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샌드위치 세대

얼마 전 ‘남자는 괴로워’라는 영화가 있었다. 억누르는 구세대와 치고 올라오는 신세대에 끼어 스트레스 받는 ‘샌드위치 세대’를 그린 영화로, 이 시대 우리 중년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심리학에서는 성인중기를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라고 한다. 이 시기는 노화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과 교육, 노부모의 봉양, 직장에서의 책임 등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가정에서는 고부갈등의 틈바구니에 끼어 눈치를 살펴야하고, 어느 날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세대차이가 난다며 외면해 버린다. 직장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 사표를 써야할지 모르는 불안과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뎌진 손으로 컴퓨터 자판과 씨름해야 하고 뒤늦은 영어공부에 밤을 새워야한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세대 사원들, 상사의 욕구에 맞춰야 하는 부담감 등은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사오십 대. 그 누가 말했던가? 사십대는 뜻대로 안되어서 울고, 체념하면서 살아야 하며, 오십대는 불효에 서러워서 울고, 덧없어 하면서 산다고. 흔들리는 자신을 감추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속내까지 감출 수는 없다. 요즈음 인생은 60대부터란 말이 탄력을 얻고 있다. 중년으로선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어깨의 힘을 빼고, 뻣뻣했던 목도 부드럽게 풀어보자. 잊었던 친구도 만나보고, 소홀했던 이웃과 포장마차에서 대포잔도 나누어보자. 그리고 잃어버렸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자. ‘하늘의 이치’를 깨달을 나이에 무엇에 연연하고 무엇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중년은 질풍노도의 청년기도 쇠락의 노년기도 아니다. 빵은 맛 좋은 속이 있어야 비로소 샌드위치가 될 수 있듯이, 중년은 이 사회의 가교 역이다. 맛 좋은 샌드위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소 병 주 경기도의회 사무처장

독자투고/채팅통한 性범죄 스스로 예방이 최선

근래의 성폭행 사건이나 치정에 얽힌 강력사건을 보면 어처구니없게도 채팅에서 만나 관계가 비화되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류대학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사칭하면서 근무한다고 속이고 채팅으로 여성들을 유인해 성관계를 맺은 용의자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하며, 성관계를 가진 다음 수백만원의 돈까지 뜯긴 여성도 있다고 한다. 특히 디자이너와 구청 직원, 주부 등 피해여성의 나이와 직업도 다양해 여성 채팅 인구가 늘면서 사기성 교제를 요청하는 남성들 역시 늘어나는데 문제는 채팅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악용하려는 저속한 채팅의식이다. 첫 만남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해서 그것을 악용, 신분을 속이고 과장 홍보를 해서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유인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채팅을 통한 여성 유인 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펴고 있으나 무릇 모든 범죄가 그렇듯이 스스로 자제하는 의식이 가장 급선무이다. 채팅은 그야말로 채팅으로 끝나야 한다. 일단 만남을 요구하거나 만남을 강요하는 사람, 하루 종일 언제든지 채팅이 가능한 사람은 의심해봐야 한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번 기회에 건전한 채팅문화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며, 별 생각없이 시작한 채팅 속에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발목이 잠기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상겸·가평

12월 8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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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공해, 처벌규정 강화하라

음란물 공해가 해도 너무한다. 컴퓨터나 광고지 뿐만 아니라 간판, 전자우편, 휴대폰 등 도대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나라 전체가 마치 음란물로 넘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인터넷에 날마다 등장하는 음란 이메일은 하도 많아 그야말로 지겨울 정도다. 휴대폰으로 전달되는 음란성 문자 메시지도 하루에 보통 두 통이 넘는다. ‘성인폰팅’ ‘성인만남’ ‘부부 스와핑’등 원색적인 문구 일색이다. ‘러브체어 완비’ ‘원형물침대’등 도심이나 야외를 가리지 않고 모텔이 있는 곳이면 내걸린 현수막이나 간판들도 가족 나들이객을 곤혹스럽게 한다. 자동차를 잠시만 주차해 놓으면 명함 크기의 전라 여성 사진이 차 창문에 빼곡이 꽂힌다. 전라 사진에는 전화번호까지 버젓이 적혀 있다. 도시 간선도로변의 가로등이나 전봇대 등에서도 음란성 광고는 넘쳐난다. 배달되는 신문사이에 여성 나체사진이 꽂혀 있을 정도다. 학교에 다니는 미성년자들이 있는 가정에 어떻게 이런 음란물이 배달되는 지 황당하기가 이를 데 없다. 문제는 이같은 음란물이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을 성적으로 자극하고 충동심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아직 가치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유발해 문란한 성문제로 연결시키기 때문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등학생 5명 중 4명 꼴로 불법광고물이나 문자 메시지, 전자우편 등을 통해 음란물에 접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조교제 등 청소년 성매매가 늘어 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음란물에 쉽게 노출돼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더욱 큰 문제점은 이렇게 음란물 공해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는데도 단속 효과가 없는 현실이다. 처벌규정이 워낙 미약해 아무리 수거를 해도 같은 자리에 또 다른 음란 광고물을 갖다 붙이는 행위가 반복된다. 법 무서운 줄을 모른다. 그렇다고 마치 속수무책인 것 처럼 단속을 하지 않는 상태인 당국의 방치는 한심하다 못해 사회적 공분을 금할 수 없다. 불법광고물 단속법 외의 다른 법령을 만들어서라도 음란물 공해는 추방해야 한다. 돈만 아는 상혼에 대한 계도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코드정치, 비선정치 타파해야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정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의 조속한 입당 권유를 촉구하는 것도 그같은 맥락으로 보아 국정운영의 정상화를 기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우당(友黨)으로 대하고 열린우리당은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고 있기는 한다. 그러나 연결 채널은 아무 것도 없다. 당정회의조차 가질 장치가 없다. 열린우리당 중 몇몇 사람이 가끔 청와대로 불려가 얘기를 듣곤하는 지금같은 형편으로는 대통령 뒤치다꺼리나 하는 ‘노빠당’이란 말을 앞으로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데도 청와대측은 대선자금 수사를 구실로 입당을 미루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는 아직도 멀었다. 총선기간 전에 마무리 짓기가 아마 바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입당을 굳이 저울질하는 이유가 당의 인기가 생각처럼 뜨지않아 다른 어떤 복안이 있는 건지 뭔지는 알바가 아니다. 문제는 국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데 있다. 대통령은 여전히 측근을 가까이 하는 것으로 안다. 측근 정치는 공식기구가 아니다. 공식 라인이 아닌 측근은 비선(非線)으로 비선(秘線)이기도 하다. 비선정치가 우당이며 정신적 여당의 우위에 있는 것은 장막의 일종으로서 결코 투명하다 할 수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가끔 누가누가 실세라는 말이 흘러 나오는 것 역시 장막에 가려져 있음을 의미한다. 청와대 비서실은 위계질서에 의해 각자의 소임이 이행되는 공식기구다. 이런 공식기구에서조차 실세란 게 따로 존재하는 내부 분위기는 정상 시스템이 아니다. 각 부처에 파견된 장관 보좌관 아닌 보좌관이란 것도 일종의 비선이다. 전 정권이 실패한 연유가 초장부터 측근을 중시한 비선정치에 있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공식 라인보다 측근을 우선하여 잘된 국정은 그 유래가 없다. 이런데도 이 정권은 전 정권보다 더한 측근에 의한 비선정치를 일삼고 있다. 이 정권이 정말 성공하는 정권이 되기 위해서는 코드에 의존하는 비선부터 타파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혼란이나 잘못된 이유가 다 이에 귀납된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 전환이 없는한 열린우리당 또한 열리기가 심히 어려울 것이다.

세계동물환경회의

독일에 사는 고슴도치 해리가 세계동물환경회의를 열기 위해 각국의 동물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아프리카 대표 코끼리 조우마마, 인도 대표 호랑이 토라지, 브라질 대표 악어 와니르, 영국 대표 토끼 라비, 일본 대표 너구리 탓쿠, 미국 대표 독수리 왓시가 참석했다. 1부의 주제는 ‘일회용품 문제’다. 각국의 동물들은 오랜 여행에 지치고 배가 고팠는지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신들이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는다. 이때 일본 대표 탓쿠가 준비해온 도시락에 동물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일회용품인 나무젓가락 때문이다. 브라질 대표인 와니르가 버럭 화를 낸다. “브라질에서는 모두들 일본 때문에 숲이 줄어든다고 걱정한단 말이야! 실제로 일본의 회사들이 나무를 잔뜩 베어가고 있다고!” 탓구가 변명을 한다. “그건 일본의 관습이야.” 인도 대표 토라지는 한숨을 내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무 젓가락은 낭비인 것 같아. 우리 인도에서는 손만 가지고 카레를 먹는데…. 나무 젓가락을 여러번 씻어 쓰면 안되나?” 탓쿠가 미국 대표 왓시를 공격한다. “미국에서도 일회용 종이컵과 햄버거 포장지를 많이 쓰잖아. 그러고 보니 모두 나무로 만드는 것들 뿐이잖아?” 2부에서는 ‘쓰레기 문제’다. 식사를 마친 미국 대표 왓시와 일본 대표 탓쿠 주변에 알루미늄캔과 음식찌꺼기가 잔뜩 쌓여 있다. 왓시는 알루미늄캔은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알루미늄캔 한 개를 재활용하는 데는 세탁기를 보름이나 돌릴 수 있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3부는 ‘대기오염 문제’다. 왓시는 콜라캔 음료를 사기 위해 회의 시간도 무시한 채 숲속에 자동차를 타고 왔다. 동물들은 자동차가 내뿜는 가스로 숲의 공기가 나빠진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왓시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 동물들은 개성이 너무 뚜렷해 의견을 좁히지 못한다. 현대판 이솝 우화가 아니다. 5년 전 일본에서 열렸던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세계회의’ 모습을 패러디한 것이다. 건축자재, 이쑤시개, 나무젓가락을 만들기 위해 1분에 무려 축구장 50개 면적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 환경이 정말 큰일났다. /임병호 논설위원

기고/단순한 깜짝쇼

추수감사절에 즈음한 부시의 바그다드 방문은 최근에 보기 드문 깜짝쇼였다. 그 깜짝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최전선의 전쟁터를 향한 왕복25시간의 비행과 2시간30분의 전격방문을 위해 펼쳤던 철저한 보안과 작전은 미국의 안위를 담보로 한 도박이었음은 분명하다. 부시의 노림수가 무엇이었던 간에 상원의원인 힐러리의 바그다드 방문과는 차원이 다른 대통령이라는 최고통치권자의 위치가 갖는 무게가 그 도박성을 설명할 수 있다. 일국의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이 불안한 전선에 출현한다는 것은 아무리 극적이고 정치적 효과가 최대라 하더라도 참모로서는 선뜻 권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안전만 담보된다면 최대한의 정치적 효과를 노리려 하는 정치(홍보) 참모와 완벽한 안전을 담보하여야만 모실(?) 수 있는 경호책임자와의 대립은 피할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바그다드 방문의 아이디어는 지난 10월 중순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의 입장에서 보면 꼬여가고 있는 이라크 문제의 전기를 마련하고 나아가서는 차기선거를 위한 여론의 물꼬를 돌려야하는 고민의 해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짐작컨대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까지도 대비하는 것이 경호관계자들의 책무이고 보면 그리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철저한 인원검색과 장비점검도 있어야 하고 동선파악, 도로통제, 근접경호, 저격병 배치 등 방대하고 치밀한 작전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자국내가 아닌 외국에서라면…. 마치 클린트이스트 주연의 ‘사선에서’라는 영화에서 재선을 향한 정치(홍보) 참모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호참모의 충돌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충돌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그것이 설령 국가의 안위를 고려치 않은 무모한 이벤트(?)에 불과 하였더라도 그 내면에는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논란과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부시는 이라크 저항세력과 알 카에다의 공격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신체적 위협과 미국의 안위를 걸었던 것이다. 사후의 평가는 늘 분분하다. 그러기에 선택은 의사결정권자의 몫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도자는 외롭다. 추수감사절에 최전선에서 칠면조 고기를 나눠주고 저녁식사를 미군병사와 함께하며 눈물의 격려를 하였던 부시. 현재까지 외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 극적인 장면에 대한 반응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나, (많은 사람들이 부시의 머리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을 보면) 차기대선을 위한 이미지 제고용이나 이라크 전후처리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 할 만큼 전략적이지 않았을 것 같다. 단지 대통령으로서 단순하게 이역만리 최전선에서 시련을 겪고 있는 장병들과 따뜻한 식사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이 땅에서 그런 단순한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으니 먼 나라 이야기지만 솔깃한 것이 사실이다. 지도자의 이미지 제고는 카메라 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이루어진다. 단순 무식한 깜짝쇼(?)를 보고 싶다. /정상환.남서울대 외래교수

열린글밭/정의(正衣)와 정심(正心)

지구상에는 2002년말 현재 63억150만명의 인류가 살고있다는 통계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남한이 4천770만명, 북한이 2천270만명으로 남한만은 세계 25위, 남·북한을 합치면 세계 17위에 해당된다. 그 많은 사람들은 참으로 여러가지 옷을 입고 여러가지 마음을 갖고 살아왔고 앞으로 또 살아갈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가 입혀주던 배내옷을 비롯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입는 옷, 철이 들면서 춥지않아도 인간다움이나 예의를 위해 입는 옷, 군주시대 임금이 입던 옷, 법관·군인·경찰들이 그 조직의 권위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입는 옷, 죄수들이 입는 옷 등 아주 다양하다. 또 한국 사람들이 입는 옷, 일본 사람들이 입는 옷, 아프리카 사람이 입는 옷 등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입는 옷도 가지각색이다. 인간은 많은 옷을 입고 벗고 하지만 옷을 입은 인간은 본래의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입고있는 옷에 의해 가치가 평가되고 인식되는 수가 많다. 그들은 서로 좋은 옷을 입기위하여 경쟁과 투쟁의 반복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러다가 옷의 종속적인 지위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의(正衣)와 정심(正心)에 대해 생각해본다. 正衣는 올바른 옷을 입고, 正心은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 된다는 것을 뜻한다. 임금의 옷을 입고 장돌뱅이보다 못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임금의 옷을 입고 죄수보다 못한 마음을 갖고있다면 이는 正衣와 正心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正心, 즉 올바른 반듯한 마음의 반대는 무엇일까. 사심(사악한 마음), 탐심(탐욕스러운 마음), 악심(악독한 마음) 등이 있을 것이다. 같은 인간에게 악랄한 잘못을 저지르고 사악한 마음과 행동으로 권력 등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마치 정당한 일을 하여 소유한 것처럼 가장해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것을 볼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듯 인생의 육체도 세월과 함께 흐르고 기운다. 그런데도 그 세월을 향해, 내일을 향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리며 반듯한 마음으로 올바른 옷을 입고 혼신을 다해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을 대할 때 더욱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이 나라의 최고 권력을 가진 사람을 비롯한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正衣와 正心으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본다. /이재환 법무사

독자투고/'불심검문' 본질 왜곡되지 않길...

최근 법원은 판결을 통해 “경찰이 불심검문을 함에 있어 자신들의 신분증을 제시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는 불심검문의 절차적 요건을 결여한 것으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마치 현행 경찰의 검문검색이 법적으로 큰 하자를 소지한 채 부적법하고 검문검색이 무용하다는 인상까지 불러일으켜 질서유지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심히 우려가 앞선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만든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의하면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의 관련성을 묻고자 검문검색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간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 속에 검문검색이 이 사회의 질서를 지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날로 고양되는 인권의식에 부응하여 검문의 절차상 하자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라 하더라도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한 범죄 혐의의 은폐나 필요이상의 공무집행 항거는 타당치 않다고 여겨진다. 신분을 밝히고 협조를 구하는 치안 현장에서조차 공권력이 경시되고 폭력이 난무하는 작금에 정복경찰관이 신분을 안 밝혀서 경찰관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 사회가 폐쇄적이며 시민의식이 경직되어 있는지 회의가 앞선다. 검문검색의 절차상 하자 때문에 이제 죄 지은 범법자가 전혀 경찰의 제지 없이도 거리를 활보하고 죄 짓기가 더 좋아졌다고 오해하고 속단하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여 자신의 법적 책임을 희석하려는 반민주적 행태는 검문현장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김진걸·가평경찰서

“뛰뛰 빵빵, 지게 자동차 나갑니다”

■ 윤수천 동화·조미영 그림 ‘행복한 지게’ 세상이 변해도 ‘효(孝)’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 한 구석을 찡하게 한다. 동화작가 윤수천씨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덕보의 효행을 담은 ‘행복한 지게’를 펴냈다. (조미영 그림·문공사) 사계절마다 각양각색의 옷을 갈아 입는 조용한 시골마을의 청년 덕보는 홀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조금 모자란 덕보지만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남달라 주변의 칭찬이 자자하다. 어느날 도시 외삼촌댁에 들른 덕보는 자동차를 타고 좋아하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 생각을 하게 된다. 집에 돌아온 덕보는 헛간에서 지게를 꺼내 아버지를 태우고 동네를 돌기 시작한다. ‘뛰뛰 빵빵’을 외치며 호기도 부린다. 아들의 따스한 마음에 아버지는 연신 눈물을 훔친다. 그 후 덕보가 사는 감나무골에선 지게에 아버지를 태운 덕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뀌고 감나무의 감이 몇번 떨어지고 열리기를 반복하던 어느날 연로해지 아버지는 병이 든다. 함박눈이 소복히 내리던 날, 덕보는 지게를 타고 싶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며 아버지를 떠나 보낸다. 이 동화는 고즈넉한 시골풍경이 아련히 펼쳐지는 가운데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진정한 효의 의미를 잔잔히 전해준다. 특히 우리네 정서가 듬뿍 담긴 동양화적인 그림들에는 단순하지만 힘찬 선이 인물의 표정을 더욱 풍부하게 하며 한지의 투박한 질감이 잘 살아나 있다. 평론가 이상배씨는 “자기만 아는 요즘 철부지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부모님을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적 자주 업어주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 동화를 썼다는 윤수천씨는 소년중앙문학상과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가 각각 당선됐으며, 한국아동문학상과 방정환문학상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엄마와 딸’, ‘방귀쟁이하곤 결혼 안해’, ‘별난 도둑 별난 가족’, ‘등불 할머니’ 등 다수가 있다. 그림을 그린 조미영씨는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피렌체 국제현대미술 비엔날레에서 수상했으며, 세차례 개인전을 열였다.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여백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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