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제2창당 각오를

한국정당 사상 원내 최대 의석을 가지고 있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오늘 개최되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를 선출한다. 이미 새 대표 선출을 위한 투표는 지난 24일 전국적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에 오늘은 전당대회에서 개표만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새로 선출된 대표만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당대회는 대표 선출대회라기보다는 신임 지도부의 출범을 알리는 한나라당의 축제가 될 수 있다. 이번 한나라당은 대표 선출에 있어 한국정당 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을 했다. 지난 해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과정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일반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제도를 실시하였으나, 이번 한나라당과 같이 무려 22만명이 넘는 거대한 선거인단이 조직되어 당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방식은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기 때문에 당원들은 물론 일반국민들도 선거과정과 더불어 투표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런 관심은 57%의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예상보다 높은 선거인단 참여에서도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현재 원내에서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원내 제1당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마음만 먹으면 헌법 개정을 비롯한 일부 입법 사항만 제외하고 어떠한 법안도 제정할 수 있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도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특검법안도 한나라당이 결심하면 특정 사안에 대하여 언제든지 특검을 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할 수 있다. 이런 막강한 입법권을 가진 국회를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으나, 현재 국회는 추경안 처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여·야간의 이견으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비생산적 국회가 운영되고 있다. 국회는 개회되어 있으나 중요한 민생법안은 특검 등 여·야간의 정쟁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신당문제 내분을 겪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당권문제로 지도부가 공백상태이다. 오늘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의 선출을 계기로 한나라당은 제2의 창당 각오로 수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되며 또한 4년후 집권에 도전하는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경선후보들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야당다운 야당의 한나라당이 되기를 요망한다.

정부가 불법파업을 합법화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북측의 교조민주주의와 다른 것은 다원화사회와 단원화사회의 차이에 있다. 다원화사회는 다중의 여러 목소리가 있는데 비해 단원화사회는 오로지 지도자, 북의 경우 김정일 지도자의 교시만이 있을 뿐이다. 이리하여 다원화사회는 불평·불만이 많은 것 같아도 최종적 의견 수렴이 일치되는 반면에 단원화사회는 겉으로는 일사불란한 것 같아도 속으로는 불평·불만이 번진다. 이같은 다원화사회의 조정기능은 언제나 법과 원칙이 그 기준이 된다. 가령 잘못된 법 같으면 앞으로 고칠 때 고치더라도 일단은 법에 의해 모든게 판단되고 준수돼야 한다. 왜냐하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통합하는 객관적 기준은 법과 원칙보다 더한 왕도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문제도 이 범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저마다 주장과 요구가 다양한 파업 시위의 해결 방안을 주장과 요구에 영합하다 보면 중구난방이 되어 이도 저도 아니어서 법질서가 무너진다. 법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곧 국가 기강의 해이를 의미하고 이는 또 통치권의 장악력 상실로 이어진다. 법과 원칙을 일탈한 이 정부 노동정책의 온정주의가 되레 노동계의 파업 강성 기류를 부추겼다고 보는데 이어 거듭 법과 원칙을 말하는 것은 정부가 아직도 심히 깨닫지 못했다고 보는데 있다. ‘일시적 폭력엔 관대해야 하다’느니 하는 대통령의 해괴한 언어 구사는 실로 당치 않다. 폭력이면 폭력이지 일시적인 것과 상시적인 구분이 명확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상습적·일시적 폭력을 어떻게 구분한다는 것인지 말하는 게 다분히 주관적이다. 불법적인 파업도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정부측 견해도 의문이다. 불법을 합법화시키는 고질이 바로 이에 있기 때문이다.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표 지상주의의 노동계 파업 행태가 이에 연유함을 유념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덕목은 목표 못지않게 수단방법을 중시하는 데 있다. 아무리 명분이 있는 목표를 위해서일지라도 혁명이 아니고는 그 수단 방법이 폭력적일 것 같으면 명분의 타당성을 잃는다. 작금에 가해지고 있는 이른바 노동계의 무차별 여름철 투쟁이 순수한 노동운동인가 의심되는 터에 수단방법까지 불법이면 더 말할 게 없다. 노동계의 파업이라는 것이 과연 합법적인 가에 의문을 가지면서 불법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사회적 약자는 노동운동가들이 아니다. 파업으로 인해 신음하는 기실 절대 다수의 힘없는 절박한 민중임을 정부는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6·25의 이념적 갈등 넘어야

오늘은 동족상잔의 피비린내가 난 6·25전쟁이 발발한지 53년이 되는 날이다. 아직도 분단된 두동강의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새삼 6·25의 비극을 생각하게 된다. 동족간의 싸움으로서는 생각하기에도 끔찍한 너무나도 큰 상처를 남겼으며, 전쟁의 상흔이 전국 곳곳에 서려있어 6월이 되면 전쟁의 악몽이 되새겨지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6·25는 남북간의 이념적 갈등이 전쟁의요인이 되었다. 이같은 이념적 갈등을 최대한 악용해 남한을 공산주의 체제로 만들기 위하여 김일성이 주도한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객관적 사료를 통하여서도 입증된 것이어서 새삼 재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적 상황은 새삼 6·25의 비극적 상황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물론 3년전에 있었던 남북정상간의 회담으로 과거와 같은 극한적 대립 상황이 완화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북한은 김정일 독재하에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국가체제로 치달아 한반도의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북한의 핵보유 문제로 인하여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6·25의 비극적 역사를 되새기는 현상황에서 우리가 재삼 생각하여 할 문제는 과거와 같은 이념적 잣대에 의한 한반도 문제의 접근인 것이다. 북한 김일성 체제는 아직도 교조주의적 이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남한에서는 이념적 내부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된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념의 대중집회는 남한 내에서 조차 이념적 경직성에 의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념적 갈등이 민족발전에 암초가 되어서는 안된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교조주의적 이념에서 해방되어야 하며 남한 사회는 포용적 자세로 이념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다원화되어 가는 포스트 모던 사회를 맞아 더 이상 이념적 포로가 되어서는 안된다. 6·25의 비극적 상흔을 치유하는 최선의 길은 교조주의적·이념적 갈등을 넘어서는 것이다.

정부가 파업 강성 기류를 키웠다

운수대란이 눈앞에 닥쳤다. 지하철 철도 택시 시내버스 등 굴러가는 것이면 모두가 파업을 들고 나오는 운수대란에 이어 한노총과 민노총은 줄 파업을 벼르고 있다. 이에 대처할 정부의 태도에 두가지 의문이 있다. 그 하나는 이중성이다. 법과 원칙을 말하면서도 파업이 법과 원칙대로 처리되는 것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적어도 두산중공업, 화물연대, 전교조에 이은 조흥은행 파업 때 까지는 그랬다. 이러다 보니 “요즘 노동운동은 도덕성을 잃었다”는 개탄이 노무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만큼 공권력을 만만히 보는 추세가 됐다. 법과 원칙을 말로만 하고 이행은 않다보니 법과 원칙을 어기는 노동운동이 더 기세를 올린다. 무작정 강하게 밀어 붙이면 정부가 밀린다는 인식이 노동계에 팽배한듯 해보인다. 비교적 온건했던 한노총 역시 강성 기류로 돌아선 배경이 이에 기인한 것 같다. 법과 원칙보다는 양대 노총이 이제 강성 경쟁 양상으로 치닫게 된 게 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파업사태에 대한 대응 자세다. 노사 문제를 노사간에 풀도록 하지 않고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다 보니 노사 문제가 아닌 노정 양상의 노동운동이 되어 버렸다. 조흥은행 파업 때도 그랬다. 시장경제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사 당사자간의 파업 문제를 사용자측은 제쳐두고 노정간에 해결하는 미봉책은 노사간의 문제점을 후환 거리로 남기는 게 필연적이다.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파업 현장마다 청와대서 나오라, 경제부총리가 나오라는 식의 노동운동으로 변질케 만든 것이 바로 이 정부의 책임이다. 이 정부는 노동계를 사회적 약자라고 말한다. 그래서 온정주의로 대하는 것인지 몰라도 잘못된 생각이다. 노조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저변의 정서다. 자본층은 덮어놓고 범법시하고 노동운동은 무조건 우대시하는 균형 상실이 더 지속된다면 국민경제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설사, 노동계를 온정주의로 대한다 하여도 법과 원칙을 일탈해서는 그 효험이 있을 수 없다. 이미 이 정부의 취약점에 이력이 난 노동계가 벌이는 줄 파업에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된다. 파업도 대화도 타결도 처벌도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법과 원칙을 엄정히 지키는 새로운 면모를 보일 필요가 있다. 사태 해결의 첩경이 이에 있다.

군포시 재건축 ‘특혜의혹’ 규명돼야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가장 두드러진 자치단체의 폐악이 있다. 대체로 행정행위의 권한에만 치우쳐 책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군포시의 재건축 특혜의혹 보도 내용 역시 이같은 통폐와 맥락을 같이한다. 도시기본계획을 어기고 2종 일반주거지역의 허용범위를 어겨 3종으로 변칙 적용하고,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결정을 어겨가며 자의로 내준 고층아파트 건축허가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균형있게 정비해야 할 곳에 덜컥 27층 고층 아파트부터 먼저 세우도록 하는 시의 무모한 돌출은 도시경관을 크게 해칠 뿐만이 아니라, 인근주민의 조망권을 침해하여 민원이 일 것이라는 보도 내용의 지적은 당연하다. 허가가 많아야 15층으로 나야할 아파트를 27층으로 해준 건축허가는 이만저만한 이권이 아니다. 군포시가 어떤 마음으로 이토록 보아 주었는지 그 경위는 잘 알 수 없으나 엄청난 특혜인 것만은 사실이다. 통상적 관행과 사회 통념에 비추어 의혹이 없다할 수가 없다. 어떻든 허가에 하자가 없다면 그런대로 또 모르겠으나 만약 문제가 있으면 그 후유증의 막심한 파장을 우려치 않을 수 없다. 군포시의 편법허가는 마땅히 적법성 규명과 더불어 재량권 행사의 적합성 여부가 석명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법률행위만이 아니고 사실행위로도 납득키 어려운 이면이 많고 또 시민생활의 편익이 고려된 것인지 심히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예컨대 27층 고층아파트 건축을 허가할 요량이면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 등이 있었어야 할 터인데도 이같은 선행조건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허가 등 민원사무 처리에 요건을 다 갖춘 것도 갖가지 구실로 지연시키거나 반려되는가 하면 요건이 미비한 것도 편법으로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던 게 그간 인식된 사회적 관념이다. 과거 관선자치 시절에는 행정행위에 무척 조신했던 것이 민선자치 시절 들어 되레 방만해진 경향이 심화하는 건 실로 유감스런 현상이다. 아무렇게나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보는 것이 지방자치로 안다면 큰 착각이다. 사안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 함께 더 늦기 전에 정상으로 돌아가는 회복조치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지자체들 민원행정, 확실하게 하라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하면 말고’식의 행정이 주민들의 시위를 조장하고 ,업체에는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어 비난이 높다. 최근 도내 각 시·군에서 한창 말썽을 빚고 있는 골프연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원시 정자동 동우여고 바로 옆 부지에 88타석의 매머드급 골프연습장을 목적으로 한 소유주의 토지형질변경 신청이 허가돼 공사가 진행되자 학생, 교사 등 학교측이 크게 반발했다. 골프연습장 현장과 시청 앞에서 허가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자 수원시는 ‘사업자와 학교측 합의 없이는 골프연습장 신축을 불허’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구리시에서는 조선시대 왕릉인 동구릉(사적 제193호) 인근 2천140평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설 예정인데 주민들이 “연습장 철탑(42m)이 능원보다 높아 동구릉 주변 경관을 해친다”며 연습장 폐쇄조치 서명작업에 들어 갔다. 이렇게 주민들과 끊임없는 마찰이 일고 있는 골프연습장은 근린생활시설로 구분돼 학교나 주택가까지 침투한 ‘러브호텔’과 비슷한 상황이 되고 있다. 필요한 서류를 갖춰 해당 시·군·구에 제출하면 건축허가를 얻을 수 있고 신고만으로도 골프연습장 영업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골프연습장이 들어설 곳이 아파트나 학교와 불과 20 ~ 30여m로 붙어 있고 구리시의 경우 동구릉과는 86m밖에 안떨어져 있다. 소음·불빛 등으로 주거권과 학습권의 침해는 물론 유적지 훼손이 없다 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자치단체들의 안일한 행정이다. 주거지역이나 학교는 물론, 유적지 인근에도 무차별적으로 골프연습장을 허가한 뒤 주민들이 반발하면 뒤늦게 공사중지 명령 등을 내리는 것이다. 수원시는 동우여고 옆 인근 토지 소유주에게 공사중지명령을 내렸고, 역시 골프연습장 허가를 내줬던 구리시도 문화재청의 철거 요구에 따라 다 지은 골프연습장의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지자체들은 주민은 물론 토지소유주 및 업체들로부터 모두 불신을 당하는 골프연습장 허가와 같은 행정을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보다 확실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여 주민들의 반발이나 시위를 미리 방지하라는 것이다.

줄 파업, 노동운동인가 정권운동인가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는 노동운동의 진의가 무엇인지 실체가 궁금하다. 민주노총 등이 얼마전에 가진 ‘비상시국회의’ 소식은 이같은 의문을 짙게 제기한다. “노무현 정권의 잇따른 반개혁 정책에 민중의 분노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뒷걸음질 개혁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자유주의를 독과점적 관료정책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가 이를 예의 주시하는 것은 줄 파업을 예정해 놓고 있는 민노총의 노동운동 시각이 바로 이런 관점에서 시작한 것이라면 노동운동이 아닌 정권운동으로 보아지는 우려에 연유한다. 우리는 이들이 말하는 노무현 정권의 반개혁성이란 것에 타당성을 찾아볼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결함을 국가가 견제하는 경제질서의 기본 틀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무척 혼란스럽다. 만약 신자유주의적 수정자본주의를 배격하는 것이 참 뜻이라면 우리는 그같은 추구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반하는 경제상 자유와 창의와 소유의 저해라고 보아 견해를 같이 할 수 없다. 개혁을 말하면서도 기실 수구적 면을 발견하는 것은 시대 착오다. 예컨대 경제특구를 국경을 넘어오는 투기자본의 탄압과 착취로 매도하는 편향된 시각은 ‘대원군식’ 쇄국을 고집하는거나 다름이 없다. 경제발전의 저해 요인 중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나라 안팎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거리의 진짜 노동자 대중과 서민 대중은 걸핏하면 들고나오는 파업 등으로 점점 더 살기가 각박해져 분노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사판을 전전하는 날품 노동자 같은 정말 힘없는 민중들은 과격성 일변도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을 먹고 살기가 요족한 귀족으로 보고 있다. 국내 노동운동, 특히 민노총의 노동운동은 근로자들의 권익옹호 및 복지후생 문제를 떠난 정치색 짙은 쟁점을 구실 삼곤하여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가운영의 정부 정책이 노동운동의 본질에 속하는 근로조건일 수는 없다. 민노총측은 법과 원칙을 존중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을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우기지만 법과 원칙을 어길만한 불가피한 현실은 체제 안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운동이 아닌 노동단체의 정권운동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줄 파업 예정을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정부측에 모든 것을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 주기를 촉구한다. 이는 정부의 책임이다.

식중독 없는 여름철을 보내자

올들어 4월 말 현재 식중독 환자가 이미 지난해 전체환자 수에 육박하고 있고, 특히 학교급식을 통한 식중독 환자가 전체 환자의 70%에 접근하는 등 집단 급식소에 대한 위생관리가 시급해졌다. 올 봄의 기온이 예년에 비해 높아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음식물이 상온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고, 집단급식소가 크게 늘어나는 데 비해 위생관리는 소홀한 것이 식중독 급증의 원인이었다. 일반적으로 습도가 높을 수록 식중독균의 증식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장마철에는 식중독 발생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초등학교 주변과 상가 등지에서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부정·불량 식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 어린이들의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어린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할 시간에 학교근처에 이름도 모를 불량 식품을 진열한 노점이 즐비한가 하면, 학용품을 판매하는 문구점에서도 동전을 넣고 돌리면 자동으로 나오는 과자류 자판기, 원색 얼음주스가 담긴 통이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어 어린이들이 각종 불량식품 접촉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다. 식중독 발생과 불량식품 판매는 강력한 단속도 물론 중요하지만 집단급식을 하는 학교나 식당종사자, 식품 생산업자들의 철저한 위생관리만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첩경이다. 식중독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으로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음식물에 들어있는 음식을 방지할 경우 2∼3시간 안에 음식물을 오염시킬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특히 포도상구균은 음식물을 끓여도 잘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관리해야 하며, 고기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마요네즈 등의 식품에서 잘 자라므로 이들 식품이 더운 기온에 부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계란 우유 등에 의해 잘 일어나는 살모넬라 식중독, 민물과 바닷고기에서 발생하는 비브리오균, 아니사키스 등도 여름철 식중독의 복병들이다.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식중독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올 여름에는 특히 식중독 만연이 우려되는 바 당국과 식품업체는 물론 가정에서도 각별히 노력하여 식중독 없는 여름철이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길거리 선생님들, 왜들 이러시나?

전교조의 연가투쟁 강행은 도대체 뭘 위한 것인지 묻는다. 윤덕홍 교육부장관의 합의 번복이 빌미가 되긴 했지만 그같은 합의가 애초에 효력이 있을 순 없었다. 이미 98%나 진척된 시스템을 폐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는 가상적 전제가 이토록 학생들의 학습권을 심히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는 동의할 수가 없다. 어떤 시스템이든 역기능은 있고 그러므로 지울 항목은 지워 운용의 묘를 기하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참다운 사도의 길이라고 믿는다. 학생의 기본적 인권인 학습권을 유린해가며 이른바 불법적 연가투쟁으로 길거리에서 벌이는 악다구니 판을 제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참교육일 수는 없다. 교단의 동료간에 주장만 있고 화합은 없으며, 사제간에 개성만 있고 사랑은 없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지금보다 처우가 나빴던 시절에도 교무실은 화합이 충만했고, 교실에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선생님은 차마 혼자 점심을 들지 못하곤 했을만큼 사랑이 넘쳤다. 지금 일부 교원들이 구닥다리로 보는 옛날 선배들 시절에는 적어도 그러 하였다. 교원이 생업으로는 안정되고 직업으로는 존중받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어쩌다가 왜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 지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전교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은 것을 몹시 안타깝게 생각한다. 심지어는 연가투쟁에 대해 어떤 공권력 행사나 제재를 가한다 해도 싸다고 보는 사회적 정서가 팽대하고 있다. 학부형 등을 비롯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전교조 활동은 명분이 뭣이든 무위하다. 더욱이 NEIS를 둔 연가투쟁 같은 건 이제 명분도 실리도 없다. 마치 이미 미운 털 박히고 기왕 내친 김에 우기는 것으로 보이는 객관적 인식을 주게 되어서는 전교조 조직이 너무 아깝다. 전교조의 당초 출발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간의 기여 또한 적지 않았다. 예컨대 학원의 민주화를 이만큼 가져온 것은 전교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기대한다. 하지만 연가투쟁 따윈 아니다. 물러설 줄 아는 것도 도덕적 용기다. 전교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같은 도덕적 결단이다. 선생님들이 당장 서있을 곳은 길거리가 아니고 교단이다. 선생님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가두 고함이 아니고 교실에서 학생들과 갖는 오순 도순한 대화다. 윤 장관 같은 위인을 위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것이 참교육으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비에 웬 부가세?

국세청이 내년부터 국민주택(전용면적 25.7평) 규모를 초과한 아파트 관리비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방침을 세운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적절치 않다. 우선 아파트 관리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는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경우와 같다. 즉 아파트 관리에는 실질적인 부가가치(이익)가 발생치 않고 일반관리비는 대부분 관리업체 직원들의 월급으로 사용되는데, 그 직원들은 이미 근로소득세 등 소득에 따른 세금을 내고 있어 이중과세에 해당된다. 또 과세대상에서 빠진 평형(25.7평 이하)에 사는 주민들과의 이질감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이는 오피스텔에는 과세하지 않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이미 보류된 방침을 재추진하는 것에 대하여 국민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정부는 전용면적 (25.7평) 초과 아파트의 일반관리비(수도료 전기료 등을 제외한 관리비)에 대한 10% 부가세 과세를 당초 2001년7월부터 시행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당시 주민들과 정치권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시행연도를 2004년 1월부터로 연기한 바가 있다. 국세청은 이번에도 일반관리비는 위탁관리업체가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얻는 수입이기 때문에 부가세 부과 대상인 ‘용역(서비스)의 공급’이 분명하고, 서민생활을 고려해 소형 평형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논거가 부실하다. 부가세를 형식상 아파트 위탁 관리업체의 수입에 부과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관리업체는 부과된 그 세금을 관리비에 포함시켜 각 가정에 고지서를 보내게 되므로 사실상 주민들이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아파트는 2000년말 기준으로 523만여 가구이며 이 중 절반정도가 관리를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특히 수원시 신영통·고양시 일산·성남시 분당·안양시 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의 위탁비율은 90%를 넘는다. 일산지역 아파트의 일반관리비는 평당 평균 1천700원 정도이다. 40평형에 사는 주민의 경우 매월 일반관리비(현재 6만8천원)의 10%인 6천800원을 부가세로 추가 부담해야 한다. 전국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반발과 조세저항을 우려해서가 아니다. 형평성에 심히 어긋날 뿐만 아니라 위화감을 조장하는 아파트 관리비에 부과하려는 부가세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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