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방일 중 중의원 의장주최 간담회에서 밝혔다는 공산당 관련 발언이 왜 뒤늦게 그것도 외신을 통해 들을 수 있게 됐는지 궁금하다. 어떻든 매우 첨예한 성격의 언급이었으나 전후 사정으로 보아 큰 무리가 없는 점은 인정한다.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 모임’의 국회의원 64명이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정체성 해명을 요구한 것은 그나름대로 이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대통령이 공산당을 지지 한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문제의 공산당 관련 발언은 ‘공산당을 허용해야만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과 일본 공산당 정치인의 방한 허용 등 두가지로 집약되는 가운데 공산당 허용은 통일 이후의 미래상을 말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지금 공산당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정치적 선언이 아닌 헌법 규정에 의한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일부 진보 진영은 예컨대 국가보안법 폐기를 능사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의 영토 규정에 따라 정부를 참칭하는 공산당 세력으로부터 국가보위를 위해 제정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게 국가보안법이다. 대통령은 아울러 헌법이 정한 한반도의 영토 보전과 국가의 계속성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가령 양심의 자유에 속한다할 공산당 활동에 불법이 성립되는 계속성을 지켜야할 법률적 근거가 이에 있다. 따라서 앞으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대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와 동포애로 평화통일을 이룩한 연후에 비로소 서구 및 일본과 마찬가지로 정부 참칭이 배제된 제도권내의 공산당 활동이 양심의 자유에 따라 그 때 가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말 역시 바로 이러한 통일 지향의 헌법정신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는데 무게를 두지, 분단된 현 상태에서 공산당을 합법화하는 위헌적 생각이라고는 믿지 않으면서 기회가 있으면 좀 더 소상한 설명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그리고 일본 공산당 정치인들의 방한을 더 이상 막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데 우리 역시 동의한다. 일본 공산당은 극우화에 반대하는 진보정당의 성격이 더 강해 구 소련의 볼셰비즘과는 거리가 멀다. 북측의 테러리즘 역시 거부하여 거의 교류를 않고 있는 것이 일본 공산당이다. 노 대통령의 공산당 관련 언급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대통령 의중과 일치된다면, 일부 우파 진영의 공연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또 대통령의 말을 잘못 해석한 일부 좌파 진영의 공연한 준동을 막아 정치적·사회적 혼란이 일어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보아 이에 피력한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이 속속 산업현장을 이탈하고 있어 중소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 불법체류자들을 사실상 합법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보수가 적은 산업연수생 신분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기협중앙회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산업연수생은 4만4천여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생산현장을 이탈, 잠적한 것이다. 지난 1월 851명, 2월 770명이었던 이탈자 수가 3월에는 1천121명, 4월에는 1천680명으로 늘어 났다니 불법체류자 증가면에서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건설업종의 경우 월 평균 10~30명에 그쳤던 이탈자 수가 올해는 80명으로 늘어 대한건설협회가 회원사들에게 ‘연수생 이탈 방지 및 예방책’을 담은 공문까지 발송했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협중앙회 등에서 정해준 기업체에서 적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보다 불법체류자로 낙인이 찍히더라도 월급을 더 많이 주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낫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이로 인해 염색·가구·도금 등 노동집약 중소기업,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경기도지역의 경우 기존 산업연수생마저 이탈하면서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 폐지와 고용허가제 실시 계획을 밝혀만 놓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력난과 외국인 관리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재정 국회의원이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 및 인권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시각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통과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더구나 여야 모두 신당 창당과 당권을 둘러싼 여러가지 현안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정작 입법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고용허가제 입법이 이번 국회에서도 무산되면 오는 8월말까지 출국기한이 유예된 불법체류자 20만여명에 대한 일제단속 및 강제 출국 조치가 불가피한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산업 인력 공백에 따른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외국인 관리에 혼란이 가중될 게 심히 우려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 등에 관한 법률안 통과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널리 알려진 문학작품 특히 소설과 시는 실제로 그 작품에 지역과 자연이 무대와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박경리 작 대하소설 ‘토지’는 경상남도 하동군 평사리가 배경이고, 이효석 작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이다. 경기도 지역만 해도 명작의 고향이 시·군 도처에 있다. 홍성원의 대하소설 ‘먼동’은 수원과 남양을 공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수원의 광교산, 팔달문, 장안문,종로네거리 등 수원 풍경이 실제로 등장한다. 시인이며 소설가인 박석수의 시집 ‘술래의 노래’와 장편소설 ‘철조망속의 휘파람’등의 배경은 평택의 송탄(쑥고개)이며, 김명인의 시집 ‘동두천’의 무대는 바로 동두천시 전역이다. 안산시 사동 샘골 마을(본오동)은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의 무대로 유명하다.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역은 문학사적 의미 뿐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긍지와 정서를 심어준다. 최근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배경이 양평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반갑다. ‘소나기’는 시골 소년과 도회지에서 이사를 온 소녀의 잔잔한 첫사랑을 그린 소설로 시골의 풍경이 아름답게 묘사된 작품이다. 고(故) 황순원씨가 생전에 교수로 재직했던 경희대 국문과 출신 문인들과 제자들은 “‘소나기’가 씌어진 1952년 당시 양평의 개천과 산 등이 소설에 묘사된 풍경과 흡사하다”며 근거로 작품 후반부에 실린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간다는 것이었다’라는 대목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한국의 문호 황순원씨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소나기’의 배경인 양평에 ‘소나기 마을’을 조성, 다양한 문학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작고한 예술인들의 생가를 복원하거나 상징 표석을 세우는 일 등은 만인을 위한 문예운동이며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다. 예부터 산자수명한 양평에 ‘소나기 마을’이 조성되면 문학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또 하나의 관광자원으로도 각광 받을 것이다. 양평군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자 한다.
어제 한·일정상회담의 ‘외화내빈’ 논평에 이어 오늘 다시 일본 사람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 스스로가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노무현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일본 정부와 일본 사회는 국빈 예우에 걸맞는 3박4일의 일정에 소홀함이 없었다. 비록 두 나라 정상회담에 가시적 내실은 없었으나 우리의 국가 원수에 대한 배려만은 극진하였다. 일본이 지고무쌍하게 여기는 그들 왕과의 면담도 그렇고, TBC-TV를 통한 일본 국민과의 대화 편성도 그렇고, 일본 국회에서의 연설도 역시 그같은 예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생각을 갖는다. 이미 거론한 유사법제 등은 중복을 피해 여기선 제외하더라도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우리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세시간도 안되어 자위대 이라크 파견법 제정을 지시하였다. 집권당인 자민당 총무회에서는 창씨 개명을 조선인이 원했다는 아소 간사장 발언을 두둔하는 말들이 또 나오기도 했다. 상대국 국빈을 초청하여 자기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언행이 노 대통령이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시각에 자행됐다. 격식을 파탈하여 이해하는 것도 역시 격식이 있어야 하며 격식은 속내를 표현하는 그릇인 점에서 단순히 외형상으로만 간주할 수 없는데 문제가 있다. 실속없는 겉치레엔 머리를 끝없이 조아리면서도 실속있는 일에는 고개를 바짝 들며 눈 하나 가딱않고 처리하는 것이 일본 사람들의 이중성이다. 그러나 그런 이중성을 우리가 탓할 건 없다. 그렇게 해옴으로써 오늘의 부강을 일군 말하자면 저들의 살아가는 방법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캥기는 것은 일본 국민과의 TV 대담에서 대통령이 우리의 국민성을 절하시켰다는 사실이다. ‘내편 네편으로 편을 갈라 남북으로도 모자라 동서로까지 갈라져 국민간의 토론문화가 아쉽다’는 말을 자국 이익에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본에 가서 굳이할 필요가 무엇이냐는 강한 의문을 갖는다. 때 맞춰 국내 정치권에서 유사법제의 폐기를 촉구하는 강력한 반발이 있지만 문제는 우리의 국력이다. 일본 사람들이 진실로 이중성으로 대할 수 없는 진지함을 우리에게 갖게하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한 말 성토보단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더 강력해져야 한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계기로 국력 배양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갖는다.
한나라당이 내일부터 대표 경선에 돌입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6명의 후보가 당 대표로 등록하여 13일 동안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지난 해 12월 제16대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이 그 동안 과도체제로 운영하여 오던 당체제를 새로 정비하여 본격적인 야당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첫번째 시도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은 대단하다. 현재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원내 제1당이다. 비록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기는 하였지만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의회운영 행태는 변하게 된다. 따라서 당의 지도부가 어떻게 바뀌느냐는 것은 한나라당 자체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정치권에 대한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 이번 대표 경선은 한나라당 자체의 행사만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한나라당의 변화 모습은 국민들에게 호의적이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이 신당 문제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대안세력으로 등장하여야 됨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어 실망하고 있다. 대선패배를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원내 다수의석에 안주하는 모습만 나타내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최근 대표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후보자들간의 상호비방, 흑색선전과 과도한 선거비용 사용문제 등은 아직도 한나라당이 국민의 변화욕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증거이다. 물론 당 대표를 23만명의 대규모 선거인단의 직접 투표를 통하여 선출하게 되므로 다소의 잡음은 예상되지만 이미 상당한 수준의 혼탁한 경선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당 대표 선출과정을 변화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대표 경선 과정이 절차상의 변화일뿐만 아니라 내용상의 변화까지 수반되어야 한다. 당 선관위도 엄정한 선거관리를 통하여 깨끗한 당 대표 경선을 실시함으로써 변화된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며 당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을 견제하는 건강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때 국민들은 야당에 지원을 보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실무위원회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을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판국에 적법하지도 않고 시급하지도 않은 ‘국가직 교원 지방직화 ’결정을 내린 것은 이 역시 책상머리 독단이다. 장학관, 교육연구관, 초·중·고등학교장, 교감, 교사 등의 임용관련 사무를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는 것은 교원의 신분을 현행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바꾸는 중차대한 교육제도 변경이다. 당연히 사전에 충분한 토론과 교육계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결정했어야 옳았다. 교육자치를 정착시키고 인사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서는 교원의 지방직화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추진위는 밝히고 있으나 지방분권화 정책에 편승해 명분에만 집착한 나머지 현실적 검토를 소흘히 했다. 이에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교원의 지방직화는 교원의 사기 저하와 신분을 불안하게 해 교육의 안정을 해칠 뿐 아니라 교원의 시·도간 교류를 불가능하게 한다. 또 지역간 교육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교원 지방직화를 추진할 경우 신규교원 채용 감소 등 교육환경 악화가 금방 나타날 것이다. 또 지방교육재정의 상당부분을 중앙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에서 교원신분만을 지방직으로 이양하는 것은 교육자치 정책의 우선 순위가 바뀐 것으로 국가가 교육의 책임을 회피하여 지방에 떠 넘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교육부가“교직사회의 정서상 시기상조 ”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한국교총과 전교조도 한결같이 지방직화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만일 대통령직속 지방이양위원회가 이를 강행한다면 또 한차례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NEIS 문제도 아직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인데 느닷없는 교원 지방직화는 그렇잖아도 혼란한 국정을 더욱 부채질 하는 격이어서 중단돼야 한다. 교원의 지방직화는 근본적으로 교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신분불안과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정상회담에 실패는 없다. 이번 한·일정상회담 역시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화내빈을 부인하긴 어렵다. 과거의 대통령들이 방일할 때도 새로운 파트너십이 늘 강조되었고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서 가진 두 나라 정상회담 역시 그랬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또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다짐은 지극히 원론적 수준이다. 새로운 말이 아니다. 오히려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시각에 온도차를 발견케 한다. 평화적 해결을 유도하기 위한 추가 조치로 해안봉쇄나 경제제재에 비중을 두는 것은 대화쪽에 무게를 두는 우리 정부 입장과 상치돼 오히려 입지를 좁힌 감마저 없지 않다. 두 나라 정상의 합의도 그 간 피차 입장을 확인하는 원칙론에 불과하다. 예컨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그 시점을 담보잡지 못하고 막연히 ‘체결교섭의 조기개시’라고만 합의했다. 한국인에 대한 입국비자 면제도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 코리아-저팬 축제가 열리는 2005년으로 하자는 우리측 명시요구를 일본 법무성이 반대하여 ‘조기실현 노력’이라는 막연한 문틀이 되고 말았다. 이나마 거론된 것은 저들이 요구한 일본 대중문화의 확대를 우리측이 수용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언제나 합의에 비해 실천이 빈곤했던 한·일 두 나라 정상회담의 결과가 이번이라고 뚜렷이 전전될 것으로 볼만한 근거는 희박하다. 특히 참여정부 외교팀의 취약성은 더욱 불안하다. 두 나라 정상이 회담을 갖는 날이 하필이면 국가의 기일이 되는 현충일이었던 건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일정상 불가피했다는 설이 있다. 또 일본의 재무장을 공식으로 선언하는 ‘유사법’ 통과가 있었다.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이런저런 사정을 일본측에 미리 조정하도록 했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외교팀의 막중한 책무다. 설사 이런 외교 관례의 격식을 깨고 회담을 강행했다면 그에 상응한 내실이라도 이끌어 냈어야 한다. 과연 그만한 수확이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토록 무력한 외교팀이 그나마 합의된 구체성 없는 구호성 합의사항의 난관을 얼마나 극복하여 실현해낼 수 있을 것인지 걱정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로 일본 기업인들의 한국 투자에 위축이 없기를 한가닥 기대하고자 한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상견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 시각이다.
최기문 경찰청장이 엊그제 “공공의 안녕을 위해 폭력시위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그동안 중단했던 최루탄 발사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시위가 지나치게 폭력성을 띨 경우 최루탄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배경도 깔았다. 최 청장의 발언은 화물연대 파업, 반미 시위, 한총련 5·18 기념식 시위 등이 강행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정부가 ‘법과 원칙’대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 청장은 지난달에도 전국 경찰서에 보낸‘집단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공권력 확립 방안’ 공문을 통해 “현장 지휘관은 집단 불법행위에 대해 정치적·사회적 고려보다는 법적 판단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법과 원칙이 무시되는 그동안의 관례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최루탄 발사 훈련 재개는 유사시에 대처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며 ‘무(無)최루탄 원칙’은 유효하다”고 경찰청은 말하고 있지만, 1998년 9월3일 만도기계 공권력 투입 당시 마지막으로 사용된 이후 5년째 사용이 전면 중단된 최루탄 사용 검토문제가 대두된 것이어서 크게 주목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의 일부 집회 및 시위가 과격했다는 여론이 최루탄 사용 검토의 원인 제공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찰의 최루탄 발사 훈련 재개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시민·노동단체의 반발은 물론 일리가 있다. 최루탄이 고엽제 이상으로 인체에 해로운 살상무기라는 주장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더 이상 불법시위를 방치하면 안된다’며 공권력 확립을 촉구하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을 간과할 수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진압경찰들이 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피를 흘리는가 하면 팔다리가 부러지고, ‘폴리스 라인’에 선 여경들이 시위대가 던진 달걀이나 물건에 얼굴을 맞으면서 ‘원칙’만을 지킬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앞으로 여중생 범대위 대규모 집회·시위 및 춘투를 맞은 노동계의 파업 등 크고 작은 집회와 시위가 도처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때일 수록 집회측은 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강변일변도를 지양하고 특히 경찰은 과잉 진압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경찰의 최루탄 발사 훈련이 어디까지나 훈련으로 끝나는 시위문화의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지정시 법제화 추진은 눈 앞의 현실보다 더 큰 안목으로 보는 고려가 있으면 좋겠다. 수원, 안양, 성남, 부천, 안산, 고양 등 인구 50만 이상의 전국 9개 시장이 김두관 행자부 장관에게 시 승격을 건의한 지정시는 특별시 또는 직할시, 광역시와 같은 법적 지위를 갖는 광역자치단체다. 서울 특별시를 제외한 직할시, 광역시 등의 남발은 그렇지 않아도 행정 불균형을 가져오고 울산 광역시 같은 미니 광역단체가 생겨 가뜩이나 문제점을 지닌 상황이다. 이런 실정에서 또 지정시를 만들면 당장은 그 대상이 9개 시라지만 불과 10년도 안가서 20여개 시로 늘 공산이 높다. 이뿐 아니라 인구의 도시 집중은 불가피한 현상이어서, 하기로 하자면 조만간 지정시에서 또 광역시나 직할시 요청을 하게 될 것이다. 직할시든 광역시 또는 지정시든 간에 광역단체를 이토록 너도 나도 식으로 마구 만드는 게 과연 바람직 하느냐는 것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지정시가 되면 행정 계층이 축소돼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주민 행정수요에 능률적으로 대처한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획일적 규제는 중앙 집권과 행정 기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행정 계층과는 무관하다. 행정수요의 능동적 대처 역시 이중 감독으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은 논거가 희박하다. 오히려 동일 생활권에서 난립된 광역단체끼리의 협의문제가 제기되어 주민생활에 불편요인이 더 많을 수가 있다. 또 현대적 지방자치는 힘을 추구하여 자치 선진국에서도 자치단체의 대형화로 가고 있다. 이점에서 예전에 있었던 성남시 분당구의 시 독립 추진 역시 동의할 수 없었다. 지정시는 부산 직할시에 이어 대구시가 지금의 광역시가 되기 훨씬 전인 26년 전 당시 정부에 건의했지만 무산됐던 것으로 지금이라고 가능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보단 아주 장기적 과제로 지방행정구조 축소 면에서 언젠가는 도단위 광역단체 폐쇄가 실현 여부는 어떻든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 대도시의 광역단체화도 그 때 가서 계속 도단위 광역단체가 존속하게 되면 가능한 일이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정시와 더불어 밝힌 행정 서비스 환경의 열악성 타개 필요성은 이유가 충분히 있다. 수도권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자치단체 공무원 수가 다른 시·도에 비해 비교가 안되게 적은 것은 사실이다. 자치단체 공무원 증원은 주민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긴 해도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보아 행자부의 각별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는 그 근거를 주택보급률에 두고 있지만 현실과 일치되지 않는다. 정부는‘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시기를 주택보급률이 110%선을 넘는 2006년부터로 잡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주택보급률이 100.6%(서울은 82.4%)이므로 해마다 30만∼50만 가구가 추가로 공급되면 3∼5년 뒤 110%를 넘길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가구 다주택자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여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는 주택 소유 비율이 훨씬 떨어질 것이다. 내년에 법을 바꿔 3∼4년내에 보유 주택 수와 상관없이 집을 팔 때는 실거래가를 의무적으로 세무서에 신고하게 한 뒤 양도차익이 일정액 이상이면 무조건 과세한다는 방침엔 무리가 따른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부인하는 게 아니나, 어렵게 집 장만한 서민층에 조세정의에 반한 피해를 끼치기가 십상이다. 이미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1주택이더라도 과세를 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제도를 바꾼다면 조세저항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취득가와 양도가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장기보유자의 경우 부동산 투기 여부와 관계없이 세금을 많이 내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 채건 두 채건 기왕 양도세를 내야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여러채를 소유하려 할 것이다. 또 양도세 부담이 매매가에 보태져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일본처럼 양도차익 3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중산·서민층에게는 전혀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다고 강변하지만 서민층에 영향이 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선진국처럼 ‘보유’대신 ‘거주’를 기준으로 하자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예상해야 한다. 미국·일본 등은 소득공제 혜택을 실제 거주자에게만 준다. 서민들이 ‘근점절약한 돈으로 집 한 채 산 걸 갖고 세금을 매기려 드느냐’는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는 주택보급률이 온국민에게 명실상부하게 100% 이상 완전히 달성됐을 때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보유세를 먼저 정비한 다음 법을 고쳐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