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쩌다 학교가...

끔찍한 강력사건의 연속이다. 어린 초등학생이 숨졌고 교장선생님이 다쳤다. 흉기로 자행된 살인 사건에 이어 살인 미수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진 곳이 학교라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학생을 살해하고 학생이 교사를 다치게 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 ‘백년대계’의 시작이 돼야 할 장소가 범죄의 온상이 돼 버렸다.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 이곳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인 A군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려 교장선생님 등 학교 관계자 등 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불특정 다수를 노린 계획범죄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월10일에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가 8세 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우울증 문제로 휴직했던 이 교사는 지난해 12월 복직한 후 사건 당일 돌봄교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어린 학생을 시청각실로 유인해 살해했다. 직장 부적응 등으로 인한 분노가 증폭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자인 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상동기 범죄’가 학교 내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전 국민은 분노했다. 2023년 11월15일에는 남양주 소재 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주변 학생 3명이 다쳤고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에서, 12월 안산에서도 중학생이 교내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내 강력 범죄로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현실에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교사들의 두려움도 함께 커지고 있다. 내 아이도, 내 부모(교사 등)도 언제든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는 이제 법·제도적 감시를 받아야 할 공간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하루빨리 학생과 교원 모두 안전한 시스템에서 백년대계를 실행하는 법 및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학교가 강력 사건의 현장이 되는 것은 여기까지여야 한다.

[지지대] 붉은귀거북 유감

고향은 미국 남부 미시시피강이다. 그곳에서 살다가 태평양을 건넜다. 눈 뒷부분에 빨간색 줄이 선명해 ‘붉은귀거북’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국내에선 연못 또는 개울 등 흐름이 약한 곳에서 서식한다. 수명은 35~40년이고 크기는 20㎝ 정도다. 새끼일 때는 겁이 많지만 자랄수록 공격적으로 변한다. 암수 구별은 간단하다. 발톱과 뒷발톱 길이를 비교하면 수컷은 앞발톱의 길이가 2배 정도로 길다. 수컷의 꼬리는 암컷에 비해 굵다. 뭘 먹고 살까. 새끼일 때는 육식이다. 다 크면 초식 성향이 강해진다. 식성을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하지만 다 자란 후에도 식물성 먹이를 가장 많이 먹을 뿐 동물성 먹이를 전혀 안 먹는 건 아니다. 특히 새끼일 때는 도대체 못 먹는 게 뭔가 싶을 정도로 식욕이 왕성하다. 작은 물고기나 새우 등은 물론이다. 심지어 야채, 달팽이와 민달팽이, 지렁이, 개구리(특히 올챙이), 작은 도마뱀이나 뱀, 그리고 각종 곤충들까지 해치운다.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산시가 최근 화랑유원지 저수지에서 붉은귀거북 70여마리를 포획·퇴치(본보 28일자 10면)하는 등 생태계 보호에 나섰다. 그 상황을 좀 더 들여다보자. 환경부는 2001년 외래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한 뒤 지속적인 퇴치가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때는 애완용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일부 시민의 무분별한 방사로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토종 어류와 수생생물과의 서식지 경쟁 유발에 이어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균형도 위협하고 있다. 천적도 거의 없다. 이 부분이 더욱 문제다. 3~4급수에서도 서식이 가능해 사실상 퇴치도 어렵다. 그래서 개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토종 생태계가 위험한 곳이 화랑유원지 저수지뿐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 외래 생태계 교란 생물들에 의해 파괴된다면 미래는 없다. 자연은 후손들로부터 빌린 자산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대선 TMI

6·3 대선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역대 대통령선거에 등장한 후보들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보면 2대 대선 당시 자유당 이승만 후보의 직업은 현 대통령이었다. 모스크바 공산대학을 2년 수료한 조봉암 후보의 직업은 저술업이었다. 이들은 3대 대선에서도 나란히 후보로 올랐다. 6대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도 대통령이 직업이었다. 나머지 5명의 후보는 무직이지만 경력은 4대 대통령(윤보선), 법무부 장관(김준연), 초대 사회부 장관(전진한) 등이었다. 사업가였던 45세의 김대중 후보는 7대 대선에 신민당 국회의원을 직업으로 삼아 5, 6대 대통령과 맞붙었다. 14대 대선에선 정치인(김영삼, 김대중, 박찬종)과 변호사(이병호), 학교법인 송죽학원 이사장(김옥선) 등이 출마했다. 정당 대표로 이름을 올린 정주영 후보는 현대그룹 창업주로 유명하다. 학력에서는 독학(백기완)도 눈에 띈다. 15대엔 노동자(권영길), 사회사업가(허경영), 목사(김한식) 등이 있었다. 16대에선 총 6명 중 4명(이회창, 이한동, 권영길, 김영규)이 서울대 출신이다. 여기에 노무현 후보까지 포함한 5인의 직업이 정당인이었다. 17대 대선 후보 10명의 직업은 모두 정치인(정당인, 국회의원)이었다. 그리고 절반이 서울대 학력을 갖고 있었지만 고려대 출신이 당선됐다. 18대 대선에는 청소노동자(김순자), 노동자(김소연), 무직(박종선)도 있었다. 19대 주요 후보들은 정치인이었고 법조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20대에는 허경영 후보가 강연업으로 다시 등장했고 결국 검찰 출신 정치인이 선출됐다. 대선 후보들의 직업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지만 당선자의 퇴임 후 운명은 비슷해지고 있다. 21대 대선 후보들은 역사에 남을 국민의 선택 앞에서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 나갈지 주목된다.

[지지대] 드골의 사임에서 배우자

“나는 공화국 대통령직 정무를 중단합니다. 이 결정은 오늘 정오부터 유효합니다.”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어느 국가 지도자의 퇴임사다. 짧지만 명쾌하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 얘기다. 1969년 4월28일이었다. 프랑스 현대사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의 압제에 대항해 나라를 구했다. 나치 부역자들을 처형한 후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포효했다. “앞으로 프랑스가 타국의 지배를 또 받아도 민족을 배반하는 인간들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프랑스 국민은 그를 종전 후 재건을 주도한 지도자로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치 세력들도 철저히 배제했다. 20세기 프랑스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래서 이 나라 최신예 항공모함에는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샤를드골 공항은 프랑스 최대 규모의 공항이자 유럽의 대표 관문이다. 1958년 집권하면서 제5공화국이 출범했다. 비동맹 노선을 확립했다. 이 나라 국익을 감안하면 성공적이었다. 낙후됐던 사회보장제도도 정비됐다. 투표권도 확대됐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체복무도 인정됐다. 내각과 대통령의 권력 분점이 가능한 이원정부제가 채택됐다. 국회도 단순히 거수기 역할에서 입법부로 거듭났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제3~4공화국의 군소정당 난립을 끝내면서도 결선투표제로 양당제 한계가 보완됐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대통령에서 물러나야만 했을까. 금본위제도에 대한 집착이 원인이었다. 금 1온스당 35달러로 묶인 가격을 두 배인 70달러로 올리고 금본위제도로 복귀하자고 주창했다. 미국이 수용하지 않았다. 통화가치가 절반으로 추락한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경제성장률도 가장 낮아졌다. 학내시설 개선 요구로 시작돼 노동쟁의를 거쳐 체제 부정으로 번진 1968년 5월 위기도 그랬다. 하지만 군인 출신 대통령이면서 민족주의 성향에 서유럽에서 드물게 강력한 대통령제 모범을 보여준 정치인이었다. 우리가 그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다.

[지지대] 가인 김병로, 그리고 법의 날<街人>

의병에 가담했다. 독립운동가를 무료로 변론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일제강점기를 보냈다. 광복 후 암 치료로 한쪽 다리를 잘랐다. 6·25전쟁이 터졌고 아내가 북한군에게 살해당했다. 대한민국 민법·형법틀을 마련했다. 구속 기간도 정했다. 법전의 한글화작업도 주도했다. 판사·검사가 나란히 앉았던 법정 배치를 지금처럼 검사와 변호사가 마주 보며 앉도록 조정했다. 본명 이외에 허물 없이 쓰기 위해 지은 호(號)인 ‘가인(街人)’에 휴머니즘이 담겼다. 거리에서 스스럼없이 민중을 만나 그들의 고통을 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서민을 향해 늘 환하게 웃었다. 어린이나 어르신 등을 우선 배려했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법조인 김병로 얘기다. 뜬금없지만 법을 뜻하는 한자 ‘법(法)’은 물을 가리키는 ‘수(水)’와 ‘갈 거(去)’가 합쳐졌다. 파자(破字)하면 ‘물 흐르듯이 당연한’ 게 법이다. 근대사회에선 통치자가 부여하는 엄벌을 정당화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강압적인 도구로 인식됐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사회질서를 위한 보편적인 규칙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법과 관련된 지식과 학문은 반드시 배워야 유사시에 손해 보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다. 만약 모르고 그랬든 고의로 그랬든 법에 있는 내용을 무시하면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돼 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려면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자신과 타인에게 이롭다. 물론 진짜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법의 무지에 의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 매년 4월25일은 법의 날이다. 법무부 주관으로 1964년부터 시행했으니 올해로 벌써 61회다. 법을 준수하는 마음을 일깨워 주고 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김병로를 통해 들여다보면 법은 딱딱하지 않고 늠름하고 훈훈하다. 오늘 하루만큼은 그런 올곧음과 따뜻함이 충만한 법 구현을 생각해보자. 법과 김병로의 실루엣이 겹쳐지는 까닭이다.

[지지대] ‘폭싹 속았수다’ 신드롬이 남긴 것

바야흐로 콘텐츠의 전성기인 요즘이다. 그중 전 세계를 울린 작품, ‘폭싹 속았수다’의 열풍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51년생인 문학소녀 오애순을 시작으로 68년생 양금명, 그리고 그의 딸 01년생 새봄이까지 이어지는 소녀의 성장기는 전 세계 39개국 넷플릭스 톱10을 점령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폭싹 속았수다’는 신기하게도 나의 이야기였다가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 같다가, 다시 또 나의 이야기 같은, 세대를 관통하는 울림이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니 살면서 이렇게까지 펑펑 울어본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였다. 그중 스무살 때부터 혼자 타지 생활을 시작한 필자가 가장 공감한 건 금명이가 불쑥 제주의 고향 집으로 왔을 때 아버지 관식과 어머니 애순의 반응이다. 밥 있다고, 새 밥 금방 된다고 분주하게 주방으로 향하는 애순. 날이 춥다고 서둘러 방석과 난로를 가져와 금명에게 건네는 관식.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 활짝 피어난 웃음까지, 6개월에 한 번 집에 갈 때면 늘 보던 모습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100g도 사라지지 않게 했다.’ 그렇게 매번 나의 100g을 지키느라 전전긍긍하는 부모님이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거는 그 몇 분을 아까워했다. 전화가 와도 후다닥 끊느라 바빴다. 말이 길어지면 늘 마지막은 짜증이 따라 붙었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나서는 아주 조금, 부모의 인생에도 나와 같은 시기가 있었다는 걸,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는 걸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컸음도 알았다. 그래서 이 글을 보는 이들이 지금 당장 전화를 걸었으면 한다. 수화기 넘어 언제라도 나의 편이 돼 줄 그들의 행복을 바라며.

[지지대] 고립·은둔 청년 증가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다. 희망의 봄이면서도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밝음의 시기였지만 동시에 어둠의 나락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게 있었지만 한편으로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그 시절에 목청이 큰 권위자들도 좋든 나쁘든 오직 극단적인 비교로만 그 시대를 규정하려 했다.” 찰스 디킨스의 장편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1859년 발표됐다. 프랑스 대혁명이 배경이다. 두 도시는 혁명의 전운이 휩쓸어 버린 파리와 합리적인 통치와 위로부터의 혁명을 성공시킨 런던을 가리킨다. 이들 도시에선 기성세대의 모순과 억압 등을 피해 고립·은둔 청년들이 나온다. 이들은 사회를 원망하고 대립각을 세우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자책에 빠진다. 한곳에서 오랜 기간 소외됐던 청년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50여년 전 모습이 현재의 대한민국과 겹친다. 애틋하고도 슬프다. 그 시절과 차이가 있다면 취업 문제 등일 터다.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2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무조정실의 분석 결과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거의 집에만 있던 청년 비율은 5.2%(임신·출산·장애 제외)로 집계됐다. 2022년 조사(2.4%)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아진 수치다. 고립·은둔하는 이유에 대해선 ‘취업 문제’가 32.8%로 가장 많았다. ‘인간관계 어려움’(11.1%), ‘학업 중단’(9.7%) 등이 뒤를 이었다. 우울증상 유병률은 2022년 6.1%에서 지난해 8.8%로 증가했다. 눈만 뜨면 해묵은 절망의 청구서가 날아오는 요즘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건 어른들의 사명이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말아야 하는 올곧은 가치여서다.

[지지대] 콘서트 아닌 유명 페스티벌

보통의 콘서트(Concert)는 특정 가수 1명 또는 1개 그룹이 나와 관객들에게 생생한 공연을 펼친다. 가끔 같은 기획사 가수들만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이 아니라 다양한 가수들이 출연하는 경우에는 흔히 ‘페스티벌(Festival)’이라 부른다. 이 같은 관점에서 지난 19일 인천 강화군 강화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25 강화 봄 콘서트’는 뭔가 이상하다. 록을 비롯해 댄스, 발라드, 힙합, 트로트까지 많은 가수가 무대에 올라오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번 콘서트에는 트로트의 경우 ‘장구의 신’으로 불리는 박서진과 ‘엔카의 여왕’ 김연자 등 최고의 가수들이 출연했다. 게다가 파워풀한 퍼모먼스의 ‘댄스 디바’ 박미경, 힙합의 독보적 아티스트 비와이(BewhY)까지 무대에 올랐다. 발라드에선 감성보컬리스트 전상근과 국내 대표 여성 솔로 가수 경서가 출연해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고 국카스텐이 K-록의 진수를 선보이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출연 가수 한 명, 한 명이 모두 대한민국 대표급이다. 게다가 이들은 통상 행사장에 온 것처럼 단순히 2~3곡만 부르고 무대를 내려가지 않았다. 많은 노래를 부르고, 중간에는 관객들과 길게 소통하는 등 마치 본인의 콘서트를 축소한 것처럼 보일 정도. 3시간이 넘는 긴 공연 시간 때문에 단순 콘서트가 아니라 마치 유명 페스티벌에 온 듯한 느낌이다. 그것도 다양한 음악 분야를 모아 놓은 페스티벌. 이 때문에 10대 청소년부터 20~30대 청년, 40~50대 중장년층, 60대 이상 어르신까지 함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강화 봄 콘서트는 ‘강화 봄 뮤직 페스티벌’ 등 좀 더 거창한 이름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물론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등을 더 넣어 아예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일 만큼. 이를 통해 인천을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지지대] 잔가시고기 단상

몸길이는 5㎝ 남짓하다. 옆으로는 납작한 편이다. 꼬리 자루는 가늘다. 푸른 형광빛 가시가 매력적이다. 눈망울도 둥글고 귀엽다. 한국, 일본에서 서식 중인 민물고기인 잔가시고기의 이력서다. 더 들어가 보자. 수컷이 암컷보다 몸이 더 높다. 주둥이는 끝이 날카롭다. 그 끝에 입이 비스듬하게 위를 향해 열린다. 옆구리에서 온몸에 걸쳐 작은 비늘 판이 있다. 뒷지느러미 앞에 있는 가시는 강하고 배지느러미에도 가시가 있다. 가시가 유난히 작고 섬세하다. 이 가시는 위협이 가해질 때나 영역을 두고 싸울 때 펼쳐진다. 몸의 빛깔은 회녹색으로 불규칙한 암녹색 세로줄과 가로반점이 있다. 아가미막은 검다. 수컷의 등 쪽은 회황록색이나 암컷은 암녹색 무늬가 섞여 있다. 어떤 곳에서 살까. 하천 중류의 물의 흐름이 약하고 풀이 많은 곳이다. 먹이는 작은 수생곤충들이다. 먹이활동은 잦고 예민하다. 깔따구 애벌레 같은 생먹이를 주로 잡아먹는다. 이 녀석들의 가치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각별하다. 하천 생태계에서 작은 포식자로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해서다. 수생식물과 공생하며 서식지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종 역할도 담당한다. 최근 이 녀석들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일본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져서다. 이유가 궁금하다. 환경 당국에 따르면 일본에선 하천의 콘크리트화, 서식지 파괴, 수질 오염 등으로 멸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위태롭다. 2018~2020년 이뤄진 동해안과 낙동강 일원 193곳에서 고작 39곳에서만 발견됐다. 2007~2017년과 비교하면 서식지가 42.6% 감소했다. 배스 같은 외래종 유입, 하천 공사, 가뭄, 수질 오염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천 정비공사를 최소화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자연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 이들이 사라진다면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된다. 서식지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까닭이다.

[지지대] 루이 잠페리니

개구쟁이 시절부터 유난히 뜀박질을 좋아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랬다. 고교에 진학해선 지역 대표 육상선수로 전국 단위 대회에 나갔다. 운동장에서 트랙을 힘차게 내디딜 때마다 관중의 환호가 쏟아졌다. 이들의 박수가 있었기에 늠름하게 달릴 수 있었다. 마침내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금의환향했다. 부모와 형제는 물론이고 이웃들도 자랑스러워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가 됐다. 전쟁의 포연이 지구촌을 엄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그의 조국도 휘말렸다. 육상선수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국방의 의무가 다가왔다. 육군항공대 장교로 참전해 폭격기의 폭격수 역할을 맡았다. 구조 임무 수행 중 바다로 추락해 40여일간 표류했다. 실종 당시 대통령이 조문을 보냈다. 이후 마셜제도에 상륙해 포로로 잡혔다. 그의 순연은 여기까지였다. 미국의 육상선수 루이 잠페리니의 역정이다. 포로로 잡혔지만 수용소에서도 뛰는 연습은 계속됐다. 일본군의 엄중한 감시가 뒤따랐다. 고문도 당했다. 이 대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갇혀 있던 포로수용소의 수장이 장교가 아니라 병사였다. 전쟁이 끝난 뒤 알려졌지만 말이다. 미군 장교를 일본군 병사가 통제했던 셈이다. 비상식적인 처사였다. 종전 후 인생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다행스럽게도 살아남아 미국으로 돌아 왔다. 종전 이후에는 용서에 대한 신념을 펼치면서 기독교 복음주의자로 변신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당시 성화 봉송 주자로 일본도 방문했다. 40여년 만이었다. 이후 폐렴으로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세상을 떴다. 2014년 4월18일이었다. 사후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 ‘언브로큰’이 개봉됐다. 20세기 전반부를 살았던 육상선수가 겪었던 삶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에둘러 보여 주고 있다. 특히 포로수용소에서 일본의 불합리한 행태가 눈에 거슬린다. 전쟁은 인류의 민낯을 드러나게 한다.

[지지대] 경제 살릴 후보는 누구?!

불과 몇 개월 전 만해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대통령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이지만 향후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역할과 책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은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질까. 혼탁한 정국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국민 통합에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고, 청렴한 후보를 선택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 역시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찾게 되지 않을까. 특히 미국발(發) 관세 파동 탓에 그 어느 때보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경제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선택되지 않을까 싶다. 선거철이 도래하면서 각 정당은 또 한 번 다양한 경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정책은 주 4.5일제 근무 도입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생각하는 4.5일제는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지만 모두 주 4.5일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는 4.5일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생산성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정년 연장도 논란이다. 기업들은 정년 이후 일정 조건을 통한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정당의 이해득실을 따져 정년 연장 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각 당 대통령 후보를 향한 ‘중소기업계 제언’을 발표했다. 3대 분야 100대 정책과제가 담긴 이번 제언에는 현실에 맞는 근로시간제도 마련, 산업재해 감축 지원, 최저임금제도 합리화, 산업용 전기요금제 개편, 중소기업 기업승계 특별법 제정, 납품 대금 연동제 실효성 제고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한국 경제. 지금의 대한민국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경제를 살릴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지대] 청명과 곡우 사이

이십사절기 중 다섯 번째다. 청명(淸明) 얘기다. 이날부터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고 한다. 청명부터 딱 보름이 지나면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해준다. 농민들은 이 두 절기 사이에 바빠진다. 들녘에서 허리를 펼 틈도 없다. 농작물을 심기 위해 기초작업을 시작해야 해서다. 심을 작물들도 준비해야 한다. 벼 파종도 본격화된다. 가축 관리와 밭일 등도 그렇다.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름한다. 농작물 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때 내리는 비는 농작물 성장에 필요한 수분을 공급한다. 조선 후기 정약용의 차남 정학유도 ‘농가월령가’를 통해 “청명·곡우는 농사 짓기에 딱 좋은 절기”라고 읊고 있다. 벚꽃도 활짝 핀다. 엷은 분홍색을 머금은 산하가 흐드러진다. 축제가 따로 없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 이상하다. 활짝 핀 벚꽃 위로 때 아닌 눈이 내려서다. 그래서 ‘벚꽃 위에 쌓이는 눈’이란 말이 안 될 것 같은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상청은 이런 현상을 보이는 이유로 북극 찬 공기를 품고 회전하는 절리저기압 탓이라고 분석한다. 한반도 대기 상층에 절리저기압이 자리해 하층 공기를 상층으로 끌어올리면서 지상에 저기압이 발달해 그렇다는 분석이다. 절리저기압은 영하 30도 이하 찬 공기를 수반해 대기 상하층 기온차가 40~50도로 벌어지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이에 눈비가 내릴 때 돌풍이 불고 천둥과 번개도 부른다. 4월의 눈은 생경하지만 극히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강원 산지의 경우 5월에도 종종 눈이 내린다. 지난해는 5월 중순 향로봉 등에 대설이 내리기도 했다. 관측자료에 따르면 1908년부터 올해까지 4월 중 눈이 온 날(눈일수)은 총 35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이제부터 들녘은 완연한 봄이다. 그게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이치다.

[지지대] 일상 파고든 최악의 변수들

상수(常數). 수식에서 변하지 않는 값을 뜻한다. 항상 일정한 값을 갖는 수. 변수(變數).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 어떤 관계나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값으로 변할 수 있는 수를 의미한다. 상수와 달리 예측이 어렵고 그만큼 대비도 힘들다. 우리의 일상 속, 최악의 변수라 여겨질 만한 각종 재난 사고가 불청객처럼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3월24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서울 강동구 명일동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폭 20m, 깊이 18m 규모의 대형 싱크홀. 이날 여느 때와 같이 평범했던 퇴근길 도심과 30대 오토바이 운전자의 삶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지난 11일,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 사고. 인근에 위치한 6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교회 등 시민들의 생활공간과 인접한 현장. 당시 붕괴 우려 조짐을 인지한 시공사 측의 작업 중단 이후 15시간 만에 도로가 ‘와르르’ 주저앉았다. 여러 상황과 변수를 계산한 뒤 결정한 시공사 측의 보강 공사. 이 판단에서 정작 공사를 멈춘 ‘붕괴’ 가능성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보강 공사에 투입된 작업자가 매몰된 지 수일째 생사 여부조차 확인이 안 되는 끔찍한 참사를 예견하면서도 내린 결정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11년 전 오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하루 전. 단원고 학생 및 교사 339명을 포함한 승객 476명을 태운 청해진 해운 소속 세월호 여객선이 짙은 안개를 뚫고 오후 9시 인천항을 출발했다. 추억을 만들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제주를 향하고 있었을 당시,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역대 슬픔과 분노로 기억되고 있는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인 이선민씨가 말했다. “참사는 사람을 가려 오지 않는다. 이번에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

[지지대] 아직도 대학은 ‘우골탑’

허리가 휠 정도로 힘들었다. 베이비붐세대 부모들의 자녀 대학등록금 마련이 그랬다. 1980년대 한우 한 마리 값은 60만~70만원대이었다. 사립대 연간 학비는 70만원대, 국립대는 30만원대였다. 그래서 자녀를 대학에 보낸 부모는 소도 팔고 논도 팔아야만 했다. 학생들도 학비를 버느라 고생하긴 마찬가지였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입주 과외 같은 것들이 있었다. 당시 중앙 일간지 하단에는 학교와 학과 등을 소개하며 입주 과외를 호소하는 광고들이 빼곡했다. 최근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물가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인상(경기일보 8일자 8면)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립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국·공립대와 전문대까지 퍼지며 물가 상승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 분석 결과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3월 교육물가(지출목적별 분류)는 지난해보다 2.9% 올랐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2월 4.8% 이후 16년1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교육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를 0.21%포인트 끌어올렸고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원인은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등록금 인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2월20일 기준 전국 4년제 사립대 151곳 중 79.5%인 120곳이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3월 물가지수에서 사립대 납입금은 1년 전보다 5.2% 뛰었다. 2009년 2월 7.1%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 여파로 국·공립대 39곳 중 28.2%인 11곳도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가난했던 시절 대학등록금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련해야만 했던 타협 불가 영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은 소의 뼈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의 ‘우골탑’으로도 불렸다. 코끼리의 엄니인 상아로 이뤄진 탑이라는 뜻의 ‘상아탑’ 대신 말이다. 요즘도 그때로부터 조금도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지지대] “석탄이 깨끗하고 아름답다고요?”

“석탄은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지구촌 강대국 정치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씻어도 검은 물만 나올 텐데 말이다. 이 연료는 고생대 석탄기 무렵 식물에서 유래한 유기퇴적물이 오랜 세월 지압 및 지열 등을 받아 분해돼 만들어진다. 검은색 또는 검은 갈색을 띠며 탄소, 산소, 질소, 수소가 주성분이다. 약간의 황과 많은 양의 회분 및 수분이 들어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석탄은 3억4천만년에서 3억년 사이 석탄기 6천만년 동안 생성됐다. 석탄기에는 목질부를 구성하는 리그닌을 생성할 수 있는 식물과 나무가 나타났다. 나무는 단단하고 높이 자랄 수 있고 벌레 먹기 어려운 목질성 줄기로 크게 번성했다. 당시의 벌레나 세균, 곰팡이 등은 나무가 죽고 남은 목재 리그닌을 거의 분해할 수 없어 죽은 나무는 분해되지 않았다. 나무 사후에 열과 압력 등을 받아 수소와 산소 성분이 빠져나가고 남은 탄소 성분만이 퇴적돼 석탄이 됐다. 이후 목재의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흰개미가 나타나며 죽은 목재를 빠르게 분해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석탄기처럼 지구 전체에서 생성되는 일은 없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내 석탄산업을 활성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이런 표현을 썼다. 모든 연방정부 부처와 기관 등에 석탄산업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중단하고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와 자금 지원을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규제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중단도 포함됐다. 석탄산업 발전을 통한 전력망 안정을 꾀하는 내용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은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안전하고 강력한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석탄을 포함한 저렴한 미국 에너지 활용을 계속하겠다고도 천명했다. 세계와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에서 날이 갈수록 논리가 사라지고 있다. 정말 큰일이다.

[지지대] 아열대성 곤충 증가

“자고 나면 주변을 기어다니는 생물들이 한 마리씩 늘고 있었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불안이 엄습하고 있었다.” 생물학자인 프랑스 출신 장 앙리 파브르의 ‘곤충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이란 벌레의 이름을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큰활무늬수염나방이나 노란머리애풀잠자리 등도 마찬가지다. 이름도 별나지만 낯설기조차 하다.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곤충들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 녀석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학계 연구보고 결과다. 원인은 기후변화 영향이다. 신종·미기록종 아열대성 곤충이 발견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연유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20~2024년 발견된 아열대성 곤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6년부터 자생생물 조사·발굴 연구에 따라 한반도 곤충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2020년부터 한반도에서 새롭게 발견된 신종·미기록종 곤충 중 아열대성 곤충의 비율을 분석해 왔다. 그 결과 아열대성 지역 곤충 비율은 2020년 4%, 2021년 4.4%, 2022년 5%, 2023년 6.5%, 2024년 10.2%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서식하는 미기록종 후보 38종이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됐다. 이 중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 큰활무늬수염나방, 노란머리애풀잠자리 등 21종은 제주도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무릇 곤충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이동성이 강하다. 그래서 환경에 따른 분포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반도로 북상한 종들이 아열대와 온대의 경계지역인 제주도에서 주로 발견되는 건 기후 변화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자생 중인 아열대성 곤충들을 계속 관찰해 관련 정책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눈에 띄지 않았던 생물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건 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우리가 딛고 사는 자연은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유산이다.

[지지대] 위기를 번영으로 극복한 남북전쟁

인간이 인간을 부리던 시대였다. 노예 문제다. 결국 이 사안으로 충돌했다. 한쪽은 농업 위주여서 필요했지만 다른 측은 공업지대가 많았다. 한쪽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인권 문제에 앞서 생활 그 자체여서다. 노예제를 지지하던 이들은 군대를 꾸렸다. 국가로부터 분리를 선언했다. 이후 공격을 감행했다. 큰 상처를 안겨준 내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1861년 4월이었다. 그 포화는 1865년까지 4년 동안 이어졌다. 미국 남북전쟁의 서사가 그랬다. 노예 소유를 허용하던 남부와 이를 금지하던 북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를 시행하는 주(州)에 노예제 철폐법안을 제안하진 않았다. 하지만 연설을 통해 노예제 확산을 막고 국민의 마음 속에 노예제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믿음을 심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1850년대 정치적 갈등의 줄기는 노예제 확대 여부가 주를 이뤘다. 남부는 연방에서 분리되고자 노력했다. 북부와 남부 모두 노예제가 다른 지역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면 범위가 축소되거나 결국 폐지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노예제에 반대하는 세력에 연방정부 통제권이 넘어갈 것에 대한 남부의 우려와 노예제 지지자들이 연방정부에 휘두르는 영향에 대한 북부의 혐오는 위기를 맞았다. 노예제의 도덕성, 민주주의의 범위, 자유노동과 노예제 간의 경제적 이득에 대한 논쟁 등이 도마에 올랐다. 그 전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1865년 4월9일이었다. 북부군은 36만여명, 남부군은 26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패배한 남부는 황폐화돼 경제적 손실이 막대했다. 더구나 전쟁 전까지 노예를 부려 목화를 재배하던 남부는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으로 경제적 기반이 무너졌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북부와 남부 모두에 큰 시련이었다. 미국은 이를 극복하고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더 단합된 국가를 이뤘다. 태평양 건너편 나라의 역사이지만, 요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사뭇 무겁다.

[지지대]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설 자리’

특성화고의 변천사만큼 복잡한 게 또 있을까. 특성화고는 처음에 전문계고 또는 실업계고로 불렸다. 이후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표로 한 특성화고로 전환됐다. 2012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 근거해서다. 그러다 정부가 기술명장 육성을 내세우며 마이스터고를 설립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특성화고는 70개교로 2023년 기준 23.7%의 취업률을 보였다. 특성화고가 취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6년 취업률이 정점을 찍었다가 이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2023년 진학률은 50.5%로 취업률을 앞서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학교를 직접 찾아가 진학설명회를 할 때도 주요 학과에 대한 소개와 함께 ‘특성화고 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 취업담당 교사들은 낮아진 취업률과 높아진 진학률은 ‘환경이 달라져서’라고 설명한다. 가정 형편 때문에 직장으로 향하던 청소년들이 줄었고 학부모도 자녀가 고졸로 남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기에 일자리가 제조업일 경우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외국인 밑에서 배워야 할 만큼 인력구조가 바뀐 것도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에게 취업비자를 부여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비자정책 개선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갈 곳 잃은 국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지는 건 아닌지 세밀한 점검이 요구된다.

[지지대] “상수리나무는 식물계의 헌법”

산기슭에서 잘 자랐다. 열매도 달렸다. 도토리라고도 불렀다. 깍정이 겉면 비늘 조각은 뒤로 젖혀졌다. 떨어진 걸 주워 가루를 내 떡이나 묵 등으로 만들어 먹었다. 상수리나무 이력서다. 더 들여다보자. 키는 15~20m다. 웃자라면 그랬다. 가을에는 단풍도 들었다. 꽃은 매년 이맘때 피었다. 수꽃은 10㎝ 이삭이 작은 꽃들을 붙이고 밑으로 늘어졌다. 암꽃은 매우 작고 빨갛게 보이는 작은 꽃을 붙인 꽃차례가 곧게 선다. 성장은 빨랐다. 심은 뒤 10년 정도 지나면 목재로 이용할 수 있다. 나무를 베어 내도 그루터기부터 계속 자라 다시 여러 해가 지난 뒤에는 생육 상태를 회복했다. 재질은 다른 참나무속 나무처럼 딱딱하고 건축재나 기구재, 차량, 선박에 사용되고 땔나무로도 쓰였다. 갑자기 금이 가고 쪼개지는 성질도 있다. 그래서 요즘엔 울타리 만드는 목재로 전락했다. 낙엽도 쓰임새가 있었다. 작물의 비료에 쓰였다. 껍질은 염료로도 이용됐다. 가장 중요한 건 온실가스(탄소) 흡수량이 나무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이다. 최근 상수리나무 465그루를 심어야 국민 1명이 배출하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에서 자라는 나무 중 탄소흡수량이 많은 10종을 선정해 2023년부터 연평균 탄소흡수량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연간 탄소흡수량이 가장 많은 나무는 상수리나무로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탄소를 연평균 30.12㎏ 흡수했다. 이는 공단이 탄소흡수량을 조사한 나무 84종의 평균(7.37㎏)보다 4배 많은 수준이다. 상수리나무 다음으로는 물박달나무(21.51㎏), 소나무(20.07㎏), 졸참나무(20.04㎏), 들메나무(19.01㎏) 등이 연평균 탄소흡수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천덕꾸러기라도 꾸준히 심어야 하는 까닭은 명쾌하다. 찰스 다윈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상수리나무는 식물계의 헌법이다.”

[지지대] ‘작은 소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천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범위가 제법 넓었다. 시점이 과거형인 까닭은 요즘은 찾기 어려워서다. 흔히 ‘1천냥 하우스’로 불리던 가게가 그랬다. 비슷한 이름의 간판을 걸었던 점포가 서울에도, 수도권에도 즐비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처럼 적은 지출을 통해 즐거움과 만족감을 추구하는 구매 행위가 ‘작은 소비’다. 어쩌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누리는 작은 사치다. 작은 소비에서 중요한 건 ‘어떤 물건을 사느냐’가 아니라 ‘왜 사느냐’다. 의미가 있는 구매라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실례로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면 다른 부분의 소비를 줄이고 카메라나 렌즈 등에 투자한다. 먹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면 비용과 상관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누린다. 작은 소비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 분석 결과다. 내수 부진 장기화 속에 추위와 정국 불안까지 겹쳐서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비내구재의 소매판매액지수도 2.5% 줄었다. 준내구재는 예상 사용수명이 1년 미만인 옷, 신발, 소형가전 등이다. 비내구재는 음식료품, 수도, 휘발유 등이다.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는 지난해 12월 1.0%, 1.5% 상승했으나 올해 1월 줄어든 뒤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준내구재 중에선 옷이 1.7%, 신발 및 가방 등이 8.7% 줄었다. 예년보다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씨가 이어진 가운데 겨울옷과 봄옷 등도 덜 산 것으로 분석된다. 비내구재 중에는 음식료품 소비가 6.3%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율은 지난해 2월(-6.6%)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의약품과 화장품 등은 각각 0.4%, 0.8% 줄었다. ‘작은 소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경제적 파장이 심상찮다. 미국의 관세폭풍까지 불어닥치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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