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박수받는 국무회의 돼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박수가 나온 것은 긍정적이지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일찍이 그같은 전례를 듣지 못해 국무회의 박수 소식이 좀 생소하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최종찬 건교의 5·23 주택 안정대책 전망, 정세현 통일의 남북철도 연결 개성 실무자회담의 출퇴근 방식, 윤덕홍 교육의 NEIS 심기일전 회복, 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격려 등 그 때마다 모두 네차례에 걸쳐 박수가 나온 모양이다. 이중 개성 출퇴근 회담이 좀 색다르게 들릴 뿐 나머지는 별로 새삼 감흥깊은 게 아니긴 하나, 어떻든 서로 잘 해보자며 위로하고 다짐하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국무회의 박수를 탓할 이유는 없다. 참여정부 출범 100일 평가가 그리 밝지 못한 가운데 가진 국무회의 자리여서 그같은 심기일전의 분위기가 절로 연출된 것 같기도 하다. 그간 빚은 국정 혼선의 각론 평은 이미 수차 밝혔으므로 여기서 재론할 필요도 없고 또 오늘의 주제가 아니다. 네번째 박수로 알려진 노 대통령의 “의욕과 용기를 갖고 원칙대로 또박또박 잘해 나가자”는 다짐이 제발 제대로 이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당부코자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신뢰 문제다. 이를 위해서 대통령이 원칙을 강조한 것은 맞는 말이지만 한마디 더 보태어 모든 것을 법과 원칙대로 추진하고 처리해야 하며, 하나 더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면 형평의 원칙이다. 참여정부의 과거와 같은 사팔뜨기 눈으로 보는 사회적 시각으로는 이 정부가 말하는 사회통합이 불가능하다. 사회통합도 모든 사람을 다 좋게하는 사회통합은 절대로 있을 수없다. 국민 중엔 비록 만족스럽진 못해도 그 이유에 납득이 가도록 하는 국가 경영이 진정한 사회통합인 것이다. 국가 경영에서부터 내편 네편으로 가르는 판단은 사회를 갈래갈래 찢어 마침내는 걷잡기 어려운 혼란을 자초한다. 이의 가치 판단 기준이 법과 원칙이 되어 설사 가까운 측도 아니면 불이익을 주고, 설사 먼 측도 맞으면 이익을 주고, 비슷하면 형평을 고려하는 통치권 행사 및 국가 경영이 사회통합의 구심점인 것이다. 정의가 지배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제시해 주어야 한다. 경제난 타개, 노동문제 해결, 국가적 개혁 등 이 모든 것의 출발점과 종착점이 다 이에 귀납된다. 국무회의에서 자기네들 끼리의 박수가 아닌 온 국민으로부터 우러 나오는 진정한 박수를 받는 그러한 국가 경영의 국무회의가 되기를 촉구해 둔다.

부동산 시장과열 원인부터 해결해야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투기는 정부가 면역성을 조장한 면이 없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기를 부양한답시고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청약통장 가입요건 완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요건 등 완화 등 꼭 필요한 규제를 모두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회사의 분양가도 턱없이 높은 것도 문제점이다. 당국의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주택정책으로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정부는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 이전에 수많은 방침과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병폐를 고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주택정책에 대한 확고한 공개념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부국세청이 세칭 ‘떴다방’ 상시단속에 이어 투기지역에 대한 양도소득세 실거래 과세시 재산제세 업무는 물론 아파트층·평형간 과세 형평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것은 평가할만 하다. 그동안 중부청은 5·23 부동산 안정대책 발표 후 부동산 동향파악 전담반 및 모니터 요원의 상시 가동체제를 유지해 아파트·상가 등 분양정보를 사전에 확보, ‘떴다방 특별관리팀’을 운영하는 등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을 잡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특히 7일부터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가 전매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이미 분양한 주상복합 분양권과 아예 전매 제한이 없는 오피스텔로 투자자들의 여윳돈이 몰리고 있다고 판단,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 업무용과 구분해 전산을 통해 별도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일반주택과 오피스텔 등 1가구 2주택을 보유하고도 양도시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를 철저히 가려 세금 추징을 강화할 계획인 것이다. 지금 정부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계속 면제와 부과여부를 놓고 찬반 격론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1주택 비과세는 반세기동안 유지된 정책으로 이를 폐지할 경우 국민 대부분이 잠재적 납세 의무자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부동산 가격은 원칙적으로 제자리에 묶어 두겠다. 아무리 빨리 올라도 물가상승률을 절대로 앞지르지 못하게 묶어 놓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부동산 대책 및 단속이 급한 불부터 우선 끄고 보자는 임시변통식이 되지 않기 위해선 원인부터 철저히 분석해 대처하는 근본적 처방이 병행돼야 함을 첨언해 둔다.

호국보훈의 의미 되살려야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서 조국을 위하여 몸 바친 순국 영령들을 추모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는 각종 행사가 거행된다. 특히 내일은 제48회 현충일이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국립묘지에서 정부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거행됨은 물론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별로 조국의 안보와 평화를 위하여 고귀한 생명을 내던진 전몰 장병 등 먼저 가신 님들을 기리는 경건한 추모의식을 행하게 된다. 금년은 어느 때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각케 하고 있다.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참여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최근 한국의 안보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3년전 6월15일 남북정상이 평양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 한동안 남북간의 화해 협력 무드속에 민간부문에서 상당한 수준의 인적·물적교류가 진행되었다. 또한 남북이산가족 상봉도 활발하게 전개되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는 지난 해 말부터 불거진 북한의 핵무기 보유 문제로 사실상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달 미국을 방문하여 부시 대통령과 북한문제에 대한 공동협력을 강조하는 성명서 발표 이후 북한은 대남 비난 방송을 재개하는 등 남북관계는 별다른 진전 없이 새로운 상호 긴장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며칠 전부터 서해 연평도 부근 해역에서 북한 어선들이 자행하는 북방한계선(NLL)의 잇따른 월선은 남북관계가 새로운 긴장국면으로 전개되는 조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안보상황의 이같은 변화는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각에서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비록 세계질서에서는 냉전구조가 해체되었다고 하지만 한반도에는 아직도 남북간의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도 전방에서 후방으로 배치하는 방어전략을 수립하고 있어 안보개념에 대한 재정립도 요구된다. 호국보훈이 매년 6월만 되면 일회성으로 단순하게 선열에 대한 추모의 행사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우리 국민 모두가 확고한 안보의식을 가지고 새로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처, 자주적 노력에 의하여 조국의 번영과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호국보훈의 의미이다.

식품위생사범 중벌에 처하라

플라스틱이나 천 등을 염색할 때 쓰는 공업용 염색체로 냉면이나 감자떡 제조용 혼합가루를 만들어 유통시킨 식품업자 등이 입건됐다. 이들은 ‘아닐린 블랙’으로 밀가루와 전분 등을 섞어 식품혼합가루 약 2만kg을 제조해 유통시켰다. 더구나 혼합가루에 다시 전분 등을 혼합해 냉면제조용 전분과 감자떡가루 30만kg을 만들어 음식점 등에 판매했다. 아닐린 블랙이 무엇인가. 플라스틱이나 고무장화, 그림물감, 아스팔트 도색제, 학생복이나 우산의 천 등에 염색제로 쓰이는 공업용 화학품이다. 사람이 섭취할 경우 현기증과 두통, 귀울림,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독성이 있는 아닐린 블랙을 사람이 먹는 음식에 사용한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르고 무역 규모도 세계 10위권에 이르는 우리나라가 국민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식품안전관리 수준이 이 정도라니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닐린 블랙뿐만이 아니다. 광택제인 왁스나 비누 등에 쓰이는 공업용 착색료를 넣은 가짜 고춧가루가 전국에 유통됐는가 하면, 유통기한을 190여일이나 넘긴 초콜릿을 원료로 사용한 어린이 기호식품이 나돌았었다. 이중 공업용 착색료는 장기섭취할 경우 안면마비나 구토,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이다. 이렇게 반사회적인 식품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식품위생사범에게 최고 7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일본의 경우 최고 3년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형량에 있어서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낮은 형량을 구형하거나 소액의 벌금형 등으로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 식품위생사범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근본원인이다. 그렇다고 법을 고쳐 형량을 높이기 보다는 사법부에서 악질적인 식품사범은 일벌백계식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법적용과 운용측면을 개선하는게 더욱 시급하다. 농림부, 교육부, 행자부 등으로 분산된 식품 조사권한을 전문성을 갖춘 식약청 등으로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도 필요하다. 불량식품 제조 및 유통은 수십만,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간접살인행위와 다름없다. 적발되는 모든 범죄행위는 마땅히 중벌을 적용해야 한다.

의도적 NLL 침범 강력대처 하라

북 핵문제의 비접촉 암중 모색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는 서로 간의 전략적 탐색이다. 이런 가운데 북측 어선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심히 잦은 것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26일 침범이 시작된 이래 함포사격 위협에도 불구하고 벌써 6차례나 되풀이 되었다. 북측의 이같은 도발은 단순히 성어철인 꽃게 때문만이 아닌 어떤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하고, 이의 도발은 일찍이 저들의 계산된 징후 행위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계산된 의도로 보아져 매우 심각하다. 때 맞추어 북측 백남순 외무상은 미국 하원 의원 방문단에게 핵무기 보유를 시인했을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이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는데도 정부는 북·미 양자회담을 위한 전술적 위협일 뿐 “핵 보유의 근거가 없다”고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측 핵무기 보유 부인의 언질 역시 증거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북에 가서 실제로 듣고 또 첩보 능력이 우수한 미국의 관측을 뒤엎을 증거를 제시못한 채 희망적 심증만으로 우기는 정부측 말을 국민이 얼마나 믿어야 할 것인지 의문이다. 계산된 저들 어선의 NLL 침범엔 분명히 다목적 저의가 깔려 있다. NLL 자체의 점진적 무력화 시도이면서 북 핵문제 해결의 파국적 국면을 빌미잡기 위한 유도적 자해작전인 게 분명하다. 따라서 해군이 위협사격만 가하고 연평해전 같은 교전을 유발하지 않은 것은 현명하나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해결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요청된다. 사태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을 보는 정부의 근원적 시각이 안일한 것은 심히 우려된다. 국가안보에는 만일의 틈새를 허용하지 않는다. 남북 공존공영이나 평화통일이 안보가 굳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은 힘의 균형이 깨져서는 전쟁 유발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더는 무위무모한 북측 어선의 NLL 침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쌀 지원 등과 연계하여 중단도 불사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북측에 표명해야 할 줄로 안다.

공채 쇼가 그를 죽게했다

명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월 40만원에 강의를 해오던 한 젊은 시간강사의 자살 사건은 지식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의 박사가 처자를 남긴 채 카드대금 결제를 죽는 순간까지 걱정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진한 것은 교수 임용에 번번이 탈락한 우울증 때문이었다. 이토록 그의 좌절감을 가져온 교수 임용 탈락의 경위가 어떤 것인가는 물론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교수 채용에 공개는 겉모양일 뿐 속사정은 밀실 흥정의 야합이었던 과거의 일부 대학가 폐습이 아직도 살아있는데 기인한 것이라면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교수 공채를 놓고 대학이 지망자에게 억대의 돈을 요구하기가 일쑤였으며, 심지어는 시간강사 자리를 두고도 2천만~3천만원을 우려내기가 예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수 임용에 학문적 가치와 소양이 평가되지 못하고 돈으로만 좌지우지되는 그릇된 풍토가, 예컨대 학생 정원미달 사태 등을 가져올 만큼 오늘날 대학의 품질 저하를 자초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참으로 지성의 상아탑답지 못한 교수직 매매 풍조가 아직도 시정되지 않았다면 이래가지고 장차 개방화 시대에 어떻게 외국의 대학과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결코 학문의 전당이라 할 수 없는 학문보다 돈이 우선한 ‘금전의 전당’인 대학이 되어서는 절대로 미래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공개 채용의 밀실 쇼는 대학이 아닌데서도 성행하는 것이 지식사회의 통폐다. 그 대표적인 곳이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 또는 자치단체 산하 기구다. 특히 자치단체 및 산하기관은 더 심하다. 미리 임명자를 내정해 놓고는 공개 채용 형식으로 위장해 멋 모르고 지원한 실력자들을 탈락시켜 울리곤 한다. 순박한 실력자를 들러리로 희생시켜 끝없는 무력감을 안겨주는 치사스럽고 더러운 이같은 사회 풍조는 대학이든 관공서든 이젠 청산돼야 한다. 그 박사 시간강사가 아까운 젊은 나이에 죽음을 선택하기에 이른 좌절도 이런 것에 연유했을 게 거의 틀림이 없다. 공채 형식의 사기수법 척결을 위해선 사직 당국이 나중에라도 의문시되는 결과를 확인, 비리를 일벌백계로 엄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여정부’ 100일 평가와 과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내일로 100일을 맞이하게 된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 회견을 통하여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일단의 소회를 밝힘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여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국민들의 마음은 그렇게 가볍지마는 않다. 노무현 정부의 지난 100일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취임 100일을 즈음하여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보다도 더욱 낮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통령 취임 초에 비하여 지지율 하락이 심하게 나타나고있다. 물론 100일이라는 기간을 가지고 정권을 평가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100일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임도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갖가지 일들, 예를들면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 NEIS 시행을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 침체된 남북관계, 점차 확대되는 측근들의 각종 의혹 등등 실로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이들 사건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100일보다 앞으로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지 더욱 염려가 된다. 특히 각종 정책 추진에 있어 국민적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낡은 정치 관행을 타파하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참여정부에 대하여 국민들은 각종 개혁과 변화를 기대하였으나 대부분 실체 없이 구호로 점철되었다.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하는 정책 당국자들의 무정견은 정부가 중심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여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각종 의혹사건은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어떠한 자세를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지난 100일의 국정 혼선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국정엔 연습이 있을 수 없다. 참여라는 이름 하에 포퓰리즘적 환상에 젖어 국정을 운영하기보다는 이제부터라도 일관성과 책임성 있는 자세로 시스템에 의하여 국정을 이끌어 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국민들은 앞으로의 참여정부 국정운영에 대하여 더욱 주시하고 있다.

평택항 분리, 명칭 변경이 불가한 이유

평택항 분리는 물론이고 명칭도 ‘평택·당진항’으로 변경돼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유를 다시 강조한다. 우선 명칭이 처음부터 ‘평택항’이었다. 개항 후 오늘까지 17년동안 사용했다. 또 평택항은 기능·면적 양면으로 80% 이상이 평택시에 집중돼 있다. 평택항발전추진위원회의 주장은 백번 옳다. 만일 해양수산부에서 평택항 일부를 당진항으로 분리할 경우 관세자유지역 지정 불가 등 경쟁력이 약화될 것은 뻔하다. 국제항의 명칭을 함부로 고치는 것은 대외신인도와도 관련되지만 특히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항 분리는 절대 불가하다. 해수부는 합동조사위원회가 실시한 ‘평택항 명칭 및 항계조정에 관한 연구 조사’ 결과에서 평택항 명칭을 ‘평택·당진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음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연구조사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항만 이용자 및 항만전문가 2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갖고 국책을 결정한다는 것이 절대적일 수 없다. ‘(평택항) 현재 명칭 사용(32.6%)’ 과 ‘평택항·당진항 분리지정(19.1%)’ 보다 ‘평택항·당진항 통합 명칭 사용(37.1%) ’ 의견이 다소 높았다고 하여 해수부가 ‘평택·당진항’ 명칭 사용을 제시한 것은 한마디로 성급했다. 250만 충남도민과 14만 당진군민의 민의가 1천만 경기도민과 36만 평택 시민의 민의보다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인가. 판단을 미온적으로 보류하고 평택·당진의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은 해수부의 태도는 실로 답답하다. 더구나 평택항은 머지 않아 지방해양수산청 신설이 유력시되는 항만이다. 전국 물동량의 53% 이상을 점유하는 수출업화물의 전진 기지이며, 부산신항·광양항과 함께 출발한 국책항만이기도 하다. 평추위가 자신들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회원 1천여명과 시민단체들이상경, 해수부 앞에서 개최한다는 대규모 집회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해수부로 돌아간다. 평택항 개발을 추진하면서 수립했던 당초 계획을 해수부가 정치적 논리로 이용한다면 당장 심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당진군이 국익적·대승적 차원에서 평택항 분리 및 통합명칭 사용 요구를 철회하는 일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겠으나 이 역시 순탄치 않은 일이다. 이러므로 도민은 평추위와 해수부에 가서 사태를 의논한 손학규 지사의 역량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손 지사의 행정적·정치적 능력을 지켜보고자 한다.

노 대통령 ‘수도권 규제 과감히 풀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들의 청와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폭넓게 밝힌 여러 말 가운데 특히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게 있다. “실효성 없는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마치 큰 가뭄속에 단비처럼 들린다. 물론 간접으로 접하는 이 보도 내용의 앞뒤 정황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점은 있다. 하나, 업계는 이를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대한 증설 허용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목한다니 대통령의 전향적 조치가 있을 것은 틀림없을 것 같다. 당선자 시절의 동북아 경제 중심 건설을 위한 국정토론회에서 그랬고 취임 후에도 역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줄곧 ‘지방의 균형발전’으로 정의해온 대통령이 이번에 밝힌 새로운 언급은 종전과는 다른 적극성이 다분하다고 보아 매우 고무적이다. 기업환경이 무시된 이른바 공장용지 배급제로 기업활동이 저해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기껏 유치해온 외자를 놓치는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그간의 숱한 수도권 규제 폐해를 새삼 여기서 또 말하는 것은 중복이므로 더 않겠다. 우리가 예컨대 신도시나 대단위 아파트 부지 조성을 거부하며, 그 대신 공장부지를 요청해온 것은 국가경제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수도권의 비전과 역할을 다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역이기가 아닌 국가이익이며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다. 물론 지역의 틈새 이익도 생성되지만 경기도는 국가이익과 아울러 생성되는 지역이익을 다른 지역 발전을 위해 배분할 의지까지 표명하면서 국가이익 차원의 규제완화를 염원해 왔다. 그리고 예를 들어 지방별 공장 수를 따지기보단 지역별 특화산업의 육성 및 발전이 참다운 지방의 균형발전이라고 믿어 우리 또한 수도권 규제는 대폭 철폐돼야 한다고 보아온 것이 일관된 신념이다. 수도권 전역의 과다규제가 다 당치 않은 가운데 특히 접경지역이나 가평같은 산간 오지를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묶어놓은 것은 실로 깊은 재고가 요구된다.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이미 실패한 법률이다. 또 앞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앞두고 있다. 마땅히 이 법은 크게 고쳐 현실화하거나 아니면 아예 폐기되어야 한다. “실효성 없는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 것”이라는 대통령의 생각이 하루라도 빨리 관련 법규 개폐로 구현되는 등 정부 정책으로 옮겨지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신당측이 태도 분명히 하라

신당 추진 세력은 태도를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신당이 구주류 인적청산을 속셈으로 하는 진보성향의 ‘노무현당’을 표방하는 것은 이미 감지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인적청산 배제와 진보정당이 아닌 개혁정당을 들고 있는 것은 표리부동한 처신이다. 신당 추진은 진보세력의 연대로 이뤄지고 당 밖에서도 계속 작동되고 있다. 우리는 진보세력은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출현을 정치발전의 계기로 보아 긍정적으로 보고자 하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신당의 이번 진보정당이 기존의 군소 진보정당까지 모두 흡수하고, 보수정당 역시 대동단결하는 정계개편으로 명실공히 보수·진보 양대정당 체제가 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신당 추진세력이 개혁정당으로 호도하고 지역주의 타파를 간판 삼는 것은 참으로 신당답지 않아 진부하다. 개혁정당이나 지역주의 타파는 비단 신당만의 간판이 될 수 없는 모든 정당에 공통되는 시대적 소명인 것이다. 신당의 개혁성이 기실 진보성향이면서 막연히 개혁만 내세우는 것은 신념의 희박성을 드러내는 것이며, 인적청산을 원하면서 결단을 주저하는 것은 여전히 호남 민심을 의식한 지역주의 의존의 자가당착이다. 보수 세력인 구주류도 마찬가지다. 신주류의 진보세력과 신당을 함께 해봐야 어차피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어정쩡한 동거상태를 면치못할 것을 알면서도 당내 논의를 고집하는 것은 구실 찾기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오늘과 같은 사태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로 결정나면서 이미 싹 텄던 것이며, 노 후보의 당선으로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진 숙명적 수순이다. 다만 분당의 책임도피, 그리고 서로가 유리한 명분 축적을 위해 갖는 신경전이 곧 지루한 지금의 신당 논쟁이다. 우리는 신주류의 신당 추진 세력이 여당 중 여당이고 또 구주류에 비해 능동적 입장에 있다고 보아 신주류가 이제는 단안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고 믿는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신당세력에도 유익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국가운영에도 유해하다. 신당을 막상 하자니 그렇고 안하자니 또 그렇다면 공식기구를 통해 당의 진로를 조속히 결정하든지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정분리란 형식논리로 신당문제에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곧 있을 기자회견이 신당 추진의 분수령이 된다고 보아 책임있는 언급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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