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스포츠경기에서의 페어플레이는 가장 기본이다.관중의 호응을 받으면 금상첨화다.이제 개막이 99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축구대회는 명성만큼 상(賞)도 다채롭다. 세계 각국 감독이 선정해 FIFA의 공식후원사인 ‘아디다스’사가 마련한 대회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상’을 비롯, 최다 골 득점자에게 주워지는 ‘골드슈상’이 있다. ‘야신(Yashin)상’도 있다. 1990년 세상을 떠난 1950년대 전설적인 골키퍼 러시아의 ‘야신’을 기념코자 1994년 제정, 최우수 골키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1930년 당시 FIFA의 회장이었던 ‘줄리메가’ 제작한 ‘줄리메컵’은 승리의 여신이 8각 용기를 머리위로 받쳐든 모양으로 처음에는 월드컵으로 불렸으나 1946년부터 줄리메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줄리메컵으로 명명됐다. FIFA에 기증한 이후 우승국에 수여되고 있다. 줄리메컵은 브라질이 3회 우승으로 1970년 영구 획득했다. ‘FIFA컵’은 1971년 줄리메컵 대신으로 새로운 우승컵을 제작한 것이다. ‘FIFA컵으로’ 명명하여 1974년 대회 이후부터는 복제품을 제작, 수여하고 있다. FIFA컵은 두 사람이 팔을 힘차게 뻗어 지구를 떠 받들고 있는 형상으로 승리의 순간을 향해 움직이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금 18kg으로 제작됐으며 중량은 4천970g, 높이는 36cm이다. 그러나 이 트로피는 FIFA가 소장하고 우승팀에는 금으로 도금된 복제품을 수여한다. FIFA는 진품과 똑같은 17개의 복제품을 만들어 놓은 상태이며 2038년 월드컵까지 복제품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페어플레이상’은 1990년 14회 이탈리아 대회 때부터 제정된 단체상이다. 엘로 카드와 레드 카드를 받은 횟수 외에도 상대팀 선수·관중·심판 등에 대한 태도 등을 고려, 이를 종합 평가하여 가장 좋은 메너를 보여준 팀에 주워진다. 첫 수상팀은 잉글랜드팀이었으며 1994년 미국 대회에서는 우승팀인 브라질이 수상해 실력과 메너를 겸비한 세계 최고의 팀으로 공인을 받았다.‘인기상’은 관중에게 가장 인기를 모으고 가장 적극적인 경기를 펼친 팀에게 주워지는 최고의 단체상이다. 한국팀이 16강 진출은 물론 페어플레이상이나 인기상을 탔으면 좋겠다. /淸河

판결

두 여인이 한 아이의 어머니라고 왕 앞에서 서로 우겼다. 그럼 아이의 몸을 나눠 가지라고 했다. 그러자 한 여인이 어머니임을 포기했다. 왕은 아이가 죽게 되기보다는 남의 아이가 될지라도 살기를 바라는 것이 모정이라며 어머니가 되기를 포기한 여인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솔로몬 왕의 얘기다. 고대 헤브라이 다윗왕의 아들로 왕국의 전성을 이룩했다. 예지가 출중하여 ‘솔로몬의 지혜’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재판은 이처럼 잘 된 재판만이 있는 건 아니다. 종교재판은 중세기에 들면서 타락했다. 특히 이단자를 화형에 처하는 마녀재판은 18세기 계몽사상의 대두로 폐지될 때까지 무려 10만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잘못된 재판의 횡포는 중세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1975년 영국에서도 있었다. 런던의 한 식당에서 터진 폭발물 사건을 근처에 있었던 아일랜드인 일가족의 테러로 몰아 이들은 억울한 15년의 옥살이 끝에 간신히 누명을 벗었다. 1994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짐 쉐리던감독의 ‘아버지의 이름으로’라는 영화가 이 잘못된 재판의 실화를 다룬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 어느 순회법원의 브라운 판사는 동전을 던져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2월14일에 있었던 일이다. 부모가 이혼한 아이들이 양육을 맡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좋은지, 아버지와 함께 하루라도 보내는 게 좋은지를 결정해 달라는 아이 아버지의 신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다 못해 동전 던지기로 아이 아버지에게 보냈던 게 나중에 이를 안 조부모가 ‘중대한 가정사를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판사를 걸어 소송을 제기했다. 그저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게 이처럼 난해한 일이 종종 재판실무에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증의 법칙, 경험의 법칙, 판단의 비중 등 이밖의 객관적 여러 사실을 주관적으로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 판사의 자유심증주의다. 지난 18일 대법원에서 가진 215명의 신임판사 임명식에서 이들이 엄숙히 선서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보도된 것을 보았다. 자유심증주의엔 판사의 인격 및 교양 그리고 인생관 등이 크게 작용한다. 법률은 이런 것들을 담는 외형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심증주의는 바로 양심과 양식의 그릇이란 사실을 신임 판사들은 명심해 둘 필요가 있다. 양심은 선천적 인성이며 양식은 후천적 인성으로 무한한 개발이 다같이 요구된다. 白山

격식파괴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님’으로 부른다고 한다. 말단 사원까지 그런다는 것이다. 사장 역시 말단 사원의 이름을 대어 ‘○○○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사,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주임 등 직함이 있지만 이는 대외용이고 사내 전화번호부엔 직급없이 가나다 순으로 나열돼 있다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제일제당의 예가 이렇다. LG전자는 신입사원 채용 면접 때 면접위원의 일방적 질문이 아닌 응시자와의 쌍방질문으로 상대를 더 정확히 테스트 한다고 한다. 대기업이 이같은 격식파괴로 조직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의사소통과 창의력 제고에 도움이 큰 것으로 자체 평가되고 있다. 직함 밑에 님을 붙이는 존칭은 원래 관료문화에서 유래했다. 예컨대 과장, 국장하는 직함 자체가 존칭의 뜻을 내포한다. 그래도 뭣하면 ‘과장께’ ‘국장께서’등으로 불러도 충분한 존칭이 된다. ‘님’이란 존칭은 직함보다는 인명 밑에 붙이는 게 제격인 존칭이다. ‘○○○사장님’이라 하지 않고 사장을 ‘○○○님’이라고 부르는 제일제당의 호칭은 님의 존칭을 가장 적절히 쓸줄 아는 조직인 것이다. 계급사회가 엄한 군대에서도 민주군대라 하여 유연성이 있다. 하물며 기업에 아직도 상명하복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조직이 있다면 그만큼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이다. 허세 과시형의 권위주의로 위엄을 갖추고자 하는 사람은 속이 비어 내심 자신이 없기 때문에 더 위엄을 찾는다는 것이 프로이트 심리학의 분석이다. 특히 공기업에 현저한 이런 권위주의적 경영은 공익의 손실인 점에서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드는 그곳 젊은 직장인들의 특징 가운데 점심시간을 말한다. 간이음식으로 길거리에서 떼우거나 걸어가면서 점심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밥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할 정도로 그들은 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조는 국내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전혀 없는 현상은 아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격식파괴는 조직활성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점에서 실로 바람직하다. 전통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변화를 두려워 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전통과 변화는 별개의 문제다. 이를 혼동하는 자는 어리석고 이를 구별하는 자는 현명하다. 白山

斷煙記

돌이켜 보니 50년이다. 날짜로는 약 1만8천250일이 된다. 그동안 피운 담배가 하루에 보통 한 갑 꼴이니 1만8천250갑이다. 담배 한 갑에 든 스므개비의 개비당 길이가 8.5cm, 한갑을 잇댄 길이는 약 170cm다. 그러니 50년동안 피운 담배를 한 줄로 잇대면 31.025km 쯤 될 것이다. 담뱃값은 얼마나 될까, 담뱃값이 오르기 전까지 피운 ‘마운트’1천500원을 불변가격으로 쳐 1만8천250갑의 담뱃값이 2천7백37만5천원이다. 50년동안 가까이 한 기호품 값 치고 적다면 적다 할 수 있고 많다면 많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토록 좋아한 담배를 끊은 것은 누구 말처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다. 윈스턴 처칠은 눈만 뜨면 여송연을 입에 물고 살면서도 아흔살을 넘겼다. “굳이 담배를 끊으면서까지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처칠같은 철저한 애연가는 못 돼도 담배 유해설에 비교적 대범했던 것은 인명은 재천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며 이같은 생각엔 지금도 다름이 없다. 아는 분들 중에는 건강을 위한다며 담배 끊고 술 끊은 이들이 먼저 작고한 분이 적잖다. 끽연권 보다는 혐연권이 우선하는 애연가 천대의 사회풍조 변화에도 견딜 수 있었다. 그 어디엘 가도 담배 피우는 사람은 구박받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좋아했던 담배를 마침내 끊게 된 것은 정부의 처사가 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치사했기 때문이다. 담뱃값을 불과 1년도 안돼 세번이나 올리는 횡포는 애연가들을 봉으로 취급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니코틴 중독이 돼 있으므로 담뱃값을 아무리 올려도 계속 피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배짱인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벌이는 금연운동이란 것 역시 병주고 약주는 것 같아 웃긴다. 지방세입에, 건보재정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게 애연가들이다. 기왕 자존심이 상해 50년 담배를 끊긴 했지만 더는 다른 애연가들의 분노를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또 하나, 담배 피우는 사람을 무슨 이상한 사람 취급해대는 정부의 시책은 자가당착이다. 국민건강을 그토록 염려해대는 게 진정이라면 담배 세입을 포기하고 차라리 마약류로 분류처리해야 할 것이다. /白山

윷놀이

윷가락을 던지고 말(馬)을 사용하여 승부를 겨루는 ‘윷놀이’는 정월 초하루에서부터 대보름날까지 즐기는 우리 나라 설날 놀이문화의 하나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장소도 별로 구애받지 않는 전통 놀이다. 윷놀이가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하여 이익(李瀷)은 <성호사설> ‘윷놀이조(柶戱條)’에서 “윷놀이를 고려시대의 유속으로 본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북사(北史)>와 <태평어람> 등의 문헌에 “백제에는 저포(저 蒲)·악삭(握 삭) 등의 잡희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저포는 오늘날의 윷놀이였던 것으로 여겨지므로 윷의 기원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이 윷놀이는 정초에 하는 놀이이지만 원뜻은 세초(歲初)에 농민들이 그해 농사가 높은 지대에 잘될까, 혹은 낮은 지대에 잘될까를 점치던 고대 농경시대의 유풍의 하나로 보인다. 우리 민간에는 윷놀이로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습속이 있었다. 산촌에서는 해마다 정월 보름날이면 아침 일찍부터 젊은이들이 모여 높은지대편(山便)과 낮은지대편(平地便)의 두 편으로 나뉘어 윷놀이를 하였다. 그 때 산편이 이기면 그 해의 농사는 높은지대편이 잘된다 했고 평지편이 이기면 낮은지대편의 농사가 잘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놀이가 끝나면 마을의 넓은 마당으로 나와서 모심기놀음(稻植劇)을 하였다. 윷놀이는 아무 때나 하지 않고,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하다가 거의 그만 둔다. 윷놀이는 지금도 척사대회라는 이름으로 넓은 마당이나 양지쪽에서 판을 벌인다. 윷이나 모가 나오면 막걸리를 한잔 마시며 흥을 돋우는 윷놀이는 친목을 도모하는 데 아주 제격이다. 부녀자나 아이들은 안방에서도 윷놀이를 즐긴다. 오는 26일 대보름날을 전후해서도 농촌 마을이나 아파트내 모임들이 척사대회를 열 것이다. 그런데 척사대회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하여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현행선거법에는 선거출마 예상자들의 경우 척사대회에는 참석할 수 있으나 금품 및 음식물 제공은 할 수 없다고 한다.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은 근무시간 이외에만 참석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강아지들도 거들떠보지 아니하는 정치때문에 윷놀이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淸河

정월 대보름달

지구는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는 9개의 행성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달은 이 지구를 따라 도는 위성으로 달이 지구를 한바퀴 도는데 약 30일이 걸린다.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데, 두 천체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때는 36만㎞이고, 멀 때는 40만㎞가 된다. 그런데 정월 대보름이나 한가위 저녁에 밝게 떠오르는 보름달은 유난히 더 커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의 느낌일 뿐 과학적으로 볼 때 이 날의 달이 다른 때의 보름달과 비교하여 크기나 밝기가 다르지 않다고 한다. 보름달은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놓이는 경우 지구의 밤이 되는 부분에서 달을 볼 때 달 전체가 햇빛을 받아 반사함으로써 완전히 둥글게 보이는 것이지 특별히 그 거리가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정월 대보름이나 한가위 때의 보름달이 크게 보이는 것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달을 보기 때문이며, 실제로 그 무렵의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마치 시합날 기분이나 몸 상태가 좋으면 야구선수 타자들이 ‘투수가 던지는 공이 크게 보인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평균으로 약 38만4천400㎞인데, 1990년 한가위 때와 1991년 정월 대보름달은 이보다 먼 거리에 위치해 기계로 관측하면 오히려 다른 때의 보름달보다 더 작았을 것이라고 국립천문대가 밝힌 바 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된다. 이 반사된 빛을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 빛이 달 표면에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서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월 대보름달은 다른 달의 달보다 더 크고 밝게 보인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마음을 가지고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진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달을 보고 사랑과 부귀영화, 무병장수 등 소원을 빌었다. 내남없이 더도 말고 남의 빚 안지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바랄 게 없겠다. 2002 임오년 정월 대보름달은 어느 해보다 훨씬 크고 밝았으면 좋겠다. 淸河

국민연금

국민을 불안케 하는 또 하나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서민들이 노후대책으로 의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구조를 안고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는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국민연금을 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예상보다 빨리 닥쳐온 국민의 고령화가 반영되지 않은 제도 탓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거나 수령액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말 발표된 통계청의 ‘2000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오는 2019년이면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그러나 현재의 국민연금 수급체계는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많다. 예컨대 국민연금 초창기 가입자들은 5년간만 보험료를 내고도 60세가 넘으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원금보다 9배나 많은 연금을 받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현재 국민들이 낸 보험료와 앞으로 받게 될 국민연금 수령액을 총량으로 비교하면 수령액이 보험료보다 3배쯤 많다. 사태가 이렇게 된 이유 중에는 국민연금제도의 운영상 잘못도 많다. 정부가 1999년 4월 도시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연금을 도시지역으로 서둘러 확대했고 여기에 방만한 기금운용이 겹쳐 국민연금을 더욱 부실케 만든 것이다. ‘경제사회 여건변화와 재정의 역할’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국민연금 문제점을 지적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월급의 60% 수준(40년 가입 기준)을 보전해 주고 있는 국민연금 수령액을 40% 수준 정도로 낮추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령액을 낮출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용돈 수준의 돈을 받기 위해 30∼40년간 저축을 강요한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잖아도 월급의 60%(40년간 가입한 경우)를 보상해 준다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설명과 달리, 20∼30년만 연금보험료를 낼 현재의 가입자들은 월급의 30∼40% 안팎만 보장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국민연금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장기적으로 공적연금의 비중을 축소하고, 기업·개인연금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의 완벽한 대책이 요구된다. /淸河

덕담

설 연휴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부모형제, 친인척, 선후배, 친지 등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을 대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삼삼오오 좌석을 갖는다. 이런 자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자기 자랑이다. 남편 자랑, 아내 자랑, 자식 자랑, 돈 번 자랑, 지위 자랑, 자기 과시형 자랑 등 자랑도 가지가지가 나올 수 있다. 정초에 모처럼 가진 만남에서 자기 위주의 이같은 자랑은 남이 듣기엔 꼴불견이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겸손해야 한다. 팔불출같은 자기 자랑보다는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좋다. 설 명절의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덕담(德談)이 제격이다. 상대에게 한 해의 소원성취를 발원하는 것이 덕담이다. 험담은할 수록이 나쁘지만 덕담은 할수록이 좋다. 생자(生子), 득관(得官), 치부(致富) 등이 덕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명(命)과 복(福)을 많이 타라…’노인들에게는 ‘더욱 건강하시고 편안하십시오…’하는 것도 덕담이다. 덕담엔 불확실한 기원보다는 기정 사실화 하는 덕담도 있다. 예를 들면 ‘올핸 장가 드십시오’하는 것 보다는 ‘올핸 장가 드셨다지요’하는 덕담이 있는 것이다. 어떻든 해서 좋고 듣기 좋은 것이 덕담이다. 고유의 미풍양속인 세초 덕담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언령(言靈)관념의 신비성을 따른 것이다. 쉽게 말하면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과 같다. 서로간에 좋은 말의 씨를 나누어 언령적 효과를 기대하고자 했던 것이 전래의 덕담인 것이다. 또 점복(占卜)관념이 깃들어 있기도 한다. 예컨대 장거리 집단 보행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장난삼아 하던 예전의 길장가에서 차례로 처음 만난 여인이 상대가 된 것으로 가정했던 것처럼, 세수에 처음 들려주는 좋은 말이 그 해의 신수로 치기 위해 덕담을 나누곤 했던 것이다. 덕담은 또 처음 한 두마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 자리에서 계속하는 이야기 가운데서도 덕담은 얼마든지 더 나눌 수가 있다. 기분좋은 설명절 연휴에 굳이 덕담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덕담이 오가는 복된 설 연휴를 지내면 우리 모두가 다 좋은 것이다. /白山

덕담

설 연휴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부모형제, 친인척, 선후배, 친지 등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을 대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삼삼오오 좌석을 갖는다. 이런 자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자기 자랑이다. 남편 자랑, 아내 자랑, 자식 자랑, 돈 번 자랑, 지위 자랑, 자기 과시형 자랑 등 자랑도 가지가지가 나올 수 있다. 정초에 모처럼 가진 만남에서 자기 위주의 이같은 자랑은 남이 듣기엔 꼴불견이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겸손해야 한다. 팔불출같은 자기 자랑보다는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좋다. 설 명절의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덕담(德談)이 제격이다. 상대에게 한 해의 소원성취를 발원하는 것이 덕담이다. 험담은할 수록이 나쁘지만 덕담은 할수록이 좋다. 생자(生子), 득관(得官), 치부(致富) 등이 덕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명(命)과 복(福)을 많이 타라…’노인들에게는 ‘더욱 건강하시고 편안하십시오…’하는 것도 덕담이다. 덕담엔 불확실한 기원보다는 기정 사실화 하는 덕담도 있다. 예를 들면 ‘올핸 장가 드십시오’하는 것 보다는 ‘올핸 장가 드셨다지요’하는 덕담이 있는 것이다. 어떻든 해서 좋고 듣기 좋은 것이 덕담이다. 고유의 미풍양속인 세초 덕담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언령(言靈)관념의 신비성을 따른 것이다. 쉽게 말하면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과 같다. 서로간에 좋은 말의 씨를 나누어 언령적 효과를 기대하고자 했던 것이 전래의 덕담인 것이다. 또 점복(占卜)관념이 깃들어 있기도 한다. 예컨대 장거리 집단 보행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장난삼아 하던 예전의 길장가에서 차례로 처음 만난 여인이 상대가 된 것으로 가정했던 것처럼, 세수에 처음 들려주는 좋은 말이 그 해의 신수로 치기 위해 덕담을 나누곤 했던 것이다. 덕담은 또 처음 한 두마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 자리에서 계속하는 이야기 가운데서도 덕담은 얼마든지 더 나눌 수가 있다. 기분좋은 설명절 연휴에 굳이 덕담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덕담이 오가는 복된 설 연휴를 지내면 우리 모두가 다 좋은 것이다. /白山

<지지대>천차만별

설을 앞둔 요즘 유명백화점에서 한 병에 500만원 하는 양주 맥켈란, 300만원 짜리 꼬냑 루이13세, 120만원 짜리 한과세트, 130만원 짜리 굴비세트가 꾸준히 팔려 나간다고 한다.40만원과 60만원짜리 목장한우세트, 50만원짜리 한우특갈비도 사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비싼 양주, 갈비, 굴비를 사 가는 사람들 거의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단다. 되레 비쌀수록 품질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가상품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PDP TV(일명 벽걸이 TV)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수입 자동차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불티가 난다고 한다. 웬만한 샐러리맨의 월급 또는 연봉과 맞먹는 고가품들이 이렇게 팔려 나간다니 한국은 분명 잘 사는 나라이다.그러나 아니다. 나흘을 굶어 죽은 사람들도 있고 결식 아동들도 헤아리기 어렵도록 많다. 설이 되었어도 집에 가지 못하는 노숙자들이 추위에 떨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가슴을 태우는 근로자들도 많고 많다. 아동시설과 양로원 등 도움이 절실한 복지시설도 썰렁하기 짝이 없다. 이들의 주된 후원자이던 중산층이 ‘그 놈의 IMF’때문에 몰락했기 때문이다.중증장애아동 수용시설에도, 병든 노인들이 살고 있는 양로원에도 시름의 그림자만 짙게 깔려 있다. 101세 할머니를 포함한 65세 이상 생활보호대상 할머니 86명이 살고 있는 인천 산곡동 협성양로원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연말에는 개인이나 봉사단체의 방문이 더러 있었는데 새해 들어 이상하게 발길이 끊어졌다고 한다. 정치인들이나 정치 지망생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선거법을 잘 지켰는지 선물을 하고 싶어도 못하겠다고 고민한다니 그 모습을 봐줄만 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은 ‘가난한 나라, 살기 어려운 나라’가 분명하다. 그러나 아니올시다. 해외에서 설 연휴를 즐기기 위해, 골프를 치기 위해 국제공항에는 행락객들이 오늘도 줄지어 서 있다.서민들은 돼지고기 두어근 사기도 힘든데 한 마리에 13만원 하는 굴비를 먹고 500만원 짜리 위스키를 마시며 PDP TV를 시청한다. 자본주의는 참 고약하기도 하다. /淸河

제왕적

프랑스 역사가이며 혁신적인 정치가였던 아돌프 체루(1797∼1877년)의 어록 가운데 ‘왕은 군림하지만 통치는 않는다’는 말이 있다. 1830년에 자기 손으로 창간한 기관지 ‘내셔널’의 2월4일 호에 체루는 국왕은 왕국의 최고 관리가 아니며, 대신을 임명하는 권리는 국회가 갖고 대신은 국왕 마음대로 뽑을 수 없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했다. “국왕은 지배하지 않으며, 통치하지 않으며, 군림할 뿐이다. 대신은 지배하고 통치한다. 대신은 자기에게 반대하는 한 사람의 부하도 갖지 않는다. 그러나 국왕은 자기와 의사가 다른 대신을 가질 수 있다. 국왕은 지배하지 않으며, 통치하지 않으며, 군림할 뿐이다” 국왕의 전통적인 전제주권을 거세하려고 한 체루의 주장은 당연히 왕당파나 보수파 정치가들의 맹렬한 반박과 반대를 받았다. “국왕을 하나의 기계로 만들자는 것인데, 국왕도 인격있는 존재임을 잊고 있다”는 반박의견도 있었다. 당시의 검찰총장도 체루의 말을 ‘국왕을 무력화 하려는 음모’라고 반격했다. 전제군주 정치는 결국 자유주의의 물결에 쓸려 아돌프 체루의 말대로 왕권은 거세되고 말았는데‘왕은 군림하지만 통치는 않는다’는 말의 원류는 1605년 폴란드 왕 지그리스 문트가 국회에서 한 ‘왕권을 상징화 하자’는 말이다. 이 말을 체루가 당시 프랑스 실정에 맞게 인용한 것이다. 작금의 우리 정치사를 생각해 보면 아돌프 체루의 ‘왕은 군림하지만 통치는 않는다’는 말이 수시로 떠오른다.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앞에 ‘제왕적’이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대통령이 ‘제왕’같기도 해서다. ‘대신은 자기에게 반대하는 한 사람의 부하도 갖지 않는다. 그러나 국왕은 자기와 의사가 다른 대신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은 곱씹을수록 그럴듯한 소리다. 제왕적 대통령에 제왕적 총재, 제왕적 부총재라는 말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은 왕권시대가 아니다. 제왕이라 하더라도 그 누구를 지배하려 든다면 종말이 비참해진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淸河

이혼

1992년 이후 결혼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반면에 이혼은 늘고 있다는 한국 여성개발원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결혼 대 이혼 비율’은 1990년 11.3%에서 2000년 35.9%로 뛰었다. 재혼도 같이 급증 중이다. 2000년 현재 부부 한 쪽 이상이 재혼인 경우는 13.1%이다. 여덟집 중 한 집이 재혼 가정인 셈이다. 수원지방법원 가사재판부에 따르면 2001년 한햇동안 소송을 통한 이혼이 3천911건으로 전년도인 2000년 3천117건에 비해 23% 증가했다. 협의이혼도 2000년 8천200여건에서 2001년 8천485건으로 22% 정도 늘어났다. 이혼소송의 가장 큰 사유는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남자는 37%, 여자는 45%다. ‘본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남자 28%, 여자 17%인 점을 보면 남녀간의 자존심 경쟁이 이혼 사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혼부부의 48%가 결혼 3년이 되지 않은 신혼이며 결혼생활 20년 이상된 부부의 이혼율도 전체 12%에 이른다고 한다. ‘자녀의 앞날과 부부간의 정’때문에 이혼해서는 안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의 파괴가 이혼율을 급증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이혼에 대한 사회 인식도 ‘자식들보다는 이혼 당사자들의 인생이 더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이혼을 부추기는 것 같다. 생판 모르던 남녀가 결혼을 하고 함께 살면서 부부싸움을 한번도 하지 않은 가정이 있는지, 또 이혼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부부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러다간 멀지 않아 이혼율과 결혼율이 같아질 것 같다. 얼마 전 영화배우 김지미씨가 1991년 네번째로 결혼한 심장병 전문의 이종구씨와 헤어질 것이라는 말들이 있었다. 62세의 김지미씨는 알려진대로 영화감독 홍성기씨, 영화배우 최무룡씨, 가수 나훈아씨와 결혼, 이혼한 과거가 있다. 별거중이라는 70세의 이종구씨와 이혼을 한다면 네번 결혼, 네번 이혼하는 셈인데 파경설 사유가 성격차이와 금전갈등이라고 한다. 김지미씨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유행어를 낳은 장본인이다. 아무래도 이혼, 특히 황혼이혼이 유행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淸河

그들의 얼굴

포승줄과 수갑에 묶인 폭력배들 모습을 얼핏 보면 깡패같지 않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가끔 보는 장면이다. 고개를 푹 숙인게 마치 다 죽은 시늉이다. 그러나 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때의 모습, 예컨대 사람을 생매장 하거나 돈 독촉같은 짓을 할 땐 험상궂은 저승사자나 야차보다 무서운 공포감을 준다. 게이트 관련의 고관대작들 역시 텔레비전 화면에 드러난 얼굴도 그렇지만 권력을 등에 업은 친인척들 얼굴을 볼 때 또한 역겹다. 혐의사실을 부인하던 뻔뻔스런 모습이 종내엔 풀죽은 모습이 되곤 한다. 이희호 여사의 조카 이형택씨가 보물발굴 사업에 관련, 특검에 의해 구속되고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씨가 사채업자의 세금을 감액해 준다며 1억원을 받고 김정남 전 국세청장에게 선처를 다짐 받는등 여죄가 속속 드러나 출국중인 안정남씨에 대한 조사가 주목된다. 이형택씨나 신승환씨는 누굴 믿고 행세했으며, 무소불위의 권능 아닌 권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들이 범죄행각을 벌일 땐 또 얼마나 거만하고 위세가 당당했을까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안정남씨는 이밖에 강남의 부동산 축재에 의혹을 안고 있으면서도 ‘죽으면 태극기로 관을 덮고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달라’는 등 별의별 코미디를 다 연출했다. 장쩌민 중국 주석은 최근 당정 지도층과 지도층 자제들, 이른바 ‘태자당’의 부패척결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의 엔론 게이트는 백스터 전 엔론 부회장이 자살한 가운데 백악관을 뒤흔들고 있다. 체니 부통령과 부시 보좌진 연루설로 법무부가 엘론의 파산경위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섰고 의회는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1930년대의 알 카포네 같은 시대가 아니다. 주류밀수를 일삼고 ‘밸런타인 날의 학살’등 시카고 거리의 참극을 저지른 ‘밤의 대통령’으로 온갖 범죄를 저지르면서 법망을 뚫고 낮에는 유력인사로 행세할 수 있었던 그런 시대가 아닌 것이다. 비리중에도 가장 타락한 게 권력형 비리인 것은 국가 공권력의 개인적 남용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미국도 권력형 비리 척결에 국가의 중심부가 앞장서고 있는데도 우리 나라만은 발뺌을 하고 있다. 비록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이고 있지만 저승사자나 야차처럼 공포의 화신이었을 폭력배와 마찬가지로 두 얼굴의 권력형 비리가 더 있어서는 국기가 흔들린다. 막강한 권력을 악용하거나 권력의 후광을 등에 업고 거들먹거리며 범죄를 태연히 저지른 그들의 얼굴을 보며 국민들은 뭣을 생각할까. /白山

붉은 악마?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박종환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경기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통쾌하기 그지없다. 당시 외국언론들은 한국 대표팀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붉은 악마(Red Divil)’로 표현했다. 1997년초 PC통신의 축구관련 동호회에서 1998 프랑스월드컵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에게 조직적인 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1차 예선전부터 조직적 응원을 시작했다. 동시에 통신게시판을 통해 명칭을 공모, 1997년 8월 ‘붉은 악마’로 명칭이 확정됐었다. 그 이후 ‘붉은 악마’는 국제적인 축구경기가 열릴 때마다 붉은 빛깔의 응원복을 입고 열렬히 응원, 축구선수들의 사기와 명성을 드높혔다. 외부지원이 별로 없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한국대표단을 위해 헌신적으로 응원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붉은’은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악마’란 이름은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붉은 악마’라는 명칭이 반드시 문자적으로 악마와 동일시 되는 것이 아닌 애교적 명칭이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적 응원단이므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88서울올림픽 때 공식 마스코트 ‘호돌이’가 세계인들에게 호감과 사랑을 받았듯이 ‘붉은 호랑이’는 어떠냐는 의견도 나온다. 또 현재 국내 교파를 초월한 월드컵선교단체인 2002 월드컵선교단은 적극적인 대안 모색과 함께 ‘붉은 악마’응원단에 공개질의서를 통한 접촉을 실시, 명칭변경을 위한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시민단체, 타종교가 함께 참여하는 공청회도 개최한다고 한다. ‘악마’를 국어사전에서는 악의나 불의를 사람에 비겨 나타낸 요괴 또는 남을 못살게 구는 아주 흉악한 사람이나 악령이라고 풀이해 놨다. ‘붉은’을 꼭 앞에 써야 된다면 ‘악마’보다는 ‘천사’가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붉은 호랑이’? , ‘붉은 천사’?, 아무래도 축구선수들에게 일임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淸河

‘ 8개월 小計 ’

‘이런 개각으로 국정쇄신 되나’ ‘민심 외면한 졸속 개각’ ‘이런 개각 왜 했나’ ‘정체불명성 개각’ ‘개각, 쇄신기대 저버렸다’는 등 각 언론사들의 사설 제목이 말해주듯 김대중 대통령의 1·29개각 인사는 하나같이 비판적이다.‘쇄신 없는 소신’이라는 혹평을 받은 1·29개각에서 또 허점이 드러난 것은 특히 교육부 장관의 경질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소위 국민의 정부 4년새에 7번째나 장관이 바뀌었다. 역대 문교·교육 장관 평균 재직기간은 1년3개월이었고 특히 현정권 들어서는 더욱 자주 바뀌어 평균 재직기간이 8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이 국가백년대계가 아니라 ‘8개월 정부소계(政府小計)’가 됐다. 현정권의 전임 교육장관 6명중 1년이상 자리를 지킨 사람은 이해찬 전장관(14개월)과 한완상 전부총리(12개월) 2명에 불과하다. 송자 전장관은 대기업 실권주 인수 문제로 23일만에 물러나 역대 교육장관 중 최단명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장관에 취임하면 각 실·국 업무보고를 받는데 2개월,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에 1개월, 국회국정감사 준비에 2개월 정도 걸린다. 그러니까 현정권의 역대 장관 대부분이 업무파악을 하자마자 물러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각료서열 7위이던 교육부장관을 서열 2위인 교육부총리로 격상시키면서 교육부의 명칭도 교육인적자원부로 개칭, 교육에 대한 국정의 우선 순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그러나 첫 교육부총리에 임명된 개혁성향의 한완상씨도 기업채용서류의 학력난 철폐 주장 등 잇단 악재 탓인지 1년만에 중도하차했다. 미국 클린턴 전대통령은 8년동안 라일리 전 교육장관과 임기를 함께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 당시 교육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자신의 재임기간과 장관의 임기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교육계에선 대학총장 출신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이상주 신임 부총리에게 일단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지만 또 다시 교육정책 혼선이 빚어질 것 같아 도통 안심이 되지 않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김대중 정권의 임기가 1년밖에 안남았다는 사실이다. /淸河

치매 예방약?

피우던 담배는 끊을 수 있어도 술은 도저히 못 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금연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 되지만 음주는 자의반 타의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직장의 회식장소 같은 데서 상사가 따라 주는 술을 사양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심지어는 술에 약한 여직원에게까지 폭탄주를 권하는 무식한 상사들도 있다. 그래도 어쨌거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술 많이 마시기로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우수(偶數)로 마시는 것을 터부시(視)하는 호주가들은 2,4병은 안되고 3,5,7,9병 하면서 기수(奇數)로 점점 더 마시다가 끝내 만취가 되어 버린다. 주당들은 ‘공자(孔子)님도 주선 ’이라면서 ‘술꾼세계’로 끌어들인다. 그 근거로 논어 향당(鄕黨)편의 한 대목 ‘주무량불급란(酒無量不及亂)’을 댄다. (공자가)술을 마시는데 일정한 양은 없었으나 취해서 정신을 잃는데까지는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것을 술을 무한량 마셔도 취하지 않는 걸로 확대 해석하여 공자를 대단한 주호로 만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공자가 술을 몹시 즐겨 백병이나 마신 걸로 비약, ‘공자백호(孔子百壺)’란 말도 생겨 났다. 그러나 공자는 무한량 술을 마실 분이 아니었다고 한다. 빛깔이 나쁘면 먹지 아니하며, 알맞게 익지 않으면 먹지 아니하며, 바르게 자르지 않은 고기는 먹지 아니하며, 고기가 많더라도 식욕을 넘지 아니했다는 공자님이 아니신가.그런데 최근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당들에게 음주의 알리바이를 제공해 주고 있다. 네덜란드 에라스므스대학교 의과대학의 모니크 브레텔러 박사의 주장이 바로 그 알리바이다. 하지만 술을 하루에 6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오히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1.5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과음은 안된다는 경고를 내렸다. 성경에도 ‘술의 종이 되지 말라’고 하였지 술 자체를 금기시하는 대목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50대 이상의 술꾼들은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술 3잔까지는 마셔야 한다. 술은 치매예방약 ”운운하면서 오늘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淸河

청춘의 꿈

미국에서 만19세는 갓 성인의 나이다. 이 나이에 지방의회 읍장 선거에서 뽑혀 펜실베이니아의 머시읍장으로 지난 2일 부임한 크리스토포 포트먼은 역시 앳된 티를 벗지 못했다. 그러나 취임사는 당차 “읍이 베픈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나의 도리”라고 밝혔다. 미주리주 크라우드 대학에서는 지난해 같은 나이의 물리학 교수가 부임했다. 아칸소 대학에서 물리학박사 학위를 딴 존 카터라는 젊은이다. 국내에서도 20대의 이공계 박사가 적잖게 있다. 이처럼 양지를 걷는 젊은이들이 있지만 음지를 걸어야 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겸임교수 변태형씨(44)는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 귀금속 세공공장에서 말단 직공으로 시작해 지금은 서울 종로에서 보석 제작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노동부의 귀금속공예 ‘명장’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젊은 시절에 하루 보통 13시간씩 일하는 각고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마침내 장인의식의 꿈을 키운지 32년만에 초졸 교수가 돼 이젠 후진을 기르는 입장이 됐다. 한국사이버대학장 김정기씨(41)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나 20대에 단신으로 미국 에 가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뉴욕주립대를 나오고 위스콘신주 마켓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제때 공부를 못했다고 포기하지 말라’는 충고를 한다. 갖가지 이유로 음지를 걷는 젊은이들은 이 순간에도 허다하다. 그러나 포기하면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 됐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은 이루어진다. 이 것이 젊은이의 특권인 야망이다. 초등학교 중퇴의 정주영씨가 현대그룹 재벌총수가 된 것은 고전적 입지담이 아니다. 옛날에나 가능했던 옛날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지금도 가능하고 앞으로도 가능하다. 사람이 사는 공식은 언제나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입시에 실패한 젊은이들은 재기의 용기가 필요하다. 인생은 마라톤 코스다. 출발점의 선두그룹이 반드시 종착점의 선두는 아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는가다.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장차 인생의 승패가 좌우된다. 청춘이여! 조건을 탓하지 말고 야망을 가져라, 꿈을 키워라. 꿈이 없는 청춘은 이미 청춘이 아니며, 꿈이 있는 청춘은 현실의 벽을 뛰어넘는 광택의 빛을 뿜는다. /白山

원죄 탓?

무허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20∼30대 가정주부 30여명과 회사원 등 남자 수십 명이 집단 성행위를 하다가 발각된 적이 있었다. 이들은 신분을 감춘 채 ‘묻지마 그룹섹스’를 하고, 이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는 성도착적인 행위을 서슴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과정에서 수 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35세의 임신부가 자신의 집에서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된 것이다. 결혼정보회사가 생활정보지를 통해 주부들을 집중 공략, 30여명을 회원으로 끌어들여 30∼40대 남성 회원과 러브호텔 등에서 만나게 해 1대2, 2대2로 성관계를 갖게 만들었는데 신분노출을 꺼려 가면을 쓰기도 하였다. 일부 주부들은 남편이 출근하고 자녀들이 학교에 간 사이 남자들을 집으로 불러 들였으며 1차례 집단 성행위 대가로 1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중 3만∼5만원은 소개비 명목으로 결혼정보회사에 주었다.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에서 드러난 타락상이다. 그런데 요즘 또 가정주부들의 위험한 행동이 뉴스망에 잡히고 있다. 주부 등 여성을 대상으로 20 ∼ 30대의 젊은 남성이 서비스하는 여성전용 퇴폐·음란 출장 마사지가 성업중이라는 것이다. 이 출장마사지는 거의가 ‘매매춘’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주부들은 ‘마사지계’까지 조직할 정도다. 이들 업체는 ‘스포츠마사지’를 내세운 합법적인 마사지클럽을 차려 놓고 비밀 영업을 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버젓이 광고를 한다. “50만원이면 스포츠마사지와 발마사지, 전신 오일마사지, 경락 등은 물론 ‘2차(매매춘)’까지 ‘풀 서비스’로 모신다. ” 27세라는 남성 마사지사가 언론사 기자에게 자신있게 말했다는 이야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매춘 행위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무튼 섹스가 문란한 세상은 더러운 늪속에 빠져 죽어가는 흉포한 짐승의 최후와 같아 섬뜩해진다. 그룹섹스이건, 합법을 가장한 출장 음란 마사지이건 남녀가 함께 벌이는 행위이므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다. 다만 가면을 쓰고 그런다니까 더욱 가증스럽다. /淸河

천국시민

‘훈자(Hunza)’라는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나라 국민을 천국시민(天國市民)이라 부른다. 히말라야 산속, 사방이 얼음산으로 둘러싸인 절묘한 협곡 속에 감추어져 있는 훈자는 파키스탄 동북부 카라고람 히말라야산맥 속의 비경 중 비경이라고 한다. 지난 수백년간 독립된 하나의 왕국으로 미르(Mir)라는 왕이 통치하였다. 10년전 파키스탄 영토에 편입, 캐시미어주 길깃(Gilgit)정부에 속해 있지만 훈자는 교통이 지극히 불편한 천험의 요새 속에 있을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살아가므로 하나의 독립된 국가나 다를 바가 없다. 훈자 사람들은 농사가 주업이다. 훈자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이들이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무엇을 탐내는 사람도 없고 침략하려는 사람도 없다. 금도 은도 석유도 석탄도 나오지 않는다. 훈자에는 범죄라곤 없으니 경찰과 감옥이 있을 리 없다. 세금도, 면허증도, 월급도 없다.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땅을 물려주기는 하지만 사고 파는 일은 없다. 모든 거래는 물물교환으로 이루어진다. 돈이 없으므로 빈부격차가 있을 리 없고 아이들의 교육제도가 있으나 교육비는 모두 무료이다. 식량이 부족한 때는 있지만 서로 나누어 먹으므로 굶어 죽는 일이 없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지만 90살이 넘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아이를 낳을 수가 있다고 한다. 병이 없으니 의사나 병원이 없다.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하다가 다쳐도 헝겊으로 다친 부위를 싸매어 두면 며칠 가지 않아 저절로 낫기 때문이다. 외상을 입으면 상처에 그냥 흙을 문질러 발라준다. 그러면 낫는다. 흙이 만병통치약이다. 인간의 장수는 건강한 청정음식 섭취에 있다. 청정음식은 청정토지에서 나온다. 흙의 병이 인간의 병이고 흙의 죽음이 인간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흙과 인간은 다르지 않다. 젊은이들이 늙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특히 노인을 존경한다는 훈자 천국시민들은 흙을 병들게 하고 노인을 홀대하는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성형미인

동서고금을 통해 역사에 이름을 남긴 미인이 여럿 있지만, 미인도 몇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옛 중국인들은 미인의 유형을 나누어 ‘연수환비(燕瘦環肥)’라고 했다. 조비연(趙飛燕)처럼 날씬하고 청초한 미인, 양귀비처럼 살찌고 풍만한 미인이란 뜻이다. 조비연은 한나라 성제(成帝)의 황후로 이름 그대로 제비처럼 날렵한 여인이었다.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의 후궁으로 이름은 옥환(玉環)이다. 본래 현종의 열여덟째 아들 모(瑁)의 아내였으니 현종과는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다. 양귀비는 조비연과는 반대로 풍만하게 살찐 몸매여서 여름만 되면 땀을 많이 흘려 특별한 피서법을 쓰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한다. 미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서양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작품을 보면 등장하는 미인들이 하나 같이 풍만하기 그지 없다. 오늘날의 미인 기준으로는 ‘뚱뚱’하다고 할 만한 몸매를 지니고 있다. 터질 듯한 유방과 커다란 엉덩이, 살찐 허리를 지닌 ‘당당한’몸매의 여성이 르네상스 시대 미인의 조건이었다. 그러니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바싹 마른 형보다는 둥근 얼굴에 둥근 어깨, 풍만한 몸매를 가진 여인을 미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몸에 살이 없고 여윈 형을 미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세칭 ‘뚱녀’에서 벗어나기 위한 ‘살 빼기 열풍’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다이어트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효과가 있어 괜찮지만 성형수술은 ‘끔찍’한 생각이 든다. 코, 눈, 턱 등 그야말로 온통 얼굴을 뜯어 고치는 것도 모자라 유방까지 성형수술을 한다. 유방성형수술은 가슴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과 자가지방을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유방과 상복부 사이 생기는 주름을 절개하는 방법, 유두 주변 유륜을 절개하는 방법, 겨드랑이 절개법 등이 보편적이라는데 그렇게 해서 유방이 확대된다 한들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여대생이 유방성형 수술을 받다 숨진 사고가 있는데도 요즘은 “부모님께 물려 받은 몸(얼굴)이니 잘 고쳐 예쁘게 만드는 게 효도”라니 어이가 없다. 그러나 남성들은 성형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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