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실학박물관 특별전 ‘연경燕京의 우정’

18~19세기 한국과 중국의 지식인들은 국경을 뛰어넘어 교류하며 우정을 쌓아갔다. 말도 문화도 통하지 않는 그들은 어떻게 인연을 이어갔을까.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18일 개막한 특별전 ‘연경의 우정’을 통해 이러한 인연의 끈을 보여준다. 이번 특별전은 18~19세기에 걸쳐 한국과 중국의 문인들의 교류가 동아시아사와 실학사에서 어떤 의의를 갖는지 돌아보며, 30주년을 맞는 한·중수교의 의미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연경 유리창에서 만난 한·중 지식인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한자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필담 등으로 연결됐다. 그들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편지를 보내 그리움을 달랬고 서로의 글과 그림을 감상하며 필요한 책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이어나갔다. 전시는 과천시 추사박물관, 석주선기념박물관 등 기관 및 개인 소장품들로 구성돼 있다. 1부 ‘만남의 공간, 연경 유리창’, 2부 ‘홍대용과 엄성의 천애지기’, 3부 ‘북학파의 시, 중국에 알려지다’, 4부 ‘한류의 선봉, 초정 박제가’, 5부 ‘추사 김정희, 60일의 여정과 교유’, 6부 ‘19세기 청조 문인과 조선’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홍대용과 엄성, 박제가와 중국 문인들, 박정희와 완원·옹방강의 인연에 주목했다. ■ 홍대용과 엄성,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알아주는 각별한 벗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담헌 홍대용은 1766년에 엄성과 반정균, 육비 세 사람을 연경(지금의 북경) 유리창에서 처음 만났다. 그 중 엄성과 홍대용은 서로 통하는 지점이 많아 가깝게 지냈다. 홍대용은 평소 몸가짐과 자세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엄성 역시도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지점들이 있어 각별한 사이를 이어갔다. 엄성이 그린 ‘홍대용의 초상’에서는 그가 생각하는 홍대용의 모습이 세심하게 담겨 있고, 엄성을 비롯한 이들이 홍대용에게 쓴 편지 ‘고항적독’에선 연경에서 막 헤어진 문인들의 진솔한 그리움이 잘 표현돼 있다. 엄성이 홍대용이 선물한 묵향을 맡으며 숨을 거뒀다는 일화 역시 그들의 깊은 우정을 잘 드러낸다. ■ 박제가와 중국 문인들, 활발했던 한·중 지식인 네트워크 초정 박제가는 10년 간 중국을 네 번이나 방문하는 등 한·중 지식인 네트워크의 정점에 있었다. 그는 기윤, 옹방강, 완원과 같은 청나라 학계의 지식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과 소통하며 지적 네트워크를 다졌다. 이 가운데서도 박제가는 화가 나빙과 관음각에서 주로 만났다. 나빙은 그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 하면서 초상화과 함께 ‘월매도’를 그려 박제가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이 같은 일화는 박제가의 시문집들이나 ‘호저집’에 수록돼 있으며, 특히 박제가가 중국 문인들과 교유했던 시와 편지 등이 엮여 있는 ‘호저집’에 등장하는 중국 인사들이 180명이 넘는다는 사실로 미뤄 보면 박제가의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탄탄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 김정희와 완원·옹방강, 우정을 넘어 학술 교류의 장으로 박제가가 구축했던 네트워크는 추사 김정희의 무대로 확장됐다. 우정에서 시작된 만남이 금석학 등의 학술 교류의 장이 됐다. 김정희는 당대 최고의 학자 완원과 옹방강을 만나게 되면서 삶과 학문, 예술 활동에 있어 분수령을 맞이했다. 그들은 고증학, 금석학 등의 이론에 관한 필담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교환했다. 옹방강이 정리한 귀중한 금석 연구 자료 ‘해동금석영기’, 완원이 간행한 ‘황청경해’ 등에선 당시 김정희가 이들과 학술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8세기까지는 지식인들이 우정을 나누는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면, 김정희 이후로는 학문적인 영역으로도 한·중 연결망이 한층 넓게 확장된 셈이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에선 한중 지식인 간의 우정에서 시작한 인연이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교류의 무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이 자리가 밀접하게 얽혀 있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시 조명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송상호기자

감정 변화 속 균형을 잡는 추상…고우리 작가 ‘일렁임 展’ 행궁길갤러리서

우리는 각기 다른 너와 내가 만나 관계를 짓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작가에게 타인과의 감정 마찰은 불편함으로 곧장 바뀌었다. 그 불편함은 신체적으로 표현돼 불안, 공포, 스트레스로 번졌다. 내 속에 남은 불편한 찌꺼기들. 불편함과 평온함 사이 그 균형의 추는 어디서 어떻게 맞춰야 할까. 지난 26일 행궁길갤러리에서 개막한 고우리 작가의 ‘일렁임(Nervous. Movement. variety)展’은 회화 작품 20여점을 통해 이러한 균형의 추를 찾아가는 작가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평소 다양한 관계 속 발생한 불안정한 감정의 기류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관심 가지는 작가는 이러한 감정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캔버스에 그대로 구현해냈다. 이를 통해 표현된 캔버스의 작품들은 일렁임 그 자체다. 캔버스의 크기, 사이 간격, 두께 모두 제각각이지만 이것들은 행궁길갤러리 안에서 서로 관계성을 가지고 크게 묶여 윈도우 밖에서부터 일렁임을 쏟아낸다. 작가의 작업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작업은 파편화 되어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게 흩어진다. 감각으로 작업을 더듬으며 화면의 앞으로, 뒤로 발걸음을 옮기며 크기를 가늠하고 모호한 풍경 속에 감각을 일깨우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고우리 작가는 “이번 전시는 일렁임을 통한 ‘멀리보기, 묶어보기’ 태도에 집중해 시간의 흐름 속 경계에 놓여있는 감정변화를 한 공간에 쌓아 올려 균형을 잡는 추상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항상 많은 것이 변화하는 불안정한 일상 속 작가와 함께 감정으로 회귀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정자연기자

“멀리 가지 않고도 집앞에서 연극 즐겨요”…연극 '카페 우연' 28일부터 3일간 열려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우리 동네, 내 집 앞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찾아 온다. 연극 ‘카페 우연’이 오는 28일 오후 7시, 29~30일 오후 3시와 7시에 부천 극 예술공간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카페 우연’은 원뮤직랩이 부천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도시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공연이다. 오는 31일부터 시작될 부천 시민 주간 행사 기간에 앞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서울 대학로 등지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연극을 집 근처 동네에서 볼 수 있게 마련된 자리다. 부천에 근거지를 둔 극단 원뮤직랩이 시민들의 보편적인 삶의 형태와 맞닿은 소재로 극을 풀어냈다는 점에서도 지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손기태, 오상석, 오정아, 장호근, 차지현 등 배우들이 각자 여러 배역을 소화해낸다. 이승과 저승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한 카페로 손님들이 들어오면, 주인장이 건네주는 음료와 함께 손님들 각자의 사연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현실과 판타지의 질감이 공존하는 이야기들이 무대에서 펼쳐진다. 1막에서는 퇴직한 가장이 카페를 찾아 허심탄회하게 후회 등으로 얼룩진 자신의 심정을 고백한다. 2막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선 결혼식 날까지도 데이트 폭력을 당한 한 여인이 드레스를 입은 채로 도망쳐 나오는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여인이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어 관객들은 3막에서도 젊었을 적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발견한다. 이처럼 이번 공연은 관객들 각자의 일상 속 사랑, 가정의 의미에 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공연을 총괄한 박하나 원뮤직랩 대표는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 연극을 내 집 근처에서 본 뒤 지인, 애인, 가족들과 공연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코로나19의 상흔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삶에 대한 애착을 풀어놓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송상호기자

(사)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 제3회 정기공연 ‘鼓聲-북의 소리’ 30일 개최

(사)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는 오는 30일 오후5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고성-북의 소리’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사)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의 회원들뿐 아니라 청소년 지역 인재들과 지역 내 예술인 및 대학생들까지 함께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연대와 화합을 도모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지난 2017년에 창설된 (사)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에선 은퇴를 앞둔 직장인,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 국악을 좋아하지만 육아·가사 등의 다양한 사정으로 그동안 관련 활동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만남과 교육의 장을 마련해 왔다. 이번 공연은 북의 본질적인 소리에 의지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서고, 마하, 중천, 울림, 부름, 깃발, 고구려, 새밑, 고성 등 9개의 파트로 이뤄져 있다. ‘서고’로 포문을 여는 공연은 새벽을 울리는 북의 소리를 통해 작은 울림이 희망의 울림으로 바뀌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어지는 ‘마하’는 북의 진동과 한삼을 할용한 군무를 통해 일상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자리다. ‘중천’에 이르면, 판굿과 함께 ‘박병천류 진도북춤’이 무대를 수놓는다. 이후 ‘울림’에서의 정성을 다하는 승무북 연주, 마음에 새겨지는 ‘부름’의 판소리, ‘새밑’의 창작 무용, ‘고성’ 파트의 오고무 등으로 연결되는 두 시간 남짓한 구성의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특히이번 공연은 다양한 객원 예술인들과의 협업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의 장으로 꾸려진다. 김혜진 (사)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 대표는 “현악기나 관악기와 다르게, 북은 특별한 음계가 없다. 관객 각자의 내면과 심리에 맞게 북의 울림이 제각기 다른 형태로 스며들게 될 것”이라며 “이 공연이 일상의 고단함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송상호기자

인천 영종도 자연당 갤러리, 서양화가 박은화 ‘꽃은…핀다’ 기획초대전

가을에서 겨울로 향하는 문턱이지만 한여름꽃인 화려한 맨드라미의 군무를 즐길 수 있는 장이 열린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자연당 갤러리는 다음달1일부터 27일까지 서양화가 박은화 ‘꽃은…핀다’ 기획초대전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빨강, 파랑, 분홍, 주황, 노랑, 하양…’. 여름꽃인 맨드라미 작품 30여점은 늦가을이란 자연의 한계를 뛰어넘어 갤러리 벽면을 한가득 채운다. 다채로운 색조와 생김새를 내뿜는 맨드라미 무리가 밝고 경쾌한 색상과 어우러져 율동하듯 합창한다. 단순하지만 풍부한 색상을 빛의 파장에 내맡김으로써 의도치 않게 우러난 색채의 경외로운 탄생을 체험하게 해준다. 맨드라미라는 사물의 형상을 구상하기보다는 색과 빛의 합일을 통해 작가와 자연이 하나 되는 물아일체의 하모니를 이끌어 낸다. 캔버스에 활짝 핀 다양한 색채의 맨드라미를 접하는 순간 기쁨과 환희, 즐거움과 쾌감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이재걸 미술평론가는 “작가는 눈에 비친 꽃의 아름다움이 아닌, 희로애락이 복잡하게 얽힌 존재의 참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며 “그래서 그의 맨드라미 앞에 서면, 어느덧 맨드라미는 사라지고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만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맨드라미의 작은 떨림과 반짝임은 어느덧 우리 영혼의 노래가 된다”고 평가했다. 박은화 작가는 “작품속 맨드라미는 관념이나 허상의 미를 좇는 게 아니라 저마다 다른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며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이지만 발랄하고 경쾌한 색채가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기쁨과 사랑스러움을 감각하는 순간으로 다가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심속 산골 정취의 호젓한 풍광을 뽐내는 자연당 갤러리는 인천국제공항을 품은 인천 중구 영종도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 기획초대전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승훈기자

뮤지컬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 그리고 나’ 마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 못지 않게 서로 배려하는 마음, 함께 소통하는 과정을 배워 특히나 좋았습니다.” 지난 22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열린 옴니버스 뮤지컬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 그리고 나’에서는 주연 배우 못지 않은 열연으로 눈길을 끈 인물들이 있었다. 전문 배우들과 앙상블로 무대에 오른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소속 청소년들이다. 이날 무대에선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단원 15명이 김용래, 서도민, 이유진, 최윤우 등 전문 배우들과 열연을 펼쳤다.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단원들은 이번 공연에서 군무를 통해 조국 독립의 의지를 다지는 다부진 의병들을 연기했다. 때에 따라선 막과 막 사이 선조들의 독립운동을 돌아보는 역사가(해설자)의 역할로 분했다. 이들은 비록 맥켄지, 조병세, 이한응, 이시영 등 주요 인물들의 배역을 연기하지 않았지만, 잊혀진 역사 속 ‘진짜 주인공’인 의병으로 활약했다. 뮤지컬단 단원들은 이 같은 어려운 과제를 훌륭히 수행해내며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성인 배우들 역시 아이들의 멘토이자 동료로 사명감을 갖고 함께 했다. 연출과 각색, 편곡 등 과정 전반을 총괄한 정유진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예술감독(46)은 “이번 준비 과정은 뮤지컬단이 평상시 추구해오던 가치를 구현한 여정”이라며 “배우들이 때로는 선생님처럼 때로는 동료처럼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아이들과 소통했고,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배우들의 조언과 피드백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뮤지컬을 무사히 마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단원들은 공연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잊을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을 마친 유채현양(15)은 “혼자 해설하는 배역을 맡아 무대 위에서 엄청 떨리긴 했지만, 실수 없이 마쳐 너무 뿌듯하다”면서 “우리끼리 하는 무대말고도 이렇게 전문 배우들과 함께 큰 무대를 겪고 나니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의병으로 무대를 누빈 이지원양(16)은 “공연 준비 과정 자체가 단순한 연습 과정이 아니었다. 배우들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면서 “연습 중간에 안무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도 서로 희생하고 배려하면서 합을 맞춰나간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고 웃어 보였다. 정유진 감독은 “아이들의 풋풋한 모습보다는 프로 배우 못지 않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이 우선이었다”며 “아이들에겐 또 다른 성장과 발전의 기회였을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송상호기자

시민배우와 전문배우 구분 없는 화합의 무대…연극 '우연히 마주한 우연'

각자의 사연은 달라도, 무대에서는 하나된 모습을 선사한다. 전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나가며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자리를 만들어낸 성남 시민 배우들의 이야기다. 원뮤직랩이 성남문화재단과 함께한 연극 프로젝트 ‘우연히 마주한 우연’이 성남 분당정자청소년수련관 4층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7시 공연을 시작으로, 20일과 21일 오후 3·7시 총 5회차의 공연이 이어진다. 시민 배우로는 김도아, 오상석, 유환연, 조윤진 등 4명이 참여하고, 전문 배우로는 손기태, 장호근, 차지현 등 3명이 함께 무대를 꾸려나간다. 공연·전시 기획, 극작, 작곡,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원뮤직랩의 박하나 대표를 비롯한 성남 시민들, 전문 배우들은 7월 중순께부터 세달 남짓한 기간 동안 무대에서 서로 구분 없이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하나의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 왔다. 연극은 카페에서 주인장 ‘마스터’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평범한 손님들이 저마다 추억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젊었을 적 일과 사회 생활에 치여 가족을 신경 쓰지 못했던 사내가 떠올리는 기억을 시작으로 반려견과 지냈던 행복한 시간들을 돌아보는 한 여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하며, 사회적 관습과 시대 흐름에 맞서야만 했던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도 관객들에게 스며든다. 관객들은 그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형태를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음미할 기회를 얻는다. 사랑하는 존재와 맺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우연히 마주한 우연’은 우연히 맞닥뜨린 일상의 한 순간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 같은 연극의 테마가 공연을 준비하는 시민 배우들 각자의 인생 스토리와도 잘 호응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체험의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번 연극을 준비했던 성남 시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각본 구성이나 캐릭터 해석 및 표현 방식 등에 관여할 수 있었던 만큼, 무대를 만들어가는 모든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전공했지만 부상 등을 이유로 잠시 공연계와 멀어졌던 김도아씨(24)는 “전문 배우들이 연습 중에 애드리브 대사를 던지면 처음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웃음이 터지곤 했다”며 “차츰 익숙해지면서 그들과 자연스럽게 합을 맞추게 되니 저도 애드리브를 받아칠 수 있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유환연씨(63)는 41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대학 새내기 시절 꿈꿨던 연극 배우를 향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달 간 운전할 때 음악이나 라디오 대신 딸의 목소리가 담긴 대사 녹음본을 하루 종일 듣다 보니 연극 자체가 일상이 된 기분”이라며 “최근에는 캐스팅 제의까지 왔는데, 지금껏 살아온 나날과는 다른 방식의 삶이 펼쳐질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송상호기자

팔달문화센터 파일럿전시, '추상적 단상' 23일까지

팔달문화센터 파일럿전 ‘추상적 단상(抽象的 斷想)’이 오는 23일까지 팔달문화센터 지하 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 9월23일부터 시작된 전시에선 수원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4인의 작가들이 일상 속 구체적인 사유가 추상적인 단상들로 발전하는 순간에 주목했다. 김문석 작가의 ‘흔적 그리고 문명’ 시리즈는 고대 동·서양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명의 흔적에서 출발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다양한 문명과 기호를 활용한다. 김중 작가는 ‘무제’ 등을 통해 물감의 움직임이 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점과 선을 이루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형상들을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윤현덕 작가는 ‘Balance (구룡폭포)’ 등을 통해 계획된 학습과 무작위의 경험들이 저장되는 기억의 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있다. 이하경 작가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시간에 몰두했다. 기억의 파편들을 쌓는 과정에서, 반복된 질서가 현재를 채우고 비우는 수행에 이른다는 것을 ‘시간의 겹’으로 풀어냈다. 팔달문화센터 관계자는 “수원 시민들의 일상 속 문화예술 향유에 도움이 되는 전시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 “팔달문화센터가 내딛는 힘찬 도약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송상호기자

국내 최초 사회복지 뮤지컬 ‘사랑의 포스트’… 내달 11일부터

소외된 이웃을 챙기고 지역의 일에 앞장서서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사랑의 포스트’가 11월 11~12일 인천 서구문화회관, 18~19일 부평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공연된다. 이 공연은 사회복지 문제를 다룬 정통 뮤지컬로 주목받고 있다. 뮤지컬 ‘사랑의 포스트’는 극 중 동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봉사단체다.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소외된 이웃에게 편지를 받고 답장하고 문제가 있으면 도움을 준다.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들은 아이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애국장 다정, 소년·소녀들을 담당하는 소국장 민철, 청장년을 담당하는 청국장 미숙, 노인을 담당하는 장국장 진정. 이들은 편지에 답장 하고 문제가 있으면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공연은 연령별 복지 대상자를 모델로 한 4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혼과 청소년 문제, 젊은이들의 사랑과 일탈, 노숙자, 노인문제를 다룬다. 에피소드별로 다른 색깔의 연극적 양식을 보여준다. 음악 또한 극적인 양식에 따라 락, 힙합, 가요 등 장르를 달리해 볼거리, 듣고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작품에는 9세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가 참여한다. 2009년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과 2006년 KBS연기대상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김진태가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이경영이 사랑의 포스트의 터줏대감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안방극장과 연극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오고 있는 이화영, 황선정, 김인숙 등의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이웃들과 이들의 사실적인 연기가 더해지면서 관객과 거리를 좁혀 장면에 몰입하도록 하고 감동을 전하는 작품으로 기대된다. 뮤지컬은 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매년 막대한 금액의 복지예산을 지원하지만 복지 혜택을 받는 복지 대상자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만들어졌다. 박상우 연출은 “영국 등 복지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 중심으로 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사랑의 포스트’는 유럽의 복지 시스템을 차용해 뮤지컬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인물들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고 사회복지 문제를 관객과 공유하고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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