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버리기

쓰레기 버리기는 기초적 시민생활이다. 그런데 이의 기초질서가 엉망이다. 문제는 일반 주택가다. 쓰레기 처리가 규격화한 아파트는 별 탈이 없다. 그러나 일반 주택가는 시민 의식을 의심케 한다. 원래는 해가 진 뒤에 자기집 앞에 쓰레기를 분리해 소정의 봉투에 담아 내놔야 된다. 이토록 간단한 쓰레기 버리기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낮부터 쓰레기를 내놔 거리의 흉물로 방치되기가 예사다. 이도 자기집 앞에 내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네 길가 빈터에 가져가 내놓는다. ‘이 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데가 아닙니다’ 라는 현수막이 걸렸는데도 수북히 쌓이곤 한다. 심지어는 ‘쓰레기 버리는 ×은 ×새끼’라고 쓴 팻말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더미는 여전하다. 이렇게 쓰레기를 내놔도 좀 차근차근하게 놔두면 그래도 무질서가 덜 할 것인데도 그렇지가 않다. 마구잡이로 놔둔 소각용 쓰레기며, 음식 쓰레기 봉투가 길에 떨어져 오가는 자동차에 치어 터지면 그만 길바닥이 온통 쓰레기 천지가 되곤 한다. 재활용 폐품은 소정의 봉투가 아닌 보통의 비닐봉지에 담아 내놓으면 된다. 그런데 비닐 봉지에 담지않고 그대로 내놓은 폐품이 제 각각 이리저리 굴러 역시 길바닥에 흩어지기가 일쑤다. 이래서 이런 쓰레기, 저런 쓰레기로 주택가의 이면도로는 으레 오물 투성이가 되곤 하는 것이 쓰레기 버리기의 부끄러운 시민생활상이다. 쓰레기 처리는 양심의 반영이다. 쓰레길 그토록 아무렇게나 버리고도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이 강심장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 개개인을 붙들고 말하면 누구보다 질서와 양심을 말 할 것이다. 이중인격인 것이다. 자녀의 가정교육에도 좋지않는 영향을 미친다. 자녀를 위하는 마음에서도 쓰레기 버리기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수원 시내만도 아니다. 도내 지역만도 아니다. 국내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시민의식의 결여를 드러내는 잘못된 국민성이다. 이래가지고는 일류국가 국민이 될 수 없다. 사람이 복을 받기 위해서는 복 받을 짓을 해야 된다. 쓰레기 하나 제대로 버리지 못하는 국민성은 결코 복 받을 국민이 못 된다. 고쳐야 한다.

죽창

대나무는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친다. 대나무를 둔 이런 고시조가 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곧기는 뉘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 지 / 저토록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다. 오우가는 물·돌·솔·대·달의 다섯 가지 자연물을 벗으로 비한 작품이다. 지금은 소쿠리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지만 전엔 대나무 소쿠리였다. 부채도 플라스틱 부챗살이 아닌 대나무살이다. 대나무 소쿠리에 담긴 채소가 더 맛깔스럽고, 대나무 부챗살이 더 시원해 보이는 것은 자연친화의 정서다. 그런데 지금도 대나무 소쿠리며 대나무 부채는 말할 것 없고, 책상·의자·침대 등 온갖 가구를 대나무로 만드는 곳이 있다. 전남 담양군이다. 이 지역의 죽세 공예품은 수출까지 한다. 대를 이어 가업으로 종사하는 죽세공의 장인들이 많다. 물론 담양지역의 대나무 공예품은 지역에서 생산된 대나무로 충당한다. 그러나 약 600㏊의 국내 대나무숲으로는 수요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나머지는 일본이나 대만 등지서 수입한다. 대나무는 춥지않고 비가 자주 내리는 땅에서 잘 자란다. 도심지 밤 거리의 집단 시위에 죽봉과 죽창이 등장했다. 지난 16일 밤 대전서 민노총 화물연대가 벌인 6천여 조합원의 가두 시위에서 시위대가 1천여개의 죽봉과 죽창을 전경대원들에게 휘둘러 마치 전쟁터 같았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경찰 10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99대의 경찰버스가 파손되고 450여명의 시위대가 연행됐다. 시위대들이 만장을 달았던 3~4m 길이의 대나무를 만장은 떼어내고 그대로 죽봉으로 썼거나 대나무 끝을 땅바닥에 내리쳐 갈라진 날을 죽창으로 삼았다니, 대나무 신세가 어쩌다 또 이렇게 됐는지 걱정스럽다. 죽창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 데,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제헌국회 선거를 곳곳에서 방해한 좌익 분자의 유혈 테러도, 그리고 6·25 때 토착 빨갱이들의 집단 학살도 모두 죽창으로 자행됐었다. 윤선도가 죽창을 보면 뭐라 할까?

청파 이현주 시인

인간의 문학적 정서는 다른 생명체엔 없는 타고난 고유의 유전이다. 청소년시절에 으레 문학도를 꿈꾸는 게 이 때문이다. 이리하여 홍안의 등단을 하지 못해 일상의 생활에 쫓기면서도 맘속은 늘 문학의 주변을 맴돌며 사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백발의 등단이 간혹 있다. 홍안의 등단만이 성공한 문인인 것은 아니다. 백발 등단의 늦깎이 성공은 또다른 각별한 의미가 함축된다. 연전에 시 ‘春山(춘산)을 오르며’ 등으로 경인시조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靑波(청파) 李炫周(이현주) 시인이 이런 분이다. 칠순을 이태 앞두고 등단한 이현주 시인이 며칠전 고희(古稀)를 겸한 기록문학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수원시내 호텔 케슬에서 있었던 출판기념회는 화환이나 축의금을 일체 사양했다. 학(鶴)을 연상케하는 노 시인의 인품이 묻어났다. 운집한 지인(知人)들의 진심어린 축하의 정경이 가득했다. 기록문학 작품은 처녀시집 ‘춘산을 오르며’와 수필집 ‘앞만 보고 가다가 뒤돌아보는 인생’ 등이다. 평택 태생의 시인은 오랜 공직생활을 했다. 그의 시와 수필에는 삶을 관조하는 완미(玩味)가 풍요하다. 달관(達觀)이 있다. 혜지(慧知)가 있다. 시집 32쪽 ‘그리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멍이든 하늘이면 / 검은 비가 내려야 한다 / 빗물을 받아보면 / 맑은 물이 고여 있다 / 겉과 속 / 다르다 해도 / 같게 느껴 사는 삶 / 세월이 흘러가면 / 슬픔도 흐려지고 / 슬픔도 그리움도 미움으로 깊어진다 / 이 마음 / 촉촉히 적셔줄 / 진정 그날 언젤까’ 시어(詩語)가 서로 속삭이듯 하면서도 전해지는 호소력이 진하다. ‘어머니의 메아리는 소리 때문에 들리는 게 아닙니다. 사랑이 남아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입니다…’ 이는 수필집 159쪽 ‘어머니의 메아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수필의 첫 대목이다. 농축된 인생의 경륜이 영롱하게 토해내는 절규인 것이다. 기성 문인들 칠순이 작품의 노쇠기라면, 신인 문인의 칠순은 작품의 분출기라고 할 수가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이고 쌓인 시문학의 열정을 쏟아 두번 째 시집, 세번 째 시집이 잇따라 나오기를 기대한다. 청파 이현주 시인은 노인문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임양은 주필

조용필씨

국민가수 조용필씨를 몇 차례 대면했던 게 1980년대 초반이다. 서울신문에서 일할 때다. 호랑이가 담배 먹던 옛날 얘기 같지만, 새삼 그의 얘기를 꺼내는 것은 다음달 3일 열리는 화성 전곡항 국제보트쇼 개막식에서 축하 콘서트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조용필씨와 함께 한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조선왕조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의 스타 방문 환담취재를 위해 경복궁 낙선재를 찾은 일이다. 이방자 여사 역시 조용필씨의 팬이었다. ‘한오백년’을 좋아한다면서, 여러 말을 들려주던 어진 면모의 생전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그 당시에도 조용필씨는 ‘노 개런티’의 자선공연을 곧잘 가졌다. 그때마다 운집하는 것이 ‘오빠부대’들이다. 대부분이 여고생들인 ‘오빠부대’는 무리에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수가 수천명에 이르렀다. 공연 땐 주최 측에서 으레 의료진과 함께 구급차를 대기시키곤 했다. 조용필씨의 열창에 “오빠”를 연호하며 환성과 괴성을 지르다 못해 기절하는 여학생들이 속출하곤 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도 움직이지 않는 팬들이 많았다. “오빠를 꼭 만나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은 팬들이 통로마다 길을 막고 기다리는 바람에 도저히 빠져 나갈 틈이 없어 경비 중이던 전경 옷을 빌려 입고 전경으로 위장해 간신히 탈출했다. ‘노 개런티’ 같으면 돈은 언제 벌려고 그러냐고 물으면 “인기가 갈 즈음에 벌어도 된다”며 씩 웃어보이던 조용필씨다. 그가 국제보트쇼 개막식에서 갖는 2시간30분의 콘서트는 개런티를 따지자면 억대다. 이런 대공연을 개런티 없이 갖는 것은 화성 송산 출신으로 고향을 사랑하는 봉사의 마음일 것이다. 콘서트를 자신의 인생사와 노래를 주제로 한 데서 그 같은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왕년의 그 ‘오빠부대’들도 이제 40대 후반의 중년 여성이 된 세월이 흘렀다. 전곡항 콘서트에 필시 중년이 된 ‘오빠부대’ 팬들의 참석 또한 많을 것이다. 조용필씨의 노래엔 지금도 영혼을 울리는 환상적 화음과 열정이 가득하다. 그의 이번 ‘노 개런티’ 대공연 소식에 아직도 인기가 여전하다(돈에 연연하지 않는 지난날의 말에 비춰)는 것을 실감한다. 그는 역시 절세의 국민가수다. /임양은 주필

문인 李鈺

“짐승은 산에 엎드리며, 새는 공중에서 날고, 물고기는 물에 떠 있으나 사람이 가까이 가면 깜짝 놀라 흩어져 달아나지 않는 게 없다. 하지만 벌레는 그렇지 않아 모기는 한밤을 노리고, 파리는 대낮을 노려 휘장을 뚫고 주렴을 엿보면서 사람 피를 빨고 사람 땀을 핥는다.” 18세기와 19세기가 교대한 정조-순조 시대에 활동한 이옥(李鈺·1760~1815)이 쓴 ‘벌레에 대한 단상을 적은 소품’의 일부분이다. 소재가 이색적일 뿐만 아니라 표현 또한 해학적이다. 권력의 횡포에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의 이웃에 사는 네 아들을 둔 어미가 다섯째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계집종을 시켜 축하의 말을 건네니 그 어미가 발끈하며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고을에 군정(軍丁) 하나 더 보탰으니 관아 관리들이야 기쁘겠지만, 가난한 집엔 돈이 없으니 아들 보았다고 어찌 좋아하겠소. 큰 아이 세금은 200전, 작은 아이 세금은 50전, 만일 당일 아침에 바치지 않으면 관문에 잡아들입지요. 그 때문에 해가 다하도록 소금을 굽고, 일 년 내내 쟁기를 잡지만, 주려도 감히 곡식 한 톨 넣지 못하고, 추워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채 군포(軍布)를 마련하려 해 보지만 기일을 맞추지 못한다오.” 아들마다 세금을 매겨 관아에서 수탈해 가는 현실을 풍자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휴머니스트였다. 그의 또 다른 소품문으로 석굴에서 엽전을 주조하는 도적들을 다룬 이야기가 있다. 현재 경남 고성의 밤고개라는 산간에 석굴이 있었고, 그 안에는 상평통보(常平通寶)를 위조하는 화폐 위조 전문 도적단이 있었다. 그들은 이 석굴 안에다가 철로(鐵爐)를 십여 개 나 갖춰 놓고 위조 동전을 대량으로 찍어냈다. 다섯째 아들을 낳았다고 기뻐하기는커녕 관아에 낼 세금 걱정부터 한 아낙네가 현실에 순응하며 살 수밖에 없었던 반면, 동전을 위조해야만 했던 집단도 있었다. 이옥은 과거에서 장원을 하고서도 최종 심사에서 “문체가 불량하다”는 죄목으로 추후 과거 응시자격을 박탈당한 것은 물론, 지방 군적에 충군(充軍)으로 편입되는 처벌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옥은 굴하지 않고 문제작들을 계속 썼다. 이옥은 조선후기 이단의 꼭대기에서 선 문인이었다. /임병호 논설위원

시·도의원 내빈소개

‘약방에 감초’라고 한다. 감초는 갖가지 처방에 거의 다 들어가는 한약재인 것이다. 다른 약재의 작용을 부드럽게 하기 때문이다. 지역행사의 감초가 시·도의원들이다. 무슨 행사만 열렸다 하면 떼거지로 몰려든다. 감초는 모든 약재를 부드럽게 하고 또 맛이 달다. 그러나 시·도의원들의 지역행사 참석은 행사에 나온 주민들의 이맛살을 으레 찌푸리게 한다. 더러 좌석에 서열을 따지는 것을 볼 땐 주민들의 입맛을 쓰게 만든다. 물론 지역행사에 참석해야 할 경우가 있다. 안산의 만취 도의원 행패로 물의를 일으킨 동네 경로잔치의 경우, 그곳 출신 시의원은 참석해야 된다. 그러나 다른 시의원이나 또 그곳 선거구일지라도 도의원이 동네 경로잔치까지 꼭 참석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행사든 지역에서 열렸다 하면 소속 상임위의 유관 업무도 아닌 자리에 초청을 받았건, 안 받았건 덮어놓고 얼굴을 내밀고 보는 시·도의원들이 많다. 가관인 것은 이들에 대한 주최측의 내빈 소개다. 내빈 소개에 빠뜨렸다가는 후환이 있어 안 할수 없다는 게 주최측이 그때마다 털어놓은 고충이다. 장시간에 걸쳐 시·도의원 떼거지를 일일이 소개하다 보면 행사 분위기가 그만 산만해지기가 일쑤다. 중요한 것은 정작 행사 관련의 전문가나 유관 민간인은 소개를 빠뜨리곤 하는 것이다. 마땅히 소개할 사람은 빠지고 안 해도 되는 시·도의원 소개는 장황하게 하는 것이 지역행사마다 지닌 내빈 소개의 폐습이다. 시·도의원들은 상당한 수준의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무보수로 행사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행사 성격에 따라 자원봉사 등으로 참여하는 민간인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홀대를 받는다. 소개를 해도 시·도의원들보다 앞서 소개될 사람들이 시·도의원들을 먼저 소개하다 보니 시간에 쫓겨 밀리고 마는 것이다. “시·도의원 소개하는 꼴 보기 싫어서 행사장에 잘 안 간다”는 것은 누구라 하면 수원선 다 알만한 어느 인사의 말이다. 시·도의원이 행사장에 갈 일이 있어도, 대접받기 좋아하는 내빈석보단 관중석에서 주민들과 함께 조용히 살필 줄 아는 멋있는 시·도의원은 없을까? /임양은 주필

고삐 풀린 북녘

북녘 평양정권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설친다. 로켓 발사 이후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이 나오기가 바쁘게 핵연료 재처리와 함께 6자회담을 탈퇴했다. 6자회담은 북의 핵무기 억제가 목적이다. 형식적으로나마 회담에 나와 이리저리 발뺌하다가 이젠 노골적인 거부로 핵무기 개발을 기정사실화 하려고 든다. 문젠 북측이 이렇게 나와도 뚜렷한 제재 수단을 강구치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계 등 미국기자 2명을 장기간 억류하고 있다. 북·미 양자 대화의 돌파구로 삼을 요량인 것이다. 미국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칼 자루는 자기네들이 쥐고 있으므로 답답한 것은 미국이라는 생각이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인력의 인건비 등을 올리라고 윽박 지른다. 협의가 아니고 일방적인 저들의 통고다. 정부는 역시 뚜렷한 대안을 제시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직원 1명이 북측 당국에 끌려가 억류된지가 두 달이 다 되는데도 석방은 커녕 면회조차 못한다. 속수무책이 정부 대책이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가입은 타이밍을 놓쳤다. 이의 가입에 북측 협박이 있었지만, 하려면 로켓 발사 직후에 가입 선언을 했어야 한다. 정부는 무려 세 번이나 발표를 연기했다. 이제 와선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선전포고로 알고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북의 경고가 겁이나 가입을 못하는 꼴이 됐다. ‘가입은 원칙이고 시기는 적절한 때를 기한다’는 정부측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 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개성공단에서 남북 당국간 두번 째 접촉이 예정된 시점에서 ‘북남 사이의 대화는 논의할 여지도 없다’는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조평통은 로동당 산하 대남기구다. 허철 외교통상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이 최근 미국서 북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을 트집잡아 그 같이 밝혔다. 조평통은 또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전면 부정은 전면 도전이다’라고도 말했다. 근래 평양정권의 잇따른 발표야 말로 다분히 도전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기 출범후 두드러진 현상은 실세가 군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엊그제부터는 주민 일부도 동원되는 장기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정책이다”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관이다. “단호하고 의연하게 대처한다”고도 했다. 이런 대통령의 말이 시의에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임양은 주필

만취 도의원 행패

술먹고 부리는 못된 버릇인 주사(酒邪)도 가지 가지다. 주사의 형태는 여러 가지지만 공통점이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친다. 이도 습관이다. 그리고 이 같은 습관은 평소 뇌리에 주입된 삐뚤어진 인식이 주사로 나타나곤 한다. 인품의 용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 어버이날을 앞둔 안산의 한 경로잔치서 만취 도의원이 동장에게 심한 주사를 부려 물의를 일으켰다. 욕설과 함께 유리컵에 담긴 폭탄주를 동장의 얼굴에 끼얹고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어 오른쪽 어깨를 내리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경로잔치 행사에 동장이 시의원만 초청해 도의원인 자신은 불청객이 된 게 불만이었다는 것이다. 동네 어른들의 경로잔치를 주관하는 것도 업무다. 동장은 도의원이 권하는 폭탄주를 업무중임을 들어 사양하다가 동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것이다. 설상가상의 문제는 그 뒤다. 만취 도의원이 속한 도의회 한나라당 교섭단체 측에서 사건을 은폐하려다가 안 되자 축소를 시도한 것은 일을 더 크게 만든 화근이다. 피해자의 입을 막는다고 사태가 수습되는 것은 아니다. 안산시 공무원노조가 벌써 알고 도의회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술에 취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주사꾼들의 상투적 변명이다. 흔히 ‘술먹은 ×’라고 하여 술 주정을 관대하게 보아 넘기기도 한다. 한데, 만취 도의원의 경우 행패가 좀 심했다. 폭행치상 혐의의 형사책임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수도 있겠지만, 도의회가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게 됐다. 윤리위원회의 개입이 마땅하다. 도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린 과실에 상응하는 징계가 불가피해졌다. 징계를 해봐야 제식구 감싸는 식이겠지만 그래도 해야된다. 주객(酒客)으로 소문난 분이 작고한 수주 변영로 시인이다. 그는 ‘명정, 40년’ 수기에서 술에 취해 전봇대 발 걸이가 안방 옷걸이로 보여 윗옷을 걸어두고 전봇대 밑에서 잤다고 했다.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가 많았지만 남에게 폐를 끼친적은 없다. 술을 마시면 남이나 가족에게 더 재미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술이 들어갔다 하면 으레 주사를 부리는 사람은 술을 입에 댈 자격이 없다./임양은 주필

해외식량기지

풀무원과 유니베라(옛 남양 알로에)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연해주에 해외식량기지를 확보했다. 식량을 거의 수입하고, 지난해 곡물가 급등의 홍역을 치른 우리나라로선 안정적 물량 확보 측면에서 희소식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러시아 연해주의 ‘하롤 제르노’ 영농법인 지분 67.6%를 뉴질랜드 소유주로부터 인수키로 합의했다. 농장은 1만㏊(3천25만평)로 여의도 넓이의 약 33배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까지 4만㏊의 농지를 추가로 확보하고, 2014년엔 연간 총 6만t의 옥수수와 콩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물량을 국내에도 공급할 방침이어서 축산농가의 사료 수급 불안정과 급격한 가격변동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쌀을 뺀 국내 곡물 소비량의 약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해외농장 개척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데다, 외교적 문제나 경제성 논란으로 좀체 늘지 않았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선 풀무원과 유니베라가 해외농장 사업에 적극적이다. 풀무원은 중국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에 각각 1천850㏊, 800㏊의 농장에서 두부, 콩나물 등을 만드는 콩을 재배하고 있다. 유니베라는 창업주인 고 이연호 회장이 1988년 미국 텍사스에 알로에 농장을 세운 뒤 멕시코 탐피코에 이어 지난해 중국 하이난성 등지에서 총 1천523㏊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농장 개척이 순탄치만은 않다. 정치바람에 휩쓸리면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 로지스틱스가 아프리카 동쪽의 마다가스카르에서 추진해 온 130만㏊의 초대형 농장 계획은 정변에 따른 정권 교체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중국 농장에서 유기농 콩만 생산하는 풀무원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이지만 중국산 먹거리 안전문제가 터질 때마다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유니베라도 중국 농장에서 나오는 친환경 알로에 제품이 국내에 들어오는데 ‘중국산’이란 표기부터 신경쓰여 걱정이 많다. 식량확보는 국가적 과제다.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외교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수원천 복원

수원 광교산에서 발원하여 수원 시가지 한 복판을 흐르는 수원천(水原川)은 원래 망천(忘川)이었다. 망천은 고려 때 집현전 직제학(直提學) 벼슬을 지낸 이고(李皐)의 아호이기도 하다. 고려 공민왕 때 문과에 급제한 이고는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한 직후 조정에 나올 것을 누차 권고했으나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수원 탑산(팔달산)에 살며 광교산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냇물에 목욕하는 일과 후학 양성으로 소일했다. 이고는 수원천을 자신의 아호대로 망천이라고 이름 지었다. 수원천은 일명 광교천으로도 불려졌다. 화홍문(북수문)의 일곱개 수문을 통과해 수원 시가지로 흐르는 수원천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물고기가 살고 목욕을 할 수 있었으나 한때 극심하게 오염됐었다. 더구나 시민들의 찬반 논란 속에서 일부 구간이 복개되는 아픔도 겪었다. 1991년 2년여 공사 끝에 매교~지동교 780m 구간이 폭 4차선으로 복개됐다. 심지어 2005년엔 지동교~매향교 구간에 대한 2단계 복개사업이 추진됐었다. 하지만 서울 청계천 복원과 함께 복원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어 중단됐다. 그러나 수원천이 다시 옛 모습을 찾게 됐다.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수원천의 매교~지동교 복개구간을 수원시가 676억2천만원을 들여 2011년 7월까지 역사와 생태가 살아 숨쉬는 하천으로 복원키로 했다. 복개구조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8개 교량이 복원 또는 신축되며 매교공원, 유천(柳川)풍경 등 ‘수원천8경’을 새로 조성한다. 수원천과 함께 남수문(南水門)이 복원되는 것은 문화재를 살리는 매우 역사성 깊은 일이다. 화성 건물의 하나인 남수문은 1796년(정조 20년) 세워진 군시시설 겸용 수문이다. 수원시는 1990년 10월 남수문 지적도가 발견된 이후 2004년 남수문터 발굴조사를 마치고 복원을 추진해 왔다. 만일 지동교~매향교간 수원천이 무리하게 복원됐다면 수원천 복원 사업은 불가능했을런지도 모른다. 수원천에 하루 2만800t의 물을 흘려 보낸다면 금상첨화다. 광교저수지 방류수 외에 하루 1만3천945t의 팔당원수가 유입돼 흐르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쾌적하다. 이고 선생이 환생하여 목욕을 하실런지도 모르겠다. 수원천 복원공사는 7월부터 시작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까치, 비둘기 그리고 갈매기

까치는 익조(益鳥)로 쳤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그런데 해조(害鳥)가 된지 수년이다. 전봇대에 짓는 까치집이 단전 등 전기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서는 전봇대 까치집을 털어내는 것이 일거리가 됐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쳤다. 올림픽대회에서도 그랬고, 국내외의 큰 행사 역시 으레 집비둘기를 날리곤 했다. 수백, 수천마리의 비둘기가 한꺼번에 창공을 향해 선회하며 날으는 군무(群舞)는 가히 장관이다. 비둘기는 생김새가 앙증스럽고 성정이 순해 사람과 특히 친근한 새다. 한데, 이도 해조로 분류됐다. 환경부가 해조로 분류한 게 얼마 전이다. 배설물을 인간생활 주변 아무데나 갈겨대어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갈매기는 바다의 상징이다. 특히 부두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옛부터 항구나 부두를 노래하는 유행가 치고 갈매기가 들어가지 않은 가사는 거의 없다. 부둣가 해안이나 배의 선창에서 혼자 고독을 달래는 길손의 유일한 친구가 무심코 날아 다니는 갈매기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갈매기가 부두의 해조가 되어 추방됐다. 이 역시 배설물을 부두 시설물 등에 마구 쏟아내어 환경 오염만이 아니라, 시설물 부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리하여 인천항을 비롯하여 항구마다 갈매기 퇴치법으로 쓰고 있는 것이 치약 비슷한 페퍼민트의 화공약제다. 갈매기가 이 약제의 냄새를 싫어한데다가 새의 눈에만 보이는 자외선 파장까지 나와 갈매기들이 도망친다는 것이다. 약제는 적당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일정한 간격으로 요소마다 늘어놓는다. 인천항의 경우, 이로인해 떼지어 몰려들던 갈매기들이 얼마전부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긴 하나, 부두에서 갈매기가 사라지고 생활주변의 비둘기며 까치가 해조로 천대받는 것이 웬지 섭섭한 마음 또한 없지 않다. 하기는 계절의 낭만으로 치는 철새마저 독감을 옮기는 병원체가 된 세태이니 더 말할 것은 없다.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가 이처럼 삭막해가는 연유가 뭣 때문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夫·妻’의 불평등

처(妻)의 대칭을 흔히 남편(男便)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부(夫)다. 법률 용어도 부라고 한다. 처를 둔 보통명사는 많다. 악처(惡妻), 양처(良妻), 현처(賢妻), 영처(令妻) 등이 있다. 악처는 부덕(婦德)이 없는 아내를 말한다. 양처는 착한 아내를 일컫는다. 현처나 영처도 비슷하여 좋은 아내란 뜻이다. 그러나 양부(良夫) 현부(賢夫)란 말은 없다. 영부(令夫)는 더 말할 것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어진 아버지라는 뜻의 현부(賢父)는 있어도 어진 남편의 현부(賢夫)는 없다는 점이다. 다만 악부(惡夫)란 말은 있다. 못된 남편이라는 말이다. 또 나쁜 여자라는 뜻으로 악녀(惡女)란 말은 있어도 나쁜 남자라는 뜻의 악남(惡男)이란 말은 없다. 좋게 쓰는 숙어로 선남선녀(善男善女)란 말이 있지만, 이는 불가(佛家)의 말로 불법에 귀의하여 믿음이 깊은 남자와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 원래의 뜻이다. 처와 부에 관한 보통명사를 정리해 보면 남녀의 차별이 심해 불공평하다. 여자에게는 처만이 아니라, 심지어 며느리의 부덕까지 강조하는 현부(賢婦)란 말이 있으면서, 남자쪽인 부에 관해서는 기껏 악처에 대칭되는 악부만이 있다. 지아비의 도리 보다는 지어미의 도리가 더 일방적으로 요구된 것은 남존여비 사상이 짙은 한문권문화에 기인한다. 현대사회에선 특히 애처가가 많다 못해 공처가가 된 남편들이 적잖다. 애처가와 공처가는 다른 점이 있긴 하나, 실제로는 구별이 어려운 사실상의 동의어다. 소크라테스가 그의 처 크산티페에 대해 공처가로 평판났지만 애처가다. 예컨대 물바가지를 뒤집어 쓰고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애처가의 여유였던 것이다. 지금 세상에도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아내가 있다고 한다. 몹쓸 악부의 소행이다. 반대로 아내에게 매맞고 사는 남편 또한 있는 모양이다. 악처라 할만 하다. 부부 간에 가장 금기인 것이 폭력이다. 폭행을 직접 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압행위도 폭력이다. 부부 간에 특히 남자의 체력적 우위를 약한 여성에게 무기화하는 폭력은 비열한 짓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고 있다. /임양은 주필

가정의 달

5월이다. 온갖 꽃이 만발한 4월에 이어 이달은 신록의 달이다. 단비를 머금은 산야의 녹색 이파리가 더욱 싱그러운 것은 신록이기 때문이다. 신록은 이 해의 성숙이 시작되는 대자연의 선물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평화의 계절이다. 5월은 이래서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날(21일) 등이 기다린다. 가정은 인간생활의 뿌리다. 국가사회를 형성하는 기초 단위의 공동체다. 건강한 가정이 많은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가정은 곧 행복의 원천이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사회 인구는 일을 한다. 행복이 샘솟는 가정을 위해서는 가족 간의 사랑이 마를 줄 모르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솟아야 한다. 부부간의 사랑, 부모 자식간의 사랑, 형제자매 간의 사랑이 바로 가정의 행복이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이해심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심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상대 위에 군림하려 들어서는 이해가 있을 수 없다. 인간에겐 저마다 독립된 고유의 정서가 있다. 현대생활은 또 개성의 시대다. 고유의 정서인 개성은 가족간에 늘 합치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부딪히는 정서의 충돌을 완충시키는 것이 사랑의 이해심이다. 가령, 가족간에 좀 섭섭한 점이 있더라도 내가 더 참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는 것이 가족 사랑이다. 돈은 가정생활을 꾸려가는 필수 요건이다. 돈이 없으면 가정의 행복을 영위할 수 없다. 그러나 돈과 가정의 행복이 꼭 정비례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은 데도 불행한 가정이 있고, 돈이 모자라지만 행복한 가정이 있다. 살림이 넉넉할 때 갖는 가족 간의 이해심은 참다운 사랑과 거리가 있다. 살림이 어려운 가운데 서로가 갖는 이해심이 참다운 가족 사랑이다. 아내에 대해선 남편, 자녀에 대해선 아버지가 이른바 한 집안의 가장인 것이 남성 중심의 한국적 가족 구성이다. 그러나 가장의 권위를 고전적 군림에서 찾고자 한다면 시대 착오다. 현대적 가장의 권위는 가족에 대한 무한 봉사에 있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국가의 저력이다. 건강한 국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선 건강한 가정이 많아야 한다. 평화를 구가하는 이 좋은 ‘계절의 여왕’에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가정마다 이해심이 샘솟는 사랑으로 행복이 더 하기를 기대한다./임양은 주필

연예계 비리 고발 드라마

실화가 아니어도 연예계의 성 상납 등을 그린 드라마와 가요가 있었다. 연예가 종사자가 직접 연예사업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고발한 내용으로, 사실 확인은 힘들지만 성 상납 등에 문제를 제기했었다. 지난해 종영한 SBS 드라마 ‘온에어’는 연예계 성 상납, 재벌 스폰서, 배우의 자살 등을 실감 나게 그렸다. 광고 재계약을 핑계로 광고주가 대뜸 호텔방 열쇠를 건네자 여배우 오승아(김하늘)가 냉소를 띠며 말한다. “내가 많이 싸 보이나? 하룻밤이면 돼요? 나랑 놀고 나면 못 잊으니까 차라리 데리고 살아요. 하룻밤만 데리고 놀자는 거면 수작 걸지 말라는 뜻이예요.” 드라마는 또 다른 여배우가 성 상납을 강요 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도 다뤘다. ‘온에어’를 쓴 김은숙 작가는 “연예계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이니 만큼 그 문제를 안 다루거나 피해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었다. 8년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순자’도 한 여성이 스타가 되는 과정에서 체험한 연예계 비리를 다뤘다. 시골 장터에서 일하던 순자는 2년 만에 유명 배우가 되지만 연예인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껴 양심 선언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성 상납, 매니저와의 유착 관계 등을 그렸다. 드라마뿐만 아니다. 성 상납을 소재로 한 노래도 있었다. 가수 바비킴이 이끄는 힙합그룹 부가킹즈가 2005년 발표한 노래 ‘서울야화’는 SBS를 제외한 방송사에서 모두 방송 부적합 가사라는 이유로 발매 직후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급히 불려나가 성공을 전제로 한 성 상납 / 꿈을 위해 참고 또 참아 더러워진 몸뚱이를 피눈물로 닦아”라는 가사가 선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노래는 얼마 후 일부 기사를 수정해 심의를 통과했지만 많은 문제점을 던졌었다. 예나 지금이나 연예인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열악한 상황에서 허덕인다. 그런 취약점을 노리는 부류들이 연예계에서 큰 손 노릇, 제왕 행세하는 게 현실이다. 연예계의 추악상을 유서로 고발한 탤런트 장자연씨는 실속도 없이 사후에 더 유명해지고 마수들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직도 가려내지 못했다. 봄날만 속절 없이 갔다. /임병호 논설위원

고리사채업자 단속

고리사채 피해가 계속되는 것은 일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사채의 문을 두드리는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저신용자는 816만명에 달해 사상 처음 800만명을 넘어섰다. 고리사채로 인한 피해 상담과 신고도 지난해 4천75건으로 2007년보다 19.1% 증가했다. 보복을 두려워 해 제대로 신고 못하는 피해자들을 감안하면 훨씬 더 많다.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시로 고리사업체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고리사채 피해는 줄지 않는다. 수천 명을 검거해도 대부분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받고 풀려나 또 영업을 한다. 벌금형을 겁 내지 않는다. 검·경이나 금융당국의 개별적 단속이 아니라 관련 기관·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대대적·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한 이유다. 고리사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서민들의 막힌 돈줄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불법 대부업체에 가지 않고서도 돈을 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생계비나 학자금 등 긴급생활자금을 대출해 줄 수 있는 생활자금대출 제도가 있어야 된다. 고리사채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형사·민사적 대응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단속만큼 절실하다. 고리사채 피해자들은 가족에게도 쉬쉬하며 개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원의 개인회생제도, 재산담보부 생활급여제, 저신용자 대출 보증제 등 정부가 이미 마련한 서민 지원책과 ‘서민금융 119’ 사이트 등 정보도 널리 알려야 한다. 법률구조공단에 변호사 인력 등을 지원해 취약계층의 개인회생·파산신청 등을 돕는 방안도 빨리 도입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 대부업 대책을 여러 번 내놨지만 효과가 없었다. 엄포만 큰 일회성 단속을 한다면 피해 근절은 어렵다. 100만원을 대출해주면서 선이자로 40만원을 떼고 남은 60만원에 대해서도 10일마다 이자로 40만원씩 갚도록 해 연 2천443%의 이자를 뜯어낸 경우가 허다하니 살인이 따로 없다. 악덕 고리사채업자들이 처벌을 받으면 ‘다시는 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단단히 들 정도로 일벌백계해야 된다. 고리사채업자 신고자에게 주는 포상금은 나중 일이다./임병호 논설위원

도의회 분담금

경기도의회는 봉인가? 도의회는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동안 전국시·도의장협의회에 무려 2억735만원의 분담금을 냈다. 올해도 9천654만원의 분담금이 돌아왔다. 3억원을 내야할 판이다. 광주나 대전·울산 등은 명색이 광역시라고 해서 전국 16개 시·도별 순위에서 으레 경기도에 앞선다. 이런데도 광주·대전·울산광역시의회 분담금은 고작 1천900만원 안팎이다. 경기도의회 분담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분담금 산출 방법이 고약하다. 광역의원 정수 비율 등을 중심으로 산정한다는 것이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란 게 도시 뭔가? 법정기구가 아니다. 임의기구다. 친목단체 성격에 그친다. 한 번씩 모였다 하면 되지도 않을 대정부 건의문 같은거나 채택하기가 일쑤다. 분담금으로 뭘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무슨 세미나를 한다지만 세미나를 해도 그렇다. 각 시·도 광역의회가 돌아가며 세미나를 주최하여 그때마다 주최 측에서 전담하면 된다. 경기도의회가 분담금의 불합리성을 들어 재조정을 서둔다고 한다. 재조정안대로 하면 올해 낼 분담금이 5천967만원으로 3천687만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합리하기는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광주·대전·울산광역시의회 보다 두 배 이상이나 많다. 분담금은 말 그대로 똑같이 분담해야 된다. 16개 시·도광역의회가 똑같은 금액을 분담해야 하는 것이다 의원 정수의 많고 적음이 시·도광역의회의 독립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의회가 의원이 많아 분담금을 몇 배나 더 낸다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다. 또 같은 광역의회끼리 특별대우가 있을 수도 없다. 경기도의회는 처음부터 의원 정수 규모가 많은 것에 공연히 우쭐하여 분담금 놀음에 휘말린 게 잘못이다. 분담금의 하향 조정이 아니라, 분담금의 평균화를 요구해야 된다. 만약 안 되면 협의회 탈퇴의 검토를 못할 것도 없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흐리멍텅한 것이 지금까지의 협의회다. 분담금 얘기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시정이 안 된채 도민의 세부담을 아까운 줄 모르고 퍼주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정녕 봉인가? 도의회의 봉노릇에 도민들만 골탕 먹는다./임양은 주필

자전거타기 운동

녹색 사업의 일환으로 자전거 타기 권장이 한창이다. 중앙·지방의 관권이 자전거타기운동을 권장하는 것 자체는 좋다. 자전거를 타면 몸에도 좋고, 무공해 동력으로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연료도 절감된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게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탈 수가 없는 현실이다. 우선 생각되는 게 생활 패턴의 변화다. 이동의 기동성이 요구된다. 동행이 필요한 다수의 이동도 많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 처럼 단조로운 생활이 아니다. 자전거 출퇴근이 무더기로 꼬리를 이었던 베이징의 은륜은 시가지의 명물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은륜의 장관은 퇴색돼 가고 있다. 자전거 대신 자동차가 늘었다. 생활 패턴의 변화인 것이다. 또 생각되는 것은 자전거 길이다. 자전거(自轉車)의 ‘거’는 수레거 자(字)다. 차도가 자전거 길임을 모르지 않지만 위태롭기가 짝이 없다. 차도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는 질주를 일삼는 크고 작은 동력차 틈새에 자칫 잘못하면 끼어 샌드위치되기가 십상이다. 공연히 차도에 끼어들어 운전에 방해가 된다며 자동차 운전자들의 눈총만 산다. 그래서 인도로 타고 가면 이번엔 보행에 지장을 주어 행인들의 미움을 산다. 보행자와 부딪혀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자전거를 차도나 인도나 맘놓고 타고갈 길이 없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고 한다. 서울까지 가는 자전거 길도 만든다고 하고, 전국을 일주할 수 있는 자전거 길도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없는 길을 만들어 자전거 길로 하는 것은 아니다. 차도의 일부나 인도를 떼어 자전거 길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자전거 길이 안전할리는 없다. 자전거 전용도로로 보장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렇긴 해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길에선 되도록이면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나 홀로 갈 일이거나 별로 바쁘지 않은 일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관을 동원, 차도를 통제해 자전거타기 캠페인을 벌여놓고 자전거타기를 권장하는 것은 난센스다. 또 만약에 자전거타기로 시내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의 승차인구가 줄어 경영에 타격을 받는 것을 가정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된다. 자전거타기운동의 시책이 너무 피상적이고 즉흥적인 것 같다./임양은 주필

의사봉

의사봉은 국회 의사진행의 상징물이다. 본회의장 의사봉은 50만원 짜리다. 상임위원회 의사봉은 약 반값이다. 박달나무 재질이었던 게 지금은 느티나무로 만들어졌다. 개회, 안건 상정, 의결, 산회 등 그때마다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곤 한다. 세 번을 때리는 덴 다른 이유를 드는 사람도 있지만, 삼 세 번을 좋아하는 한국적 민속으로 지지대子는 보고싶다. 그런데 국회 파행엔 으레 의사봉 쟁탈전이 벌어진다. 지난 2월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스페어 의사봉이 등장했다. 어느 야당 의원이 개회를 막기위해 김영선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의사봉을 ‘땅땅땅’하고 쳤다. 의사봉 쟁탈전에 대비해 미리 하나 더 준비해두었던 것이다. 3월3일 역시 정무위원회다.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에 반대한 한 야당 의원이 아예 위원장 의자에 앉아 버텼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위원장석 뒤로 돌아가 스페어 의사봉 3타로 통과를 선언했다. 지난 22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을 때다. 박진 위원장 역시 의사봉 쟁탈전에 대비해 두 개를 준비했다. 그러나 의사봉을 꺼내들 틈이 없었다. 외통위 소속이 아닌 민주당, 민노당 의원들까지 회의장에 들어가 박진 위원장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가까스로 의사봉을 두드리려고 하자 쟁탈전과 방어전이 야당 의원과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면서 의사봉을 빼앗기자 박진 위원장은 통과를 선언하고는 주먹으로 책상을 세 번 쳤다. 의사봉 3타가 요식행위는 아니다. 국회법에 의사봉에 관한 규정은 없다. 관행이다. 의사봉을 안 친다고 해서 의사 진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자의 선언만으로 능히 가능하다. 이런데도 의사봉 빼앗기의 육탄 돌격이 관행화된 것이 우리의 국회다. “의사봉을 칠 때마다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고, 마지막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이다”라고 한 것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말이다. 마땅히 양심의 의사봉을 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를 파행으로 모는 육탄 공격의 의사봉 빼앗기 또한 양심의 소행이라고 할 수는 없다./임양은 주필

밴쿠버 겨울올림픽

2010년 2월 캐나다 서부도시 밴쿠버와 인근 산악도시 휘슬러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 스키장은 친환경 경기장의 결정판이다. 스키 코스는 ‘생태계 보호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스키 경기에 가장 적합한 코스는 자그마한 개울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개울을 가로지를 경우 꼬리개구리 등 이곳에 사는 동식물의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환경 충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수정됐다. 꼬리개구리는 북미대륙의 서부 산악지역에만 사는 희귀종으로 수컷이 꼬리처럼 생긴 교미기를 갖고 있어 꼬리개구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올림픽이 지구인의 대축제라 하더라도 야생생물의 생태를 위협해선 안 된다는 환경 문제를 우선시해 서식지를 우회하는 코스를 만든 것이다. 최종 확정된 코스는 원래 계획됐던 코스보다 동식물이 훨씬 적은 곳이다. 개울 주변에 사는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충격완화 지역’도 만들었다. 스키점프 경기장과 바이애슬론 경기장도 자연파괴를 최소화했다. 인공 시설물 설치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경기에 필요한 최소 공간만 확보해 주변의 울창한 숲은 그대로 살려놓았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원시림 같은 숲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자연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새 코스를 만들지 않고 전통스키 휴양지인 밴쿠버·휘슬러의 기존 코스를 보완해 쓰기로 했다.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한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VANOC)’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데도 역점을 뒀다. 올림픽 기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30만t을 ‘상쇄’시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는데 경기장과 올림픽 빌리지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풍력·태양열·지열 등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해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03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이후 전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파악하고 그것을 줄이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한다. 올림픽 쓰레기 85%를 재활용하는 자원 재활용도 주요 추진 사항이다. 빙상경기가 열리는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경기장은 가로 200m, 세로 100m 크기의 지붕을 ‘소나무 좀류’에 감염된 폐목으로 만들었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우리나라가 특별히 참고해야 할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부처꽃·연꽃

우리나라 풀꽃이름엔 불두화, 부처손, 동자꽃 등 불교 영향이 많이 스며 있다. ‘부처꽃’은 냇가나 연못 등 습지에 자라는 데, 길고 화사한 자주보랏빛 꽃을 승려들이 백중날(百中·음력 7월 15일) 재를 올리면서 부처에게 바쳤다고 해서 꽃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전국 어디에나 있고, 연꽃과 함께 절 근처에 많이 핀다. 요즘 새로 생기는 생태공원이나 냇가에 많이 심는다. 부처의 상징인 연꽃은 열가지 특성을 지녔다고 한다. 첫째,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離諸染汚). 처염상정(處染常淨)과 통한다. 둘째,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不與惡俱). 셋째, 연꽃이 피면 물 속에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가득하다(戒香充滿). 한 사람의 인간애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넷째,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잎을 유지한다(本體淸淨). 다섯째,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해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面相喜怡). 여섯째,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柔軟不澁). 바람이나 충격에 잘 부러지지 않는다. 일곱째,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見者皆吉). 여덟째, 연꽃은 피는 동시에 필히 열매를 맺는다(開敷具足). 선행도 꼭 그만큼의 과실을 맺는다. 화과동시(花果同時)와 같은 뜻이다. 아홉째, 연꽃은 만개했을 때 색깔이 곱기로 유명하다(成熟淸淨). 열번째, 연꽃은 싹부터 다른 꽃과 구별된다(生己有想). 장미와 찔레, 백합과 나리는 꽃이 피어봐야 구별이 된다. 이 열 가지 특징을 닮은 사람을 연꽃처럼 아름답다고 한다. 부처가 청정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연꽃에 비유한 것도 이 같은 고유한 덕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진흙은 연꽃 없이 존재할 수 있어도 연꽃은 진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마음은 부처 없이도 수백만, 수천만개가 존재할 수 있지만 부처는 이 모든 마음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처꽃은 물을 맑게 하고, 연꽃은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한다. 2553주년 석가탄신일(음력 4월8일)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부처꽃·연꽃의 의미를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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