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이상의 개념적 과제는 없다. 나라가 없고서는 그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방위는 일차적으로 국군의 소임이지만,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의 전방위 태세는 현대전의 특징이다. 이의 법률적 의무는 물론이고 도의적 의무도 역시 국민된 의무다. 한국방송공사(KBS)는 여느 상업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이므로 국민은 시청료를 낸다. 이같은 KBS가 ‘국군방송’ 프로그램 폐지 방침을 상당한 사회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도록 철회하지 않아 물의를 빚는 것은 유감이다. ‘국군방송’은 KBS의 연륜과 함께 해온 전통적 공익 프로그램이다. 공영방송이 앞장서 더욱 충실해야 할 국토방위 일환의 기획물이다. 정연주 KBS 사장이 취임하면서 ‘국군방송’의 폐지설이 나온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정 사장 3부자가 군에 가지 않은 일을 두고 새삼 뭐라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심히 민망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국군방송’에 대한 인식이 결여됐다는 사회 저변의 비난을 사는 것이 KBS를 위해 불행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선 그보다 ‘국군방송’ 폐지와 관련이 없을 수 없는 정 사장의 입장을 안보관에 초점을 두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예의 이념 논쟁으로 반박해 몰아 붙일지 모르지만 핵심의 논거는 그같은 대상이 아니다. ‘국군방송’은 이미 나라를 지키다가 순국한 수만 전몰 장병에 대한 상징적 의미와 함께 현재 복무하는 국군 장병, 일반 국민들에게 나라의 정체성을 시사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라안 공영방송의 최고 책임자로 영화를 누리는 그가 정체성을 시인한다면 ‘국군방송’을 감히 시대착오적 프로그램으로 매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국가 안보에 시대가 있는 건 아니나 지금의 시기를 어떻게 보고 그러는 것인지 의문이다. 만약 폐지를 끝내 고집한다면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 등도 불사할 것이라는 재향군인회 등의 사회적 거센 반발이 확산될 것이다. KBS 사장은 KBS가 사장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방송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이 정부가 말하는 개혁적 의식이다.
서울시가 추모공원 납골당의 확보가 어렵자 경기도와 사전 협의 없이 파주시 용미리로 옮겨 조성키로 한 것은 경기도를 얕잡아 보는 것이어서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이 주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는 답답한 사정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기도 관내에 그것도 일절 협의도 없이 추모공원을 조성한다면 당국은 물론 경기도 주민이 가만히 있겠는가. 게다가 경기도가 유치하려고 심혈을 기울이는 국립의료원을 서울시가 가로 채려는 것은 더욱 황당하다. 추모공원은 파주에다 짓고 그 자리에 국립의료원을 이전하려고 하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인 것이다. 국립의료원 유치는 용인시 기흥읍 주민 500여명으로 이뤄진 ‘기흥사랑모임’이 벌써 오래 전부터 의료 소외지역인 수지 등 용인서북부지역 주민들을 위해 추진해온 역점 사업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국립의료원 이전을 위해 자치단체에 유치희망 여부를 파악하는 공문을 보냈을 때 인구 55만명에 대형종합병원 하나 없는 용인시가 기흥읍 상갈리 등 3곳을 유치 희망지로 선정한 뒤 현황도까지 제출하고 도로 등의 부대시설을 약속하는 등 유치에 나선 상태다. 지금 기흥 주민들은 막개발지역으로 중환자가 발생하면 30 ~ 40km 떨어진 분당과 수원으로 가는 다급한 실정이어서 국립의료원 유치는 절대적인 당면 사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유명 종합병원이 다 모여있는 서울 강남 서초지역에 추모공원을 반대하는 민원을 이유로 국립의료원을 그곳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에 있는 서울시립묘지내에 6천700여평 규모로 화장 유골을 뿌리는 서울시의 ‘추억의 동산’ 추진을 우리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음은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정당한 환경보전권 차원이다. 서울시가 추모공원은 경기도로 떠넘기고 경기도가 추진하는 병원 등의 의료시설을 빼앗으려는 건 전형적인 행정이기주의다. 서울시의 각성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도 당국과 파주시·용인시는 적극적인 대응책 수립이 있기 바란다.
후한(後漢) 영제(AD 168-189년)때 매관매직이 성행하였다. 이 무렵 최열(崔烈)이란 금만가가 500만금으로 대신의 반열인 사도(司徒)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사람들은 동취(銅臭·돈냄새)가 난다며 그를 경원하였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전하는 얘기다. “돈에 꼬리표가 붙었느냐?”고들 흔히 말하지만 아닌 게 아니라 꼬리표 붙은 돈도 있는 것 같다. 권 아무개 전 주택공사 사장이 꼬리표 붙은 돈으로 구속됐고, Y대학과 몇몇 정치인들이 꼬리표 붙은 돈 때문에 골머릴 앓는 것 같다. 굿모닝 시티 대표인 윤창열씨 하면, 오피스텔인가 주상 복합건물인가를 사기 분양한 사건의 장본인으로 유명하다. 이미 3천476억원을 입금한 피해자들이 3천여명에 이른다. 그중에는 ‘살아보겠다’고 피땀 모아 저축한 돈도 적잖다. 윤씨는 이런 돈으로 권 아무개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Y대학에 5억원을 기부하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으로 적잖은 돈을 선심 썼다. 제 돈이 아니라고 여기 저기에 생색 내가며 뿌린 돈은 이밖에도 많을 것 같다. 거액의 비자금도 조성했다. 봉이 김선달을 연상케 하지만 김선달은 어려운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도왔다. 일제 때 평양서 어느 큰 도둑이 경찰에 쫓기게 되자 택시를 타고 달리며 훔친 거금을 길거리에 다 뿌리고 잡힌 일이 있지만 그 도둑은 친일파 집을 털었었다. 굿모닝 시티 피해자들이 윤씨가 여기 저기에 기부한 돈은 장물이므로 피해 변상금으로 돌려 줄 것을 제기해 문제가 됐다. 법률적 검토는 당국이 판단하겠지만 사실적 판단에 비추어 ‘장물’이란 주장엔 상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비록 뒤늦게 밝혀지긴 했으나 무고한 시민을 못살게 만든 돈 가운데서 학교 기부금으로 받아 쓰고, 정치인이 후원금으로 받아 썼다고 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다. 기부금이나 후원금도 돈 냄새를 잘 살펴 꼬리표가 붙은 돈인지 아닌지를 헤아려야 할 세태가 됐다. /임양은 주필
지난 날 우리 어머니들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항아리에 부어 넣기 전에 항아리를 먼저 깨끗하게 씻으셨다. 깨끗한 물이라도 며칠 고여 있으면 미세한 점토 같은 물질이 바닥으로 가라 앉기 때문이다. 따라서 팔당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밑바닥에 쌓여있는 유해퇴적물의 제거는 필수사항이다. 팔당호는 무엇인가. 인공적으로 만든 엄청나게 큰 항아리, 또는 납작한 그릇과 같은 것이다. 물의 일부분은 댐을 통하여 하류로 방류한다. 댐은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막은 것이다. 그러므로 팔당 바닥에 쌓인 퇴적물질은 홍수와 같은 자연적인 힘에 의하여 청소되지 못한다. 당연히 일반 하천보다 훨씬 빨리 퇴적작용이 일어나 밑바닥에 쌓인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식수 항아리 같으면 밑바닥에 무엇이 쌓여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 볼 수가 있겠지만, 팔당호는 대단히 넓은 호수라는데 있다. 즉 이 큰 호수의 바닥에서 유해퇴적물이 쌓여 있다면 도대체 어디에 어떤 형태로 얼마나 많은 양(두께)이 존재하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 환경관련 연구기관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팔당퇴적물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넓은 팔당호의 극히 작은 부분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진정으로 호수바닥의 유해퇴적물 분포를 과학적인 기법으로 샅샅이 조사된 일은 없다. 즉 그동안의 연구조사는 일종의 예비 조사연구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병이 들었다’ 는 것은 알았는데 ‘내 몸의 어느 기관에 어떻게 어느 정도 병이 들었는지 아직 모른다’는 것과 같다. 최근 또다시 팔당호의 퇴적물 제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옳은 말이다. 하나 팔당호 전반에 걸쳐 유해퇴적물의 분포와 그 두께와 그 양을 파악하기 위한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호수의 퇴적물 제거는 대수술을 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몸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수술을 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정밀진단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더욱이 여기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일은 호수의 유해퇴적물은 자연계의 장구한 지질시대를 통하여 형성된 원래의 퇴적물과 구분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퇴적물, 즉 모래층이나 자갈층과 같은 것들은 생태계의 건강을 위하여 절대적으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보물이다. 혹시, 어떤 기관에서 유해퇴적물 제거를 빙자하여 생태계의 보물인 모래와 자갈을 채취할 흑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므로 팔당호의 유해퇴적물 제거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팔당호의 바닥을 지구물리학적 지질광상학적 기법을 응용하여 샅샅이 조사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연계에서 형성된 원래의 퇴적물과 산업체로부터 발생되어 유입된 유해퇴적물을 구분하고, 유해퇴적물의 입체적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 정밀 진단·조사가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유해퇴적물 제거에 대한 해법을 얻을 수 있다. 즉 자갈과 모래는 깨끗이 닦아서 제 자리에 두고, 유해물질은 제거하는 이원화된 접근방식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김동렬.(주)바투환경 회장
얼마전 서른살된 아들의 결혼식을 치렀다. 그동안 많은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우리나라 결혼문화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겨왔지만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는 못했었다. 막상 내게 닥치고보니 하나 하나 점검해보면서 불합리한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님을 알게되었다. 일생에 한번 있는 신성한 결혼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체면문화와 상업주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예식은 장성한 남녀가 부모를 떠나 독립하여 한 몸을 이루게됨을 일가친척 친지들 앞에서 선포하는 선언적인 의미를 담고있어야 하는데 신랑신부 입장부터 마음에 걸렸다. 신부가 아버지에게 이끌려 들어온다. 그리고는 혼자 씩씩하게 걸어나가서 기다리고 있는 신랑에게 넘겨진다.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의미라면 신랑도 부모와 함께 입장해야 할 것 같다. 폐백은 또 어떤가. 양가 친척들만 모인 자리라면 신랑신부가족 모두 폐백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요즘 결혼식엔 가족외에 하객들이 더 많다. 그렇다면 신랑신부가 함께하여 축하하며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피로연이 되기위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신랑쪽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결혼식은 신부의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뜻과 의미는 사라지고 보이기 위해, 과시하기 위해, 무엇보다 딸이 사랑받게 하기위해 분수에 지나친 예단을 남에게 뒤질세라 하게된다. 친척들이 한마을에 살지도 않고 더구나 분가해서 사는 핵가족시대에 이바지는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호주제 폐지’가 코앞에 와있는 이때 신부가 신랑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결혼이라는 전통적인 사고를 점검해보아야하지 않을까? 결혼식에서 부터 남녀평등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면 양성평등은 구호에만 그치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오래전에 예견했던 21세기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YWCA에서는 앞으로 3년간 ‘여성이 만드는 건강한 세상’을 주제로 운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건강한 생활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양성평등한 50/50사회가 되어야한다. 다행히 겸손한 사돈댁을 만나서 아들결혼식엔 우리의 생각이 잘 받아들였지만 올 가을에 결혼하겠다는 딸에게는 어떻게 적용될지 자신이 없다. 특별히 여성주간을 맞이하여 양성평등은 한 가정이 탄생되는 결혼식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유은옥.수원 YWCA회장
이제 무더위가 시작되는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 들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누구나 물을 가까이 하게 되고 더구나 해마다 6~7월이 되면 장마철까지 겹치게 되어 여름철 우리의 생활은 물과 습기와 불가분의 관계가 된다. 그런데 이 물과 습기는 특히 전기 사용에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생명까지 위협을 주는 요인이 되기때문이다. 물묻은 손으로 전기 기계 기구를 만지다가 찌릇찌릇 쇼크를 받는다든지 또는 장마철 집중 호우시 많은 비로 인해 집안, 특히 지하실 등이 침수 되었을때 물을 퍼 내려다 전기설비를 잘못만져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물묻은 손으로 세탁기나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의 전선을 콘센트에 끼운다든가 작동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극히 위험하다. 전기는 건조한 곳보다 물기가 있을때 30~40배나 더 큰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손에 물기를 깨끗이 닦고 전기제품을 작동 시키는 것이 재해를 막는 길이다. 아울러 사용이 빈번한 전기, 기계 기구 등의 연결부분의 이음점 등을 항상 살펴 전선 피복이 낡아 위험한지 여부도 점검하여 이상이 있을 때는 즉시 개·보수나 교체해야 한다. 장마철 집중호우 등으로 집안이 침수되었을 경우에는 전기 콘센트나 기타 냉장고 등의 모터부분을 통하여 고인물에 전류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르므로 접근하지 말고 배전반의 전원 스위치를 끈다음 물을 퍼 내든가 기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전기안전 대책은 어디까지나 여름철 비상시 응급 방법이므로 장마철이 오기전에 미리미리 배전반에 부착된 누전차단기를 시험 작동해 보는 한편 전기시설에 이상이 있거나 의문사항이 있을때는 국번없이 1588-7500으로 문의하여 전기안전공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생활의 지혜가 될 것이다. /박형기·한국전기안전공사 구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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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나라당 국회의원 5명이 공식적으로 탈당 선언을 하였다. 한나라당 내에서 진보성향의 의원이고 원내활동도 비교적 우수하게 평가받고 있는 의원들로서, 탈지역·국민통합·정치개혁을 내세우면서 앞으로 다른 정치세력들과 연대하여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오는 8월말까지 원내에 별도 교섭단체를 구성하여 정기국회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어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그 동안 각 지역의 정치권 외곽 개혁세력인 개혁신당추진연대회의가 창립대회를 개최하여 본격적인 신당추진을 위한 연대를 제안하였다. 이 회의에는 민주당 신당파 일부 인사들이 참석하여 민주당 신당 추진 세력과의 연대를 사실상 공식화하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 탈당의원들과도 상당한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민주당은 신당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사실상 분당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당 구주류측이 민주당 간판을 지키기 위하여 전당대회 소집까지 준비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호흡을 같이 하고 있는 신당추진 인사들은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창당준비위를 구성해 새로운 정치세력들을 결합할 계획이므로 다소 시일은 걸리겠지만 민주당 신주류 중심의 신당이 창당될 것이다. 이외에도 정치권은 국민개혁신당 등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하여 새로운 정치판을 짜기 위한 복잡한 과정에 들어서고 있다. 모두 다 한결같이 지역구도 타파, 정치개혁, 국민통합, 이념정당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내세우는 명분은 모두 그럴듯 하고 또한 시대적 상황에 따른 변화로 인식되지만 국민들이 보는 시각은 결코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벌써 반년이 넘었는데도 정치권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집권당의 신당논의 이후, 정치권은 연일 신당 타령만 일삼고 있다. 때문에 경제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기업들은 투자의욕을 잃고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정치인들만의 정치놀음만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이런저런 신당 논의가 과연 누구를 위한 신당 창당인지 헷갈리고 있다. 정치권은 이제 빨리 신당논의를 매듭짓고 국민을 위한 본연의 정치를 해주길 엄중히 요망한다.
가장 평등하다고 보는 것이 실은 가장 불평등하다. 반대로 가장 불평등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가장 평등하다. 논리 전개상 원용한 역설법적 어법에서 보면 전자는 기회, 후자는 능력 중심의 사유다. 김포시의 명문고 육성 차등 지원에 반발한 전교조측 철회요구는 전자 위주의 인식이다. 반대로 김포시의 타당성 피력은 후자 위주의 인식이다. 명문고 거부의 발단은 다 같이 무명화 하자는 것으로 귀납된다. 이것이 교육 가치의 지표일 수는 없다. ‘시장경제식 경쟁 논리로 조장한 학교 서열화는 비교육적’이라는 주장은 모순이다. 국가사회, 국제사회는 어차피 냉정한 시장경제식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의 인재를 키우는 학교 또한 학교 서열화가 곧 능력 중심의 평등이라는 패러독스는 이래서 성립된다. 기회가 박탈되지 않은 능력에 의한 평등이 진정한 평등이며,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야 말로 불평등의 실체다. 대학 입시경쟁이 치열한 마당에 하향 평준에 치우쳐 공부 잘하고, 또 잘 하고자 하는 학생의 노력과 재능 육성을 평등이란 어거지 틀로 배제하는 것은 국가사회의 미래 발전을 위해 불행하다. 김포시의 명문고 육성 저해는 하나의 사례다. 특수 목적고나 사립고 설립을 대개는 불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저해하는 것 역시 재고되어야 할 현안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가 바쁘게, 아니 졸업 직전부터 벌써 경쟁사회를 헤쳐나가야 할 고등학생들에게 평등을 내세워 경쟁의 면역을 잠재우는 것이 과연 참 교육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기성사회 일각에서 학생이 학생의 본분인 공부하는 것을 애처롭게 보는 잘 못된 감상은 참으로 걱정된다. 학생이 더러 밤 잠을 덜자고, 심하면 코피도 흘려가며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입시위주에 치우쳐 전인교육이 지장받는 게 문제이긴 하나, 어떻든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학생의 도리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못하는 학생도 있고, 공부 못하는 학생이 반드시 사회의 열등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부 잘하는 것을 돕는 차등 지원을 평등에 위배된다며 반발하는 것은 불평등 조장의 처사다. 김포시와 김포시교육발전협의회는 명문대학 진학률에 따라 예산을 차등 지원하는 지역 교육발전을 위한 명문고 육성에 일관된 노력이 있길 바란다.
민선 3기 손학규 호가 출범한지 어느 덧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손 지사는 오랜 의정활동으로 행정력이 뒤떨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취임초부터 월례조회 및 실 국장회의 등을 통해 공무원의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도내 공무원들은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과 자율을 어느 정도 보장받으며 행정을 수행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도내 공직사회가 너무 이완됐다”는 자탄의 목소리가 복도통신(?)과 휴게실 등 청내 곳곳에서 들여온다. 그 중 하나가 도의회에 제출한 집행부의 예산액과 결산액 불일치로 인한 의회와의 갈등 초래다. 지난 1일 집행부가 도의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한 지난해 결산안이 일부 사업의 이중 계상 등으로 예산서와 총액에서 18억원가량 차이가 난 것이다. 이를 놓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예산액과 결산액이 어떻게 틀릴 수 있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관련부서인 예산담당관실과 회계과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까지 보여 동료 직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샀다. 예산편성과정에서 개발기금을 일반회계에 계상한 것은 예산담당관실의 잘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집행후 결산과정에서 이중계상된 금액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채 도의회에 승인을 요구한 회계과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와관련 일부 직원들은 “예산 및 결산업무가 예전처럼 수작업으로 이뤄졌다면 이런 실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 징계는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도의회에 대한 집행부의 사과로 결산안이 심의 보류되는 사상초유의 사태는 막았지만 역시 뒷맛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도의회 곳곳에서도 집행부의 행정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자율적 분위기는 어느덧 자신의 일처리에만 신경쓰고 실·국간 업무 협조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관심으로 일관해 업무 추진력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행정업무 가중도가 이젠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라는 위로의 말도 나오긴 했지만 이번 도의 실수를 완전하게 희석시키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은 도민의 혈세로 움직이는 공복이다. 따라서 업무 누적으로 인해 실수는 할 수 있다 손 치더라도 실수에 대한 책임회피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것은 공무원이 처음 공직에 몸담을 때 선서했던 봉사의 각오와 자세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거듭나는 경기도청 공무원들을 기대해 본다. /김 창 학 정치부 차장 chkim@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