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의 문제점

지난 주 본보(21,22일자 11면)의 보도를 보면, 경기문화재단이 ‘도정홍보처’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비록 지난해 도정홍보 및 도의 위탁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은 했다지만 사실은 경기문화재단에서 도정홍보나 도 위탁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부터가 잘못됐다고 본다. 공보실, 문화관광국 등 관련사업의 해당부서가 엄연히 있지 아니한가.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도에서 맡기는 사업처리에나 급급한다는 비판은 그래서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경기종합홍보책자 제작, 지역내 9개 케이블TV 네드워크에 문화관광 및 도정홍보, 도지사 인증 G마크 홍보 광고방송 제작, 열전가수왕, 경기도 좋은학교 도서관 만들기 등 사업비 100억원이 소요된 15개 위탁사업을 과연 문화재단에서 할 일인가. 문화재단 전문위원들이 이러한 위탁사업에 밀려 문화재단 고유 담당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방만한 예산운영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많다. 올 한해 31개 시·군의 문화예술단체 및 문화예술인들로부터 1천26건에 이르는 문예진흥지원금 신청을 받고도 495건만 선정, 건당 150만원에서 200만원, 많아야 300만원, 400만원 정도를 지원한데 비해 다른 부분에는 혈세 아까운줄 모르고 쓴 게 그렇다. 광주 곤지암에 조성된 도자기엑스포 조각공원의 조각작품 97점에 16억원, 스페인 조각공원의 26점 5억원에 비해 고양 중남미박물관 조각공원 조성에는 4점의 조각작품에 2억원이나 사업비를 지원해준 것도 세간의 특혜의혹을 살만 하다. 특히 도내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문화재단이 악극 2회 무료공연에 6천만원, 클렌쵸엘리트합창단 4천만원 등 수천만원씩을 지원한 것도 원칙없는 주먹구구식 예산지원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행사내용이 모호한 경기문화관광을 위한 포럼운영비 7천800만원 등 실효성이 적은 예산집행도 상당수에 이른다. 경기문화재단이 당초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창단되었는가. 진정한 경기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계만을 위해서 운영돼야 한다. 특히 경기문화재단은 지원하는 곳이지 문화예술행사를 주관·주최하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 따라서 감독기관도 아니고 간섭부서도 아닌 것이다. 경기문화재단을 ‘경기도정홍보처’ ‘경기도사업 대행기관’ 또는 ‘경기재단’으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과 여론을 ‘일부의 불만이나 오해’쯤으로 간과하지 말고 2002년도 부터는 제반운영을 쇄신하기 바란다.

역차별 수도권정책 고쳐라

정부의 수도권 정책이 점점 균형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가 이번엔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부과하던 개발부담금(개발이익의 25%)을 수도권지역에만 국한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에서 공장을 신·증설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를 다른 지역보다 3배나 중과해 수도권 유입을 억제하고, 지방이전 기업엔 재산세와 종합토지세의 감면특혜를 미끼로 지방이전을 유도하더니 이번엔 한술 더 떠 수도권에만 개발부담금을 부과시켜 개발억제책을 더욱 옥죄려고 한다. 수도권 기업을 타지역으로 이전시키고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철벽규제와 특혜’의 양면작전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이같은 조치들이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와 산업의 지방분산을 위한 방편이라고 하겠으나 이는 조세의 일반원칙인 공정성과 공평성을 해침은 물론 지역간 형평성에도 어긋난 불합리한 규제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시행된 지방세의 수도권 중과제와 지방이전 기업의 지방세 등 감면특혜가 정부의 기대효과는 커녕 오히려 인구 및 산업집중이 심화돼 별다른 실효성 없이 기업에 부담만 주어왔다. 일방적 규제 조치들을 통한 수도권 정책은 그 실효성이 이미 상실된 것이다. 그런데도 전국적으로 시행되던 개발부담금제를 수도권에만 국한시키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인천지역 기업의 생산활동은 수도권 정비계획법 등에 의해 2·3중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거기다 지방세 중과로 부담을 가중시킨 상황에서 수도권 지역에만 여타 산업에 영향을 미칠 개발부담금을 부과시키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는 물론 형평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일방적이고 과도한 규제를 통한 전형적인 역차별이기도 한 이같은 조치들은 지방자치시대에도 걸맞지 않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조치 강화로 역내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제기반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지방경제가 활성화돼야 진정한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진대 수도권에 대한 일방적 차별정책으로는 참된 ‘자치’를 구현할 수 없다. 또 수도권의 경제위축은 역내 지자체의 재정악화를 초래하고 결국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는 이제 정책효과도 없이 산업전반에 부담만 주는 규제조치들을 철폐하고 좀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시작된 年末 억지공사

경기·인천지역 지자체들의 ‘예산떨이’연말공사 고질병이 또 도지고 있다. 자전거 도로 설치공사를 위해 길을 파헤치는 곳도 있고 보도블록을 바꿔 깔거나 꽃길조성 공사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경기부양 차원에서 미집행 예산의 연내집행을 독촉하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또 일선 시·군이 이미 책정된 예산을 해가 바뀌기 전에 모두 쓰기 위해 한꺼번에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엔 해야할 공사도 있겠지만 배정받은 예산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공사를 마구 벌이는 사례도 있으며 정부의 강권에 못이겨 벌이는 억지공사도 많다고 한다. 무분별한 예산집행에 따른 낭비는 물론 겨울철 부실공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선 지자체로서는 이렇게라도 예산을 쓰지 않고 남기면 ‘불용처리’의 문책은 물론 다음해 유사사업에 대한 예산배정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런 무리가 되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소나기식 공사에 대해 적잖은 의혹과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년 내내 뭘하고 있다가 기상적으로 조건이 좋지도 않은 연말에 이르러 이런 공사를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이렇게 시일에 쫓기게 되면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설사 경기부양을 위한 공사라 할지라도 이용자가 많지 않은 자전거 도로 설치공사나 겨울철의 꽃길조성공사는 효용면에서나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을만 하다. 그런데다 일관공사를 하지 않고 파헤쳤던 도로를 또 다시 파헤치는 일이 있다면 국민의 아까운 세금만 축내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자기 돈이 아니라고 부담없이 쓸지 모르나 어려운 살림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들로서는 지자체들의 무신경과 비효율적 공사관행에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은 멀쩡한 보도블록을 들어내고는 그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새것으로 바꾸는 식의 낭비공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니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업자와 결탁해서 또 하나의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 대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지만 이런 관행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민의 의구심만 키우는 것이 아닌가 몹시 우려된다.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면 지자체의 예산은 편성목적에 따라 합리적으로, 적정하게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평택항 분리 절대로 안된다

평개항한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은 평택항이 지금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조속히 발전시켜 21세기에 황해권을 리드하는 항구로 키우는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항구를 총력을 기울여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지역이기주의에 얽매여 분리하자고 하면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면 과연 평택항이 제대로 발전하여 황해권의 주도적인 항구로 발전하겠는가. 최근 해양수산부는 평택항을 당진항과 분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평택시민은 물론 경기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27일 평택항 분리 결사반대 범시민투쟁위원회는 시의원을 비롯한 5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출정식을 갖고 서명작업을 함과 동시에 서울로 올라가 해수부 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였다. 한편 경기도 역시 임창열 지사가 평택에서 기자회견을 통하여 분리의 부당성을 열거하면서 정부측에 신중한 검토를 주문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평택항 분리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 황해권의 주도적인 항구로 발전하기 위하여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다른 항구와의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다. 때문에 지금 세계 각국의 주요 항구는 대형화 추세에 있다. 항구를 여러개의 소규모 항구로 분리할 경우 각종 시설과 관리 비용이 추가되어 예산의 낭비만 초래하며, 따라서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다면 이는 모순이 아닌가. 가뜩이나 망국적인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정치는 물론 사회전반에 걸친 발전 동력을 스스로 저하시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는 커녕 오히려 개항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항구를 발전시킬 생각은 않고 밥그릇 싸움이나 하려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발상이다. 경제문제에 있어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발전이 저해받는다. 해양수산부는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분리안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하지 말고 관세자유지역 지정, 장기적 투자계획의 조속한 이행 등을 통한 발전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된다. 경기도 역시 적극적으로 분리반대 운동을 전개함과 동시에 평택항 발전을 위해 도의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평택항 분리는 더 이상 논의되지 말기 바란다.

민생법안 외면하는 국회

서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서민법안들이 국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도대체 이 나라에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탄식까지 나온다.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중인 상가임대차보호법, 주택임대차보호법, 파산법, 이자제한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주요 서민법안은 이미 3∼5개월 전에 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러나 이들 민생법안 가운데 상가임대차보호법만 두 차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을뿐 나머지 법안들은 아예 심사일정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이 서민법안들은 한결같이 시간을 다투는 주요한 것들이다. 지난해 10월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정원이 이뤄진 뒤 상가에 세든 상인들이 보증금과 권리금 등을 떼인 피해사례 접수가 1만4천여건에 이른다. 금융기관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이 막바지 수단으로 연리 300%까지 받는 사채를 쓰고 결국 이자를 갚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는 절박한 실정이다. 임대아파트 건설회사의 파산으로 보증금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입주자도 올해 들어서만 7만여호, 20만여명에 이른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들이 급증하면서 문제가 됐던 세입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월세전환 금리를 줄이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나 30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한 신용정보보호법도 서민 생활과 직결된 법안이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서민 법안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공분보다는 이젠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이는 물론 교원 정년 연장 등 몇 가지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날카롭게 갈라지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각종 개혁정책 및 남북관계와 관련된 법안이어서 대립 양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민생법안은 심사도 안하면서 무슨 ‘서민을 위한 정당’이며 ‘국민 우선 정치’인가. 일년내내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정기국회 막바지에 와서도 중요 서민법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는 정치권은 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오히려 서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대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곧 여야가 정신을 차리고 추진하면 정기국회회기내 처리가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 나라 정치권이 서민들의 고통을 언제까지 외면하는가를 서민들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정치권이 노리는 그 ‘표 ’는 서민층에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아마 모르고들 있는 모양이다.

사회를 밝게 하는 善人

들인심이 점점 각박하고 살벌해지는 세태에 평생 땀흘려 모은 재산을 불우 이웃을 위해 내놓는 독지가들의 선행이 세파에 시달린 메마른 가슴들을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다. 고양 노(老) 유학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5억원 기탁과 안산의 ‘얼굴없는 의인’의 매년 1억원대 성·금품 기증 미담은 아귀다툼의 이기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보내주고 있다. 이들의 쾌거에서 우리는 동기의 순수함과 행동의 진지함을 읽게 된다. 한결같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이들은 그만한 돈을 벌게 해준 것이 바로 다름아닌 우리 사회라는데 눈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자기를 감추거나 낮추면서 매년 거액의 성금을 이 사회에 내놓는 선행에서 사회의 앞날에 희망을 갖게할 박애정신의 든든한 싹을 보게 된다. 공익을 위해 돈을 내놓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재난을 당하면 의연금을 기탁하는 행사도 연례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칠순 유학자의 헌납과 익명의 기탁자를 보면서 감동을 받는 것은 이른바 재산의 사회환원이나 사회봉사라는 이름으로 내심 반대급부를 계산하는 일부의 매명(賣名) 행위와는 전혀 다른데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노동으로 시작해서 건재상을 하며 젊어서 자신의 묘 자리로 사놓았던 땅이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돼 받은 보상금 5억원 전액을 고양시에 기탁한 78세의 이경무옹은 ‘내 재산이라 하더라도 내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라는 믿음에서 내놓았다고 한다. ‘홍익인간을 실천하기 위한 작은 행동’이었다며 앞으로 가난했던 유·청년기의 역경을 딛고 마련한 5만여평의 땅(시가 50억원이상)도 현금화되면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내놓겠다고 밝혀 또한번 주위를 감동케 했다. 10여년전부터 농사꾼 차림으로 매년 1억여원 대의 성금과 물품을 안산시에 기탁해온 얼굴없는 의인도 감사표시를 하려는 주변의 노력을 뿌리치고 한사코 익명을 고집함으로써 동기의 순수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특히 우리 사회의 부(富)를 크게 나눠 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사회복지에 앞장서 주기를 당부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갈등이 재화의 편재에서 온다는 점에서 그렇고, 오늘날의 빈곤층 구제가 국가에만 맡겨 놓기에는 여전히 힘겹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우리는 위와같은 독지가들의 선행이 계속 늘어나 우리 사회의 구석진 응달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촉매제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국민보다 방송을 위하는 정부

문화관광부의 방송정책은 도대체 시청자 위주인지, 아니면 방송사 위주인지 묻는다. 방송사의 광고 임의편성 추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방송사 편익이라는 판단을 갖는다. 광고를 프로그램 시간의 10%이내로 해온 제한을 풀어 1일 총량규제로 완화하는 것은 공익성을 크게 해치기 때문이다. 광고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심야나 조조시간, 즉 C.D시간대의 값싼 광고는 비교적 적게 내보내면서 광고효과가 높은 저녁이나 아침 S.A시간대의 값비싼 광고만을 집중적으로 쏟아낼 수 있게 하는게 광고총량제 도입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방송사간에 광고수입과 직결되는 시청률 경쟁이 더욱 심하게 불붙고, 시청률 과다경쟁은 결국 저질프로그램 양산을 유발할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너무나 뻔하다. KBS, MBC, SBS 등 TV3사는 3년전에도 편성 임원회의를 갖고 ‘소모적 시청률 경쟁 지양’을 다짐하면서 드라마 축소 등 공익성 강화를 선언했으나 그간의 사정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의 TV광고 총량제 도입은 프로그램 방영 중간에도 광고를 내보내게 하는 것으로 지난 1월 추진하다가 세찬 반대 여론에 부딪혀 유보한 중간광고 허용방침을 다시 변칙 허용하려는 것밖에 안된다. 이에 일본의 TV방송도 중간광고가 허용되는 점을 들어 반박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의 TV는 NHK를 제외하고는 상업방송임을 자처하고 있다. 국내 TV방송 또한 아예 상업방송을 자임하고 나서면 또 모르겠다. 영색이 저마다 공영방송이라고 입만 벌리면 강조하고 나서는 터에 상업방송 위주의 광고총량제는 결코 타당하다 할 수 없다. 정부가 프라임 타임대에 광고 집중배치를 허용하려는 이유로 내건 지상파 방송3사의 디지털 전환비용과 월드컵 광고특수는 당치않다. TV3사의 연간 순이익은 각 1천억원대에 이른다. 디지털전환 비용을 굳이 필요 이상의 소비자 과잉부담으로 돌아가는 광고비 증대로 충당하려는 발상은 정책입안의 오류다. 월드컵 축구대회의 광고특수는 총량제가 아니라도 능히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방송사측이 누구보다 더 잘안다. 문화관광부가 가뜩이나 흑자경영으로 예산이 방만한 TV방송사에 광고수입을 더 올려주지 못해 안달인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이상하다. 더 이상 공연히 고집하면 일부에서 대선을 앞두고 의아스런 시선으로 보는 방송시녀화 첩지의 우려를 사실화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회 예산심의 제대로 하고 있나

정기국회가 종반을 치닫고 있다.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내년도 예산심의이다. 내년도 국가 살림규모를 결정한 세입과 지출에 관한 예산안의 심의는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의 입법행위 중 가장 큰 기능의 하나다. 그러나 현재 국회의 움직임을 보면 과연 국회가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또는 헌법에 규정된 법정 기일을 준수할 지 의문이다. 현행 헌법 54조에 의하면 국회는 회계년도 30일 개시 이전에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도록 되어 있다. 만약 이 때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도 예산집행에 있어 차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법정기일의 준수는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조항일 뿐만 아니라 국회 스스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따라서 이 조항에 의하면 국회는 오는 12월1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예산통과의 법정 기일인 12월1일은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국회가 5일 동안 112조5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안을 제대로 심의하여 법정기일 내에 통과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국회는 매일 관련 상임위와 예산결산위원회를 개최하여 예산심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 예산계수소위는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도 문제로 인한 여야간의 공방은 별로 보도되고 있지 않다. 현재 국회의 관심은 예산심의보다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여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함으로써 리더십 공백에 의하여 당내 세력간의 파워게임만 계속되고 있어 국회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실질적으로 국회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다수의석을 가진 야당도 교원정년 연장, 검찰총장 국회출석문제 등과 정치적 문제에 집착하고 있어 예산심의는 뒷전인 양상이다. 국회가 스스로 헌법에 규정된 사항을 준수하지 못하다면 이는 국회 스스로 위법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다. 더구나 예산심의는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국가발전 계획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인데 겉핥기식으로 대충 심의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 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막판에 허둥대면서 정치적 타협에 의하여 일괄 처리되는 방식으로 심의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부터 야간국회를 열어서라도 예산심의를 하여야 된다. 법정기일은 반드시 지켜져야 되며, 동시에 국민의 편에서 낭비가 없는 예산이 되도록 철저한 심의를 해야 된다.

대형 국가사업들 왜 안하나

경기도지역에서 추진중이던 대형 국가사업들이 수년째 지지부진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파주 통일동산 조성과 일산대교 건설, 경춘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시대에 대비할 목적으로 1990년대부터 파주시 탄현면 일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통일동산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3차례나 연기됐으나 여전히 그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총 168만평 중 50여만평이 분양조차 되지 않았고, 분양된 땅도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공원묘지 등을 빼곤 황량한 벌판으로 방치돼 있다. 일산대교 건설도 마찬가지다. 날로 심각해지는 고양·파주시 일대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가 1999년에 1천312억원의 민자를 유치, 일산신도시 이산포 I C와 김포시를 잇는 1·8km의 일산대교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당초 경기도는 1999년 말 착공에 들어가 2005년말 완공하기로 하고 (주)대우건설 등 6개사 컨소시엄과 일산대교 건설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컨소시엄측이 전체 공사비 1천312억원 중 108억원을 도비로 지원해주기를 요청했으나 경기도가 거부하면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획조차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비용 분담 문제를 놓고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줄다리기를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울∼춘천 전구간(85·2 km) 중 청량리∼마석구간(27·2 km)이 늦어지고 있는 이 사업은 주무부서인 건교부가 서울시와 남양주시에도 공사비를 부담시키기 위해 광역전철화 사업을 고집하고 있으나 서울시와 남양주시 등이 재원부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국가사업들이 중단되고 있는 것은 사업계획 당시 관계 기관간의 협조없이 정부가 무리한 청사진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파주 통일동산의 경우 정권 교체 속에 주무부서인 통일부와 문화관광부가 당초 계획을 보류한 탓으로 사업진도가 늦어지고 있다. 일산대교 역시 2003년까지 고양 국제전시장과 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건설지연에 따른 심각한 교통혼잡이 예상된다. 사전에 면밀한 검토없이 무리한 계획을 세워 놓고 뒤늦게 예산 부족만을 탓하는 이런 국가사업들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들이어서 계속 지연될 경우 다른 산업에 까지 막대한 폐해를 준다.

震檀학회, 화성 ‘古典’심포지엄

진단학회와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4일 수원서 가진 ‘화성성역의궤의 종합적 검토’ 심포지엄은 전례드문 백미의 문화행사다. 1934년 창시된 유서깊은 진단학회가 1973년부터 스물아홉해 동안 해마다 가져온 올 29회 한국고전연구 심포지엄을 화성의 설계 및 공사시행 종합보고서 격인 ‘화성성역의궤’간행 200주년을 기념해 주제로 선정한 것은 뜻깊다. 조선조가 유일하게 건설한 지방 도시계획의 신도시, 화성 축성이 완공된 해가 지난 1996년으로 200주년인데 이어 2000년은 조선왕조 후기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정조가 붕어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제 화성을 199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데 결정적 사료가 된 ‘화성성역의궤’발간 20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고전의 가치를 집중 조명한 것은 학계의 경사이며 화성을 지닌 지역사회의 긍지가 아닐 수 없다. 총괄적 고찰이라 할 ‘화성성역의궤의 구성과 역사적 의의’(최홍규 경기대교수), 군사적 측면으로 검토한 ‘정조대 오위체제 복구론과 화성방어 체제의 개편’(노영구 서울대교수), 자재 및 인력 조달을 분석한 ‘화성성역에서의 물자 확보와 부역노동’(조병로 경기대교수) 등 역사학자 3명과 미술 및 건축사적 측면의 ‘화성성역의궤범의 회화사적 연구’(박정혜 홍익대교수), ‘화성성역의궤범에 나타난 건축사적 의미’(김동욱 경기대교수)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포지엄은 화성을 입체적으로 검토하기에 충분하였다. 당시엔 일종의 보고서인 ‘의궤’를 필사본으로 썼던 관행과는 달리 정조가 유달리 최초의 활자본 의궤로 많은 도설까지 그려 남긴 화성성역의궤는 역사적 의의와 함께 미술사 건축사 분야에까지 소중한 고전으로 규명된 것은 큰 수확이다. 1796년 준공된 화성은 ‘동서양을 통해 고도의 과학적 특성을 고루 지녔다’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측의 평가를 듣고 있으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18세기 군사건축물로 유럽과 극동지역 성곽의 특징을 함께 갖춘 독특한 역사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국민과 수원시민은 화성을 가까이 하면서도 막상 잘 몰랐던 축성의 깊이있는 내역을 이에 관련한 고전 심포지엄을 통해 폭넓게 알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이를 알기쉽게 간추려 대중에게 접근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심포지엄이 있기까지 우리 고장 출신이며 서강대교수인 홍승기 진단학회 회장이 베푼 많은 노고에 감사하며 아울러 경기문화재단에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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