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유대인

오바마 미국 신임 대통령의 첫 출근 시각은 21일 오전 8시35분이다. 첫 집무를 가자지구 재건 문제로 대통령 직무를 개시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 및 지상군 포격으로 폐허가 된 게 가자지구다. 수백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수천명의 사상자를 냈다. 국제사회의 철군 여론에도 막무가내던 이스라엘이 자진해 일방적 휴전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일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취임 직전이다. 즉 이스라엘의 휴전은 오바마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으로 첫 흑인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애정 표현인 것이다. 오바마 취임에 맞춰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연일 “위대한 새 지도자” 등으로 미국판 용비어천가를 읊어댄 것도 그 자신이 유대 민족이기 때문이다. ‘미국·이스라엘홍보위원회’(AIPAO)란 것이 있다. 미국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대인 단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해 미국 하원이 자위권 행사로 보는 지지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이들의 로비에 의한 것이다. 지난 8일 이스라엘 관련의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당시의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돌연 기권했던 것도 AIPAO의 작용이었다. 미국내 유대인들은 정치뿐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 만만찮은 실세로 포진,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아랍권에서 큰 소리치고 있는 연유가 순전히 그 같은 미국의 뒷배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민의 유대인들은 오바마에 대한 로비 또한 다방면으로 치열하다.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가이트너 재무장부 장관 등은 오바마 측근의 유대인이다. 유대(Judea)는 기원전 10~6세기경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방에 세웠던 유대민족의 왕국이다. 왕국이 망한 뒤 전 세계에 흩어져 살다가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 중동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오바마의 첫 집무가 가자지구 재건 문제인 것은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 여부를 가름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유대인들의 조직적인 압력성 로비를 받고 있는 그가 이스라엘을 제쳐두고 하마스와의 접촉 고려를 과연 시도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 임양은 주필

4일장

상례(喪禮)와 장례(葬禮)는 약간 다르다. 장례는 상례의 한 부분으로 시신을 처리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론 장사(葬事)를 치른다고 하여 상례와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상례가 시신을 다루어 처리하는 일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처리하는 과정, 죽은 사람과 관계가 있었던 살아있는 사람이 시신의 처리 과정 전후에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규정 등을 하나의 연속된 절차로 정리한 것을 의미한다면, 장례는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만을 뜻한다.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은 땅위에 버리는 방법, 땅속에 묻거나 돌 등으로 덮는 방법, 불에 태우는 방법, 물속에 버리는 방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방법을 풍장(風葬)·매장(埋葬)·화장(火葬)· 수장(水葬)으로 불러 구분한다. 시신 처리방법은 그 사회의 관습에 따라 다르다. 특히 종교에 따라 서로 각각 다르게 규정돼 있다. 생물체로서의 인간은 어느 사회에서나 한 번은 죽어야 하며,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 시신을 처리해야 한다. 장례는 살아 있는 사람의 엄숙한 사명이다. 종교마다 제각기 다른 생활관·내세관·영혼관·육체관에 의하여 시신에 대한 관념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장례는 매장과 화장이다. 매장이 화장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날은 화장이 많아져가는 추세다. 대개 3일장이나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지만 화장의 경우 최근 들어 4일장이 많아졌다. 3, 5일장을 선호하는 관습이 바뀐 게 아니다. 화장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화장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화장장은 사람이 사망하기 전 미리 예약할 수 없어 항상 며칠씩 대기 상태라고 한다. 성남, 수원 등의 화장장은 고인이 성남, 수원시민이면 10만원의 이용료를 받지만 타지역 고인이면 100만원이다. 지역이기주의, 혐오시설 기피 등으로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다른 시·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는데 탓할 수도 없다. 시신을 화장하려고 해도 화장장이 없어 제때 장례를 치르지 못한다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상례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화장장은 사람들이 기피할 시설이 아니다. 시·군별 화장장 건립이 더욱 절실해졌다. /임병호 논설위원

牛公의 소망

“우리는 일하고 싶다. / 수천년 세월을 / 인간과 더불어 살아온 우리는 / 땀 흘려 일하고 싶다. // 밝아오는 새벽녘 / 주인과 함께 논밭으로 나가 / 쟁기를 힘차게 끌고 싶다. // 우리가 끌고 가는 / 쟁기 지나간 자리에 돋아나는 / 흙의 새 힘, / 주인이 심은 씨앗들은 / 행복을 잉태한다. // 우리의 일터 / 논밭을 돌려다오. / 거름냄새 향기로운 흙이 그립다. / 한가로운 일상이 / 우리는 슬프다. // 이른 아침 외양간을 나와 / 주인을 도와 일하고 / 해질녘 다시 외양간으로 돌아와 / 여물을 배불리 먹고 싶다. / 휴식을 즐기고 싶다. // 인간을 위하여 일해온 / 우리의 노동은 신성했다. / 다시 일터를 다오. / 우리는 일하고 싶다.” -詩 ‘牛公’ 통계청이 지난해 경지면적이 2007년보다 1.3%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논면적이 2.2%가 줄어 지난 10년 이래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지난해 11월 우리 농업과 식량안보의 마지막 보루인 농업진흥지역 6만5천㏊를 해지했다. 오는 7월엔 산업용지 공급을 위해 농지를 매입·수용하는 토지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다. 정말 큰일이다. 농지거래 활성화와 재산권 보호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우리의 식량자급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우리 식량안보의 절대적인 부분을 쌀이 떠받치고 있어 논면적의 급격한 감소는 너무 불안하다. 중·단립종 국제 쌀값 급등과 미국의 벼 재배면적 감소, 호주의 가뭄, 중국의 쌀 수출관세 부과 등 쌀 교역여건도 불투명하다. 국제 곡물부족과 곡물가 불안 또한 상당기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 정부가 외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산업 육성과 농지감소는 대표적인 엇박자다. 농지를 저탄소 녹색성장산업에 활용할 것인지 공장부지 등 산업용지로 쓸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식량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논을 비롯한 경지면적의 급감은 환경·생태계 파괴면에서도 심각한 국가 문제다. ‘우공’은 농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詩다. “우리의 일터 논밭을 돌려다오. 거름냄새 향기로운 흙이 그립다”고 소망한다. ‘소의 해’인 올해, 정부가 우공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워싱턴의 백악관이 완공된 것은 1800년이다. 이전은 1776년 미국 독립선언을 행했던 필라델피아가 수도였다. 백악관 부지는 축구장 열개만 하다. 무려 132개의 방이 있다. 흑인은 출입이 금지됐던 백악관에 상주한 흑인이 있었다. 노예다. 백악관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재퍼슨은 10여명의 흑인 노예를 부렸다. ‘흑인이 대통령이 되면 백악관은?’하는 넌센스 퀴즈가 있었다. 약 30년 전이다. 정답은 ‘흑악관’이다. 당시는 미국의 흑인 대통령 출현은 상상도 못했던 때다. 상상도 못했던 흑인 대통령이 현실로 나타났다. 세계사적 변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44대 대통령 취임식이 오늘 새벽에 있었다. 워싱턴 현지 시간으로는 20일 낮 12시, 한국시간으로는 21일 오전 2시다. 링컨의 1863년 노예해방 이후에도 흑백 갈등은 미국사회의 골칫거리였던 게 오바마 대통령의 출현으로 완전한 인종 평등을 이뤘다. 취임식장인 워싱턴광장은 40만 인파로 뒤덮혔다. 링컨기념관 앞에서 열린 ‘우리는 하나’ 주제의 콘서트에 이들 수십만 청중이 환호했다. 비욘세, 보노, 본 조비 등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료 없이 자진해 나와 열연했다. 오바마는 링컨이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했던 바로 그 성경책을 놓고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 취임 연설에서 “위대한 미국의 재창조”를 역설, 우레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통합의 정치를 꿈꾼다. 지지도가 무려 78%에 이른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 40대 후반의 젊은 흑인 대통령에게 거는 미국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오바마의 앞길은 결코 평탄치 않다. 나라안으로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고갈된 재정난 대처에 겹친 실업자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나라 밖으로는 이라크, 중동문제 그리고 북핵 문제가 난제다.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돌발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과연 위기가 위대한 지도자를 만드는 그같은 위기 타개의 대통령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오바마는 링컨을 정치적 대부로 삼는다. 민주당 출신의 그가 그처럼 존경하는 링컨은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 출신이다. / 임양은 주필

三人成虎

“만일 한 사람이 저자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대왕께서는 믿겠습니까?” “안 믿지요.”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어떻시겠습니까?” “한번쯤 의심은 해보겠지요.” “그럼,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세 사람이 그렇다고 하면 과인도 믿게 되겠죠.” 위(魏)나라 혜왕과 신하 방총의 문답이다. 방총은 조(趙)나라 수도 한단에 볼모로 가있는 태자를 데려오기 위해 먼 길을 떠나면서 혜왕에게 그렇게 물은 덴 연유가 있다. “필시, 소신이 조정에 없는 사이에 신을 참소하는 소인배들이 어찌 한 둘이겠습니까? 세 사람도 넘을 것이니 통찰해 주소서”라고 간청했다. 혜왕은 이에 “잘 알겠으니, 걱정말고 다녀오시오”하며 안심시켰다. 한(漢)나라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의 고사다. 혜왕은 그러나 나중에 방총에 대한 참소를 곧이듣고 한단에서 돌아온 그를 끝내 만나주지 않았다. 인터넷을 두고 표현의 자유을 말한다. 근래엔 미네르바 소동이 있었다. 이런 정보 검색을 가리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민주주의의 위기로 비약한다. 허황된 표현이 보호받을 자유의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익명성에 숨어 멋대로 지껄이는 소리가 민주주의의 요체인 다양한 목소리인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좀먹는 무책임한 선전선동의 규제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왜곡하는 선동 역시 진실이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광우병 주술에 말려들어 나갔다”는 것은 서울광장의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었던 한 참석자의 말이다. 아고라(agora)는 고대 그리스의 신전이 있던 아크로폴리스 언덕밑의 넓은 광장으로 시민들이 절로 모여 토론 등을 벌이는 집회의 장소였다. 투표 또한 아고라 광장에서 있었는 데 그땐 종이가 귀했으므로 조개껍질 등에 이름을 새겼다. 그런데 후세에 아고라 광장을 발굴하면서 발견된 것이 동일 필적의 조개껍질이 무더기로 나온 패총이다. 대리 투표 등의 부정이 자행됐던 것이다. 민주정치의 요람이 중우정치로 전락된 게 아고라 광장이다. 자유에 책임을 수반하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이다. 책임을 내팽게친 자유는 방종이다. 방종은 남의 자유를 침해한다. ‘삼인성호’의 중우정치를 일삼는 인터넷의 방종이 이 사회를 교란한다./ 임양은 주필

그림

이중섭(1916~1956)은 야수파의 영향을 받은 화가다. 야수파는 20세기초 프랑스에서 바람이 불었다. 굵은 선으로 대담하게 단순화를 시도한 혁신적 화풍이다. 이중섭은 소, 개 등을 소재로 향토적인 그림을 주로 그렸다. 그러나 생활이 불우했다. 6·25 전쟁 때 평양에서 월남해 피란시절을 대구에서 보냈다. 다방에서 진종일 보내며 담뱃갑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 박수근(1914~1965)은 회백색 구조의 간결한 선묘로 표현하는 생활 주변의 풍경을 많이 그렸다. 강원도 양구 사람이다. 박수근에 비해 이중섭은 요절했으나 두 화가의 연대는 비슷하다. 다른 것은 이중섭은 일본에서 그림 공부를 했고 박수근은 독학을 한 점이다. 두 화가의 작품에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얼마전에 이중섭의 그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위작 논란이 일어났었다. 그처럼 많은 그림을 남길 수 없었고, 또 화풍의 선 처리가 다르다는 의문이 제기됐던 것이다. 아마 이중섭 생전에 피웠던 ‘건설’이나 ‘공작’ 담뱃갑에 그린 그림일 것 같으면 그같은 논란이 일지 않았을 지 모른다. 박수근의 그림도 위작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그의 작품 ‘빨래터’는 아직도 진품 여부가 가려지지 않고 있다. 이중섭의 그림이나 박수근의 ‘빨래터’나 다 전문가들 감정을 거쳤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법원에 재판이 걸려있다. 불황이다 뭐다 해도 이중섭, 박수근 같은 대가의 작품은 부르는 게 값인 모양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그림이 이번엔 위작이 아닌 뇌물 시비에 휘말려 있다. 모 작가의 그림으로 ‘학동마을’이란 작품이다. ‘학동마을’은 비구상이다. 자유로운 형태와 색채로 표현된 추상화다. 거액의 이 그림을 한상률 국세청장이 국세청 차장이던 때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뇌물로 건넸다느니, 사실이 아니다느니 하여 말썽이 되고 있다. 뇌물 시비가 일어난 지가 꽤 됐는데도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주목되는 건 대가들 그림이 대개는 사후에 소장 가치가 형성된 점이다. 이중섭의 그림도 생전에 지금같은 평가를 반에 반만 받았어도 돈이 없어 고생한 일 없이 거부가 됐을 것이다. 열정적 색채 구사로 유명한 정열의 화가 고흐(1853~1890) 또한 생전엔 그림 한점 제대로 팔지 못했다. /임양은 주필

사법연수원생

사법시험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예비 법조인들은 2년간 사법연수원에서 별정직 5급 신분으로 월급을 받으며, 법률 전문가로서의 소양도 키우고 도덕적 담금질도 한다. 적잖은 비판 속에서도 이런 혜택이 유지되는 것은 예비법조인들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연수 기간 동안 연수원생들은 국가공무원법 64조에 따라 돈벌이를 할 수 없으며, 법률 지식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훈련받는다. 연수원생들은 고양시 마두동에 있는 사법연수원을 ‘마두고’라고 부른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판·검사 임용과 대형 로펌 취직 안정권인 300~400위 안에 들기 위한 성적 경쟁은 그야말로 소리 없는 전쟁이다. “사시는 떨어지면 또 볼 수 있지만, 연수원은 수료 성적으로 인생이 좌우되기에 사시보다 부담감이 더 크다”고 연수생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부정 행위 방지 노력도 살벌(?)하다. 시험실엔 남녀 각각 하나씩 표찰을 두고 한 명씩만 화장실에 가도록 하고 있다. 공익근무요원이 화장실 앞에서 감시하고, 시험 전날엔 화장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한다. 회식 때 교수와 가까운 자리에 앉으려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얼굴 도장’을 찍어 인·덕성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다. 일부 연수원생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숨길 정도다. 시험을 보다 쓰러진 연수원생도 있었다. 그런데 사법연수원 수료예정자 1명이 취업을 위해 성적표를 조작했다가 발각돼 중징계를 받았다. 대기업 변호사가 되기 위해 컴퓨터와 스캐너로 성적을 조작했다. 다른 3명의 수료예정자는 고시촌 사설학원에서 불법강의를 하다 적발됐다. 이 중 1명은 연수원 사상 처음으로 4.3점 만점을 받아 수료식에서 대법원장상을 수상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뛰어난 법지식과 연수성적도 인성과 도덕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임을 보여줬다. ‘잘 나가는’ 연수원생은 한 과목에 1천만원까지 받고 강의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사법시험 1천명 시대’가 시작된 이래 ‘사시합격=행복시작’의 등식은 깨졌다지만 사시 합격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극소수의 탈선으로 전체 사법연수원생들의 의지가 흔들리면 더욱 큰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노인 범죄

1996년 3만4천492명이던 61세 이상 노인 범죄자가 2006년 8만2천323명으로 늘어 10년 만에 139%의 증가율을 보였다. 노인 범죄 증가율은 이 기간 동안 인구 증가율(64%)을 두 배 이상 웃돈다. 같은 기간에 전체 범죄자 수는 192만2천549명에서 193만2천729명으로 조금 늘었을 뿐이다. 노인 범죄 가운데 살인·방화 등 강력범죄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96년 20명이던 노인 살인범은 2006년 59명으로 3배 가량, 7명이었던 방화범은 46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성폭행범도 94명에서 423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20대 4명이 희생된 2007년의 ‘보성 어부 연쇄살인사건’과 지난해 숭례문 방화를 계기로 그동안 주로 피해자로 인식되던 노인들의 범죄가 가해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박사의 논문 ‘노인 범죄 및 범죄 피해’를 보면 ‘부에 대한 욕심’(24.1%)이 가장 많은 범죄 동기로 나타났고, ‘원한이나 분노’(16.9%), ‘생활비 마련’(14.6%)이 뒤를 이었다. 1995년 조사에선 ‘원한이나 분노’(43.1%)가 ‘부에 대한 욕심’(20.3%)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범죄에 노출된 노인 피해자 역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범죄 피해자가 1996년 75만7천994명에서 2006년 105만66명으로 증가한 가운데 노인 피해자는 3만3천431명에서 8만7천536명으로 162%나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00만명을 돌파했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어 섰다. 문제는 급증한 노년 인구의 삶의 질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대다수 노인이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특히 100만명에 육박한 독거노인의 경우 형편이 더욱 심각하다. 돌보는 가족이 없어 사고와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데다 월평균 소득도 26만6천원에 불과하다. 이들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는 건 범죄를 부추기는 일이나 다름 없다. 노인 인구의 급증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고령화가 국가에 재앙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노인들의 자정이 먼저 앞서야 한다. 노인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젊은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임병호 논설위원

아이들 놀이

아이들 놀이도 시대따라 변한다. 예를 들면 요즘은 썰매 타는 것도 좀처럼 보기 어렵다. 썰매를 탈만한 얼음판도 별로 없긴 하다. 연놀이나 팽이돌리기 자치기 같은 건 더욱 볼 수 없다. 흘러간 민속이 됐다. 이런 놀이를 즐겼던 예전 아이들은 영양 상태가 부실했다. 코흘리개가 유난히 많았던 것이 그 때문이었다. 지금의 아이들 중에 코를 흘리는 아이는 거의 없다. 예전 아이들이 지금으로 치면 민속놀이를 즐겼던 것은 다른 놀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도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전에는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어른들이 거치적 거린다며 나가서 놀아라고 했다. 아이들은 많고 집은 비좁았던 탓이다. 지금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세태다. 특히 이즈음 같은 강추위 땐 더 그렇다. 아이가 많지 않기도 하고 나가면 감기에 걸리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들은 이래서 진종일 집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뿅뿅’대기가 일쑤다. 예전 아이들 놀이를 자연친화로 치면 요즘 아이들 놀이는 문명친화로 비유할 수가 있다. 코를 흘려대는 영양 부실에도 강추위와 맞서 밖에서 놀았던 것은 자연친화의 체력이 몸에 베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문명친화가 몸에 베어 영양 상태가 좋아도 자연의 힘, 즉 추위 등에 저항력이 약한 것이다. 같은 예전에도 지주의 아들은 따뜻한 명주옷에 잘 먹고 잘 살아도 항상 허약했던 것은 책상물림이었고, 머슴 아들은 무명옷에 잘 못 먹어도 건강했던 것은 흙바탕에서 놀며 땅김을 쐬고 컸기 때문인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대체로 체격은 커도 체력은 약하고, 충동적이고, 참을성이 부족한 연유가 문명친화에 기인된다는 생각을 갖는다. 루소의 자연주의는 18세기에 나온 것이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상고해볼 가치가 있다. 이 며칠동안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강풍이 몰아치곤 해 춥다고 야단들이다. 하지만 겨울은 겨울다운 게 정상이다. 썰매의 계절인데도 썰매 탈 변변한 곳 하나 없는 게 이즈음 아이들을 위해 안타깝다. /임양은 주필

담배

백해무익한 것이 담배다. 담배를 피우는 본인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도 간접흡연의 폐를 끼친다. 흡연은 습관이다. 특히 신경을 많이 쓸 때 담배를 입에 물어야만 하는 흡연자들이 많다. 니코틴 중독인 것이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2~8%로 질소질 무색 휘발성이다. 공기중에서는 점차로 산화하여 갈색으로 변한다. 신경·소뇌·연수·척추 등을 자극 마비시키는 맹독성 알카로이드다. 알카로이드란 질소를 함유하는 식물염기의 총칭이다. 모르핀·코카인·니코틴 등 약 500종이다. 커피는 그런 알카로이드 음료의 하나다. 담배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피웠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호기심 많은 서구인들이 담배를 도입했다. 영국의 탐험가 월터 롤리(1552~1618)도 그같은 사람이다. 어느 날 서재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주인이 자욱한 연기 속에 있는 것을 처음 본 하인이 불난 것으로 알고 대야에 물을 떠 주인 얼굴에 끼얹었다는 일화가 있다. 담배는 ‘밤바꾸‘의 변이음으로 신대륙 원주민들이 ‘톰바꾸’로 부른 데서 유래된 걸로 전한다. 국내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과 그 이전인 광해군 시대 등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임진왜란 설이 유력하다. 흡연율이 늘었다. 수년째 지속되던 흡연율 감소가 증가세로 반전됐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성인 남자 3천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1992년에 무려 75.1%이던 흡연율이 2000년 67.6%로 떨어진 데 이어 2006년은 40%까지 낮아졌던 흡연율이 최근 조사에서 40.9%로 다시 늘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흡연율 반전의 원인을 경기 불황의 심리작용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앙인 미국사회 역시 흡연율이 증가한 것으로 로이타 통신은 보도한 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편의점이나 소매점에서 담배를 팔면서 진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다른 여러 방안과 함께 흡연율 낮추기 일환으로 추진한다. 충동구매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금연 2020’으로 실시하는 이 운동은 오는 2020년까지 흡연율을 20%로 낮출 계획이다. /임양은 주필

금배지

한 독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폭력배 의원 등이 때려 부순 국회의사당 보수비 청구소송을 내가 법원에 내려고 했는데 국회사무처가 먼저 청구했다”는 것이다. 사무처가 집계한 시설물 및 집기 등 손해액은 3천423만원이다. 민주노동당 대표 강기갑 의원이 단독으로 의장실 집기 등을 부순 손해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무처가 민주당에 요구한 손해배상은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된 민사상의 손실보상 청구다. 민주당은 이에 입을 다물고 있다. 돈을 물어주자니 폭력과 불법을 시인하는 게 되고, 안 물어주겠다고 하자니 국민의 눈이 따가워 난감할 것이다. 민주당이 끝내 안 물어낼 경우 사무처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사무처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국민이면 누구든 민주당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수가 있다. 국민은 국회의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된 손실보상에까지 예산을 쓰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화를 한 그 독자의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한데, 희한한 것은 1월 임시국회 소집을 반대하던 민주당이 갑자기 서둔 이유다. 김재윤 소속의원(제주·서귀포)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의료단지 설립 관련의 3억원 수수혐의에 대해 회기중 불체포 특권을 갖기 위해 ‘방탄국회’를 연 것이다. 그러나 1월 임시국회는 30일의 회기만 있을 뿐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법제사법위원회는 15일부터 21일까지 뉴질랜드 등, 기획재정위원회는 프랑스 등지의 외유성 해외출장을 떠나는 것을 비롯해 행정안전위 교육과학기술위 등 역시 해외여행을 할 계획인 것이다. 가관인 건 그토록 앙숙이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그리고 대표성이 논란이 됐던 선진창조 모임 문국현 원내대표 등 여야 3개 교섭단체 대표가 오는 중순에 나란히 중남미 순방에 나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다는 금배지는 3대 국회 때 행운으로 국회의원이 된 어느 금광업자가 만들어 의원들에게 선물한 것이 계기가 되어 사무처에서 제작해 배포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 하는 짓이 정말 금배지가 아깝다. 금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을 부끄럽게 알아야 할 것이다. / 임양은 주필

新日流

독도 문제 등으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 국가의 자존심을 건 신경전을 벌인 일도 잠시잠깐이다. 한국의 일부 상류 사회에선 전혀 다른 세상을 산다. 그들만의 일본 제품 및 일본식 문화 향유가 나날이 확산된다. 상류층의 접대 문화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호텔의 일식집 저녁 특선회 정식 코스 요리는 1인당 30만원이다. 저녁식사 값으로는 초고가이지만, 3~4일전 예약을 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 저녁 특선 가격을 10만원 가량 인상했는데도 손님들이 되레 더 찾는단다. 상당수가 와인보다는 사케(일본 청주)를 즐겨 마신다. 한국에 유학 온 일본인 종업원들은 인사는 물론 주문도 일본 말로 받는다. 일본 맥주를 한 잔 들이킨 손님들은 사케를 찾는다. 손님들은 마시다 남은 사케를 ‘키핑(보관)’해 놓기도 한다. 키핑한 사케를 모아 놓은 선반에는 대학교수와 대기업 임원 명함이 즐비하다. 3, 4명 정도가 사케 2~3병을 마시고 안주를 시키면 주대는 40, 50만원을 훌쩍 넘어서지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티셔츠 한 벌에 40만원이 넘는 일본 의류도 불티나게 팔린다. 고양이가 그려진 이 브랜드는 상류층 사이에 ‘고급 골프 의류’ 인식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골프장에 가면 거의 이 브랜드 옷을 입어 이젠 주부들도 멋으로 한 벌 장만할 정도다. 독도 문제만 터지면 부진했던 일본산 자동차 판매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독도 파동 조짐이 일었던 6월 렉서스, 혼다, 인피니티 등 일제 수입차 판매량은 2천289 대였다. 전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 40%를 넘어섰다. 일부 네티즌들의 불매 운동 조짐이 나타났으나 실제 구매자인 상류층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은 싫지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일본 제품을 소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일제 전기밥통 정도를 회고하는 기성세대에겐 먹고 마시고 입고 쓰는 일상적 소비재에 파고드는 요즘의 ‘신일류( 新日流)가 놀랍지만 상류층은 아기들의 기저귀도, 손수건, 장난감도 일본 제품이다. 한국 제품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같은 성능의 국산보다 훨씬 비싼데도 일제를 선호하는 건 상류층의 헛된 과시욕이다. 치유하기 어려운 정말 큰 병(病)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환경보호 후진국

철새는 번식지와 월동지를 최소 1천㎞ 이상 장거리 이동한다. 러시아와 중국, 몽골, 알래스카에서 번식하던 철새들이 ‘동토의 땅’을 떠나 10월 중순부터 남하해 한반도에서 월동한 뒤 이듬해 봄 번식지로 돌아간다. 추위를 피하고 먹거리를 찾기 위해 4천여㎞를 날아 오고 간다. 도요새나 물새떼는 북반구인 시베리아·알래스카에서 우리나라 서해 한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경유해 호주나 뉴질랜드로 1만여㎞를 날아가 겨울을 피한다. 한국조류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기록되거나 관찰된 철새는 총 530종이다. 태풍 등으로 길을 잃은 미조(迷鳥)를 포함한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겨울 철새는 143종 140만7천447마리다. 1위는 가창오리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습지 140곳을 조사한 결과 가창오리 62만6천610마리가 날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95%의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다. 청둥오리 17만1천296마리, 쇠기러기 10만2천945마리가 한국을 월동지로 택했다.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 지역엔 재두루미 3천마리와 흑두루미 1만마리가 월동한다. 한반도에서 월동하던 두루미들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새들의 피난처인 습지와 갯벌이 파괴되고 먹거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데다 밀렵 등 인간의 간섭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철새는 한 나라의 환경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관광 수입도 무시할 수 없다. 이즈미 지역의 경우 연간 50만여명의 관광객이 두루미 탐조를 위해 찾아온다. 일본은 철새 보호를 위해 논에 은폐막을 만들거나 도로를 폐쇄하고, 영국은 논밭 가장자리에 생울타리를 세워 철새를 보호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꼽히고 갯벌과 갈대, 철새와 사람이 청정하게 어울리는 순천만을 가로지르는 목포~광양 고속도로를 개설 중이다. 문제의 구간이 습지보호구역은 아니지만 순천만 생태계보존지구를 관통하는 까닭에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고속도로 장벽으로 분단될 처지에 놓였다. 해마다 200여종 6만~7만마리의 철새가 이곳에 둥지를 틀고,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소리 죽여 탄성을 지르는 순천만 한복판에서 고속도로 공사를 강행한다. 우리나라는 환경보호 후진국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의사당 보수비

개선장군들 같았다. 의기양양했다. 서로 마주보며 희희낙락했다. 언론에 보도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이다. 지난 5일 같은 날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 연석회의는 패자의 초상집 같아 보였다. 이것이 국회에서 82개 의석을 가진 민주당과 172개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번 임시국회는 사실상 끝났다. 난장판 속에 끝났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8일까진 직권상정 않겠다”고 한 8일이 곧 임시국회가 폐회되는 날이다. 정부 여당이 추진한 100여 안건은 단 1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임시국회가 또 언제 열릴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다수당이 소수당에 이처럼 완전히 굴복한 예는 일찍이 60년 의정사상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생각해볼 게 있다. 전례가 없었던 예는 그렇다쳐도, 국회의사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도 과연 면책될 일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은 본회의 발언에 국한한다. 의사당을 때려부셔도 되는 면책 특권까지 주어진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국회의원이 아닌 괴한도 가담했다. 기물손괴 혐의 등 형사적 문책 죄목은 많다. 하지만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꼭 해야할 건 있다. 변상해내야 된다. 의사당을 해머로 부수고, 전기톱으로 썰고 집기 등을 들어 때려부수고 한데 대한 피해변상은 반드시 받아내야 된다. 그들이 자기네 집일 것 같으면 그토록 부수진 않았을 것이다. 부셔도 자기네 호주머니돈 드는 게 아니란 생각이 앞섰기 때문에 물건 아까운 줄 모르고 마구 부셨을 것이다. 국회 사무처가 보수하고 수선하고 새로 사들인 데 들어간 돈이 모두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가 됐던 부순 사람들을 대표하는 민주당에 그 돈을 물어내도록 해야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고쳤기 때문이다. 국민은 국회의원이 의사당을 때려부순데까지 돈 쓰라고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다. 남편의 유지 따라 12억원대 땅을 사회에 내놓은 엄순녀씨(81)의 기부는 정초를 훈훈하게 한 소식이었다. 국민중엔 이런 분도 있는데, 놀고 먹다 못해 민의의 전당이라는 의사당을 때려부수고도 의기양양하는 그들이다. 말로 안 되면 재판을 해서라도 돈을 받아내야 한다. /임양은 주필

이스라엘

이스라엘(Israel)은 야곱(Jacob)의 이명(異名)으로 이스라엘인들은 야곱의 후손이다. 유태민족이다. 기원전 고대 유태인의 나라, 이스라엘 왕국은 BC 722년 앗시리아에게 망했다. 1948년 5월 영국의 팔레스티나 위임통치 종료로 독립했다. 독립한 그해의 팔레스티나전쟁, 수에즈전쟁(1956년), 6일전쟁(1967년) 10월전쟁(1973년) 등 수차에 걸친 중동전쟁을 벌였다. 팔레스티나는 서아시아 지중해의 동안지역으로 가나안 등은 성서세계의 중심이다. 중세기에는 십자군이 지배했고 1517년부터 1918년까지는 터키가 지배했다. 영국의 위임통치기간은 1923~1948년이다. 중동의 불씨가 된 팔레스티나 문제는 팔레스티나를 둘러싼 유태·아랍 두 민족 간의 분쟁으로, 영국이 위임통치를 내놓으면서 유태인에게는 벨푸어선언·아랍인에게는 후사인맥마온 협정으로 각각 건국을 약속한 이중정책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티나에서 분할하여 건국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국토면적 2만7천700여㎢에 인구는 약 500만명이다. 국민소득이 서구 수준으로 높다. 팔레스타인 가자(Gaza)지구는 이스라엘 국경에 접한 지중해의 연안 도시다. 1967년 6일전쟁 땐 이스라엘이 점령했던 곳이다. 영화 ‘삼손과 델리라’에 나오는 삼손과 관계가 깊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장악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지구를 벌써 11일째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공습에 이어 탱크 150여 대를 앞세운 지상군을 투입, 어린이 80여명을 포함한 500여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휴전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만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먼저 로켓포 공격을 시작했다며 정당시 한다. 중동지역의 아랍국가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큰소리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비호와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같은 지원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 유태계의 유력 인사들이 포진한 탓이다. 이스라엘을 통한 미국문명과 이슬람문명의 끝없는 충돌은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게임이다. /임양은 주필

옥황상제가 어느 날 비상소집했다. 쥐(자·子) 소(축·丑) 호랑이(인·寅) 토끼(묘·卯) 용(진·辰) 뱀(사·巳) 말(오·午) 염소(미·未) 원숭이(신·申) 닭(유·酉) 개(술·戌) 돼지(해·亥) 등 순으로 열두 마리가 정시에 도착해 십이지지(地支)에 선택됐다. 그런데 사실은 소가 제일 먼저 옥황상제 앞에 도착하는 것인데 쥐가 앞선 덴 소의 넓은 아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쥐는 소의 꼬리등에 앉아 가다가 거의 도착할 무렵에 냉큼 뛰어 넘어 자신을 태운 소를 앞질렀던 것이다. 십이간지에 얽힌 설화다. 간지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말한다. 천간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윗 단위며, 지지는 육십갑자의 아랫 단위다. 육십갑자는 천간의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巳) 경(庚) 신(辛) 임(壬) 계(癸) 등 열가지 간지에 지지인 열두 가지 동물이 순차로 배합되어 예순 가지가 된다. 그러니까 올 기축년이 낳은 아기는 앞으로 60년이 돼야 육십갑자가 한바퀴 돈 기축년을 맞는다. 환갑(還甲)인 것이다. 간지는 서구사회엔 없다. 가는 세월 한 해, 한 해를 자연친화적으로 해석한 것이 간지다. 주역에서 비롯된 동양 고유의 전래 사상이다. 소는 쥐의 얌체같은 무례를 용서할만큼 우직하다. 배신도 모른다. 서둘지 않는 대신에 쉼도 없다. 근면하다. 그런데 옛날 소와 요즘 소가 이런 대화를 나눴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옛날 소) “너는 일도 않고 맨날 먹고 노니까 좋겠다” (요즘 소) “말도 마슈, 칸막이에 갇혀만 있잖아요. 이젠 사료도 넌더리가 나요” (옛날 소) “그래도 편해서 좋잖느냐?” (요즘 소) “모르시는 말씀, 우리도 옛날처럼 겨울이면 가마솥에 쑨 여물도 먹고 여름이면 들에 나가 일하다 싱싱한 풀도 뜯어먹고 싶은 걸요!” 옛날 소는 사역우(使役牛)였던 데 비해 요즘 소는 비육우(肥育牛)다. 옛날 소와 요즘 소의 대화는 삶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게 해주는 익살이다. 기축년 소띠 해를 맞아 우리가 생각하는 소는 옛날 소의 한우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군주는 하인

“나의 국가에서 모든 종교는 관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국가에서는 각자의 좋은 대로 행복하게 될 수 있다” 계몽주의를 받들며 가톨릭이거나 프로테스탄트이거나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자를 좋아하지 않았던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1712~1786)가 한 말이다. 그는 자유사상가를 존중했으며 신앙을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 특히 그가 싫어하는 것은 기적을 믿는 일이었다. 예컨대 왕의 테이블 위에는 분수가 있었고, 거기서 솟아 오르는 물에서 좋은 향기가 풍겼다. 어느 날 분수가 막혀 물이 나오지 않았다. 궁정의 과자 만드는 사나이가 아무리 고치려고 애를 썼지만 물이 솟아나지 않더니, 잠시 후 소리 없이 물이 다시 솟아 올랐다. 왕이 빙긋이 웃으며 사제에게 물었다. “가톨릭의 나라에선 이것을 기적으로 인정하겠구먼” 사제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폐하가 계신 곳에서는 무리한 일일 것 입니다.” 또 다른 얘기가 있다. 한 병사가 성모 마리아의 제단에 있는 은그릇을 훔치다가 들켰는데 그는 마리아가 용서하셨다고 거짓말을 했다. 왕은 그 병사의 속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사제에게 물었다. “그런 기적도 있는 것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제는 아니라고도 할 수 없어 그렇게 대답했다. 물건을 도둑 맞은 수도원은 기분이 나빴으나 왕은 모르는 척하고 그 병사를 용서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마리아한테서 그런 선물을 받지 않도록 해라!”하고 주의를 주었다. 프리드리히 왕은 종교에 대해서 매우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종교를 박해하지 않았다. 그는 군비를 증강하고, 산업을 장려하고 프로이센의 국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군주는 그 나라의 첫번째 하인이다”란 말을 하고 통치의 철학으로 삼았다. “남을 부린다는 것은 쓰이는 일”이란 말이 연상된다. 당시의 왕으로서 이 만한 겸손한 생각을 갖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왕조 시대엔 두 말 할 나위 없지만 대통령들도 가히 제왕적이었다. ‘불행한 대통령’의 운명을 자초한 원인이다. 종교관 또한 대부분 편향적이었다. 신자들을 구금하는 것 만 종교 탄압이 아니다. 통치자의 종교는 자유이지만 특정 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 “군주는 국가의 하인이다”라는 프리드리히 왕의 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오바마의 금연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하와이 해변에서 웃옷을 벗은 채 가슴살이 탄탄하게 단련된 몸짱을 과시했다. 평소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 등 건강에 신경을 쓴다. 그러면서도 몸에 이롭지 못한 담배는 좀처럼 끊지 못한다. 그는 20대 후반에 배운 담배가 골초가 된 지 20년이 된다. 대통령 후보 유세에 나서면서 금연껌을 씹는 등 담배를 끊으려고 했으나 아직껏 끊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당선되고 나서 가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담배 얘기가 나왔다. “담배를 끊었느냐?”는 질문에 오바마는 “실패한 적이 몇번 있다”는 말로 아직 끊지 못했단 뜻을 내비쳤다. 흥미로운 것은 백악관은 금연구역이라는 점이다. 포드 대통령(1974~1977년)은 애연가였다. 그러나 포드 이후 레이건, 아버지 부시, 클린턴, 아들 부시 등 대통령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애써 금연구역으로 설정한 것은 클린턴이 백악관에 있을 때 힐러리가 추진했다.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공관을 금연구역으로 만들었던 전례를 백악관에도 옮겼던 것이다. 오바마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물론 금연구역을 해제할 순 있다. 그가 작심하기에 달렸다. 금연구역이 해제되면 환영하는 백악관 근무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관습을 존중하는 미국 사회에서 금연구역 해제는 오바마의 이미지에 부담이 간다. 그는 “백악관에서 담배불을 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란 말로 역시 금연구역 해제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는 1월20일 워싱턴에서 제44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갖는다. 취임식엔 마이클 잭슨, 오프라 윈프리 등 대중의 인기 스타들도 참석한다. 오바마의 금연은 과거의 실패에도 이젠 체면상 불가피할 것이다. 그는 금연을 다짐한 체면을 지키기 위해 금연과의 전쟁을 지금쯤 벌이고 있을 지 모른다.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 치고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새해 들어 금연을 결심하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오바마가 된 마음으로 작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임양은 주필

지식과 지성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들 말한다. 제때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뒤늦게 대입이나 고입검정시험을 치르는 만학도들이 적잖다. 뭘 모르고 우기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 ‘못 배워서 그런다’고도 말한다. ‘무식한 도깨비는 부적을 몰라본다’는 속담이 있긴 하다. 아는 게 없으므로 몰라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못 배우고 무식해서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주요한 것은 인성의 됨됨이다. 무식해도 착한 사람이 숱하게 많다. 이런 사람에겐 ‘아는 것은 힘이다’라는 말이 옳다. 그러나 되레 ‘아는 것이 재앙’인 유식한 사람들이 있어 사회를 혼란케 한다. 지식과 지성의 차이는 뭣일까를 생각해 본다. 지식은 일반적으로 특정 또는 일상의 고급분야 사물에 대한 앎이다. 지성은 지적 작용에 의한 인식의 판단이다. 지식을 물질적 개념으로 보면 지성은 정신적 개념에 속한다. 그리고 지성은 지적 작용에 의한 것이므로 지식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차원이다. 지성에 의해 통제된 지식은 사회를 이롭게 한다. 그러나 지성이 빈곤한 방만한 지식은 사회를 해롭게 만든다. 주목되는 것은 이처럼 지성은 빈곤하면서 지식만 있는 지식인들의 반사회성이, 지식이 없는 이들의 반사회성보다 훨씬 더 두렵단 사실이다. 지식이 없는 사람의 반사회성은 대개 그 피해가 주변에 그친다. 그러나 지식인의 반사회성은 막심하다. 온 사회에 좀처럼 퍼지고 심지어는 나라를 해치기가 일쑤다. 또 지식이 없는 사람의 반사회성은 단순한 데 비해 지식인의 반사회성은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사람들을 혼돈케 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 작금의 나라 안 사정이 꽤나 혼란하다. 유식을 자칭하는 사람들의 말이 많다. 그러나 이들 지식인들의 말에 지성이 얼마나 담겼는진 의문이다. 지식은 비판이 가능하나, 모든 것을 부인하는 아집은 지성이 아닌 강변이다. 지성이 결핍된 비판은 말 장난이다. 잘못된 일부 지식인들의 농간으로 사회가 멍들고 국가가 병든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의 세태다. “잘못된 지식은 정신을 이롭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플라톤이 저서 ‘국가론’에서 설파한 말이다. /임양은 주필

술 소비

기분이 좋아서도 마시고 나빠서도 마시는 게 술이다. 일상의 마실거리이기도 하다. 그럼, 술의 소비량이 늘어가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러시아에서 보는 흥미로운 것은 정부가 술을 권장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소주가 보편화된 술이라면 러시아의 대표 술은 보드카다. 독주다. 보드카 소비 1% 증가가 0.25% 포인트의 사망률을 높인다. 이 때문에 텔레비전 광고에도 금했던 보드카 소비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러시아 정부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어서 금융불안이 막심하다. 이 때문에 국민사회의 술 소비가 줄어 주류산업의 타격이 심한 모양이다. 구 소련 공산당은 1958년부터 1985년까지 27년 동안 ‘음주와의 전쟁’을 벌였다. 보드카 생산량을 줄이기도 했지만 밀주가 성행, 소비량은 해마다 늘기만 했다. 소련이 와해되고 러시아로 복귀되고도 절주운동은 계속됐으나 보드카 소비량은 여전히 늘었다. 이런 절주운동에도 효과가 없었던 보드카 소비가 경제위기를 맞아 이젠 정부가 되레 권장할만큼 절로 감소된 것을 보면, 러시아 국민이 겪는 경제난이 얼마나 심한지 직잠이 간다. 문제는 세금과 재고다. 러시아 정부의 술 소비 권장이 가계 지출에서 제일 먼저 절감 대상으로 삼는 국민사회의 호응을 얼마나 얻어, 주류세가 36%나 줄고 지난해에 비해 6배나 넘치는 재고량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그런데 국내 소주값이 또 오른다. ‘참이슬’의 출고 가격이 1년7개월만에 5.9% 인상돼 360㎖짜리 한 병에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는 950원, 일반 소매점에서는 1천200원을 줘야 산다. ‘처음처럼’도 곧 인상될 전망이다. “주정가격 등 생산비가 올랐기 때문이다”란 게 업계의 이유이지만 올려도 잘 팔리기 때문에 올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술값은 가계지출에 영향을 크게 안받는 국내 사정이 러시아보단 경제가 더 낫다고 봐야 할 지, 진로와 두산 등 주류업계는 불황에도 호황인 것 같다. 올 한 해 동안의 술 소비량 통계는 내년 초나 발표될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느는 관행으로 보아 올 소비량도 늘었을 것이 거의 틀림이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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