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정국의 책임

여소야대의 국회운영이 좀 이상하다. 한창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교원정년연장법안의 소관 상임위 통과를 두고 말하는 것 만은 아니다. 지난 재보선 선거에서 야당이 완승한 이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몸을 낮추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본란은 밝힌 바가 있다. 그랬던 한나라당 총재가 작금에 와선 낮췄던 몸을 갑자기 높여 군림하려 드는 인상을 주는 것은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난데없이 선 국정쇄신 후 청와대회담으로 당초의 말을 바꾼 것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제반 국정을 위해 회담을 갖기로 기왕 작심했으면 갖는 게 거야 총재의 금도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이유를 달아 새삼 압박하는 정략이 과연 합당한지는 의문을 자아낸다. 만약 대통령과 갖는 회담에서 요구한 자신의 국정쇄신 방안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가 있다면 그에 대한 대처는 그 다음 차례의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가 아직은 베일에 싸여 있다고 보는 관측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이를 부정적 정치대응 요인으로 삼아서는 졸렬하다. 과거의 민주당이 자민련을 우당삼아 수의 우위로 밀어부친 것을 이회창 총재가 마땅치 않게 여겼다면 이제와서 민주당서 일탈한 자민련과 연대하여 수의 우위로 밀어부치는 것 역시 민주당 행태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잘못하면 되레 민주당의 실정을 한나라당이 함께 뒤집어 쓸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흔히 정치를 가리켜 예술이라고도 말한다. 이 잠언에 의미가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이총재가 예술적 정치작품을 창출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야당의 원내의석 다수 소임은 집권을 주도하는 대통령을 견제하는데 있는 것이지, 대통령의 시책을 근원적으로 방해하는데 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대통령책임제를 보는 본란의 판단이다. 검찰총장등의 탄핵문제도 그렇다. 사퇴를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탄핵안 발의로 몰아부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야당이 대통령의 국정에 사사건건 원내의석의 힘을 빌려 간여하려 드는 것은 대통령책임제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원내 거야의 힘을 견제와 협상으로 조정, 국민생활을 편안하게 할줄 알아야 할 것으로 안다.

내신성적 조작한 빗나간 교사

참으로 개탄과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안산의 어느 현직 중학교 교사가 수험생 2명의 성적을 조작,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외국어고교에 원서를 접수했다가 합격이 취소된 것은 입시행정 자체가 농락당한 것과 다름없다. 특수목적고의 입학전형이 필기시험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악용, 성적순위까지 위조의 표적에 이른 도덕성의 타락이 한심스럽기 그지없지만 더욱 기막힌 것은 입시관리가 이 정도로 허술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문제의 교사는 학급을 맡은 담임교사가 아닌 미술담당 교사로 외국어고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 2명의 원서를 평소 알고 지내던 학부모로부터 전달받은 뒤 담임교사의 도장을 위조, 5개 과목의 2·3학년 석차를 상순위로 조작했다. 원서에 담임교사의 도장만 찍히면 확인과정 없이 교감을 경유, 행정실에서 학교직인을 찍어주는 허술한 절차를 악용한 것이다. 서류전형의 생명은 내신내용의 철저한 정확성과 공정한 심사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더구나 우수학생을 선발, 특수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고의 입학전형은 학생과 학부모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막중지사라는 데서 한치의 허점도 용납되지 않도록 ‘정확·공정’에 만전을 기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내신성적이 멋대로 조작됐고, 우수학생이 떨어진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학생과 담임교사의 확인으로 조작사실이 밝혀져 합격이 취소되는 혼란을 빚게된 것은 입시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린 중대사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석차조작 교사의 형사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해당 중학교의 관리소홀 책임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입학원서와 내신성적 확인서 관리에 그토록 소홀했다는게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담임교사가 작성한 내신서를 교감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데다 원서접수 고교에서도 진위여부 확인과정이 없다면 입시관리 체계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당학교 못지않게 교육당국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대입을 겨냥한 일선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 사례가 있었음을 감안, 모든 학교에 주의를 환기시켰어야 옳았다. 해당 학교의 책임자에 대한 응분의 인책과 함께 다른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장치를 강구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같은 불상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부와 각 학교는 이번 사건을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문화재관리법 강화하라

문화재 관리의 부실과 허점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는 본란이 또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은 백번을 거듭해도 지나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부적정한 문화재 관리 체계다. 문화재청은 국가지정 문화재 보존·관리 활용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도는 기본계획에 따른 세부 시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과 시·도는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어 문화재 보존·관리 업무가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 지역에서의 건설공사 등에 대한 허가기준도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문화재 발굴·조사는 또 어떠한가. 문화재청은 매장 문화재 보호를 위해 1999년 3만㎡ 이상의 대형 건설사업에 대해서는 공사 착공 전 지표조사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지표조사대상 사업에 대한 현황 파악도 안돼있을뿐 아니라 지표조사를 하지 않고 사업을 시행, 매장문화재가 훼손되거나 공사 시행중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된다. 문화재 관광자원화사업 부실도 그렇다. 문화재청은 2003년까지 시·도에 85억원을 지원, 문화재 안내판 정비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시·도에서는 일반인이 알기 쉽게 안내문안을 작성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 전문용어를 계속 사용하거나 문법도 틀린 안내판을 작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정 문화재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어 보존할 필요성이 있는 근대건축물에 대해 문화재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아무리 지침을 보내도 대상건축물 현황만 파악하는체 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 비해 근대건축물의 문화유산 등록은 너무 늦게 이뤄진다. 보수공사가 정작 시급한 곳은 놔두고 다른 곳을 손대는 엉터리 보수·정비 사업은 또 어떠한가. 인력이 부족하여 발굴유물조차 관리하지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문화재청이 소위 특권부서가 아니라서 ‘물’로 보는가. 문화재가 홀대받는 국가는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와 시·도는 물론 시·군에서도 문화재관리 업무를 중요시하기 바란다.

그래도 수도권정책 고집하나

수도권지역의 인구집중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3·4분기 인구이동조사에 따르면 전입에서 전출을 뺀 시·도별 순(純)이동인구는 서울이 2만7천명이 줄어든 반면 경기도는 6만6천명이 늘어나 80년대 이후 9년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전국 시·군·구별 전입초과지역 가운데 용인·파주·구리시가 7천∼1만7천500명 늘어나 전입초과 1,2,3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통계 수치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수도권 인구억제시책이 실패했음을 뜻한다. 수도권 인구억제시책을 무력하게 한 것은 자연적인 사회변화 추세라기 보다는 정부 스스로의 정책 때문이었다. 신도시 건설사업이 그렇고 경기도 일원의 난개발 허용내지 묵인이 또 그렇다. 이는 인구억제시책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정책결정이었던 것이다. 서울인구의 수도권 분산책은 되었을는지 모르나 지방인구를 수도권으로 끌어모으는 결과가 되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작 정부는 수도권지역에 대한 규제일변도의 시책을 고집함으로써 큰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 인구를 증가시켰으면 당연히 이에따른 산업·교육·교통·복지시설 등을 갖추게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공장총량제 등 여러 규제조치들로 공장의 신·증설은 물론 교육대학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외국자본이 등을 돌리는 등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고 주민들의 삶의 질도 떨어지게 하고 있다. 여건의 변화와 사회의 새로운 수요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정책을 한치의 변경도 없이 밀고 나가는 정책경색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처럼 크고 심각하다. 때문에 여건과 상황이 바뀌어 꼭 제한을 풀 일이 있으면 풀어야 마땅하다. 이제 수도권 규제만능의 망상을 과감히 버리고 경제논리에 기초한 수도권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해소는 수도권의 일방적 규제로 될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수도권의 경쟁력을 되살려 그 효과가 지방으로 파급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중앙에 편중된 권한을 대폭 지방에 이양해 지방 고유의 성장잠재력을 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을 지방에 분산할 것이 아니라 지방 고유의 권한을 지방에 돌려주어 낙후된 지방이 과감한 지역개발을 통해 수도권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수도권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는 이런 측면에서 그 당위성이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노후소방차량, 즉시 교체해야

경기도와 인천시가 보유한 소방차량들이 너무 노후화해 교체가 시급하다. 가장 신속하고 현대화된 장비를 필요로 하는 소방차들이 노후됐다 하면 화재발생시 긴급출동은 어떻게 하며 화재는 또 어떻게 진압할 수 있겠는가. 경기소방재난본부의 경우 현재 보유중인 894대의 소방차 가운데 내구연한인 6년이 지난 차량이 120여대나 되며, 11년이 지난 차량도 80여대에 이른다고 한다. 인천소방본부도 233대의 소방차 중 6년 내구연한이 지난 차량이 56%인 130대이며, 이 가운데 10년 이상된 차량이 42대나 된다고 한다. 이들 노후소방차량은 성능이 떨어져 갈수록 대형화되는 화재를 진화하는데 힘들뿐 아니라 긴급을 요하는 화재현장에 제때 출동하지 못한다고 하니 매우 불안하다. 소방차는 항상 불과 화학약품을 싣고 다니고, 화재 진압 출동시 급출발과 급제동을 자주 하기 때문에 특성상 노화가 빠르다는 것이 소방본부의 설명이다. 이렇게 노후차량이 많은 것은 경기도의 경우 새차 구입 예산이 태부족인데다 그나마 도의 예산배정 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올해 소방관련 예산은 전체 시 예산의 0.2%인 32억9천100만원으로 이중 장비교체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고작 5억여원에 불과하다고 하니 여간 우려스러운 실태가 아닐 수 없다. 소방관들과 소방차의 중요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우리는 미국의 ‘9·11테러’사건과 같은 대형 사건을 강건너 불처럼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모든 재난은 화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러사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량이 노후돼 제때 출동하지 못하거나 출동했다 하더라도 장비불량으로 화재 진압을 못했다면 이 사회는 소방서에 온통 비난을 퍼부울 것이 분명하다. 소방관서는 만일의 돌발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상존하는 돌발 사태의 진압을 위해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은 소방차량이 화재뿐만이 아니라 긴급 재난 등 24시간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지 아니한가, 특히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는 산불을 대비, 소방차량뿐만 아니라 소방항공기도 매우 중요하다. 노후된 소방차량 교체를 위한 예산 확보가 실로 시급하다.

쌀값인하 能事가 아니다

어제 도내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국농업경영중앙연합회 주최로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로 대규모 시위가 야간까지 개최되어 큰 교통혼잡을 이루었으며, 일부 시위자와 경찰관이 부상당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내달 2일 또다시 전농은 대규모 시위를 개최할 예정으로 있어 앞으로 농민들의 시위는 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농민들이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는 자명하다. 정부가 농민들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이다, 또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인다고 하면서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도 농민들을 위한 정책에서 인색하다는 것이다. 소리도 없이 사라진 국민의 세금인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중 일부만을 전용해서 농업정책에 투자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어려움은 없었을 것을 정부가 도시민과 기업을 위한 정책만을 실시함으로써 농업이 죽고 있다는 것이 농민의 항변이다. 농림부장관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에서 고육지책이라는 이름 하에 건의한 쌀값 인하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5년부터 농업분야의 대폭 개방이 예고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로 내년도 추곡수매가를 4∼5% 인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건의안을 양곡유통위가 채택한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됨을 알면서도 추곡수매가 인하를 건의한 양곡유통위의 어려움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러나 쌀값 인하가 농업정책 해결의 최대 과제라는 인식은 분명 잘못되어 있다. 양곡유통위는 쌀값 인하 건의에 앞서 쌀지원 방식의 전환, 농가소득 안정책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추곡수매가 인하는 이런 정책이 실시된 다음 건의해도 늦지 않다. 양곡유통위의 쌀값 인하 건의는 쌀값 하락으로 우울한 농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다행히 농림부가 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통하여 내년 쌀 매입가를 인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공연히 농민을 자극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나 발표하지 말고 우리의 삶의 터전인 농촌이 안정된 생활을 할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될 것이다. 대책도 없이 쌀값 인하를 운운하지 말고 농민대표, 소비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특별기구라도 만들어 진지한 농업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약급증은 국가적 위기

마약 공급이 전염병처럼 번져 때와 장소, 계층을 가리지 않고 확산돼 국가적인 위기에 처했다. 일부 고급유흥업소나 미용실, 헬스클럽 등에서 손님에게 초보자 중독시키기 작전이라는 소위 ‘맛보기’로 마약을 피로회복제라고 속여 서비스를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구나 동네술집 당구장 등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하니 마약도 막가파식이 되었다. 마약이 이제는 직장인·주부·노인 등에게 무차별 공급되고 있으며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에까지 침투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증하는 마약사범 중 초범이 70% 정도이고, 지난해 마약사범이 7천70명으로 5년사이에 2천명 이상이 늘어났다고 하니 이 얼마나 위험한 실상인가. 단속망에 걸리지 않은 숫자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테니 실로 가공스러운 시국이다. 점점 늘어나는 밀수도 갈수록 다양해져 최근에는 특송화물이나 정상 수입화물을 이용하는 등 은닉수법이 지능화 돼 단속에 혼란을 준다. 검찰과 세관이 올해 인천공항과 전국의 항만에서 압수한 히로뽕 76kg의 경우 2백53만명이 동시에 한차례씩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고 실제 유통량은 몇십배인 것으로 추정돼 전국민을 중독자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공급이 늘면서 가격마저 떨어져 히로뽕 1회 투여분(0.03g)값이 1만원 미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약은 개인과 한 가정을 망칠 뿐 아니라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는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다. 마약을 투여한 뒤 환각상태에서 벌이는 살인, 강도, 강간, 인질극 등 강력범죄들이 속출한다. 마약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강도, 마약거래, 살인행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여성의 경우 매춘을 일삼는등 2차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갈수록 늘어나는 마약공급과 중독사태는 참으로 심각하다. 이제 정부는 미국처럼 마약수사청(DEA)이나 마약통제정책국(ONDCP)과 같은 전담기구를 설치,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단순투약자나 판매책 단속만으로는 그야말로 어림도 없다. 밀반입 주요 루트인 공항과 항만 등에서 유입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특히 마약사범의 강력한 단속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이 대폭적으로 확충돼야 한다. 벤츠를 타고 도주하는 마약사범들을 승합차 타고 추격하는 현재의 단속체계를 하루 빨리 크게 개선해야 한다. 차일피일 하다가는 이 사회가 마약에 중독될 처지에 있는 지금은 국가적 위기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地自體 예산낭비 이대론 안돼

도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가 여전하다. 사업성에 대한 치밀한 검토없이 무작정 사업을 벌이는 일이 허다한데다 공사비를 과다하게 계상하거나 불필요한 장비를 투입하는 등 설계와 시공을 부적절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올 10월말까지 도내 자치단체가 발주한 각종 사업에 대한 기동감사 결과 25건의 예산낭비 사례가 드러났다. 시흥시의 경우 거모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벌이면서 설계내역상 암(岩)터파기 공사가 실제 시공때에는 토사로 변경됐는데도 설계변경을 하지않아 공사비가 과다책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양시는 종합운동장의 주경기장 및 부속동 바닥 콘크리트 두께가 60mm만으로도 충분한데도 100mm로 설계했다. 이밖에 덕양문화센터를 지으면서 터파기할 때 기계시공이 쉽고 경제적인데도 비효율적이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인력시공으로 설계했다. 지자체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으면서도 씀씀이는 흥청망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파산하는 자치단체가 언제 나올지 모를 일이다. 경기도가 최근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감사 자료를 보더라도 재정악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도의 부채 총규모가 10월말 현재 3조6천500억원에 이르러 전국 시·도중 제일 많아 4년간 지불해야 할 이자만도 5천25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부채가 늘어나면서 일선 지자체 상당수가 오는 2004년까지 부채의 절반도 갚지 못할 정도로 재정형편이 열악해지고 있다. 이같이 지방재정 악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임기내 가시적 사업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단체장들의 무모한 사업추진과 자기목적적인 예산 오·남용 등 방만한 재정운영 때문이다. 이같은 예산낭비사업들은 당초 단체장들이 선의에서 시도한 것이었다 해도 과학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덤볐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도 당국은 예산낭비사업의 적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책임소재를 엄정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 경우만이 아니라 일반 예산 사항에서도 낭비요인을 찾아냄으로써 방만한 편성 및 집행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단체장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자율확대가 민선단체장들의 오만과 독단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민선 단체장의 자기목적을 위한 예산낭비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직능단체 정치참여 타당한가?

직능단체의 정치참여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노동단체는 이미 정치참여를 밝힌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대한교원단체총연합회에 이어 엊그제는 대한의사협회가 총회에서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앞으로 또 어느 직능단체가 정치를 하겠다며 나설지 모를 상황이다. 법에 정치활동 금지규정이 없으면 직능단체라 하여 정치에 참여못할 이유는 없다. 참정권은 모든 국민의 기본권이다. 본란은 여기서 직능단체의 정치활동이 실정법상 어떤지에 대한 견해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가능하다 하여도 직능단체의 정치활동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정치활동을 하겠다며 내세우는 이유는 들어볼만은 하다. 갈팡질팡 하는 교육부 시책에 더 인내만 할 수는 없다는 교총의 주장이나 실패한 의약분업의 전면 재검토를 들고 나온 의협의 주장에는 국민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정부시책이 이미 정치활동을 선언한 직능단체 소관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 때문에 직능단체마다 직접 정치활동을 하겠다며 들고 나서면 소임의 본말이 전도되는 이상한 사회로 변질될 것이 걱정이다. 사회 구성원은 각기 저마다 갖는 소임을 통해 사회발전과 국민생활에 기여한다. 만약 직능단체가 본연의 소임을 떠난 소임의 구실을 이유삼아 저마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 그에 상충되는 직능단체가 또 정치참여로 맞서는 악순환의 연쇄반응이 우려된다. 본란은 일찍이 시민단체의 정치참여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한 바가 있다. 비판 기능을 갖는 시민단체가 집행기능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이미 시민단체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능단체는 물론 시민단체와 성격은 다르지만 정치참여에 대해선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는 부정적 판단을 갖는다. 직능단체는 정부시책이 아무리 마땅치 않아도 비판과 법률을 통해 보완하거나 시정하고자 하는 꾸준한 노력을 갖는게 정도이지, 직능별 정당행태를 띠는 것이 정도는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더 말할 것 없이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치불신의 단면이기도 하다. 정치권이 직능별 의견을 정부 시책에 반영하지 못한데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렇긴 하나 정치력이 없는 정치권이 아무리 못났어도, 이로 인해 직능단체가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나오는 것은 동의하기가 어렵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기업들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 업종인 한국맥도널드가 최근 국내 최초로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2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직장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이들이 전국 맥도널드 체인점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참으로 흐뭇해진다. 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장애인수는 2000년말 1백45만명으로 지난 10월 29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장애인 고용촉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 현행제도인 상시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했던 것을 상시 10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로 확대한 것이다. 다만, 경제여건 등을 고려해 2003년 200인 이상, 2005년 100인 이상 사업주로 연차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얻을 수 있는 고용효과는 큰 기대를 걸게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이 200인 이상의 사업주로 확대될 경우, 9천495명, 100인 이상의 사업주로 확대되면 1만8천372명 등 총 2만7천867명이 되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국가·지자체 또는 정부기관에 우선 구매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되는등 장애인 표준사업장 관련 규정이 대폭 개선된다고 한다. 또 장애인고용과 관련된 타법률에 의해 임금 등을 지급하는 사업체에 대해서는 장려금이 차감 지급되는 등 고용장려금 지급 기준도 정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대다수의 기업체들이 정부가 적극 권장해온 의무고용제조차 기피, 또는 외면해왔다는 점이다. 장애인의 실업률(28.4%)이 비장애인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이러한 때에 다국적 패스트푸드업체인 한국맥도널드가 정신지체장애인 2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은 용기있는 결단으로 놀랍기까지 하다. 이제 우리는 매장을 청소하며 손님의 주문을 받고 햄버거를 나르는 직원을 장애인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물론 장애인 종업원의 서빙을 신기하게 봐서도 안된다. 장애인도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아름다운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장애인 고용촉진과 직업재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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