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기관광의 새로운 도약

‘사랑해요 경기, 함께해요 2005’ 경기도가 2005년을 경기방문의 해로 정하고 경기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의 시대로 불리는 21세기에 있어 관광산업은 친환경·노동집약적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최첨단 산업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관광은 외국인 투자유치와 국가브랜드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되고 있으며 환경과 고용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가 2005년을 경기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착실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궤를 같이 한다고 할 것이다. 사실 경기도는 1,500년의 도읍지로 어느 곳에나 수많은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고 있는 관광문화의 보고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인구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라 경기관광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일대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도자문화, 세계 유일무이한 분단현장인 DMZ,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갈라지는 제부도 뱃길과 갯벌, IT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한 눈에 볼 수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가 경기도를 관광의 떠오르는 보석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대표 브랜드가 없고 관광인프라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관광객의 80%이상이 방문하는 수도권이지만 경기도에는 제대로 된 숙박시설이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가 동북아 관광거점 및 경제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관광 SOC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차별화되고 경쟁력있는 미래형 관광문화단지를 조성하려는 경기도의 야심찬 계획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로 평가받고 있다. 고양시 장항동 일원 30만평에 조성되는 관광문화단지는 세계적수준의 관광기반시설의 확충과 관광환경 이미지 개선을 위해 토지를 매입·개발 한후 투자자에게 공급하는 민·관 합동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경기도에서 투자하는 공공부문 5천여억원과 외국인 투자 등 민간 부문 1조5천여억원 등 2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경기도는 고양관광문화단지를 차별화된 미래형 관광문화단지, 문화예술이 함께 하는 품격 있는 단지,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단지로 추진한다는 개발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특화된 테마와 편안함이 있는 도심속의 공원, 문화와 예술이 집적되고 교류되는 문화공간, 도심형 엔터테인먼트가 제공되는 공원, 남북교류 활성화를 지원하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이제 총 6천실 중 오는 2010년까지 2천실의 호텔과 문화시설, 공원, 관광비즈니스센터 등이 들어서면 작게는 북부지역 관광자원의 거점역할은 물론 북부지역의 고용창출과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장차 동북아는 물론 세계 관광문화교류의 공간으로 사랑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인접해 있는 한국국제전시장과 노래하는 분수대, 호수공원, 아쿠아리움 등과 효율적인 연계시스템을 갖춘다면 엄청난 관광 시너지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양 할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경기도에서는 세계 유일무이한 분단현장인 DMZ를 중심으로 판문점, 제3땅굴,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임진각 등을 고양관광문화단지와 연계함으로써 외국인들에게 새롭고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경기도는 대표관광브랜드는 없지만 안보, 생태, 역사, 갯벌 등 한국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관광코스 Best30을 발굴해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한국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세계관광의 떠오르는 보석으로 평가받는 경기도가 세계관광의 중심이 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면서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해 본다. /홍승표.道 관광과장.시인

천자춘추/주한미군 철수

주한미군이 재배치 전략에 따라 철수한다는 뉴스가 있다. 한편에서는 자주국방의 기회라고 이야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문득 삼국지의 ‘관우’ 생각이 난다. ‘관우’라는 장수는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긴 수염에 청룡도를 움켜쥐고 적토마에 올라 앉은 모습을 보면 범하기 어려운 위엄과 용맹이 물씬 풍긴다. 춘추라는 역사책을 탐독할 정도의 지식인이기도 했다. 사실 삼국지를 읽은 젊은이들에게 인기 조사를 하면 1~2위에 드는 장수가 관우다. 그는 야전사령관으로 촉(유비)의 형주를 다스리던 서기 219년 위(조조)의 번성으로 쳐들어갔다. 처음에 승승장구였다. 그런 기세라면 삼국의 판도가 달라질 정도였다. 천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조조마저 겁을 내 도읍지를 북으로 옮기려 할 정도였다. 이때 동오(손권)의 여몽과 육손이 관우를 방심케 하고 배후를 공격했다. 결국 관우는 손권과 조조 양쪽의 협공에 패하고 사로잡혀 맥성에서 처형당하고 만다. 관우의 죽음 ― 이는 삼국의 향후 움직임에 있어 중대한 분기점이기도 했지만 국가의 외교안보 면에서 전략과 전술이라는 문제를 새삼 생각해볼 여지를 보여준다. 즉 촉(유비)의 외교 안보 전략은 동오(손권)와 손을 잡고 위(조조)를 무찌른다는 것이었다. 동오는 촉의 동맹국이고 위는 주적(主敵)이었다. 이것은 적벽대전 이래 유비 진영의 불변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관우는 동맹국을 무시했다. 아니 지독히 깔보았다. 손권이 관우의 딸을 며느리로 삼겠다고 청했을 때 자존심을 내세우며 ‘어찌 호랑이의 딸을 개의 아들에게 시집보낼 수 있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동맹국(동오)의 입장 따위는 아예 무시했던 것이다. 관우는 명장이고 촉의 안보상 기둥 이상의 위치였다. 하지만 촉의 외교안보 전략을 결정하고 지휘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따라서 동맹국을 무시한 것은 개인적으로 자존심을 세운 일일지 몰라도 국가 전략에 따르지 않은 우(愚)를 범했다. 결과는 관우의 죽음에 그치지 않고 복수에 나선 유비마저 육손에게 대패하고 병을 얻어 죽게 만들었다. 전술이란 전략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때 의미가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관우같은 명장도 자기 주장을 내세우다가 실수를 했다. 재삼 동맹과 주적 관계의 전략에 대해 숙고해볼 일이다. /나채훈. 역사소설가

열린글밭/훌륭한 일터의 조건은 자부심

지난 4월 국내에서 고객관리에 대한 저명한 교수의 ‘고객관리경영을 활용한 관리자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특강이 있어, 현대사회에서 고객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관심분야로써 참석하여 느낀바가 많았다. 요즈음, 정보화 사회 및 인터넷 시대에 가장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 경쟁력이며, 경쟁력 없는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 등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 모든 조직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쟁력은 성과로써 나타나며, 그 성과는 조직 구성원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 능력에는 자부심이 있어야 경쟁력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부심이 매우 중요한 하나의 사고 방식이었다. 자부심이란 무엇인가. 스스로가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한 긍지, 즉 자긍심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구성원들이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조직이 이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그 자부심은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부심은 구성원들이 자기 일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조직이 특정한 정책이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자부심은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일에 대해 긍지를 가지게 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으로써 긍지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조직 구성원, 즉 개인을 좌우하는 것은 전문성과 성실성이며, 사람과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리더십과 그리고 하나는 꿈이라는 것이다. 꿈은 나이와 상관이 없으며, 능력의 핵심적인 원천은 꿈에서 나오기 때문에 꿈을 가진 사람이 조직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이러한 자부심은 리더들의 리더십에서 나오기 때문에 어느 조직이나 조직 구성원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전 구성원이 가장 빠른 정보와 변화 등을 알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의 가치와 문화의 중심에는 바로 구성원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때만이 성공하는 조직이 될 것이며, 기업(회사)의 성공과 성장은 성공하는 조직이 될 것인지 구성원들에게서 출발한다는 점을 일상업무에서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구성원들의 작은 성취에도 축하와 열정이 넘치는 조직,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만이 최고로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조직,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인정해주는 조직이 될 때 구성원들이 조직의 경영방침이나 정책을 신뢰하기 때문에 자신의 조직과 일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박종유.농기공 평택지사 총무부장

"5월 25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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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부지 확보, 시장·군수 책임이다

각급 학교 부지의 확보가 무척 어렵다. 아파트단지 조성, 대규모 재건축 등으로 인구 유입은 심화한 데도 학교 부지는 무대책이다. 이런 현상이 시·군의 관선단체장 시절보다 민선단체장 시대 들어 더욱 두드러진 것은 유감이다. 관선시절에는 학교부지를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으로 삼았던 게 민선시절 들어서는 거의 무관심의 대상이 돼버렸다. 학교 부지를 교육청 소관으로만 보는 일부의 자치단체장 생각은 참으로 잘못된 관념이다.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제고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자치단체장은 학교 부지 확보가 바로 이와 연관되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심지어 학교 용지를 도시계획에 반영시키지 않은 것을 당연시하는 자치단체장까지 있는 것은 자치역량의 자질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경기도가 오는 2010년까지 필요한 도내 768개교(초 302·중 224·고 242)의 학교 용지 확보를 도시계획에 반영시키도록 시·군에 요구했으나 난색을 표명하는 시·군이 많은 게 바로 이에 속한다. 택지개발지구를 추진하면서 지구내에 미리 확보해야 할 학교 용지 의무를 외면해 놓고 이제와서 땅이 없다고 하는 자치단체장도 있다. 능히 예견해야 할 한치 앞 일을 내다볼 줄 모르는 단견에다가, 다음 선거에 표를 의식한 지주들의 반발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임하는 보신이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심각한 현상이다. 이런 무책임한 자치단체장이 있으므로 하여 학교 부지난이 만성적 체증을 겪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해가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 학교부지 확보는 시설책임을 진 교육청에 있기 보다는 도시계획을 보완해갈 책임이 있는 자치단체장의 본질적 의무 사항이다. 목전의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기 보다 5년후 10년후를 내다보는 이런 지역사회의 학교 부지 문제 같은 것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게 지역주민을 참으로 위하는 길이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재건축시 학교 부지가 없으면 기존 가구수를 유지하고, 입주전 개교가 가능할 때만 사업승인을 내주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도시계획조례 개정은 이유가 있다. 자치단체장들 가운데 이에 난색을 표명하는 것은 고려의 여지가 없다.

저소득층 노인대책 시급하다

신록이 우거진 5월은 가정의 달이기 때문에 가족과 어울리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많다. 특히 주말이면 고속도로가 교통체증으로 막힐 정도로 야외로 행락을 즐기는 인파들이 대단하다. 그러나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정답게 지낼 가정의 달이지만 야외로 나가는 차량 행렬을 보면 거의 노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말로만 가정의 달이 지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노인들을 볼 수 없어 고령화시대를 맞아 쓸쓸히 지내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의 배려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한국은 지금 급속도로 고령화사회가 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고령화 추세 세계 1위로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가 7.2%였던 것이 오는 2019년에는 14%를 넘게 되며, 2026년에는 무려 20% 이상 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상당히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초고령사회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현재 노인에 대한 대책은 지극히 형식적이거나 소극적이다. 무엇보다도 노인문제는 이제 가족들만이 책임질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맞벌이 부부가 되어도 집안살림을 꾸려 나가기 힘든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비록 부모들이지만 노인들 문제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힘든 상황이기에 국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된다. 고령자의 고용확대, 퇴직금제도의 개선, 국민연금제도의 확충 등은 절실한 과제이다. 이런 제도는 중산층 노인들에게는 그래도 형편이 다소 나은 편이다. 이런 각종 연금제도가 저소득 노인들에게는 거의 혜택이 없어 이들에 대한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서구에서는 중산층 노인보다는 저소득 노인들에 대한 대책을 최우선함으로써 노인문제 해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노인들에게 만족할만한 혜택을 줄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통하여 노인정책을 추구해야 된다. 정부는 각종 연금제도 등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을 통하여 우선 중산층 노인보다는 저소득층 노인들에 대한 지원문제를 강구해야 된다. 저소득층 노인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책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고건(高建)

고건 국무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지 열흘이 다 되도록 물러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다음 총리를 지명하려면 제17대 국회 원구성이 6월2일경 가야 하는 일정상의 이유도 있긴 하다. 그러나 보다 더 큰 이유는 부분 개각에 있다. 부분 개각이 또 총리 지명보다 더 급박한 이유는 열린우리당의 사정이 그러한 데 있는 것 같다. 입각파에 대한 견제와 자리 다툼이 묘한 역학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러므로 고 총리가 열린우리당의 입각파에 대한 (대통령의) 장관(국무위원) 임명을 위한 제청권을 빨리 행사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총리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총리는 이미 사의를 표명한 입장에서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가 있다. 고 총리는 흔히 ‘행정의 달인(達人)’이라는 말을 듣는다. 얼마전에는 행정의 시의 적정성을 강조하는 말로 “행정은 낚시의 타이밍과 같다”하여 화제를 뿌렸다. 다 맞는 말이지만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원칙주의자라는 점이다. 원칙은 정수인 데 비해 변칙은 꼼수다. 대통령도 원칙이란 것을 많이 강조하지만 이런 청와대가 물러가는 총리더러 제청권을 행사해주길 바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꼼수인 변칙이다. 총리의 제청권이 비록 실권이 못되는 아무리 형식적인 것이라 하여도 그게 원칙이 아닌 것은 부인될 수가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그를 보고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그렇게 본 일부 사람들의 말이지만 그런 얘기가 파다했던 것은 원칙주의에 대한 신뢰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헌법 준수 의무에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물러가는 총리에 대한 제청권 요구는 바로 이에 위배되는 것으로도 보아진다. 고건 국무총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헌법정신의 원칙을 지킬 것인지 어쩔 것인지 그것이 주목된다./임양은 주필

월요칼럼/혼란스러운 '양심의 자유'

국민의 심경을 착잡케 만든 또 하나의 ‘큰일’이 발생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 종교적 이유를 앞세워 군 입대를 거부한 2명의 청년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1명에게 법원이 21일 무죄를 선고한 일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소명될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양심의 자유는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되는 내적 자유는 물론 이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로부터 강요받지 않을 자유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해 600명 안팎인 병역 거부자는 연간 징병인원 30만여명의 0.2%에 불과해 국가방위력에 미치는 정도가 미미하다. 대체복무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다면 고의적 병역 기피자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리적으로 판단하였겠으나 이는 ‘국가의 안보문제는 개인 양심의 자유에 앞장선다’는 기존 관념을 깨고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해석한 첫사례여서 향후 병역 문제는 물론 법체제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민주주의 기초가 되는 정신활동의 자유를 국가권력이 침해할 수 없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 것은 공감한다. 그러나 대체복무와 명확한 기준이 마련된 뒤 무죄를 선고했어야 옳았다. 통일한국이라면 몰라도 체제가 남북으로 갈린 상황에선 아무래도 판결이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이번 무죄판결은 병역의무를 다하는 대다수 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종교 외의 정치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 기피자들에게 영향을 줄 게 명약관화하다. 현재 ‘여호와의 증인’ 국내 신도수는 모두 9만500명으로 이 중 입영통지서를 받는 대상자는 연 평균 700여명으로 이들은 ‘무기를 들 수 없다’는 교리에 따라 거의 예외없이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 종교를 개종하고 입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병무청이 병역거부권을 종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안보환경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면 병역의무 이행의 기본질서가 와해돼 국가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 이후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양심’을 합법적인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너도 나도 ‘양심의 자유’라는 모호한 개념을 들고 나온다면 군대에 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군 입영 대신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두면 병역 거부자들이 급증해 병역제도의 근간이 무너질 게 우려된다. 유사시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군복무자와 사회봉사를 위주로 하는 대체복무자는 확연히 다르다. ‘위장 신자’들이 늘어날 개연성도 농후하다. 실제로 국방대학원이 2002년 군에 다녀오지 않은 10~2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조사대상의 33%가 대체복무제를 시행할 경우 여호와의 증인으로 개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들 중 12%는 완전 개종 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입영 전에 여호와의 증인으로 개종했다가 대체복무를 마친 뒤에는 다시 원래의 종교로 돌아 가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9%에 달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을 거부하는 정당한 이유’로 간주한 만큼 종교적 이유 뿐 아니라 ‘개인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도 인정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사실이다. ‘양심적 병역기피자’와 ’비양심적 병역복무자’로 극명하게 나눠질 지도 모른다. 병역문제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기우라면 천만다행이겠지만 부도덕한 정치인, 경제인 등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나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였으므로 죄가 없다”고 ‘양심의 자유’를 주장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것인가! 앞으로 있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대통령 탄핵 여부 판결만큼이나 예의 주시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천자춘추/미군재배치와 민족공조

주한미군이 철수한다? 요즘 우리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뜨거운 감자중 하나로 주한미군 차출문제를 손꼽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은 이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정부간의 정책조정 기능이 닫혀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 예라며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것들이 양국간에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두고 더욱 문제시하는 경향이 짙다. 미국은 공개성명을 통해 이번 미군 차출이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현시점에서 필자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북한과의 관계악화다. 혹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이재민들의 지원에 대한 회의적 여론 조성과 함께 대북관계에 있어 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북한 역시 이번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놓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재배치하고 새로운 전쟁장비를 동원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과 연관한, 너무 성급한 대북경계심은 좋지 않다고 본다.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를 둘러싸고 현재 한반도 주변 4강들은 이해관계에 따른 득실계산에 분주하기만 하다. 특히 미·일 군사동맹의 강화라는 관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번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은 일본을 전략 중추기지화하고, 미군을 기동군으로 전환해 아시아지역 분쟁에 투입한다는 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발맞춘 북한의 오판에 대한 경계심도 좋지만, 더나아가 여러 열강들의 움직임에 상응하는 민족공조와 통일한국의 큰 틀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현재 남북교류협력법에 의거 남북상호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2003년 한해동안 1만5천여명의 남측 사람들이 북측을 다녀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해마다 늘고 있다. 또 2003년에 이뤄진 남북교역액만도 7억8천여달러로, 북한 전체교역액중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활발한 남북교역이 진행됐다. 이에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더나아가 통일한국에 대비한 정책입안자들의 좀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아쉬운 때다. 남북간 격차로 인해 통일시 마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제요소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민족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정책들이 하루속히 가동돼야 한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됐든, 현정권에서 내세우고 있는 ‘평화번영정책’이 됐든 남북이 함께 번영할 수 있고 한반도의 평화증진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서둘러야 할 때다. /윤여갑.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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