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에게!

공무원 사회는 국가의 중추 조직이다. 특히 행정공무원은 국가직이든 지방직이든 국민생활 및 주민생활과 직접 피부를 맞댄다. 모든 시책에 행정가치를 창출, 배분하는 것이 바로 행정직 공무원들이다. 비록 정치가 불안하고 경제가 어둡고 사회가 험난해도 공무원 사회만 건강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소임이 그만큼 막중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막중한 행정직 사회가 안정된 기미를 갖지 못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국가직 행정공무원은 내년 대통령 선거, 지방직 행정공무원은 역시 내년의 각급 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동요의 기미를 감지하는 게 이즈음 관아를 보는 세간의 관측이다. 또 공직사회에서 나오는 그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향은 국가직이나 지방직이나 고위 공무원에게 더 심하다. 그렇지만 공무원 조직 성격상 고위직의 눈치 보기나 줄서기는 중·하위 공무원에게 영향파급이 불가피해져 공무원 사회를 이완시키고 있다. 이같은 불안은 본연의 소임충실을 저해한다고 보아도 거의 틀림이 없다. 물론 이는 작금의 폐습은 아니나 중앙정치를 엿보는 국가직 고위 행정공무원의 눈치놀음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심하다. 또 지방공무원 역시 단체장 직선제 이후 해가 갈수록 줄서기가 심화한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 중앙, 지방을 막론하고 정치세력 유착의 출세주의가 공무원 사회의 기풍을 망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공무원들이 이런 것은 아니다. 일부의 공무원들로 인해 흐려진 분위기를 쇄신해야 하는 것도 역시 공무원이 주체가 돼야 한다. 우리가 그런 가운데나마 희망을 갖는게 곧 이 때문이다. 입신의욕은 공무원 사회의 본능이긴 하나 우리는 직업공무원 사회가 언젠가는 본연의 궤도에 오를 것을 믿는다. 공무원들로 하여금 줄서기를 강요하는 중앙 및 지방정치 세력을 우리는 단연코 배척하면서 공무원 사회의 자정 노력이 있을 것을 간곡히 기대한다. 아울러 일상행정은 물론이고 행정가치를 창출, 배분하는 노력이 끊임이 없기를 바라고 싶다. 정치는 중단되어도 국민사회, 지역사회가 마비 상태까진 이르지 않는다. 그러나 행정이 중단되면 제반 사회생활이 마비된다. 행정은 막힘이 없어야 하는 국민사회, 지역사회의 혈맥이기 때문이다.

퇴폐업소 난립은 허술한 법망 탓

최근 퇴폐·변태영업이 법 무서운줄 모르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관련법망이 허술한 탓으로 하루 빨리 강화해야 한다. 2000년 1월 공중위생관리법을 개정할 때 ‘숙박업소나 유흥업소를 개설하거나 명의를 변경할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것은 민원인편의를 위해서였지만 아무래도 성급했거나 잘못된 일이다. 법규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가 업주 명의만 바꾼 뒤 영업을 계속해도 단속할 근거가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법원측이 개정 법 규정을 들어 행정처분이 새로운 업주에게 승계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어 불법 행위를 계속하여도 행정기관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개정된 공중위생관리법은 이용·숙박업소 단속기준이 크게 완화됐을뿐 아니라 종전 허가제에서 통보만 하면 영업이 가능토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시·군 등 일선 행정기관의 경우 숙박업소 침구의 청결 상태와 식수, 욕실 수질, 환기·조명의 적정 여부 등 위생관리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만 점검할 수 있고, 윤락·매춘 등 불법영업은 경찰이 단속토록 하고 있다. 고양시 소재 A숙박업소의 경우 미성년자를 출입시키고 출장마사지 여성에게 매춘장소를 제공한 것이 적발돼 올 4월 고양시로부터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영업을 계속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직후 업소를 다른 사람 명의로 바꾸고 영업정지·취소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관련법 개정 이전에는 명의변경을 할 경우 시장군수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 이 조항이 삭제된 후 명의 변경과 관련해서는 달리 제제할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명의만 변경하고 실제로는 종전 업주가 영업을 계속하는 이와 같은 사례는 도처에 있다. 불법영업 단속은 신고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일부 이용업소들도 각종·퇴폐·변태영업을 일삼고 있으나 방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행정기관 관련 공무원들이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업소를 방문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경찰이 이용·숙박업소 단속에만 주력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이용업소와 숙박업소의 불법영업 예방차원에서라도 영업통보를 허가제로 강화해야 한다. 공중위생업소 불법행위 단속권을 지자체에 부여하지 않는 한, 법망의 허점을 악용하는 불법·퇴폐영업은 더욱 번져나갈 게 분명하다. 강력한 제제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

국립과학관 이전, 서울은 당치 않다

국가시설의 탈 서울은 시대적 추세다. 정부기관도 가능한한 이래야하는 마당에 일반 국가시설의 이전 확장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서울 혜화동에 있는 지금의 국립과학관은 낡고 협소해 신설규모 차원의 이전확장이 추진되고 있다. 지방 이전이 마땅한 일반 국가시설이다. 국립과학관 이전을 두고 서울시가 뒤늦게 월드컵축구대회 상암 주경기장 일대 등 부지 두곳을 제공하겠다며 유치에 나선 것은 심히 당치 않다. 과학기술부가 선정기준으로 삼는 접근성, 연계성에도 어긋난다. 접근성은 단순 교통편의, 연계성은 시설의 중복을 의미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상암 주경기장은 세계적으로 내놓을 만한 축구전용 경기장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인근에 국립과학관이 들어서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국가시설의 편중을 드러내는 중복성의 결함을 갖는다. 교통편의라는 것 역시 계절적, 그리고 시차적 제한을 면치 못한다. 상암 경기장에 게임이 있을 것 같으면 되레 교통불편이 막심할 것이다. 서울의 다른 곳에 유치한다 하여도 당치 않은 터에 항차 상암 경기장 주변이 가장 타당한 것처럼 내세우는 이유는 허구다. 국립과학관은 예정대로 당연히 지방수도권에 건립돼야 한다. 2천18억원을 투입, 내년부터 2006년까지 부지 10만평에 건평 1만5천평 규모로 첨단과학관 자연사관 과학기술관 어린이 과학관 탐구체험관 문화예술관 등 옥내 시설과 멀티미디어 쇼 탑승전시물 휴식공간 등 옥외시설을 갖추는 국립과학관은 국민적 과학입국 시설이다. 이를 통해 훌륭한 과학인의 꿈을 키워 과학정신을 배양할 수 있는 국민과학관의 전당이 곧 국립과학관이라고 믿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팔도를 연결하는 지방수도권에 건립하는 것만이 국민적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 이는 부정될 수 없는 객관적 판단이다. 국가시설의 투자는 목적의 효율성과 일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과학관 유치는 경기도, 인천시의 여러 기초자치단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지제공은 비단 서울시만이 갖는 의사가 아니다. 유치에 나선 경기, 인천의 자치단체도 소요부지의 무상제공을 이미 밝힌바가 있다. 이 가운데 어디가 적지라고 본란이 말할 입장은 아니다. 앞으로 심의기구에서 제반 사항을 참작하여 결정할 일이다. 다만 여기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서울만은 당치 않다는 사실이다.

문제점 많은 시화신도시

시흥시 신도시가 불법건축과 주차난 등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신도시내 단독주택 단지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 건축행위는 가히 무법천지에 가깝다. 지난 199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시화신도시 단독주택단지에 준공된 786개 건물 중 절반이 훨씬 넘는 417개 건축물이 관련법을 어긴 채 사용되고 있다니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현행 시화지구 도시설계 지침은 다가구주택의 경우, 1필지당 3가구 이하로 규정하고 용적률은 20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침을 무시하고 물탱크실을 방으로 개조하는 등 모두 15가구로 만든 사례도 있다고 하니 그 위법 배짱이 실로 대단하다. 당초 건축허가보다 무려 4,5배나 초과하는 가구를 짓는다니 수법 또한 고도로 지능적이다. 주차공간 부족은 신도시 주민들의 숨통을 더욱 조인다. 시흥시 정왕동 신도시의 상업지역의 2차선 도로는 저녁 때만 되면 이미 주차할 차들로 1차선으로 줄어든다. 주택가의 이면도로 역시 불법주차한 차량들로 비좁기는 마찬가지다. 시화신도시는 11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중심 상업지역만 하루 유동인구가 20만명, 여기에 통행차량은 10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주차공간은 수자원공사가 개설한 공영주차장 990여대 분과 일부 사설 주차장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다. 더구나 4가구만 들어서도록 돼있는 단독주택지역에 20가구까지 생활할 수 있는 원룸 형태의 다가구주택이 우후죽순처럼 신축되고 있다니 주차난이 오죽하겠는가. 신도시만 우선 조성해놓고 입주공간은 염두에 두지 않는 도시계획은 주민들을 고통속에 몰아넣는다. 시화신도시는 특히 4천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시화공단과 인접해 있어 더욱 많은 문제점이 대두되는 지역이다. 시흥시 당국에 촉구한다. 불법건축 행위를 부디 철저히 단속하기 바란다. 특히 공영주차장 부지로 예정돼 있는 하천들은 환경보존에 지장이 없다면 시급히 복개, 꽉 막힌 주차공간의 숨통을 터주기 바란다. 삶터를 이루기 위해 시화신도시를 찾은 주민들이 열악한 생활공간을 견디다 못해 다시 이주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쾌적한 도시환경조성에 주력할 것을 당부해둔다.

김포매립지의 보존 한계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김포매립지(인천시 서구 경서동)에 대한 개발논쟁이 또 재연되고 있다. 그동안 농지로서의 보존정책을 고수해온 농림부가 입장을 바꿔 동아건설이 조성한 487만평의 김포매립지 이용계획 변경안을 작년에 이어 또 제시했기 때문이다. 농업기반공사의 용역의뢰로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김포매립지 토지이용 구상은 총 487만평중 252만평(52%)은 농지로 쓰고 나머지 235만평(48%)에 국제업무단지(23만평) 관광단지(86만평) 첨단연구단지(6만평) 유통단지(24만평)와 8만명을 수용하는 주거단지(96만평) 등을 각각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농림당국의 이같은 정책전환은 상황변화에 따른 것으로 깊이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농림부의 돌연한 정책변경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동아건설측이 지난 80년부터 10년간 농지확보차원에서 매립한 후 정부에 여러차례 용도변경을 요구했으나 특혜시비로 무산된바 있다. 그런데도 동아건설로부터 매입한 농업기반공사가 농지외 사용불가 방침을 바꾼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또 개발로 인해 10배이상 추정되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긴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일이 현대의 서산간척지 등 다른 유사한 사안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는 김포매립지 개발계획이 시가 내년부터 추진할 송도신도시와 영종·검단개발 내용과 기능면에서 중복된다며 전면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5년단위의 도시기본계획안을 내년말 재수립할 때도 김포매립지를 도시개발지역에 편입하지 않고 계속 공지로 놔둘 계획이다. 하지만 쌀의 과잉생산으로 재고미의 보관조차 힘든 상황에서 매립지 전체를 농지로 보존하자고 고집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인천공항 개항과 경인운하 건설추진 등 주변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그에 맞는 개발이 합리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 개발여부 논란만 거듭하며 10년 넘게 유휴지로 방치하는 것은 국토이용 측면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김포매립지는 인천공항과 북항, 그리고 곧 추진될 경인운하 배후지로써 개발가치가 커지고 있다. 농림부 계획대로 다목적으로 개발된다면 서북부지역의 균형적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인천시는 기존 도시계획을 고집만 할 것이 아니라 국토의 효율적 이용차원에서 상황변화에 맞게 매립지를 포함한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농림부 또한 인천시와의 용도조정을 통해 도시기능 중복으로 인한 국가적 낭비를 막아야 한다. 아울러 급증할 교통수요에 대비한 광역교통망 확충사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분당의혹 규명 검찰에 달렸다

여론으로부터 수사촉구를 받아온 성남시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특혜의혹사건에 대해 검찰수사가 시작됨으로써 수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야당의원의 폭로로 드러난 이 사건은 그동안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제2의 수서사건에 비유될 만큼 국민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검찰이 구체적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손대지 않고 있다가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하게 됐기 때문이다. 고발내용은 ‘성남시가 지난해 5월 분당 백궁·정자지구 업무상업용지 8만6천평을 아파트 부지로 용도변경, 토지소유자들에게 수천억원의 특혜를 제공한데다 용도변경 사실을 특정인에게 누설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시민단체가 토지 용도변경과 관련 각종 허위사실을 유인물 등을 통해 유포했다’며 시민단체 대표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은 이 사건이 국민적 의혹이 컸던 만큼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야당의 폭로와 언론보도로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용도 변경 과정과 수의계약 매각 과정, 그리고 정치인의 개입여부 등 세가지였다. 우선 소규모 업체가 군인공제회와 대기업의 컨소시엄을 제치고 매매계약을 성사시킨 배경에 대한 의문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 토지공사는 공제회가 대토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해 문제의 업체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으나 수의계약으로 주변 땅에 비해 싼 가격에 판 경위가 석연치 않은 의문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성남시가 문제의 땅을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 상업지구로 도시설계를 바꿔준 경위다. 성남시는 용도변경은 시장의 선거공약이었고 도시설계 평균 용적률이 314%에 불과해 땅 매입자들이 별로 이익을 못보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반대에도 불구, 성남시가 이를 묵살하고 강행했으며, 당초 광역단체장이 갖고 있던 용도변경 권한이 1999년 2월 기초단체장에게 넘겨진 뒤 불과 몇달만에 용도변경이 이루어졌고 그 뒤 2000년 7월 다시 광역단체장에게 환원된 건축법 개정경위도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더욱이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성남시가 여론조사 내용을 조작해 가며 이를 추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대규모 비리 의혹마다 등장하는 정치권 실세 개입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용도변경 등 특혜의혹과 관련해 항간의 추측대로 모종의 커넥션이 작용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사건을 푸는 핵심관건이다. 그러기 위해 수원지검은 이사건 담당을 조사부에서 특수부로 옮겨 수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번만큼은 흑과 백을 분명히 가려 국민의 의아심을 풀어주는 명쾌한 수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총재사퇴, 그리고 민주당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는 적절한 시기에 현명한 결단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정상 하산 길에서 당 총재직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믿어왔다. 또 대권 예비후보와 맞물린 당의 내분사태를 자생적으로 수습하는 것도 대통령이 당무 일선에서 손을 떼는게 가장 현명한 방안인 것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새 지도부 선출의 전당대회 과정에서 명예총재 추대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전당대회는 그 시기를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대권 예비후보들간에 말이 많았다. 하지만 당대표와 원내총무를 제외한 모든 당직이 비어있는 마당에 지도부 구성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김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는 당내 각 계파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총재직 사퇴는 한편 당을 위한 마지막 옥쇄의 뜻이 담긴 충정으로도 해석된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 뜻을 십이분 헤아려야 할 것으로 믿는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권 레이스에서의 탈락자 이탈이다. 개인탈당, 집단탈당, 분당 등으로 예견할 수가 있다. 얼마 동안은 꽤나 시끄러운 당내 진통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이에 간여할 입장이 아니나 진실로 당을 염려하여 목소리를 높여왔다면 결정이 무엇이든 당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정치발전을 위한 당인의 모습이라고 판단한다.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는 일면 정치적 보호장치를 포기한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임기말에 오히려 정파를 떠나 초연한 입장에서 국정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따라서 경제난 타개와 함께 내년에 있을 월드컵축구대회, 부산 아시안게임,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등 주요 국가행사를 비롯한 국정운영에 전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있게 되기를 충심으로 기대하고자 한다. 총재직 사퇴와 더불어 주목되는 것은 박지원 수석의 사임이다. 아울러 오늘 있을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거취표명이 주목된다. 우리는 권노갑씨 역시 정계를 은퇴함으로써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에 흠이 가지않는 면모를 보여주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쌀을 내버리는 성난 農心

농민들이 어렵게 고생하여 수확한 쌀을 길거리에 내버리고 있다. 며칠전 국회앞 대로에는 정부의 농업정책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시골에서 가져온 쌀을 길거리에 마구 내버려 환경미화원과 국회경비원들이 쌀을 퍼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뿐아니다. 요즈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부의 낮은 쌀 수매가에 항의하는 표시로 농민들이 현물인 쌀을 세금으로 내겠다고 시청이나 군청으로 가지고 와 이를 받지 않겠다는 공무원들과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농민들이 자신들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쌀을 길거리에 내버리는 심정을 농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농민들이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면 만인이 주시하는 길거리에다 쌀을 버리고 심지어는 불을 질러 태워 없애버리겠는가. 농사를 짓는 것이 무슨 죄이기에 이렇게 푸대접을 하고 있는 것인가. 힘들게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위로는 못할 망정 왜 농사를 짓느냐는 식이니 농민들은 억장이 끊어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요즈음 農政은 대책이 없다.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라는 소리만 할 뿐 대책이 없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정부의 쌀 수매 보조금을 매년 줄여나가야 된다고 하면서 농민들이 쌀 농사를 줄여 줄 것을 요망하고 있을 뿐, 남은 쌀에 대한 처리 대책은 물론 앞으로 쌀 농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으니 농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북 쌀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된다. 대북 쌀 지원은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조건이 되겠지만 야당과의 협력 하에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될 것이다. 야당도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인식하고 정부·여당과 격의없는 대화를 통하여 해결해야 될 것이다. 장기적 차원에서는 쌀 소비를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된다. 쌀 생산도 양보다는 질을 중심으로 전환하고 질 좋은 쌀을 학교 급식이나 군부대 등에서 대량으로 소비하고 또한 가공용으로 개발하는 정책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생산자 단체인 농협도 쌀 구매가 책정에 있어 최대한으로 농민들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된다. 더이상 농민들이 쌀을 길거리에 내버리지 않고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는 농정수립에 최선을 다 해야 된다.

組暴기업 69개

수도권지역 폭력조직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기업형 업체 및 업소가 69개로 밝혀졌다. 경찰이 이용호씨 사건을 계기로 지난 한달간 폭력조직에 대한 일제 수사를 벌인 결과다. 경기·인천경찰청에 따르면 나이트클럽·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부터 건설·유통업체와 폐기물 수집운반업체에 이르기까지 69개 업소가 폭력조직 관련업소로 밝혀져 집중 내사중이다. 조직폭력배들이 우리 생활주변에 얼마나 가까이, 그리고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조직관리자금원을 다양화 하고 있는지 알만 하다. 환란사태 이후 경제상황 악화와 함께 사회가 불안해지면서 민생치안에 대한 위협이 커진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다. 이 틈을 이용해 조직폭력이 조직재건과 확장에 힘을 기울여 이미 상당한 세력을 형성했다는 것이 수사경찰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지난 90년 ‘범죄와의 전쟁’당시 구속됐던 유명 폭력조직의 두목급들이 대부분 출소한 것도 조직폭력이 활성화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폭력조직은 대규모 세력규합보다 소규모로 나뉘어 서민에 파고드는 것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위세 과시보다 단속의 눈을 피해 잇속을 챙기며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전의 유흥업소 중심에서 벗어나 재개발지역의 입찰과 신축아파트 단지의 새시·보조키설치·사채놀이·주류도매 등 교묘한 방법으로 합법을 가장하고 있어 단속이 어렵다. 따라서 폭력조직 단속은 기업화 되기전에 빨리 할수록 효과적이다. 범죄꾼들이 조직화·기업화로 체계를 갖추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발호하는 지금의 폭력조직 행태로 보아 방관할 경우 우리나라에도 자칫 미국의 마피아나 일본의 야쿠자 같은 거대 국제범죄조직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치안당국은 더 이상 뿌리를 내리기 전에 폭력조직의 자금원이 되는 위장기업 단속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조직에 대비한 국제적인 공조체계도 필요하다. 아울러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신종 범죄수법에 대한 대응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조직범죄 척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감시가 가장 중요하다. 조직범죄는 자생력이 있어 일과성 단속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다. 관계당국은 국민들이 마음놓고 감시·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자에 대한 보상이나 신변보호 대책 등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 문화재예산, 너무 적다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보수 등 관련 예산이 너무 부족해 증액 편성이 매우 절실하다. 경기도가 수원·안산·광주·안성·의정부 등 5개 시에 대한 ‘문화재 보존관리사업 추진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내 시·군들이 예산부족 등으로 각종 문화재의 보수공사를 제때 못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문화재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경기도 일반회계 총예산 4조3천723억원의 9·58%인 252억원에 불과하고, 각 시·군 역시 0.03∼1.45%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더구나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에 대한 정부의 불합리한 국고 보조금 배정방식은 문화재 관리에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켜 준다. 즉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수 예산을 각 시·도별로 취합한 후 국고 보조사업 예산을 배분하고 있어 도의 경우, 통상 1회 추경에, 시·군은 2회 추경시 예산이 반영돼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선 시·군은 추경예산을 편성한 뒤에야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을 벌여 개·보수 적기를 놓쳐 문화재 훼손이 심화되고 있을뿐 아니라 당해 연도에 공사를 마무리 못한 책임추궁까지 당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마치 중병에 신음하는 환자가 목전에 있는데도 치료비가 없어 고통을 겪다가 죽음직전에서야 간신히 병원에 입원시키는 격이다. 사후약방문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시기를 놓친 보수공사로 인해 입는 피해는 문화재 훼손뿐만이 아니다. 수원시의 경우 도내 무형문화재(기능보유자)전수관을 건립할 계획이지만 토지매입비 부족으로 사업추진을 못하고 있으며, 안성시는 예산부족으로 죽주산성 보수공사를 위한 ‘죽주산성 복원 종합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도 사적 제314호로 지정된 광주 조선백자 도요지 83개소 37만8천394㎡를 발굴, 조사키로 했으나 예산이 부족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안산시는 도 지정 문화재인 안산읍성 및 관아지를 일부만 매입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예산부족으로 당장 작업이 시급한 대상지만 선정, 부분적으로 보수하는 땜질식 공사를 면치 못해 지금도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훼손, 멸실되고 있는 것이다. 대책은 자명하다. 예산확충은 물론 비록 부족한 금액이라 하더라도 지원시기를 훨씬 앞당기는 일이다. 국가, 또는 도 지정 문화재 관리 보수공사가 국·도비 보조금 내시 지연 등으로 더 이상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된다. 내년도 예산 편성시 이러한 문제점들이 반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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