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상 교량보강은 정부가 해야

白山 남북교류의 지속, 평화 공존을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국가안보 태세가 굳건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가 취약한 나라는 평화를 누리지 못한다. 동서고금을 통한 사실(史實)이 이러하다. 주한 미군의 필요성을 이점에서 인정한다. 주한 미군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정세의 균형에 역할이 있다. 부시 행정부의 패권주의는 물론 거부하나 부시의 패권주의와 주한 미군의 역할은 문제가 다르다.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은 관철돼야 할 현안이지만 이 또한 주한 미군의 역할과 혼돈해서는 안된다. 경의선 등 연결공사를 위한 비무장지대(DMZ)의 남북간 군사보장 조치가 타결된 것은 1953년 휴전이후 실로 반세기만의 놀라운 변화다. 그러나 이는 상징적 평화의 시작이지 실질적 평화의 정착은 아니다. 상호 신뢰가 가능한 평화 구가는 아직도 길이 멀다. 모처럼 싹튼 먼 평화의 길을 무사히 도달하여 평화고착의 결실을 갖기 위해서도 방어적 안보태세가 굳건해야 한다. 미군의 탱크 통과를 위한 교량 보강 공사의 필요성을 이같은 맥락에서 굳이 부인할 생각은 없다. 중량 40t 이상의 통행이 금지된 도내 북부지역 교량 112개소를 62t의 탱크가 지나갈 수 있도록 보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나 이 또한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는 국가안보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에 국가 안보를 위한 보강공사비를 부담시키려는 것은 심히 당치않다. 정부는 경기도 관리교량 36개소는 도가 맡아 2004년 1월부터 시작해 2005년 10월까지 112개 교량에 대한 보강공사를 마칠 요량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경우가 아니다. 도 관리교량 공사비만도 약 2천억원이 소요된다. 교량 보강공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작전지역이 넓어진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에 의한 것으로 이 협정은 지난 봄에 한·미 두 나라가 맺었다. 국방부와 미군측이 부담키로 된 공사비를 정부가 건교부를 통해 국방부 부담의 일부를 도 관리교량을 이유로 들어 자치단체에 떠맡기려는 것은 지방재정법에도 없는 일이다. 경기도는 이미 도로법에 의한 선의의 공공단체 관리의무를 다 하고 있다. 작전상 국가가 필요로 하는 관리의무는 당연히 국가에 귀속된다. 정부는 예산집행의 혼선을 강행해선 자칫 지역주민의 엉뚱한 반미감정을 유발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출산율

白山 중국은 ‘한 자녀 갖기운동’을 위반하면 벌금을 매긴다. 월소득 1만위안(元)이상의 가구는 월 소득의 2∼6배, 미만의 집엔 1만∼3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한다. 1만위안은 우리 돈으로 약 150만원이다. 심하게 위반하면 형사 처벌까지 한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인구계획생육법’이 이렇게 돼있다. 중국은 12억9천530여만명인 인구를 오는 2010년까지 14억 미만으로 억제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제발 아기를 낳아 달라며 갖가지 출산 장려책을 쓰고 있다. 육아기간 연금면제, 불임부부 치료지원, 보육시설 대폭확장, 남성 육아휴직에 이어 아동연금 지급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가임 여성의 출산이 평균 1인당 1.33명이다. 국내 출산율도 급감하여 지난해 가임여성이 낳은 아기가 1인당 평균 1.30명으로 일본보다 낮게 나타났다. (통계청 집계)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55만7천여명으로 2000년의 63만7천여명에 비해 8만여명이나 줄었다. 1일 출생아 수는 평균 1천520여명이다. 물론 지금은 예전처럼 아이 많은 집안이 다복한 것으로 보았던 그런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나 갖는 1자녀 갖기 관념은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유익하다 할 수 없다. 우선 외아들이나 외동딸은 형제자매 또는 남매간에 성장한 아이보다 사회성 단체성 적응성 협동성 인내성 등이 떨어진다는 것이 통념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이기심만 높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으로는 인구 정책면에서 우려스럽다. 무작정 많이 낳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 역시 큰 일이지만 인구 증가가 둔화하거나 감소하는 것도 문제가 적잖다. 국내 출산율이 급감하는 이유는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26.8세로 선진국의 통상 24∼25세보다 늦는데 있다. 거기다가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면서 육아 문제로 아이를 늦게 갖거나 1자녀만 가지려는 경향이 확산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출산 장려는 일본만이 아니고 평균 1.89명인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에서도 장려금까지 주어가며 권장하고 있다. 미국은 평균 2.13명이다. 우리도 이대로 가다가는 출산 장려금을 지급해야 할 지경이 되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아들 딸은 구분할 이유가 없어도 외아들 외동딸에게 동생을 낳아 줄 이유는 있을 것 같다. 우선 시급한 것이 맞벌이 부부의 육아시설 확장이다. 정부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이에 좀더 적극적으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갈대茶

갈대茶 淸河 ‘갈대’라는 이름은 대나무와 유사한 풀이라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된다. 근경(根莖)이 땅속에서 뻗으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높이는 2m 가량이며 곧게 선다. 꽃은 꽃잎이 없는 풍매화(風媒花)로 8,9월에 핀다. 수많은 작은 꽃이삭이 달린 장타원형인 원추화서(圓錐花序)가 줄기 끝에 달리며 처음에는 자갈색이다가 뒤에 담백색으로 결실한다. 열매는영과(穎果)로 종자끝에 많은 관모가 있어 바람에 날려 멀리 퍼질 수 있다. 습지나 갯가, 또는 호수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가을에 30∼50cm 가량의 이삭이 늘어져 나부끼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래서 문학작품에 많이 나온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임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인의 시 ‘갈대’다. 갈대는 키가 크고 줄기가 가늘며, 줄기에 비하여 잎이 무성하므로 바람이 불면 금방 한쪽 방향으로 쏠린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쉽게 마음이 변하는 사람을 갈대와 같다고 말한다. 꽃은 갈꽃, 혹은 노화(蘆花)라고 하는데 우리의 고전문학에서 시조의 소재로 특히 많이 등장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봉상왕을 폐위시키고 을불(乙弗)을 옹립할 때 국상(國相) 창조리(倉助利)가후산(候山)의 북쪽 사냥터에서 뒤따르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같이 하는 자는 내가 하는 대로 하라고 하면서, 갈대잎(蘆葉)을 모자에 꽂으니 사람들이 모두 따랐으므로 마침내 왕을 폐하고 미천왕을 옹립했다고 기록돼 있다. 갈대의 어린 싹은 죽순보다 부드럽고 맛이 좋아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뿌리는 전분이 풍부해 옛날에는 춘궁기를 이겨내는 구휼식으로 떡이나 국수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됐다. 특히 한방에서는 갈대 뿌리와 줄기를 노근이라 해 이뇨, 해열, 소염, 갈증치료 등에 쓰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당뇨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갈대는 물속에 녹아있는 질산염, 페놀 등 중금속을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 수질오염 방지에 큰 역할을 한다. 얼마 전 강원도 고성군 농업기술센터가 갈대를 이용해 차(茶)·음료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가을 날 갈대가 휘날리는 창가에서 갈대차를 마시는 멋 있는 정경이 떠오른다.

시신으로 의약품?

연구용으로 기증된 시신을 가공, 불법 의약품을 제조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괴한 일이다. 기증한 인체를 모독하는 행위다. 세상이 이래서야 누가 사후에 시신이나 장기를 의학 연구용으로 기증하겠는가. 한국조직은행의 ‘연구용 기증 시신 밀거래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검 강력부에 따르면, 이런 일도 다 있나 싶다. 한국조직은행 실제운영자이며 치과병원장인 엄모씨와 한국조직은행 대표 이모씨 등 2명이 지난해초부터 최근까지 당국의 허가 없이 연구용 시신에서 추출한 뼈를 가공처리해 6억원 상당의 단백질추출물을 만들었다, 이를 인천 등 수도권 일대 300여 곳의 치과병원과 치과재료상에 공급했다니 기분이 몹씨 나쁘다. 더 큰 문제는 단백질 추출을 위해 사용한 시신이 바이러스성 간염환자, 매독환자, 중증암환자, 알츠하이머병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사망한 시신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가공 판매할 수 없는 연구용 시신까지도 의약품(각종 골형성유도제)으로 제조해 팔았다니아연실색할 노릇이다.이들이 만들어 판매한 단백질추출물은 다른 게 아니다. 뼈가 잘 자라나도록 치과병원에서 주로 잇몸 치조골이 상한 환자에게 투약하고 있는 바로 그 물질이다. 게다가 한국조직은행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사망한 시신 14구를 이같은 방법으로 수도권지역 병원에 유통시켰다. 특히 14구 중 9구는 연구용 시신을 불법 가공한 것이다. 이식용으로 분류된 4구 중 3구는 24시간 내 조직등을 채취해야 하지만 36시간을 넘겼다. 또 다른 시신은 사망 시간을 추정할 수 없고 감염이 우려돼 사용해선 안되는 급성 폐열증 관련 시신이었다. 검찰은 행려병자 시신에서도 단백질을 추출한 혐의를 잡고 이들이 행려병자 시신을 입수한 경위와 공범의 묵인 또는 유착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했다고 한다. 미국에선 연구용 시신에서 추출한 조직이나 약물 투약 후 실제 같은 병에 감염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압수한 단백질추출물과 뼛가루 등에 각종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 지를 정밀 분석토록 관계기관에 의뢰해야 할 것이다. 돈에 눈 멀면 보이는 게 없다지만 아무리 시신이라 하더라도 연구용 시신을 함부로 하다니, 생각할 수록 불쌍하다. /淸河

‘오아시스’

‘오아시스’ 淸河 제5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과 여배우 문소리씨가 감독상·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오아시스’는 뒤틀린 현실에서도 희망을 찾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은 사회에서 못난 이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형의 과실치사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온 종두(설경구)는 머리가 약간 모자라 가족조차 무시하는 사회부적응자다. 공주(문소리)는 그 피해자의 딸로 중증 뇌성마비 환자다. 사회부적응자와 신체적 장애만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의 감정과 그 표현은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다. 되레 절박하다. 그러나 종두와 공주의 주변인물과 관객은 처음 그들의 사랑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 설정부터 영화가 주는 환상과 감동을 거부한 ‘오아시스’는 현실을 소리 높여 비판하지 않는다.하지만 종두의 가족과 공주의 오빠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도사린 편견과 계급의식, 이기주의를 때론 유머스럽게 나타낸다. 그것에 대한 반성이 있을 즈음, 관객은 주인공들과 소통하게 된다. 종두와 공주의 사랑이 아름다움을 알게 한다. 올해 48세의 이창동 감독은 국어교사를 하다가 1983년 소설가가 됐다. 1993년 ‘그 섬에 가고 싶다’의 각색과 조감독을 맡아 영화계에 뛰어 들었고 ‘초록물고기’(1997)와 ‘박하사탕’(2000)을 감독했다.이 세상 낙오자와 같은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사랑을 터득케한 세번째 감독작품 ‘오아시스’로 세계적인 감독이 됐다. 지난 5월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서 감독상·신인배우상을 받은 것이다. 더욱이 국제비평가협회상·가톨릭비평가상·젊은영화비평가상까지 함께 수상했다. 여주인공역의 문소리씨는 두번째 출연한 작품에서‘월드 스타 ’가 됐다. 올해 28세다.문소리씨가 받은 상은 제59회 베니스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올해 처음 신설된 신인연기상으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최고의 젊은 배우에게 주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이다. 마스트로얀니는 ‘해바라기’의 주연배우다. 문소리씨는 장애인 연기의 후유증으로 근육통증과 몸의 균형이 틀어지는 이상이 생겨 출국 직전까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오아시스’는 한국의‘토속적’정취가 아닌 ‘예술영화’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오아시스’가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9·11테러 1주년

9·11테러 1주년 白山 오늘로 9·11 뉴욕 테러사건이 있은지 1주년이 된다. 미증유의 테러 참사에 희생된 수많은 억울한 영령들은 아직도 편히 잠들지 못할 것이다. 다시는 이처럼 잔혹한 살상과 파괴가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부시 미국대통령의 부인 로라여사가 테러 장면의 재방영을 방송국에 금지 요청을 할 정도로 돌이키기 싫은 참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로사사의 남편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식에는 아직도 문제가 많다. 뒤집어 생각하면 부시의 패권주의가 9·11테러를 자초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주도하의 일방적 세계질서 강요에 항거한 것이 빈 라덴의 항거, 곧 9·11테러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중의 목소리를 수용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 요체이다. 그런데도 미국이외의 목소리는 적으로 간주해온 것이 부시의 대외정책이고 오늘도 그러한데 문제가 있다. 미국은 고립돼 있다. EU국가는 부시의 자국위주 외교에 제동을 걸고 러시아는 중앙아시아까지 넘보는 미국의 야욕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은 테러를 구실삼은 ‘냉평화시대’의 도래를 경고한다. 영국을 제외한 프랑스, 독일 등도 부시의 독주에 견제를 걸고 있다. 자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한 부시의 인권침해에 미사법부는 제동을 거는 등 국내 문제화하고 있다. 군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시가 가장 의지하는 특수부대 조차도 빈 라덴의 추적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1천만명에 이르는 무고한 양민에게 말 못할 고초를 안겨준 아프간 폭격으로도 모자라 이라크에 대한 전면 공격을 서둘고 있다. 테러 지원집단의 궤멸을 구실 삼고 있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국내 인기회복을 위한 인간 도살을 획책한다 할 수 있다. 부시는 9·11테러에 신의 은총을 기원했다. 빈 라덴 역시 신의 자비를 절규했다. 도대체 충돌하는 이들의 신은 무엇인가. 결국 인간의 오만이다. 부시는 이라크 공격에 앞서 우리에게 지상군 파견까지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공격에 한국이 가담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기네들 끼리의 싸움에 공연히 우리가 말려들 필요는 없다. 자기를 돕지 않으면 곧 적이라고 말하는 부시의 엄포는 미국의 국익이 아닌 그 자신의 사익에 불과하다.

성형미인

성형미인 白山 미인산업이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린다. 화장품에서 몸매가꾸기 뿐만이 아니다. 아예 몸을 뜯어 고치는 성형수술이 붐을 일고 있다. 이마 높이기, 주름제거, 코 성형, 입술 고치기, 유방 확대, 처진 눈꺼풀 높이기, 복부 지방 흡입, 처진 엉덩이 올리기 등 특히 여성 성형엔 못하는 게 없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850만건의 성형수술이 시술돼 전년에 비해 48%나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70억달러에 이른다. 수술 부위별로는 우리나라 돈으로 코 성형 354만원, 유방확대 365만원, 엉덩이 높이기가 446만원이다. 국내 성형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연간 시장이 1조원대로 추산된다. 해마다 20∼30%씩 증가 추세에 있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성형 수술비는 미국보다 약 30%, 일본보다는 약 20%가 더 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재미교포들이 국내에 온김에 성형수술을 받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한국에 관광을 겸해 수술받으러 오는 사람이 역시 많아 국내 성형업계는 이래저래호황을 맞고 있다. 성형수술은 여성뿐만이 아니고 남성도 받긴 한다. 특히 취업을 앞둔 대졸생들 가운데는 면접에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얼굴의 취약점을 성형하는 사례가 있긴 있다. 정치인들 중에선 노무현씨가 대중의 인기영합을 고려해 얼굴 주름살을 펴는 보톡스 시술을 했다. 그러나 국내 성형수술은 여성들이 약 95%를 차지해 미인산업은 여성 전용으로 성가가 나있다. ‘미남 미녀의 어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 아이가 부모를 전혀 닮지않은 못난이어서 걱정이 된 친할머니가 연유를 알아보았다. 결국 미녀 며느리는 본 얼굴이 아니고 여기저기를 뜯어고친 성형미인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지지대자가 꾸며본 가설이긴 하나, 앞으로 이런 일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람은 특히 여성은 예뻐 보이려는 게 본능적 욕구다. 예쁘다는 사실은 무척 좋긴하다. 하지만 ‘얼굴 먹고 사느냐?’는 속담이 있다. 얼굴만 예쁘고 성깔이 고약해서는 남에게 싫증을 사기 쉽다. 글쎄, 웬만하면 태어난 그대로 잘 가꾸는 게 개성있는 미인의 길이 아닐까 한다. 우리에겐 미인의 전래 기준이 있다. 맵씨, 말씨, 솜씨(솜씨 대신 맘씨를 들기도 한다)의 ‘삼씨’란 것이 있다. 현대인은 지나치게 맵씨에만 치우치는 것 같다. 가짜미인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금연, 재경부는 수입

복지부는 금연, 재경부는 수입 白山 미국 뉴욕에선 담배 한갑이 7달러50센트, 우리 돈으로 약9천원이다. 뉴욕시가 담뱃세를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갑당 8센트이던 담뱃세가 1달러50센트가 됐다. 이때문에 담배판매량은 줄었지만 시세입은 늘었다. 시민건강을 위한다는 칭찬까지 듣고있다. 마이클 블롬버거 뉴욕 시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시내 1만3천여 식당·주점등 접객업소를 흡연 전면금지구역으로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식당이나 주점도 근로 현장이므로 종사자들은 간접흡연의 폐해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담배소송이 줄을 이어 1천여건이 진행중이다. 이미 거액의 배상판결이 난 예도 있다. 국내에도 담배소송이 계류중이다. 1999년 12월 김모씨(57)등 31명이 서울지법에 낸 소송 등 2건이 재판 중이다. 담배인삼공사는 ‘장차 있을 민영화에 대비, 담배 제조의 노하우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미룬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곧 내기로 했다. 우리 사회도 끽연권보다는 혐연권이 우선한다. 금연지역이 점점 확대되고 아예 금연을 사규화하는 기업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금연운동을 민적으로 추진한다. 이같은 금연 추세는 다 좋은 일이다. 다만 문제는 정부에 있다. 같은 정부 안에서 보건복지부는 금연을 권장하고 재정경제부는 담배인삼공사를 통해 전매수입을 올리고 있다. 연간 담배 매출액은 무려 4조4천억원대에 이른다. 물론 이가운데는 국고 수입뿐만이 아니고 상당한 지방세입도 포함 돼 있긴 하다. 그러나 정부 한쪽에선 금연운동을 추진하고 또 한쪽에선 몸에 해롭다는 담배를 만들어 팔아 수입을 올리는 것은 시책의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결함을 당연시하고 간과하는 것도 판단의 오류다. 정부가 금연운동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담배인삼공사를 미국처럼 시급히 민영화해야 한다. 정부가 투자한 각종 공사의 민영화 추진이 있긴 하나 무엇보다 담배인삼공사부터 팔아야 한다. 그런데도 전략산업인 전기는 민영화를 밀어 붙이면서 담배는 늑장을 부리고 있다. 이 또한 선후가 틀린 처사다. 담배로 인한 폐해에 엄청난 책임을 지게돼야 정신이 들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화성추팔경

淸河 예부터 경승이 빼어난 곳은 8경, 10경, 12경으로 구분, 칭송했었다. 수원에는 수원팔경을 광교적설(光敎積雪) 팔달청풍(八達晴風) 남제장류(南堤長柳) 화산두견(花山杜鵑) 북지상련(北池賞蓮) 용지대월(龍池待月)로 정했다. 수원팔경은 겨울에 설경을 감상하는 ‘광교적설’, 팔달산 바람을 찬양한 ‘팔달청풍’, 여름 만석거 수면의 ‘북지상련’, 서호에 비치는 저녁노을 ‘서호낙조’가 있는가 하면, 달을 기다리는 ‘용지대월’, 화산에서 듣는 두견소리 ‘화산두견’, 화홍문에서 쏟아지는 물소리 ‘화홍관창’, 수원천 제방의 수양버들 ‘남제장류’가 있어 수원 사람들의 여유와 멋을 보여준다. 화성행궁에 비치된 비단 바탕의 중간치 병풍 2좌에 실려 있는 ‘화성(수원)춘팔경도(華城春八景圖)’와 ‘화성(수원)추팔경도’도 있다. 김홍도(金弘道·1745∼?)의 작품으로 전해진다.춘팔경은 ‘화산서애(華山瑞靄)’ ‘유천청연(柳川晴烟)’ ‘오교심화(午橋尋花)’‘길야관상(吉野觀桑)’‘신풍사주(新豊社酒)’‘ 대유농가(大有農歌)’ ‘화우산구(華郵散駒)’ ‘하정범익(荷汀泛익)’을 일컫는다. 요즘같은 가을을 영탄한 ‘추팔경’은 ‘홍저소련(虹渚素練·화홍문 7간수문에서 부서지는 흰 물보라)’, ‘석거황운(石渠黃雲·가을날 만석거에서 본 둔전(屯田)의 황금 같은 벌판)’, ‘용연제월(龍淵霽月·비 갠 맑은 밤하늘 용지에 뜬 달)’, ‘귀암반조(龜岩返照·구천동 바위에 비치는 저녁햇빛)’, ‘서성우렵(西城羽獵·화성장대와 화서문 밖에서 하는 임금님의 새 사냥)’, ‘동대화혹(東臺畵鵠·연무대에 그린 따오기)’, ‘한정품국(閒亭品菊·화성행궁안 미로한정에서의 국화 감상)’, ‘양루상설(楊樓賞雪·양루에 내리는 눈 감상)’이다. 수원 광교산 시루봉·종루봉·형제봉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리는 물은 광교·북지·원천·신대 등 많은 저수지를 이루며 수원천·원천천·서호천·황구지천으로 흘렀다. 기호일대를 고루 적셔주어 수원을 ‘물골’ ‘수성’ ‘수원’으로 부르게 했다. 수원시가 11개 저수지의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계도 완전복원, 6년내 ‘도시 속 오아시스 ’를 만든다고 한다.참으로 청량한 소식이다.

청전 이상범

淸河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1897∼1972)화백의 그림앞에 서면 편안하다. 그리운 대상이 너무 많아 쓸쓸해지기까지 한다. 미술평론가 유흥준 명지대 교수는 청전의 작품에 펼쳐진 산수화를 “우리의 기억 어딘가에 있는 미지의 고향”이라고 한다. 과연 그러하다. 청전의 그림은 이 땅의 산과 들,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인다. 언덕배기에 초가 한 두채가 키 큰 나무 뒤에 마치 숨어있는 듯 하다. 적요한 풍경이다. 시선을 화폭의 다른쪽으로 돌리면 나무짐을 지게에 진채 허리를 꺾고 걸어가는 초부(樵夫)가 보인다. 황소에 등짐을 얹혀 이끌고 가는 농부, 혹은 머리에 인 함지박을 한 손으로 잡고 가는 촌부의 잰걸음도 나타난다. 청전은 옆으로 길게 퍼지는 수평 구도를 즐겼다. 산세의 완만한 곡선이 죽 펼쳐진 화면을 따라가는 시선을 보는 이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청전은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출생 이듬해 부친을 잃고 9살때 가족과 서울로 왔다. 보통학교 4학년을 마치고 1914년 서화미술회 강습소로 들어갔다. 여기에서 조선의 마지막 대화가들인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과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晉)을 스승으로 만났다. 1912년 제1회 서화협회전으로 화단에 나온 이후 1922년 열린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선전) 출품 이후 연10회 입선과 특선을 차지했다. 1936년 8월25일 동아일보는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소식을 보도하면서 일장기를 지워버린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 일장기를 지운 사람은 청전이다. 당시 그는 동아일보 학예부 미술기자였다. 일본경찰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음은 물론 그 이후 10년간 사실상 칩거했다.사람들은 청전을 겸재(謙齋) 정선(鄭敾)이후 최대의 작가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러나 정작 청전은 생전에 “우리의 그림에는 우리의 분위기가, 우리의 공기가, 우리의 뼛골이 배어져야 한다. 감히 나는 훌륭한 그림을 그렸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적인 그림을 그렸다고는 생각한다. 내가 그린 산수나 초가집들은 우리나라가 아니면 찾아볼 수가 없는 세계이다”라고 말했다. 청전의 30주기를 맞아 6일부터 10월 6일까지 ‘청전 이상범의 진경산수전’이 서울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산가청운(山家淸韻)’ 등 30점도 첫 공개된다. 이 가을에 청전의 산수화 정취에 젖어봄직 하다.

최경록 장군

淸河 국민방위군은 1950년말 ‘국민방위군설치법’에 의하여 만 17세에서 40세 미만의 제2국민병으로 조직됐던 군대다. 중공군의 한국전 개입으로 악화되어가는 전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정부는 1950년 12월17일 ‘제2국민병소집령’을 발동, 약 50만명의 장정들을 전국 각지의 51개 교육연대에 분산 수용하여 국민방위군을 편성하였다. 그러나 이 군대는 대한청년단의 단원들을 간부급으로 뽑아 갑자기 현역계급으로 임관했기 때문에 지휘 통솔이 미숙하였다. 1951년초 이른바 ‘1·4후퇴’를 당하여 서울과 각지의 방위군은 부산까지 약 15일간에 걸쳐 도보로 후퇴하였다. 하루에 주먹밥 한 덩어리로 배를 채우고 가마니로 이불을 삼는 참상속에서 아사자·동사자·병자가 1천여명이나 발생하였다. 1951년 1월15일 부산에서 열린 피란국회는 첫날부터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추궁했다. 정부는 2월17일 36세 이상의 장정들을 귀향시켰으며, 이어 국회의 결의에 따라 5월12일 국민방위군은 해체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방위군 간부들의 국고금 횡령사실이 국회의원 엄상섭(嚴詳燮)에 의하여 폭로됐다. 6·25 그 전란 중 국민방위군 간부들이 105일동안 유령인원을 조작하여 24억원어치의 금품을 착복하고 5만2천섬의 양곡을 부정 처분한 것이다. 이 ‘국민방위군 사건’ 당시 헌병 총사령관은 최경록(崔慶祿)이었다. 그가 진상조사를 실시, 국민방위군 사령관, 부사령관, 보급과장, 재무실장 등 장성급 2명, 영관급 3명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제13대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최경록 장군이 지난 2일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의 사사로운 군차량 지원지시를 거절하고 거창 양민학살사건 책임자와 국민방위군사건의 책임자를 처단하는 등 대쪽같이 처신했다.1961년 휘하 2군 박정희 부사령관이 5·16 쿠데타를 일으키자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원칙을 고수하다가 예편됐다. 육군 중장으로 군복을 벗었을 때 옛 부하들이 쌀가마를 전해줘야할 정도였으며 집 한 채 밖에 없는 그의 청빈은 영국대사, 주일대사, 교통부장관 시절에도 여전했다. 최경록 장군은 군인시절에 국민방위군 사건 등 군 내부의 부정을 은폐하지 않고 더욱 엄격히 처리했다. 4일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참 군인 한 사람의 생애가 하늘의 별이 되어 빛날 것이다.

白山 김소월, 하이네의 시처럼 알기쉬운 시는 요즘엔 시가 아닌 건가. 예민한 감성과 절제속에 풍부한 어의를 전해주는 게 소월이나 하이네 같은 시인들의 시다. 난해주의자들은 감성이 아닌 이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시가 어려워야 시인의 권위가 서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떻든 시가 어려워서는 읽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 독자가 없는 시는 결국 시인의 낙서일 뿐이다. 1960년대도 내용을 알 수 없는 시풍이 있었다. 정치인이면서 시인이었던 한솔 이효상은 “그들 자신도 무슨 말인지 모르고 쓰는 자기기만”이라고 난해주의를 통박한 일이 있다. 시인들도 시가 어렵다고 한다. 아니 시인들도 알수 없는 남의 시가 있다. 계간으로 발행되는 시전문지 ‘시로 여는 세상’봄호에 흥미있는 조사가 실렸었다. 시인 300여명을 대상으로 알아본 설문가운데 ‘왜 독자들이 시를 읽지 않느냐”는 항목에서 ‘시가 너무 어려워 독자들이 접근하지 못한다’에 40%가 응답했다. 흥미와 감동과 철학성이 담긴 시작이 절실하다고 이 조사는 결론 지었다. 예컨대 청록파의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같은 시인의 시는 지금도 애송된다. 토월회 동인 홍사용의 시 또한 아직도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도 청록파 등의 시를 캐캐묵은 고전으로 치는 현대파 난해주의 시인들은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지 묻고싶다. 고은 시인은 말했다. “요즘 시인들은 술꾼이 없다”고 개탄했다. 주도유단(酒道有段)을 설파한 조지훈이나 달을 벗 삼은 이태백, 도연명이 술을 좋아 한것은 사실이지만 술주정뱅이는 아니다. 고은 시인이 말한 술꾼이 없는 개탄도 술주정뱅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시작을 갈구하는 것일 게다. 고은은 계간지 ‘시평’가을호에서 ‘시의 벗들에게’란 편지를 통해 그같이 갈파했다. 지지대자는 고은 시인을 크게 좋아하진 않으나 그의 갈파엔 크게 공감한다. 시인이 꼭 술을 좋아하란 법은 물론 없는 것이지만 의미없는 시인의 낙서는 거부한다. 현대의 시인들은 지나치게 영악하여 자기도 모르는 난해한 시를 쓴다. 그래서 조금은 우직하면서 정감 넘치는 시상의 옛 시가 더 가깝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이효상의 질책, 고은의 질타는 현대시인들이 크게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황필상씨

白山 월남 실향민 강태원씨(83·용인시 기흥읍)가 막노동에서 버스회사 사장까지 해가며 모은 270억원을 KBS에 기탁, 사회에 환원한데 이어 이번엔 (주)수원교차로 사장 황필상씨(56)가 215억원 상당을 아주대에 기탁했다. 기탁내용은 현금 15억원, 20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으로 전체 주식의 90%다. 이에따라 아주대는 재단에서 수원교차로를 경영하면서 ‘황필상 아주 장학재단’을 설립, 대대적인 장학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기증자는 자신의 회사주식을 100% 내놓는 것을 10%는 계속 지니고 있도록 가까스로 설득했다고 대학측은 밝혔다. 아주대는 황씨의 모교다. 아주대 공대 기계공학과를 다녔으며 프랑스 국립과학응용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서너명의 가족을 돌보는 개인의 작은 우산이기 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을 돌보는 사회의 큰 우산이 되기 바란다”면서 215억원 상당을 내놨다. 어려운 결단이다. 각박한 세태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속담에 ‘아흔아홉섬이 있으면 백섬을 채우기 위해 바둥댄다’는 말이 있다. 마저 채우고 싶은 한섬을 위해 아흔아홉섬까지 쌓은 노력을 아깝게 하기 십상인 것이 우리 중생들이다. 이런 이치를 말로 하긴 쉽지만 행동으로는 옮기기 어려운 것이 또한 우리같은 중생들이다. 그러나 벼슬아치들은 알아야 한다. 민초들 세금으로 녹을 타먹으면서, 민초들이 위임한 권한을 무기삼아 민초들 등골을 빼먹는 벼슬아치들은 이 기회에 각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꾼들은 더욱 각성해야 한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위에 군림, 온갖 부정과 결탁하는 등 비리를 일삼으면서도 몰염치한 정치꾼들은 뼈를 깎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런 말을 말로나마 알아듣지 못하는 벼슬아치나 정치꾼들은 아마 사람이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황씨는 재산만 내놓은게 아니다. 부부가 사후 시신을 연구용으로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병원에 기증해 몸도 사회에 내놨다. 고귀한 이일 수록이 화장조차 꺼리는 요즘 세태에서 그 또한 어려운 결단이다. 그도 안먹으면 배가 고프기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면서, 해탈지경의 심오함이 남다르게 깊은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

심신의학科

서양의술 도입 당시엔 간호부(看護婦)라고 했다. 이를 간호원(看護員)으로 했다가 간호사(看護師)가 된 것은 1973년 의료법이 제정되면서였다. 그러나 보건직 관명의 간호사는 看護師가 아니고 看護士다. 보통명사에도 고유명사 못지않게 신경을 쓰는 게 현대사회 추세다. 법무사는 원래 사법서사였던 것을 고쳐 부르게 됐다. 행정서사도 있으나 사회발달에 따라 단독 개업이 어려워 대개는 법무사가 업무를 겸하고 있다.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회계사, 관세사 등이 ‘선비사자’(士)인 것은 사회적 존칭이다. 흥미로운 점은 의사, 약사, 간호사가 ‘스승사자’(師)라는 사실이다. 소중한 인명을 다루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교사 또한 ‘스승사자’다. 당연한 것이지만 ‘가르칠교자’에 ‘스승사자’의 ‘敎師’엔 최대의 경의가 담겼다고 보아야 한다. 진료의 한 분류과목인 ‘정신과’를 ‘심신의학과’로 개명하자는 논의가 제기됐다. 대한신경 정신과 개원의협의회에서 보건복지부에 이같은 건의를 했다. ‘정신과’란 명칭이 갖는 일반인의 거부감 때문에 증상이 악화된 뒤에 정신과를 찾는 폐단이 많아 국민보건 차원에서도 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긴, 그렇다. 보통 ‘정신과 병원’에 간다면 정신이상자 보듯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각종 이질혼합 구조 속의 현대인들은 거의가 다소간의 정신분열 현상을 모면하기 어렵다고 보는 게 프로이트 심리학의 분석이다. 일상적 증상과 임상적 증상의 차이만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심리학은 정신분석학의 비조로 정신의학, 특히 히스테리 신경질 등에 임의구상 등 방법에 의한 잠재의식을 일깨워 신경정신 질환을 치유하는 방법을 발견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어떻든 정신과 치료가 다 정신이상자 치료로만 잘못 인식되게 만든 명칭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견해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정신스트레스 의학과’, ‘마음치료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그 또한 포괄적 의미를 담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심신의학과’가 가장 제격인 새 진료명칭인 것으로 보아져 객관성을 갖는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과’를 ‘심신의학과’로 조속히 공식 명칭을 바꾸는데 필요한 관련 법령 개정에 인색함이 없어야 할 것 같다. /白山

악법

나이지리아의 한 여성이 이혼 후 사생아를 낳았다는 이유로 돌로 쳐 죽이는 사형선고를 내린 ‘샤리아(sharia)법’은 일반적으로 이슬람법의 법 체계를 말한다. 샤리아의 언어적 의미는 ‘마실 수 있는 물의 원천’ 또는 ‘올바른 길 ’이라는 두 가지다. 이슬람 세계에서 샤리아는 예언자 모하메드를 통해 신이 정해준 율법이다. 인간 몸의 생명력이 물을 원천으로 하듯 이슬람 교인들에게 샤리아는 영혼과 이성의 원천인 것이다. 샤리아는 도둑질한 사람은 손가락을 자르고, 간음한 사람은 돌로 쳐 죽이며, 술을 마신 사람은 공개 태형(笞刑)에 처한다. 샤리아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30세의 아미나 라왈 여인은 지난 1월 이혼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경찰에 의해 고발됐다. 1심에서 돌에 맞아 죽게 하는 사형선거를 받고 항소했으나 나이지리아 이슬람 법원이 기각했다.“여러가지 증거와 증언을 볼때 혼외정사를 한 것이 틀림없다”며 “다만 형집행은 아기가 젖을 뗀 이후에 하라”고 판결했다. 라왈은 야하야 마흐무드라는 남자가 결혼을 빙자해 임신시켰다며 그를 아버지로 지목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의 남성이 11개월간 사귄 사실은 인정했으나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는 아니라고 부인했기 때문이다.샤리아에서 여성은 혼외 출산만으로도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반면 남성의 유죄판결에는 4명의 증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슬람 법원의 이번 판결은 엄격히 따지면 불법이다. 나이지리아 연방정부는 샤리아를 위헌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부 이슬람교도는 기독교도가 많은 남부의 입장을 따르는 연방정부의 말에는 아랑 곳 하지 않는다고 한다. 라왈은 하필이면 북부에서 기거했다. 샤리아에 따르면 남성은 아내를 4명까지 둘 수 있다. 남편이 “나는 너와 이혼한다 ”라는 말을 세 번만 되풀이 하면 자동적으로 이혼이 성립되는 등 여성을 극도로 차별하고 있다. 가족 이외의 남성과는 절대 이야기할 수 없다. 이슬람 세계가 아닌 곳에서 사는 남성들은 혹 샤리아를 부러워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 사람의 아내도 사랑하기 어려운데 4명은 더 더욱 힘들다. 여성을 인간이하로 취급하는 샤리안은 악법이다. 3심에서 라왈이 살게 됐으면 좋겠다. /淸河

신임시장과 ‘수요회’?

8월28일 수요일 오전 6시경. 수원시체육회관 5층 식당에서다. 150여명이 참석한 ‘수요회’ 모임이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번 선거때 자기를 지지한 곳은 어느어느 두 단체뿐이라고 말했대요!” “그게 맞아? 정말 그런 말을 했는가 말야?” “그럼 우린 뭐야?” “두 단체만 찍어서 당선되나?” 어떤 사람들은 배신감 같은걸 느끼는 듯이 조금 흥분했다. 지난 7월1일 김용서 수원시장이 취임한 이래 처음 갖는 월례회였다. 이날 따라 ‘수요회’ 회원들은 신임 시장과 자리를 함께한다는 기대감에서인지 앉을 의자가 모자랄 정도로 빼곡히 참석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판인지 6시가 넘도록 김시장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이 작심하고 나온 회원들은 조금씩 맥이 풀리면서 웅성대기 시작한 것이다. 한참 후 시관계자로부터 “시장님은 제주도 출장이십니다”란 안내말을 듣고 ‘그랬구나’하면서도 이미 터진 섭섭한 감정은 좀처럼 누그러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메시지라도 남겨야지 아무말이 없잖아!” “제주도 사람이 표 주나?”하는 볼멘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날 분위기는 김시장이 ‘수요회’에 대해 이제 흥미를 갖지 않는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그러는듯 싶었다. ‘수요회’란 수원시내 기관장과 유지들 모임으로 친목단체 성격을 갖고 있다. 김시장 역시 시의회 의장시절 열심히 나왔던 분이다. 이날 아침은 이를테면 당연직 회장인 김시장이 나와 으레 신임 인사를 할줄 알았던 것이다. 또 ‘수요회’를 전임 시장이 주도해 만들긴 했으나 시장이 누군이든 계속 잘 운영해주길 소망하고 있는 빛이 역연했다. 그리고 그같은 소망은 객관적으로도 긍정적 판단을 갖기에 충분했다. 김용서 시장이 출장 중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많은 회원들 짐작대로 전임 시장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후임 시장으로서 관심이 없거나 해체할 요량이라면 좀더 깊이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소한 오해가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무슨 인터뷰 기사 내용이란 것도 김시장 본의와 다르게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면서 와전된 것일 수 있다. 지난 8월28일 수요일 아침의 ‘수요회’는 창설이래 가장 성황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가장 썰렁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중평이었다. /白山

‘금연’바람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경우 위암에 이어 두번째로 발생빈도가 높으며, 여자의 경우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다빈도 암이다.일반적으로 폐암은 세포의 크기에 따라 소세포성 폐암과 비(非)소세포성 폐암으로 나뉜다. 이 두개의 폐암은 원래 폐에서 생기지만 임상양상이나 치료방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서로 별개의 암으로 구분하고 있다.통상적으로 폐암이라고 하면 비소세포성 폐암을 일컫는다. 전체 폐암의 7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비소세포성 폐암은 다시 암세포의 모양에 따라 편평상피암종과 선암종, 다세포암종 등으로 세분된다. 그러나 치료방법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통상 비소세포성 폐암으로 부른다. 이 가운데 선암종은 여자에게 가장 흔한 폐암으로 폐의 주변부에서 주로 발생한다.반면 편평세포암종은 남자에게 가장 많고, 기관지에서 증세가 시작되며 다른 세포암종에 비해 빨리 퍼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대부분 폐암은 흡연이 가장 중요한 발병원인으로 담배를 많이 피우면 피울수록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금연을 시작한 나이가 젊으면 젊을수록 폐암에 걸릴 위험이 전혀 흡연하지 않은 사람과 비슷해 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금연은 빠를수록 좋다는 얘기다. 지난 27일 타계한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비소세포성 폐암 선암종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10월25일이었다. 고인은 올해초 TV를 통해 방영된 금연캠페인에서 산소호흡기를 낀 채 초췌한 모습으로 절규했다.“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저도 하루에 두 갑씩 피웠습니다. 이젠 정말 후회합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지 10개월만에 이 세상을 떠난 고인에게 정부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금연운동에 기여한 공로라고 한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통일국민당의 공천을 받아 구리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 의정활동을 펼쳤던 고인은 정계를 은퇴하면서 “4년 동안 코미디 잘 배우고 갑니다”라고 정치판을 풍자했다. ‘코미디 황제 이주일’은 29일 오늘 성남 장제장에서 화장돼 춘천시 경춘공원에 묻힌다. 이주일씨가 타계하자 ‘금연’바람이 다시 분다고 한다. /淸河

선사유적지 개발

白山 선사시대란 고고학상의 개념이다. 역사시대와는 달리 문헌적 사료가 없다. 유물, 유적 등 물질적 자료가 연구자료일 뿐이다. 신·구석기시대·청동기시대가 이에 해당한다. 27만년에서 10만년 전이라면 대체 얼마로 짐작되는 것일까. 우리의 역사가 올해 단기 4335년이다. 서기는 2002년이다. 반만년으로 쳐도 27만년이면 54배, 10만년이라 해도 20배다. 상상키 어려운 이 선사시대 유물의 보고가 있다.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선사유적지다. 사적 268호로 지정돼 있다. 1978년에 발견돼 이듬해부터 1983년까지 여섯차례에 걸친 발굴조사가 있었다. 구석기시대의 가로날도끼, 돌망치 주먹도끼 등과 신석기시대의 간돌도끼 등 수많은 유물이 쏟아져나와 학계를 흥분시켰다. 인접한 한탄강을 무대로 한 태고적 옛날 선사인들의 취락지였던 집단생활을 상상하면 무척 흥미롭다. 따지고 보면 우린 그들의 후손인 것이다. 경기도 2청이 전곡선사유적지를 종합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을 세운 것은 있을법 하다. 내년부터 2010년까지 8차년 계획으로 1천643억원을 투입, 한탄강과 연계한 30만평에 역사·문화·휴양시설을 갖춘 종합관광지로 본격 개발한다는 것이다. 계획은 좋지만 당부가 없을 수 없다. 이 지역은 장차 한반도 중핵지대이다. 아주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설계돼야 한다. 눈앞만 보는 단견으로는 성공이 어렵다. 또 중요한 것은 역사·문화·휴양시설이 선사시대 유적지의 이미지를 훼손해서는 개발의 가치가 없다. 선사유적지의 관광화는 선사유적의 체취 그대로가 물씬 풍겨야 관광지 구실이 가능하다. 이러지 못한 투자는 효과가 있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고고학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선사유적지만이 아니고 관련 시설 역시 고고학 전문가들의 감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계획 단계부터 문화재 당국과 긴밀한 유대를 가져야 한다. 선사유적지 또한 문화재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본연의 복원이 불가능하다. 관변 위주의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선사유적지가 훼손되거나 이미지가 손상되는 일이 있어서는 아예 손대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학계에서도 평가받는 종합관광지 개발이 이루어지기를 거듭 당부해마지 않는다.

지역감정

白山 군대에 입대할 때 면사무소에서 모이면 한 동네 사람끼리 어울리고 군청에 집합할 때는 한 면사람끼리 만나면 더 반가워했다. 도청에서 만나면 같은 군사람, 입대해서는 같은 도사람을 만나면 역시 더 반가워하곤 했다. 지금처럼 바로 입대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집합하여 입대할 적의 얘기다. 이것이 지역감정이다. 지역감정 자체가 나쁠 수는 없다. ‘고향 까치만 봐도 반갑다’는 옛말이 있다. 지역감정은 인간 본연의 원초적 정서다. 지역감정이란 말이 나쁜 말로 쓰이고 나쁜 말로 들리게 된 것은 지역감정을 악용한 정치인들 때문이다. 지역감정이 원초적 정서이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리를 넘어설 수는 없다. 상대에 대한 지역감정에 따라 특정한 일을 두고 누구는 옳고 누군 그르다는 이중 잣대를 잴 수는 없다.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 출신이 대통령이 된들 민초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지역감정을 부추겼고 지금도 부추기고 있다. 이 바람에 국민들만 골탕먹고 있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잘가라, 지역감정’이란 길거리 공연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달 26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10월13일까지 49일에 걸쳐 전국 49개 도시의 순회공연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5t 트럭을 개조한 가설무대에서 펼치는 이 공연은 김원중 장사익 안치환 유익종씨 등 가수 40여명이 무료로 참여하고 지역에 따라 지방시인 등이 찬조출연 한다고 한다. “우리 세대의 해묵은 갈등인 지역감정을 온 국민이 나서 없애자는 뜻에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연을 기획한 김관수씨의 말이다. 그 노력과 의지가 고맙다. 전에도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영호남 교류 등 여러 행사가 적잖았다. 그래도 망국적 지역감정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 ‘잘가라, 지역감정’ 주제의 순회공연에 큰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고 싶다. 정치인들은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예컨대 ‘○○군향우회’를 방불케 하는 권력라인은 해도 너무 한다. 그 부메랑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러나 정치권은 어떻든 우리 민초들부터가 지역감정의 미몽에서 이젠 깨어나야 한다. 반쪽자리 국토에서 도대체 지역감정이 뭐란 말인가. 이국 땅에서 동포를 만나면 그가 어느 지역출신이든 동족으로 반가운 마음, 그런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정치발전은 지역감정 타파에서 시작된다.

북·러 정상회담

白山 최대 관심사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문제였다. 결과는 “다각적으로 논의했다”는 두 정상의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러시아대통령 두 나라 정상의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 특히 관심을 끌었던 북측 미사일 시험발사 유보에 대한 김 위원장의 구체적 입장 표명은 없이 끝났다. 이밖에 있은 총론적 북·러 경제협력 확인, 푸틴대통령의 남북대화 및 북측 개방 종용은 전에도 나왔던 얘기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극동 러시아 방문에 대한 ‘의전용회담’의 성격이 짙다. 주목되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문 행각이다.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는 부두 노동자들의 생활조건, 하역기술 등에 관심을 표명했다. 쇼핑센터 이그나트에선 매장을 둘러보면서 매상과 손님규모, 러시아제 상품 등에 물었다. 블라디보스토크항 방문에는 방탄 벤츠를 타고 갔으며 쇼핑센터에 들렀을때는 일반인의 출입이 차단됐다. 또 예정된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함대 사령부, 미사일 순양함 마샬샤프스니코프 승선을 취소하고 항만시설, 쇼핑센터에 이어 제빵공장, 제약공장, 케이블공장 등 방문에 일정을 소비했다. 러시아는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을 해체, 시장경제로 들어선지 올해 10년째 된다. 김위원장은 러시아의 이같은 시장경제 10년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내에 제한적 초기형태의 시장형성을 허용한데 이어 함경북도 회령과 무산 등지의 일부에선 협동농장 토지를 농장원에게 나눠주어 개인영농제를 실시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개인영농제 시범 실시가 식량증산에 성공하면 중국이 인민공사를 철폐한 것처럼 결국 국영협동농장도 폐지하게 될지 모른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시장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 시범개인영농제 실시 등은 북한의 제한적 시장경제 전환의 폭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극적이 아닌가 하는 느김을 갖게 하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단정은 아직 이르다. 수령론과 주체사상의 폐쇄성을 개혁의 개방성과 병행하기란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변화여부는 좀 더 두고 지켜봐야 한다. 그보다는 북한이 북·일, 북·미 대화 재개를 앞두고 이의 대외정책을 러시아와 조율했을 것으로 보는데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 더 의미가 있다. 김정일위원장은 5박6일간의 극동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25일 평양으로 귀환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