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에겐 오래된 임무가 있다. 물리력으로 국가를 방어하는 일이다. 군은 합법적으로 물리력, 폭력을 쓴다. 예전에는 칼, 창, 화살 등 화약을 쓰지 않는 무기, 즉 냉병기(冷兵器)를 썼다면 현대는 화약을 쓰는 화기(火器)를 사용한다. 화기는 냉병기와 비교도 안될 만큼의 강력한 살상력을 지녔다. 대한민국 군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화력을 지녔다. 세계에서 보기 힘든 휴전 상황이 수십년간 이어지다 보니 군비를 축소하던 서방과 달리 한반도의 남북은 군비경쟁을 계속해 왔다. 이런 경쟁이 K-방산을 만들고 군을 강하게 무장시켰다. 군은 정부기관 중 합법적으로 물리력, 화력, 폭력 등 힘을 쓸 수 있는 집단이다. 군의 물리적 힘이 세다 보니 군은 국방부에 소속돼 민간의 통제를 받는다. 지상 최강의 힘을 지닌 조직은 문민 통제 속에서 국가방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매일 수행하고 있다. 이런 바탕이 있어 우리의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한 달 동안 과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 군통수권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가 몇 시간 만에 이를 해제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용산에서 공성전이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참사가 또 일어났다. 이 모든 일이 한 달 동안에 벌어졌다. 우리가, 우리의 일을 제대로 수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의 성실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일을 정하는 동안 군은 충실하게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바란다.
오피니언
민현배 기자
2025-01-1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