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 때 산둥 지방에 살던 공손홍(公孫弘)은 젊은 시절 그 지역의 옥리(獄吏)였으나 죄를 짓고 관직에서 물러났다. 그후 돼지를 기르면서 생계를 유지하다 마흔이 넘어서부터 ‘비로소’학문에 뜻을 두고 춘추잡설(春秋雜說)을 독학했다. 다시 20년이 흘러, 공손홍은 예순의 나이로 지방관의 추천을 받아 벼슬길에 올랐다. 넓고 깊은 학문과 사무능력, 처세술 등을 고루 갖춘 그는 10년 후엔 최고위직인 승상의 자리에 이르렀다. 공자(孔子)는 학문을 닦으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51세에 비로소 벼슬길에 올라 4년 후 실각당한 뒤 천하를 주유하고 제자들을 양성하며 평생을 현역으로 활동했다. 사마천(司馬遷)은 38세에 궁형(宮刑)의 좌절을 겪은 뒤 이를 극복하고 불후의 역사서 ‘사기(史記)’를 저술했다. 38세 때까지 시골의 유협에 불과했던 유방(劉邦)은 진(秦)제국의 붕괴라는 역사의 흐름을 읽고 반란군의 지도자가 돼 훗날 황제에 올랐다. ‘삼국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조조(曹操)는 늘 도전하며 살아간 인물이다. 빈손으로 출발해 큰 안목과 쉬지 않는 독서로 인생의 후반에 큰 꽃을 피웠다. 유방의 참모 진평(陳平)은 후반기에 오히려 지략을 감춤으로써 성공했다. 39세의 무능한 지도자를 가차없이 바꾸는 승부수를 던진 촉한의 법정(法正), 동진(東晋)의 명장 도간(陶侃)은 57세에 좌천됐으나 매일 100장의 기와를 지붕에 올려 체력을 쌓고 재기에 성공했다. 이들 중국인의 공통점은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이젠 늦었다’고 풀 죽은 게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나 삶을 끝까지 밀어 붙인 점이다. 실직과 명퇴, 창업과 재취업으로 제2의 인생 설계를 도모하는 일이 흔해진 요즘, 인생 후반부에 꽃을 피운 영웅들의 인생은 새겨볼만 하다. 인생의 열쇠는 후반부에 있고 후반부의 시작은 40세, 50세, 60세일 수도 있다. 언제 어떤 형태로 삶의 최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50, 60, 70세를 넘긴 사람들도 “인생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하면 늙은 게 쓸쓸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임병호 논설위원
‘모야 모야 노랑 모야/언제 커서 열매 맺나’ 모내기 꾼들이 이렇게 소리 모아 뽑아대고 나면 ‘우우 우 후…’하는 논두렁 양쪽 갓 줄잡이들 후렴 속에 못 줄이 한 뼘쯤 뒤로 옮겨지면 이내 또 ‘이달 커고 저달 커서/칠팔월 되면 열매 맺지’하고 소리가 이어진다. 논바닥에 모를 꽂는 모내기 꾼들의 손이 논 물을 재빠르게 드나들며 내는 철벙거린 소리가 거의 쉴 새 없다. 지금은 모내기를 이앙기로 드르륵 하지만 그 땐 그랬다. 거머리는 왜 또 그리도 많았던지, 새참 때면 종아리 여기 저기에 찰싹 달아붙은 거머리를 떼어 내는 게 일이었다. 손으로 잡아 댕겨서 안떨어지면 모래로 밀어대곤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논엔 거머리가 있어야 제격이다. 거머리가 살 수 있으므로 해서 논에서 미꾸라지도 나고 우렁이도 나고 메뚜기도 난다. 그 무렵은 농약이란 걸 칠 줄 몰랐기 때문에 시쳇말로 청정 농법이었다. 논산 훈련소에 입대했을 때에도 더운 6월이었다. 수통에 물이 떨어지면 행군 중에 쩔쩔 끓는 논물을 마셔 갈증을 달래곤 했다. 지금 같으면 논물을 마셨다간 농약 중독으로 아마 목숨 부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요즘 모내기가 한창이다. 모내기를 마친 들판의 노랑 논을 보면서 쌀값이 헐값이어서 수지 타산이 맞니 안맞니 하면서도 논을 놀리지 않고 그래도 애써 모내기를 한 것이 대견스럽고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농사는 남의 농사라도 역시 잘 되어야 인심이 후해진다. 모를 갓낸 6월의 논을 보는 회포는 해마다 그 때를 잊지 못한다. 잔인한 6월의 한국전쟁, 그것은 모내기를 다 마쳤을 무렵에 일어나서 벼 베기할 즈음에 9·28 수복이 있고도 그리고 3년이나 이어졌다. 1950년 6월 25일, 그 날도 온 나라가 모내기를 마친 논처럼 참으로 평화로웠다. 시골에선 바쁜 농사일 한 고비를 넘긴 안도감에서 모처럼 정자나무 그늘을 즐길만큼 사람들 마음이 푸근했고, 도시에선 일요일을 즐겨 서울 한강 같은데선 보트놀이 행락이 넘쳤다. 일선 장병은 대거 외박나온 가운데 육본 수뇌들은 전날 밤 늦도록 육군회관 낙성식 파티에서 진탕하게 놀아 주독에 빠졌다. 작취에서 헤어나지 못한 군 수뇌부는 이날 새벽 4시를 기해 38선 전역에서 노도처럼 밀고오는 북측 인민군대의 전면전 도발을 종종 있었던 우발적 국지전으로 지레 짐작하여 보고받는 것조차 귀찮아 했다. 정치권에서는 며칠 전까지 경찰에 검거된 남로당 거물 김삼룡과 이주하를 평양 고려호텔에 연금된 민족진영 거두 조만식과 교환하자고 협상을 제의해온 저들이 설마 남침했겠느냐며 반신반의 했다. 대통령 이승만은 ‘용맹무쌍한 국군이 반격에 나서 적을 격퇴시키고 있다’는 국방장관 신성모의 허위보고에 놀아나 ‘서울 시민은 안심하라’는 라디오 방송을 되풀이 했다. 그야말로 개판같은 잠꼬대 속에 수도 서울을 불과 사흘만에 내주고 말았다. 53년이 흘렀다. 전쟁 재발을 걱정하면 북측은 전쟁할 생각도 안하는데, 괜히 이쪽에서 먼저 야단들이라면서 선각자연하는 잘못된 지식인들이 행세하고 있다, 오늘의 이런 정황이 과연 1950년의 정황과 얼마나 다른 가를 생각해 보면 실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한국전쟁의 시산혈하를 경험하지 못한 일부의 세대들이 마치 전쟁을 무슨 게임처럼 여기는 그릇된 인식도 두렵다. 비록 모내기 소리는 사라지고 거머리 같은 건 없어졌지만 노랑 모를 낸 논은 역시 예쁘고 평화롭긴 마찬가지다. 이런데도 잔인했던 그 6월의 전율을 갖는 것은 그 모내기꾼들이 불과 얼마 뒤에 꿈도 못꾸었던 전쟁터에 나가 삼대처럼 쓰러진 그같은 동족상잔의 참극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는 염원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인천시가 시금고 선정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단수금고제를 골자로 하는 시금고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3년을 단위로 시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을 새롭게 선정하고 있다. 올해로 시금고 계약기간이 끝나게 되어, 2004년부터 3년 간 시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간을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시금고로 선정된 금융기관은 막대한 이익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신용도를 높일 수 있어, 금융기관들은 시금고로 선정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인천은 벌써부터 시금고 선정을 둘러싸고 금융기관간의 치열한 물밑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막대한 이권이 걸려 있는 만큼 어느 지방자치단체나 금고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2000년 인천시금고 선정 당시에도 지역사회가 양분되어 홍역을 치른 바가 있다. 특혜시비 또한 끊이질 않았다. 그것의 원인 중에 하나는 1행정기관에 1금고인 단수금고제도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99년 행정자치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복수금고제 도입을 권고하는 공문을 내려보내기에 이른다. 부산, 울산, 대구 등 전국의 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복수금고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인천은 단수금고제를 고집하고 있다. 복수금고제도는 금융기관이 2개 이상이어서 행정기관의 입장에서는 재정을 관리하는데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그이상의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금융기관간의 경쟁을 유도하여 시 재정 수익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증대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또한 인천시 시금고였던 경기은행 퇴출로 인한 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복수 금고제도는 시 재정의 분산관리로 예산관리의 안정성 확보 및 금융기관 위기 발생시 대처가 용이하다. 인천시금고였던 경기은행이 퇴출 되면서 인천시는 150억원의 혈세를 손실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대 혼란을 겪었다. 손실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복수금고제 도입이 절실하다. 더구나 2000년 인천시금고선정심의위원회는 심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시금고 지정절차를 추진함에 있어서 시 재정관리의 위험성 분산 등 안정성과 수익성 측면을 고려하여 재정의 일부를 분산하여 관리하는 복수금고제를 지향함이 타당함”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복수금고제가 재정을 관리하는 시 당국의 입장에서는 불편할지 몰라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혈세 낭비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제도이다. 인천시가 복수금고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 /박길상.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푸른잎이 너울대고 연두빛 바람은 만물의 성장을 살찌우는 계절이다. 우리 선거문화에도 신선한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길 바란다. 내년 4월 15일에 실시하는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예기(禮記)의 단궁하편(檀弓下篇)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다. 즉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로 현재 국내외 상황이 참으로 어렵고 혼란스러워 일부에서는 총체적 난국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정당내부 갈등, 여야 정치권의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바라 보아야 하는 국민들의 느낌을 대변하는 말인 것 같다. 정치인들은 국가의 앞날을 위하기 보다는 눈앞에 다가온 차기 선거에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여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자기를 알리는 발판으로 삼는 것이 다반사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정치인들에게 청첩장, 초청장 등을 발송하지 말 것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돈이 적게 드는 선거는 물론이고 국정에 전념해야 할 정치인들의 시간을 뺏지 말 것을 당부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우리 유권자들은 지역을 대표할 정치인을 넓은 가슴과 총명한 눈으로 국정을 위하여 얼마나 열심히 일할 수 있는가를 면밀히 파악하여 뽑아야 할 것이다./원상연·여주군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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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투기는 정부가 면역성을 조장한 면이 없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기를 부양한답시고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청약통장 가입요건 완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요건 등 완화 등 꼭 필요한 규제를 모두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회사의 분양가도 턱없이 높은 것도 문제점이다. 당국의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주택정책으로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정부는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 이전에 수많은 방침과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병폐를 고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주택정책에 대한 확고한 공개념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부국세청이 세칭 ‘떴다방’ 상시단속에 이어 투기지역에 대한 양도소득세 실거래 과세시 재산제세 업무는 물론 아파트층·평형간 과세 형평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것은 평가할만 하다. 그동안 중부청은 5·23 부동산 안정대책 발표 후 부동산 동향파악 전담반 및 모니터 요원의 상시 가동체제를 유지해 아파트·상가 등 분양정보를 사전에 확보, ‘떴다방 특별관리팀’을 운영하는 등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을 잡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특히 7일부터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가 전매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이미 분양한 주상복합 분양권과 아예 전매 제한이 없는 오피스텔로 투자자들의 여윳돈이 몰리고 있다고 판단,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 업무용과 구분해 전산을 통해 별도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일반주택과 오피스텔 등 1가구 2주택을 보유하고도 양도시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를 철저히 가려 세금 추징을 강화할 계획인 것이다. 지금 정부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계속 면제와 부과여부를 놓고 찬반 격론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1주택 비과세는 반세기동안 유지된 정책으로 이를 폐지할 경우 국민 대부분이 잠재적 납세 의무자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부동산 가격은 원칙적으로 제자리에 묶어 두겠다. 아무리 빨리 올라도 물가상승률을 절대로 앞지르지 못하게 묶어 놓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부동산 대책 및 단속이 급한 불부터 우선 끄고 보자는 임시변통식이 되지 않기 위해선 원인부터 철저히 분석해 대처하는 근본적 처방이 병행돼야 함을 첨언해 둔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서 조국을 위하여 몸 바친 순국 영령들을 추모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는 각종 행사가 거행된다. 특히 내일은 제48회 현충일이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국립묘지에서 정부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거행됨은 물론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별로 조국의 안보와 평화를 위하여 고귀한 생명을 내던진 전몰 장병 등 먼저 가신 님들을 기리는 경건한 추모의식을 행하게 된다. 금년은 어느 때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각케 하고 있다.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참여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최근 한국의 안보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3년전 6월15일 남북정상이 평양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 한동안 남북간의 화해 협력 무드속에 민간부문에서 상당한 수준의 인적·물적교류가 진행되었다. 또한 남북이산가족 상봉도 활발하게 전개되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는 지난 해 말부터 불거진 북한의 핵무기 보유 문제로 사실상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달 미국을 방문하여 부시 대통령과 북한문제에 대한 공동협력을 강조하는 성명서 발표 이후 북한은 대남 비난 방송을 재개하는 등 남북관계는 별다른 진전 없이 새로운 상호 긴장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며칠 전부터 서해 연평도 부근 해역에서 북한 어선들이 자행하는 북방한계선(NLL)의 잇따른 월선은 남북관계가 새로운 긴장국면으로 전개되는 조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안보상황의 이같은 변화는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각에서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비록 세계질서에서는 냉전구조가 해체되었다고 하지만 한반도에는 아직도 남북간의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도 전방에서 후방으로 배치하는 방어전략을 수립하고 있어 안보개념에 대한 재정립도 요구된다. 호국보훈이 매년 6월만 되면 일회성으로 단순하게 선열에 대한 추모의 행사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우리 국민 모두가 확고한 안보의식을 가지고 새로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처, 자주적 노력에 의하여 조국의 번영과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호국보훈의 의미이다.
홀어머니가 밤 중이면 나가곤 하여 한번은 아들이 뒤를 밟았다가 자신이 다니는 서당 훈장과 남의 눈을 피해 만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그 아들은 마을 앞 개울 물속을 어머니가 추운 겨울에 건너는 것이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어머니 모르게 돌다리를 놓아 편히 건널 수 있게 해 주었다. 서울에서 ‘카사노바 아버지’를 아들이 폭로해 구속되게 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어머니에게는 효가 되지만 죽은 아버지에게는 불효라 해서 ‘효불효교’라고 했다는 경북 경주에 전하는 ‘효불효교’의 설화가 생각난다. 마흔다섯살의 이혼남이 인터넷 재혼 사이트를 통해 여교사, 간호사 등을 꾀어 사업자금이란 것을 뜯어냈다는 것이다. 한 두명도 아니고 수 많은 여성을 번갈아 집으로 데려가 아들 딸에게 ‘새엄마 될 사람’이라고 소개한 건 피해자에게 신뢰를 얻기위한 사기 수법이었다. 그러나 그같은 아버지를 보다못한 열아홉살난 아들은 이메일로 폭로했고, 한 피해여성의 고발로 그 아버지는 경찰에 덜미를 붙잡히게 됐다. 비극이다. 아버지도 괴롭고 아들도 괴로운 일이다. 아버지의 외도를 아들이 아는 체 하는 것은 불효 중에도 큰 불효라지만 외도도 아닌 상습사기 수단으로 아들은 인격권을 침해 당했다. 열아홉살된 아들이면 그에게도 마땅히 인격권이 있다. 그 아버지는 아들을 탓하기 전에 자녀에게 상습적으로 안겨준 잔인한 고통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카사노바는 18세기 이탈리아 사람으로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성 편력을 일 삼았던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외국어에 능통하고 문학·음악 등 예술에 조예깊은 지식과 화술로 사교계 여성들을 유혹했을 뿐 여성들에게 돈을 뜯어내진 않았다. 딱 맞은 비유는 아니지만 그 아들 또한 비록 당장은 아버지에겐 불효했을지라도 효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경주 설화엔 그래도 낭만의 일면이 있는데 비해 현대판 ‘효불효’는 그렇지 못해 듣기에 씁쓸하다. 치사한 범죄의 사기 행각에 자녀까지 볼모로 삼은 그 아버지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됐다. / 임양은 주필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 해! 노무현 대통령이 잡초를 뽑겠다고 했는 데 잡초 뿐 아니라 독초, 왕초까지 모조리 뽑히는 것 같다. 검찰의 위치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일선 젊은 검사들과의 대화(토론)에서 보여준 검사들의 기백과 긍지는 그간 땅에 떨어졌던 검찰의 위상과 국민들 가슴에 해묵은 응어리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듯 했다. 지금의 특검팀과 소신 있는 검찰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어느 촌로의 말이 생각난다. 어찌 이와 같은 토로가 촌로 한 사람의 기대와 희망이겠는가. 그러나 내일을 기대하는 국민 모두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또 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다. 특히 오늘날 특검을 비롯, 검찰의 예리한 법의 칼날이 전·현직 대통령 측근들의 심장의 깊숙한 곳 까지 파고 드는 듯 한데 그 예리한 칼이 과연 썩은 환부를 제대로 깨끗이 도려낼 수 있을 것인가 기대반 우려반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앙과도 같은 햇빛이라는 역사의 시계 바늘을 제대로 가늠케 하는 특검팀의 소신과 용기 있는 활약상은 세인의 이목이기도 하다. 卒의 눈물 뜻 있는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에게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 그런데 전·현직 대통령의 비리 의혹의 중심부에 서 있는 사람들의 태도는 과연 우리 모두의 앞날을 위하여 바람직한 것인가를 국민 모두는 묻고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과 그리고 친·인척에 관련된 의혹을 땀 흘리며 직·간접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이는 진위여부를 떠나 인간적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에서 DJ의 수족처럼 분신처럼 무소불위의 권좌에서 기세등등했던 그들은 한결같이 ‘나는 결백하다’ ‘나는 억울하다’라는 비명을 외치며 줄줄이 교도소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대륙정벌에 나섰을 때 사막 한 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만났는데 한 사병이 투구에 물을 가득 담아 바쳤다고 한다. 그때 알렉산더는 “이 물은 우리 부대에서 가장 계급이 낮은 병사에게 갖다 주라”고 명령했다. 이로 인해 알렉산더는 모든 병사들로부터 추앙을 받아 대륙정벌을 성공했다. 卒의 목마름과 눈물을 닦아줄줄 아는 넉넉함과 너그러움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으뜸가는 덕목이 된다. 그런데 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사람이 세계적인 VIP(공인)이자 전직 대통령인 DJ는 교도소의 차디 찬 바닥에서 남몰래 신음하며 흘리는 卒의 눈물을 막아 줄 수는 없는가. 그간 우리는 불행하게도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들의 말로를 여러 차례 봐 왔다. 때문에 DJ만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아 주기를 그토록 소망했다. DJ는 수신(修身)을 잘 해서 노벨상을 탔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齊家)나 치국(治國)은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는 기록할 듯 싶다. /안순록.대기자
요사이 TV를 통해 보여진 사람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반팔 여름옷에 얼음과자를 하나씩 들고 있는 여름풍경 그대로의 모습이다. 정말 요즘 날씨는 비도 잦고 기온도 높은 한마디로 여름날씨 그대로다. 이맘때가 되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마철이다. 우리는 그동안 해마다 물난리를 겪어 왔으며, 그때마다 대비책이 부실하다는 듣기 민망한 지적을 받아오곤 했다. 96년에도 그랬고, 98년 수해때도 그랬으며, 지난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장마 걱정을 하다보니 오래전 어디선가 읽은 홍수와 관련된 인도 얘기가 생각난다. 참바랑이란 인도 어느 지방에서도 여름이면 거의 매년 홍수를 겪다시피 하는데 심할 때는 수위가 6m나 되는때도 있다. 이때 키가 1.5m 정도 밖에 안되는 보통 벼는 모두 물에 잠겨 농사를 망치기 일쑤지만, 유독 이곳 참바랑에서 자라는 벼는 그 줄기가 홍수 높이보다 조금씩 높게 자라 벼이삭이 물에 잠기는 일 없이 홍수로 인한 피해를 거뜬히 면하곤 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닥치는 물난리는 그때마다 범람하는 물의 높이가 다르게 마련인데 이 참바랑 지방의 벼는 매년 어떻게 홍수의 높이를 미리 알아차리고 줄기를 키워 벼이삭을 보호하는 것인지 이곳 사람들도 그저 신비롭게만 생각될 따름이란 것이다. 어찌됐건 참바랑의 벼는 이렇게 경이롭고 불가사의한 힘이라도 있어 스스로 장마를 대비한다지만, 우리네 인간들이야 제아무리 난다 긴다하는 만물의 영장이며 생각하는 갈대라고 자랑 삼지만, 참바랑의 벼와 같이 장마나 홍수를 이겨낼 신통력이 없으니 오직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최선을 다해 살피는 길 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겠다. 그간의 점검, 경험을 통해서 장마철엔 어디가 취약하며 어떤 조치가 필요하고 무엇을 살펴야 할지를 우리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귀신 앞에 시루떡 얘기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차분하게 우리의 생업, 우리의 본분을 통해 장마대비를 위해 성심을 다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비무환’이라 했다. /박영권.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