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문화재 제도에 허점 많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보·보물·사적 등 지정문화재가 아닌 것 가운데 보전할 가치가 있는 건물과 시설 등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해 보호하도록 돼 있다. 2001년 7월부터 시행돼 왔으며 현재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사옥 등 65건이 등록된 상태다. 그러나 등록문화재 제도는 문제가 많다. 우선 등록문화재의 현상변경은 물론 철거까지도 신고만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더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지도·조언·권고에 그친다. 강력한 규제를 통해 원형 그대로 보전하는 지정문화재와 달리 등록문화재는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관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 내부는 마음대로 고쳐 쓸 수 있다. 이렇게 느슨한 조치는 문화재 범위를 넓히고 보호방법을 다양화해 보다 많은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하려는 것이지만 소유자의 자발적 보호의지가 없는 한 멸실·훼손을 막을 수 없는 맹점이 있다. 최근‘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빈처’ 등 주옥같은 단편소설을 남긴 빙허(憑虛) 현진건(玄鎭健·1900 ~ 1943) 선생의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고택이 집주인에 의해 헐린 것이 한 사례다. 빙허 고택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등록문화재로 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었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근대건조물의 파괴를 최소화할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예컨대 지정문화재의 가지정 제도를 원용한 예비등록 제도, 해당 건축물 멸실 신고시의 사전심의제 등을 도입하고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앞장서는 민간단체들의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옥마을 등 집단적 전통건조물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하거나 지자체 조례로 보호할 수 있지만 개별 한옥은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시민의식이다. 아직까지는 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면 재산권 행사에 불리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등록을 꺼리거나 기피하고 있다. 관리비, 수리비 등을 국가에서 보조하여 등록문화재를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것 보다 보전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하도록 구체적 활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기도에도 보전할 가치가 있는 근대문화유산과 시설물이 많다. 등록문화재 제도 개선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측근비리특검법 재의결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 이광재, 양길승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측근비리특검법)이 어제 국회에서 재의결됨으로써 거부권을 행사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 특검법 원안 통과시의 184명보다 많은 209명이 찬성, 법률로 확정한 것은 재적의원 3분의2에 해당하는 182명보다 무려 27명이나 더 많아 특히 주목할만 하다. 내년 1월 중순이면 공식 활동이 시작될 측근비리 특검수사는 4·15총선을 앞두게 되어 선거의 최대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특검의 측근비리 수사는 정치권에 또 한번의 핵 폭풍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배제되기 어렵다.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영향이 어떠하든 대선자금 수사나 측근비리 수사나 다 기왕 내친 김에 여야 할 것없이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국민적 정서다. 특히 측근비리는 측근들의 개인비리로 국한하여서는 특검의 의미가 없다. 구조적 비리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것이 특검의 소임이다. 이번 측근비리 특검법 재의결은 1962년 헌법 개정 이래 처음있는 재의결이고, 다섯번째 특검이면서 대통령 측근비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또 처음인데다가, 찬성표가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을 훨씬 웃도는 것은 앞으로 정국 주도의 향방이 크게 주목된다. 재신임 카드를 던져 정국을 주도했던 노 대통령의 장악력에 치명적 손상이 없다할 수 없다. 검찰의 측근비리 수사는 그간 무던히 노력했다. 그 성실성과 적극성은 끝까지 빛나 검찰사상 유례없는 초유의 독립성을 국민에게 보여 주었다. 이러한 평가가 밑거름이 되어 장차 검찰 독립의 위상 확립에 진일보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간곡히 바라고싶은 것은 거론되어온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방안이 과연 현명한 가에 대한 깊은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가 재의결 의사일정으로 공전된 지 10일만에 정상화 된 것은 비록 뒤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미 건설교통 소위와 정치개혁특위, 예결특위 간사회의가 가동되었다. 오늘부터는 새해 예산안과 각종 계류 안건심의가 본격화 된다. 특검법 재의결로 정국은 한바탕 요동치겠지만 국회의 소임은 밤을 새워서라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조건부 정신요양원

정부가 양성화 대상으로 삼아 조건부로 신고를 받아준 비인가 정신요양시설에서 수용자들이 극심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인권운동사랑방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7개 단체로 이뤄진 ‘조건부신고 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가 3개월간 조사한 실태를 보면 한 마디로 정신요양원이 아니라 감옥보다 더 절망적인 ‘인권유린소’다. 이런 비인도적인 곳의 신고를 어떻게 받았는 지, 또 관계 당국은 그동안 실태 파악은 왜 안했는 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20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양평의 S정신요양원의 경우, 외부로 통하는 철제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워놨고, 내부 구조는 ‘ㅁ’자형의 감옥과 같은 폐쇄구조였다. 관리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징벌방’에 감금한 채 다리를 꼬고 앉은 자세로 열흘에서 석달동안 가둬 놨다니 노예수용소가 따로 없다. 화장실은 가리개도 없이 완전 개방돼 있으며 특히 정신질환자와 알코올중독자를 한방에 수용해 폭력이 빈발했다고 한다. 가족과의 면회 때는 관리인이 반드시 입회, 대화내용을 기록하는 바람에 환자들은 감금·폭행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130여명을 수용하는 충남 연기의 E사랑의 집도 이름과는 달리 ‘증오의 집’이다. 준비위가 촬영, 공개한 영상에 비친 한 여성 수용환자는 한 평짜리 좁은 독방에서 이불 하나만 덮은 채 몸을 떨고 있었고, 이 독방에는 한 줄기 햇빛과 바람이 들어 올 창문조차 없었다. 3~7일간 음식 뿐 아니라 물도 제대로 주지 않고 굶겼다니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문제는 시설의 영세성 등으로 각종 장애인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해 감금·폭행을 일삼은 두 곳이 2005년 7월말까지 적정규모와 시설 등 자격기준을 갖추면 정식 인가해주기로 한 전국 962곳의 조건부 신고 사회복지시설들 가운데 일부라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조건부 신고 복지시설은 물론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 아니면 국가에서 전적으로 운영해야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민·관, 특히 환자 가족들이 입회하는 합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청와대 편지- '답답합니다'

“노심(盧心)은 한마디로 초사(焦思)다.”(한 386 핵심참모의 발언) 이러한 보도가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답답합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대통령께서만 답답한 게 아닙니다. 대통령께서는 그래도 청와대의 영광을 누리고 계시지 않습니까. 민중은 더 답답합니다.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측근비리의 요지경속 실체는 무엇이며, 이라크 파병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며, 미군 한강이남 재배치는 또 무엇이며, 북핵은 어떻게 돌아갈 것이며, 신용위기가 위협하는 금융대란 조짐의 전망은 어떻게 보아야 하며, 민노총은 왜 반노 투쟁을 일삼는 것입니까. 부안 사태는 비단 부안 군민만이 아닌 민중적 불안의 요인이 되고, 제조업 분야의 공동화는 국민경제를 피폐화하고, 상인들마다 장사가 안된다는 아우성 속에 사회위기 수준은 더욱 높아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은 또 예컨대 대입수능이 말썽을 빚는 등 사사건건 왜 매끄럽지 못해 신뢰 추락을 자초하는 것입니까. 안희정이란 사람하고 청와대에서 정말 식사를 가끔 하는지오. 이를 자랑삼는 그 사람은 총칼 대신 노사모가 노란 목도리를 매고 한강 다리를 건너 5·16 정변후 40년만에 젊은 세대가 정권을 잡았다고 큰소리 친다는 데 맞습니까. 정권을 잡은 것은 자연인으로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님이고 정당으로 말하면 민주당입니다.(노무현당으로 열린우리당이 분가하여 민주당은 이제 야당이 된 세계 정치사에 찾아볼 수 없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만 당초의 법통은 그런 것 아닙니까) 어떻게 감히 안희정이란 사람이, 젊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다고 기염을 뿜어댈 수 있는지오. 뭘 잘했다고 말입니다. 코드가 그토록 대단한 건가요. 젊은 측근정치로 이스라엘을 위기에 빠뜨린 어리석은 왕 르흐브암이 생각 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께서 답답한 게 남의 탓으로만 생각하는지오. 내탓이라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되는 지 궁금합니다. 다 대통령님 탓입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회, 가장 강력한 야당을 만나서 정부가 힘이 드는 것’만은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는 패거리로 해도 국정은 패거리로는 안됩니다. 김대중 정권이 실패한 연유가 코드, 즉 패거리정치를 한데 있잖습니까. 그 패거리들이 지금 감옥에 가 있습니다. 코드정치는 다르다고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DJ 측근은 간곤한 민주화 투쟁의 역정에 섰던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님 측근은 도대체 뭘 했던 사람들입니까. 선거공신이기 때문에 치부도하고 영화도 누려야겠다는 사람들은 단호히 잘라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듣는 욕은 아무리 먹어도 괜찮습니다. 그래야 대통령님이 살고 나라가 사니까요. 측근들의 ‘독만두’(일본에선 요즘 권력에 대한 아부를 이렇게 표현한다더군요)에 취하면 민중에게 욕을 얻어먹고 ‘독만두’를 버리면 민중의 지지를 받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통령님이 내년 4월15일 총선에서 안정세력을 얻기엔 무척 힘들 것 같습니다. 쉬운 길이라고 샛길로 가지 마십시오. 어렵더라도 큰길로 가십시오. 이것이 대통령님의 국정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회’의 협력을 유도해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왜 편 가르기를 그리도 좋아 하십니까. 편 가르기가 사회 통합은 아니잖습니까. 청와대가 호남향우회를 왜 찾아다니는지오. 자신에게 좋은 것은 지역화합하고 나쁜 것은 지역감정이란 주관적 논리는 당치 않습니다. 지역이나 계층으로도 모자라 수도권 대 비수도권으로, 또 신행정수도지역(충청도) 대 비지역 등 이렇게 갈래갈래 갈라놓는 법이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신행정수도 문제엔 추후에 또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을 공격하기 위해 이런 말씀을 하는 게 아닙니다. 민중이 존경하는 대통령을 갖는 것이 나라의 홍복이라고 보는 게 소신이니까요. 이런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어주시기를 바라는 뜻에 밝히는 충정입니다. 꼬일대로 꼬인 갖가지 현실 문제의 답답함이 다 대통령님 탓이라는 겸허한 마음으로 변화의 단안을 보여주십시오. 민중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으니까요.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이제 다시 기초과학이다

기초과학의 현상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발전시켜 개발한 것이 응용과학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발전된 응용과학은 인류문명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 나라의 산업경제를 지탱시켜 주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응용과학 분야는 부분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히 IT산업은 세계적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개설된 학과를 보면 상당히 많은 학과가 응용과학 분야의 학과로 개설되어 있고, 수험생들의 높은 선호도와 타 학과와 비교해서 높은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초과학분야의 선호도는 점점 낮아져 낮은 입시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기초분야의 학과에는 지원자가 적어 대학원생을 받기가 어렵게 되어 가는 실정이고, 응용분야의 학과와 대학 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통폐합된 실정이다. 기업도 수익성과 경제성만 강조하여 당장 눈앞의 이익이 되는 제품에는 경쟁적으로 사업 확장을 하고 있고, 많은 연구소등의 연구 분야도 당장 경제성이 있는 분야에만 연구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연구원들도 많은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보다도 당장 돈벌이가 되는 제품개발로 치중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렇게 급속도로 팽창되어 가는 응용과학도 기초과학의 기반 없이는 지속적으로 발전될 수 없고, 기초과학을 무시한 응용과학 분야의 생명력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벌써 IT시대의 거품이 빠지면서 IT시대의 하강시대를 보고 있다. 다시 IT시대의 부흥기가 오려면 새로운 기초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지 않는 한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이제는 미래의 국가산업의 척도가 되고, 국력의 척도가 되는 기초과학 분야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육성책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구호적인 기초분야의 육성책이 아니라 적극적인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과 대안이 하루속히 나와야겠다. 기초분야가 튼튼해야 이를 응용하여 현재 우리산업의 기저가 되는 응용IT산업분야도 다양해지고 경쟁력도 있게 될 것이다. 21세기의 국가경쟁력은 기초과학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육성하느냐에 달려있고, 그 나라의 국력의 척도도 이제는 기초과학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제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기초분야에 총력을 기울이고 분위기 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재평.대림대학 전자정보통신과 교수

독자투고/연말연시 불우이웃 돌아보자

12월은 1년을 마무리하는 달이다. 우리 주위에는 즐겁기 보다는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넘겨야 할 지 걱정하며 12월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 장애를 가진 사람들, 몸을 가눌수도 없고 외로이 하루하루를 버티시는 노인들…. 잠깐만 주위를 돌아보고 조금의 사랑을 나누어 주면 우리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나라에서 이들을 구제하려고 해도 돕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까짓 돈 몇푼 현재물가에 비하면 고등학생, 대학생들 용돈밖에 되지 않는다. 또 돈도 좋지만 사람들의 정성과 마음을 이들에게 전해준다면 더 힘을 내고 즐겁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연말뿐만이 아니라 항상 이웃을 생각하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봉사란 어떤 것이지 경험해보며 이웃사랑의 정을 느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점점 더 빈부의 격차가 심해져 가난을 대물림하는 세상이 되었다. 사회의 소외계층이 점점 더 늘어나고 힘이 없는 사람은 살아가기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가 없어서, 몸이 불편해서 남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함께사는 이웃이라 생각하고 도와준다면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인터넷독자

12월 4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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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법을 어기는 국회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된다는 헌법 제54조 2항을 지키지 못하여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가 스스로 법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16대 국회들어 벌써 세번째이니 법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국회를 어떻게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 국회가 반성을 해야 될 것이다. 헌법 제54조 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소한 30일전에는 예산안이 확정되어야 정부는 새해 업무 개시와 더불어 효과적인 예산집행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미 법정 시한을 넘겼으니 새해 예산 집행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많다. 더욱 큰 문제는 단식정국 등으로 국회가 정상화에 차질을 빚어 정기국회 기간중 예산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제16대 국회는 마지막 국회에서까지 예산안의 법정 통과 기일을 지키지 못하였다. 임기 중에 예산안의 법정 통과 시일을 세번이나 지키지 못한 기록은 이번 국회가 얼마나 허송세월했는가를 입증시키고 있다. 국회가 스스로 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예컨대 국회법에는 내년 4월15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 1년전까지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져야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선거구를 정하지 못해 총선거를 어떤 형태로 실시할지 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결국 정치개혁 입법도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내년도 예산안은 117조5천억원 규모이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는 내년도 예산의 운용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의원들은 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 밤을 새워서라도 새해 예산을 철저하게 분석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대표이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하나의 독립기관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하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예산심의를 해야 될 것이다. 법을 지키지 못한 국회가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염려된다.

문화재보호구역을 축소하다니

사유재산권 보호차원에서 문화재보호구역을 현행보다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는 경기도의 방침은 너무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국가지정 문화재의 경우 반경 500m, 도 지정 문화재의 경우 300m로 돼있는 현행 문화재보호구역 범위를 모두 200m 이내로 축소할 방침이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문화재의 장래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계획일 뿐 아니라 문화재를 보호하기는 커녕 훼손 여건을 조성하는 셈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지정 문화재가 많은 경기도가 문화재관리 보전보다 사유재산권 보호를 더욱 중요시 하는 것은 역사 차원에서도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전국의 다른 시·도들도 문화재 인근 사유재산권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들어 주민의 지속적인 민원제기로 그린벨트 완화 등 주민의 삶과 밀접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실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문화재 보호 업무 강화를 현실에 맞지 않는 문제점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문화재보호구역 주변 산림·토지의 형질변경 및 각종 건설공사 추진과 관련하여 문화재청·지방자치단체와 재산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 해소만을 목적으로 규제 완화를 서두르는 것 역시 오점을 남기는 일이다. 문화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채 예로부터 보전돼 온 유적이다. 새로 건축되거나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화재에 단순히 개발 논리로 훼손 등 위험 요소를 가하려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다. 문화재보호구역내에서의 건설공사 시행시 건축물과 문화재의 조화 및 매장문화재 포함여부, 고도경관 또는 역사·문화·자연 환경 훼손 여부 등에 대한 심의를 한층 강화하여 문화재 훼손을 최대한 예방해야 하는 것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도내 대부분 지역이 도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인해 일부 사유재산권이 불이익을 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재산을 수용하는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지 문화재보호구역을 축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적지로 지정됐는데도 문화재 정비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호구역을 넓혀야 할 처지에 되레 축소하려는 경기도의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안’은 백지화 또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여성의 치마

복식사로 보면 태고 적엔 남녀가 다 치마를 입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남자가 바지를 입게된 것은 전투 하기에 편리하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서양의 경우는 예컨대 로마 병사는 바지대신에 짧은 치마를 입었다는 점이다. 무릎위까지 올라가는 로마병사의 치마는 미니스커트의 원조라 할 수 있을것 같다. 어떻든 치마는 동서양 할것없이 여성의 하의로 일상화 하였다. 상류층 여성일수록이 치마가 길고 폭이 넓었다. 서양의 중세기에도 그랬고 국내 고분 벽화의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치마가 짧아진 것은 19세기말 개화기 들어서다. 통치마도 이 무렵에 나왔다. 저고리도 옷고름 대신 옷감으로 만든 단추를 달았다. 하지만 양반 집안에서는 대개 긴치마에 옷고름 달린 저고리를 여전히 선호했다. 1910년 이화학당(이화여대) 학생들의 치마끝이 무릎 아래까지 올라가 종아리가 나오도록 학교에서 교칙을 바꾸자 학부모들이 딸들을 한동안 등교시키지 않는 스트라이크를 일으킨 적이 있다. 1920년대초 국내 여자배구의 효시인 숙명여고 배구선수들에게 무릎이 나오는 바지 유니폼을 입히자 역시 학부모들이 학교에 쫓아가 운동을 못하게 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금석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들이다. 한데, 이번엔 여학생에게 치마 교복만 입히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정부(여성부)의 결정이 나왔다. 교칙으로 강제하는 것은 전근대적 의식이며, 여학생들의 행동과 태도를 규제한다는 것이다. 여성부 말대로 하면 바지를 입든 치마를 입든 여학생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참 별의별 성차별 논리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칙은 학교의 자율권이다. 그같은 성차별 논리가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인 지 심히 의문이다. 또 학생들 마음대로 옷을 입게 하면 교복을 둔 의미가 없어 진다. 살다 보니 이제는 정부 부처에서 여학생들에게 치마를 안입게 만드는 별난 세태속에 산다는 생각을 갖는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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