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북미회담 성공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길”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로 판문점 선언이 발표됐다. 기대감을 주는 요소들도 있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이 있다는 것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해치는 암 덩어리인 북핵문제를 풀지 않으면 단 한걸음도 내딛기 어렵다는 점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북한은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실무회담의 이견으로 회담의 취소까지 언급됐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협상을 시작했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정상회담 준비를 이어갈 예정이다. 북핵문제 해결은 북미간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물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번 회담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내듯 완전한 북핵폐기(CVID를 넘어서 PVID)를 합의하는 원샷 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당시 트럼프 후보는 북핵문제 해결 방식을 제안한다. 트럼프 후보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이 보유한 현재 수준의 핵과 미사일 동결을 의미하는 ‘햄버거 회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우려스러운 내용이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2016년 12월 새누리당은 방미 특사단을 꾸렸고, 나는 특사단장 자격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새누리당 방미 특사단은 북핵문제를 비롯해, 한미 FTA주한미군 주둔비용 등 한미간의 현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구성됐다. 특사단은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의 주요인사, 의회 지도자, 주요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과의 소위 ‘햄버거 회담 제안’이 핵폐기가 아닌 핵동결로 가서는 절대 안 되며, 대한민국이 소외된 회담은 더욱더 안 된다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바 있다.아울러 북한이 핵을 반드시 폐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핵 억제능력으로 전술핵 재배치 또는 자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파하고 다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절박한 호소가 이어졌지만 북핵은 여전히 어려운 난제로 남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매우 고도화되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국제사회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의 효과로 남북, 북미 대화국면을 만들어 냈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화국면에 있어도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국제사회와의 약속 파기를 상기하면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검증이 있기 전까지는 어떠한 제재와 압박도 해제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의 결단이 있어도 북한 내부사정으로 문제가 어렵게 꼬일 수도 있음을 감안하고 북핵 폐기의 절차와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우리의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다. 이를 흔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도 북핵의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언급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당연히 북핵 폐기다.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북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이고 비로소 평화와 협력 그리고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우선적으로 추진이 예상되는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할 길이 열린다. 그리고 한반도는 ‘유라시아 큰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일, 한중 해저터널을 뚫고,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중국횡단철도를 연결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경제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세계의 심장이 될 수 있다.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회담이 북핵 폐기의 분수령이 되어 대한민국이 아시아 태평양의 허브로서 세계의 중심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원유철 국회의원(자유한국당·평택갑)

[의정단상] 평화의 길은 경기도에 ‘대박의 길’이다

지난 2월의 평창올림픽 이래 현재까지 남·북한, 미국의 주역들이 등장하는 사진을 보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합성 사진을 보는 것 같다는 말들도 한다. 6·25 전쟁 이래 가장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던 한국·미국 대 북한의 관계가 대화모드로 급변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빠른 주행 속도에 ‘과속방지턱’의 필요성도 이야기된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서 ‘정상국가’로 연착륙하기를 바라는 염원이야 모두 같을 것이다. 하지만 염원이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대신할 수는 없다. 북핵 문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남·북한, 미국의 3자 플레이에 중국도 ‘선수’로 참여하면서 고차방정식 문제가 됐다. 방정식 해법은 복잡하지만 우변은 고정돼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에 응한다고 하면서 그 대가로 요구할 ‘경제적 보상’이다. 북한은 핵무기·로켓 기술을 가장 비싸게 팔려고 할 것이고, 다른 당사국들은 최대한 깎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인 합의안이 도출되면서 남북한이 평화 모드로 접어들면, 한국 사회는 핵 폐기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대두될 수 있다. 민주당 정부는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나는 그 원칙으로 다섯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군사력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둘째, 북한의 일부 상층부가 아니라 주민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셋째, 일방적으로 시혜적인 조치가 아니라 조건부로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넷째, 북한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로 이끄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한국 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사실, 궁극적으로 핵 폐기와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위한 지원은 미래의 통일을 대비해서 ‘통일비용’을 선지출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통일비용’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 ‘통일비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까지 나온 통일비용에 대한 추산을 과도하게 신뢰해서는 안 된다. 통일비용은 주체에 따라서 수백조 원에서 수천조 원까지 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 어려움에 비할 때 간단하고 단순화된 방식으로 추산된 액수는 참고자료의 의미 이상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둘째, ‘비용’과 그 ‘편익’의 측면을 같이 봐야 한다. 예를 들면, 독일 통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통일비용의 상당액은 동독의 교통망 건설에 투입됐다. 한국은 북한의 철도와 도로가 정비된다면 육로가 대륙으로 연결되면서 물류비용 등이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이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적지 않은 편익을 제공한다. 통일비용은 북한을 위해 일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 미래를 위해서 통일비용이 든다면 현재에는 ‘분단비용’이 든다. 통일비용은 현재를 적극적으로 바꾸는 행위다. 이는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로서, ‘작위에 의한 손실’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당장 추가로 지출되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분단비용’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도 발생하는 손실로서 ‘부작위에 의한 손실’로 볼 수 있다. 이미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여기엔 둔감해진다. 필요 이상의 국방비를 비롯한 이미 제도화된 수많은 지출이 있다. ‘통일비용’은 이 ‘분단비용’과 같이 놓고 판단해야 한다. 나는 ‘통일비용’의 개념을 ‘통일투자’, ‘한반도번영투자’로 바꿔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통일투자’는 사실상 한국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보강 비용이며, 통일 후 필수적인 투자를 선집행하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 경기도는 중부지방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경기도는 현재는 남한의 ‘북부지방’에 속하게 됐다. 남북한 평화번영의 시대가 된다는 것은 경기도가 한반도의 중심인 ‘중부지방’이 되는 것이며, 대륙으로 가는 요충지가 된다는 의미도 지닌다. 우리는 더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남북한의 평화번영 시대는 경기도에 또 한 번 도약의 조건을 제공할 것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안양 만안)

[의정단상] 4차산업혁명 선도할 기회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컨퍼런스’·

오는 9월 블록체인·암호통화 분야의 전세계 전문가가 대한민국 국회에 모인다.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는 암호통화 관련 부작용을 방지하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도출해 국제표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블록체인·암호통화 판(版)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2월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법안에는 △암호통화의 정의 △거래소 등록 △피해보상계약 체결 보안대책수립 등 이용자 보호에 관한 거래소 의무 △자금세탁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한국에 불어 닥친 암호통화 광풍의 사회적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암호통화 정책은 비단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공감대와 공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각 나라마다 블록체인·암호통화에 대한 정의, 법적성격 등이 제각각이었고, 이용자보호 방안 등의 대책이 미비했거나 규제의 범위와 강도도 달라 혼란이 가중됐다. 블록체인 기술 검증에 대한 공통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는 동안 암호통화 관련 ICO 국제사기, 자금세탁과 범죄자금에의 악용 등 부작용이 확산·심화됐다. 지난 3월19~20일 아르헨티나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서도 핵심주제로 다뤄졌지만 구체적 대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각 정부의 한마디에 관련 시장이 요동치니, 정부가 공통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매우 요원했다. 그래서 국회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곧장 국회의장을 찾아가 블록체인·암호통화 정책의 국제공조 긴요성과 국회가 이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득했고, 지난 3월 국회에서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이니셔티브 외교단을 꾸려 유럽의 디지털 강국이자 스타트업 요람인 영국·에스토니아·핀란드 외교 길에 올랐다. 제1·2차 산업혁명의 주역이었으나 제3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내준 경험이 있는 영국은 블록체인을 기회 삼아 핀테크 성지로, 제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에스토니아는 국가의 모든 시스템을 블록체인화 하는 대개혁을 이미 진행했고,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시민권을 만들어 세계 각국의 유능한 기업과 인재들을 흡수하며 디지털 영토를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었다. 2019년 후반기 EU 의장국인 핀란드 역시 “Blockchains Boosting Finnish Industry(BOND프로젝트: 블록체인이 핀란드 산업을 부흥시킨다)”는 구호를 외치며, 국가 싱크탱크가 총동원 돼 블록체인 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있었다. 외교단은 이 같은 각국의 블록체인·암호통화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의회와 정부, 민간 전문가들을 만나 한국 국회 주최의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컨퍼런스 참석을 제안했다. 각국 전문가들은 선도국간 국제공조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참가희망 의사를 화답했다. 그렇게 마련하게 된 기회가 이번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컨퍼런스’다. 블록체인 기술은 제2의 인터넷혁명이라 불리며, AI·빅데이터 기술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새로운 가능성으로 꼽힌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27년이면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되는 금액이 전 세계 총생산(GDP)의 10%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블록체인·암호통화를 어떻게 제도권으로 받아들이느냐는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컨퍼런스는 대한민국이 블록체인·암호통화 분야의 선도국으로서 관련 제도의 국제적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각국 의회와 유관 정부기관, 중앙은행,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블록체인·암호통화 관련 부작용 방지책과 관련 제도 및 기술 협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컨퍼런스가 대한민국이 블록체인·암호통화의 주도권 국가로 도약하는 모멘텀이 되기를 바란다. 정병국 국회의원(국회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이니셔티브 외교단장)

[의정단상] 문재인 정부 1년과 지방선거

‘나라다운 나라’를 갈망하는 촛불의 염원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토록 추웠던 지난겨울, 광화문 네거리를 1천700만 촛불로 가득 채운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분노’와 ‘불안’일 것이다. 국정농단을 감시·견제해야 할 권력기관들이 오히려 이를 방조·묵인한 것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여기에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 아무리 노력해도 나와 내 자식의 미래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현실에 대한 ‘불안’이 합쳐져 ‘이게 나라냐’는 외침으로 타올랐다. 그렇게 1천700만 촛불은 권력의 지형을 바꾸고, 세계정치사상 유례없는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새 정부는 이러한 촛불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권력기관들이 그 본연의 사명을 다하도록 개혁하고, 지난 수십 년간 재벌중심의 투자촉진에만 매달려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만 가속시킨 이윤주도성장에서 벗어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소득주도성장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벤처 창업생태계 조성을 필두로 창의와 융합의 정신을 촉진시키는 혁신성장을 핵심으로 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목표의 실현을 위해서는 선출된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정치를 맡길 수 없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이 생활정치의 현장에서 나타나게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이처럼 국민소통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국민은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265일간 무려 18만여 건의 청원으로 화답했다.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은 경제뿐만이 아니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고, 그에 대응해 미국의 선제타격론이 공공연히 나돌면서 한반도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라는 일관된 소신과 원칙에 따라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내면서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 냈고, 우리 8천만 한민족은 공동번영과 통일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어느 기자의 표현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심이 없든, 우리가 그에게 빚을 진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여러 개혁과제를 위한 후속 입법·예산 조치들을 처리해야 할 국회가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원인은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이다. 이미 6·13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이 불가능해졌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 모든 정치권이 개헌의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했던 이유도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소야대 구조와 그로 인한 국회의 무능을 극복할 수 있는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어제(5월10일)가 제7회 유권자의 날이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무산된 원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동시 개헌을 위해 반드시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을 사실상 거부한 야당에게 있다. 정치공학적인 계산에 따라 눈앞의 선거에 불리하면 어떤 공약이나 약속도 서슴지 않고 파기해버리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태이다. 다만 여소야대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야당을 설득하고 협치의 묘미를 발휘해야 할 여당의 정치력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한 달 남짓 앞둔 6·13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가 꺼져가는 개헌의 불씨를 되살리고 천재일우의 기회로 잡은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치와 ‘나라다운 나라,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한 여러 개혁 조치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참여와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이유이다. 김진표 국회의원(더민주·수원무)·前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의정단상]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산정기준 조속히 개선해야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전환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과 점진적 자가 소유 촉진을 위해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제도이다. 건설사업자에게 공공택지와 기금 등을 지원하여 임대주택을 건설ㆍ운영하도록 하고 10년 의무임대기간 경과 후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임차인에게 우선적으로 분양전환을 하는 것이다. 10년 공공임대는 전국적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민간건설에서 공급해 왔으며, LH에서 공급한 공공임대의 경우 내년 7월 판교 원마을 12단지를 시작으로 분양전환이 예정되어 있고, 민간건설의 경우 당장 올해 12월부터 판교 산운마을 8단지와 9단지를 시작으로 분양전환이 본격화된다. 그러나 분양전환을 목전에 둔 공공임대 임차인들은 현재 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주변 시세 급등으로 ‘감정평가금액’이란 높은 분양전환가격을 현실적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사실 10년 공공임대는 노무현 정부 당시 표면적으로는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건설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설사업자에게 공공택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건설비용의 경우 임차인에게 보증금으로 받거나 국민주택기금을 빌릴 수 있게 하였다. 물론 그 주택기금에서 대출받은 이자와, 감가상각비 등도 임차인에게 수십만원에서 100만 원이 넘는 월 임대료를 받아 충당이 가능하다. 특히, 건설사업자들은 10년 후 시세가 높을 때, 감정평가금액으로 분양전환 할 수 있으며, 시세급등으로 분양전환을 못 받는 임차인들을 소송으로 쫓아낼 수 있다. 공공택지도 국민의 땅이고 공공재이다. 공공택지는 각종 제도에서 소외받아 온 사회적 약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법에서도 ‘우선분양전환권’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택지가 건설사 이윤추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많은 임차인들 앞에서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을 5년 공공임대와 같은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공약 채택과 법안 통과를 약속한 바가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분양전환 시기가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정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국회의원들이 분양전환가 산정기준 개선을 위해 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법에 따라 건설사와 임차인이 계약 체결을 한 것을 뒤늦게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 개정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과 다르게 헌법재판소와 결정례와 대법원 판례에서는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택지에 건설한 공공임대는 계약의 원칙보다는 공익 실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판시하고 있다. 물론 건설과정 속에서 건설사업자들도 기여를 하였고 그에 따른 사업성 보장도 있어야 한다. 이에 분양전환가를 산정할 때 ‘분양가상한제’에 준하는 방식으로 하되 건설사업자의 사업성을 위해 택지비와 공사비에 기간이자, 간접비, 적정이윤을 보장하도록 하는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본 위원이 대표발의 하여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10년 공공임대 제도를 도입한 참여정부의 핵심관계자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국토교통부는 본 위원이 발의한 법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무주택자 신분으로 10년 넘게 청약저축통장을 매월 납입해오고, 또다시 10년간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평생에 한 번 20평대 아파트 하나 장만해보려는 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문재인 대통령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윤종필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성남 분당갑 당협위원장)

[의정단상] 기업시민과 노동시민이 완성할 ‘시민사회’

내 친구는 중소기업을 운영한다. 그 친구가 사업하는 모습을 보면 산업 생태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세한 중소기업 33.3%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부당한 납품단가 현실을 경험했다고 한다. 대부분 ‘을’은 별다른 대책 없이 불공정한 관행을 수용하게 된다.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납품단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부문이 노무비라는 사실이다. 결국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중소기업 노동자다. 대기업 노동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마저 깎이게 되는 구조다. 이것이 정상인가? 내 친구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가 받는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할 때 44.6%에 불과하다. 대기업 비정규직은 66.6%, 중소기업 정규직은 64.1%다. 내 친구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대기업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임금 구조의 끝단에 있다. 이게 정상인가? 우리 사회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정상적 갑을관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소득불평등 구조, 이런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중소기업 일자리문제, 청년실업 문제, 빈곤문제, 그리고 사교육비, 자살문제 등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그늘에 비정상적 시스템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구축하고, 소득구조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회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기업시민이 돼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구호성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CSR, CSV 등 전담팀을 둬 운영하는 대기업의 경우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환경문제, 시민권 보호 등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행위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대한민국에만 있는 재벌(Chaebol)과 갑질(Gapjil)이 곧 영어사전에 등재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을 정도다. 시민의 중요한 덕목인 ‘사회적 책임’을 아는 경영진이 기업을 운영해야 하며, 그 기업 자체가 기업시민이 돼 사회 발전을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 현대 사회의 기업은 돈을 버는 데 있어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가 중요하다. ‘어떻게’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시민, 그들 스스로 그러한 기업시민이 되지 못한다면 법과 제도로 기업시민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노동시민의 결단도 필요하다. 양대 노총의 구호를 흔하게 접해온 터라 우리 시민들에게는 많은 노동자가 노조 조직원일 것이라는 착시 현상이 있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노조가 조직돼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노조 조직률은 10.3%, 중소기업 300인 미만 사업장은 15%, 100인 미만은 3.5%에 불과하다. 더 작은 중소기업일 경우에는 그 비중이 더 작을 것이며, 소상공인 기업에는 0%가 되지 않을까 추정한다. 노조는 사실상 조직원들이 낸 ‘돈’으로 운영되지만 이제 양대 노총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공기이며, 여론이며, 정의다. ‘이게 나라냐?’ 촛불을 들었던 노동자들은 공정의 가치를 부르짖지 않았는가. 필자는 이제 노조 역시 조직원들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닌 시민사회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 자신을 대변할 노조를 갖지 못한 노동자, 좋지 못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청년노동자, 막 노동시장에 뛰어든 경력단절 여성노동자, 이들의 이해와 요구에 공감하고 그들의 고통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시민과 노동시민이 리드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그려본다.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데 오직 자신의 능력만이 전부가 아니었으며, 다행히 운도 큰 몫 했을 것이라고 여기는 시민, 그래서 모두에게 감사할 줄 아는 시민,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고, 그들이 아파할 때 먼저 손 내밀어 연대할 수 있는 시민, 그런 시민들이 이끌어가는 시민사회를 그려본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은 그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도 존경받는 기업시민, 행복한 노동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의정단상] 남북정상회담, 북핵 폐기 시한 명확히 해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4월27일, 정전 후 남북의 정상이 세 번 째 회담을 갖는다. 북핵은 5천100만 국민의 생존이 걸린 남북 간 가장 중요한 현안인데도 앞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테이블 위에 꺼내 놓지도 못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전과는 다르게 장소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회담의 핵심 의제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한이 이처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동안 핵무력 완성을 기초로 한 자신감이라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북한은 핵을 대가로 자신들이 필요할 때마다 협상에 나서서 보상을 챙겼고, 그 보상으로 핵을 개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핵동결을 약속했던 ‘1994년 제네바 합의’, 핵개발 중단을 약속했던 ‘2005년 9·19 공동성명’, 우라늄 농축활동 중단을 약속했던 ‘2012년 2·29 합의’도 북한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급기야 3대 세습으로 등장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완곡하게 주장했다. 더욱이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북한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그 ‘핵단추’가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있다는 식의 위협까지 했다. 반면 불과 두 달 뒤인 지난 3월, 정의용 특사의 평양 방문 시에는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는 한편, 이어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북한 수뇌부의 입장이 언제 어떻게 바뀌고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할 수가 없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실무회담부터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임을 명확하게 세우고, 이를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매우 밀도 높은 논의를 해야 한다. 아울러,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은 ‘시한을 정한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도 6개월~1년 이내 빠른 시간 내에 폐기되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장기간 필요하다는 것은 허구이다. 북한이 말하는 ‘단계적 비핵화’는 선대 유훈과 동일한, 그럴싸한 포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는데 있어 배제해야 할 옵션은 없다는 점을 북한측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비핵화 협상의 논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비핵화 한들 미군철수는 안된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내건다면 비핵화 주장에 진정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셋째, 이번 회담을 통한 합의 내용을 상호 합의한 기한에 맞춰 잘 이행하고 있는지 검증시스템을 구축·가동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도록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협상 경험을 통해 북한은 협상에서 ‘합의’와 ‘실천’은 전혀 별개라는 점을 알고 있다. 더욱이 약속 파기 후에는 그 책임은 우리 측에 전가하는 나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전쟁의 벼랑 끝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25년째 지속된 북핵 문제의 중대한 변곡점이 되어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조심스러운 낙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막연하게 기대하기보다 모든 가능성에 냉정하게 대비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시한 정한 북핵 폐기’ 없이 한반도 평화는 없다. 신상진 국회의원(자유한국당·성남 중원)

[의정단상] 편안하게 ‘숨 쉴 권리’ 위해 LPG 차량 해방을 허하라

바야흐로 계절은 완연한 봄의 절정에 이르렀다.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했지만, 예전처럼 반갑지만은 않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가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야속할 정도로 연일 희뿌연 하늘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 편안히 숨 쉴 권리를 잃어가고 있다. 미세먼지에는 중금속, 발암물질 등 여러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천식, 기관지염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심혈관 질환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대한민국의 미세먼지는 WHO 권고기준 및 선진국 오염도에 비해 약 2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2016년 환경평가지수에 따르면 공기청정도는 세계 180개국 가운데 173위로 거의 세계 최악 수준이다. 물과 공기는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원천이다. 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하고 외출을 삼가라는 식의 안이한 대응으로는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행히도 이런 심각성을 이제 대다수 국민과 정치인들이 인식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일제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법에선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경유차 및 석탄화력발전소 등을 규제하고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LPG는 친환경으로 가는 ‘징검다리’ 연료다. 환경부의 자동차배출가스 등급산정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LPG가 경유의 9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필자는 경유차 저감 정부정책 방향과 미세먼지 대책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5인승 RV라도 연료사용 제한을 우선적으로 완화하자는 내용이 담긴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법안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여, 간사 간 합의를 거쳐 민생법안으로 추진해왔다. 당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 변화, 기존 수혜자에 대한 대안 마련 전제 등을 이유로 규제 완화에 강경한 반대 입장이었다. 업계들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해관계도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높은 장벽이었다. 그러나 점진적 허용이라는 합리적 방안을 제시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냈고 마침내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철통같았던 지난 35년간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정책적 지원을 본격화하는 물꼬를 텄다는데 큰 의의를 둔다. 변화는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이다. 성과도 많았지만 가야 할 길도 멀다. 해외에서는 LPG 차량의 친환경성을 인정해 각종 세제지원 및 보조금 등을 지급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 흐름을 역행해왔던 만큼, 정책적 오류를 인정하고 궁극적으로는 규제를 아예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올해 1월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차 중 등록 후 3년이 경과한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러한 의정활동의 연장선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 소비자들이 차량 가격이나 연비를 따져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일괄적으로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제다. 또한 LPG 연료 사용 제한의 당위성은 ‘낮은 상대가격과 사회적 배려’가 핵심 근거였으나, 연비는 경유가 LPG보다 높기 때문에 LPG가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배려 대상자에 대한 혜택이라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이제 정부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경제적 부담경감을 위해 더 큰 용단을 내려야 할 때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도입된 각종 문물이 부메랑이 돼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은 그 어떤 다른 이익과 가치와도 대체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LPG 5인승 RV 차량을 조기에 생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찬열 국회의원(바른미래당·수원갑)

[의정단상] 위기의 한국 지엠, 어디로 갈 것인가

한국GM이 위기와 회생의 기로에 있다. 산업은행의 실사와 노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GM의 해외사업부문 사장인 베리 앵글은 4월 20일까지 노동조합과 정부와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부도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GM은 인천 부평에 1960년대 처음 터를 잡은 새나라 자동차에서 시작하여 신진, 새한, 대우를 거쳐 오늘에 이른 한국 자동차 산업의 뿌리이다. 한국GM 문제는 공장 폐쇄가 결정된 전북 군산, 그리고 공장이 있는 인천 부평, 경남 창원, 충남 보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미래와 일자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제조업 한국의 뿌리와 밥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북 군산은 물론이고 지난 3월 21일 현장 방문을 통해 살펴 본 경남 창원의 현실도 이미 알려진 그대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작년부터 정부의 지원 방안과 대책부터 매각설까지 여러 대책에 대해 각각의 절박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사정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 한국 GM의 철수설은 어제오늘이 아니라 수 년 전부터 계속 있었던 문제이다. 자유한국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한국 GM의 경영이 악화된 원인과 노사정의 책임과 역할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한국GM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의 도출이 필요하다. 노사정이 무엇을 하고, 서로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 투명하게 합의하고 이행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과 산업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데서 온다. 이익을 못내는 구조와 원인에 대해 모두가 할 말이 있다. 그러나 각자의 밥그릇만 주장하면 밥솥 자체가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막힌 곳은 아전인수의 정치 논리가 아니라 공생의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 한국GM 본사의 부도처리 발언은 유감이다. 실제 부도의 파장을 생각하면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는 한국GM이 완전히 철수하면 연간 생산 손실은 31조, 총 취업자 감소는 9만 4천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자리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GM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손실을 생각하면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 노동조합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국민과 국회에 투명하게 실사의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모두 411만대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자동차 및 부품 수출은 648억달러, 수입은 165억 달러, 무역 흑자는 483억 달러였다. 자동차 산업의 생산액은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13.9%에 이른다. 종사자는 37만명으로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9.1%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밥줄 산업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를 맞아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새로운 시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자동차 산업은 한국의 주력 산업이 되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거의 20년 주기로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노력 끝에 극복하고 오히려 일취월장 발전했다. 지금도 비관론이 많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극복할 때 오히려 미래를 열어갈 힘이 나온다. 산업 강국의 꿈을 버리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흔들리는 뿌리, 주력 산업의 근간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세워 불안한 미래에 절망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새삼 더 생생하게 들리는 봄이다. 정유섭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인천 부평갑)

[의정단상] 아이들 건강 위한 미세먼지 대책 여야가 따로 없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과 대응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미세먼지가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OECD가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 사람 수를 약 1만 4천명으로 추정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석면, 벤젠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크게는 머리카락의 5분의 1에서 작게는 10분의 1 크기인 미세먼지는 그 크기가 워낙 작아서 호흡과정에서 잘 걸러지지 않고, 몸에 침투했을 경우 호흡기뿐만 아니라 소화기, 알레르기, 순환기, 안과, 심지어는 뇌에까지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중에서도 입자가 미세한 초미세먼지(PM2.5, 지름이 2.5㎛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는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기관지와 폐로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천식과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고 직접적인 폐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27일 국내에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환경정책기본법시행령에 따라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환경기준이 50㎍㎥에서 35㎍㎥로, 연평균 기준이 25㎍㎥에서 15㎍㎥로 바뀌었다. 기준 강화에 따라 초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보다 높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미세먼지가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20일 교육부와 함께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깨끗한 학교 실내 공기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어른에 비해 오염물질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언급됐다. 아이들의 경우 어른에 비해 체중공기흡입량이 2배 이상 큰 것에 비해 신체의 저항력은 성인에 비해 약하며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에 성인보다 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교육부와 환경부는 대책 마련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어린이·청소년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실내 체육시설이 없는 979개 학교에 2019년까지 체육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제가 앞서 언급한 ‘깨끗한 학교 실내 공기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교육부는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학교 내 설치한 공기정화장치 도입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에 대한 공론화도 곧 이뤄질 것이다. 분당 지역의 학교들도 실내체육관이 없는 학교들이 다수다. 이에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 실내 체육관 건립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추진하고 있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남은 임기동안 최대한 많은 학교에 실내체육관을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경기도의 경우 학교 실내체육관 건립과 관련해 도청과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간에 마찰을 빚고 있다고 들었다. 경기도민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교 실내체육관 도입은 시급한 과제다. 어떠한 정책이 보다 효과적인가에 대한 검증 역시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에 따라 일이 추진돼야 한다. 또한 실내체육관 건립은 단순 미세먼지 대책을 넘어 학내 교육 환경 개선에 다각도로 기여할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아무쪼록 최대한 빨리 정책 결정이 돼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지길 바란다. 김병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성남 분당을)

[의정단상] 교권이 회복돼야 학교가 바로 선다

▲ 이학재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오 캡틴, 마이 캡틴”. 원래 이 말은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이 링컨 대통령을 추도하며 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 영화에서는 제자들이 참된 가르침을 준 키팅 선생님을 향한 존경의 의미로 쓰였다. 기성세대와의 갈등, 입시와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준 키팅 선생님과 제자들의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우리 교실의 풍경은 어떨까. 최근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새 학기 수업에서 자는 학생을 깨웠다가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 이후 해당 교사는 이런 일을 또 겪을까 하는 불안감을 안고 교실에 들어간다고 한다. 또 한 중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교칙을 어긴 학생에게 청소를 시켰더니 학부모가 찾아와 교사 얼굴에 물을 뿌린 일도 있었다. 이 교권 침해 사례들은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실제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하다. 놀랍지만 이런 일들이 교육 현장에서 드물지 않은 것 같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학생과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 침해 건수가 총 2만5천281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폭언·욕설이 가장 많았고, 수업 방해가 뒤를 이었다. 특히 교사에 대한 학생의 성희롱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만 봐도 이러한데 현장에서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일일이 다 듣기는 벅찰 것이다. 사실 교권 추락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2012년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러다 지난 2015년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빗자루로 선생님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는 교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여론을 야기했다. 국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유초ㆍ중ㆍ고교의 장이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 조치를 한 후 그 결과를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그해 말에 통과시켰다. 이후 교실의 풍경은 달라졌을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개정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ㆍ제도가 교권 침해의 사전 예방보다는 교사가 피해를 당한 후 대응에 초점을 두고 있고, 또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와 지원, 가해자에 대한 조치 등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데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교권 침해를 당해도 교사 혼자 힘으로 해결하거나 참도록 방관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선생님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학생 인권이 중요한 만큼 교권도 중요하다. 교권은 다음 세대를 잘 키워낼 수 있도록 공동체,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다. 현행법에서 교사의 교육 활동 보호를 명시하고 있는 이유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떤가. 교권 침해가 반복되면 교사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교육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교권 침해의 최종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다. 오직 교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헌법에 위반되거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서다. 이외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기고 교권을 침해한 자에 대해 면죄부를 주지 않는 원칙으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고, 교권 침해 학생과 보호자로 하여금 피해 교원의 치유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교권보호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교권 회복은 결국 학교를,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학교와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온 국민이 동참해주실 것을 제안한다. 이학재 국회의원(바른미래당·인천 서갑)

[의정단상] 재정운용의 공정성 강화, 국민 납득이 우선이다

작년 말 통계청이 새롭게 개편해 발표한 소득분배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11.2%다. 미국(22.9%), 영국(30.8%), 프랑스(42.8%) 등 OECD 주요 선진국들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소득재분배 효과는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한 소득분배 상태보다, 세금을 납부하고 정부로부터 각종 재정지원을 받은 후 실제 사용 가능한 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한 소득분배 상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측정한 수치다. 이는 고소득 계층에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됐고 저소득 계층에는 얼마나 더 많은 정부지원이 이뤄졌는지를 나타낸다. 최근 우리 국민이 왜 그토록 조세의 누진성 강화나 부자증세 등 조세정의 확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재정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소득재분배 효과와 관련한 많은 연구는 조세보다는 재정지출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더 확실하고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금을 누구에게 부담시키는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돈을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출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정의 현주소를 보면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재정의 공정성 강화가 절실하다. 먼저 정부지출 규모 자체가 작다. 2016년 기준 중앙과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을 포함한 전체 정부지출의 GDP대비 비중을 보면 우리는 32.3%로 미국(37.8%), 영국(41.5%), 프랑스(56.37%) 등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누리는 공공서비스 수준도 낮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지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소득재분배 창출요인 중 하나인 공적사회보장지출(public social expenditure)의 GDP대비 비중을 보면 우리는 10.4%에 불과하지만 OECD 국가 평균은 21.0%에 달해 우리의 두 배다. 공적연금의 도입 시기가 늦어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저소득층과 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국민부담이 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국민은 세금이 자신들에게 어떤 혜택으로 돌아오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상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이 경제정책을 명목으로 소수 대기업과 재벌을 위해 재정이 사용된다면 국민부담을 늘리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재정의 공정성을 강화해 보편적 국민을 위해서 돈이 쓰임을 알 수 있어야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동의가 가능하다. 물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재정의 공정성 강화가 곧 모든 국민의 부담증가 동의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나와 내 가족, 가까운 이웃 중 누군가가 사회에서 가장 빈곤한 처지에 놓일 확률이 제로가 아닌 이상 재정의 공정성을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부담을 확대하고 재정의 역할을 늘려나가려면 먼저 재정운용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얼마 전 정부로 하여금 재정이 소득계층별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소득재분배 인지예산서 및 결산서’를 작성토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에서는 재정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성적평등을 지향하기 위해 ‘성인지예산서 및 결산서’을 작성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재정이 소득계층별로 얼마나 많은 혜택을 제공했는지, 소득계층 간 재분배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소득재분배 인지예산서 및 결산서’를 작성하자는 것이다. 정부에게는 재정의 공정성 강화를 독려하고 그 성과를 국민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다. 법안이 통과돼 제대로 운영된다면 재정의 공정성 강화와 더불어 잘 사는 사회실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정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포갑)

[의정단상] 국민이 원하는 정치의제가 필요하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전쟁에서 죽은 사람은 12만 명에 불과한 반면 당뇨병으로 죽은 사람은 1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화약보다는 설탕이 더 치명적이다. 흑사병과 천연두 등 자연발생적인 전염병과 감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인류는 21세기인 지금에 와서는 예방접종과 항생제 개발 등 의학기술의 성취로 마침내 인간이데아를 실현해가고 있다. 전염병과 전쟁의 공포마저 상당수 털어낸 인류는 행복추구를 위해 ‘새로운 의제’를 찾고 있는 중이다. 유발 하라리의 베스트셀러 호모데우스에서는 인류가 모든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내고 신이 되어버린 인간세계를 다루고 있다. 데우스(DEUS)는 프랑스어로 ‘신’이라는 뜻으로 인간을 뜻하는 호모(Homo)와 결합해 ‘신이 되어 버린 인간(호모 데우스)’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 인공지능(AI)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과 지능의 응집체인 인공지능은 인간과 지능대결을 펼치며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고 있다. 전염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에게 매달려야 했던 인간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과학의 결정체로 이제는 굳이 신에게 엎드리지 않아도 된 것이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높은 지능의 인공지능으로 신의 영역을 대체시킨 후에 인공지능을 지배하며 ‘신의 놀이’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인류는 종교 같은 의식보다는 지능을 우선시하게 된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를 통해 ‘지능과 의식 가운데 영향력은 지능이 높을지라도 우리가 항상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의식’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복지확대는 국민의 관점에서 만든 의제인가? 이제 정치의제로 돌아가 보자. ‘오늘날의 정치는 국민행복을 위해 어떠한 정치적 의제를 발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권은 복지확대를 통해 표를 구걸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공공산후조리원, 청년수당,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에 이르기까지 ‘국민행복’을 주창하며 내놓은 정책들은 과연 국민행복에 기초하고 있는가? 복지의 확대가 국민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의제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국민은 복지의 확대를 바라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부담 즉, 증세를 동시에 원하지는 않는다. 내 주머니를 털어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국민행복 공략이 국민관점의 정치의제가 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증세만 놓고 본다면 과연 어느 정권이 증세라는 방울을 고양이 목에 달 수 있을까? 국민의 관점보다는 지지율의 관점에서 정치의제를 정해왔던 정치권의 오래된 습관이 무분별한 복지확대라는 논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류는 이제 질병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신이 되어버린 인간’의 관점에서 새로운 의제를 고민해가고 있다. 인간의 재능보다 의식의 영역을 우선시한다면 인류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유발 하라리의 경고를 고찰해봐야 한다. 지지율보다는 국민의 관점을 우선시한다면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정치의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략가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제임스 클라클의 격언을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 김명연 국회의원(자유한국당·안산 단원갑)

[의정단상] 지방선거 앞두고 후배 정치인들에 전하는 소고

평창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동계 올림픽이 폐막하고 나면 추운 겨울이 지나 꽃 피는 3월이 온다. 특히 올해는 자치와 분권의 이슈가 활짝 피는 지방선거의 해로, 올봄은 각급 선거 예비후보자들의 열기로 한껏 달아오를 듯하다.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에는 정치를 시작한 처음을 떠올리게 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직후인 1991년 초대 지방의회 선거에서 기초의회 의원으로 시작해 광역의회 의원, 기초자치단체장,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7번 내리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것에 항상 감사한다.지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정치를 하는 선배 입장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고자 간절한 마음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적는다. 나는 왜 정치를 시작했는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정치를 시작하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는 추구하는 가치, 이루고자 하는 신념이 있다고 생각한다. 30년 가까이 정치를 해오며 내가 좇아온 가치는 자치와 분권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다 되어감에도,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아직 ‘반쪽 자치’에 머물러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이래 도의원, 시장을 거치며 민주주의를 완벽히 꽃피우는 방법은 지방자치의 완전한 정착이라는 점을 몸소 느껴왔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에서 법률 개정 노력은 물론,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도 활동하며 자치분권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현안을 그 지역 주민이 직접 결정하는 ‘분권적 의사결정’을 통해 지역 현실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며, 이 가치를 이뤄가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철학자인 칼 포퍼(Karl Popper)는 그의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추상적인 선의 실현보다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 바 있다. 이는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보 정치인들이 흔히 하기 쉬운 실수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막연한 목표를 세워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처음 정치권에 발을 디딜 때의 열정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삶 속에서 무엇이 불편하고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를 파악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우선 덕목이 아닐까 한다. 나는 1998년 기초단체장 선거를 준비할 때, 슬로건을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로 정하고, 공약집을 먼저 만들었는데, 요즘은 매니페스토라고 해서 많이들 준비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그 당시 ‘10대 과제, 100대 공약’을 준비해 책자로 발행해서 시청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책 보고를 했는데 시민들과 기자들 앞에서 ‘내가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시장에 입후보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을 드렸다. 지금도 그 책자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시장 8년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선거를 준비할 때 추상적으로 지나치게 이상(理想)적인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대안을 마련해서, 적어도 공천심사 과정에서 ‘나는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 공천을 신청했다’고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후보자의 고민과 통찰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지역을 좀 더 자세히 알아가고, 나아가 이러한 진심이 지역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110일 앞으로 다가온 제7회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현명한 유권자들은 당신의 준비를 보고 있다. 백재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더불어민주당·광명갑

[의정단상] 한국경제, 이제 북방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경제는 다양한 대내외적 변수들로 늘 불안정하다. 대내적으로는 최근 3%대를 회복했지만 3년간 이어져 왔던 2%대 저성장률, 세계 224개국 중 219위를 차지한 1.26명의 합계출산율, OECD 평균 67.4%에 못 미치는 66.5% 고용률 등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6년간 이어져 온 저금리 기조전환으로 인한 금리 인상 및 환율과 유가의 온·냉탕 현상으로 경제운용의 안정성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조선,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지역 기반 전략산업으로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러한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혁신성장 산업개발은 필수 정책과제이다. 하지만 더 큰 포석으로 ‘북방신경제지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을 시작으로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특별고문으로 활동하며 총 5회에 걸쳐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 트루트네프 부총리를 만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지도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업 등 ‘9개의 다리’를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놓겠다는 신북방정책을 발표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한·중·러·일·몽골이 공동참여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시작으로 신경제지도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드넓은 몽골고원 등지에 청정에너지(풍력, 태양광, 천연가스 등) 전력을 대규모 생산해 공급하는 이번 사업에는 북한도 장기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동지역 항만개발’ 사업 협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러시아 영토인 연해주 내 북한땅과 가까운 곳에 한·중·러가 공동으로 건설 및 운영하는 대규모 항만과 물류기지 조성사업이다. 또한 ‘북극항로’를 통한 가스 관련 사업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5천km가량 떨어진 곳에서 가스를 도입해온 탓에 운반비용이 높아 가스비가 비싸게 책정되고 있었다. 반면 북극항로를 통해 러시아 야말지역의 천연가스를 운반할 경우 저렴한 가스사용은 물론 항로 개발을 위한 국내 쇄빙선 판매를 통한 수출증대 효과까지 있다. 이밖에 ‘한국-중국-러시아’를 연결하는 ‘신북방 실크로드’를 추진하고 있다. 본래 하얼빈과 훈춘 등 중국 내륙공업지대에서 육상으로 다롄항을 거친 후 해상으로 부산항까지 연결되던 교역로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물류라인보다 40% 가까이 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몽골 등 주변국들은 유라시아 협력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몽골의 초원의 길 이니셔티브까지 각 국가 간의 정책기조에는 여러 가지 접합점이 많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북방경제정책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경제성장은 물론 동북아 균형외교 추진의 발판이 될 것이다. 특히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경쟁구도를 타파하고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 평화협력 환경을 조성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포석이 될 것이다. 다섯 차례에 걸친 러시아 출장에서 러시아인들을 만날 때마다 강조한 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같은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신동방정책, 유라시아 경제공동체라 말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신북방정책, 신경제 지도라고 말합니다. 그 중심에는 연해주가 있습니다. 연해주를 중심으로 극동 러시아인, 중국 동북인과 일본열도 북부인, 그리고 한국인이 힘을 합쳐 국경을 뛰어넘는 신경제 공동체 건설을 앞당겨 그 속으로 북한도 하루빨리 들어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정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을)

[의정단상] 개헌, 자유민주주의 가치 존중돼야

2016년 12월, 대한민국은 미증유의 혼란 속에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은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국정은 공백상태에 빠졌다. 나는 그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지금의 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을 만드는 1987년 헌법체제의 태생적 한계임을 지적하며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민주적 정부형태(권력구조)의 개헌을 촉구했다. 6월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이 핵심이었다.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 감시할 권력 분산까지 논의할 여력이 없었다. 그 결과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이 생기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물론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검찰총장과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까지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등 총 332곳의 사장 등 대표에 대한 인사권을 직간접적으로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관이 대통령과 대통령의 측근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1987년 개헌 이후 우리는 6명의 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호의 키를 맡겼지만 단 한 명도 부정과 부패, 권력 남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이 법의 심판대에 섰으며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는 상황까지 목도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헌법, 개헌을 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는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을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건설 중이던 원자력발전소가 중단되고 이를 다시 재개하는데 약 1천400억 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구조를 견제와 균형,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제도로 개헌을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개헌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주장하며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면 그건 빼놓고 개헌을 하자고 했다. 2월 말까지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직접 발의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이렇게 이야기한 것은 개헌마저 정략적 도구로 삼겠다는 뜻이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은 놔두고 개헌을 하자는 것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말처럼 ‘앙꼬 없는 찐빵’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들이밀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헌법개정자문위원회 보고서가 나왔다. 자문위의 이념적 편향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국가 체제에 혼란을 주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자문위는 ‘자유민주적’을 ‘민주적’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적이라는 말이 더 포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 국가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하는 것이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와 맞서 싸운 대한민국 국군과 전 세계 16개국 참전용사의 희생을 저버리는 것이다. 또한 현행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해 사회 구성의 기초를 규정하고 있는데 자문위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주체를 남녀가 아닌 개인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동성간 결혼과 입양을 통한 가족 구성을 국가가 보장토록 하는 것이다. 동성애와 동성혼을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또는 문화적 다양성으로 포장해 허용토록 하려는 진보단체 등의 의견은 있지만 이는 인류가 존속하기 위한 근본 질서를 훼손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돼서는 안될 것이다. 이 밖에도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검사의 기소독점권, 병역거부권, 국민의 재산권 제한 등 국민 생활과 사회규범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한 숙의가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헌법은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민주적 권력구조는 물론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분권이 강화될 것이며 순국선열들과 참전용사들이 목숨으로 지킨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정단상] 귀농·귀촌이 우리 농업의 미래다

귀농·귀촌 50만 명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6월 29일 발표된 귀농·귀촌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농촌으로 이동한 동반가구원을 포함한 귀농가구원은 2만 559명, 귀촌인은 47만 5천489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귀농·귀촌인 및 동반가구원 중 50.1%가 30대 이하 젊은 층이다. 농촌이 젊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 문제, 저성장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 각박한 도시에서 경쟁에 매몰되어 쌓인 피로, 주택, 교통, 환경오염 문제 등을 해소하고 싶은 다양한 삶의 가치 추구 경향 등이 그 원인이겠지만, 비단 그뿐만은 아니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2년 전 한국의 한 대학을 방문해 “교실을 나가 드넓은 농장으로 가라. 여러분이 은퇴할 시점에는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한 것처럼, 젊은 층이 농업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귀농하는 사람은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기술력을 활용하여 농업의 6차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농업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강원도의 경우 6차 산업 종사자 50% 이상이 귀농자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도시에서 외식업을 하다 귀농한 청년은 하동에서 하동 쌀과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여 하동에 가면 사야 하는 ‘하동 찰호떡’을 개발하여 성장세를 타고 있으며 미래에는 ‘하동 찰호떡’으로 국제적 프랜차이즈 사업이 목표라고 말해 우리 농업에 희망을 주고 있다. 대추농사를 많이 짓는 마을에 귀농해서 대추농사를 짓는 부부가 자신의 대추농장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과 힘을 합해 마을기업으로 대추 가공공장을 설립하고 대추산업을 주도하기도 한다. 귀농가구에 비해 그 비중이 훨씬 더 많은 귀촌가구의 증가는 농업과 농촌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농식품부의 귀농·귀촌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귀촌을 했다가 5년 이내 농업으로 전환을 하는 사람의 비중이 29.1%이다. 귀촌가구가 잠재적 농업 인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수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농촌에 농업하는 사람만 살아서는 지속 가능한 농촌이 될 수 없다. 최근 농촌 인구가 줄면서 사라져가는 이·미용시설, 작은 학교, 보육시설, 음식점 등 농촌을 지탱하던 각종 편의시설이 없어져서 농촌은 점점 사람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농촌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귀농·귀촌자들이 도시에서 축적한 다양한 전문성과 기술을 접목하여 농촌에 새로운 서비스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도시근로자 소득과 농가소득의 격차는 물론 문화적 격차도 줄여줘야 한다. 귀촌인들이 모여 카페도 열고 식당도 운영하며, 작은 도서관을 열어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고 그 아이들의 부모를 불러 모아 농촌에서 누리기 어려운 각종 강좌나 문화공연도 대폭 늘려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물론 귀농·귀촌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촌 지역의 지가상승, 지역민과의 갈등 문제, 귀농 초기 정착의 어려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러나 지방분권 시대에 맞는 국토균형 발전과 대한민국 농업 미래성장을 위해서는 귀농·귀촌을 통한 농촌의 세대교체가 해법이다.

[의정단상] 나는 회의(懷疑)한다

영화를 보았다. 1987. 매캐했던 기억 저 너머의 일들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1987년.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기까지 억울하게 희생된 안타까운 젊음들이 있었음을 두 시간 내내 아픈 가슴으로 목도했다. 그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오늘까지 발전할 수 있었고, 그러한 역량이 쌓이고 쌓여서 수많은 촛불로 타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때 당시 민주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군부정권의 독재정치였지만, 그 장약은 누가 뭐래도 광주 민주화 운동이다. 아니 419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시민의 성숙한 역량. 이렇듯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끌어 온 것은 이름 모를 필부필부(匹夫匹婦), 그 시절을 살아온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는 것이다. 대학생이었던 지성인들은 학교 앞 거리에서, 이미 졸업을 하고 직장인이 된 시민들은 넥타이부대가 되어, 데모를 할 수는 없었지만 묵묵히 시위대를 응원했던 수많은 사람들, 이름 모를 이들의 마음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 국민은 그렇게 1987년을 살아냈고, 그러한 마음들이 모여 2018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랬던 수많은 주역들은 이미 오래전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말없이 돌아갔다. 그중에 일부는 386 젊은 피가 되어 정치권에 발탁이 되었고, 그들이 바쳤던 젊은 날의 보상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했다는 것을 따질 수는 없겠으나, 그들에게 많은 보상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국민의 것이다. 특정 정파의 업적이나 유산이 아니라 1987년을 묵묵히 살아냈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것이다. 현 정부는 당시의 주역들이 중책을 맡아 참여하고 있다.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그렇고, 청와대의 비서실장이 그러하며, 다수의 장관, 다수의 의원이 그러하다. 1987년의 주역들이 주류가 된 정부. 그런데도 역시나 국민들은 어렵다. 그들은 화려해졌다. 더 이상 떼 묻은 빛바랜 사진 속 그 얼굴은 이제는 없다. 그들의 말과 의복이 화려해질수록, 소위 관록과 경륜이 쌓여갈수록 그때의 초심은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닳고 낡아질 것이다. 국민들의 삶은 그들이 적폐라고 내모는 전 정부 때 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여러가지 수치들도 들린다. 행복지수도 더 낮아졌다고 한다. 바라던 그 세상은 왔는데 국민들은 역시나 어렵다. 그때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은 시민들이었고, 촛불로 광화문광장을 밝힌 사람들도 국민이었다. 특정인의 공이 아니었다. 1987년과 촛불을 계승하는 정부. 그들은 인생의 최고 전성기인데 국민들은 어렵다. 그래도 국민들은 2018년을 살아갈 것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2018년도 살아낼 것이다. 국민들이 영악하지 못하거나 계산에 둔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이 땅 대한민국의 주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낼 것이다. 주인은 내 조국의 위기나 어려움을 이용해 자기가 빛나고자 하는 마음도 의도도 없다. 그러기에 국민들이 진짜 주인이다. 정치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교섭단체도 되지 않는 작은 바른정당의 일원이 되어, 더 바람직한 정치, 더 올바른 개혁의 방향을 찾고자 동문서주 하며 회의(懷疑)한다. 나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나라를 위한, 국민을 위한 바른 길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물으며 회의(懷疑)해 본다. 매일매일 회의(懷疑)의 회의(會議)를 거듭하며 또 회의(懷疑)하고 회의(會議)한다. 주인이 일을 맡긴 청지기로서의 정치인, 그러나 그 생각과 마음가짐이 주인다운 정치인, 그런 정치인이 되고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정치의 길을 걸어가고자 매일을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 또 회의(懷疑)한다. 유의동 국회의원(바른정당·평택을)

[의정단상] 2018년 무술년, 선진 대한민국의 원년 되길

지난 정유년(丁酉年)은 붉은 닭의 해였다. 새벽을 알리는 지혜의 전령처럼 정의의 촛불을 밝혀 촛불정부를 세웠다. 올해 무술년(戊戌年)은 황금개의 해다. 책임감과 의리를 상징하듯 우리 모두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라는 것이 촛불의 지엄한 명령이다.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고쳐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마음가짐으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촛불 민심의 핵심은 ‘새로운 세상 한번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그럼 새 세상 앞에 뭘 내세워야 할까? 빈부 격차 해소, 경제민주화, 삶의 질 향상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시대정신의 요체인 정의가 있다. 정의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골고루 잘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촛불정부는 출범한 지 8개월밖에 안 된다. 그동안 망가진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인수위 없이 출범했지만 대통령의 지시나 정부 지침으로 가능한 개혁 작업을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단행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5대 목표, 20대 전략, 100대 과제를 선정하고 총 647개 법률 개정을 선정하고 시행 중이다. 미·중·일·러 정상들은 물론 아세안 국가 등 정상들과 회담을 통해 우리 외교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북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짧은 시기 안에 많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힘은 쓰레기 한 톨,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명예혁명을 이룬 촛불혁명의 에너지 덕분이다. 민주주의는 인류가 발견한 최상의 제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민주주의에 촛불혁명은 성숙한 민주주의의 새 이정표가 됐다. 촛불 혁명을 전 세계가 감탄했고 프리드르히 에버트 재단의 인권상도 받았다. 또한 그 힘으로 촛불정부가 애틀랜틱 카운실의 ‘2017 글로벌 시민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한국정치가 발전할 절호의 기회다. 정치지도자들이 성숙하게 사명감을 갖고 선진 대한민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역사적 기회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다음 선거만 생각하면서 한국 정치가 나아갈 방향과는 역으로 가고 있다. 미국이 대공황을 맞이했을 때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의회에 비상임시국회를 요청해서 100일 동안 초강력 법안 76개를 폭풍처럼 통과시켰다. 그 100일로 망해가던 미국을 다시 일으킬 뉴딜정책의 기틀을 만들고 세계경제 흐름을 바꾸었던 것이다. 분명한 것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혼자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당시 여야 지도자들의 협치로 미국민의 힘을 응집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이뤄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우뚝 섰다. 지난해에는 촛불로 성숙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줘서 세계를 감동시켰다. 대한민국은 결코 만만한 국가가 아니다. 세계 강국들 한가운데 있어서 대한민국이 힘도 없고 작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인구 5천200만 명,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밖에 없다. 의연하고 떳떳하고 당당해도 된다. 2018년 무술년 황금개의 해에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물론 촛불의 제도화, 나라다운 나라, 선진 대한민국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책임감 있게 전력투구하자. 문희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정부갑)

[의정단상] 정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제천 화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구조의 손길이 먼 바다나 오지 산간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도 아닌데 단순한 건물 화재 사고로 무려 29명이나 생명을 잃었다. 특히 우리의 가족과 같은 20명의 여성이 제대로 대피도 못하고 구조의 손길을 느껴보지 못한 채 허망하게 생명을 잃었다. 비상구도 막혀 있고, 출입문도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은 가운데 차오르는 매연 속에서 속절없이 숨을 거두었다. 3년 8개월 전 세월호 침몰사고 시 온 국민이 방송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안타까이 사라져간 어린 생명들을 연상케 하는 너무도 참담하고 안타까운 사고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깊이 반성하며 사회 구석구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따져보며 책임도 물어봤다. 하지만 과연 무엇이 얼마큼 변했을까? 이번 제천 화재 참사를 지켜보며 우리에게 변한 것은 거의 없구나 하는 허망함이 든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주변 무인카메라가 잡은 동영상 자료를 보면 우리의 구조대응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핵심을 못 짚는다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당연히 비상구를 찾아야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비상구를 통해서 무사히 대피했다. 한데 정작 소방관은 비상구를 못 찾고 헤매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구조대들은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접근할 수 없어 구조가 늦어졌다 한다. 하지만 다급한 가족들은 불법주차 차량 창문을 부수고 차를 이동시켜 구조대 진입을 가능케 했다. 구조대가 조금 더 일찍 비상구를 찾아 진입했더라면, 그리고 조금 더 일찍 구조 사다리를 설치해 유리 벽이라도 부수고 구해냈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참사의 진실은 당시 영상자료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고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사회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해법을 제대로 찾아냈는가? 다시 말해 화재 시 신속 대피와 구조 통로로 쓰이는 비상구를 제대로 찾아내고 이용하고 있는가? 답은 아닌 듯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외교와 안보, 민생과 안전은 불안하기만 하다. 주변 정세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요인으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시대착오적 독재정권의 수명연장을 위한 북한 김정은 세습 정권의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과 핵무기개발은 동북아정세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김정은 세습 정권의 무모한 도발과 위협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점을 덮어두고 대화하고 교류하자 하니 그들도 우리를 무시하고, 주변국들은 더욱 우리를 무시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외교 안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안보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의 전력에 의존하고 있다. 안보를 위한 고급정보취득은 물론이고, 무기체계 운용과 작전 수행에 있어 주한미군을 배제하고는 모든 것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이상적 상태도 발을 땅에 딛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상이 되기 십상이다. 북한의 실체를 직시하고, 한미안보동맹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화재현장에서 비상구를 먼저 찾아 대응하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청년 일자리부족과 저출산이라는 심각한 현안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의 접근도 화재 시 제대로 된 비상구를 찾는 요령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장 쉽고도 혹하는 방법이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일일 것이다. 공무원 되기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당장은 확실한 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일자리 유지를 위해서는 향후 막대한 국가재원이 소요된다. 누가 부담할 것인가?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들과 민간근로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규제 또한 자연히 늘어 민간 일자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국가의 생산성 저하와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다. 진정으로 좋은 청년 일자리는 과감한 규제혁신과 정부 지원으로 기업들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최대한 이용할 때 국가부담도 줄이면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계속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도 막연한 예산증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동수당을 매월 10만 원 준다고 아이를 하나 더 낳을지에 대한 효과는 미지수다. 보육환경 개선을 통해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송석준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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