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및 주택총량제’ 해볼만 하다

경기도가 중앙에 추진하는 ‘택지 및 주택총량제’는 능히 긍정적 검토가 가능하다. 지방의 사정은 누구보다 자치단체가 잘 안다. 이러 함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주택공급은 중앙이 일방적으로 자행해 왔다. 그 결과 난개발이 자심한 현상을 초래했다. 용인의 난개발은 대표적인 사례일 뿐 도내 일원의 대규모 택지조성 및 주택공급이 대개는 교통·환경 등 도시문제 분야에 심각한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택지 및 주택총량제’ 실시다. 이는 건교부가 연간 총량을 배정하는 가운데 광역단체가 자체적으로 물량을 조정하므로, 중앙정부의 국토이용 계획과 지방정부의 조절개발 기능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방분권 차원에서도 검토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중앙이 자치단체의 자체개발 능력을 우려하는 것은 심히 당치않다. 그보다는 주공과 토공의 역할 감소를 우려하는 면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은 있다. 그러나 주공이나 토공도 사업현장을 이젠 수도권 편중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간 주공과 토공이 수도권에 편중한 것은 높은 사업 수익성 때문이다. 하지만 비수도권으로 눈을 돌리는 더 큰 안목을 가져야할 때가 됐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는 또 중앙부처와 광역단체간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와 주민, 국가사회와 국민의 편익이 뭣인가를 헤아리는 것이 판단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건교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있기 바란다.

수도권 규제풀기, 이번엔 틀림없길…

정부의 수도권 규제풀기 말이 나온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러면서도 규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이유가 물론 크다. 그래서인지 이 부처에서 추진하면 저 부처에서 틀고, 저 부처에서 추진하면 또 이 부처에서 틀기가 일쑤다. 모처럼 부처협의가 이뤄진 듯 하면 또 청와대가 반대하기도 한다. 정부가 현안의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증설 허용 방침을 오는 8월초 관련 법규 개정 추진과 함께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만시지탄이긴 하나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은 올 하반기에 3조5천억원을 투자하는 등 2010년까지 무려 75조원의 투자 계획이 세워져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속적 수출 점유를 위해서도 시급하고, 심각한 국내 경기침체 타개를 위한 투자 촉진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문제는 정부의 허용방침이란 것이 미덥지 못한데 있다. 이번 역시 말로만 규제를 푸는데 그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가 어렵다. 그러나 더 이상 탁상공론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삼성전자의 공장 증설이 더 미뤄지면 세계 시장에서 현재의 우위를 지키기 어렵다’고 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정치권은 겸허하게 수용하여야 한다. 비수도권의 지역이기를 내세워 더 이상 나라이익을 자해하는 것은 그야말로 용납될 수 없는 훼방논리다.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증설을 시작으로, 기업들이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대폭 풀어 완화해야 한다. 늦으면 늦을 수록이 국익의 치명적 손상을 가져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만은 틀림이 없는 정부의 확고한 소신과 시급한 추진이 있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청와대는 '특진 해방구'

어느 기구의 편제를 늘리거나 직급을 올리려면 총무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재정경제기획원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총무처는 국가 기구 총괄 부처이고 재정경제기획원은 예산 조치가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총무처 기능을 행정자치부가 맡고 재정경제부가 전 재정경제기획원 업무를 맡고 있다. 기이한 것은 청와대는 이같은 제약에서 자유로워 보인다는 점이다. 기구 하나 늘리고 직급 하나 올리려면 이리 저리 걸리는 데가 많은 여느 부처나 기관과는 달리 청와대는 제멋대로 늘리고 입맛대로 올리는 것 같다. 전 정권에서 일어난 굿모닝시티 부정의 청와대 경찰 막후 장본인인 박 아무개 경감이 누구의 실세 덕에 초고속 승진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 정권 또한 무더기 승진의 산실이 청와대인 듯 싶다.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권력의 최고 기관으로 여긴다면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 됐다. 청와대는 최근 대변인과 민정2비서관·법무비서관을 2급에서 1급으로, 제도개선2비서관은 3급에서 2급으로, 이밖에 정무수석실과 정책조정비서관실 행정관 4명을 4급에서 3급으로 올렸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경력 산입이 안됐다거나 정원 조정상 직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관료사회의 눈총받기가 딱 십상이다. 공무원이 급수 하나 올라 가려면 4년 걸려도 어림없는 마당에 불과 임용 4개월만에 무더기로 승진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역시 청와대 밖에 없어 보인다. 직급보다 직능 중심의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못난 아제비 항렬만 높다’는 식으로 직급만 올린다고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기관보다 승진 인사에 교본적 모범을 보여야 할 청와대가 먼저 이처럼 방만해서는 인사 기강이 바로 서기 어렵다. 이래서 ‘청와대는 특진 해방구’란 소릴 듣는 것 같다. 공직개혁은 인사 난맥상의 시정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청와대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임양은 주필

월요칼럼/한국을 절망의 땅이라고 한다

찬드라 구롱은 네팔 여인이다.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한다. 어느 날 밥을 사먹고 밥값을 내려고 보니까 주머니에 있던 돈이 없어졌다. 식당 주인은 밥값 몇천원을 못받았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행색이 초라한 찬드라를 행려병자 수용소를 거쳐 정신병원에 넣어 버렸다. “미치지 않았다” “집에 가게 해달라”는 그녀의 말은 통하지 않았다. 정신병자의 헛소리라며 가둬둔 채 약만 강제로 먹였다. 그렇게 6년4개월이 지나서야 찬드라는 정신병원을 벗어나 고국으로 돌아갔다. ‘부천외국인 노동자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이란주씨가 펴낸 책 ‘말해요, 찬드라’에 나오는 처절한 이야기다. 소위 3D 업종이라 해서 한국의 근로자들이 힘들고 어려운 직종에 취업하는 것을 꺼리게 되자 이에 대한 수요를 타고 스리랑카·네팔·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빈곤한 아시아 국가 젊은이들이 대거 한국땅으로 몰려왔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신분이 태반인 이들 대다수는 불안한 신분을 빌미로 임금을 떼먹는 악덕 사업주에게 시달림을 당한다.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병들고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 부당한 노동조건, 일상화된 폭력과 차별, 불완전한 결혼, 그리고 자녀문제는 외국인노동자들을 늘 괴롭힌다. ‘코리안 드림’ 하나 안고, 땅 팔고 빚 내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노동자들을 한국은 인간으로 취급해 주지 않는다. 이런 경우도 있다. 휴식시간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인 사장이 리폰을 불렀다. 리폰은 바로 가려다가 기름이 묻어 있는 장갑을 벗어 놓고 가려고 조금 주춤거렸다. 그 잠깐동안 부르르 화가 난 사장이 달려 들어 주먹질 발길질을 쏟아 놓았다. 한국인 직원들도 사장과 합세하였다. 리폰은 너무 맞아서 허리를 다쳤다. 잠시만 쉬게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한국인들은 목덜미를 질질 끌고가 일을 시켰다. 참담한 현장은 한국 도처에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업 중 잘린 손목이나 잃은 목숨은 인간의 그것으로 대접 받지 못했다. 필리핀 여성 테레사는 자동차 회사에 다닌다는 한국 남성과 결혼을 보장받고 결혼중매업체를 통해 한국에 왔다. 알고 보니 테레사가 만난 남자는 택시운전기사 였으며 매일 술에 쪄들어 있었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를 구타했다. 대답이 조금만 늦거나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면 대번 주먹이 날아 왔다. 한국 국적이 없는 테레사는 이혼하는 순간 필리핀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죽은 척 하고 지낸다. 이렇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외국여성 대부분은 동남아 등 가난한 나라 출신이다. 1990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여성은 한해 619명 이었으나 2002년에는 1만1천17명으로 17배 이상 늘어났다. 외국여성들은 결혼 2년 안에 이혼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행 국적법은 결혼 상태를 2년 이상 지속한 뒤 소정의 귀화절차를 통과해야만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 외국인 카드와 여권을 찢고 이혼위협을 하는 등 폭력에 시달려도 그래서 이혼은 어렵다. 한국인들이 미국서 생활할 때 황인종이라는 이유 하나로 차별을 겪었다. 미국인들의 뻔뻔함에 분이 솟구쳐 얼굴을 붉혔다. 1960 ~ 1970년대 나라가 가난한 탓에 간호사와 광부로 독일에 돈벌러 갔고 중동의 열사(熱沙)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했다. 일본에서 ‘조센징’ 소리를 들으며 천대 받았다. 오늘날 한국인이 왜 이렇게 비인간적이 되었는가. 한국이 도대체 얼마나 잘 산다고 외국인노동자들을 괴롭히는가. 이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한국은 꿈의 나라가 아니라고 한다. 한국은 그들에게 희망이 아니라고 한다. 절망의 구렁텅이라고 한다. 코리안 드림은 인종차별에 흐느끼고 가정폭력에 영혼까지 멍들었다고 한다. 지금 수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에서 살고 있는데 국내의 한국인들 도대체 왜 이러는가. /임병호 논설위원

천자춘추/녹색지대 사람들

어제는 미술관에 갔었다. 그 곳에서 십여년 전 안성 ‘미리내 성지’ 아랫마을에서 함께 살았던 공예가를 만났다. 옛님을 만난듯 반가웠다. 그의 눈빛은 세월의 두께에도 주눅들지 않고 살아있었다. 전업 작가로 버티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그는 여전히 꿋꿋하였다. 나는 예술가들을 귀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대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스스로 타고났건, 또는 남달리 노력을 하며 감성훈련을 쌓아왔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하여 민감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온몸으로 시대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람과 사람이 만든 세계를 틀 지우고, 그 틀 속에서 만들어진 규범을 강요받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한다.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물론 간혹 얼치기 예술가들이 그들 속에 섞여있긴 하지만. 그래서 예술사회학에선 그들을 ‘녹색지대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보다 자연스럽게, 보다 자유스럽게 한 시대를 호흡하기 위하여, 안으로는 자기세계에 침잠하는 한편, 밖으로는 쉼없이 한 사회를 옥죄는 정치적, 윤리적 터부에,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맞선다. 이들이 자신과 사회에 대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하나로 모아 논리적으로 펼치며 대응하면 예술운동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고 혼자서 좌충우돌하면 예술가들의 기벽 또는 기행으로 비추어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느낌과 주장 그리고 작품과 행동이 논리적이건 비논리적이건, 그것은 일반 사람들의 삶 및 그 삶을 있게 한 조건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일반 사람들이 미처 느끼지 못한 것을 먼저 느끼고, 먼저 아파하고, 먼저 치유책을 찾아간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 이해하며, 예술가를 귀하게 품고 사는 사회는 새로운 가능성이 늘 열려있다. /양원모.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7월 14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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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대화의 방법’이란?

지난 12일 폐막된 제1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경제협력추진위원회 6차 회의(8월26일~29일·서울) 등 8가지 추후 일정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실질적 긴장 완화가 되는 핵 문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핵 문제를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공동보도문의 핵 관련 부분은 여전히 추상적이다. 제10차 회담의 핵 관련 표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두고 남측 회담 대변인은 “확대 다자회담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아도 된다”고 말했다. 물론 그같은 관측이 들어 맞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북측의 태도를 보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북·미간에 해결할 문제”라며 미국의 대북 정책을 “압살 정책”이라고 힐난했다. “(남측은) 같은 민족으로서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가담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북측의 ‘적절한 대화의 방법’이란 남측 대변인 기대와는 다른 북·미 당사자 회담을 고집하는 의중임이 역연하다. 북핵 문제에 관한한 남측은 북에 끌려만 가고 있다. 한·미 공조 체제에도 어떤 교량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의 현상 유지가 정책일 수는 없다. 북 핵 대응의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특소세’ 인하보다 폐지가 옳다

특별소비세 제도는 그 자체가 원칙이 없는 대표적인 졸속 세금정책이다. 재정경제부가 프로젝션 TV 등 일부 가전제품의 특소세율을 조금 낮추기로 결정은 했지만 원래 특소세 부과 기준부터 형평성을 잃었다. 서민들이 필수품처럼 사용하는 TV나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에 특소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소비자단체들의 주장은 당연하다. 현행 특소세법은 에어컨, 프로젝션 TV에는 고율의 특소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가격이 900만원인 40인치 LCD(액정표시장치) TV나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로봇청소기 등은 특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120만원대인 13평형 에어컨에는 20%, 200만원대인 프로젝션 TV에 10%의 특소세가 붙고 가장 비싼 LCD에는 단 한 푼도 붙지 않는 것이다. 가격이 비싼 고급제품은 특별소비세를 내지 않고 필수품이 된 가전제품에는 특소세를 부과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런 과세 정책이 어디에 있는가. 특히 프로젝션 TV는 일선 학교에 청소년 교육용으로 대량 납품되고 있지만, 사치품으로 분류돼 특소세를 내고 있다. 에어컨도 이미 보급률이 60%에 육박, 사치품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높은 특소세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가전제품이 귀했던 시절에 사치품이란 차원에서 매긴 세금 특소세가 이미 일반화된 제품들에 대해 아직도 부과되는 것은 시대착오다. 특소세는 폐지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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