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조대왕 탄신 ‘다례’

방송국에 가면 드라마 이산(정조대왕)의 사진이 걸려 있고 효의 도시 수원에는 화성이 있습니다. 그 화성의 4대문은 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이고 그 중심 행궁안에 함께한 화령전에는 정조대왕의 어진이 모셔져 있습니다. 화령전은 1801년에 건립되었고 왕의 親祭(친제)가 17번 열렸는데 순조 10번, 헌종 2번, 철종 3번, 고종 2번입니다. 2017년 10월 28일 14:00에 華寧殿(화령전)에서 제265돌 정조대왕 탄신茶禮(다례)가 열렸습니다. 다례는 ‘차를 끓여 신이나 영혼 또는 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대접하는 법식’으로 순조는 선대왕의 탄신일에 39번 다례를 올린 최고기록을 보유한 임금이십니다. (㈔수원화성禮茶교육원 강성금 원장의 자료 참고) 정조대왕 탄신 다례에서 강성금 원장은 조선시대 이래 끊겼던 의례를 문헌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탄신다례를 올린 것은 매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고 정조의 효사상을 실천하는 우리의 독창적인 祭禮(제례) 문화라고 평가했습니다. 탄신다례는 참신례, 초헌례, 독축, 아헌례, 종헌례, 헌다례 등으로 이어졌으며 문화계, 학계, 시민단체 대표와 시민들이 참석했습니다. ㈔수원화성예다교육원 주관으로 열린 행사로 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경기차문화예절교육연구원이 후원했습니다. 이처럼 의미 있는 큰 행사에 저는 아내와 함께 참석하여 讀祝(독축)을 담당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수원시와 의왕시를 연결하는 지지대고개와 遲遲臺碑(지지대비,1807년 건립)의 주인공이시고 그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하신 정조대왕의 탄신다례에서 관복을 입고 적어주신 독축을 어려서부터 들었던 제사 축문의 낭독 운율로 잘 읽었다는 평가를 받으니 더더욱 마음속에서 뿌듯함이 차올랐습니다. 몇 년 전에는 오산 궐동의 공자님 사당 궐리사 釋奠大祭(석전대제), 지난해에 남양주 조안 한강변 다산유적지 문도사에서 개최된 ‘서세180주년기념 다산 정약용 선생 추모제향’에 참여한 바도 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역사의 시간 속에서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하니 이 또한 크나큰 장년의 행복인가 생각합니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천자춘추] 공론화 실험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시대가 변하기는 변한 모양이다. 대통령이 탈핵을 선언하고 건설 중인 원전 공사를 중단하면서까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고 그들이 제시한 권고안을 수용하는 걸 보니……. 이번 공론화 과정을 우리식 시민참여형 의사결정의 최초 시도라는 평가가 많다.그러나 지난 겨울 촛불과 탄핵 결정 과정 전체가 가장 성공적인 공론화 과정이었지 않은가? 그 과정을 거쳐 온 우리가 다른 사회 문제를 어떻게 결정해나갈지, 또 다른 방식을 시도했다고 자평하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 청년실업 등 다양한 도전과제들에 대해 일반인들이 매일 광화문에 나가 의사 표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맞는 의사결정 과정, 그 고민이 시작되는 지금, 이번 시도가 다른 사회문제에 대한 만능 수단이 되기 전에 꼭 짚고 가야 할 것들을 되짚어보자. 우선 이번 실험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그 과정 자체가 공론화라기에는 패쇄적이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의견개진 채널과 상호 의견 교환이 가능한 현실과는 완전 분리되어 선택된 400여명의 시민들만의 숙의 과정이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회적 갈등은 그로 인한 혜택과 피해를 보는 이해당사자가 있지만, 혜택을 보는 이들의 전문성과 적극성에 비해 피해를 보는 측은 체감과 상식선의 명분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당장의 혜택을 보는 입장에서의 전문성과 수사적 능력에 의해 현재를 판단하고 장래를 예측하는 상황에서 미래를 보는 새로운 관점과 가치를 설정하기란 힘든 일이어 왔다. 물론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해관계 없이 객관적으로 이 과정에 참여하고 신중하게 개인적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과 함께 일반 국민들까지 ‘탈원전’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하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탈핵의 문제는 현 세대보다 미래세대에, 인간만큼이나 자연에게도 영향을 주는 문제로 현 세대보다는 미래세대의 의사를 더 존중해주는 고려가 중요하다.과연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그 부분이 충분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회 문제의 피해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제시하는 쪽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과 영역에 대한 고려가 충족될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제도화할 방안을 공론화 검증위원회와 함께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더욱 면밀하고 포괄적인 공론화 과정 없이는 ‘공론화 만능 사회’는 결코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송미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아이들의 행복, 우리 모두의 행복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약 40만 6천300명으로 나타났고 올해 출생아 수가 연속 감소하면서 40만 명 이하의 출생아 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1분기의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10만 명 이하(2017년 1분기 출생아 수 9만8천800명)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에 비해서도 12% 이상 감소한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심각성을 알고 저출산 예산만 올해 124조 원을 넘게 썼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선행지표로 알려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7명에서 올해 1.12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저출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저출산은 다양한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는 가족문화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가치관이 남아있고 따라서 여성들의 양육에 대한 부담이 집중되고 있으며 양육에 있어서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 즉 양육비 부담 또한 원인으로 판단된다. 또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높아지고 출산보다는 자기개발을 우선시하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또 다른 원인은 가족 구성원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함으로써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고 공감대와 행복감을 낮추는 원인이 되고 출산이 부담스럽게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방안으로 국가나 직장에서 부모들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하며 가족 친화적 정책과 직장문화를 만들고 가족구성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문화를 통해 출산과 양육이 가족 행복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2015년 기준 출산율이 1.84 명인 미국의 경우 출산 장려금이나 보육 지원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직접 지도하거나 지원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프로 스포츠경기 관람 등을 통해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와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은 함께 뛰어놀고 서로 존중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특히 부모와 가족이 자녀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응원하면서 행복하고 건전한 가족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에 만전을 기하고 아이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가족의 행복과 저출산을 해결하는 정책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백성욱 한국유소년스포츠클럽협회장

[천자춘추] 아듀! 천자춘추

작년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으로서 천자춘추를 시작하며 평생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기억납니다. “하드웨어적인 노력이 아닌 오직 교육만을 통해서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평생교육은 삶의 질 향상을 담보하고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보편적 복지다.” 이는 약 2년여간 제가 꾸준히 외쳐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평생교육 통합의 장인 평생교육 본부에서는 도내 31개 시·군 간의 평생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국내 평생교육을 선도하고자 매년 경기도 평생교육 통계, 컨설팅, 사례 분석 등 20여 개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국민의 전 생애에 걸친 평생학습경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개인적 능력과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코자 하는 ‘국민생애 평생학습이력지원’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외에도 학부모교육, 문해교육, 우리동네 학습공간 사업 등 도민이 행복해지는 평생교육 복지망을 마련하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지난 1월 18일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에 통합된 파주영어마을은 미래인재 양성과 미래교육 보급 및 확산을 위한 체인지업캠퍼스로 거듭났습니다. 이제 체인지업캠퍼스는 평생교육 실천의 장으로써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278,252㎡(축구장 39개 정도) 대지의 캠퍼스는 노후화된 시설 리모델링을 통해 모두가 누리는 학습터로 기능합니다. 작년에 출범한 온라인 평생교육의 장 지식(GSEEK)은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무료로 누릴 수 있는 온라인평생학습서비스입니다. 인생 100세 시대에 늘어나는 교육 수요는 오프라인 교육만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지식(GSEEK)의 14개 분야의 1천여 개 교육과정을 통해 늘어나는 교육 수요를 충족하고 대한민국 누구나 쉽게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는 혁신적인 학습이 가능해졌습니다. 평생교육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진흥원의 평생교육본부, 체인지업캠퍼스, 지식(GSEEK)캠퍼스 세 본부가 협력해 전 세대가 함께하는 교육 생태계를 조성할 것입니다. 이제 경기도에는 ‘평생교육’이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생겼습니다. 경기도의 평생교육이 대한민국의 평생교육이자 나아가 세계 평생교육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진흥원의 노력과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 약속드립니다. 김경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천자춘추] 건강한 세대 위한 환경복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령화 문제는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있어 심각성이 크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2016년)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인구절벽’현상은 당장의 미래로 다가와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문제는 예방적인 접근과 유기적인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장 아이 키우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이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제반 사회적 인프라,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르신 당사자뿐만 아니라, 중장년을 위한 복지정책을 통해 노후생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도민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복지정책 수립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제도의 중복과 누락을 방지하며, 정책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복지 로드맵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환경복지에 대한 것이다. 도민들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발생과 폭염, 폭설 등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 등으로부터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2016년 OECD의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60년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과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의료비 증가, 노동생산성 감소 등으로 인한 각종 손실뿐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잃기 전에 예방적 대책 마련을 통해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환경복지일 것이다. 또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에 있어 불평등 해소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빈곤계층일수록 열악한 주거상태로 인해 폭염과 한파 등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기후·환경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환경복지의 실천, 지역사회 단위의 중장기적 환경복지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 문제는 ‘복지’의 주요 가치들과 연계되어 있다. 환경복지정책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건강, 공동체의 건강을 지키고 환경을 살리는 환경복지의 선순환을 기대해 본다. 더불어, 전 생애주기에 걸쳐 지원·관리되는 수요자 중심의 유기적이고 연속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좀 더 살기 좋은 경기도가 되길 소망해본다. 박동현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임차인 울리는 ‘권리금 중개수수료’

최근 필자가 자문을 맡고 있는 수입자동차 판매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의를 받았다. 위 수입자동차 판매사는 수년간 운영하던 자동차 판매 전시장의 영업시설을 신규 임차인 회사에 양도하고 권리금을 받았다. 그런데 이를 중개한 중개업자가 5% 상당의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데,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질의였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부동산거래에 대한 중개보수의 최고한도를 거래금액의 0.9%로 정하고 있다. 이 보수한도를 초과해서 받은 중개업자는 형사처벌은 물론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민사적으로도 보수한도를 넘어 수령한 금원은 부당이득으로 상대방에게 반환할 의무까지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상가권리금 거래에 따른 중개보수에는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보수한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인중개사법 상 중개대상물은 ‘토지, 건축물 그 밖의 토지의 정착물,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재산권 및 물건’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권리금은 이러한 중개대상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대법원 2005도6054 판결 참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권리금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로 정의된다. 위와 같이 권리금은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입지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에 대한 객관적 가치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복잡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2015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를 법제화하기 전까지 ‘권리금’을 실질적 재산권으로 인정하는데 다소 소극적인 분위기였다. 이런 이유로 입법과정에서 일반 부동산 거래와 달리 권리금 거래는 중개보수 제한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권리금 거래의 실상은 적당한 액수를 정할 뿐 객관적 가치 산정을 위한 중개인의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일반 부동산 거래와의 차별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반면, 권리금 거래에 대한 중개보수가 제한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중개업자의 경우 ‘권리금 중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얼마 이상 받는 금액에 대하여는 액수 불문하고 모두 중개업자가 취득’하기로 중개약정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 중개업자는 과도한 권리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필연적으로 신규 임차 희망자에게 중개 대상 상가의 가치를 과장하여 설명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금 부풀리기’는 상가거래 시장 왜곡으로 이어진다. 2015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권리금 보호가 법제화된다. 이에 따라서 일부 중개업자들에 의한 ‘권리금 부풀리기’식 중개로 인한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필자는 그런 맥락에서 더 이상 사회적 폐해와 부작용이 방치되지 않도록 권리금 거래에 대한 중개보수를 제한하는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바다. 임영근 변호사

[천자춘추] 신고리 5·6호기 공론위 결정을 보며

10월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총 471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종합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안을 제출하였다. 원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공사 재개 권고는, 하루빨리 탈핵을 통한 안전사회로 나아갈 것을 희망해온 내 입장에서는 실망이 컸다.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할 경우 원전의 안전기준 강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확대, 사용 후 핵연료 해결방안을 가급적 빨리 마련, 원전비리 척결 및 관리에 대한 투명성 강화 등의 요청을 적극 반영하기를 요청한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펼치라는 요구에 부응해, ‘탈핵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재개를 선택한 사람들은 신고리에서는 원전사고가 발생해도 대량의 방사능 누출을 막을 수 있고, LNG보다는 원전이 경제적이며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원전 찬성쪽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3개월간의 짧은 기간이라는 한계로 이 결정이 미래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지 못한 채, 현재 당면한 에너지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과 시각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단된 신고리 5·6호기 원전의 공사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의 의견을 통해 정책결정에 반영하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결정과 이후 과정을 지켜보며, 원전 찬반 입장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크게 발전시켜갈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정부정책 결정과정에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시민참여형 거버넌스가 제도화되고 실행되어, 충분한 기간이 제공되고 의사소통과 토론을 통해 이견을 좁혀가 합의에 이르는 숙의민주주의가 정착되면 좋겠다. 그리고 ‘화석연료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공급중심에서 수요관리의 에너지 정책’으로, 안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광역 및 기초 지자체 단위에 ‘탈핵 에너지 전환 민관실행체계’를 마련하면 좋겠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지역에너지계획 연구와 토론회, 캠페인, 에너지 협동조합 추진 등을 논의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및 지역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민과 관의 실행체계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하였다. 각 지역의 에너지 생산에 소요되는 연료와 원가 등 비용, 지역별, 부문별 에너지 소비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 자립에 대한 정부와 도, 각 지자체의 목표 수립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 배분, 민관이 정례적으로 실행방안을 토의하고 협력하는 체계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이상명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꼴찌에게 더 큰 박수를

▲ 이원성 전국 17개 시ㆍ도 2만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국내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제98회 전국체육대회’가 10월20일부터 7일간의 일정으로 충청북도에서 열리고 있다. 45개 종목에 걸쳐 개인과 소속팀, 고장의 명예를 짊어지고 경쟁을 벌이는 전국체육대회는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이 세계 ‘톱10’의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으며, 어느덧 10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유서 깊은 대회다. 국가를 대표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이 대회를 통해 환희와 좌절을 맛보면서 성장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고 발전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특성상 전국체육대회도 각 종목마다 승자와 패자, 1위와 꼴찌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개인간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든, 팀을 이뤄 기량을 겨루고 승부를 가리는 구기 및 단체종목이든 간에 그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필자가 맡고 있는 역도 종목의 경우에도 출전 선수 모두가 저마다 사력을 다해 바벨을 들어올리지만, 그중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신기록을 세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세 차례의 시기를 모두 실패해 실격을 당하는 선수도 있다. 타 종목 역시 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패자보다는 승자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많은 박수 갈채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패자가 없는 승자는 존재할 수 없고, 꼴찌가 없는 나홀로 1등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스포츠다. 서로 경쟁하면서 승패가 갈리고 순위가 가려지는 것은 필연적인 법칙이다. 그러나 ‘승리 지상주의’에 만연된 우리는 패자는 마치 무슨 큰 죄악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홀대를 받는가 하면, 선수 본인도 자책을 하고 좌절한다. 옛말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운동 선수에게 있어서 패배자와 꼴찌는 그를 더 강하게 만들고, 도약을 위한 자극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승자와 우승자보다는 패자와 꼴찌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영원히 꼴찌(패배자)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우승자에 대한 축하의 박수 못지않게 꼴찌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면 용기와 힘을 얻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원성 대한역도연맹 회장

[천자춘추] 지구를 살리는 건강한 물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우리 몸속을 돌고 돌아 하루 2.5L를 섭취한다면 또 2.5L만큼 호흡, 땀, 생리현상(대소변)을 통해 배출을 시키는 일을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는 물의 양은 한 사람이 평균 50t의 물을 먹는다고 하는데 2%만 부족해도 탈수와 변비가 오며 20%가 부족할 시엔 사망까지 이르게도 된다. 2015년도로 기억이 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주관으로 우리 단체에서 16개 시도지부 회장단들과 함께 물교육강사 수료를 위해 1박2일 대전으로 물 교육을 받으러 내려갔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먹는 물에도 많은 종류가 있었고 특징 또한 새로움으로 다가왔다.한국인의 물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에 비추어 볼 때 현저히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하루에 10잔도 먹지 않는 것 같다. 우리 몸에 미치는 물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고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나의 잘못된 습관도 이 시간 이후로 고쳐보려고 다짐한다. 지금은 어느 가정이든, 영업장이든 정수기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이미 시장은 정수기로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에도 수돗물, 약수물, 샘물(지하수), 먹는 샘물(생수)이 있지만 어느 물을 선택하여 음용할지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물들 또한 대가를 치르고 먹는 물들이지만 요즈음은 경제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수돗물을 먹는 가정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9월19일 우리 단체에서 주부 50명을 대상으로 ‘깨끗한 수돗물! 건강한 수돗물!’이라는 주제로 물사랑 교육을 한 적이 있다. 교육 후 막연한 불안감으로 수돗물을 외면시 했던 주부들의 인식이 달라졌고 이제는 수돗물을 안심하고 먹고 있다는 주부들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이 또한 교육의 힘이었고 교육을 주관한 단체장으로서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돗물 수질 순위는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8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음용수로서 적합한 판정을 받은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다. 수돗물은 끓여도 미네랄이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이 된다. 물값 또한 저렴하기 때문에 일반 생수의 가격과 비교할 때 1천~3천배 저렴하다는 통계도 있다. 지금 ‘물사랑’ 홈페이지에서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를 클릭하면 우리집 수질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지역번호+120). 지구 속에 인간이 함께 공존하고 서로 상생하여 지구를 살리는 깨끗하고 건강한 수돗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우리 소비자들의 노력이 절실한 때인 것 같다. 박명자 소비자교육중앙회 경기도지부 회장

[천자춘추] 디자인거버넌스 인천에서 통하다

디자인 업계에 발을 담근 지 어언 20년이다. 그간 나는 디자인회사를 운영하였고, 학생이었고, 교수이며 전문가이기도 했다. 공부하고 가르치며 일하다 보니 여러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들이 세월 따라 변화했고 늘 번민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즈음에는 공공에 의해 디자인정책이 시작되었다. 이후 국제화를 추구하며 외국에서 유학한 전문가의 것을 모방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가장 지역에 맞는 것을 찾기 위한 주민참여의 디자인시대를 맞고 있다. 처음 디자인회사를 시작할 즈음에 인천에서의 ‘디자인’은 그저 어디에 덤으로 얹혀주는 그야말로 ‘서비스’ 같은 것이었다. 기업이 일다운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사이 인천에만 10여 개의 디자인관련 학과의 졸업생은 디자이너로서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서울로 향했었다. 2002년경부터 영세하나마 디자인 전문기업들이 생겨나서 디자인기업협회를 구성하였고, 이때부터 시작된 ‘인천국제디자인페어’가 오는 10월26일부터 4일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13회째를 맞는다. 인천의 디자인기업들은 스스로 디자인한 상품을 생산자와 함께 전시하여 실력을 인정받고, 지역사회와 함께 디자인 발전을 고민하는 세미나와 포럼도 개최한다. 또한 인천지역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모여 함께 전시회를 열며 교류하는 기회가 주어지니 지역 디자인역량 강화 측면에서도 그 의미는 제법 크다. 자생적으로 지켜온 페어가 13회를 맞이하기까지 숨은 노력자들도 많았다. 올해는 인천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기업들과 디자인관련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자원봉사자로 나서 밤늦도록 망치질을 하며 전시장을 꾸몄었다. 그때 페어를 같이 시작한 디자인센터의 직원들은 어느덧 팀장도 센터장도 되었지만 여전히 전시회 준비를 위해 함께 날밤을 새우는 열의를 더한다. 가장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이룬다는 디자인이 인천 안에서 그 자리를 찾기 위하여 디자인기업과 디자인관련 학교와 전문가, 그리고 공공이 서로를 도우며 자생적으로 시작한 인천디자인페어가 진정한 의미의 지역거버넌스일 것이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동력이 사라지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강도윤 인천디자인기업협회장

[천자춘추] 新 교통안전문화 연구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교통안전문화에 대한 일반 시민들은 ‘높다’, ‘낮다’, ‘보통이다’라는 평가에 익숙하면서도 교통안전문화가 무엇인지 물으면 쉽게 답변을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무단으로 도로를 횡단하다가 보행자가 사망하게 되면 보행자의 교통안전의식이 낮아 발생된 사고로 인식한다. 이러한 사고가 증가하게 되면 총체적으로 보행 교통안전문화 수준이 내려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보행 관련 교통안전문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일반 보행자들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교통안전공단에서는 매년 지자체별 교통문화지수를 측정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운전행태(횡단보도준수율차량신호 준수율안전띠 착용률 등), 보행행태(보행자 신호준수율보행자 보행 중 스마트기기 사용률 등), 교통안전(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 인구 10만명당 보행자 사망자수, 사업용자동차 교통사고 사망자수 증감률, 지자체 교통안전 노력도 평가 등) 3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평가한다. 이 조사에서는 운전자 및 보행자 등의 습관 및 행동양식을 교통문화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통안전문화는 크게 교통시스템ㆍ교통조직 관점에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우선 교통시스템 관점의 교통안전문화는 교통안전을 매우 가치 있고 엄격하게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의미한다. 다음으로, 교통조직 관점의 경우 조직의 보건 및 안전관리의 헌신과 품질을 결정하는 조직 내에서 근무하는 팀원들의 공통된 믿음과 가치를 의미한다. 여기서 교통안전문화는 경쟁적인 목표와 요구사항에 대한 안전성을 보여주는 공통된 가치, 행동과 태도로 정의된다. ‘교통사고 비전 제로’라는 목표 하에 기술(교통시설, 자동차)과 시스템(절차, 룰 제정 또는 개선 등)으로는 사고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기 때문에 도로 교통안전 연구와 사고 예방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교통안전문화적 접근방법(Traffic Safety Culture, TraSaCu)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가 유럽연합(EU)에서 펀드를 받아 미국, 네덜란드 등 9개국, 13개 기관들이 참여하여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교통사고 사망자수 3천명대 이하 달성을 위해 기술과 시스템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교통안전문화(holistic traffic safety culture) 접근에 의한 체계적인 연구 프로젝트 추진이 필요하다. 지윤석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안전관리처장

[천자춘추] 화이부동(和而不同)

공자는 논어의 자로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생각은 다르지만 이들과 화목할 수 있는 것이 군자요, 겉으로는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속으로는 화목하지 못하는 것이 소인배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때때로 일심동체를 강요한다. 말 그대로 일심(一心),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강한 조직, 성숙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어렵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틀린 말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건조하고 획일적인 사회를 만드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때문에 모두가 하나이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저마다 다른 생각, 다른 행동양식을 소통을 통해 서로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다름을 인정해야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고 상대를 존중할 수 있다. 구성원 개개인이 열린 마음을 갖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는 자세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힘이다. 최근 나와 추구하는 이념이나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이 많다. 나만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깔려 있는 게 문제일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가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틀린 것 일 수도 있다. 상대가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르구나 하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상대와의 소통은 더욱 편안해진다. 다름을 받아들이면서 서로 간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10일간의 연휴가 끝나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행여나 연휴기간에 가족 간에 친지 간에 또는 일상에서 다름으로 인해 오해와 상처가 있었을 수도 있다. 또 연휴나 휴가시즌만 되면 나와 다른 상대에 대해 각을 세우며 논쟁으로 시작하는 것을 종종 봐왔다. 그러나 이 다름이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면서 올바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혜와 화합 그리고 결단이 필요하다. 한미FTA, 북핵 긴장의 해소, 주변국과의 신뢰를 다지는 일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 화합하되 같을 필요는 없다. 한상협 경기관광공사 사업본부장

[천자춘추] 도박중독은 죽어야만 고칠 수 있는가

옛날부터 ‘도박꾼은 손을 못쓰게 해도 발가락으로 도박한다’, ‘노름에 미친놈은 죽어야 고친다’ 라는 말이 있다. 도박에 빠진 사람은 누가 아무리 도박을 못하게 해도 다시 도박을 하고, 결국 죽어야만 멈출 수 있을 정도로 고치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박병, 아니 도박중독은 정말로 못 고친다고 믿는다. 과연 도박중독은 고칠 수 없는가?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도박중독이 병인지도 몰랐고, 치료전문가도 없었고, 치료전문기관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도박자에게 의지력으로 끊으라고 강요하고, 끊지 못하면 의지력이 부족하다느니, 부도덕하다느니 하면서 모든 것을 도박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도박중독은 병이다. 세상에 치료받지 않고, 의지로만 끊을 수 있는 병이 어디에 있으며, 혼자서 이겨낼 수 있는 병이 얼마나 있는가? 물론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도박중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도박만 안하면 도박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도박중독은 치료과정이 매우 복잡한 질병이다. 도박만 안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도박의 결과로 발생한 여러 가지 병리적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런 변화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박문제는 다시 발생하게 된다. 도박으로 인해 생긴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 막대한 도박 빚도 해결해야 하고, 그동안 단절된 사회적 관계도 회복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도박자 혼자 감당하고 해결할 수는 없다. 이를 함께 해줄 수 있는 치료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가족들의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예전에는 이런 병리적 환경에 대한 이해와 변화의 노력 없이, 도박자의 의지만을 강조했기 때문에 도박병은 고칠 수 없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11개 도박중독치료전문기관이 운영되고 있고 치료전문가들도 계속 양성되고 있다. 이미 많은 도박자와 가족들이 이들 기관을 통해 도박중독으로부터 회복하고 있다. 독자들께서도 더 이상 ‘도박병은 죽어야 고친다’는 과거의 낭설에 현혹되지 말고, 도박중독은 반드시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김경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장

[천자춘추] 원전 말고 안전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한국의 전력공급체계와 핵산업에 대한 많은 숙제를 안겨줬다. 모든 생명이 살수 없는 땅을 만들어버리는 핵사고 앞에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관심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세계 유례없는 핵발전소 확대 정책으로 핵발전소 밀집도가 가장 높고 그에 비례하여 사고 위험성도 높은 한국은, 핵발전소가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핵마피아들의 거짓정보와 언론공세가 더해져 바로 옆나라의 대형사고에도 지속적으로 핵발전 확대정책을 지속하려 했다.핵발전소 확대 정책에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시하라고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핵발전소 건설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과 손잡고 언론과 학계를 동원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을 유포했던 것이다. 2017년 국민들의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친환경에너지 확대 정책을 선언했다. 2017년 6월19일 고리 1호기 폐쇄와 탈핵 정책을 공개선언하고,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포기와, 건설 계획단계의 핵발전소는 백지화,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계속 건설 여부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국민여론 수렴 후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하여 이에 내려진 결론을 정부가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 이미 8기 핵발전소가 가동 중인 울산에 신고리 5,6호기의 추가건설을 막는 것이 이후 문재인 정부와 한국에너지 정책의 탈핵 여부가 성공하느냐 마느냐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공정의 30% 정도가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시 기업의 손해와 노동자들의 일자리, 지역주민들의 손실, 그리고 전력부족에 대한 이유를 들어 많은 우려와 지속적 건설을 외치는 목소리들이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로 핵발전을 추가로 건설하라는 것은 위험하고 오히려 순진한 발상이다. 한번 사고가 나면 절대 회복할 수 없는 게 핵이다. 또한 파생되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 처리하는 기술도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주, 부산, 울산의 핵벨트에는 400만명이 살고 있고, 만에 하나 사고 발생의 경우 수십만의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그렇게 중요시하는 한국경제는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2016년 경주에는 이미 5.8 규모의 지진도 일어났다.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주요 책무이고, 또한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한 에너지를 국민에게 쓸 수 있게 하는 것도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핵발전은 절대 경제적이지도 않으며, 국민들에게 공급하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물질임은 이미 증명되었다. 이런 에너지와의 확실한 결별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단호한 중단으로 시작될 수 있다. 도둑이 무섭다고 머리맡에 수류탄을 두고 자는 우를 범하는 시대를 이제는 종식시켜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즉각 중단하라! 원전 말고 안전! 김성우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

[천자춘추] 천하태평하게 즐길 때인가

“언제까지 못 가진 사람들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하나! 내가 바라는 것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목욕할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는 시간과 한 달에 한두 번씩 가족과 어울려 돼지삼겹살이라도 먹을 수 있고 주일이면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번 추석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지 못한 작은 영세업체 종업원들과 만나 소주 한잔하면서 들은 말이다. 쥐꼬리만큼 적은 소득으로 살아가는 서민층과 영세민에게 유난히 길었던 더없이 우울하고 슬픈 명절은 지나갔다. 이들은 밤낮을 땀 흘려 일해도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하고 집세 내느라 먹고 살기도 힘이 든다면서도 아직까지 내가 못 산다고 사회를 원망하거나 잘 사는 사람들을 탓하지도 않았고, 조상을 숭배하는 추석 명절을 맞아 남들은 백화점이나 대형슈퍼에서 명절 선물을 사들고 고향으로 떠나는 것을 보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향을 찾지 못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 사람들의 소박한 말속에 담긴 이야기는 누구나 누려야 할 생활의 모습이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큰돈을 벌어 보겠다거나 부유층 행세를 하겠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사람들이다.작은 회사 종업원이라도 일거리가 많아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고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경제가 좋아지기만 기다린다는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의 이슈가 되었고 다시 이들 소박한 사람들의 작은 꿈마저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전쟁을 하기 싫어도 전쟁은 우리 뜻하고 관계없이 있었다. 정부가 아무리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외쳐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전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과 전쟁 준비가 되어있으며 폭풍 전 고요라며 북한을 공격할 군사옵션을 다 준비해놓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대비를 해야 함에도 정부는 전쟁은 없다며 천하태평이다. 5일자 중앙일간지(조선일보) 신문을 보면 북한이 서울을 조준해 핵무기를 발사할 경우 78만명이 사망하고 277만명이 다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38노스’는 ‘서울과 도쿄에 대한 가상 핵 공격 인명피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보유한 25개 핵무기를 모두 서울과 일본 도쿄 상공에서 폭발시킨다고 가정할 경우 사망자가 148만명과 부상자 525만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는 소식이다. 생계와 안보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불안한 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현 정부에 한마디 하고자 한다. 국민들이 유례없는 장기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 정부는 외교 안보 민생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천하태평하게 하회마을에서 탈춤에 맞춰 춤추는 모습이 일반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김용식 인천서구발전협의회장

[천자춘추] 가수와 연기자의 성공조건

빈익빈 부익부는 우리 사회에서 점차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 현상이다. 물론 예술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2015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서 대중문화예술인의 보수 및 소득에 관한 만족도를 조사하였는데, 매우 만족 1.0%, 만족 3.6%, 보통 27.6%, 불만족 37.7%, 매우 불만족 30.1%로 소득에 대한 불만족이 무려 67.8%로 조사되었다. 성공조건의 우선순위는 개인의 노력과 타고난 자질이며 연고와 인간관계는 3위에 해당하는데 18.1%를 차지한다(pp.171~172). 개인의 노력과 타고난 자질은 예술인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물론 성공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활동을 많이 하고 소득이 높아지려면 연고와 인간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예술인이라도 대중에게 알려지려면 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태조사에 의하면 가수는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경우보다 프리랜서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아도 1인 창작, 유통,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물론 한 개인이 연예기획사의 홍보·마케팅 수준을 능가할 수는 없지만 혼자서 앨범을 만드는 환경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타고난 자질과 개인의 노력을 겸비하고 있다면 연고와 인간관계가 이들을 메이저 시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연기자의 경우도 가수와 비슷하다.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기자보다 프리랜서가 다수인데, 이들은 캐스팅 디렉터에 의해 출연 제의를 받거나 오디션을 보고 작품에 참여한다. 하지만 연기자는 가수와 달리 1인 창작, 유통, 홍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기자들에게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연고와 인간관계는 정말 중요한 조건이다. 전술한 상황을 그대로 적용하면 가수와 연기자의 성공조건이 마치 연고와 인간관계로 귀결되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물론 연고와 인간관계는 예술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스타로서의 성공과 높은 소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뛰어난 재능과 유명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어도 결국 운이 결부되지 않는다면 빛을 발하기 어려운 것이 예술시장이기 때문이다. 스타를 왜 스타라고 하는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기후에 의해 정해진다. 즉, 뛰어난 재능이 있더라도 반짝이지 못하고 지는 별은 수없이 많으며 이러한 법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성공의 조건은 타고난 재능, 개인의 노력, 연고와 인간관계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목표를 이루어냈다는 성취감에 만족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며 험난한 예술시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이경호 네오알앤에스 기업부설연구소장

[천자춘추] 사람중심성장과 공공기관의 역할

옛날에 세 부족이 살았었는데 그 중 한 부족은 매사에 경쟁하기를 좋아하는 부족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늘 살기 좋은 동굴과 가장 좋은 사냥감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였고,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는 시합을 하다가 죽었으며, 음식과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다가 죽어갔다. 그러나 경쟁에서 이긴 마지막 남은 그도 죽고 말았다. 왜냐하면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족은 혼자 살아가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가졌다. 이들은 혼자 사냥을 했고, 혼자 동굴에서 작업을 했으며, 위험이 닥쳤을 때도 혼자 해결하였다. 큰 홍수가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것은 이들이 다른 사람의 처지는 무시하고 자기의 동굴에만 제방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부족은 서로 도우면서 사냥을 했다. 일부는 사냥감을 몰아주어서 쉽게 사냥감을 포획할 수 있었고, 일부는 따뜻하고 편안한 옷과 담요를 만들어 음식과 교환하였다. 이들은 서로 도우면서 생활하였기에 서로 인정해 주고 친하고 즐겁게 생활하면서 의사소통과 인성을 키워가며 오랫동안 번영하였다고 한다. 세 부족의 이야기에서 말해주는 교훈과 같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번영하는 부족이야말로 사람중심의 삶의 근본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날 이러한 근본이 훼손됨으로써 많은 사회적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형 경제개발 정책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빈부의 격차, 사회정의의 타락, 도시인구의 과밀화와 농촌인력의 부족, 환경오염 등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점들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 정부에서도 생존과 생계 인간존엄성을 보장하고 경제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지출을 확대하고 있으나, 서민들이 감수하고 있는 금리불평등도 포용적인 금융제도 도입 등으로 개인 회생기회를 더 많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많은 민간기업들이 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 지역사회 참여 등을 통한 사회적 책임경영이 지속가능경영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바로미터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민간기업 변화의 선순환적인 마중물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필자가 속한 LX공사도 박명식 사장의 경영철학에 발맞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과 신규직원 채용 공고 등 사회적 책임경영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하여 공공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단언한 것처럼 사람중심성장정책에 공공기관이 선도하고 민간부문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복지국가로의 새로운 시대가 열려나가길 기대해 본다. 김기승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에스테르하지와 최영미

아이젠슈타트. 오스트리아 부르겐란트의 주도(州都)로 도시라기보다 마을처럼 작으며, 비인에서 가까운 헝가리 국경에 위치한다. 지난해, 체코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 하이든을 만났다.비인악파의 리더 요제프 하이든은 선명한 기능을 가진 호모포니음악을 발전시켜 고전파시대를 열었다.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성 근처 하이든교회에서 그의 유택(幽宅)을 참배했다. 그가 사용하던 오르간의 파이프는 300여 년 세월을 뚫고 여전히 바람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존재감 없던 시골뜨기 작곡가가 음악사의 중요한 꼭짓점을 만든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변성기가 되자 성 슈테판 성당 성가대에서 밀려난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가에 들어갔다. 가난으로 도움이 절실했던 그의 곁에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있었다. 르네상스를 꽃피운 미켈란젤로, 다빈치, 보티첼리 뒤에 메디치가의 후원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예술에 열정을 가진 명문가의 지원은 값진 문화유산을 탄생시킨다. 만일 후작의 고용과 후원이 없었다면 인류는 ‘하이든’이라는 보석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하이든은 주방장보다 낮은 하인 신분이었다. 훗날 음악사에 거장으로 남은 그는 역사의 시간 속에서 아이젠슈타트의 주인이 되었다. 지난달, 최영미 시인의 몇 줄 글이 회자되었다. ‘평생 이사 다니지 않고 좋아하는 장소에서 도로시 파커처럼 글 쓰다 죽고 싶다’는 로망을 말한 게 사과나 용서를 구할 일인가. 거슬린 표현을 빌미로 삼아 그를 폄하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심지어 그는 한 방송사에 출연하여 해명까지 해야 했다. 작가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는 일상에서 해결 못 해 마음 쓰는 일들이다. 작가는 생계만 유지할 수 있어도 만족하며 글을 쓴다. 평범한 사람들이 규정하지 못하는 감정의 조각들을 예리한 시선으로 꿰어준다. 그가 사회에 끼친 공로 여부는 의미가 없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그의 위상이다. 최 시인의 제안은 창의적 상상으로 들어야 해석이 된다. 이번 일은 그가 사회에 넌지시 질문을 던진 결과를 가져왔다.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느냐고… 우리 사회가 예술 인식의 지적 한계를 아직 넘어서지 못했음을 알게 해 준 계기였다. 시인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최저 생활을 제공하지 못한 사회가 미안해야 할 일이다. 예술은 향유함으로써 소유한다. 예술 경험이 커지면 예술가에 대한 이해도 넓어진다. 삶에서 놓치고 있던 절반의 의미를 위하여 조그마한 ‘예술 하기’라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주용수 작곡가·한국복지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스포츠 교육, 질적 향상 시급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의 질은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과 민간 스포츠클럽의 활성화 등의 스포츠 교육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관심과 함께 많은 향상을 가져왔다. 2016년도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 현황에 따르면 주1회 이상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2014년 54.8%에서 2016년 59.5%까지 계속적인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여학생의 스포츠 활동 참여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기의 스포츠 활동은 평생건강의 근간이 되며 신체적 발달과 정신적 발달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지능발달을 통해 학업적 성취를 향상시키고 스포츠 경기에서의 경험을 통해 리더십을 키우고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스포츠 참여 활동은 훌륭한 교육의 시작이며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때에 발맞추어 경기도 체육회는 경기도형 생활체육 혁신모델을 통해 배구, 축구, 농구, 풋살 등의 다양한 종목에 대한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승부 위주의 경기가 아닌 참가 학생들의 존중과 배려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인성교육의 초점을 맞추어 ‘어진마음, 멋진행동, 밝은표정, 고운말씨’로 새겨진 팀조끼를 입고 상대팀 선수에 대한 존중의 표현을 통해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나누는 건강한 축제로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스포츠 문화가 가능한 것은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체육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독일은 학교와 민간 스포츠클럽이 연계하여 스포츠 교육이 전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의 스포츠 교육은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청소년들이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엘리트 선수까지도 성장할 수 있도록 수준별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즉 스포츠클럽이 사회조직의 중요한 역할을 할 감당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스포츠클럽과 방과 후 스포츠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수준별, 연령별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정이다. 청소년의 스포츠 활동이 확대됨에 따라 체계적인 수준별 프로그램과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며 스포츠클럽과의 연계를 통한 스포츠 교육의 질적 향상과 지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백성욱 한국유소년스포츠클럽협회장

[천자춘추] 성공과 행복보다 중요한 것

직장인들은 추석이 다가오네, 열흘이나 되는 연휴에 뭘하며 쉬나 생각하고 있는 지금. 고3 수험생을 둔 집에서는 이번 연휴가 더 팍팍하게 느껴진다. 수능 원서는 9월초에 이미 접수했고 시간이 정말 빨라 어느새 수능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고3 담임 선생님들은 수시 원서 쓰느라 정신이 없고, 불안한 수험생들은 연휴에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해야 할 입장이다. 사실 인생에서 수능만큼 그 이후 삶을 좌지우지하는 시험도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 매 순간의 선택이 수능만큼이나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사실 대학 나오고도 직업이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구나 생각하고 있는 사이, 대학 진학률은 하락 추세다. 이미 2009년 최고치인 77.8%에서 지속 하락하여 2016년에는 69.8%까지 거의 10% 가까이 진학률은 떨어졌다. 대학은 왜 가는 걸까? 대학을 아주 오래 전에 다닌 내게 누군가 묻는다면 ‘갈 수 있는데, 그리고 다들 가는데 나만 안 가면 손해니까’라고 했으려나? 지금의 현실에서는 학벌과 취업 때문에 간다고 말하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대학은 형편이 된다면 인생에서 한번 누려볼 수 있는 최고의 사치 중의 하나였다. 부모님이 조건 없이 제공하는 학비와 용돈으로 20대에 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마음껏 누려볼 수 있는 시절이다. 또한 인생에서 처음으로 공부가 뭔지, 뭘 공부해야 할지, 아니면 공부하지 말아야 할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생겨났고, 자신이 누구인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이러한 삶의 실제 질문들이 너무도 어렵고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던 탓에 파릇파릇한 젊음이 그리워도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은 내가 그 시절에 했던 고민을 하고 그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삶이 원래 그러한 것이니…. 부모인 내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너만의 해답을 찾아보라고, 그 해답이 너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생각해보라’는 교과서적 얘기로 결론 난다. 거기에 추가로 하나 더, 그 해답이 너만 행복해서는 절대 안 되며 네 기준에서 남을 멋대로 이용하거나 아프게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해야 하는 걸까? 지난 24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범인 박모 양도 이번 수능을 준비하는 청소년들과 같은 또래다. 송미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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