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당신은 창업가입니까?

필자는 창업을 가르치는 수업 첫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내기 제안을 한다. 지금 학생이 가지고 있는 것 중 제일 좋은 것과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내기를 하자는 거다. 조건은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고 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안 하겠다고 대답한다. “질 것 같다” 또는 “내기를 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 등의 대답이 나온다. 그럼 또다시 질문을 한다. “만일 승률을 조작할 수 있다고 하고, 당신이 이길 확률이 70%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질문에도 대부분은 같은 대답을 한다. 승률을 더 올려 당신이 이길 확률을 90%로 설정한다 해도 대답은 비슷하다. 사람들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질 것 같은 느낌’을 더 크게 받는다. 그렇다면 창업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소상공인진흥원이 2019년 조사한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5년 생존율은 27.5%다.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은 더 낮을 테다. 50%의 확률에도 질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는데 27.5%의 확률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창업가는 기본적으로 높은 성취욕과 긍정적 사고를 하는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에 실패한 후 맞이하는 현실의 어려움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실패에서 재기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창업가를 히어로라고 칭하기도 한다. 창업에서 실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험을 무릅쓰고 돌진하는 돈키호테형 창업보다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지만 ‘계산된 위험’을 하는 창업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즉,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 성공한 창업가를 살펴보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교육되고 훈련된 사람들이 더 많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업의 대안으로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 중 약 75%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생계형 창업일수록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준비된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또 벤처, 생활형, 생계형, 사회형 창업 등 창업 유형에 맞춰 지원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를 극복할 2023년 경제 키워드로 수출과 창업을 강조했다.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할수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다시 묻는다. 당신은 준비된 창업가인가?

[천자춘추] 녹명에서 배우기

어제 지인이 보내온 글에서 ‘녹명(鹿鳴)’이라는 낱말을 배웠다. 녹명이란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배고픈 동료 사슴들과 먹이를 나눠 먹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라고 한다. 즉, 녹명은 함께 나누고 함께 살고자 하는 울음소리인 것이다. 요즘 ‘메세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메세나란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이러한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문화예술가를 적극 지원했던 로마의 정치가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메세나 사례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을 꼽는다. 피렌체를 지배한 350년 동안 후원한 문화예술이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예술과 기업이 상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예술문화 지원을 통해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윤리를 실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문화적 이미지를 고취시키는 홍보 전략으로도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기업의 이러한 활동이 예술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예술 후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본다. 예술인의 입장에선 예술적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 활동의 확산을 통해 시민과 교류하고 소통함으로써 지역 간, 세대 간 예술문화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삶의 질을 높이고 타인과의 공감대를 공유해 더불어 살고자 하는 것이 녹명이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그 작고 사소한 것들이 사회가 공동체라는 인식,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기업과 예술가의 공통 과제로 남겨질 때 우리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마른 가지마다 조반월(爪半月)만큼의 연초록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새싹이 자라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은 땅의 영양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빛과 비와 바람의 몫이다. 역시 녹명이다.

[천자춘추] 경기도민을 위한 적정 삶의 공간 만들기

노태우 정부의 200만가구 주택 공급을 위해 조성하기 시작한 1기 신도시(분당, 평촌 등)와 2기 신도시(판교, 위례 등),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는 거의 모두가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문제의 해결책은 대부분 경기도에서 찾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만큼 경기도가 주택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고 경기도민의 적정 주거공간 확보를 위한 도시계획 측면의 고민과 함께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의 현실을 한 번쯤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주택업무편람(2022년)에 의하면 ‘20년 기준 한국의 임대주택은 326만가구이며, 이 중 중앙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약 40%인 129만가구(경기 남부지역 24만가구)를 차지하고 있고 지방공기업이 약 10%(31만가구), 민간이 약 47%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부담 가능한 수준의 주거비에 국민임대, 행복주택, 영구임대, 매입임대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원시 등 지자체와 함께 자립준비 청년층이나 학대 피해자의 긴급피난처 등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원하면서 더욱 촘촘한 안전망이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앞으로 경기도민의 적정 삶의 공간 마련을 위한 몇 가지 바람을 적어본다. 우선 경기도내 다양한 주체들 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요구된다. 영국의 경우 임대주택 891만가구 중 지방정부가 약 18%(158만가구)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지방정부의 역할이 미미하다. 또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체계적인 협업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1기 신도시 재정비의 체계적 준비와 원도심의 단계적 정비 방안 마련, 3기 신도시의 원활한 조성을 위한 중앙과 지방정부, 공기업, 민간, 주민, 전문가의 협력적 거버넌스와 적극적인 참여 과정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공급 전환하기, 공적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개선과 소셜믹스 노력, 근로 외국인과 청년층의 주거안정 방안, 최저주거 기준을 상회하는 충분한 주거 공간 제공 방안, 현재 6곳에 불과한 경기도내 주거복지센터 설치 확대 방안 등도 앞으로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천자춘추] 장애인 복지 이대로 좋은가

이제 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의 시기가 왔다.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의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장애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 자연적 현상에서 이제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장애인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각종 법과 제도적 개선으로 장애 범주의 지속적인 확대와 장애인 복지 욕구의 다양화는 그들의 욕구 충족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장애인복지정책의 중요성을 새삼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장애인복지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틀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실현하기에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 통합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의 내실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며 장애인들이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복지정책을 연계해 시행해야 한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장애인복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기본적인 방향이다. 이같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복지제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장애인과 그 부양가족의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장애인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장애인이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 미비는 생존과 생명의 위협이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의 침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는 일상생활의 영위가 고통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가 장애인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19로 인해 외출, 정서적 안정, 경제활동,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득 감소 및 고용시장 위축으로 인해 장애인 자신의 가구를 저소득 가구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며 소득보장 욕구가 증가한 반면 고용보장 욕구는 감소한 결과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262만3천명(2020년 5월 기준)으로 2017년에 비해 약 4만2천명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애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49.9%로 2017년(46.6%)에 비해 3.3%포인트 증가해 고령화 경향을 보이며 전체 장애인 중 장애인 1인 가구 비율 역시 27.2%로 2017년에 비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장애인들의 시위로 이어졌으며 정치권과 알력을 빚고 심지어 장애인들이 사법 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문 전문에 따라 우리가 인류·가족·모든 구성원의 타고난 존엄성과 그들의 평등하고 빼앗길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할 때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화적인 세상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은 탓에 인류의 양심을 분노하게 한 야만적인 일들이 발생했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이 말할 자유, 신앙의 자유, 공포로부터 자유, 그리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의 등장이라고 우리 모두가 외치게 됐다. 인간이 폭정과 탄압에 맞서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적 저항에 의존해야 할 지경에까지 몰리지 않으려면 법의 지배를 통해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장될 때 대한민국은 복지국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거절하세요

쓰레기. 사전적으로는 ‘비로 쓸어 낸 먼지나 티끌, 또는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즉, ‘버리는 물건’의 통칭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쓰레기가 발생했을 때 버리는 기준은 소각폐기물(종량제봉투), 재활용품(투명봉투), 음식물(전용봉투), 소량건설폐기물(PP포대), 소형가전제품, 대형폐기물로 나뉜다. 이렇게 해서 버려진 물건들은 소각, 매립, 재활용으로 처리돼야 하지만 함부로 버려져 지표면을 떠돌다가 해양으로 흘러들기도 한다. 우리는 자원의 순환을 위해 분리배출을 한다. 예를 들어 비닐은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모아 투명봉투에 내놓아야 한다. 지자체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수원시의 경우 모든 비닐이 해당한다. 제대로 배출되는 비닐은 재생원료로 순환이 가능하다. 지금 밖에 내놓은 소각용 종량제봉투에는 정말 소각돼야 하는 것들만 들어 있을까? 대부분의 종량제봉투에는 30%에서 많게는 70%까지 분리배출돼야 할 물건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중 비닐과 플라스틱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요즘 줍깅 또는 플로깅이라는 행동을 많이 하고 있다. 활동 후 쓰레기의 종류를 살펴보면 비닐, 플라스틱, 담배꽁초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로 배달이 급속히 늘면서 쓰레기가 증가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분리배출만 한다면 쓰레기로 취급 당해 버려지는 물건들은 순환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임을 소비자한테만 떠넘겨서도 안 된다. 기업은 분리배출이 용이한 방법으로 포장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이에 따른 법적 조치도 더 강화해야 한다. 행정은 단속을 더 심도있게 해야 한다. 단속용 폐쇄회로(CC)TV를 달아 놓고 책임을 다했다고 하면 무책임하다. 소비자는 매섭게 기업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미 물건들이 차고 넘치는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우선은 사지 않는 것, 거절의 미덕이 필요한 때다.

[천자춘추] 젊은 열정으로 채운 오케스트라

2023년 봄은 오케스트라음악을 즐기는 팬들에게는 다채롭고 화려한 연주자들과 연주곡들로 기획된 여러 공연으로 기대가 많을 것이다. 코로나로 제한됐던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작년 빈 필하모닉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는 기다림을 해소하듯이 다양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유럽의 여러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연말에 예정된 베를린필의 내한 공연까지 관심을 받고 있고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6월로 개최 연기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또한 높아져만 가는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오케스트라의 관객을 보면 이전보다 많은 변화를 볼 수 있는데 놀라운 것은 젊은 관객의 유입이 늘었다는 점이다.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의 극장은 오래전부터 백발의 관객들만 보인다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이제 그 관객층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팬덤을 갖춘 클래식 스타들의 덕분인지 20, 30대 관객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에 공연 기획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초대권으로만 가던 클래식 공연시장이 이제는 암표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흥행을 위해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을 협연자로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 전략은 이제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국내 음악대학에서 지휘과가 처음 개설되고 배출됐던 40대의 젊은 지휘자들은 이제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저마다 음악적인 매력을 드러내며 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은 매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관객들의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기획하는 민간 오케스트라도 후원 없이 자립하는 단체가 늘어가고 있다. 세계적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솔리스트와 30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훈련된 지휘자들이 점점 자신들의 시장을 만들었을 때 동시대를 호흡하는 젊은 관객들이 호응하고 있음은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규모 편성으로 화려함만 추구하던 20년 전 유행도 이제는 지나가고 올봄 약속이나 한 듯 이어지는 거장들의 브람스 교향곡은 관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빠르게 읽어낸 듯하다.

[천자춘추] 사람이 일하지, 형식이 일하나

모든 일을 형식 속에 가둬 둔다면 울 안에 갇힌(상상의 세상과 단절) 신세에 누가 자발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능동적 행동은 사라지고 수동적인 사람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무슨 말인지 간략하게 이야기를 펼쳐 보자. 어려운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할 수 있게 조그마한 은행을 만들었다. 믿음은행 혹은 신뢰의 은행이라고 한다. 십시일반 모아 ‘3무(無)’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무보증, 무이자, 무기간’이 그러하다. 많은 사람의 호응으로 은행은 활성화되고, 어려운 사람들이 요긴하게 활용을 했다. 자식 등록금으로, 주택임대 비용으로, 병원비 등으로.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운동이 활성화돼 갈 무렵 난관에 부딪힌다. 은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은행 혹은 제도권이 아니면 돈을 빌려주는 것도 안 되는 것이다. 금융권의 카르텔이 너무 강하다. 다른 사람들은 금융에 관련해서는 흉내를 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조그마한 꿈을 심어 주고, 용기를 주는 사업일지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복지사업일지라도. 한 가지 더 이야기 해보자. 코로나 초기 정부 재난지원금을 나눠 줬다. 지역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합심해 재난지원금을 기부 형태로 모아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나눔을 했다. 잊혀져 갈 무렵 난데없이 경기도 지도 점검을 통해 시정 명령이 떨어진다. 말인 즉 기부한 개개인으로부터 기부와 관련한 서류를 받아 놓으라는 것이다. 십시일반 후원한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두 번 다시 후원 모금하지 말자고 한다. 위 사례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일은 반드시 틀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틀을 벗어나서는 그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으며, 취지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울 안에 가두어 두고 그 테두리 안에서 놀라는 것이다. 그게 답답하고 힘들면 조용히 입 다물고 살라는 것이다. 창의성? 새로운 것을 찾아 규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규정 안에서만 활동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사회가 왕성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하려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민(民)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시스템과 사람이 어울려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매뉴얼에 갇혀, 형식에 얽매여 생기를 잃어 가는 일본의 혹독한 시련을.

[천자춘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요사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고각 발사하더니 20일에는 방사포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지난 18일 발사한 ICBM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명령이 떨어진 이후 9시간22분 뒤에 발사한 사실을 들어 아직 고체 연료로 ICBM을 발사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액체 연료 앰풀화에도 완전한 성공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ICBM 완성에 필수적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이런 분석이 나오자 북한의 김여정은 “분명히 하지만 우리는 (대기권 재진입 등의) 만족한 기술과 능력을 보유했으며 이제는 그 역량 숫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것만 남아 있다”라며 “남의 기술을 의심하거나 걱정해줄 것이 아니라 자기를 방어할 대책에나 보다 심중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김여정의 이런 언급을 보면 북한은 ICBM의 ‘기술적 실체적 완성’보다는 자신들이 ‘완성’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런 ‘완성’을 ‘주장’하고 있을까? 이유는 ICBM을 완성했다는 주장을 통해 미국을 협박함과 동시에 우리에 대한 도발을 강행해도 미국은 꼼짝하지 말라는 신호를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에 대한 고강도 도발을 하고 나서, 이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ICBM 위협을 통해 사전에 차단하고 동시에 우리의 대응 역시 무력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강도 도발은 연평도 포격을 능가하는 도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의 종착역은 자체 핵무장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파리를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미국을 향한 드골의 말처럼 이제는 ‘서울을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가 던질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결단의 시간이 점점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파키스탄도, 인도도 결국은 핵무장을 했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자체 핵무장 시 단기간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어려움이 우리의 생존만큼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선택만 남았다.

[천자춘추] 가슴으로 생각하는 세상을 꿈꾸며

19대 대통령선거 즈음 필자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롭게 당선되는 대통령은 ‘울보’였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시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진영 간의 대립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슴으로 생각하는 그런 울보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필자가 바랐던 울보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야당의 협조가 필요할 때 협력해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는 대통령, 서민과 약자의 고통을 보듬고 함께 우는 대통령, 시행한 정책이 실패했을 때 진정으로 사과하고 과감하게 수정하는 대통령, 불의의 사고가 있을 때 안타까움으로 눈물 짓고 이런 불행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대통령, 불의와 부정한 권력에는 불같이 화내지만 가슴 아픈 서민의 작은 이야기에 눈물을 훔치는 대통령! 대통령이라면 이런 작은 바람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다. 이 바람이 이뤄질 수 없는 꿈이었다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렸다. 당시 필자의 인터뷰는 두 가지 부당전제(不當前提)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그 하나가 정치를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다. 권력은 우리 같은 소시민의 순박한 생각으로는 재단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인터뷰의 두 번째 착각(첫 번째 것보다 훨씬 치명적인 오류)은 ‘가슴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너무 가볍게 봤다. 필자가 바랐던 울보 대통령 눈물의 전제는 머리로 계산하는 합리성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했다. 그러나 필자는 가슴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단지 정치(또는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를 간과했다. 가슴으로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합리성이라는 경제적 논리나 권력 쟁취라는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스토리와 감동에 기반한 공감(共感)이다. 현대 사회에서 공감력은 정치든 경제든 가장 큰 무기이자 자산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경험하듯이 정치인들의 설명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성을 지녔어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답변이면 공공의 지탄 대상이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정치가 국민에게 공감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합리성(또는 이성)이라는 그럴싸한 공리(公理:axiom)하에 가슴보다는 머리로 판단(사실은 계산)하는 것을 삶의 덕목으로 믿고 있다. 근대성에 대한 막스 베버의 비판, 즉 현대인의 절대적인 믿음인 합리성이 결국 우리 인간을 철창에 갇힌 새로 만들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슴 없이(ohne Herz)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에 대한 베버의 아픈 지적을 깨닫고 ‘가슴으로 생각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길 꿈꿔 본다.

[천자춘추] 행복 찾기

오늘 아침 문득 ‘나는 행복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때의 기분에 따라 행복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죽음의 순간에도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며 인류의 행복을 염원했다. 행복은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것이다. 물질적으로 부유해서 행복한 사람, 지위와 명예가 높아 행복한 사람, 어떤 목표를 이뤄 행복한 사람, 자녀가 일류 대학이나 좋은 직장에 취업해 행복한 사람 등. 그렇다면 종교와 선인들은 행복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성경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로운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 이렇게 여덟 가지 유형(진복팔단·眞福八端)의 사람들을 행복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 법륜 스님은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네”라며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조선의 선비들도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키는 안빈낙도(安貧樂道)와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렇게 볼 때 유형(有形)인 부(富)와 물질적 충족보다 정신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게 아닌가 싶다. 외부로부터 채울 수 있는 것보다 내면적으로 만족하는 것을 행복의 척도로 삼은 것이다. 행복은 좇고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것을 바라볼 때 불행할 것이고, 다른 집 자식이 일류 대학에 입학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데 내 자식은 그렇지 못하면 불행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승승장구하는데 내가 그렇지 못하면 불행하다. 반면 오늘 아침 건강하게 눈뜨면 아프지 않음에 행복할 것이고 직장이 있어 일할 수 있음이 행복하고, 책을 읽다가 교훈이 될 문구를 찾아 밑줄을 칠 때 행복할 것이다. 종종 직장 동료들과 식사를 할 때 당부의 한 말씀을 해 달라고 하면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여러분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말씨가 고와져 여러분 가족이 행복하고, 또한 여러분 직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행복합니다”라고. 허망한 욕심을 내려놓고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 가치와 만족을 찾았으면 한다. 외부로부터 오는 형체를 좇을 것이 아니라 내재적으로 충족하며 일부러라도 행복거리를 찾아 자신의 만족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어떨까.

[천자춘추] 수소경제로 미래 수출경쟁력 확보해야

얼마 전 평택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전기차 수천대가 수출 선적을 위해 부두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기차는 2013년 첫 수출을 시작으로 불과 10년 만에 전체 자동차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평택항의 수소복합기지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하니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주력 수출품목과 무역현장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좌우할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탄소중립이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 무역장벽이 확산되면서 이제 제품을 생산하고 팔 때 탄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됐다. 당장 올해부터 EU는 수입 제품에 탄소배출권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하니 준비가 덜 된 수출기업엔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특성상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국제질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수출이 지금처럼 뚝심 있게 우리 경제를 계속 지탱해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에너지원이 바로 수소다. 수소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진국들의 움직임 역시 부산하다. EU는 2030년까지 그린수소 1천만t 생산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책을 활발히 추진 중이고, 독일은 최근 수전해 플랜트 건설을 더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통과시키면서 수소생태계 전반에 걸쳐 세액 공제 및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일찍이 호주와 수소 협력에 나서며 앞으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소경제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중립 시대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꼭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고무적인 것은 우리나라가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등에서 유리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계기로 중동과의 다양한 수소사업 협력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다만 수소경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인프라 확충, 수소 생산부터 저장, 이송, 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탄탄히 다지는 일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의 아낌 없는 투자와 우리 기업의 혁신 노력이 지속돼 머지않아 세계 수소시장에서 한국이 선두에 우뚝 설 날을 기대해본다.

[천자춘추] ‘안심 전세 앱’ 기능 확대 필요하다

‘안심 전세 앱’의 기능 확대가 필요하다 지난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전세 사기 사건은 빌라 왕의 전세 사기 사건과 함께 그 규모가 매우 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발표에 따르면 작년 7월 현재 악성 임대인은 총 203명으로 이들이 일으킨 전세보증금 사고 금액이 7천824억원이다. 피해자는 주로 2030세대의 청년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인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주로 찾았던 신축 빌라 등의 경우 매매 시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고 전세 사기나 사고에 대한 위험 요인을 사전에 진단하기가 매우 어려워 전세 사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정부에서는 지난 2월1일 범정부 차원의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3대 핵심 전략으로 전세 사기 예방, 전세 사기 피해지원, 전세 사기 단속 및 처벌 강화를 제시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세 사기나 사고의 예방을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사전적 조치라 할 수 있는 임대차 계약의 단계별 정보 제공 강화의 일환으로 ‘안심 전세 앱’을 개발해 2023년 2월2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전세 사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차인이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전세보증금의 위험 요인을 편리한 스마트폰 앱(APP)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안심 전세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이 앱에서 제공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주택에 대한 매매 시세 조회와 전세보증금의 위험성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주택의 전용면적별 평균 전세가율을 기준으로 임대차계약이 가능한 전세보증금을 판단해주고, 해당 주택이 경매에 부쳐졌을 경우 최근 1년간 지역의 평균 경매낙찰가율에 의한 전세보증금의 회수 가능 금액을 산정해 준다. 그리고 입력한 해당 주택의 전세보증금과 매매 시세를 기준으로 한 HUG 전세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제공해 해당 주택에서 임차인이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는 임대차보증금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세 계약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로서 집주인 조회를 통한 악성 임대인 등록과 보증보험 금지 이력에 관한 정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정보와 위반 건축물에 관한 정보, 등기부의 권리에 관한 위험성 여부에 관한 정보, 해당 지역의 전세 보증 사고 이력 건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일대일 법률상담, 집주인 조회, 전세 계약 셀프테스트, HUG 전세 보증 가입신청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부가적인 기능으로 관련 시세에 대한 전문가 상담, 전세 실거래가, 주택의 건축물대장 정보, 민간 임대주택 정보, 주택의 위치 정보, 공공 임대 정보, 공인중개사 정보 조회, 전세 대출금리 확인 등을 제공해 임차인이 주택임대차계약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고 해당 주택에 대한 임대차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안심 전세 앱은 전세 사기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수도권의 50가구 미만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만 제공하고 있고 오는 7월부터는 앱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검색의 대상에 오피스텔을 추가하고, 대상 지역도 수도권에서 광역시까지 범위를 확대한다고 한다. 필자가 직접 앱(APP)을 사용해 서울의 몇 개 지역에 대한 주택을 검색해본 결과 수도권의 50가구 미만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검색되는 주택에 대한 정보가 전세 사기나 사고 예방에 매우 유용한 정보이고 획기적인 정보라는 생각이 들고 장차 앱의 기능을 확대·강화해 발전시켜 나간다면 전세 사기나 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은 시행 단계라 그런지 검색이 잘 안 되는 주택이 많았고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이 빠져 있어 자칫 이들이 전세 사기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리고 악성 임대인 정보와 조세 체납에 관한 정보 조회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법령의 정비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또 하루빨리 앱 서비스의 주택 범위를 50가구 이상 아파트까지 확대하고 서비스 지역도 지방의 중소 도시까지 넓혀 전 국민이 안심하고 전세 계약을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한신·아와이 대지진의 교훈

1939년 이후 6차례의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에서 지난 6일 또다시 규모 7.8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고 1월6일 새벽에는 인천 강화군 해안가 인근에서도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해 수도권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1995년 1월17일 일본 효고현의 고베시와 한신 지역에서 규모 7.3의 강진으로 6437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그 재난의 흔적을 찾아 인천에서 2시간을 날아 오사카, 고베, 교토지역을 돌며 한신 아와지 대지진의 교훈을 찾아봤다. 고베항 메리켄파크 한쪽에는 지진 복구 과정에서 재건에 노력한 모습을 후세에 전할 목적으로 지진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한 지진 메모리얼 파크가 있다. 기울어진 가로등, 솟구쳐 오른 땅을 통해 그날의 아픔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인근 사람과 미래방재센터로 옮겨 생생한 영상을 통해 재해 발생 직후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시청했고 재난 피해자들로부터 제공 받은 귀중한 자료들을 관찰했다. 또 고베시장과 위기관리실을 방문해 재난관리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대응체계는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조직 구성체계를 가졌다. 인상적인 점은 재해 관련 정보를 상세히 수집하고 방재지도, 생활방재 가이드 등 다양한 방재정보를 시민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쓰나미해일스테이션, 시민방재센터 등을 추가로 방문하면서 일본 시민들은 어릴 때부터 재해예방 및 안전에 관한 체험 교육 등을 통해 사고에 대비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으며, 끊임없는 훈련으로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느꼈다. 평소 가족방재회의를 실시해 광역피난 장소와 피난활동 거점을 확인해 재난 발생 시 피난소에서 합류하는 방식은 우리에게도 꼭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진은 발생 당시 커다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복구 과정에서도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불러온다. 갑자기 찾아오는 자연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예방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의 교훈을 깊이 되새기며 지진의 상처를 이겨낸 도시에서 재난 대응에 관한 우리의 해답을 고민해 본다.

[천자춘추] 주는 기쁨에 눈뜨자

미국의 아동문학가인 셸 실버스타인의 소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면 나무는 친구인 소년에게 모든 것을 줬다. 그네를 걸 기둥이 돼 주고, 먹을 열매를 주고, 집을 짓고 배를 만들 몸통을 주고, 그루터기만 남아서도 늙은 소년에게 편히 쉴 의자가 돼 줬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나무가 너무 불쌍한 거 아니야? 왜 이렇게 미련하게 주기만 하지?’ 그러나 최근에 이 나무가 왜 그렇게 소년에게 모든 것을 줬는지 아래 한 줄 때문에 알게 됐다. ‘나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했다.’ 나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도 왜 행복했을까? 왜 나무가 항상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주는 기쁨을 몰랐기 때문이다. 성경 마태복음 7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서양에서는 이 말씀을 ‘황금률(黃金律·Golden Rule)’이라고 부른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이 구절만큼은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받을 생각만 한다. 인터넷의 수많은 고민 상담은 대부분 자신이 ‘관심, 사랑, 돈’ 등을 받지 못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부부 사이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심지어 종교생활을 하면서도 받을 생각으로 우리 머리는 가득 차 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어떤 종교든 아마 자신이 믿는 신에게 소원을 빌면서 ‘주세요!’만 되새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풍성한 축복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다. 그러나 주는 기쁨을 모른 채 받기만을 갈구하는 사람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의 명문 사이먼프레이저대 애크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남을 위해 돈을 쓸 때 더 오래,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시카고대의 오브라이언 교수도 “자기만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쾌락의 쳇바퀴’를 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창조주는 우리가 받을 때보다 줄 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창조한 것 같다. 지금 우리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무언가 결여된 느낌이 든다면,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고 싶다면 ‘받기만 하려는 생각을 주고자 하는 생각’으로 변화시켜 보자. 많이 가진 사람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한 미소 한 번, 진실된 칭찬 한마디, 몇 분을 투자한 작은 도움, 조그마한 물질로도 우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주는 행복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한 삶’이 됐으면 더더욱 좋겠다.

[천자춘추] 의원 수 늘리면 민생 좋아지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일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할 것과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서도 총 세비 동결 전제의 증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의원의 80∼90% 이상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일에는 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총 세비 동결을 전제로 현행 지역구 253석을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를 기존 47명에서 30명 증원한 77석으로 상향해 330명으로 조정하고 비례대표는 6개 권역별로 나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을 보면 김 의장의 개헌 문제 제기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의원 정수 증원과 관련해서는 국민 여론이 결코 호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김 의장은 ‘국민의 동의’가 아닌 ‘의원의 동의’를 말했다. 김 의장 발언은 총 세비 동결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증원하면 결과적으로 의원 세비가 감액될 테지만 그러한 세비 감액을 의원 대부분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미다. 의원 정수 조정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고 현 단계 국민 여론은 결코 증원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애써 외면한 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의원 정수 증원 문제는 오래전부터 정치개혁의 하나로 논의됐지만 번번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이루지 못한 문제다. 국민 다수에게 의원 정수 증원 문제는 민생을 외면한 의원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국민의 인식이 의회제도나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냉정한 비판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다수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게 만든 의원에게 전적으로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로지 민생을 위한 의원의 거듭된 진정성 있는 활동만이 국민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건만 과연 그동안 의회와 의원은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모르겠다. 총 세비 동결이라지만 의원의 세비 인상 권한이 다름 아닌 의원 자신에게 있고 종종 일반 국민의 상식과 달리 높게 인상된 사실을 지켜봐 온 국민은 아무도 총 세비 동결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의원 정수가 부족해 정치적 갈등과 불신이 높은 것은 아니다. 민생이 좋아지거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이뤄지는 것과 의원 수는 원칙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다. 개헌이나 공직선거법 개정은 분명 정치개혁의 주요 내용이지만 그것만이 정치개혁의 다는 아니다. 정치개혁은 적어도 국민적 신뢰도가 낮은 정치인, 내로남불의 분열적 언행을 일삼는 정치인 등은 도태시키고 국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는 용기 있게 끝까지 주장하는 정치인은 포용하는 정치인 개혁까지도 포괄해야 한다. 그러한 개혁만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높여 민생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

[천자춘추] 여성 기업을 위한 지원과 혁신

여성 창업기업 대다수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 기업 대부분이 영세하며 혁신형 기업 비중이 작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성 기업의 질적 성장은 여전히 미흡한 만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여성 기업들의 질적 도약을 위한 점검은 우선적으로 기업에 속해 있는 사람, 즉 기업인과 근로자 환경 개선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사람이 곧 기업이고, 기업이 곧 사람이기에 근로환경의 개선은 결국 기업 이익 상승으로 이어진다. 경기도 여성 기업들은 높은 현실의 벽을 실감하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여성 기업인들은 여성 기업 성장에 필요한 제도 1순위로 판로 지원을 꼽았고, 경기도 여성 기업인들은 자금 지원을 1순위로 꼽았다. 세계적인 경제난에 국가도 다양한 기업 지원 정책과 지원금을 내놓고 있으나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여성 기업을 위한 것은 극히 미약하다. 따라서 여성 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 지원금 및 장려금을 여성 기업 중심으로의 개편과 동시에 지원금의 여성 기업 전용, 특화된 지원금 및 장려금 특화자금의 확대일 것이다. 또 국가에서 추진 중인 기업문화 개선 캠페인, 일터혁신 컨설팅, 가족친화 인증사업 등 다양한 근로 환경 개선사업도 여성 기업 맞춤형으로 새롭게 실질적으로 개편되고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의 ‘2023년 여성기업육성사업 통합공고’를 보면 여성 기업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여성 기업 관련 예산이 올해 최초로 100억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해 제1회 여성기업주간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하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제시한 여성 기업 육성 전략과 같은 방향이다. 이 장관은 여성 기업의 전략적 육성은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몸집을 키워 온 여성 기업인들에게 이제 근육을 만들어줄 차례다. 위기가 곧 기회라 했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 주춤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다. 여성 기업 정책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효율적인 ‘여성 기업 맞춤형’으로 개편되고, 기존 정책의 빈틈을 촘촘히 메워줄 새로운 지원정책의 개설 역시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곧 경기도의 수많은 여성 기업의 날개가 돼 대한민국, 더 나아가 세계의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성 기업인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전하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가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하고자 한다.

[천자춘추] 어도 설치, 예산증액 절실

‘어도(魚道)’. 이름 그대로 물고기가 지나가는 길, 즉 물고기길이라는 뜻이다. 산란과 성장을 위해 하천과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들은 하천에 설치된 인공구조물(댐, 보, 하굿둑)로 인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물고기의 이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수로 또는 장치를 어도라고 한다. 즉, 물고기들이 쉽게 댐이나 보를 통과해 하천과 바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놓인 수로로 물고기가 지나가는 길이 어도다. 어도는 17세기 초 프랑스에서 최초로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1966년 양양 남대천에 시공된 도벽식 어도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의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3천528개소를 대상으로 보 및 어도 설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보는 3만4천12개소, 어도는 5만81개소로 조사됐다(한국농어촌공사·2010년). 이에 따르면 국내 어도 설치율은 14.9%이며 이 중 약 34.4%의 어도만이 어류 소상이 가능하고 60.8%는 개선 필요, 4.8%는 어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재설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실제 우리나라 어도 설치율은 5% 미만에 그치고 있으며 이러한 낮은 어도 설치율은 하천 상·하류 간의 단절 현상을 심화시켜 하천의 종내 유전적 이질성을 심화시키고 생태적 건강성을 저하시킴은 물론 은어, 뱀장어 같은 경제성 회유 어종 감소로 이어져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지역주민의 소득보전과 내수면 어족자원 보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국가에서는 2012년 내수면어업법을 개정하고 2014년 전국 8개소 어도에 대한 개·보수 시범사업 실시에 이어 2015년부터는 매년 24개소씩 어도 개·보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또 어도종합관리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국가어도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10년간 전국 어도 설치율은 14.9%에서 15.4%로 미미하게 증가하고 시·도별 어도 설치 편차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국고보조사업인 어도 개·보수사업 대상 어도는 연간 24개소에 불과하며 사업 예산은 개소당 약 1억2천만원 수준으로 매우 적다. 따라서 현재 수준의 개소 수와 지원 예산으로는 어도 설치율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2022년 2차 어도종합관리계획이 종료됨에 따라 해수부에서는 제3차 어도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의지를 갖고 전면적인 재검토와 문제점을 파악해 어도 설치율 증대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 이행해야 한다.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어도 개·보수 사업에 대한 예산 증액과 국고보조비율을 대폭 늘려 어도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는 곧 우리나라 하천의 생태 복원은 물론 어업인들의 삶의 기반인 내수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는 지름길일 것이다.

[천자춘추] 정치복지 포퓰리즘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정치권 여기저기서 국민기본소득에 대한 이슈로 여러 논쟁이 있었다. 2023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은 638조7천억원으로 그중 226조원이 보건, 복지, 고용에 대한 비용이다. 경기도내 어느 지자체는 전체 예산 대비 47% 정도가 복지예산이라고 한다. 과연 이대로 지속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국민기본소득에 대한 개념과 목적, 그리고 그에 대한 최소한 20~30년 이후까지의 재원에 대해 고민하고 구체적 대안을 가지고 주장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국민기본소득이라면 그 나라의 국민총생산(GNP)을 기준으로 기본적 소득을 보장해 보편적 삶과 최소한의 안정된 생활 및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아닐까. 국민기본소득을 실행하거나 실행해 본 나라는 대부분 유럽 국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들 국가와 다른 점이 너무 많다. 역사에서부터 국민적 의식의 차이, 그리고 수십, 몇 백년간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하지 않아도 될 지하자원이나 관광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제도 도입 후 지출과 조달에 대한 대안을 그 누구도 내놓지 않고 무조건 주고 보자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 당사자들은 4, 5년 임기 내 퍼지르기만 하고, 치우는 것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기본소득을 최초로 시행한 나라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약 2년간 25~58세 실업자 2천여명을 대상으로 매달 560유로를 지급했다. 지금의 환율로 계산하면 76만4천400원 정도다. 실험 결과 대상자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졌으나 취업률은 낮아졌다. 과연 생산 없이 소비가 가능할까? 그나마 핀란드는 실행 전 선별적 지급 방법을 선택했고 제도화 전 실험적 차원에서 실행했기에 다행 아닌가 한다. 전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는 석유 수출에 대한 수입금을 영구 기금으로 설립해 1982년부터 6개월 이상 거주한 모든 지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으며 2016년 복지국가라고 말하는 스위스에서는 정부가 매월 18세 이상인 성인들에게는 2천500프랑(약 300만원), 18세 미만인 청소년과 어린이에게는 625프랑(약 78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국민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은 영국의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가 이상적 국가상을 그린 ‘유토피아’에 처음 등장했다. 일하지 않아도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유토피아’일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뉴스로 많은 국민이 국가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복지 포퓰리즘보다 범국민적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정책이 제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천자춘추] 예술작품의 기록성

지난 2월1일부터 ‘못다 핀 청춘-10·29 이태원 참사 넋기림전(展)’이 서울 인사동에 있는 ‘아르떼 숲’에서 열리고 있다. 40여명의 화가, 서예가, 시인, 문화담론가 등이 출품했는데,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아픈 것은 물론 예술작품의 기록성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 1월17일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이 종료됐다. 현장 조사, 기관 보고, 청문회 등을 가졌지만 정부 당국의 비협조와 짧은 조사 기간 등으로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에 따라 온전한 추모도, 충분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해 유가족의 슬픔은 깊어졌고 시민들의 실망감도 쌓이게 됐다. 결국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은 미완으로 남았다. 이태원 참사와 관계된 주무부처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구차한 변명을 하며 버티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의 상황이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나누듯이 세상의 그 어떠한 일도 시간을 이겨낼 수 없다. 가령 참사의 정확한 연도와 날짜와 희생자 수 등은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참사로 빚어진 분위기며 슬픔이며 아픔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그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의 국정조사 활동 같은 경우 기록조차 온전히 해내기가 힘들다. 책임을 회피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관계자들을 비롯해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들과 몰지각한 시민들이 있기에 참사의 기억을 오롯이 되살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예술가들의 ‘넋기림전’은 참사의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작품들의 상징과 색깔과 형상 등은 진상 규명에서 빠진 참사의 분위기와 아픔과 슬픔을 복원해 상기시키고 있다. 곧 법과 제도를 넘어 참사를 기록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이다. 나아가 생명을 존중하고 사고의 재발을 막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의 창의력이란 기록성과 별개인 것만은 아니다.

[천자춘추] 한국 여성인력의 경제적 가치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여성의 일과 법’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지위 및 권리를 100점으로 했을 때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과 관련한 법적 지위 및 권리는 종합 85점으로 190개국 가운데 61위다. 전체 국가별 한국 순위는 지난해 70위에서 61위로 상승했지만 지난 4년간 85점에 머물고 있어 수년 동안 여성의 경제활동과 관련 법적 지위 및 권리의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하위 항목인 임금지표는 25점으로 190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여성의 직장 내 지위와 고용률은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 하는 주요 원인으로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과도 연결돼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표한 ‘2019년 직장여성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33개국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조사 결과 여성들이 직장에서 가장 열악한 처우를 받는 곳은 한국이라는 분석이었다. 2017년 한국의 남녀 간 임금 격차가 34.6%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크고 남성의 정규직 고용률은 71%인 데 반해 여성은 48%다. 파트타임 고용은 남성 6%, 여성 10%를 기록했다. 한국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많이 개선됐음에도 아직 미흡한 실지표들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PWC의 보고서에서 한국 여성의 정규직 고용률을 48%에서 15%포인트 높여 스웨덴의 여성 정규직 고용률 63% 수준으로 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3%인 2천650억달러(약 318조원)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시장이 칼바람 부는 한겨울처럼 어려운 가운데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남성의 고용률이 낮아지는 제로섬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여성 고용률이 60~70% 수준인 북유럽 국가들의 남녀 고용률은 큰 차이가 없으며 GDP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에서 여성은 교육받은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자원이다. 사실 고용률을 높이는 일은 어렵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한국의 상황에서 여성 인력의 활용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선택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2019년 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OECD 국가 중 남녀 고용격차가 가장 큰 한국이 고학력 여성 인력자원을 잘 활용하면 현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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