되곤 한 것이 임진강 공동관리 문제다. 임진강은 북측이 건설한 상류댐으로 인하여 건천과 홍수가 무상해 그 피해가 자심하다. 북측의 임진강 수방과 병행하지 않는 남측 수방대책만으로는 실효를 기할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마땅히 대북교류 사업에 임진강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 경기도의 대북교류 활성화는 북측도 이미 원하고 있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접경지역의 지리적 위치나 한국경제를 선도하는 웅도의 도세로 보아 능히 가능하다. 경기도는 앞으로 대북 교류사업의 기본 방향과 분야별 과제 설정, 추진 방법 등에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가지면서 전문가들 그리고 지역사회의 중지를 폭넓게 모아야 할 것으로 안다.
소래철교는 일제 강점기인 1937년 서해안에서 생산된 소금을 실어 나르기 위해 개통된 수인선(수원~인천구간)협궤열차 교량중 하나다.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여객과 화물을 수송하던 수인선은 경제적 기능이 상실돼 지난 95년말 폐쇄됐다. 수인선이 개통된지 58년만이다. 소래철교는 역사적, 교통사적 측면 등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전쟁때는 많은 피난민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수인선에선 더 이상 협궤열차의 모습도, 기적소리도 들을 수 없지만 소래철교는 지난 8년동안 싱싱한 횟감을 찾기 위해 몰려든 수도권 관광객들에겐 추억의 다리였다. 주말 2만여명의 관광객들이 북새통을 이루며 이 좁은 소래철교를 따라 소래와 월곶을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다.이런 소래철교가 지난 3일 거대한 컨테이너로 막혔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지난달 관광객과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양 지역 시내버스를 각각 연장 운행하기로 합의했었으나 인천시가 소래포구 상인들이 노선연장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첫날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중교통 불편으로 고통받고 있는 월곶신도시 주민들이 시내버스 운행 중단에 맞서 철교 봉쇄로 대응한 것이다. 시내버스 연장운행 합의~파기~소래철교 봉쇄~자치단체간 불신~지역 주민간 갈등~보행권 분쟁(?). 대중교통은 국민들의, 서민들의 발이다. 천재지변이 아니면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도로나 다리는 그 어떤 이유로도 막혀서는 안된다. 이유가 무엇이든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동 희 (제2사회부 시흥) dhlee@kgib.co.kr
한나라당이 국회 사상 처음으로 한국방송공사(KBS) 2002년도 결산 승인안을 부결시킨 것은 크게 두 가지를 생각케 한다. 한 가지는 KBS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질책이다. 긴급시 사용돼야 할 예비비 112억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나눠준 사실이다. 1인당 연간 부가가치 생산액도 경쟁사의 50~60% 수준에 불과했다. 비슷한 사례를 해마다 지적했으나 시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채택한 시정요구서는 예비비의 적절한 사용 등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기록할 것 퇴직급여충당금 및 인건비성 지출의 감소를 통해 재무구조 건전성을 확보할 것 수입 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 합리화 방안을 마련할 것 등 이었다. 하지만 KBS는 국회의 잇따른 시정 조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성경비 지급에 예비비를 사용했다.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도 “지금까지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지적한 KBS의 문제점이 결산안 통과 이후 시정된 적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KBS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다. 국회 문광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결산안을 한나라당이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가장 큰 이유는 감정적이고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는 것이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와 최근의 프로그램 개편 내용 등에 대한 불만때문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특히 대선패배의 원인이 방송에 있다고 보고 지난봄 방송위원 선임 때 언론·시민단체 쪽의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지상파 3사 출신을 고루 내놓은 한나라당 쪽의 방송관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언론노조·한국방송·문화방송 노조, 한국방송 PD협회, 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일제히 성명을 낼만 하다. “한나라당이 방송 길들이기에 나선 가운데 이번 건은 본때 보이기 성격이 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가 요구한 시정사항을 이행치 않은 KBS에도 문제가 있지만 국회의원 수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한나라당의 발상 역시 온당치 못하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이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잊어서는 안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왜 기업에 여성임원이 없습니까? 수원 모 기업은 대기업인데 글쎄 여성임원이 없다지 않습니까? 뭐 특별한 대책 좀 마련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느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받은 전화내용이다. 수원 중부경찰서 정보과에 근무하는 누구라고 자신의 신원을 밝힌 이 경찰관(남성)같은 남성이 있다는 사실이 나의 아침을 벅차게 만들었다. 흔히들 ‘여성부가 왜 필요하냐, 그러면 남성부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여성의 지위가 지금보다 더 올라가면 골치아프다, 이제 평등을 넘어서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는 거나 아느냐 등등’…라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을 아주 자주 만나게 된다. 얼핏보면 참으로 타당성 있는 논리인 듯 싶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여성부가 왜 있어야 하는지, 여성들이 남성들과 평등하다고 왜 느끼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될 듯 싶다. 도내 여성인구는 전체인구의 49.4%로 절반인 셈이다. 그런데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남성이 76.2%인데 비해 여성은 47.0%이며 특히 고급인력인 대졸자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은 남성 77.3%인 반면 여성참가율은 그 절반인 38.7%로 많은 우수한 고급여성인력들이 사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지구촌 한쪽 노르웨이에서는 민간기업의 여성 이사비율을 40%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하였다고 한다. 삶의 모습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과거에 비하여 많이 달라졌다. 특히 그동안 교육의 혜택에서 후순위였던 여성들이 이제 남성들과 같은 비율로 사회적 훈련을 받았으나 그에대한 활용은 아직도 미진하다는 게 통계상 해석이 가능하다. 얼마전 도 출연기관 신입사원 채용시험의 시험감독을 하였을 때의 일이다. 직종이 기술직(건축직)이었는데 전체 25명 응시생 가운데 여성응시생이 9명 그러니까 백분율로 환산하면 36%인 셈이다. 물론 시험결과야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여성이 과거 남성의 영역이라고 하는 기술분야에 이처럼 많은(?) 수가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미 사회는 많이 변화하고 있다. 아니 여성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능력에 있어 여성이 남성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남성과 여성이 근력이라든가 물리적 힘이 같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물리적인 힘은 남성들이 당연히 강하다. 그러나 이제 사회는 과거사회에서처럼 힘을 사용하던 산업구조가 아닌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을 것이며 그래서 21세기의 트랜드를 지식정보화사회라고 한다. 이는 물리적 힘이 아닌 독창적인 아이디어, 감수성 등 여성이 갖고 있는 특성들이 잘 적용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21세기의 지식정보화시대가 요구하는 특성을 갖고있는 여성들이 아직도 주변노동력으로 사회발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음은 개인적인 손실은 물론 사회적인 크나큰 손실임을 다 함께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자리를 나눠갖자는 것이 아닌 함께 하자는 것이 뜻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진정한 평등 사회인 것이다. 얼마 전 청소년들의 양성평등 의식을 확산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실시한 초·중·고생 대상 표어 포스터 공모전의 응모작품 중 어느 초등학생의 비뚤 비뚤하게 그린 듯이 써놓은 ‘함께하면 쉬워져요’라는 포스터 문구가 새롭다. 진정한 평등이 이뤄져서 여성부의 존재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남녀평등의 촉진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7월 1일부터 7월 7일 한주간을 여성주간으로 명명하여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것도 잊고 지나갈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최봉순.道 여성정책과 사무관
중국에서도 인터넷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이 일반에게 인터넷을 개방한 것은 1995년이다. 지난 2001년말 통계를 보면 불과 5~6년만에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3천470만명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전체 인구에 대한 비중은 아직 적지만 숫자로는 우리나라의 1천670만명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때 죽의 장막으로 불렸을 만큼 정보통제가 심했던 중국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정보의 공유와 이동을 가능케 하는 인터넷이 이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변화의 속도에 발맞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도 이제 인터넷을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 중국에서는 외래어를 발음과 의미를 감안하여 한자로 변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인터넷이나 컴퓨터의 용어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즐겨찾기’를 ‘我的最愛’로, ‘해커’를 ‘黑客’ 등으로 변환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용어를 제대로 알아야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비즈니스맨으로 행세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은 모뎀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일반적이나 최근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급속히 보급되고 있어 머지않아 우리나라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는 인터넷카페가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시장도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들은 중국의 온라인 게임시장에 진출하여 최고 동시접속자 수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터넷 확산과 더불어 중국도 예외없이 해킹과 불법복제, 음란물 유통 등 부작용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인터넷 관리법을 제정하고 형법에 컴퓨터 관련 범죄 처벌조항을 새로 추가하고 있다. 중국이 오래지 않아 아시아 최대의 인터넷 시장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는 이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중국시장에 대한 면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우리기업들의 활발한 진출이 필요할 때다. /여성철.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삶의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자연과 여유를 찾는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막상 찾아간 산과 바다 등 피서지의 돌아올 때의 기억은 그리 상쾌하지만은 않은것 같다. 함부로 버려진 담배꽁초, 음식물쓰레기 등의 오물들, 바가지요금, 자릿세징수 등등. 작년 월드컵땐 수만의 인파가 모였던 자리에도 쓰레기 등이 없었고 질서 또한 수준급이었다고 한다. 양심적인 사람들만 축구를 좋아하고 대한민국을 응원한 것 만은 분명히 아닐텐데 말이다. 일상생활 주변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공공질서 위반 및 경미한 도덕률에 위배되는 범법행위에 대한 제재를 경범죄처벌법으로 의미하고 있다. 무심코 버려진 쓰레기들이 모이는 수위가, 그리고 양심의 무가치지수가 높아진다면 가벼움을 의미하는 경범의 ‘경’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 아닐까? 개인 스스로가 자성하고 기초질서를 지키며 우리가 자연을 아끼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때 사회 전체가 맑고 깨끗해지지 않을까 한다. 나 하나쯤이란 생각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는 양심의 수위를 높여야 환경 4강 아니 친환경 우승국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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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수수료 장사’에만 급급하고 있어 고객들의 원성이 높다. 7월중 똑 같은 수준으로 각종 수수료를 올려 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소액송금 수수료를 지방은행에 비해 최고 3배까지 받고 있어 주먹구구식 측면도 있다. 시중은행들이 수익부진을 자체 구조조정이나 영업비 절감 등의 자구노력으로 해결하지 않고, 인건비 등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 대폭 인상 등을 통해 고객들의 호주머니에서 메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은행연합회의 금리·수수료 공시사이트(www.kfb.or.kr)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10만원 이하의 송금 때 수수료를 지방은행에 비해 최고 3배까지 더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10만원을 은행 영업시간 이후 자동화기기(CD·ATM)로 다른 은행으로 보낼 경우 수수료가 부산은행은 600원이지만 신한·한미·외환·조흥은행은 1천800원으로 3배나 된다. 영업시간 중에 자동화 기기로 송금할 경우 수수료도 은행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은행창구 이용때 수수료는 경남·광주 은행 등이 1천원이지만 조흥은행은 3천원으로 3배 차이가 난다. 국민·기업·신한·외환·우리·제일·하나·한미은행도 2천원으로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은행간 예·적금 금리차도 최고 연 1.2%에 이른다.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3.2∼연4.4%의 차이를 보였고 6개월 정기적금 금리 차는 최저 연3.7∼최고 연4.4%이다. 더구나 시중은행들은 지난 4∼5월 연이어 창구 및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인상한 데 이어 7월 들어 또 일제히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7월 중순부터 자행 고객이 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때 내는 수수료를 종전의 7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제일·하나·신한·외환은행 등도 7월중으로 국민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수수료를 올릴 방침이어서 은행간 담합의혹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은행들이 전통적인 예대금리 차이를 통한 수익보다는 올 들어 두번이나 각종 수수료를 인상하여 수익기반을 넓히는 것은 잘못된 경영방침이다.
이제 그런 말들을 안하면 좋겠다. 이성이 아닌 감성에 치우친 언사는 듣기에도 거북하다.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노동권 유린, 노동계 탄압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이성적 대처라고 할 수 없다. 집단행위로 저지른 불법에 귀납되는 응징을 노동권 유린이니, 노동계 탄압이니 한다고 해서 그렇게 곧이 곧대로 들을 민중은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근래엔 두 노총이 강성 경쟁 양상으로 치달은 감마저 없지 않았다. 상급 노조의 그같은 무모한 영웅심리가 일선 노조와 조합원들을 얼마나 희생시키고 또 피곤하게 했는가 하고, 한편 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사회생활 중 개인 간에도 불법으로 피해를 끼치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진다. 하물며 거대한 조직과 힘을 지닌 노동계의 불법행위엔 더 말할 게 없다. 국가사회와 기업에 법 절차을 일탈한 치명적 손상을 입히고도 부득이하다고 보는 독선적 사고는 심히 더 이상 용납하기가 어렵다. 노동계 지도부가 흔히 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키기가 어렵다고들 말하는 것은 강변이다. 노동관련 법규가 국제수준인 것은 객관적 정평이다. 국가 정책에 물리적으로 항거하고 기업 자본에 직접적으로 간여하러 드는 노동운동의 궤도 이탈, 노동혁명이 아니라면 법질서를 지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노조활동이 또 민생경제 위협에 대해 인내성의 한계를 넘어서면 공연한 집단이익으로 변질된다. 그렇다고 노조의 무력화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본의 오만에 부단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건강한 노조활동, 건실한 노동운동으로 근로자의 권익이 신장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떼를 쓰기보다는 매섭게 따져가며, 법질서를 지키는 것이 진정 힘있는 노조활동이고 노동운동이라고 믿는다. 노동법률문화가 서릿발처럼 살아있는 마당에 노동운동의 상투적 전투 태세가 과연 이 시대에 맞는가도 고려해 봐야 한다. ‘쟁취’의 용어 같은 살벌한 연출보다 ‘협상’의 개념으로 강인함과 유연성을 살리는 시대적 전환을 촉구한다. 아무튼 신 노사문화 정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영·미식이냐 유럽식이냐 하는 것은 더 두고 논의돼야 하겠지만, 이제 ‘한국식’은 어떻게든 탈피해야 하는 것만은 부인될 수 없다. 양대 노총의 용기있는 도덕적 각성을 기대한다.
그는 밤 무대의 악사다. 오르가니스트다. 전자오르간이나 연주하면 그만이라 할지 모르지만 보통 악사가 아니다. 박사다. 그것도 노동운동이 전공분야에 속하는 그런 박사다. ‘박사악사’의 눈엔 그들의 외침이 공허하게만 들렸다. 무슨 연금 승계 등을 요구하며 가지각색의 깃발에 적힌 갖가지 구호, 목이 터져라 하고 핏대를 돋우는 모습들이 도시 이상하게만 보였다. 법 절차도 없고 명분도 없이 제멋대로 사회공익을 유린하는 이기적 패거리 작당으로 밖에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의 발걸음은 그날 따라 더 무거웠다. 아내를 대할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피땀 어린 내조로 명문 대학에서 학문 최고의 학위를 따고도 사회적 정착을 못하는 방황이 아내에게 부끄럽기도 했다. 시간강사다. 그런 자신을 보따리 장사꾼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K대학, S여대, P대학, D대학 등 네군데에 강의를 나간다. 그래봐야 모두 합쳐 200만원을 받는다. 그중 세군데는 지방 캠퍼스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충당하는 승용차 휘발유 값을 제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것도 없다. ‘교수초빙’ 광고를 보고 원서도 내보았다. 아니다. 채용 기준은 학문적 실력이나 소양이 아니고 돈이었다. 그것도 최저가격 1억원을 시작으로 하여 입찰을 붙이는 것이었다. ‘초빙’이 아닌 ‘교수직 경매입찰’을 포기하곤 했다. 자치단체 같은데서 특정직을 공모하는 걸 보고 응모도 해보았다. 역시 아니다. 발령자를 미리 내정해둔 허울 뿐인 공모는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었다. 그의 알찬 이력의 적성, 발군의 실력, 이런 객관적 잣대도 정실 채용 앞에서는 무력하였다. 그래서 부업 아닌 부업으로 시작한 것이 밤 무대의 악사다. 학생시절 부터 악기엔 소질이 있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음악학원에서 어렵지 않게 솜씨를 익힐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전자오르가니스트로 밤이면 예술가 타입의 가발을 쓰고 무대에 섰다. 그건 우연이었다. ‘박사’의 ‘악사’데뷔는 우연이었으나 알고 보면 그만이 아니다. 부업을 귀띔해준 것은 역시 같은 시간강사였다. 그를 딱하게 보다 못한 동료가 자기도 악사 부업을 한다면서 일깨워 주어 막상 시작하고 보니 ‘시간강사 악사’가 한 둘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다만 서로간에 체면이 있고 해서 굳이 밝히지 않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어렵게 됐다. 불경기의 장기화로 미사리 카페촌 같은데도 찬바람이 불어 문 닫는 업소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부업 업소 역시 휴업하게 되어 악사 자리마저 실직한 그의 귀가길 걸음이 무거워 진 것이다. 악사 소득이 네군데 대학의 시간강사 강의료보다 많았던 터라 여간 큰 타격이 아닌 것이다. 물론 아내에겐 처음 음악학원에 다닐적 부터 철저한 비밀이었다. 박사 학위까지 따게 해놓으니까 부업이든 무엇이든 간에 기껏 밤무대 악사냐 하는 실망을 아내에게 차마 끼쳐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름방학엔 시간강사 강의가 없으므로 쥐꼬리 만한 강의료도 그나마 없게된다. 시간강사가 주업일 수 있을는 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주업·부업을 다 잃은 ‘박사악사’의 시간강사 마음은 착잡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차라리 길거리에서 노운동이랍시고 되지도 않은 말로 악다구니를 벌이는 그 사람들의 직장, 그 자리가 정말 부러웠다면서 소주 잔을 단 숨에 들이켰다. 희극인가? 웃겨도 너무 웃긴다. 비극인가? 비참해도 너무 잔인하다. 도대체가 열심히 살려고 해도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런 한쪽에서는 자기네 직장을 엽기적으로 헐뜯고 매도한다. 세상을 좀 더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임양은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