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신규 공여지

이번 미군기지 반환결정은 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2011년까지 기지를 단계적으로 통폐합 하기위한 미군편의에 의해 정해졌기 때문이다. 더 쓸 필요가 없게되는 땅은 내놓고 새로 필요하게 된 땅은 내놓으라는 일방적 결정은 반환이라기 보다는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 예컨대 말썽많은 화성시 매향리 사격장 같은 것은 마땅히 폐쇄돼야 하는데도 반환에서 제외된게 이를 말해준다. 매향리 사격장이 작전상 꼭 필요한지는 오랜 의문이다. 한국군 훈련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협상이 있었지만 미군이 거부한 것으로 안다. 새로운 공여지를 결정한 방법도 문제가 있다. 경기도 제2청은 일찍이 미군 기지문제에 어느정도 사전협의가 있어줄 것을 요청했는데도 묵살됐다. 미군의 일방적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위가 어떻든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서 열린 제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결정된 일이므로 이제는 사실상 불가피한 일이 됐다. 앞으로의 과제가 문제인 것이다. 반환되는 땅은 일단 국방부에 귀속된 이후 원소유자에게 돌아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에게 매각된다. 그러나 모두 75만평에 달하는 신규 공여지는 간단하지 않다. 한국전쟁때처럼 징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대부분이 재산가치가 높은 개발지역의 사유지다. 앞으로 정부는 신규 공여지 매입을 두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벌여야 한다. 아울러 토지소유자의 동의가 수반된다. 그러나 소유자만의 동의로 일이 또 다 되는 게 아니다. 신규 공여지 이웃 지역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할 수가 있다. 미군기지 주변은 주택건축에 제한을 받는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고 소음 및 진동 등 공해의 불편이 있어 왔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신규 공여지 수용에는 이처럼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도내에서는 특히 의정부·평택시 등이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당부코자 하는 것은 협의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점은 중앙에 즉각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보완이 필요한 것은 미국 정부로 하여금 보완토록 해야한다. 신규 공여지 수용문제가 자칫 반미감정으로 엉뚱하게 빗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함을 강조해 둔다.

도로건설도 탁상계획인가

정부가 하는 일이 하나같이 미덥지 못하다. 건설교통부가 난개발에 따른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중인 경기 남부 광역도로망 건설사업이 탁상행정 때문에 노선변경이 불가피해졌고 지자체간 이해 상충으로 노선을 확정짓지 못해 장기표류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2008년 입주 예정인 용인 죽전·구성·동백 등 대단위 택지개발지구의 교통대란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당초 건교부는 난개발지역의 교통난 해소책으로 지난해 4월 용인 동백·구성지구를 통과하는 분당∼고기리∼서울 신림동간 도로와 영덕∼양재간 도로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중 용인∼분당∼신림간 도로 예정지의 죽전지구 통과구역엔 이미 중앙하이츠와 현대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건축됐거나 시공중에 있어 계획대로 도로개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노선변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예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도로건설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사전답사 한번도 없이 지도를 펴놓고 멋대로 금을 그어 도로계획을 작성한 것이다. 그런데다 서울시는 교통난 가중 등을 이유로 용인∼분당 도로의 신림동 연결을 반대하고 있어 그나마 노선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탁상행정의 병폐가 수만가구가 들어설 아파트개발단지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광역도로망 건설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이 지역의 교통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 최대의 난개발 지역으로 만성적 교통체증에 빠져있는 용인서부지역은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곳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지경에 이른 것은 토공과 감독관청인 건교부, 그리고 용인시 등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난개발의 결과다. 그런데도 뒤늦게 교통난을 해소한답시고 건교부가 마련한 도로망 건설계획조차 책상머리에 앉아 지도상에 금을 긋고 도로를 내는 식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주민들로선 분통터질 일이다. 중앙정부는 이제라도 국토의 균형개발 차원에서 교통·환경·교육·복지 등을 감안한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지자체와 협조해야 한다. 또 도로건설계획이 어떤 경위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 책임도 명백히 가려야 할 것이다.

수원월드컵, 수원 시민이 ‘주인’

‘2002년 월드컵이 수원을 바꾼다’는 주제의 심포지엄이 지난 14일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문화시민운동 수원시협의회’주최로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서 열렸다. 교수 시의원 등 관련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나서 월드컵을 통한 수원의 새로운 비전 제시와 함께 환경·교통·문화관광 등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이 발표됐다. 내년 5월31일부터 6월26일까지 개최되는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수원시는 6월11일부터 16일까지 엿새동안 우만동 신축 구장에서 갖는다. 다만 어느나라 팀이 경기를 하게 될 것인지는 오는 12월1일 부산서 갖는 FIFA(국제축구연맹)의 조추첨 이후에 정해지겠지만 4게임이 배정돼 있다. 이처럼 불과 200일도 남지 않은 대회를 앞두고 월드컵을 이벤트화한 지역사회의 발전상 탐구와 더불어 성공적 개최를 위한 시민의식 확산을 도모한 것은 매우 뜻깊다. 일찍이 88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렀으나 그것은 서울올림픽이었다. 물론 그엔 경기도민의 잠재력도 작용했지만 어디까지나 주체는 서울이었던 것이다. 이에비해 월드컵은 한·일 두나라가 치르고 국내에서는 10개 도시에서 진행되긴 하나 수원서 갖는 경기는 어디까지나 ‘수원월드컵대회’로 수원시민이 주체다. 아울러 100만 수원 시민은 월드컵축구대회 개최도시의 시민으로서 마땅히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역대 월드컵대회 개최도시가 모두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른 이면에는 절대적인 시민의식의 뒷받침이 있었던 사실을 우리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문화시민운동 수원시협의회’가 적극 추진하는 친절, 질서, 청결운동의 3대과제 생활화 시민운동은 범시민 참여가 절실하다. 월드컵 중계방송의 텔레비전 전파는 올림픽 보다 높은 시청률로 지구촌 인류에 널리 보급된다. 가히 세계적 도시로 부각되는 수원의 시민의식에 성숙된 면모를 보이는 것은 지역사회의 미래 지향적 무형 자산이다. 이를 위한 노력 확산은 비단 3천500여 직능별 자원봉사자 몫만이 아닌 전 시민의 것이다. 물론 수원월드컵에 따른 만반의 대책은 각계에서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 왔다. 그렇지만 월드컵 준비는 아무리 잘한다 해도 천려일실이 있을 수 있고 아무리 챙겨도 과함이 있을 수 없다. 이번 심포지엄 결과를 토대로 교통 환경 숙박 문화관광 특화산업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연계점검과 확인작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아울러 ‘수원 월드컵 주인은 수원시민’이라는 연대의식 활성화를 위한 지역자원 봉사자 중심의 동별 추진체 구성을 한번 검토해 봤으면 한다.

공권력, 왜 무너지나

공권력의 횡포는 국가의 멸망을 자초한다. 그러나 정당한 공권력이 무력해져서도 안된다. 공권력이 정권유지 차원에서 민의를 탄압한다면 징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만일 다중에 의한 탈법수위의 과격한 반발 앞에서 공권력이 무너진다면 국기가 흔들리는 심각한 사태가 야기된다. 작금 우리 사회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막가파식 시위나 돌출행동은 자칫하면 국법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이같은 사례는 특히 불법노점상 및 불법 주정차, 무허가 건물 등 주로 단속업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부천시의 경우, 노점상 허가를 불허했다는 이유로 민원인이 부천시청 회의실에 난입,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등 방화소동을 벌였으며, 군포시의 한 공무원은 과태료 처리업무 과정에서 주민이 휘두른 쇠파이프로 구타당하기도 했다. 안양시 공무원은 버스 정류장에서 승차행위를 단속하다 운전사에게 폭행을 당했고, 고양시에서는 노점상들이 시청과 구청에 몰려와 구청장실 등을 검거, 폭언과 폭행, 그리고 인분까지 살포했다고 한다. 파주시에서는 자격미달로 주택건축 허가서를 반려한 공무원이 폭행당했는가 하면, 안산시에서는 시청이 허가처리를 지연시켜 재산상 손해를 봤다고 주민이 시청 담당부서에 난입, 집기를 파손했다고 한다. 미성년자를 고용, 주류를 판매한 유흥업소 업주가 오히려 단속 공무원에게 폭행을 가한다면 공권력은 이미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지 아니한가. 경기도에 공식 접수된 공무원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경기경찰청이 지난 9,10월 두달간 집계한 공권력 침해사범도 240여건이 넘는다고 한다. 실로 우려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왜 공권력이 이렇게 침해당하고 있는가를 공직사회에서도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정치의 난맥상과 각종 제도의 미비점 등이 그 원인일 수 있겠으나 주민들의 과격한 반발과 시위에 과연 떳떳할 수 있는가. 공무집행 과정에서 착오나 혹 부조리는 없었는가. 또 형평성을 잃은 단속은 하지 않았는가를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시민들 역시 법 질서를 깨뜨리면서까지 공권력을 침해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이유있는 항변이라 하더라도 폭력이 수반되면 결과가 반감된다. 공권력이나 시민이나 모두 현위치를 현명하게 판단, 준법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를 이룩해야 할 때다.

평택 카페리의 예견된 赤字

평택항과 중국 용안항을 운항하는 카페리의 항로가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지난달 17일 요란스럽게 개항식을 갖고 취항한 이후 겨우 한달만의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택시나 선사(船社)의 예측과는 달리 이용승객이 의외로 적어 적자운항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축하승객으로 붐볐던 취항 첫날을 제외하고는 주3회 매회 출항 때마다 승객이 고작 10∼30명이고 화물은 평균 4TEU(컨테이너 개수 단위)에 불과해 한달간 적자가 벌써 14억6천만원에 이르고 있다. 승객정원 834명에 화물 최대 적재량이 50TEU인 카페리의 손익분기점이 매회 운항 때의 승객이 250명에 적재화물은 10TEU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영업실적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어떤 사업이건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그것도 사업전망이 호전될 것이라는 평가와 기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적자사업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며 도박일 수 있다. 문제는 평택∼중국 용안간 카페리의 운항 적자가 초기부터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데에는 취항시기에만 집착한 행정당국의 책임이 크다. 카페리 취항에 따른 제반 기초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졸속 취항했고 통관절차도 까다로워 주고객인 관광객과 보따리상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 평택항 주변은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허허벌판이다.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등을 갖춰놓지도 않고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다. 또 여객터미널(동부두)에 접안시설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평택항에 입항하는 카페리가 여객터미널에 정박하지 못하고 접안시설이 있는 컨테이너 부두(서부두)에 일단 정박한 후 통관절차를 밟기위해 승객을 다시 300여m나 떨어진 여객터미널로 이동시켜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런데다 통관절차도 인천보다 까다롭다. 인천항의 농산물 등 반입허용량이 한사람에 품목당 25kg(전체물량 50kg)인데 비해 평택항은 5kg(전체물량 20kg)으로 보따리상들의 이용기피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평택항은 애초부터 여러 여건이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평택항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계당국의 종합대책이 그래서 시급하다.

교원단체 정치활동 신중해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13일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정치활동위원회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그동안 교총은 교원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정치적 영향력의 행사는 필수적이며, 따라서 노동조합 등 다른 이익단체와 마찬가지로 정치활동을 전개해야 된다고 수차례 주장하였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교사들의 집합체인 교총과 같은 전문직 단체도 하나의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동시에 민주시민의 기본권인 정치참여권은 교원이라고 무시될 수 없다. 더구나 전교조는 노동조합으로 등록되어 사실상 정치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학교수들은 정치활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초·중·고 교원들에게만 정치참여를 금지시키는 것은 이론상으로 잘못된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교원단체들은 자유로운 정치활동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된다. 그러나 이런 이론적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초·중·고 교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하여 우려하는 것은 아직도 정치문제에 대한 평가능력이 미숙한 이런 학생들에게 교원들의 개인적인 정치적 사고를 일방적으로 투입시켜 특정정당에 유리하게 하거나 또는 학교가 정치투쟁장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더구나 교원들이 정치활동을 이유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은 교육이라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교직이라는 전문성과 교원단체의 정체성이 정립되는 방향에서 정치활동이 이루어지고 이를 위하여 고도의 자율적인 통제장치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된다. 교원단체 스스로 고도의 도덕성·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정치활동을 할 때 국민들도 교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있고 또한 교원들도 정치활동에 대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이 일부 간부들의 정치권 진입을 위한 교두보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부 전문직 단체에서 단체 활동을 통하여 특정 정권에서 권력 상층부에 진입한 예가 많아 단체의 도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교원단체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防火대비 이렇게 허술해서야

화재와 같은 재난은 언제나 사람들의 방심과 부주의한 틈을 노려 일어난다. 평소 방비와 점검만 제대로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법률로 방화설비 정비·점검과 훈련을 의무화하고 있고 화재가 잦은 겨울철만 되면 방화캠페인도 벌어지곤 한다. 그런데도 법을 지키지 않고 주의를 태만히 해 재난위험 요소가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은 크게 우려할 일이다. 본보 취재팀이 도내 재래시장 소방실태를 살펴 본 결과 상당수의 소방도로가 불법 주·정차 차량과 고정식 좌판, 노점상들로 막혀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시장 건물 비상구에도 화재 위험이 큰 물품 등을 쌓아 놓아 대형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느 시장은 각 상점들이 마구잡이로 끌어다 쓴 전선이 뒤엉켜 있는등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소화기 소화전 등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은데다 LP가스통이 수개씩 몰려 있기도 했다. 백화점 역시 비상구와 소화전에 상품을 쌓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가 하면 농업용 및 주거용 비닐하우스도 화재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도내 7천800여명이 살고 있는 2천422개의 비닐하우스에는 소화기 등 방화장비나 시설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최근엔 날로 증가하고 있는 찜질방 고시원 전화방 산후조리원 등 신종 다중업소들이 개별법상 규제근거도 없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도 소방재난본부가 얼마전 신종 다중업소 494곳 중 137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28%(39곳)가 비상구 설치미비·피난통로 협소·가연성 내장재 사용 등 화재예방 및 소방취약업소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들 신종 다중업소들은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안전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행정기관에 등록 및 신고를 할 필요도 없고 시설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행정기관이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따라서 재난위험을 막기 위한 규제법이 시급하다. 바야흐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계절이다. 추워지는 날씨로 연중 화기와 전기를 가장 많이 쓰고 연말연시의 흥청거림마저 겹쳐 방심이 또다른 재난을 불러오기 쉬운 때이다. 화재를 당하고 나서 발구르며 후회할 것이 아니라 당국은 물론 국민 모두가 정신차려 부끄러운 인재를 당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너무 부실한 문화재 관리

강화지역에 있는 많은 문화재들이 당국의 관리소홀 등으로 인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가 얼마 전(11월10일자 18면)에 있었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사적 제137호인 하점리 부근 고인돌과 마니산 정상의 사적 제136호 참성단 등 국가지정 문화재 28종과 지방지정 문화재 등 강화지역 106종의 문화재들이 무심히 방치돼 있어 원형마저 훼손되는 지경이라고 하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의 얼과 역사가 서린 귀중한 문화재가 이렇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은 비단 강화 등 인천·경기지역만이 아니다. 한국의 문화재 관리 상태는 한 마디로 전국 도처가 ‘총체적 부실’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감사원이 지난 6∼7월 두 차례에 걸쳐 문화재청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 관리·보존 업무는 민망스러울만큼 무계획적이고 주먹구구식이다. 올해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존 및 관리를 위해 2천725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법·규정에 따른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다고 하니 달리 무슨 일은 하였겠는가. 이로 인해 1998년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판명된 129개 문화재 가운데 40개 문화재는 보수 대상에서 제외된 채 훼손됐다고 한다. 보존관리의 소홀로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무려 5천665점이 도난 또는 해외로 밀반출된 사실도 충격적이다. 더구나 문화재청이 2000년에 보조금을 지원한 321개 보수·정비사업중 123개 사업은 불요불급한 것이었다고 하니 대상 선정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립박물관이 조선총독부로부터 인수한 발굴유물과 지난 1963년부터 1999년까지 11개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 역시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유물대장에조차 등재되지 않았다니 분실 또는 훼손됐어도 그 내용을 모를 것 아닌가. 최근 보도된 강화지역을 한 예로 들었지만 문화재가 무참하게 훼손되고 쓰레기장화하고 있는 것은 실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물론 시·도, 시·군의 주먹구구식 문화재 행정이 이대로 계속되고, 여기에다 국민들의 문화재 보호 인식마저 점차 퇴색한다면 한국의 문화재들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당부 또 당부하거니와 부디 문화재 행정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美항공기 추락 남의 일 아니다

12일 뉴욕에서 추락한 미 여객기 참사는 또 한번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격 이라고나 할까, 미국에 대한 항공기 테러공격의 공포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던 미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더욱이 승객·승무원 255명 전원이 사망한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는 무엇보다 미국을 겨냥한 제2테러 위협경고가 잇따라 내려진 가운데 국제무역센터 빌딩이 붕괴된지 불과 두달만에 같은 지역인 뉴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테러의혹이 한때나마 증폭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충격과 불안감을 더해 주었었다. 특히 문제의 항공기 추락으로 수십명의 주민이 실종·부상당하고 14채의 주택이 불탄 퀸스지역은 지난 9월 테러 때도 십수명이 사망·실종된 지역이어서 그 슬픔은 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추락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정비불량 등 기체결함에 의한 추락 ▲조종미숙에 의한 추락 ▲이륙후 기내 폭발에 의한 추락 ▲제2 항공테러에 의한 추락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만에 하나 항공테러일 경우 그 여파는 미국의 대 아프간전과 향후 테러전 확전, 그리고 민심동향 등 모든 분야에 일파만파로 번져나갈 것이기 때문에 추락원인 추정과 규명에 세계인의 눈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정확한 추락원인은 블랙박스 분석결과 밝혀지겠지만 미 항공연방청은 지금까지 다각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종합하여 일단 테러공격보다는 기체결함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직후 테러 가능성에 긴장했던 미 당국이 뉴욕의 3개 주요 공항들과 유엔본부 건물 문을 다시 열게한 것을 볼 때 테러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비록 테러에 의한 추락이 아닐지라도 전세계의 하늘을 뒤덮고 있는 공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항공기 추락이 조종미숙이나 기체결함에 의해 일어난 것이 확인될 경우 이는 안전제일을 자랑으로 하는 미 항공업계의 자존심이 크게 훼손되는 불운의 사고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9월 항공테러 이후 전세계적으로 항공수요 감소로 인한 도산 항공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 생긴 이번 사고는 다시 한번 항공안전에 대한 국제적 대책이 테러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강구되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울러 지구촌 곳곳에 민항기를 취항하는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의 완벽한 대책을 다시한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항공안전 2등급의 낙인이 찍힌 우리로서는 더욱 그래야 함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WTO와 중화경제권의 세계화

중국과 대만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중국은 지난 일요일, 그리고 대만은 어제 새벽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WTO각료회의에서 회원국으로 정식 승인됨으로써 세계경제권에 공식적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번 중국의 WTO 가입은 15년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앞으로 13억 인구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다. 더구나 이번 회의에는 중국 뿐만 아니라 대만까지 WTO에 가입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화경제권이 확대될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2008년 올림픽까지 개최할 예정으로 있어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그 비중은 점차 증대될 것이다. 특히 대만까지 WTO에 가입되어 있어 비록 중국과 대만이 정치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나 중화경제권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중국은 이번 WTO 가입으로 세계 경제권의 일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중국은 그동안 값싼 임금을 무기로 세계 농산물시장 질서를 혼란시켰는데, 이번 WTO 가입으로 농산물 수출 보조금 폐지 등 회원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지니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인접하고 있어 값싼 농산물 수입 때문에 국내 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한국은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농업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수립을 추진해야 될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을 그 동안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시장으로 생각하고 다소 소극적인 정책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근시안적 태도에서 벗어나 중국과 세계시장에서 상호협력을 통한 선의의 경쟁을 추구하는 공생의 관계를 수립해야 될 것이다. 이번 WTO회의는 21세기의 새로운 경제를 가름할 뉴라운드 출범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 뉴라운드는 세계 경제가 개방화를 통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인가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쟁점은 농업보조금의 철폐이다. 선진국은 자국의 농업 보호를 위하여 막대한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에 이의 철폐와 동시에 농업시장의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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