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도박 제대로 알자

최근에 도박문제로 한때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방송인이 다시 복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한 몇 년 사이에 도박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다른 연예인들도 이미 하나둘씩 방송으로 복귀하였다. 도박중독의 예방과 치유를 다루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현시점에서 도박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박(賭博)이란 무엇인가? 도박중독은 치료될 수 있는가, 예방할 수 있는가?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도박과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에 대해 앞으로 몇 차례 걸쳐 이야기하고자 한다.첫 번째 주제는 ‘도박 제대로 알자’이다. 필자가 도박중독 치유 현장에 있다고 하면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이 있다. 친구나 가족끼리 카드, 고스톱하는 것도 도박이냐?라고 묻는다. 이 말의 의미를 나름 추측해보면 ‘재미로 하는 건데 무슨 도박이냐’라는 질문이다. 아무래도 ‘도박’ 용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자신이 한 행위는 도박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사실 도박(賭博)이란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돈이나 가치있는 물건을 걸고 승부를 가리는 행위’를 말하며, 따라서 돈을 걸고 하는 모든 행위는 도박이라고 볼 수 있다. 도박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여러 가지 놀이 중의 하나이며, 불확실성, 금전추구(돈벌이), 즐거움(경쟁)이라는 3가지 속성이 있다. 만약 도박하는 사람이 즐거움에 무게를 두면 재미있는 놀이가 되지만, 금전추구에 무게를 두면 도박중독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놀이가 된다. 도박중독은 다음에 다룰 주제이며, 그때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7대 합법도박(경마, 카지노, 경륜, 경정, 스포츠도박, 복권, 소싸움)을 비롯하여 수많은 불법도박들이 만연하고 있으며, 특히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불법도박들은 청소년들에게도 큰 위험이 되고 있다. 독자들께서는 도박은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하게 된다면, 위에서 말한 도박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돈벌이가 아닌 즐거운 놀이로서 즐기길 바라며, 혹시 도박문제가 의심되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24시간 헬프라인 1336번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 김경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장

[천자춘추] 정치의 미학 : 정치가 예술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와 아름다움을 희구하는 미학과의 밀접한 관련은 요즈음 서구사상에서 덧보이는 추세이다.기호학의 대가로서 장미의 이름을 드날린 움베르토 에코, 미학 연구를 출발점으로 ‘생-정치’의 철학을 확장하여 호모 사케르를 내놓은 조르조 아감벤, 그리고 문학의 정치 혹은 미학의 정치 관련 저서들로 유명한 자크 랑시에르 등은 이미 낯선 이름이 아니다. 이처럼 미학은 나아가 정치문화 전반의 창의적 사고를 위해 싸움이 연출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대가 되었다. 즉 선거를 포함한 정치 현상의 근저에 미학이 서려있다. 사실, 애초부터 정치는 예술, 예술은 정치와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예술작품의 창조와 같은 원리가 인간의 모듬살이와 권력관계의 근저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화가의 손에서 태어나듯이, 자연의 혼돈에 인간이 손을 넣어 작위적인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 그러한 ‘디자인’의 작업을 통해 세계 질서가 의미 있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동시에 그 세계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도 윤곽을 드러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예술의 창작과 정치의 질서가 겹쳐진다. 따라서 아름다움의 추구를 개인의 취미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삶의 전반에 걸쳐 있기에 곧바로 정치의 영역과 관통해 간다. 때문에 예술의 역할과 위상이 인간의 삶 전체에서 분리될 때 고립된 자아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치권력과의 일체화를 성급하게 요구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그간의 미의식과 국가관에 관한 저서들은 인간의 신체와 국가를 둘러싼 미의식의 계보를 풍부하게 전하고 있는 바, 보편적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종종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역사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학적 관점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최선을 선택한 유권자는 아마도 드물 것이다. 최선을 선택하겠다는 것은 선한 독재를 꿈꾸는 것이기에 ‘민주주의는 차선을 선택하는 예술’이라고 일갈하고 있듯이. 선거가 끝난 지금 한국 정치의 미학적 과제는 무엇일까. 통일, 노동, 의료 등 정치적 언어는 이제 누구의 것인가. 몫 없는 자들의 몫은 누가 어떻게 정치적 긍정성을 부여할 것인가. 예술작품에서 표상 불가능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표상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정치적 주체를 둘러싼 가장 근원적인 물음을 미학적 성찰을 통해 풀어갈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정복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천자춘추] 새로운 꿈 시작되는 지방도 372호선

마음이 일렁이는 봄날, 조금 특별한 길 여행을 시작했다. 경기도 연천에서 시작하는 지방도 372호선은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길이다. 길의 시작은 연천군 미산면 당포성. 이 성(城)은 삼국시대 때 고구려가 신라와 백제를 견제하기 위해 세웠고, 이후 신라가 북방세력을 막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인 군사적 요충지였다. 한국전쟁 때도 격렬한 전투가 있었고, 68년 무장공비 침투 루트로도 알려져 우리 민족의 고된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출발점이다. 당포성을 뒤로 하고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의 숭의전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숭의전지는 조선 이성계가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만든 곳. 이렇듯 처음 지방도 372호선에서 서면 망국의 슬픔 혹은 분단의 아픔을 가장 먼저 느낀다. 하지만 삶에 희로애락이 있듯 슬픔만 있는 길 또한 없다. 숭의전으로 올라가는 길 아래 목을 축일 수 있는 우물 ‘어수정(御水井)’이 있다. 어수정은 고려 왕건이 궁예의 신하로 있을 때 개성을 왕래하며 중간지점이던 이곳에서 물을 즐겨 마셔 지어진 이름이다. 천 년 전 큰 왕국의 꿈을 키웠을 왕건의 포부를 느끼며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넘겨본다. 어느새 동이리 마을로 이어진 길로 들어서면 새로운 절경이 등장한다.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으며 생긴 주상절리가 임진강 위에 우뚝 솟아 장관을 이룬다. 제주도쯤에나 있을법한 주상절리를 이곳에서 볼 수 있으니 그 또한 새로운 기쁨이다. 372호선의 여행종점은 승전OP전망대. 이곳부터 파주로 이어지는 길은 전구간이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분단의 현실을 몸소 느끼는 구간이기도 하다. 마침 지난 2월 연천군, 파주시,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경기북부 접경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해 372호선의 연천과 파주 두 지역을 연결하는 DMZ관광도로(파주 초리~연천 고랑포리) 개설을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 민간인통제구역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새 길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이니 기대가 더 크다. 파주는 연간 7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표적 안보관광 지역이니 새로운 길을 따라 파주에서 연천으로 더 많은 발걸음이 이어질 수 있다. 지방도 372호선이 새로운 꿈이 시작되는 길이길 소망해본다. 한상협 경기관광공사사업본부장

[천자춘추] 가정교육이 우선이다

가정은 삶의 출발이자 종착역이다. 가정은 우리가 속한 그 어떤 조직보다 중요한 필연적인 공동체다. 가정을 제대로 꾸릴 때만 가정 밖에서의 모든 삶이 가능해진다. 청소년 범죄를 법과 형벌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들이대기에 앞서 가정을 바로세우기 위한 교육이 우선 돼야 한다. 학교 교육은 학교와 교사들의 소관이지만 가정교육은 부모들의 책임 하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어버이들처럼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을 갖고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학부모들 앞에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옛말이고 지금쯤 맹자의 어머니가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나라 학부모들 앞에 무릎 꿇을 정도로 교육열이 대단하다. 그렇다면 아이들 교육이 잘 돼 그 아이들이 선량한 청소년으로 공부도 잘하고 훌륭한 아이들만 사는 세상이 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끔찍한 사회가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은 학교교육을 성적과 수능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질주하다 보니 인성교육에 거는 기대와 필요성이 절실한 것을 알면서도 현재의 학교사회는 성적과 수능이라는 목표 때문에 인성교육은 뒤로 밀렸고 그러다 보니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모든 사건은 인성교육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동안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패륜의 사건들이 개인의 잘못된 가치관의 표현이었음을 볼 때 이제는 공교육만 탓할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학교성적 못지않게 가정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위기를 해결하는 일은 자식이 아니라 부모의 몫이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학교 교육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을 통해 가족 모두가 스스럼없이 문제해결을 논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주자 이것이 가정의 달에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다. 진정으로 자식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 무엇이고 가정의 위기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부모가 될 때 가정이 지켜진다는 것을 생각하며 가정의 달을 보람 있게 보내야 한다. 제아무리 학교교육이 제도상으로 허점을 드러냄 없이 잘 가르치고 있다고 해도 밑바탕이 되는 가정교육이 허술하다면 모래 위에 세워놓은 누각의 형국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가정이 흔들리는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이 많은 가정이 가치관의 혼미상황을 경험하면서 심한 갈등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1회성 생색내는 이벤트나 공교육만 탓할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으로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보람 있는 가정의 달이 되도록 하자.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장

[천자춘추] 졸음운전이 불러온 한 가정의 비극

2009년 교통안전공단에서는 당시 사업용 차량 대형교통사고 조사를 위해 특별 조사반(일명 ROAD 119)을 운영하였는데 건설교통부의 요청 하에 통영 대전 간 고속도로 판암IC 부근에서 발생한 대형교통사고를 조사하게 되었다. 이 사고는 한 고속버스가 경남 통영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서울 동서울터미널로 가기위해 사고지점 편도 2차로 도로 1차로 상에서 주행 중이었는데 이미 전방 1차 선행사고로 인해 차량 5대가 정차해 있었다. 그런데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졸음운전으로 인해 전방에 정차된 선행차량들을 늦게 발견하여 버스 전면부로 5대 중 가장 끝에 정차해 있던 현대 다이너스티 차량과 한국지엠 윈스톰 차량을 연쇄적으로 추돌하여 3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 사고의 가장 큰 피해는 바로 다이너스티 차량에 타고 있었던 한 가족이었다. 엄마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아빠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으며, 세 명의 어린 딸들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버스가 뒤에서 덮쳐 사고현장에서 셋 딸은 사망하였다. 다행히 아빠가 병원에서 먼저 깨어나 셋 딸의 죽음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 깨어난 엄마에게 딸들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모두 무사하다고 알릴 수밖에 없는 슬픈 상황이 전개 되었다. 경남 통영에서 대전 판암IC까지 버스로 약 세 시간이 걸리는데 대형교통사고를 낸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대전 신탄진 휴게소에서 반드시 쉬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통영~대전 중간에 있는 휴게소에서 쉬지 못하고 운전하다가 찰나의 졸음운전으로 인해 한 가족의 생명과 삶을 한순간에 비극적으로 앗아간 피의자가 되었다. 2017년에서야 연속운행시간 제한과 최소 휴게시간 확보, 신규 제작되는 대형승합차량에 자동비상제동장치, 차선이탈경고장치 등의 첨단안전장치를 장착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대책들이 2009년 이전부터 추진되었더라면 졸음운전으로 인한 비극적인 대형교통사고를 피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마지막으로 고속시외전세버스 운전자가 졸음이 올 때 승객의 동의 하에 버스회사가 정하지 않은 졸음쉼터 또는 휴게소에라도 들어가 최소 15분 정도 휴식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면 고속도로 상의 교통사고 발생원인 1위인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윤석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부연구위원

[천자춘추] 가정의 달, 치유와 국면 전환을 기대

연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도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축제의 달이기도 하다.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 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함께 보내면서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고 서로 사랑하며 감사할 날이 5월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마도 만물이 소생하는 설렘과 희망의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에는 4월 초파일이 5월3일로 2일과 4일을 휴가 받아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연휴를 통하여 그동안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를 힐링으로 날려버리고 싶어하는 마음일 것이다. 요즘 현실을 보면 정치, 경제, 사회, 안보, 어느 하나 속 시원한 곳이 한군데도 없이 꽉 막혀버려 질식사 직전의 임계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지난해부터 온 나라를 뒤흔들며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불러온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그렇고, 세계 무역질서를 흔들어 대는 트럼프의 보호 무역주의와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보복이며, 지난달 4월 위기설과 함께 미국과 중국 정상 간의 긴박한 움직임과 시리아 공습, 미 핵추진 항공모함 한반도 집결, 북한 핵실험 강행시 중국도 선제타격 묵인 등 그 중심에 서있는 우리 국민의 위기감과 불안감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강했다고 본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극한으로 치닫던 북한의 도발성이 강대국들의 압박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북한이 도발 없이 4월을 넘길 경우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무드가 형성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미국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의제로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치며 강온 작전에 나서고 있다. 우리 경제도 침체의 늪에서 반도체 훈풍을 등에 업고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경제 지표가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 또한 세월호 9명의 미수습자도 이번 달 안에 가족 품으로 돌아와 봉합되고 치유되어 희생자들 모두 좋은 세상으로 편안히 보내드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리하여 조금씩 나아지는 좋은 기운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면의 대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새싹이 돋아나 녹음으로 가득 채우는 대자연을 바라보며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그동안 대립과 갈등으로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소통과 화합으로 치유하고 행복한 사회와 희망찬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의 대통령이 되길 바라본다. 김기승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서울로 7017’과 도심재생

서울역 고가도로가 새로운 도심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서울로 7017’. 서울시는 2015년 12월 노후화된 서울역 고가도로를 폐쇄하고 보행전용 도로로 재생하는 공사에 착수하여 오는 20일 개장을 앞두고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1970년 개통하였으며 2017년 완공되고 17개의 보행전용 산책로를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7017’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조합하였다. 세계는 지금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노후화된 도심지역을 재생하는 과정에 몰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새로운 것도 좋지만 오래된 것을 개보수하여 지역적 특색과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문화와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역 고가 주변은 오래된 건물이나 낙후된 지역이 많지만 유동인구가 많고 서울역 공항터미널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편이다. 보행전용 도로가 개장하면 낙후된 곳은 서서히 변화할 것이며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광객을 보행전용 산책로로 유입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녹지 보행 도로는 시민들을 위한 쉼터의 역할과 관광객들에게 명소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보행전용 산책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지만, ‘서울로 7017’은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파크(High Line Park)가 모티브다. 하이라인파크는 1년 365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봄부터 가을까지 도심 고가위의 녹지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하이라인파크에서 웨스트 16번가 방향으로 내려오면 풍성한 식음료로 관광객을 유혹하는 첼시마켓이 기다린다. 하이라인파크는 침체되었던 주변 상권에 생기를 불어넣었으며 도심재생의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서울로 7017’의 모습은? 이제 완공이 얼마 남지 않은 ‘서울로 7017’은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고가위의 녹지 공원은 인근의 수려한 도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최근에는 고가공원 주변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어 이를 반기는 분위기도 있지만 기존 상가들은 고가공원으로 인한 손해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주변지역의 교통정체 심화에 대해 우회 도로 안내나 신호체계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이용자들의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쾌하게 첫 삽을 뜨고 원대한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서울시의 균형 있는 해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직 일부 공간만 언론을 통해 공개되어 하이라인파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뿐만 아니라 보행약자에 대한 안전상의 편의시설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여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하길 기대해본다. 이경호 (주)네오알앤에스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소장

[천자춘추] 역사의 징비정신(懲毖精神)

징비(懲毖)란 말의 어원은 동양의 고전인 시경(詩經)의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뒤에 환란(患亂)이 없도록 조심한다(予其懲而毖後患:여기징이비후환)”에서 유래하고 있다. 잘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것이 바로 신(神)과 인간의 차이이다. 신은 전지전능하지만 사람은 매사를 추진함에 있어 항상 완벽할 수만은 없으며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가의 지도자나 기업의 CEO들이 상황 판단을 잘못하여 중요한 국사를 그르치거나 공익을 크게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징비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책으로는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懲悲錄)을 들 수 있다. 제목이 말하듯이 이 책은 일종의 참회록이다. 집필 동기는 관직을 물러난 후 임진왜란 7년 동안 일국의 재상으로서 전쟁을 수행하며 직접 체험한 것을 정리하여 후세에 참고가 되게 하려는 데 있다. 이 책 전체에 흐르는 주요 내용은 임진왜란 전후를 통하여 인간이 한계상황에 처했을 때 국정을 다루는 위정자의 자세, 지도자의 처신과 민심의 동향, 장수의 자질과 전략, 내부 분열과 갈등, 외세에 의존하는 약소국의 설움 등을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한 남한산성을 오르면 정상에 높다란 누각이 보인다. 지금은 정면에 수어장대(守禦將臺)라는 현액이 걸려 있지만 안쪽에는 영조임금이 직접 걸었다는 무망루(無忘樓) 편액이 있다. 무엇을 잊지 말자는 것인가. 병자호란의 비극!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反正)으로 등극한 인조가 청나라 군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성(城)안에서 45일간 항쟁하다가 추위와 기아에 못 견디고 마침내 임금이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청(淸)태종 앞에 엎드려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올리며 항복한 사건이다. 임진왜란의 교훈을 망각하고 반성을 못하는 민족에게 역사의 신(神)은 가혹하게 병자호란으로 응대한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동북아 국제질서는 냉혹하다. 중국은 동북공정에서 고구려를 자기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도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동북아 질서를 재편성 하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과거의 아픔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여 환난을 막아야 할 것이다. 유승우 前 국회의원

[천자춘추] 도니제티와 키스펩틴

1832년, G. 도니제티는 E. 스크리브의 희극미약(媚藥)대본으로 2막 오페라 부파 사랑의 묘약을 작곡했다. 주인공 네모리노와 연인 아디나의 사랑을 다룬 유쾌한 멜로드라마다. 떠돌이 약장수에게 속아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으로 알고 마신 네모리노는 아디나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우쭐댄다. 네모리노의 삼촌이 죽어 그에게 거액이 상속된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정작 자신은 술에 취해 그 사실을 모른다. 돈을 보고 여자들이 주변에 몰려들자 네모리노는 자신의 인기가 묘약의 효능이라고 굳게 믿는다. 묘약에 대한 사연과 약값으로 빚을 진 네모리노가 군에 입대한다는 사실을 약장수가 전하자, 네모리노의 사랑에 감동한 아디나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네모리노는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을 부른다. 사랑이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고 죽음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그런 돌팔이가 팔던 ‘묘약’의 진짜 성분을 찾았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성욕을 자극하는 뇌 호르몬 물질 ‘키스펩틴(kisspeptin)’이 사랑의 감정영역까지 영향을 준다고 영국 과학자가 발표했다. 나이 든 성인에게 이 호르몬을 투여해도 사춘기 남녀처럼 애정 관련 뇌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육체 결함의 보조약품을 넘어 감정을 뜨겁게 변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랑의 묘약임에 틀림이 없다. 한 결혼정보회사는 회원 3천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평균 초혼연령이 남성 36세, 여성 33세였다고 발표했다. 10년 전보다 2.5세나 늦어졌다. 통계청 최근 5년간 데이터에도 맞벌이 부부와 무주택 부부의 자녀 비중이 낮게 나타났다. 집을 장만하고 아이 낳아 교육시키는 일이 큰 부담이라는 의미다. 그런 부담을 짊어질 만큼 결혼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비혼(非婚)이 늘고 있다. 출산 인구가 줄어드니 학령인구도 줄고 있다. 학교는 점점 문을 닫을 것이고 대학들은 이미 신입생 모집에 사활이 걸렸다.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국가 구성의 심각한 훼손이다. 신생아가 너무 많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던 시절도 있었다.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자녀 양육하고, 노년을 사는 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할 사회 공공재가 된 것이다. 묘약이 없어도 인류는 사랑을 하고 자손을 낳았다. 결혼하기 싫은 게 아니라 경제 문제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국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출받은 대학등록금 변제와 병역 의무에 시간을 잃은 청년에게 결혼이란 스스로 넘기에 불가능한 벽이다. 젊은이들이 행복한 ‘키스펩틴’ 감정으로 연인과 아리아를 부를 수 있게 사회의 틀을 짜는 일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일까. “Che piu cercando io vo? Si, puo morir! d’amor......” (내가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어요? 그래요, 나는 죽을 수 있어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주용수 작곡가 / 한국복지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경기도의 공공임대상가 실험

경기도 연정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연정의 대표 정책을 선정해 성과를 내야한다면 주저 없이 공공임대상가를 꼽고 싶다. 도시에는 활력을 불어 넣고 청년들에게는 창업의 희망을 줄 수 있는 반값 개념의 토지임대부식 공공임대상가 말이다. 공공임대상가는 젠트리피케이션 없이 얼마나 저렴한 임대료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많은 물량을 공급하면서 상가를 활성화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획기적이고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가 있다. 바로 철도 교량 하부 유휴공간을 활용한 ‘청년 메이커 창업몰’이다. 경기도에는 비도심 구간을 제외한 도심 구간만 25km에 달하는 교량하부 유휴공간이 널려 있다.이곳에 이동과 조립이 간편한 컨테이너나 모듈러 구조물을 넣는 것이다. 대개 1km에 달하는 각 구간마다 창의적이고 특색 있는 아이템의 창업몰 또는 쇼핑몰 운영이 가능하다. 우려되는 주변 상권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지역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는 공간으로 재창조될 수 있다. 입지 여건은 다르지만 참고할만한 실례도 있다. 건대앞 철도 부지 인근의 ‘커먼 그라운드’가 대표적이다. 코오롱이 임대한 사유지에 컨테이너로 60여개의 상가를 조성한 이 쇼핑몰은 저개발지역이었던 주변 상권에까지 활력을 불어넣으며 외국인까지 끌어 모으고 있다. 고려대의 ‘개척마을 파이빌’, 서울시의 ‘무중력지대 대방동’ 등도 컨테이너 창업몰이다. 외국에서는 뉴질랜드의 소도시 크라이스트 처치시가 지진으로 파괴된 상가 거리를 컨테이너 형 쇼핑몰로 재건해 명소가 되기도 했다. 파리시에서는 고가 철도 밑에 공공 문화·예술공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평창 동계올림픽 미디어 숙소로 제공되는 모듈러 주택도 공공임대상가용 건축 방식으로 검토할 만하다. 컨테이너와 모듈러 건축은 장점이 많다. 다채로운 컬러와 문화·예술 감각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설계가 가능하다. 이전과 재활용도 용이해 친환경적이다. 철도부지의 소유자인 철도시설관리공단과 함께 명실상부한 반값 공공임대상가를 공급할 수 있다. 청년에게는 창업성공의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은 물론 도시재생과 재건사업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천자춘추] 못 다한 이야기

참사 1천103일 만에 단원고 한 학생의 유품이 부모 품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물에 젖은 만 원짜리 5장, 학생증, 카드 등. 희생자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남은 자들도 남겨진 한(餘恨)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억울한 영혼들의 메시지를 우린 잘 들은 것일까?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여객운송시스템을 정비하고, 함께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고? 지구 위에 아무것도 없다고 상상해보자. 다만 아프리카인지 남극인지 모를 어딘 가에 가느다란 바늘 하나가 꽂혀 있다. 어딘지 모를 하늘, 비행기를 타고 가던 사람이 가느다란 명주실 하나를 떨어뜨린다. 살랑살랑 그 실이 내려와 하나밖에 없는 작은 바늘귀에 딱 꽂힐 확률! 학생들 하나하나가 세상에 태어날 확률이다. 피노키오는 인형에서 인간이 되었지만 인형도 인간도 아니다. 인형은 셀 수 없이 많다. 인간도 70억이 넘는다. 하지만 유품이 발견된 백승현군처럼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는 하나뿐이다. 기적의 존재, 단 한번 태어나, 단 한번 살고, 단 한번 죽는 절대적 일회성의 ‘나’들이다. 희생된 아이들이 남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인생의 학교에는 연습도 없고 복습도 없다.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인간은 이기적이니 사고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죽음은 대상에 무관심하다. 그런 의미에서 남은 질문이 하나 있다. 적어도 그 사건 이전까지 학생들은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예기치 못했던 그때, 짧은 인생을 행복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교육을 선물했던가? 소위 대통령 후보라는 이들의 교육공약을 보면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단순하게 가고, 가계지출 덜어주고, 평등한 교육시스템 만들고, 시대의 변화에 맞춘 인재양성 하고! 다 좋은 말인데, 비슷한 말 안한 대통령 없고, 비슷하게 끝나지 않은 대통령도 없다.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지향해야 할 방향은, 가치에 대한 사유를 포함한 행복교육이다. 짧든 길든, 아이들의 삶을 행복으로 가꾸어주기 위한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되고 싶어 안달인 건 이해하지만, 완전한 교육정책은 아니더라도 진정성 있는 고민의 흔적이나마 보고 싶다는 말이다. 김봉규 미래행복인재연구원대표

[천자춘추] 화려한 포장과 내용의 진정성

가끔 설이나 추석 명절에 받는 선물을 보면 포장이 크고 화려한데 비해 정작 안의 내용은 부실하여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켜보면 가끔 명절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발표 자료도 멋지게 작성했고 발표자의 태도도 자신감이 넘치면서 또박또박 말도 잘 한다. 더구나 국어국문학과 학생답게 구사하는 어휘도 다른 전공의 학생들보다 어려운 한자어나 개념어, 전문어 등을 무리 없이 잘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생긴다.어려운 말을 구사하며 화려한 발표 자료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발표 내용을 내 말로, 내 생각으로 꾸려야 한다는 것을 놓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빌려와서 적당히 잘 꿰어 맞춘 것일 뿐이고 자신의 고유한 견해나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말로 발표를 하기 때문에 온전히 내용을 이해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당연히 평가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학회에서 토론을 하면서 같은 경우가 있었다. 학회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논문으로 작성해서 발표하는 모임이다.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에 대해 토론자는 논의의 타당성이나 유용성, 문제점, 의의 등을 짚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논문은 부족한 논리를 채우고 모순이나 표절 등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때 토론을 했던 논문이 학생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구자는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들어온 연구자로 해외의 이론에 매우 조예가 깊었다. 해당 분야의 최신 논문들을 죽 나열하면서 영어 자료를 대상으로 한 이론에 따라 한국어 자료를 대입시켜 분석하였다. 충분히 가능한 논의로 해외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어 자료를 분석하기에 그 이론들이 적당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한국어 예에 대한 설명은 부적절하거나 타당하지 않았다. 그저 해외 이론을 내가 이만큼이나 잘 알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TV 토론이나 광고,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후보자들은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최대한 많은 공약을 쏟아낸다. 그런데 그 공약(公約)이 명절에 받는 화려한 포장의 선물 세트는 아닐까, 그저 말잔치로 끝나는 발표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매번 선거마다 속고 또 속지만, 이것도 해주겠다, 저것도 해주겠다는 후보들의 약속이 이번에는 꼭 지켜지는 진정성 있는, 책임질 수 있는 후보 자신의 말이길 간절하게 바란다. 이현희 안양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천자춘추] 내 기억 속 세월호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필자는 영국에 있었다. 학위 논문을 심사를 얼마 앞두지 않았던 때였다. 배가 기울어져 있다는 인터넷 뉴스에 안심했다. 학생 전원 구출이라는 속보도 떴다. 이미 영국은 늦은 밤이라 별다른 걱정 없이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런데 아침 뉴스를 확인하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300명이 넘는 승객이 목숨과 함께 배가 침몰한 것이다. 영국의 언론도 속보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얼마 후, 필자 소속 대학 총장명의의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수신인은 필자를 포함한 학내 모든 한국인 학생이었다. 총장은 이번 비극에 대해 조의를 표하며, 혹시 이번 사건으로 학생의 가족 혹은 친구의 피해가 있다면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학교 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책임 있는 자세에 감탄하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논문 심사 후 귀국해서 접한 한국은 웃음을 잃은 사회였다. 사람들은 표정 자체를 박탈당한 듯 보였다. 대중교통과 음식점, 심지어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의 공기도 무미건조했다. 그러다 우연히 세월호 피해자와 한 공간에 있게 되었다. 마침 집안 장례를 치르고 간 화장장에서였다. 침몰 당시 사망한 선생님에 대한 화장이 바로 곁에서 진행 중이었다. 흐느끼는 유가족과 학생들을 보며 그제야 필자도 이번 사건이 갖는 무거움을 피부로 느꼈다. 사건 발생 몇 개월이 지나 한 워크숍에서 만난 교수는 세월호 침몰을 한국전쟁과 IMF 사태와 함께 광복 후 3대 재난으로 꼽았다. 당시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했지만, 다사다난했던 지난 몇 개월을 돌이켜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어쩌면 살 수도 있었던 어린 학생들이 찬 바닷속에서 사라져 갈 때, 최고 국정운영자에 대한 불신(不信) 싹은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싹은 현직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란 헌정사 초유의 괴물로 성장해 우리 정치를 삼켜버렸다. 드디어 세월호가 물 밖으로 다시 나왔다. 여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도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결론도 못 냈다. 엄정한 진상 규명이 곧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임을 잊지 말자. 더 이상 우리 정부가 영국 대학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으면 한다. 조의행 서울신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천자춘추] 악의 축, 선의 축

우리는 동시에 추구하기 곤란해 보이는 것들을 한꺼번에 간구하면서 종종 갈등을 겪는다. 공부도 운동도 둘 다 잘할 수는 없을까? 정확도는 높이면서 시간은 단축할 수 없을까? 이런 고민들은 마치 줄다리기하듯, 일직선상의 양극단에 상반된 개념을 위치시키는 사고방식이다. 시간, 역량, 자원은 늘 부족하고 유한하므로, 한 측면에 몰입하면 다른 측면이 악화되는 상충관계는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운동을 전폐한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게 되지 않고,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오류나 불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즉, 서로를 제약한다고 여겼던 상충관계가 실제로는 독립성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상충관계라고 여겼던 개념을 두 개의 다른 축으로 간주하는 이차원적 관점을 양면성(ambidexterity)이라고 부른다. 양면적 관점은 어느 하나를 버리거나 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조직구성원의 동기부여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불만을 야기하는 요소(위생요인)와 만족을 주는 요소(동기요인)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위생요인에는 급여, 회사정책 등이 있고, 동기요인으로는 성취감, 자율성 등이 있다. 위생요인인 급여가 낮을 경우 불만이 발생하지만, 급여 수준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직무만족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즉, 위생요인을 제거하면 불만은 줄일 수 있지만 궁극적인 만족감은 얻지 못 한다. 만족감은 위생요인과는 별개로 성취감, 자율성 등을 통해 높일 수 있다. 선과 악의 갈등구조도 마찬가지이다. 악을 없앤다고 선이 구현되지 않는다. 선행을 베풀지 않는다고 악인으로 내몰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선과 악은 동시에 존재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악보다는 선을 더 행하려고 노력할 뿐이다.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정치인에게 도덕교과서를 빗대어 선악을 가르는 언쟁을 벌이곤 한다. 언쟁에서 밀린다 싶으면, ‘다 그 놈이 그 놈이다’라며 짐짓 세상을 통달한 냥 슬며시 발을 빼기도 한다. 애초부터 정치에 절대선을 비교 잣대로 사용하는 방향이 잘못 맞춰졌는지 모른다. 정치를 ‘덜 나쁜 놈을 골라내는 과정’으로 정의했던 함석헌 선생의 금언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양면성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진취적인 노력이기도 하다. 진취성을 잃지 않고 건전한 사회적 양면성을 구현하려면, ‘뽑을 놈이 없다’라고 말하는 졸렬한 자세를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한다. 우형록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

[천자춘추] 신입사원을 채용하며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한 서류심사를 하다 느낀 점이 있다. 대학교를 4년에 마친 지원자가 없었다. 군복무를 하느라 졸업이 지연된 것을 감안해도 남녀를 불문하고 제때에 졸업하는 지원자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대략 평균적으로 1년 반 정도는 해외 어학연수나 인턴십을 하느라 졸업이 늦어진 것으로 보였다. 졸업이 늦으면 취업도 늦고 결혼과 출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온갖 자격증과 어학연수, 인턴경력으로 이력서를 채운 것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나름 스펙을 쌓는 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국내에 어학연수가 꼭 필요한 직업이 얼마나 될까? 일관성 없는 여러 인턴 경력도 마찬가지였다. 지원자보다 그 부모의 능력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뽑아놓고 보니 합격자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재학중에 학회나 동아리활동을 통해 자신이 지원하는 업무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했고 그것을 사례분석의 형태로 제시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경험은 부족하나 업무 수행을 위한 기본 지식은 갖추고 있었다. 역시 자신이 원하는 업종을 콕 집어 꾸준히 실력을 쌓는 것이 최우선이다. 저성장시대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의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제대로 된 대비책을 만들지 못한 기성세대 탓이다. 당장 일자리를 늘리기가 어렵다면 일괄 공채보다 업무의 특성을 고려한 직능별 채용을 일반화했으면 한다. 젊은이들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 더 빨리 취업하면 부모들의 부담도 줄어 노후대비에 도움이 될 테니까. 첫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 어느 직장이 연봉이 높고 고용이 안정되었는가를 따지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봤으면 한다. 어떤 업종은 개인의 노력에 의해 성과가 결정되고 그에 따른 평가를 받는다. 반면에 개인보다도 동료 직원이나 다른 여러 부서의 협력을 통해 성과가 이루어지는 업종도 있다. 만족스런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이 직장문화와 잘 어울리는가 여부가 중요하다.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

[천자춘추] 국민건강 증진 기여하는 병역판정검사

병무청의 병역판정검사 과정은 병역의무자의 심리검사, 영상의학검사, 진단의학검사, 신장체중, 시력, 혈압측정 등 기본검사를 실시하고 신체에 이상이 있다고 확인될 경우에는 해당과의 정밀검사 필요자로 구분하여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병역판정검사 과목 중 국민건강검진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 중의 하나가 흉부 방사선 검사인데 척추측만증, 기흉, 폐결핵, 심장비대 등을 진단할 수 있다. 척추측만증은 변형이 심한 경우에는 주위의 장기를 전위시키거나 압박하여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성이 있다. 자연 기흉은 폐의 가장 윗부분의 흉막하에 있는 작은 공기주머니에 의해 발생한다. 증상으로는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다. 흉부 방사선 촬영에서 폐결핵이 자주 발견된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결핵 발생건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폐결핵은 초기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병역판정검사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입영 후 병영 내 집단생활로 인한 결핵 전파력이 높은 점 등을 감안하여 군부대 내 결핵 발병 예방을 위한 범국가적 정책으로 병무청은 2017년부터 병역판정검사 수검자에 대해 잠복결핵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폐결핵으로 확진된 경우 거주지 보건소장에게 통보하여 관리하게 된다. 기본검사가 끝나면 각 과목별 신체검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과거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질병이 있는 경우 질병상태 문진표 및 지참진단서 등을 참조하여 신체건강한 자와 정밀검사자로 구분하여 실시한다.신체건강한 자로 분류된 사람은 수석 병역판정검사 전담의사가 각 과목별로 상세히 문진하여 검사한 후 신체등급을 판정하고, 정밀검사 대상자로 분류된 사람은 해당 과목 병역판정검사 전담의사의 정밀 신체검사를 거쳐 수석 병역판정검사 전담의사가 재확인 문진ㆍ검사한 후 신체등급을 판정한다. 이와 같이 병역판정검사는 과목별 전문의로 구성된 병역판정검사 전담의사가 검사를 하고 있으며, 정밀한 검사로 정확한 신체 상태를 확인하여 정예자원 선발을 하는 가장 큰 역할 이외에도 젊음으로 인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질병의 조기 발견으로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부수적인 역할도 크다. 경인지방병무청은 앞으로도 정확한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며, 정부 3.0시대에 부응하는 병역판정검사시스템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김태화 경인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 나눔

배불리 먹고 난 후 남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아쉬움이 있지만 내 것을 쪼개고 포기하며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줘서 이롭게 함이 ‘나눔’이라 말하고 싶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기부와 나눔의 만남을 통해 경기도민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우리동네 학습공간’이라는 특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평생학습문화 확산에 따른 평생학습 동아리나 교육기부 같은 학습활동이 증가하는 데 비해, 이들이 활용 가능한 지역 내 학습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지역사회에 있는 카페, 미술관, 음식점, 마을회관, 노인정 등 다양한 시설의 유휴공간을 발굴해 도민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뜻있는 분들의 기부를 통해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렇듯 학습공간이 조성되면 학습자는 무료로 근거리 내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재능기부를 통해 만들어진 각종 강좌를 비롯하여 동아리 모임, 토론회, 아이디어 회의 등을 시설주가 개방한 공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했다.이 사업을 통해 기쁜 마음으로 기부를 실천하는 이들을 보면서 장미꽃을 전하는 사람의 손에는 장미향이 남는다는 말처럼 봉사와 나눔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간의 진행 과정을 보면 우리 진흥원은 2015년 학습공간 70개 시설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경기도 30개 시·군에 267개 학습공간을 지정하며 1천600여 명이 넘는 도민이 참여하였다. 특히 홈플러스와 같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자 하는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사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온 점이 또 다른 보람이었다. 올해도 250여 개 신규시설을 모집해 500여 개 이상의 학습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이며 향후 10년 내 5천 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현재 민(民) 위주의 참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官)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다시 말씀드리면 도내 공공시설의 유휴공간을 도민들에게 적극 개방하여 공유문화 형성 등 자발적인 주민 모임의 활성화가 도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복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진흥원 또한 평생학습 사업을 통해 도민께 즐거움과 기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리동네 학습공간’과 같은 나눔의 운동을 통해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 가고 전파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경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천자춘추] 논·밭두렁 태우기의 허와 실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논밭두렁을 태우는 농업인들이 아직도 눈에 띈다. 논밭두렁 태우기의 풍속은 해마다 정월대보름 하루 전날부터 진행하던 쥐불놀이 행사에서 유래한다. 이러한 쥐불놀이는 우리 선조들이 풍년 농사를 위해 쥐구멍 속에 든 쥐를 질식시키고 마른풀에 나붙은 해충을 죽이기 위한 것으로 마을 동산에 둥근 달이 떠오르면 온 동네 아이들이 횃불과 깡통을 하나씩 들고 나와서 시작을 하는데 빈 깡통을 이용하는 것은 빈 깡통에 구멍을 뚫고 오래 탈 수 있는 장작개비나 솔방울을 넣은 다음 불 소시개를 넣고 허공에 빙글빙글 돌려서 활활 타게 하여 “망월이야”외치면서 밭두렁과 논두렁 마른 잔디에 불을 쉽게 연속적으로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농촌 지역에서 관례적으로 논밭두렁의 병해충 방제와 주변지역 청소를 위해 해오던 논밭두렁 태우기와 영농 폐기물 소각 행위는 인명피해는 물론 산불로 이어지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논밭두렁을 태우면 병해충이 방제 된다는 고정 관념이 있어 농촌지역에서 겨울부터 봄까지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으나,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를 보면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농촌에서 관행으로 이뤄지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방제 효과는 낮고, 오히려 익충 피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면 애멸구벼물바구미끝동매미충 등을 일으키는 해충류는 11%가 방제되지만, 거미톡톡이 등 농사에 도움을 주는 천적 곤충류는 89%나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 위치한 논밭두렁 3㎡의 면적에 서식하는 곤충의 밀도를 조사한 결과, 총 8천164마리가 나왔는데 이중 애멸구, 끝동매미충 등 해충은 908마리에 불과했고, 거미와 톡톡이 등 이로운 곤충은 7천256마리로 조사됐다. 특히 벼물바구미애멸구와 같은 해충은 야산의 땅속과 논밭두렁 잡초 흙속 뿌리에 붙어 월동하기 때문에 불을 놓아도 잘 죽지 않고, 오히려 논두렁에 서식하는 거미와 톡톡이 등 이로운 곤충만 태워 죽이게 된다. 또한 논밭두렁은 태운 지 60일이 지나야 식생과 동물상이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해 75일이 지난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자연생태계의 교란과 파괴로 인한 2차 피해도 우려된다. 그리고 논밭두렁은 인근 야산과 연계되어 있어 자칫 대형 산불로 진행되어 우리가 애써 가꾼 살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게 하는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이어지고 있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김완수 경기도농업기술원 강소농 전문위원

[천자춘추] 도시를 이해하기

얼마 전 대선후보의 도시재생사업의 공약발표로 모든 관심들이 집중한 듯하다. 공약발표를 하나하나 들쳐보면 국가기관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사업에 명칭만 바꾼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현재의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에는 이의가 없으나 현재진행중인 사업을 새로운 사업인양 발표하는 것은 조금은 위험하지 않을까? 현재 진행중인 정부의 사업을 정리만 했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현재의 사업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더 색다른 무엇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하면 매년10조원과 노후 주거지 500곳을 살리는 것이 색다르다고 이야기 할것인가? 도시재생 정책을 만들기전 실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 수요대상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 그지역만의 정체성을 잘 살릴수 있는가? 세 번째 대상지의 커뮤니티를 어떤식으로 참여시킬것인가? 이다. 세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 문화, 경제기반으로 주민 참여가 기반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또한 대선후보가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하고자 하는 것인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어느 부분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도 고려해야하며, 정부의 정책사업이 발표되면 지역의 정체성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비슷비슷한 도시가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긍적적 평가를 못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역의 구성원들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용만 할것인지 지속성을 가지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도 다시금 생각해야한다. 4월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공동으로 ‘도시경제 자문위원회’와 현장 지원기구 ‘도시경제 지원센터’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도시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도시와 경제라는 명칭을 함께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할 만하다. 자문위원회와 지원센터를 설립한다고 도시재생을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경제를 기반으로의 방법에 기대를 걸어본다. 경제기반만으로 도시재생을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의 지속성을 만들기위한 경제기반 마련은 중요한 포인트이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경제 기반을 적용하는 것은 차이가 있겠지만 사회적경제를 적용하여 경제기반을 만드는 것을 제안해본다. 대선으로 도시재생이 이슈가 되었지만 정치적인 공약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함께사는 공동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이길 간절히 바래본다. 전경희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천자춘추] 정치인과 정치로봇

벚꽃경선 장미대선. 지금 대학 캠퍼스에는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화사하게 피고 있으며, 조마간 길거리의 벚꽃들도 화사하게 필 것 같다. 화사한 봄 날씨는 이제 계절의 여왕, 5월을 향해 가고 있으며, 각 정당의 대선주자로 결정된 대통령 후보자들도 5월 9일, 그 운명의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4월 30일 일요일,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월 3일 석가탄신일, 5월 5일 어린이날, 5월 7일 일요일, 그리고 5월 9일 화요일,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날이다. 일주일 간의 황금 연휴가 끝나고 나서 누가 과연 장미의 왕관을 쓰게 될 것인가? 대통령 탄핵 이후에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국민들이 얼마나 선거에 참여할지도 관점 포인트이다. 사전을 보면 정치(政治)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로 정의되어 있으며, 이런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정치인(人)이라고 한다. 통상 올바른 정치철학을 갖고 국민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인을 정치가라고 한다면, 자신의 사리사욕과 영리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인을 정치꾼이라 하곤 한다. 우리가 투표할 때는 국민의 의견을 대변할 정치가를 원한다. 그렇다면 정책을 잘 평가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정치로봇이 있다면, 인간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나와서 정치를 하게 된다면, 국민들이 우려했던 대부분의 정치적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은 중요한 결정에 대한 정보파악, 증거분석, 대조·요약하고 다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추론의 근거를 마련한다. 또한 정치로봇은 쏟아져 나오는 뉴스, 정책 브리핑, 전문가 분석, 국민의 민원, 다양한 종류의 정량적 데이터 등을 포함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의 대안이나 대처 법안, 제도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로바마(Robama, 로봇과 오바마의 합성어)’라는 로봇이 정치인의 의사결정을 돕고 있으며, 그 다음 단계로 정치인의 의사결정을 대행할 AI 기반의 의사결정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정치로봇에 의한 미래 정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김두환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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