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출마포기 代價 3억원

김영희 남양주시장이 지난 1995년 시장선거 때 출마 예정자에게 거액을 주고 매수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보도다. 뒤늦게 밝혀진 일이지만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1기 지방선거 때(95년) 출마 예정자를 매수한 선거법 위반자가 2기(98년) 선거를 거쳐 어떻게 현직 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는지 놀랍고 의아스럽기만 하다. 전 남양주시 미금농협조합장 심모씨는 95년 6월초 시장 출마의사를 굳히고 선거운동 채비를 하던 중 동네 친구인 김시장이 ‘다음 선거에선 당신이 당선되도록 노력할테니 이번엔 나를 밀어달라’며 출마포기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심씨에 따르면 김시장은 심씨의 출마포기와 심씨가 구축한 선거운동 조직을 김시장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그에게 3억4천만원짜리 약속어음(지급기일 95년7월30일)을 건네줬고, 98년 시장에 재선된 후 부터 지난 9월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1억6천만원을 줬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심씨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김시장도 모두 시인하는 것으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고 꾸려나갈 자치단체장을 뽑는데 이같은 추잡한 거래가 있었다니 공분을 금치 못할 일이다. 현행법은 후보자 매수에 대해 7년이하의 징역 및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쌍벌규정을 두고 있다. 돈을 받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물론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공소시효(선거일로부터 6개월)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도덕적으로 면책됐다고는 할 수 없다. 선거운동 중 가장 치졸한 것은 돈으로 강력한 출마 예정자나 후보자를 매수하고 표를 사는 행위다. 따라서 선관위 및 수사당국은 경종차원에서라도 금품수수 경위를 철저히 조사, 진상을 밝힘으로써 다시는 이같은 선거부정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사자의 한사람인 김시장이 현직 시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선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민주주의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정치행사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정치행사가 아닐 수 없다. 선거풍토에 별 문제가 없는 선진국가에서도 자칫 지방재정파탄·부패와 비리의 만연·기관간의 각종 갈등 등으로 인한 행정마비 등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엄청난 곤경에 처해 고통을 당하는 예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하물며 부패하고 타락한 선거풍토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 당사자들의 맹성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인사들도 깊이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공익요원 관리체계 개선돼야

교통질서 계도나 산림감시 등 공공이익 분야에서 28개월동안 복무함으로써 병역을 마치는 공익근무요원제도에 허점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본보 보도에 따르면 공익근무요원이 저지르는 각종 범죄가 늘어나고 근무지 이탈도 잦아 복무중단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도내에는 1개 지자체당 100∼300여명씩 5천여명의 공익요원이 복무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 무단결근을 비롯 범법행위로 인해 실형선고를 받아 복무가 중단된 공익요원들이 1개 지자체당 평균 10∼30명에 달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는 복무기관인 해당 지자체가 소집해제시까지 모든 관리를 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들을 통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P시의 경우 장기무단결근 및 실형선고 등으로 20명이 복무중단된 상태에 180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공익요원들 중 일부가 걸핏하면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익근무요원 관련 법규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통산 7일이내 복무를 이탈한 사람은 복무이탈수의 5배수를 연장 복무토록 하고 있다. 특히 근무태만자는 현역병으로 입영하게 하고 있다. 여기서 근무태만자라 함은 정당한 사유없이 일과 개시시간 이후에 출근한 때, 허가없이 무단으로 조퇴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때, 정당한 근무지시를 따르지 아니한 때, 부여된 임무를 지연시키거나 임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때 등을 말한다. 그러나 공익요원들이 지자체가 상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시사항을 이행치 아니할 뿐 아니라 지자체도 강력한 통제가 불가능해 공익요원 관리체계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는 공익근무요원 관리체계가 이원·삼원화돼 있는 탓이다. 공익요원 관리 총괄은 병무청이 하고 세부관리는 복무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탓이다. 더구나 무단이탈시에는 복무기관이 병무청에 보고 조치하고,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엔 경찰이 사법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공익요원복무제도가 이러한 관리체계로 인해 운영이 어렵다면 제도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특히 모범적인 대다수 공익요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 공익요원의 관리체계 수립이 절실하다.

非수도권 지자체 떼 쓰지 말라

수도권 지역에만 가해왔던 경제 규제를 정부가 늦게나마 완화하려는 시책을 충남 등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반대하는 것은 근시안적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억지에 불과하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입법예고한 공업배치 및 공장설치에 관한 법률시행령(공배법)은 대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내 공장설립 등을 완화하는 것으로 국가경쟁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조치다. 개정안은 수도권 과밀억제지역의 첨단업종 공장증축 허용면적을 기존의 3천㎡ 이내에서 두배가량 확대하고, ‘성장관리지역’의 공장 신·증설이 허용되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업종을 현행 20개에서 24개(바이오·반도체·의료용품·액정표시장치 등 4개)로 늘리며, 외국인 투자기업 비율을 51% 이상에서 30%이상으로 완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수도권 지역의 극심한 공장부지난을 다소 완화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도권 지역 기업들이 1990년 제정된 공배법의 권역별 업종 입지제한으로 공장부지를 마련하고 증설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특히 95년 공장건축총량제 실시 이후엔 이같은 공장부지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내 기업들이 대외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시설을 자동화하면서 공장규모를 확장하려해도 옮겨갈 마땅한 부지를 구하지 못해 애태워 왔다. 더군다나 공장건축총량 배정이 지연돼 공장 신·증축을 못한 상당수 기업들이 생산차질로 수출계약을 파기하는 일까지 벌어져 기업의 손해는 물론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도 일어났다. 최근엔 외국기업의 유치가 절실한데도 거미줄 같은 규제 때문에 외자유치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공배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그동안 경기도 등의 건의와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규제개혁 시책에 따른 것으로 당연한 조치다.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익차원에서도 옳은 일이다. 그런데도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명분도 이유도 가당치 않다. ‘균형발전 저해’운운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지역이기주의의 아집일 따름이다. 수도권을 계속 규제한 상태에서의 ‘균형’은 전국을 하향평준화 하자는 것 밖에 안된다. 이래 가지고는 무한경쟁의 국제무대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오히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외국인 투자허용 업종과 공장증설면적 제한을 더 풀어야 마땅하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이제 편협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익차원에서 국정에 협조해야 한다.

지역방송 활성화의 과제

지방자치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우선 지역언론이 발전되어야 함은 새삼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역언론의 활성화 없이 지방자치나 지역발전은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지역언론과 지역발전은 동전의 양면과 상호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사회는 지방자치도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지역 언론도 지역발전에 있어 원동력으로서 미흡한 실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6일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주최로 개최된 제1회 경기경실련 열린포럼은 주제를 ‘지방화시대의 지역활성화 방안’으로 하여 지방자치발전과 지역언론과의 관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토론회였다. 신문과 더불어 지역언론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지역방송이 활성화되어 지역주민의 여론을 대변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건전한 정책 제시 등을 하면 지방자치시대는 조속 정착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역방송은 활성화에 있어 많은 제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특히 지난 11월 19일 방송위원회가 그동안 논란이 된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동시 재송신과 종합·중계유선방송의 역외 지상파 방송 재송신에 대한 방송채널정책을 발표함으로써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 위성방송 정책과 관련하여 방송위원회가 서울 MBC와 SBS 등의 지상파 방송을 2년간 수도권만을 재송신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2년후에는 전국적으로 방송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방송 활성화에 있어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방송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지역방송협의회는 지역방송을 말살하려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히 반발하면서 즉각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기·인천지역을 커버하는 경인방송은 다른 지역민방과는 달리 1백%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음에도 방송구역에서 차별화를 두고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고 있으며, 법적 조치도 강구중이라고 한다. 방송위원회는 지역방송 발전이 지방화시대를 앞당기는 요체임을 인식하여 지역발송 발전책을 재강구해야 될 것이다.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방송정책도 ‘서울공화국’의 포로가 되지 말고 지역간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정책이 되도록 문제된 방송정책을 과감하게 시정해야 된다. 차라리 불필요한 제한 규정을 철폐하여 시청자 주권을 보호하는 것도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월세이율 법으로 제한될까?

좋은 입법취지도 제대로 구현할 균형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면 결국 사문화하고 만다. 법의 권위만 떨어뜨린다. 새로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취지엔 공감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만기 1년짜리)가 5%로 급락하면서 주택전세를 소액의 보증금에다 나머지는 월세로 바꾸는 주택임대가 성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월세 전환이율이 연간 20%를 넘는 경우가 허다해 세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정된 법은 월세이율을 은행법에 의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비율을 곱한 범위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후속조치인 대통령령을 만들기 위해 법무부는 재경부 건교부 등과 적정수준의 상한선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백만 가구의 월세계약을 일일이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건교부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이자율 수익제한을 만회하기 위해 전세값이 올라가고, 그러다 보면 집값이 올라가 무주택자의 고통을 본의 아니게 더하는 역기능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이면계약도 예상이 가능하다. 소형아파트 의무비율, 임대주택건설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막상 대통령령으로 월세전환 이율의 상한선을 정한다고 해도 이행될 것으로 볼 수 있는 아무런 담보가 없다. 그렇다 하여 대통령령으로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명분과 실효성간의 괴리를 막을 수 있는 근원적 해법이 없고서는 살아있는 법이라 할 수 없다. 다만 검토될 수 있는 것은 현저히 부당한 월세이율엔 높은 과세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것이 세입자를 보호하는 길은 아니다. 주택임대는 전세든 사글세든 시장에 의해 임대가격이 형성된다. 세입자중엔 고액소득자가 없는건 아니나 대부분은 영세민에 가까운 서민층이며, 또 이들이 주로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이들은 주택을 분양해준다 해도 입주금이 없어 입주를 할 수 없는 사람이 태반이다. 법으로 월세전환 이율을 제한하는 물리적 대응보다는 집없는 서민가구가 집을 지닐 수 있는 주택정책, 그리고 주택자금 지원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더 긴요하다. 주택임대시장 기능을 법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보는 법만능주의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가정 파괴하는 ‘인터넷 중독’

가정불화의 큰 원인이 주부의 인터넷 채팅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 세상이 엉뚱한 방면으로 변화하고 있어 매우 불안하기도 하다. 한국 남성의 전화가 1999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실시한 방문 상담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그 실체가 여실히 나타나 있다. 가정불화 사례 1천167건 중 16·3 %인 190건이 ‘주부의 인터넷 채팅’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채팅과 관련된 190건 중 44·2 %가 불륜을 저질렀으며, 22·6 %는 이혼을 결심하는 원인이 됐고 가출한 경우도 10 %나 된다. 정보통신부 후원으로 최근 열린 ‘인터넷 중독 대처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인터넷 중독’이 한 가정은 물론 사회를 파괴하는 속도가 무섭게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는 게 한눈에 보인다. 주부의 인터넷 채팅으로 인한 외도문제는 1999년 하반기에 11건으로 5.7%였으나 2000년 상반기에는 61건(20%)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있다.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가정 붕괴 원인은 주부뿐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게임에서 졌다고 동생을 폭행하거나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어머니를 폭행하는 사례도 상당수에 이른다.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은 대부분 등교거부 및 성적저하는 물론, 조울증 등 정신적 황폐화 현상을 보여 국가의 장래마저 어둡게 한다. 더구나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최근 1주일간 네티즌 1만3천5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인터넷 중독자가 최대 738만명으로 추정된다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이는 미국(6%)보다 5배 높은 중독률로 우리나라 전체인구 6명당 1명이 인터넷에 중독된 셈이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주부와 청소년의 인터넷 채팅으로 이렇게 한국의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대책이 특별히 없는 현실이 더욱 한심스럽고 안타깝다. 아직은 법적으로 인터넷 채팅을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호소하는 수 밖에 없으니 더욱 답답하다. 가정을 지키는 대다수의 주부들까지 간접적으로 막심한 피해를 주고 있는 ‘인터넷 중독’은 사회정화 차원에서 치료와 예방대책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건전치 못한 인터넷 채팅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탈선을 막아야 할 주부들이 일부이긴 하지만 오히려 가정불화를 일으키고 있는 현실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

국회의원은 당(총재)의 ‘卒’이 아니다

검찰총장 탄핵안 무산에 따른 정국 경색에 한나라, 민주, 자민련 3당의 반성을 각기 촉구한다. 이제와서 탄핵안 자체의 옳고 그름을 말하는건 부질없다. 그보단 여당의 감표위원 불참을 이유로 산회가 선포되도록 개표를 늦춘 한나라당, 감표위원 참여 또한 의무인데도 불참도 권리라는 궤변으로 자동폐기를 유도한 민주당은 다 잘한 일이 아니다. 양당 모두가 막상 개표결과에 서로 자신이 없어 빚은 한낱 정치쇼의 추태다. 또 양당 가운데서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한 자민련은 캐스팅 보트이기 보다는 트러블 메이커다.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서로의 책임전가다. 검찰총장 탄핵안이 중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 끝난 일이다. 다 끝난 일을 두고 서로 타박을 일삼는 정쟁은 무모하다. 그런데도 정기국회에서 못다한 일을 마무리 지을 임시국회 소집마저 불투명한 게 작금의 상황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이며 정당인지 묻는다. 오늘부터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가 가동한다 하지만 조속히 임시국회가 열려야 예산처리 또한 졸속을 다소나마 면한다. 예산뿐만이 아니다. 국회에 계류중인 건강보험재정관련법 등 120여건의 의안도 조기처리가 필요하다. 이는 시급한 민생의안일뿐 미제안건은 그래도 또 있다. 지난 정기국회는 610여건의 각종 안건 가운데 고작 80여건만 처리하고 끝났다. 건수로 치면 앞서 120여건을 처리한다해도 520여건이 여전히 쌓여있게 된다. 국회일은 이처럼 산적해 있는데도 야당, 특히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탄핵안 무산을 빌미삼아 임시국회 소집을 미루고 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자민련 등 남의 당지도부 사퇴까지 들고 나서는 것은 정치의 정도가 아니다. 이 총재의 공연한 강공은 당내 지도력 저하의 흠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 정권의 실정으로 국민에게 얻은 반사적 이익마저 놓친다. 여야는 정치력을 창출, 임시국회를 빨리 열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한나라당은 원내의석 과반수에 육박하는 거대 야당으로서, 자민련은 제3당으로서 나라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냉철히 반성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국회일을 하는 것 보다 더 우선하는게 있을 수 없다. 각당의 국회의원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정당정치의 상궤를 일탈하는 당이나 당총재의 졸병이 아니다.

정부 예산안 어쩔건가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다. 새해 정부예산안을 제대로 심의하는데 그만큼 심혈을 쏟아야 하는 점에서 예산국회라고들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정기국회 예산안의 심의의결도 또 법정기일인 지난 2일을 넘겼다. 그리고 오늘 폐회한다. 정치권이 신승남 검찰총장 탄핵공방으로 정기국회를 마치는 것은 유감이다. 탄핵발의안은 오늘 가결되든 부결되든 아니면 폐기되든 정국경색은 심화할 전망이다. 지금 같아서는 112조5천8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이 언제 처리될지 암담하다. 국회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조차 의석비율대로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구성이 공전됐다. 또 소위가 구성되더라도 증감규모를 놓고 여야간의 이견 격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여당은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내년도 5% 이상의 경제성장률 목표달성이 가능하다’며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를 통한 경기활성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출범을 앞둔 농어민 지원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야당은 경직성 경비 증가분, 국채이자등 과다 계상분, 민간보조금등 이전성 경비, 과잉홍보 예산, 국정원 및 검찰의 특수 활동비 등을 일부 삭감하고 전주 신공항사업, 새만금사업, 전남도청 이전사업 등 예산은 전액삭감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른 수치 차이가 여당은 5조원가량 늘려야 한다는데 반해 야당은 6조원이상 삭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 무려 10조원을 웃돈다. 물론 여야의 그같은 견해 차이가 나쁘다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예산안 심의가 부실하고 처리가 늦어진데 있다. 정치권은 정기국회에서의 예산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2주정도의 임시국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민주당이 “탄핵안 표결에 편법을 쓰면 국회운영이 와해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만약의 경우엔 임시국회가 열려도 예산안 심의는 여전히 공전될 것이 우려된다 ‘회계년도 30일 이전의 예산안 의결 및 정부동의 없는 지출예산 각 항의 증액과 새 비목 설치금지’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헌법기관인 국회가 헌법사항을 위반하길 예사로 아는 것은 중차대한 인식의 흠결이다. 정국이 정상화돼야 하는 것은 두말 할 것 없지만 탄핵정국의 불꽃이 어디로 어떻게 튀든 그것이 여야가 선택하는 정치적 자유라면 그들의 책임에 맡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는 그렇지 않다. 예산안의 성의있는 심의처리는 탄핵문제와는 별개다. 정치적 자유가 허용되지 않은 정치권의 긴박한 소임이란 사실을 여야 모두에게 일깨우고자 한다.

중국산 유해식품 제재 엄해야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유해 공포증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부의 대책이 미온적이어서 답답하다. 지난해 처음 납덩이가 든 중국산 꽃게와 복어가 적발된 후 체결된 한·중 수출입 수산물 위생관리약정이 발효됐음에도 중국산 수산물에서 여전히 납과 볼트 등 금속 이물질이 나오고 있어 먹을 거리에 대한 불신과 공포가 극도에 달하고 있다. 엊그제도 부산항을 통해 정식 수입된 중국산 조기에서 또 납이 검출됐다. 지난 7월1일 한·중 수출입 수산물 위생관리약정이 발효된 이후 벌써 아홉번째다. 이처럼 두나라간 약정이 있음에도 수산물에서 계속 이물질이 나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제재가 미약하고 위생검사와 관리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농약과다 검출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농산물에 대해선 이렇다 할 안전장치도 없다. 그동안 ‘타르 참깨’ ‘농약 고추’ ‘표백제 나물’등 유해성 중국산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끝없이 위협하고 있으나 관계당국들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개방 이후 우리의 식탁에 끼니마다 중국산 농수산물이 오르고, 그 먹거리들의 오염과 유해문제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데 정부가 이토록 무관심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중국산 농수산물의 유입 루트는 정식 무역과 보따리 장수들의 반입, 그리고 서해상에서 어선끼리 이루어지는 밀거래 등 세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 세가지 루트 가운데 어느 하나에도 능동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보건위생 분야의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자국민 건강보호를 위해 수입식품에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수출국이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수입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중국정부의 수출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물질이 나왔을 때 수입물량을 반송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수입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농산물에 대한 위생관리 약정체결도 시급하다. 보따리 장수들의 반입규제와 밀수단속 강화는 물론 중국식품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무형문화재 계승 특별대책을

무형문화재의 전통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의 주요 무형문화재의 기능을 전수하려는 젊은이들이 없고, 그나마 전수받던 사람들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도지정 무형문화재 32개 종목, 36명의 기능보유자 가운데 상당수가 62세를 넘긴 고령인데다가 사양산업인 조선 등 일부 종목은 기능전수 희망자들을 찾기 어려워 전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후계자가 없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 고령 또는 병고로 타계하는 사례가 늘어나 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실예로 지난 8월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살풀이 기능보유자 수원시의 정경파 선생이, 10월에는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9호 줄타기 기능보유자 광주시의 조송자 선생이 타계했다. 이로 인해 승무살풀이와 줄타기 등 종목의 기능보유자 인정이 지난 10월 도 문화재위원회에서 해제되고 종목만 무형문화재로 남았다. 승무살풀이의 경우 후계자들은 몇명 있지만 아직 기능보유자로 인정될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하면 종목까지 무형문화재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줄타기도 그동안 기능전수를 받아오던 조송자 선생의 손녀(중학생)가 전수를 포기, 전수의 맥이 끊길 처지에 있다. 거기다가 도지정 무형문화재 중 3·4·5·6호는 이미 1990년대초 기능 보유자가 타계하였으나 후계자가 지정되지 않아 종목조차 제대로 모른채 서류상 지정번호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렇게 무형문화재의 맥이 끊기고 있는 것은 시대변화에 따라 전통문화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 탓도 있지만, 무형문화재 계승이 생계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도 큰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현재 기능보유자에게는 50만원, 고양송포호미걸이 보존회 같은 단체에는 15만원, 후계자에게는 20만원이 매월 겨우 지원되고 있어 전수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승무살풀이의 경우처럼 기능보유자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일정 경지에 다달았으면서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앞으로 당국은 맥이 끊기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및 전수자 발굴을 위해 주력함은 물론 조선장과 같이 판매가 불가능하고 제작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종목과 실수요가 많은 종목은 차등 지원하는 등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능보유자 자격은 이론이 아니라 실기인 점을 감안, 인정 기준을 재검토해야 할 대상이라고 본다. 무형문화재 계승을 위한 예산 증액 등 특별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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