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음주운전 처벌 대폭 강화해야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스포츠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최근 프로농구에서도 한 명의 스타가 사고를 저질러 명예를 잃었다.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 소속의 김지완(27)이다. 4월9일 오전 8시경 강남구에서 한 상점 벽을 차로 들이받는 사고를 냈는데,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26%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김지완은 바로 전날까지 프로농구 팬들을 들끓게 했던 6강 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이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전자랜드의 반란을 이끌었다. 비록 6강 시리즈에서는 졌지만, 남다른 개인기와 강심장으로 몇 번이나 인터뷰를 하는 등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렇기에 이 사고가 더 안타깝다. 혹시나 차로 받은 대상이 벽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사고를 냈지만 본인을 포함, 누구도 다치지 않은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유감이다. ‘스타’로 불리던 선수들이 음주운전 사고로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잘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선망의 대상과도 같은 스포츠 선수들의 이러한 일탈 행위에 대한 징계는 비교적 가볍게 다뤄졌다. ‘반성’과 ‘뉘우침’이란 표현과 함께 가벼운 징계만이 뒤따랐던 것이다.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사고를 냈던 김민구 역시 사회봉사로 마무리됐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8년에도 농구단 코치가 비슷한 사고를 냈지만 조용히 넘어갔다.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고 뒤에 소속 연맹의 조치가 유감스러웠다. ‘솜방망이’의 역사는 그때부터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직 김지완 건에 대한 연맹이나 구단의 징계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연맹과 구단도 독하게 마음을 먹을 필요가 있다. 현재 프로농구 위치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김지완은 이번 사고로 인해 명예를 잃었다. 그 어떤 활약을 보이더라도 한동안 불신의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다. 현재 그는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신청을 해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혹시 모를 사건사고에 대비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징계가 필요하다. 한 줄 만 더 쓰자. 선수들이여, ‘몸’이 생명이다. 자비 들여서 개인훈련까지 하는 세상에 대리운전 비용 아까워 말자. 몸이 보내는 신호도 잘 듣자. 손대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천자춘추] ‘빠르게’ 아닌 ‘바르게’ 하는 공약

대한민국 체육은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을 빠르게 달려왔다. 엘리트 체육은 세계 5위권을 넘나들고 있고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Formular 1,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다 개최하여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였다. 지금까지 스포츠 이벤트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나라는 4개 국가(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이지만 30년 만에 모두 다 개최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가장 빠른 기록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스포츠 이벤트 성장 발전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지난 일요일에 열린 체육인 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표를 위해 ‘체육 공약’을 내놓고 체육인들의 지지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들의 공약을 보면 체육계의 현안 문제들을 다 끄집어내어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공약이 내실과 실천이 있어야지 비어있는 공약(空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 어제는 빠르게 했지만 이제는 국민체육 진흥 공단 표어처럼 바르게 해야 한다. 이 말은 내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니라 국민 체육 진흥 공단 표어 중 하나이다. 바르게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첫째, 거래가 아니라 관계의 스포츠를 만들어야 한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관계이다. 우리는 승부 후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성과를 위한 거래를 위해 달려왔다. 운동선수가 대회 후에, 학교 졸업 후에, 메달을 딴 후에, 무엇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후에, 지역과 국가가 무엇으로 관계를 맺을 것인가? 올림픽 문화가 국민들과 어떤 문화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 공약을 내세운 이유가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스포츠 발전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셋째, 성장주의가 아니라 공생하는 스포츠 경제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생을 위해서는 공감, 공유,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스포츠인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제는 ‘빠르게’가 아닌 ‘바르게’ 하는 체육 공약을 만들어 실천함으로써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넘어

서양음악의 발전은 불협화음정의 수용에 기초한다. 오르가눔의 완전음정에서 근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온음계의 7음, 9음, 11음, 13음을 차례로 받아들였다. 무조성은 기능화성의 주종(主從)관계를 허물었고, 음악의 구조와 색채는 익숙한 틀을 버렸다. 무조음악은 일반 청중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음향은 아니다. 전개구조도 기존 방식과 달라 마치 음악이 아닌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음악은 조성에 붙잡혀 있는 것이 아니다. 2000년의 음악사에서 장·단음계가 지배한 기간은 200여년에 불과하다. 음악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에 따라 조성과 무조성의 구분에 의미가 사라진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 아이오와 주(州)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금지된 사랑 이야기다. 프란체스카는 사진작가 로버트와 우연히 사랑을 하게 된다. 감정은 기능화성처럼 진행하지 않는다. 부부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자신을 만난다. 잊고 살던 감정이 살아나 자기 삶을 바라보지만 현실은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는 현실의 의무와 사랑의 감정에 충실한 프란체스카를 번민 가운데에 세워놓고,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불편한 판단을 요구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하오. 한 번도 말해본 적이 없소.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로버트는 그녀와 함께 떠나고 싶어 한다. 프란체스카는, “평생을 바치고 싶어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면서요. 하지만 같이 떠나면 그게 사라져요. 다른 삶을 살려고 모든 걸 버릴 수가 없어요.” 라고 하며 마음속에만 자신들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한다. “내 일생을 가족에게 바쳤으니 내 마지막은 로버트에게 바치고 싶다.” 프란체스카는 다리에 자신을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삶은 의미로 각인된 순간의 기억들이 규정한다. 나흘 동안의 감정이었지만 시간의 길고 짧음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프란체스카가 이상과 현실에 동등한 비중을 둠으로서 영화를 보는 관객은 불편함과 공감 사이에서 고민한다. 고뇌의 양단을 보여주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 때문이다. 도덕은 진리가 아니라 시대의 가치에 따라 가변의 속성을 갖는다. 예술은 현실의 가변성을 가치의 다양성으로 사유하게 한다. 관습과 금기의 벽을 부수는 일이 예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개연성 있는 가정(假定)을 당위로 설정하고 이면의 가치를 은유로 슬쩍 던진다. 서양음악이 무조화성을 담아내기까지는 경계를 허문 진보 작곡가들이 있었다. 초연을 듣고 이해가 되지 않아 야유와 비난을 퍼부었던 I.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같은 작품도 현대고전으로 자리를 옮긴 지 오래되었다. 불륜과 로맨스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1995년, 당시 국내 흥행에 실패한 이 영화가 이달 중순 22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예전과 다른 시선으로 프란체스카의 감정을 자신에게 이입하며, 죽은 후 함께 잠들고 싶은 사람이 있기는 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떠한가. 주용수 작곡가·한국복지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주전자 속 개구리와 道 환경행정

정치는 변화의 가능성을 조직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변화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변화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권력지도를 바꾸고 있는 ‘촛불 혁명’도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 만들어 냈다. 정치권이 우물쭈물 눈치보는 사이 국민이 정치판을 갈아 엎자고 나선 것이다. ‘변화’는 주체와 객체가 명확하게 갈린다. 변화의 방향은 시대의식이 결정하고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변화를 거부하거나, 변화를 거스르거나, 심지어는 변화에 태만하여도 변화의 대상이 되고 만다. “변화시키지 않으면 변화 당한다(Change or Be Changed)”. 이것이 정치와 변화의 본질적 관계이다. 경기도 행정조직도 변화할 때가 왔다. 모든 도시의 흥망성쇠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 잡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변화에 둔감한 도시와 지역은 반드시 쇠퇴한다는 게 진리다. 흥하는 도시에는 반드시 변화를 선도하는 정치(인)와 행정이 있고, 망하는 도시에는 반드시 변화를 따라가지도 못하는 정치(인)와 행정이 있다. 행정체계가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기는커녕 발목을 붙잡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환경, 생태, 공원녹지, 물, 에너지 분야의 통합적인 계획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환경행정체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자원, 에너지 소비 확대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 환경위기에 대응한 친환경에너지 이용체계로의 경제구조 개편과 강력한 환경규제 신설 등 필요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그러나 지금처럼 환경, 생태, 물, 에너지, 녹지 등 업무가 여러 실·국으로 분산돼 정책설계부터 집행까지 유기적인 협력조차 힘든 구조에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조차 숨이 가쁘다. 변화된 환경과 새로운 정책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경기도가 지향하는 미래상을 제시하며 31개 시·군의 변화를 이끌 수 있기 위해서는 경기도부터 먼저 행정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그것도 야심차게, 획기적으로, 압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마지못해 시늉만 내거니 억지춘향식으로는 따라가서는 차라리 안하니만 못한 경우가 많다. 미구에 닥칠 위험도 모르는 주전자 속의 개구리가 돼서는 안된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천자춘추] 선제타격의 조건

현지시간으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미국 플로리다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대선기간 중에도 대중 강경책을 쏟아냈던 ‘스트롱맨’ 트럼프는 이번 정상회담에도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 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영리함이 드러난다. 미국은 중국의 확실한 대북 조치가 없는 이상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북한을 지원해 온 중국의 기업과 은행을 제재할 것이며, ‘독자적 군사 행위’까지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경제 및 무역 문제와 북핵을 연계시켜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정부를 거세게 몰아붙이고자 한다. 물론 트럼프의 전략이 이미 공개된 이상 중국 역시 수세 중 실리를 도모할 것이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읽다 보니 ‘독자적 군사행위’라는 한 글귀가 마음에 걸린다. 최근 빈번히 언론에 등장하는 ‘선제타격’과 동의어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미 고위 인사들에 대북 강경발언은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쏟아져 왔다.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인 제임스 메티스 역시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적 공격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 국방장관인 애쉬 카터조차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로 ‘선제타격’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초당적으로 보고 있다. ‘선제타격’은 국제법적으로 논란이 많은 군사행위지이만, 매력적인 군사적 옵션 중 하나이다. 다만 그 성공여부는 은밀함과 신속성에 있다. ‘선제타격’을 공공연히 공표하면 공표할수록 그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상대가 미리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제타격’을 여러 차례 성공시킨 국가인 이스라엘에게 이란 핵시설 역시 그 타격 대상이었다. 이에 이란 정부는 핵 시설을 민간인 거주 지역으로 분산시킴으로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대북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은 이미 낯설지 않다. 일반 국민의 귀에도 익숙할 대로 익숙해졌다. 이처럼 빈번히 사용되어 온 ‘선제공격’이니 실제 사용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이니 장담은 금물이다. 다만 우리의 문제가 강대국의 협상도구로 쓰인다는 현실만은 여전히 씁쓸하다. 조의행 서울신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천자춘추] 더 평등한 동물들

인간은 평등을 원한다.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다. 프랑스 혁명이후 평등과 자유를 향한 노력은 멈춘 적도 없다. 장하준교수의 말처럼 실제 노예해방이나 여권신장을 보면 사회적 불평등이 많은 부분 해소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뭔가 찝찝하다.의식 안에도 정말 평등이 자리 잡은 것일까? 소위 말하는 ‘갑질’, 나아가 인격을 몸값과 동일시하는 현상은 뭘까? 티코는 티코의 인격, 벤츠는 벤츠의 인격이 있다. 타워펠리스와 임대아파트의 인격이 다르고, 인간의 가치가 VVVIP클래스부터 기초수급자까지 다양하게 매겨진다. 과거엔 양반에서 천민까지 네 계급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비가시적 신분제가 더 확대, 심화된 듯하다. 마르크스는 순진했다. 부르주아를 전복하여 평등하게 만들어주면 다 행복해할 줄 믿었다. 하지만 공산주의는 망했다. 왜? 평등했기 때문이다. 사는 수준이 모두 고만고만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너무 착하게 봤다. 인간은 평등을 원하지 않는다. 아담 스미스는 영악했다. 개인주의라며 마음껏 불평등해지라고 했다. 공정경쟁과 기회균등의 원칙이란 이데올로기로 허구적 평등을 감추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불평등을 포장했다. 역사를 보면 평등의 외침은 늘 밑에서 위로 향했었다. 노예, 흑인, 여성 그리고 무산계급이 평등을 외쳤지 상위계층은 아니었다. 그들도 평등해지면 다음은 불평등을 원했다. 세상은 몰라도 인간본성은 변하기 어렵다. 권력과 부를 향한 비교욕망은 자신과 타인들과의 평등한 삶을 거부하게 되어 있다. 왜 ‘모두의 행복’이란 정치인들의 공약이 당선되면 ‘자신과 주변인만의 행복’으로 변질되고 부패하는가? 차별화되고 싶은 욕망에 날개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엔 두 종류의 권력자만 있는 듯하다.실제 권력을 가진 자, 그리고 머리 속에만 권력이 가득한 자.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을 국가의 리더로 세울 수 없는 본질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상적인 평등은 차치하고 불평등만이라도 최소화하고 싶다면 개인이 구조를 지배하지 못하고 구조가 개인을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후보 캠프에만 폴리페서가 1천명이 모였다고 한다. 정치철새들을 보면 하나같이 참 말들이 그럴 듯하다. 나라 걱정들을 얼마나 들 하시는지. 하지만 영혼엔 결국 한 가지 생각뿐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그러니 이번 정권에서도 한탕 해야지!’ 김봉규 미래행복인재연구원대표

[천자춘추] 부분이 전체다?

며칠 전 박사학위를 갓 받은 후배가 맛있는 과자를 사 들고 연구실로 찾아왔다. 학위를 받고 강의 자리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한 과목이나마 강의를 부탁한 선배가 고마웠던 것 같다. 학위논문 이야기를 하다가 김영란법 이야기가 나왔다.지도교수님께서 “김영란법 문제도 있고 하니 밥값은 각자 냅시다”하며 외부에서 오신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6천원 씩 걷어서 식사비용을 내셨단다. 심사를 받는 자신은 일부러 먼 길을 와주신 외부 심사위원들께 송구하고 민망했지만 지도교수님의 깔끔하고 엄격한 성격을 잘 아는지라 토를 달수도 없었다고 했다. 학부 때부터 뵌 선생님이셔서 그 장면이 너무도 눈에 선해 빙그레 웃음이 났다. 그런데 그날 저녁 뉴스에 어떤 교수가 정치 모임에 학생들을 동원하고 연구비로 아이들 밥을 사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도대체 그런 교수가 어디 있나 싶었다. 학생들에게 못된 짓을 한다는 교수, 연구비를 유용한다는 교수,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따라다니느라 정작 학교에는 있지도 않다는 교수, 심심치 않게 언론의 단골 기사가 된다.특히나 그런 교수들이 있는 대학은 그 대학 모든 교수가 그런 것처럼 여론과 네티즌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언론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이겠으나 백면서생인 교수들이 그리 되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말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한두 사람의 잘못이 그가 속한 집단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특정 업체 몇 곳의 잘못을 고발해 나머지 해당 업종 전체에 큰 피해를 준 방송도 있고, 인기를 구가하던 연예인이 아니면 말고 식의 스캔들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아기를 때렸다는 어린이집이 방송에라도 나오면 박봉에도 아이가 좋아 힘들게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집 교사들 모두 죄인이 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다니는 식당,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이런 문제와 큰 상관이 없지 않은가. 모든 곳이 다 그런 것처럼 비난하고 화를 내는 것이 맞는 것일까?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운다 했다. 정작 우리는 화를 내야 할 순간, 비난해야 할 사람, 뜯어 고쳐야 할 곳, 그 몇몇을 보면서 그 전체를 다 없애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현희 안양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천자춘추] 단기투자의 덫

미국 금융시장의 지난 백 년여 간의 통계를 보면 주식 시장은 단기간의 부침은 있지만 결국 꾸준히 올라 채권의 수익률을 앞서는 성과를 냈다. 주식이 채권보다 위험 부담이 크다 보니 당연한 결과다. 우리 금융시장도 고위험 고수익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시장은 평균적으로 올라가는데 왜 내 주변에는 주식으로 수익을 냈다는 사람이 적을까?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의 선택이 평균적이라고 보면 단기투자의 폐해가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가 직접 주식투자를 할 경우 오프 라인 매매의 비용은 살 때 0.5%, 팔 때 0.5%에 거래세 0.3%까지 합이 1.3%이다. 잦은 매매는 증권회사의 배를 불려주고 국가재정에 기여는 해도 투자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온라인 매매의 경우 매매수수료를 10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어 절감된 비용이 수익으로 돌아온다. 펀드 등을 이용한 간접투자의 경우도 단기투자의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도 돈의 주인으로부터 비교적 단기의 성과에 의해 평가를 받다 보니 지금 당장 올라가는 주식을 쫓아다니는 시장 추종매매를 하게 된다.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한 훈련을 받을 때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정석투자법을 배운다. 그러나 현실에선 성과에 쫓기다 보니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단기매매를 하고 그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의 운용자가 얼마나 자주 바뀌는가를 보고 투자원칙이 유지되는가를 판단할 수 있다. 현행 펀드의 수수료 체계도 단기투자를 조장한다. 특히 선취 판매수수료 제도에서는 펀드 가입 시 일년치 판매수수료를 먼저 떼고 중도 해약 후 재가입하면 다시 일년치 수수료를 뗀다. 당연히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면 일단 수익을 챙기라며 해지하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할 동기가 발생한다. 투자를 해서 단기간에 수익을 얻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라면 주식시장은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 장기간에 걸쳐 투자했을 때 채권보다 높은 평균 수익률을 제공해왔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

[천자춘추] 강이 매번 금도끼 선물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조직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길 바란다. 이런 심리를 쫓아 열정이나 도전과 같은 수백 가지 성공요인이 끊임없이 시중에 회자된다. 교과서에나 나옴직한 이야기라 감동이 없는 모양이다. 가끔 현실적이고 뾰족한 방책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는다. 씁쓰레하지만, ‘금도끼 은도끼’ 동화에 나오는 산신령이 되어 보라는 충고가 곧잘 먹힌다. 나무꾼을 조직의 임원이나 관리자에 비유하여 산신령처럼 행동해 보라는 뜻이다. 즉, 애초에 원했던 헌 쇠도끼를 능가하는 금도끼, 은도끼라는 대안까지 제시하는 태도와 능력에 방점을 두었다. 도끼 찾아 달랬더니 해질녘에 나타나 ‘다 찾아 봤는데 없소’라고 보고하는 산신령을 조직의 나무꾼은 좋아하지 않는다. 과정이야 어떻든 빈손의 산신령은 나무꾼에게 가용한 시간만 낭비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도끼 찾는 목적과 용도를 파악해서, 여의찮으면 자기 대안이라도 찾아 내보이는 것이 역량이다. 당초보다 탁월한 금도끼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여기에서 관리자가 무능하다고, 찾을 도끼의 모양새나 위치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는데 십중팔구는 과도한 기대이다. 궁극적으로 관리자는 디테일에 강한 실무진이 아니다. 관리자의 주요 가치는 과거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지한 효율적 의사결정이다. 실황 파악에는 미흡하고 방향은 개략적일 수 있다. 문제는 소통이다. 관리자 중에는 빈약한 디테일을 들어내기 싫어서 질문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말도 못 알아듣습니까!’로 핀잔주기 일쑤이다. 결핍된 관계는 나쁜 관성을 만든다. 시나브로 직원들도 물어보는 행위를 무능의 소치로 여기게 된다. 소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풍토가 정착된 것이다. 사라진 질문은, 과거지사를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동태적인 지금의 환경에서 조직의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한다. ‘금도끼 은도끼’의 원작은 고대 그리스의 이솝우화이다. 이미 중세 때부터 ‘강이 매번 금도끼를 선물하지는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었다. 질문을 금기시 하고 속칭 ‘삽질’을 조장하는 조직의 관리자들이 유념할 경구이다. 그러고 보니 이솝우화에서 산신령으로 등장하는 헤르메스는 길을 안내해 주는 친절한 신이자, 저승길까지 인도하는 저승사자이기도 하다. 우형록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

[천자춘추] 청명

누가 내 삶의 주변 여건을 만들어 주는가. 많은 원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핑계와 변명들이 있겠지만 결국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모든 일은 원인과 결과를 떠나서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요즘 뜻하지 않게 적잖은 심적 혼란을 겪고 있다. 나는 이럴 때면 제법 먼 거리 긴 시간을 뛰거나 묵주를 들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 올 1월18일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과 통합한 파주 영어마을이 거꾸로 캠퍼스, 체인지업 캠퍼스 등으로 아직 제 이름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창의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의 시대적 과제를 안고 부푼 꿈으로 희망차게 출발했으나 아직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오늘 걷기를 선택했다. 푸르게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이 탁한 가슴에 상쾌한 공기를 뿜어주며 반갑게 반기고 운동을 위해 찾은 사람들의 열기로 둑길은 생기가 돋아나고 광명과 금천구를 잇는 징검다리에 어린아이들이 조잘거리며 노는 모습은 메아리로 울려 퍼진다. 잠깐 멈춰 생각해본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미래형 교육 보급과 확산을 위한 시도가 출발 선상에서 한 걸음도 못 나아가고 있는 현실을 우리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우리는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감을 알지만 넘침에는 그 감사함을 알지 못한다.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결코 적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파주 영어마을에는 경기도 교육을 고민하는 분들이 서로 협치의 정신으로 다가선다면 함께 크고 위대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교육 콘텐츠를 양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파도가 없는 바다가 없듯이 굴곡이 없는 좋은 결과는 없다. 이제 3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곧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 청명(淸明)이다. 청명이란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으로 이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로 바야흐로 농사의 준비 작업이 시작된다. 대지 27만8천252㎡(축구장 39개 정도), 건물 49동, 745명 수용 숙소. 이 거대한 경기도의 교육 인프라인 파주 영어마을이 청명 절기에 기지개를 활짝 켜기를 바랄 뿐이다. 추위를 몰아내고 새롭게 찾아온 봄처럼 영어마을 역시 새로운 목적과 기능으로 출발하여 이곳을 통해 교육의 즐거움을 느끼고 삶의 변화를 체험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김경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천자춘추] 미래예측과 세계관

오랫동안 지인으로 알고 있던 목사님으로부터 미래예측과 세계관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고 난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 것 같았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세계관(world view)이란 ‘세계와 인간의 관계 및 인생의 가치나 의의에 대한 통일적인 관점’이다. 세계관이 독특한 의미로 사용되어진 시기는 1800년경이며, 그 당시 근대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슐라이어마허는 세계관이란 세계와 인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인간의 사고·감정·의지·행위와 관련하여 하나의 의미있는 사상으로 보았다.다양한 세계관에 대한 정의가 있지만, 통상 우리가 이해하기 용이한 것은 월터 윙크의 정의이다. ‘세계관이란 한 사람이 사물들에 대해서 갖고 있는 기본적 신념들의 포괄적인 틀이다’ 즉 사물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사고의 틀이다. 세계관은 자연에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사고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따라서 미래예측을 통해 한 개인의 세계관이 충분히 바뀔 수 있을 듯 하다. 미래예측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의가 있다. 특히 세계관과 관련되어서는 피터 드러커의 정의가 제격일 듯싶다. 미래예측이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미래성을 이해하고 현재를 분명히 아는 것이 핵심’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현재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래예측은 과거 발생된 사건들로 인해 인간생활에 끼치는 강력한 영향들이 현재라는 통로를 통해 미래로 어떻게 확산되는지에 대한 고려이다. 그러하기에 과거를 거쳐 현재를 통과하는 강력한 추동력을 찾는 것이 미래예측의 핵심이다. 이는 메가트랜드급에 해당되는 이슈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과거의 수많은 사건들이 현재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오게 되고, 현재라는 임계점을 통과한 이슈는 미래를 향해 돌진하게 될 것이다. 블랙홀 같은 현재라는 임계점, 이것이 바로 세계관이다. 김두환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천자춘추] 특별사법경찰, 공정한 병역이행 이끈다

병무청에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병역면탈 범죄에 효과적·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2년 4월18일부로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동안 일반사법경찰이 병역면탈범죄를 수사했으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병무청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이다. 일반사법경찰은 살인·강도 등 범죄 단속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병무행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병역면탈 범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었다. 병무청에 특별사법경찰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문수사관 보강 및 직무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제도도입 이후 적발한 병역면탈 범죄는 2012년 9명, 2013년 45명, 2014년 43명, 2015년 47명, 2016년 54명, 2017년 1월 5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정신질환 위장이 49건(24%)로 가장 많았고 고의 문신이 47건(23%), 고의 체중 증·감량 46건(23%), 안과 질활 위장 20건(10%), 기타 41건(20%) 순이다. 범죄 수법을 보면 과거와 달리 다양화되고 지능화됐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병역면탈을 모의하고 병역면제된 것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랑할 정도로 과감해졌다. 이에 따라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의 역할이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병무청 특별사법경찰 도입의 목적은 ‘예외 없는 병역의무 이행으로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만들기’라는 대명제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 특별사법경찰은 모든 역량을 다해 어느 누구도 병역면탈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병무청은 온 국민이 병역의무이행이 단순한 국민의 ‘의무’가 아닌 내 나라는 내가 지켜 밝은 미래 국가를 만드는 자랑스러운 가치임을 인식하여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위해 공정한 병역이행 문화 정착으로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 할 것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묵묵히 국토방위를 지키고 있을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태화 경인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 황사에도 대비할 때이다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황사는 주로 3~5월에 집중 발생되고 있어 이에 대한 피해방지대책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 자주 예보되는 미세먼지 발생예보도 황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주의가 더욱 요망된다. 우리나라에서 포집된 황사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PH는 7.9정도, 유기물은 66gkg-1, 치환성 양이온은 Mg 5.1, Ca 46.3, Na 6.3cm oℓ kg-1 으로 일반 밭토양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황사가 발생되어 나타나는 피해를 보면 태양빛을 차단하고 산란시켜 시정을 악화시키고 지구대기의 열수지에 영향을 미치며, 구름생성을 위한 응결핵의 증가와 호흡기관의 침투, 안질환 유발 등 건강상의 문제, 그리고 빨래, 음식물 등에 대한 오염, 항공기 엔진손상 및 이착륙시 시정 악화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 증가, 반도체 등 정밀기계의 손상가능성이 평소보다 4배 이상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리고 농업분야의 피해를 보면 오이의 경우 수량이 약 10%정도 감소하고 애호박에서 낙과율이 0.4~9.1% 정도 증가되었으며 한우의 호흡기 질병 발생도 평상시보다 1.21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정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가축 구제역 발생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황사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도 2013~2017년까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2차 황사피해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국민건강과 산업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방안을 5개년 중기 법정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대국민 피해 최소화를 위한 황사 발생시 행동요령을 제시하고 있으니 적극 실천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가정에서는 노약자, 호흡기 질환자 등은 실외활동을 금지하고 창문을 닫고 가급적 외출을 삼가되, 부득이 외출 시에는 보호안경,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손과 발을 씻고 특히 미지근한 물로 눈 헹구기를 실시하자. 그리고 식품 취급 장소에서는 황사에 노출된 채소, 과일 등 농수산물은 충분히 세척 후 이용해야 한다. 농업인들도 야외 방목장에 있는 가축은 축사 안으로 신속히 대피시키며, 축사의 출입문과 창문을 닫아 황사유입을 최소화하고 노지에 방치 야적된 사료용 건초, 볏짚과 농기계 등은 비닐이나 천막으로 덮어주며, 비닐하우스, 온실 등 시설문의 출입문과 환기창을 닫아 주도록 한다. 우리 모두가 중국의 사드보복과 대통령 탄핵인용결정으로 정치권의 조기대선국면에 혈안이 되어 어수선한 시국일지라도 매년 봄철에 찾아오는 황사의 영향을 바로 알고 황사피해도 줄이며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지혜를 갖도록 노력 할 때이다. 김완수 경기도농업기술원 강소농전문위원

[천자춘추] 모범생이 아닌 모험생의 시대

얼마 전 에베레스트의 안나푸르나 코스를 트레킹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70여 km를 걷고 높은 고지를 오르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길가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희망과 즐거움이 차고 넘쳤다. 10년 넘은 직장을 그만두고 온 사람,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찾고 보기 위해 이유는 각각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모험을 즐기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멈추면 모든 것이 보인다’는 말처럼 트레킹 곳곳에 잠시 서서 거대한 설산을 보고 펼쳐진 대자연을 보면 모험심이 절로 생겨난다. 현대 사회 성공의 비결은 기술과 창의성, 근면 등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불확실한 시대, 세상은 빠르게 변해 과거의 법칙이 통하지 않고 새로운 법칙만이 세상을 지배한다. 1, 2, 3차 산업이 모범생의 시대라면 4차 산업 시대에는 절대적으로 모험생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이다. 미래 세상을 정복하려면 모험이 필요하다. 모험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첫째는 도전이다. 실행하고자 하는 과감한 도전이 없다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오프라 윈프리는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은 당신이 꿈꾸는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 중요하다. 모험을 막는 구조인 각종 규제나 규율이 국내 드론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산 술을 싸구려 술로 전락 시키는 것처럼 도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분석이 필요하다. 에베레스트 산 행시 철저한 코스 분석이 필요하다. 고도와 날씨에 맞는 옷과 음식 그리고 고소 증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은 선택, 불확실한 상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와 분석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전반이 아니라 후반에 더욱 필요하다. 유능한 축구 감독의 경우 전반전은 살펴 전력을 탐색한 후에 후반부에 모험을 거는 것이 승부사의 기질이다. 마지막으로 모험에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특히 내가 따라 갈수 있는 대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장이 없다면 동반자라도 만든다면 그 여정이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히말라야의 힘든 여정도 바로 함께 하는 동반의 모험 덕에 잘 견뎌내고 이겨 낼 수 있었다. 미래는 현재와 다른 모습을 가진 세상이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모범생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고 모험가만이 역사의 걸작을 만들어 낸다. 스티브 잡스는 “만일 우리가 깨지고 데이고 모든 걸 잃는다 해도 그 과정에서 얻을 경험은 잃은 것들의 10배만큼 가치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모험은 우리를 성장 시킨다.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모범생이 아니라 모험 생을 만드는 것, 단순한 지식 습득과 스펙쌓기 등 성과 만들기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에서 모험을 즐기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학교와 기업이 추구해야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융합의 모델로 성장하기

2015년 11월12일 인천광역시는 인천 개항창조도시 재생 프로젝트 등과 관련해 2016년 도시재생지원센터 설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조례에 근거해서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인천광역시 조례를 보면 도시재생의 업무에서 지역문화재단, 자활센터,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및 지역 균형발전 차원의 사업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과의 연계 및 소통이라는 내용이 기술 되어 있다. 조례에 거론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와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의 조례도 살펴보자.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 조례의 정의에 마을이란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경제·문화·환경 등을 공유하는 공간적·사회적 범위를 말하고 있고,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거론되고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의 정의가 기술되어 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조례에 사회적경제는 삶의 질 증진, 빈곤, 소외극복 등 공공의 이익이라는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 협력과 호혜를 바탕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의 생산, 교환, 분배, 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제 시스템이라 정의하면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육성이라는 내용이 나와있다. 3곳의 조례가 주민이 주도하여야 하며 지역의 활성화를 꾀하는 내용이고 유사한 점이 많이 있다. 그런데 왜 비슷 비슷한 지원센터를 만드는 것인지라는 의문이 들어 살펴보니 도시재생관련한 법은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하였고 마을공동체는 안전행정부에서 사회적경제는 고용노동부, 안전행정부, 기획재정부 등 국가기관과 관련이 되어있다. 국가부처는 각각의 사업을 위해 법이 제정되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유사한 사업의 기관들을 나열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작년에 인천광역시는 3개의 기관을 통합하여 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를 만들었다. 운영기관의 업무의 효율성과 통합관리를 통해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에서이다. 인천광역시는 일자리경제국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사회적경제과에 마을공동체 사업이 이관되었다. 이런 인천광역시의 모습은 칭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도시재생지원센터,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를 통합운영을 제안해본다. 3개의 지원센터가 통합운영이 된다면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전경희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천자춘추] 청개구리들의 위기

학창시절 나는 청개구리 같은 학생이었다. ‘해야 돼’ 명령하면 더 하기 싫어지고, ‘왜 안 해?’라 채근하면 손을 놔버리는, 학생이었다. 나는 ‘그냥 두면’ 하는 부류였다. ‘안 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채찍질하고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잔소리는 질색하니 정말 다루기 힘든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런 불필요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한국농구연맹(KBL)이 발표한 ‘합숙소 폐지’ 정책 때문이다. 지난 13일에 2017~2018시즌을 끝으로 합숙소 운영중단을 발표했다. 그동안 선수들은 구단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지내왔다.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은 1년 중 손에 꼽을 정도. 여름이나 되어야 집에 갈 수 있는데, 국가대표팀에라도 뽑히면 그 시간마저 줄었다. 총각들이야 그렇다 쳐도, 기혼자들은 ‘생이별’이 따로 없었다. 세계적으로도 구단 자본으로 합숙이 진행되는 프로리그는 한국 뿐이었다. 합숙소 폐지의 궁극적 목표는 연고지 정착이다. 고양 오리온은 선수들이 출퇴근을 하면서 자율적으로 훈련을 준비하고 몸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가고 있다. 이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부산 팀 선수들은 부산에서, 창원 선수들은 창원에서 말이다. 나쁘지 않은 제도다. 그간 지역 팬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바로 말뿐인 연고제도였으니 말이다. 구단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선수들은 걱정이 있다. 갑작스레 연고지로 주거지를 옮겨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연봉이 적은 선수들은 직접 방을 구해 생활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눈 떠서 몇 걸음만 옮기면, 선수들 몸을 위해 ‘과학적으로’ 짜인 식단이 기다리고 있던 숙소 생활도 ‘옛날 일’이 된다. 끼니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미혼자나 젊은 선수들 입장에서는 걱정도 많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통제가 있던 숙소 생활과 달리, 2018년 비시즌부터는 선수들이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 그나마 프로가 정착되면서 흡연이나 음주 등에 대한 관념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사건사고 소식이 들려오는 타종목 사례처럼, ‘자유’가 주어지는 초기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는 성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은 “잘 관리하는 선수는 어디서든 잘 할 것”이라 말한다.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빨리 깨닫고 실천하는 선수들이 롱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반대로 위기를 맞은 ‘청개구리’들은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해쳐갈지 지켜보는 것도 새 시대의 관전(?) 포인트가 될 거 같다. 건투를 빈다, 개굴! 손대범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천자춘추] 한국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지금 보수의 핵심 권력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박근혜와 이재용. 보수 기득권을 대표하는 정치와 경제 양대 권력자가 한꺼번에 무너진 지금. 무엇보다 차기 정권을 내줘야 할 처지여서 공멸의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보수는 금권을 기반으로 사람과 조직으로 이뤄진 거대한 네트워크 체계이다.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TK)이 축이고 트럼프류의 우파 정치인들을 비롯해 족벌언론, 재벌과 대기업, 김기춘 우병우와 같은 고시 엘리트, 싱크탱크, 출판사, 금융그룹으로 엮어져 있고 여기에 국가기관내 권력지향적인 관료들이 포함돼 있다. 폴 크루그먼의 말을 빌리면 보수는 이 네트워크 안에서 평생동안 일하며 경력을 만들 수 있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보수주의에 대한 충성을 보상받으리라는 믿음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아들 부시의 집권시절 같은 네오콘인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총재가 여자친구 승진 특혜 스캔들로 옷을 벗자 백악관 참모들이 머리를 맞대 그보다 연봉이 높은 네트워크 내 금융그룹에 일자리를 옮겨 주는 식이다. 어버이연합, 박사모 등 헌재 결정에 불복하며 태극기집회를 이끌고 있는 수많은 행동대 조직이 준동하는 것도 보수 네트워크가 뒷배경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보수 네트워크는 비즈니스 동맹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국가는 금권을 확대하기 위한 거대한 무대이자 비즈니스 모델이다. 억만장자인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친구들인 슈퍼 부자들을 내각에 끌어들여 공권력까지 쥐여줬다. 우리나라 보수라고 예외일까. 이명박은 전 국토에 4대강 사업판을 벌여 국민에겐 환경 재앙을, 토건족 친구들에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도 권력과 돈을 매개로 한 보수기득권 세력의 추악한 거래가 드러난 것이다. 이제 보수의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사활을 건 반동이 있을 것이다. “그래 봐야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유민주주의가 더 위험해질 것이다”. 허시먼은 보수가 수백년 동안 똑같은 세 가지 반동 레토릭으로 지배해왔다고 했지만 과연 이번 대선에 이들 반동 명제가 먹힐까.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국민들에게 말이다. 양근서 경기도 연정위원장

[천자춘추] 심리적 실업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서 실업률과 고용률이 동시에 상승하였다. 두 지표는 취업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의 개념이라, 고용시장의 일반상식이 깨진 것이다. 고용률은 60.4%로, 취업자는 2천623만 5천명으로 전년대비 29만 9천명이 증가하였다. 실업률 또한 3.7%로 글로벌금융위기 직후를 갱신한 최고치이다. 실업자는 101만 2천명으로 전년대비 3만 6천명이 증가하였다. 이런 모순된 현상은 5,60대 이상의 고령자나 여성의 취업률 상승에 기인한다. 청년실업률(15~29세)이 9.8%로 역대 최고치임에도 불구하고 착시가 일어난 것이다. 고용의 질 또한 비정규직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낙후되고 있다.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취업기회의 감소로 이어지고 나아가 고용의 질이 저하되는 경향은 비단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질 낮은 고용은 개인에게 무직상태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은 주지만 불만족스러운 업무나 처우로 야기되는 심리적, 경제적 비용은 가늠하기 힘들다. 선진국들은 이를 불완전고용으로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불완전고용은 개인의 직무만족, 조직적응, 창의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태함, 조기이직, 반생산적 행위를 초래함으로써 심각한 사회불안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불완전고용은 낮은 임금 수준이나 비정규직과 같이 부실한 고용안전성으로 흔히 언급되지만, 개인이 애초에 일하고 싶던 직종이나 근무분야가 아닌 경우도 포함된다. 특히 과잉자격은 지식, 교육, 경험 등의 측면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수준보다 개인이 보유한 능력이 더욱 뛰어난 경우를 일컫는다. 국내의 과잉자격 통계는 없지만 미국, 캐나다, 영국의 노동관청 자료에 의하면 재직자 중 1/3이 과잉자격이라고 한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스펙쌓기’, ‘가방끈 늘리기’와 같은 경쟁적 사회풍조를 고려할 때, 과잉자격에 의한 산업현장에서의 부작용은 이미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정치적으로 힘든 시기이지만, 고용시장 수급의 양적 불균형뿐만 아니라 질적 불균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서 지표개선만을 위해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사회안녕은 양질의 일자리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형록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

[천자춘추] 벌새와 할머니

한 달 전 즈음,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만을 가로지르며 리치먼드에서 산라파엘을 연결하는 다리의 확장공사를 2주간 중단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리 끝에 서있는 나무를 꼭 베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그 나무에 벌새(Humming bird)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조그마한 둥지 안에는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이 하나 들어 있었다. 벌새는 철새보호조약에 규정된 조류다. 공사지연으로 수백억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부득이 공사를 중단해야 된다고 했다. 한 편의 동화다. 감수해야 할 손실이 너무 크기에 마음만 먹으면 둥지를 슬그머니 제거해 버릴 수도 있었다. 다른 나무로 옮겨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벌새를 기준으로 결정한 점이 놀랍다. 새가 알을 까고 나와 날아가려면 시일이 사뭇 오래 걸린다. 어마어마한 공사의 규모나 예산 손실에 비해 벌새 알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닐 만큼 작다. 효율성만 놓고 보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작곡가 존 케이지(J.Cage)가 무대에 올린 4분 33초(1952)의 ‘침묵’은 얼핏 생산성이 없어 보인다. 273초 동안 연주자는 피아노 앞에 그저 앉아서 시계만 바라보다가 끝마친다. 침묵의 도화지에 소음으로 채색한 셈이다. 아름다운 소리 요소들을 다 버리고 부질없어 보이는 소음과 정적에 그는 왜 그렇게 몰두했을까. 그의 구성은 세상에서 주목 받지 않는 존재들에 가치를 부여해 의미를 살려낸다. 모든 생명은 작든 적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케이지는 음향이 풍성한 음들을 멀리하고 부작위로 주어지는 우연한 음의 질서와 소외된 요소들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방식이 너무 진부하다. 정부는 국민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아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는 운영자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도 머리 아픈 문제를 서둘러 해치우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피해자들의 편에서 고민하기보다 일본과의 관계를 더 고려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국가의 보호를 상실했던 할머니들은 자신의 안위를 스스로 지켜야 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존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할머니들은 자신들도 국가의 보호를 받는 존재임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여분의 삶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아주 무례할 뿐 아니라 할머니들에게 다시 폭력을 쓰는 꼴이 된다. 우리 조상들은 산길을 걸을 때 성긴 조직의 짚신으로 갈아 신었다고 한다. 개미가 밟혀도 크게 다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야만의 수레바퀴에 깔려 뭉개진 할머니들의 삶이 둥지 안의 벌새 알만도 못하다는 것인가. 존 케이지가 그토록 중요하게 다룬 소음과 침묵에서 ‘가치’에 대한 지혜를 얻어야 한다. 주용수 작곡가한국복지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동아줄이 필요하다

동화 햇님이 달님이를 보면 좀 ‘엽기적’이라 할 정도로 멍청한 엄마와 호랑이가 나온다. 호랑이는 고개마다 엄마를 협박해 달랑 떡 하나만 갈취한다. 그리곤 바로 다음 고개로 뛰어가. 거기서 또 기다리고 빼앗고, 또 달려가고!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에서 고개로 뛰기 위한 에너지를 떡 하나로 보충하긴 어려워 보인다. 왜 그 난리법석을 떠는 걸까? 제 정신이라면 먼저 엄마를 잡아먹고, 떡 판 돈은 주머니에 넣고, 팔다 남은 떡은 냉동실에 너 놓았다, 먹고 싶을 때마다 렌즈에 데워 먹는 것이 현명하다. 엄마는 더 심각하다. 두세 고개 넘으면 딱 계산이 나왔을 것이다. “매번 떡을 달라니, 그럼 남은 고개는 11개! 떡은? 아이고 8개 밖에 없네!” 당연히 다음 고개 아래 주막에서 묶고 해 뜨면 가야 한다. 그런데 마치 “난 기어코 잡아먹히고 말거야!” 하는 사람처럼 줄기차게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코미디이거나 광기다.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사실은 눈물 나게 심각한 이야기다. 누구나 엄마처럼 평생 호랑이라는 인생이 지배하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대학이란 고개부터 마치 시험과 리포트처럼 고개에 고개를 넘는다. 졸업하면 취직, 다음은 승진, 결혼, 출산, 집, 양육… 마지막 정년 후 버팀고개까지. 그렇게 마지막 고개를 간신히 넘곤 잡아먹힌다. 편히 쉰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허무하지만, 그래도 기를 쓰고 가야 하는 엄마의 길이다. 그런데 나라가 돌아가는 꼴이 비슷하다. 정부수립 이후 대한민국은 매 번 새로운 시대마다, 새엄마가 새 정부랍시고 등장해 국가가 처한 고갯길을 넘으며 떡을 지불해왔다.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엄마들이 신통치 않았다. 망명하고 쫓겨나고, 살해되고, 자살하거나 파면되고, 잠시 들렸다 사라진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IMF나 게임중독, 그리고 환경오염만 남겼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새 고갯길을 깔고, 매번 같은 구조로 가니 늘 같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 다행히 햇님이 달님이는 엄마와 달랐다. 호랑이가 지배하는 세계 자체를 떠났다. 근본적인 구조의 변화, 패러다임의 혁신 없이 새 것이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었다. 엄마처럼 보이는 얼라가 아니라, 얼라처럼 보이는 참 지혜의 어르신이다. 대통령제의 공허한 구조를 벗어날 동아줄이 필요하다. 햇님이 달님이 같은 인물은 누구일까? 있긴 한 걸까? 김봉규 미래행복인재연구원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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