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회견, 실망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밝힌 ‘10분의 1’ 해명에 새로운 건 없다. 알아두어야할 것은 대통령의 말은 어떤 형식이고 어떤 내용이든 대통령의 품격과 연관된다는 점이다. 회견 내용이 새로운 건 없지만 대개 다음 세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첫째는 10분의 1 발언은 한나라당 불법자금보다 적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기왕 내친 김에 결과가 그렇게 나타나면 재신임 절차없이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를 알아야 한다. 10분의 1이 안된다고 하여 도덕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세간에서는 큰 도둑이나 좀도둑이나 다같은 도둑으로 비유하고 있다. 또 10분의 1이 넘는다고 하여 대통령직 사퇴에 규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스스로 사퇴하는 것은 임의에 속한다. 하지만 그때 가선 10분의1 기준을 두고 말이 또 달라질 것으로 본다. 공연히 검찰수사만 더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측근비리 특검은 검찰이 수사 중임을 들어 반대했던 대통령이 대선자금 특검을 말하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둘째는 측근들의 불법자금 연루가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대목이다. 이 역시 처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이런 말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뭐가 부끄럽고 무엇이 미안한가를 밝힐 의무가 있다. 이회창씨(후보)는 검찰에서 불법자금 동원은 자신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물론 구체적 자금 내역은 다 몰랐을 지 몰라도 포괄적으로는 인지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 노무현씨(후보)는 어떠했는가가 국민이 갖는 의문이다. 불법자금 동원을 측근에 지시한 것인 지, 구체적 내역은 몰라도 포괄적으로는 인지하고 있었는 지에 대한 해답이 있어야 하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가 나온뒤에 밝히겠다는 것은 꿰맞추기 해명밖에 안된다. 셋째는 검찰조사를 받겠다는 점이다. 이 또한 한 두번 한 말이 아니다. 불법 대선자금에 관한한 승자도 패자도 다 똑같은 반열에 서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통령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겠다고 하였으나, 이 역시 조사받아야 할 입장에서 검찰의 재량을 미리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대통령의 형사면책 특권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서 제외될 수 있는 성역은 아니다. 혐의가 성립되면 퇴임 후에도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이상 세가지의 문제점을 털어야 정치발전을 발목잡는 대선자금의 악령이 추방된다. 또 이래야만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진짜 정치개혁을 이룰 수가 있다.

권력의 로또복권

돈이 원래 많던 사람이 돈 쓰는 것 하고 돈에 궁하다가 갑자기 큰 돈이 생겨 쓰는 것 하고는 폼이 다르다. 본인은 막상 티를 내려고 하지 않아도 벼락돈이 생겨 쓰는덴 어딘가 티가 나게 마련이다. 돈을 헤프게 쓰는 것도 있지만 하고 다니는 모양새가 들떠 보이기가 십상이다. 대전에서 이런 사람이 있어 현금 수송차 털이범인가 싶어 경찰에 신고했더니 조사 결과 로또복권 당첨자였다는 해프닝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386세대 측근들이 마치 로또복권 당첨자처럼 돈벼락에 들뜬 적이 있었다는 흥미있는 비유가 있었다. 노 캠프에서 공보특보를 지냈던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의 말이다. 이미 신문에 나서 아는 얘기이겠지만 4월 경선 승리, 11월 후보단일화, 12월 대선 승리 등 세차례에 걸친 봄날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 승리로 여기 저기서 돈벼락이 떨어질 땐 “이 참에 못먹으면 안될 것처럼 달려들더라. 이성을 잃은 듯 했다. 파도가 몰아치면 입을 다물고 있어도 짠물이 들어가는 데 입을 벌리고 있었으니 얼마나 들어갔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비난 받는 쪽에서는 턱도 없는 거짓말이라고 공박할 것이다. 더한 반격도 예상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객관이란 게 있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 왼팔에 또 뭣이라는 젊은 측근들이 줄줄이 대검 중수부에 드나드는 모양새를 보면 돈벼락 말이 결코 헛소리는 아닌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것도 로또복권 당첨자들처럼 말이다. 권력을 탐내다가 대박이 터지는 돈맛까지 보았으니 로또복권 당첨자와 정말 다를 바가 없었을 것 같다. 한심한 것은 이런 사람들 입에서 386세대니, 개혁이니, 낡은정치 타파니하는 헛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대박의 티를 내려하지 않아도 굶주린 승냥이의 속성이 여기 저기서 묻어난다. 배신당한 것이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 없다. /임양은 주필

기고/'기부'와 '모금'의 차이

12월도 벌써 허리를 지나고 있다. 어느 월간지 여론조사에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사는 달은 1월과 12월이라고 한다. 1월은 새해를 시작하는 달로 여러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마음가짐도 새로이 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12월은 별로 한 것도 없이 해를 넘기게 되는 아쉬움과 불안감으로 남은 한달 동안이라도 뭔가 이루어 내려고 하기때문에 열심히 산다고 한다. 그렇게 소중한 12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얼마 후면 새해 1월이 시작된다. 이 중요한 시기에 진행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진행되는 ‘희망 2004 이웃돕기 성금모금 캠페인’이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정 많은 민족이다. 그런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람도 매섭고 추운 겨울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진행되는 이웃돕기 성금모금행사, 그것도 가장 중요한 시기로 생각하는 12월과 1월에 진행되는 성금모금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경기도의 이웃돕기 성금모금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로서는 아직도 아쉬운 점이 너무도 많다. 민간모금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라는 사명을 띠고 설립된 경기도공동모금회가 벌써 5년이 넘어 6년째를 맞이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웃돕기 성금모금에 참여하는 도민의 수는 의외로 너무 적다. 모든 부분에서 앞서가는 선진경기도임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모금액은 63억원으로 도민수 1천만명 기준에 1인당 630원으로 전국 평균 2천600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6개 광역시·도중 최하위인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그답을 기부와 모금의 차이에서 찾고싶다. 기부와 모금, 얼핏 보면 같은 의미로 보여 지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기부는 자발적 정성으로 내는 돈이고 모금은 모집행위 등을 해서 모으는 돈이다. 국어사전의 의미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듯 기부는 자율에 의한 것이고 모금은 반강제적인 것이다. 물론 경기도민들이 보다 편하고 자유롭게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모금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실무를 진행하는 우리의 의무이겠지만 6년째 성금모금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기부금이 ‘답지하는’ 것보다는 모금행위에 의해 ‘걷어지는’ 성금이 압도적으로 많기에 아쉽다는 이야기다. 한평생 모은 거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270억원을 기탁한 평양 실향민 강태원옹과 같이 어렵사리 모은 돈을 선뜻 기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도 단돈 1천원도 우리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수가 모자라 모금액이 적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외국의 기부문화 사례를 접해보면 사실 부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유치원때부터 몸에 밸 수 있게끔 그취지를 설명하고 교육하는 시스템, 성인이 되어서도 자발적으로 수입의 일부는 내것이 아닌 어려운 사람들 몫이라는, 기부를 해서 이웃을 돕는 것이 당연한 의무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이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지난 IMF당시때보다 더 나쁜 경제상황, 장기경제침체로 인한 실업자수 증가등으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힘든 겨울이 될 것 같다. ‘희망 2004 이웃돕기 성금모금 캠페인’ 바로 우리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03년12월1일부터 익년 1월31일까지 진행된다. 사랑의 열매달기, 고속도로 톨게이트 모금, 지로모금, ARS모금, 백화점 할인점 모금, 언론사모금등 참여할 수 있는 모금방법은 너무도 많다. 기부문화의 정착, 복지국가의 건설 등 뭐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는 인보정신,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나에게 어떤 혜택이 없어도 해야 하는 자발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나와 가족과 이웃이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강제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이 보다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웃돕기 ‘성금모금 캠페인’이 아닌, ‘성금기부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구본상.경기도공동모금회 부장

천자춘추/희망을 얻기 위한 과정

올 한해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 같다. 불법 대선 자금의 정치권 파동과 이라크 파병 등의 국제 외교적인 혼선과 마찰, 경기침체로 인한 대학 졸업 예정자들의 취업난에 청년실업률이 8%로 다시 급증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우리들에게 많은 시련과 상처의 아픔을 겪게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시련에 체념하거나 좌절의식을 가져서는 안된다. 우리에게는 비전의 욕구가 있다. 국가적으로는 소외계층이 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노선으로 세계중심국가 반열에 오르는 목표가 있다. 뿐만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하여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통한 정치적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가적 의지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가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이 있으며 꿈과 소망이 있다. 자기의 비전을 성취하고자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그러한 목표와 비전 성취를 행해 달려나갈 때 우리에게 많은 장애물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생활패턴, 정치패턴, 문화적 패턴 등에서 장애물이 발생할 수 있고 파생되는 장애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장애를 제거하고 개선하며 전진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그 어려움을 총망라한 것이 지금의 총체적 시련의 고통이 아닌가 한다. 식물학자의 말에 의하면 겨울이 지난 후 3월의 강한 바람이 불어 올 때 나뭇가지가 마구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보기에는 애처로울지언정, 그 강한 바람은 나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초봄의 강한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고 나무가 흔들림으로써 새잎을 내는데 필요한 영양이 위로 잘 올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뿌리로부터의 영양공급이 겨우내 활동 안한 나무 줄기를 통하여 새싹 부분까지 원활히 잘 올라가자면 바람에 흔들리는 운동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어려운 현실이 개인적 비전의 성취와 국가적 발전의 모토를 향한 운동작용의 한 과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경.경민대학 교무부장

독자투고/'청소년 가출' 예방 모두가 앞장서자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중 79.2%가 가출충동을 경험했다고 하는 통계가 있을만큼 청소년 가출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흔히 가출의 주요 원인으로 생각해 왔던 친구와 선배의 영향, 가정 형편의 어려움 등은 아주 미미하며 부모와의 갈등과 공부에 대한 부담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가출이 하루, 이틀 정도의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적인 가출로 이어질 경우에는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은 보수의 힘든 아르바이트에 혹사당하거나 청소년유해 업소인 단란주점·노래방·비디오방 등에서 불법 종사하거나 심지어는 범죄와 성매매의 길로 빠지는 등 보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술·담배·본드흡입 뿐만 아니라 마약의 복용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약물중독으로 이어질 경우 약물을 구하기 위해 폭력·절도 등 범죄로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처럼 청소년의 가출로 인한 해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간의 꾸준한 대화를 통한 갈등의 해결이 가장 중요하며, 자녀가 이미 가출을 했을 경우 신속하게 인근 파출소나, 경찰청 182신고센터로 신고하여 가출 청소년의 범죄 접근을 차단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꿈나무인 청소년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범죄로 빠져 든다면 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 청소년이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따뜻한 정이 흐르는 가정에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재형·인터넷독자

12월 16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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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체포와 이라크의 미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고향인 북부 티크리트에서 지난 14일 아침 생포되었다고 바그다드에 주둔하고 있는 미 군정 최고 사령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티크리트 인근 한 농가에서 가짜 턱수염으로 변장하고 은신 중 잠을 자다 생포된 것으로 알려진 후세인의 체포 장면이 전 세계 매스컴을 통하여 방영되었다. 더구나 DNA 검사를 통하여 후세인임을 확인까지 하였으며, 부시 미 대통령도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후세인의 진위 여부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후세인이 체포됨으로써 지난 1979년부터 24년간 이라크를 철권통치한 그의 죄상에 대한 단죄와 함께 이라크 민주화의 길이 트였다. 미 군정은 후세인이 이라크에 설치된 전범 재판소에서 공개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엔의 참여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힘들다. 후세인의 체포는 우리에게 새삼 철권 정치를 행한 독재자의 비참한 종말을 보여 주고 있다. 역대 독재자들이 일시적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 대며 부귀영화를 누렸으나 결국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무고한 국민들을 자신의 권력 기반 구축을 위해 무자비하게 희생시키면서 부패정치를 일삼은 수많은 독재자들의 말로를 우리는 이번 또한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또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앞으로 전개될 이라크의 장래 문제이다. 후세인의 체포로 이라크 저항군들의 테러는 약화될 가능성이 많으며 동시에 이라크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후세인의 체포가 저항세력의 극단적인 테러를 야기시킬 우려도 배제할 수 없으나 구심점을 잃은 저항세력은 약화될 것이며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 이라크 복구문제를 비롯한 전후 처리문제에 대하여 더욱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것이다. 현재 이라크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국이 요청한 추가파병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지난 일요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4당 대표들간에 3천명 규모의 특정지역 치안유지를 위한 파병안에 이견이 좁혀져 파병동의안이 곧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는 국민 여론을 심도있게 수렴, 파병동의안을 지체없이 처리해야 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라크 사태의 진행 상태를 예의 주시, 탄력성있게 대처해 나가기 바란다.

하야는 없다, 성역없이 수사해야

우리는 어제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은 근본적으로 불법자금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음을 피력하였다. 이어 오늘 거듭 재론하는 것은 검찰수사가 이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측에 비해 10분1이 넘으면 하야하겠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사이긴 하다. 그러나 수사 중인 사건을 둔 대통령의 이같은 말이 검찰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10분의1을 넘기면 대통령에게 도의적 부담을 주고, 10분의 1을 밑돌면 꿰맞추기 수사라는 여론을 면키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밝힌 10분의 1이라는 수치가 뭘 근거한 것인 지 알 수가 없다. 또 하야를 내건 도덕성의 가치 기준이 무엇인지도 대통령은 제시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역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해 검찰은 이런 것에 초연하는 게 참된 정치적 중립의 자세라고 믿는다. 불법자금의 전모를 밝히는 데 상대적 수치는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다. 대통령의 희화적 표현에 검찰이 흔들림이 있을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예컨대 10분의 1이 넘어도 노 대통령은 결코 하야하지 않는다. 또 대통령직 사퇴를 요구할 수도 없다. 노 대통령의 말은 행위의 성질상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없는 형법상 불능범의 속성과 같다. 법리만을 다루는 검찰로서는 귀담아 들을만한 가치가 없다. 지금 같아서는 10분의 1을 넘지 않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객관적 시각이다. 문제는 이를 가이드 라인으로 보는 사회적 우려를 검찰이 뿌리치는 데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냈다는 사회적 공감대만 형성되면 몇분의 1이 되고 안되고 그게 시비의 본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선자금에 관한한 비록 형사면책의 특권을 가졌어도 대통령 또한 전 대통령 후보의 자격으로 검찰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종전의 판단에 변함이 없다.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은 검찰의 중립성 보장을 굳히는 시금석에 서 있다. 살려고 하면 검찰이 죽고 죽을려고 하면 검찰이 산다. 검찰사상 평가받는 검찰 감독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은 더 이상 검찰수사의 공정성을 해치는 부질없는 말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중국의 역사왜곡 왜?

단군에서 시작된 고조선은 영토가 압록강 건너 중국땅에 이른다. BC 1세기부터 수백년동안 존속한 부여는 중국 동북부, 즉 만주땅이 영토였다. 고구려는 부여 영토 대부분에 서쪽으로는 중국 요동반도까지 뻗쳤다. 중국의 한(漢)민족들에게 가장 치명적 타격을 주면서 우리 한(韓)민족의 기상을 드높였던 게 고구려다. 수양제가 을지문덕, 당 태종이 요동반도 안시성의 양만춘에 의해 당한 패배로 돌아가 죽게 됐다. AD 668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고구려가 망하면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은 민족사로는 큰 불행이다. 고구려나 신라나 백제나 다 같은 우리 민족이다. 이의 구분은 정치적 구분일 뿐 민족적 구분은 아닌 것이다. 신라의 삼국통일로 중국과의 국경이 청천강을 중심하게 되어 옛 고구려의 광활한 영토가 당나라 땅이 돼버렸다. 민족사의 위축이다. 이런 통일같으면 신라가 굳이 고구려를 멸망시킨 것을 미화할 일이 못된다. 망국의 고구려 유목민들이 세운 발해(AD 699~926)는 마지막 우리의 자존심이다. 만주의 송화강 이남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영토를 넓힌 발해는 해동성국의 찬란한 문화를 이룩하였다.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의 영토가 이토록 만주, 요동반도 블라디보스토크 등지까지 뻗어나간 역사의 옛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뿌듯한 자긍심을 갖는다. 중국이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를 자국 역사의 소수민족에 의한 지방정권으로 왜곡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남북통일 이후 후대들에 의해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는 국경분쟁을 봉쇄할 근거를 미리 만들어 두기 위한 속셈인 것이다. 그 무렵 가면 한술 더 떠서 청천강이 국경이라고 우길 공산도 없지 않다. 중국의 역사 왜곡을 예사로 알고 간과해서는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는다. 정부는 외교적으로, 학계는 역사적으로 분명하게 밝혀 대처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이래서 요구된다. /임양은 주필

월요칼럼/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미국과 중국에서 일고 있는 존 F 케네디와 마오쩌둥(모택동) 추모 열풍이 한국에도 상륙한 것은 우리가 ‘리더십 부재시대’를 살고 있는 탓이다. 이들은 둘 다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으며 대중주의를 신봉했고 시대변화를 추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케네디는 냉전의 시대 속에 갇혀 고민하던 미국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고, 마오쩌둥은 봉건주의 중국을 사회주의로 바꿨다. 시대를 변화시키고 국민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는 점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 박 전대통령은 가난을 벗고 한국을 근대화시키는 데 나름의 성과를 이뤘다. 국민적 찬사도 받았다. 그러나 박 전대통령은 한편으론 독재자로 기록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면에서 대중과 함께 30여년을 투쟁하다 정권 획득에 성공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인에게 ‘피플 파워’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문민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양 김씨는 측근들로 인해 청렴성과 도덕성에서 큰 상처를 입었고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사가(史家)들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진정한 리더십이나 카리스마를 갖춘 사람은 아직 없다고 진단한다. 이승만 전대통령은 느낌과 감정이 앞서고 행동하기에 바빴던 ‘카리스마적 권위주의자’였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폭력적인 정권탈취로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지만 보스기질과 능숙한 심리전략을 지녔던 ‘대세주도형 인물’이었으며, 노태우 전대통령은 중간평가 파기, 3당합당 등에서 나타나듯 분위기를 잘 이용한 ‘대세편승형’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에게 진정한 카리스마는 없었다. 카리스마란 원래 그리스어로 ‘은혜’ ‘무상의 선물’이라는 뜻의 그리스도 용어였다. 다시 거둬들이지 않는 하느님의 선물, 또는 예수가 인간에게 베푸는 은총을 의미했다. 카리스마가 오늘날의 개념으로 사용된 것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 의해서였다. 그는 원 뜻을 확대하여 사회과학의 개념으로 사용,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초자연적·초인간적 재능이나 힘을 지칭했다. 케네디나 마오쩌둥처럼 한국에는 카리스마를 갖춘 정치인은 없는가. 야당 지도자는 국정 책임자로서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마침 신경정신과 김종석 박사가 노무현 대통령 성격을 ‘외향적 사고 감각형’이라고 분석했다. “현실 상황에 판단을 잘 하고 적응 능력이 뛰어난 반면 자극에 예민해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박사는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국익을 위해 융통성 있고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은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을 절망케 하는 한나라당의 기상천외한 불법 대선자금 수금은 물론 자신의 최측근, 열린우리당, 다른 야당들의 검은 돈 수수행위를 모두 찾아내 박살을 내야 한다. 고구마넝쿨같이 줄줄이 딸려 나올 과거사를 밝혀내봤자 경제만 어려워진다는 해괴한 논리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가당치 않다. 측근들 내치는 고통을, 앓던 이 빼버리는 쾌감으로 여기고 이번에 완전히 끝내야 한다. 불법 정치자금은 한 푼도 안받았다고 지껄이던 그 가증스러운 얼굴 뒤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그야말로 배추처럼 수백억원씩 차떼기로 건네 받은 정치판을 확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천신만고 견뎌가며 가꾼 배추를 그야말로 밭떼기로 백주에 눈 뜨고 강탈 당한 배추밭 주인들의 오장육부는 얼마나 썩었겠는가. 도둑질 한 자 처벌하는 데 만에 하나라도 내 편 , 네 편 따지면 천벌 받는다. 지금 검찰에 특검보다 강력한 전권을 실어줘야 한다. 그 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강력한 리더십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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