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질서 단속, 더욱 강력하게

우리 사회에 기초질서가 없어도 너무 없다.시민의식이 결여됐어도 지나치게 결여됐다. 왜 이 지경인지 안타깝다. 당국의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기초질서 위반행위가 더욱 만연하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각종 쓰레기 무단 투기, 교통법규 위반, 공중도덕 상실 등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몰상식한 행위가 우리 사회 도처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데 의왕시 백운호수 부근의 경우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행락객들이 도로변 풀밭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바람에 호수 주위가 마치 가든 파티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인도까지 점령한 행락객들의 차량때문에 행인들이 차도로 걸어다녀야 되는가 하면 벤치마다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즐비하다. 심지어 대소변 보는 일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어 민망스럽기 짝이 없다. 호수변에 즐비한 카페에서는 콜라 한병 값이 1만원을 넘는 바가지 요금을 받는다. 한 마디로 무질서가 난무하는 무법지역인 것이다. 물론 백운호수뿐만이 아니다.자연경관이 좋은 곳이면 어느 계곡이나 강이나 낚시터나 거의 마찬가지다. 경기경찰청이 지난 1일 밤 11시부터 2시간동안 도내 유흥가 밀집지역에서 기초질서 위반사범에 대한 저인망식 단속을 실시한 결과 기초질서 위반사범 7천80명, 교통사범 6천5명, 형사범 309명, 유흥업소 불법행위 132명 등 모두 1만3천526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인천경찰청도 같은 날 1천730명을 적발했다고 하니 평소의 무질서 실태를 한번에 알 수 있게 한다. 시청 앞 공원 잔디밭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판을 벌이다니 말이 되는가. 금연구역인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의 흡연, 유원지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각종 쓰레기들은 아무리 계도와 단속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계도요원은 물론 단속요원이 오히려 사범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실정이다. 교통위반 차량이 뺑소니를 치고, 법규 위반자가 되레 경찰과 입씨름하는 것은 다반사가 되었다. 공공기관을 무시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중도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만 편하고 좋으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위법 단속을 겁내지 않는 단속불감증은 어디에서 기인된 것인가. 불행하게도 올바른 시민의식 정립은 각자의 자성과 자율에 맡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당국의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규제와 단속이 불가피해졌다.

먹통 단속카메라가 추돌유발?

고속도로상의 무인단속 카메라는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장치물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기기가 허수아비로 작동되지 않아 오히려 교통사고가 우려되고 있다면 역설적이긴 하지만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서해안·경인고속도로 등에 설치된 무인단속 카메라 20개 중 작동안되는 10여개 구간이 바로 사고위험지역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고속도로를 매일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무인단속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 구간을 지날 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속으로 달리고 있으나 카메라가 먹통인줄 모르는 운전자들은 단속카메라를 발견하고 갑자기 속도를 줄이다 뒤따라 오던 과속차와 추돌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안전수칙과 운전예절만 제대로 지킨다면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이같은 점을 모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하물며 단속카메라가 설치돼있어 모든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켜야 한다는 뻔한 상식을 기기가 고장났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함으로써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우려를 낳는다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교통사고율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제 모두가 깊은 자괴감을 갖고 그 불명예를 씻기 위해 나쁜 운전습관을 고치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도심에서는 신호위반·차선위반·끼어들기·곡예운전을 밥먹듯 하고 앞차의 속도가 조금만 더뎌도 비상등을 깜박이며 재촉하는 게 우리다. 주말 고속도로에서는 안전거리를 무시한 과속질주와 앞지르기를 잘하는 사람이 운전솜씨가 좋은 사람으로 통하는 그릇된 인식과 굴절된 운전관행이 몸에 밴데서 사고가 잦아 윤화왕국이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는 것이다. 고속도로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길은 예방운전외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속을 강화해서 난폭운행을 규제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고장난 무인단속 카메라를 속히 고치고 고속도로 요소요소에 순찰대가 지키고 있다면 과속이나 무리한 추월따위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운전자의 자질향상을 위해 운전면허의 요건과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표류하는 수원시 행정

지방자치단체 행정의 책임자는 단체장이다. 단체장이 없으면 부단체장이 단체장의 권한을 대행, 지자체 행정을 이끌어 감으로써 행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에 새삼 재론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수원시의 경우와 같이 시장이 형사사건에 연류, 구속되어 있어 상당기간 시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예상될 경우 부시장은 시장 직무대행으로서 더욱 막중한 책임을 통감해야 되며 다른 시 공무원 역시 시장 부재로 인한 시 행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수원시의 행정을 보면 민선시장의 부재가 얼마나 시 행정의 차질을 가져오고 있는가를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 3월 심재덕 수원시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수원시 행정업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점증하고 있다. 한마디로 새로운 사업의 추진도 제대로 되지 않고 또한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업도 특별한 이유없이 중단되거나 답보상태인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우수시책 사업으로 평가된 4개도로의 차없는 거리 운영과 같은 사업까지 아무런 해명없이 중단되고 있다. 이런 시의 행정업무 태도는 시장 대행체제에 따른 무사안일한 행정업무 자세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식에서 야기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태도는 사업부서별로 새로운 사업계획이 제출되어도 이를 심도있게 검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또한 이미 예산이 책정된 사업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추진하지 않으려는 등 신규 사업에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 수원은 인구 1백만명을 포용하는 웅도 경기도의 수부도시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2002년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행사가 개최된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수원시의 국내외적 이미지 제고에 있어 결정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호기(好機)에 있는 수원이 민선시장 부재라는 이유 때문에 실기(失機)한다면 이는 수원시 발전에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역동성을 가지고 공무원과 시민이 일체가 되어 21세기의 비전을 가진 수원의 미래를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도 국내외 여건이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수장(首長)이 없다고 무사안일이나 책임 회피성 행정만 한다면 결국 손해는 시민만 보게 된다. 시민과 더불어 활력이 넘치고 비전있는 수원의 미래를 언제 볼 수 있을지, 수원시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임장관 해임안 ‘가결’ 이후

국회의 임동원 통일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가결은 찬성 148표, 반대 119표로 예상보다 압도적인 표차가 난 점이 눈에 띈다. 이적단체 구성원의 방북 위장신청 승인 및 사전교신 묵과로 기인한 반국가적 돌출행위를 유발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사전 책임이며, 법무부가 낸 관련 인사의 방북불가 통보를 마치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국회에서 거짓말한 것은 사후책임에 해당한다. 이같은 임장관의 책임은 장관선이 아닌 정권 핵심부에서 책임의사를 밝히지 않는한 통과는 불가피했다고 보는 것이 본란의 판단이다. 또 북측이 5개월여동안 중단된 당국자회담 재개를 밝혀온 것은 환영할만 하나 하필이면 국회표결 전날 제의한 점은 우연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즉, 임장관 구출을 위한 정풍(政風)의 신북풍 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해임을 반대하는 입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해임건의안 가결로 주목되는 것은 향후 정국의 운영이다. 정가의 예상대로 이로써 DJP공조가 깨진다고 보는 것은 일반적 상식이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게 또한 정치다. 실제로 DJP 결별은 DJ로서는 정면돌파에 여소야대, JP에겐 독자기반 취약의 부담을 안고있다. 특히 DJ는 임기말에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으며, JP는 이번에 비록 보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긴 했으나 당장 ‘한·자동맹’으로 이어지는 훼절에는 국민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이렇긴 하나, 또 정치권 개편의 빅뱅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표결과 공조’는 별개라는 JP의 유보적 태도, 그리고 표결과 공조에 대해 끝까지 말을 아낀 DJ가 벼랑끝 한계점에서 이제 어떤 생각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 해임안 통과의 법률적 기속력 거론은 무의미하다. 대통령중심제의 임면권 존중 뜻에서 헌법 조문에 ‘건의’로 표현된 국회 표결 결과를 무작정 묵살하는 것은 국회 권능의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된다. 또 임동원 장관을 청와대 특보로 임명하고 통일부장관에 박지원 청와대 수석을 기용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있다. 국회에서 해임이 건의된 장관을 다른 중책에 전보하는 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누구를 어떻게 쓰든지 대통령의 책임에 속하는 고유 권한이므로 더 말하진 않겠다. 국회의 건의를 조속히 받아들이는 한편, 곧 열릴 올 정기국회를 유념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치권 지각변동의 회오리 바람이 일어도 민생을 보듬는 정부, 정치권이 되기를 기대한다.

임대주택 건설, 문제점 없나

국민 임대주택 20만호 건설계획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경기·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에 오는 2003년까지 156만5천평의 택지를 개발, 9만5천319가구의 임대주택을 건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와 내년도의 경우 이미 택지가 확보돼 있는 파주 운정, 평택 청북·장당, 부천 상동, 용인 동백, 인천 삼산 지구에 건설하고 2003년도 소요 택지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거나 기타 개발 가능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계획대로 임대주택이 건설되면 저소득층 주민들의 주거 안정은 물론 전·월세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특히 침체된 주택건설경기에 활력소가 될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수도권 임대주택 건설은 난관이 많을 것이다. 2003년도 소요택지를 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개발가능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듯이 현재 경기도가 건설교통부 및 국토개발원과 공동으로 추진중인 도내 21개 시·군 그린벨트 1천293㎢ 해제 조정기준(안)에 대한 ‘경기도 광역도시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건교부는 이를 위해 경기도와 인천시를 비롯해 해당 광역지자체 관계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가졌고 행정자치부 역시 최근 경기, 인천, 서울시에 각각 택지 확보 및 주택사업 승인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란이 수도권 임대주택 건설 계획에 큰 기대를 걸면서도 염려스러워 하는 것은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원칙없는 임기응변식 대책이 혹 적용되지 않았는가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2000년 1월 주택시장 안정대책부터 지난 7월 발표한 전·월세 안정대책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았던 단골 메뉴였다.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 활성화도 새롭게 추가된 내용없이 2000년 중반 이후 매번 포함됐었다. 그동안 비슷한 내용이 되풀이 발표돼 시장에 미치는 약발이 약해짐은 물론 정책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린 것도 사실이었다.특히 해제되는 그린벨트안에 임대주택 용지를 우선 공급하겠다는 일에도 환경단체의 반발이 클 것이다. 엊그제부터 이미 환경운동연합 등 7개 환경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7대 광역도시권 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강력한 반대집회를 열고 있지 않은가.준농림지 개발도 규제를 풀었다 조였다 하면서 수도권 택지공급에 대한 장기적 추세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수도권 임대주택 건설에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다면 착공을 늦추더라도 완전한 대책을 먼저 수립한 후 시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성금 관리 ‘異常’

그간 성금모금이 적지 않았다. 거의 해마다 연말연시면 이웃돕기성금 모금이 있었고 수해가 나도 성금을 모으곤 했다. 지난 초여름엔 한해성금을 모금하였다. 이러다 보니 기업체의 경우 성금이 준조세화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또 정부가 사회복지에 쓰고 재해대책비로 쓰라고 세금을 내는 국민들에게 성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이중담세라는 비판 또한 없지 않았다. 이럼에도 성금모금이 있었던 것은 더불어 살고자 하는 전래 미풍양속의 사회정서가 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각종 성금모금이 있을 때마다 노인들 쌈지돈에서 어린 아이들 돼지저금통 돈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성이 쌓이곤 하였다. 못사는 사람들도 더 못사는 사람들을 돕는 심정으로 성금을 내는 이들이 많았다. 연간 수조원으로 추정되는 이같은 국민성금 일부가 목적외 용도로 사용됐다는 감사원 감사의 적발 내용은 충격이다. 백혈병 등 어린이 난치병 진료성금 1억100만원 가운데 약 절반이 관련 민간협의회의 운영비 등으로 쓰이고 산불 피해복구 성금 17억7천만원의 대부분이 해수욕장 등 개발비로 전용됐다는 것이다. 또 수재의연금으로 조성된 구호기금의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환급금 6억4천만원을 잡수입으로 잡아 창고 건설자금으로 관리해온 사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처럼 드러난 국민성금 관리의 엉망인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사실, 그동안 성금을 낸 많은 국민들은 일말의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공권력을 믿고 맡겼던 것으로 이는 곧 공권력 신뢰의 흠집이다. 또 제대로 쓴다해도 과연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 궁금하기도 했다. 성금모금은 활발한 것 같은데 막상 돌아오는 것은 별게 아니라는 재해 현장의 목소리도 과거에 있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국민성금에 대한 어떤 규제가 필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관련기관은 성금을 맡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어떻게 어떻게 썼다는 집행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의무를 지울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성금모금 또한 되도록이면 자제하는 게 좋을 것같다. 특히 재해성금은 적십자회비와 중복되는 감이 없지않다. 성금모금 보다는 적십자회비 납부의 활성화를 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국민성금에 대한 재고와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이번엔 北에 가스를?

장재식 산자부장관이 난데없이 대북전력지원을 거론하더니 이번에는 북한 전역에까지 고려되는 개성공단 천연가스 지원설이 나왔다. 한국가스공사가 2003년부터 북측에 연차적으로 천연가스를 지원, 2009년엔 연간 2천100억원 상당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일부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그같은 의사 및 정책결정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이것이 대통령의 생각인지도 궁금하다. 국가나 부처의 의사 및 정책결정은 공론화에 합목적, 합리적인 소정의 절차가 있다. 대통령 또는 장관의 생각이 곧 국가나 부처의 생각이라는 발상은 심히 위험하다. 대북관계는 특히 그러하다. 정권차원이 아닌 국가차원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혼돈케 하는 충격적 사례가 불쑥불쑥 나오기가 예사인 것은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 결코 유익하지 않다. 가스문제도 그렇다. 이런 일은 주무부처에 국한하지 않는 국가의 중요정책으로 국무회의 심의사항이다. 또 여야 정치권의 자문을 구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것이 상궤다. 대북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같은 상궤를 일탈한데 있음을 정부는 성찰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남북관계의 공식창구는 어디까지나 정부다. 그러나 정부내 몇몇 사람의 생각이 창구의 거울일 수는 없다. 대북관계는 제도적 틀속에 추진돼야지, 인치에 의해 추진돼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임동원 통일부장관이 아니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청와대측 말도 이런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흔히 냉전적 보수를 말한다. 그렇지만 이 땅에 급진적 진보세력은 있어도 냉전적 보수세력은 없다. 북진통일을 원하는, 그래서 전쟁을 벌이자는 보수세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평화공존, 평화통일은 겨레의 염원이므로 현 정권이 마련한 남북관계 기조는 햇볕정책의 이름이 아니어도 다음 정권이 누구이든 이어지게 마련이다. DJ정부는 이런 사실을 유념, 지나치게 서둠으로써 되레 경직화시키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 및 정책결정의 객관화에 투명성을 기하고 재임중 업적에 너무 급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스지원설 또한 제기돼도 이같은 맥락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대로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公務는 뒷전 집단관람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면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가 대북정책 등을 놓고 극도로 혼란스러워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고, 사회의 질서와 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는가 하면 경제전망 역시 신통치 못하다. 그렇다면 국가기간조직인 공직사회만이라도 기강이 확고하게 서있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해 큰 걱정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평일에 일상의 공무를 제쳐놓고 이천 여주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도자기 엑스포의 관광성 관람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그 사례의 하나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7개 시·군이 각각 하루에 70∼80명씩 4∼5회에 걸쳐 600∼700명의 공무원을 이미 보냈거나 관람시킬 계획이다. 나머지 지자체들도 구체적 일정만 잡혀있지 않았을 뿐 평일에 이들과 거의 같은 규모의 공무원들을 관람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공직자라고 해서 도자기 관람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지역에서 벌어지는 세계적 문화축제에 역내(域內)공무원들의 참관은 필요하고 권장할 사안이다. 우리 전통의 도자기와 세계 각국의 도자기를 비교하고 각국의 도자문화를 접해 식견을 넓히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또 지자체별로 엑스포관람을 위로·사기진작 등 여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공직자 집단관람이 문제되는 것은 우선 관람일정이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마다 산적해 있는 현안 및 민원업무를 미뤄놓고 밀려드는 민원인을 헛걸음 치게 하면서 까지 주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들이 평일에 혈세(관람료)를 써가며 떼지어 며칠씩 전시회에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집단관람 나들이가 민선 지자체장들의 내년 선거를 앞둔 표심잡기라는 말이 공직사회 자체에서 나돌고 있으니 견학을 가장한 선심행사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나 지방의회가 예산을 지나치게 낭비하는 데 대한 비판과 감시가 강화되는 추세다. 지자체 예산을 소모하고 업무공백을 유발하는 평일 집단관람은 중단해야 한다. 꼭 공무원이 원하는 관람이라면 예산낭비와 근무시간의 관광의혹을 없애기 위해 자비로 가야할 것이며, 업무지장과 민원인에 피해가 없도록 주말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공직이 왜 공직인가를 스스로 깨달으며 행동해야 함을 강조해 둔다.

광주·여주행사장, 왜 관람객 적은가

‘제1회 세계도자기 엑스포 2001 경기도’행사 입장객이 200만명을 훨씬 넘어섰다.이천행사장은 며칠 전 입장객 100만명을 돌파한 자체기념행사를 열어 크게 자축하기도 했다.이러한 축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10월28일까지 당초 목표인 500만명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특히 외국인 관람객도 당초 목표 20만명은 물론 30만명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참으로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도자기엑스포는 마치 이천에서만 열리고 있는 것 같다. 광주와 여주에서도 훌륭한 행사가 날마다 있는데 이천행사장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천행사장에 관람객이 몰리는 이유는 주행사장인데다 고려청자로부터 내려온 전승도자의 단아하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음미할 수 있는 것을 비롯, 국보급 도자기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세계도자센터’등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광주에서는 조선왕실의 도자기를 재현한 품격도자기를, 여주에서는 서민생활에 필요한 생활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 조선왕실의 관요(官窯)인 사옹원 분원이 존재했던 광주의 행사장에는 조선백자를 만들었던 흙으로 세운 전망탑과 미로, 분수 등으로 이뤄진 도깨비나라와 진흙체험공간인 머드페스티벌 등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에게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생활도자기의 60%가 생산되는 여주의 행사장에는 한국특유의 서민적 정서를 자랑하는 야외옹기전이 훌륭한 볼거리다 . 특히 세종대왕릉과 명성황후 생가, 신륵사 등 국보급 문화재의 진수를 엿볼 수 있을뿐 아니라 매년 10월 열리는 ‘세종문화 큰 잔치’행사를 앞당겨 엑스포장 주변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도 관람객이 광주와 여주를 덜 찾는 주원인은 아무래도 홍보부족으로 판단된다. 도자기엑스포조직위는 학생들의 수학여행 계절인 남은 기간 중에 특별홍보에 주력해야 된다.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 관광공사 등을 통한 단체방문과 호텔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직위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편의시설 등을 크게 개선하는 가운데 셔틀버스를 쉬지 않고 운행해야 한다. 이천·광주·여주의 각 지역에서는 물론 3개 지역을 동시에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계속 운행, 각 행사장의 특성을 적극 홍보하면 관람객들이 이천·광주·여주를 골고루 찾을 것이다.

조급증이 부른 연쇄 추돌사고

우리는 언제까지 교통안전 부재속에 살아야 하는가.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고 다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정말 차타기가 겁난다. 지난 29일 용인시 구성면 영동고속도로 마성터널안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8대와 승합차 등 11중 연쇄 추돌사고는 운전자들이 터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무리한 주행을 하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데 그쳤지만 하마터면 대형참사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경찰차의 호송을 받으며 충북 화양계곡 수련대회에 참가할 성남 풍생고교생 469명을 태운 11대의 관광버스가 도로정체를 이유로 갑자기 코스를 변경, 경찰차의 호송을 벗어난 것 자체부터가 잘못이었다. 안전운행을 위해 경찰에 호송을 의뢰했다면 중도에 코스를 변경할 일이 있더라도 경찰측과 협의를 했어야 마땅한 것이다. 경찰차가 목적지까지 호송했더라면 이같은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성남 IC부근의 교통체증으로 경부고속도로로 가려던 진로를 갑자기 영동고속도로로 바꿔 경찰차의 호송없이 달리던 관광버스들이 마성터널에 진입하고서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과속 주행중 사고로 터널 중간지점에 정차해 있던 차량을 피하지 못해 연쇄추돌하고 만것이다. 결국 이번 사고도 빨리 가려는 조급증이 평범한 안전수칙을 위반해 일어난 것으로 새삼 안전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유달리 높은 원인은 일차적으로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투철하지 못한 데 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대비와 수칙은 소홀히 한 채 무모한 운행을 감행하기 때문에 사고가 빈발하는 것이다. 차량정비같은 기본수칙에서부터 노면사정 기상상태 등 운행여건의 사전 점검은 물론, 안전벨트의 착용에 이르기까지 안전운행에 절대 필요한 사항들을 등한시 함으로써 사고가 잦고 많은 인명피해를 내게 마련이다. 고속도로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길은 안전수칙 준수 등 예방운전외에 달리 뽀족한 방법이 없다. 사전대비를 철저히 하고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것 뿐이다. 특히 대량 수송수단인 관광버스나 시내·시외버스업체는 차제에 규정된 수칙만은 꼭 엄수하는 습성이 몸에 배도록 종사자들의 안전교육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당국도 고속도로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순찰대를 곳곳에 배치, 난폭운행을 엄격히 규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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