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김태정

이용호 로비의혹 사건은 검찰조직의 권위와 신뢰를 형해화 하는 불행스런 현상에 처했다. 지검장급 두명의 연루가 포착되면서 ‘특별감찰본부’를 구성한 자체 규명 의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특검설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진실규명의 향방은 차차 더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나 김태정씨 문제를 여기에 따로 거론하는 것은 이 사건이 함축하고 있는 그 나름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데 있다. 왜냐하면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씨가 전화 한 통화로 이용호란 사람을 무혐의 석방케 한 사실로 인해 전화를 받은 당시 임휘윤 서울지검장(현 부산고검장)과 임 검사장의 지시를 받은 당시 임양운 서울지검3차장(현 광주고검차장) 등이 조사를 받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김씨의 태도다. 본인은 물론 변호사로서 한 일이라고 강변하지만 그의 처신엔 의문이 너무 많다. 변호사 선임계가 아무리 윤리사항에 그친다 하여도 대상 기관에 선임계 제출조차 없이, 그것도 청탁성 전화변론을 한 것은 절차와 은밀성에 비추어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또 불과 얼마전까지 자신의 부하였던 검사장에게 말로는 “법률상 억울한 점이 없는지 잘 검토해봐 달라”고 했다 하여도 묵시적 선처 요구의 의미를 삼척동자라도 아마 모른다 할 수 는 없는 것이다. 1억원의 수임료 산출근거 역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또한 로비자금중 한뭉치 돈을 건넨 것으로 보여 김씨 역할은 변호사라기 보단 변호사 신분을 이용한 브로커 행위로 보는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다. 근 30년전 타향에서 초임을 지낸 대구지검 검사시절에 기개 있었던 그가 최고의 현직에 오른 법무장관에서 옷로비 사건으로 낙마한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후배들을 지극히 난처하게까지 만든 것은 검찰조직을 위해 참으로 유감이다. 생각하면 일찍이 검찰조직을 이처럼 갈기갈기 훼손한 정권은 이 정권 말고는 없었다. 이 정권 말기에 터진 희대의 이용호커넥션은 수십억원대설의 로비자금 역시 다양하여 현금 말고도 취업이나 펀드 등 뇌물형태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은 진실의 결과가 무엇일 것인지는 시일이 요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정권은 유한해도 검찰은 영원하다. 일부 특정 세력의 오류로 인해 모든 검찰이 수모를 당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자정 의지를 갖는 검찰 내부의 분발이 ‘김태정 개입’의 결과가 시사하는 교훈이라고 믿는 것이다.

사이버 테러 방비책 완벽한가

사이버 테러 비상이 걸렸다. 미국 테러 대참사 이후 이같은 무차별적 테러행위가 사이버 테러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미 사이버 테러 비상경보를 발령하고 연구원들에게 산업 보안교육을 실시하는등 보안대책 마련에 나섰고, 대한항공도 외부와 연결이 필요없는 시스템을 완전 분리, 운용하는 한편 해커공격을 받더라도 즉각 가동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정부 또한 통신업자와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연 우리가 사이버 테러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완벽한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고는 이미 지난해 수차례나 있었다. 작년 2월 야후·아마존 등 미국의 포털서비스 웹사이트가 해커의 잇단 공격을 받아 전세계를 큰 소동에 휩싸이게 했으며, 그 며칠 후 국내에서도 중학생의 웜바이러스 유포로 사이버업계가 그 뒤처리에 홍역을 치렀다. 그런가 하면 서버를 집단 관리하고 있는 데이콤의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까지 해커가 침입, 우리의 인터넷 환경이 헤커 공격에 무력함을 드러낸 바 있다. 해커 공격의 피해는 웹사이트의 콘텐츠(내용물)를 날려버리거나 보안벽을 뚫고 들어가 핵심 정보를 빼내가는 것이다.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계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인터넷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면서 더욱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되어 단 한번의 사이버 테러로도 돌이킬 수 없는 대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테러로 인한 웹사이트 마비는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거나 국가기관이나 인터넷기업이 보관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예기치 않은 피해를 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한 속도로 인터넷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반면 사이버 테러에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상황에서 국가안보망과 통신망 및 치안부서나 국세청 등 중요한 정부전산망, 그리고 원자력연구소 등 산업정보망이 언제 뚫릴지 모른다. 따라서 디지털사회의 발전속도에 맞춰 우리도 이제 종합적인 사이버 테러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닥쳐올 사이버 테러를 막자면 타성에 젖은 기존 조직의 보완같은 대응방식으론 한계가 있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상당한 인력과 체계와 기술을 갖춘 테러 방어망을 구축하는등 종합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노부모를 학대하는 몹쓸 자식들

늙은 부모가 자식에게 매를 맞는 말세적인 세상이 되었다. 부모가 자식의 집에서 쫓겨나고 문전박대 당하는 어두운 세상으로 변했다. 병든 부모가 자식에게 버림받는 서러운 세상이 되었다. 일찍이 자식이 잘못되라고 키운 부모는 없었다. 병든 자식 내다버린 부모 없었으며 쌀·보리가 있는데도 배고픈 자식에게 밥 안지어 먹인 부모는 없었다. 어쩌다가 부자·모녀지간이, 형제·자매지간이 또 고부지간이 서로 헐뜯는 세상이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통탄스럽고, 하늘이 부끄러워진다. 부모에게 잘못이 있다면 자식들 낳아서 키워 공부시켜 장가·시집보낸 일밖에 없다. 84세의 노모가 50세의 둘째아들에게 허구한 날 매를 맞고 산다면 곧이 듣겠는가. 한집에 살면서 노부모에게 아들 며느리가 밥을 주지 않고 방에 불을 넣어주지 않는다면 믿겠는가. 중풍에 걸린 고령의 아버지를 폐가에 내버리고, 칠순 노모를 아파트 현관 앞에 장기간 방치한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실이다. 좋은 집에서 먹고 살만한 아들형제들이 노부모를 서로 안모시겠다고 싸우고, 며느리가 시부모와 함께 살려면 차라리 이혼하겠다, 죽음을 택하겠다고 남편과 싸움을 벌인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참상인 것이다. 더욱 참담한 노릇은 학대를 받으면서도 노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봐 사실을 숨기는 것이다.이웃이 신고한다고 하여도 꺼리는 이유가 자식들 집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니 또 기가 막힌다. 노인문제가 이렇게 처참한데도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다. 아동학대와 부부폭력의 여성피해자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신고센터와 보호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민간에 의해 설립된 노인학대 신고센터(1588-9222)가 유일할뿐 보호시설이 없다. 유료·무료 양노원이야 있지만 입소하기가 어렵다. 유료양노원은 돈이 없어 못들어가고, 무료양노원은 호적상·주민등록상 부양할 자식이 엄연히 있어 입소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노인관리도 국가가 해야만 되는가. 노부모를 학대하는 몹쓸 자식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 패륜의 사회가 준엄한 심판을 받는 날은 도대체 언제인가. 가정폭력방지법에 부모학대죄를 법정 최고의 중벌로 처벌하여도 변호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천륜을 저버리는 불효를 누가 감히 옹호하겠는가.

서해오염 이대로 둘 수 없다

인천 앞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맑고 푸르러야 할 바다가 여기 저기 떠다니는 쓰레기와 기름띠, 그리고 연안 공장과 주택가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산업폐수와 생활하수 등으로 크게 더럽혀져 가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바다의 오염으로 연안 양식장에서 어류가 떼죽음을 당하고 조개류 등이 폐사하는 사고가 빈발하는가 하면 기형 물고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인천·강화 앞바다에서 부유폐기물을 수거 조사한 결과 1천401개의 폐기물중 비닐과 플라스틱이 92%를 차지했으며, 침적 폐기물중 73%가 어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천 앞바다의 오염도는 COD기준(mg/ℓ)으로 부산(1.38)과 군산(1.40)·목포(1.37)·태안(1.22)보다 높은 1.58을 기록,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1999년 이후 국내 연안에서 검출되고 있는 내분비계 장애물질(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서해안에선 1.65pg이나 검출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해양오염에 대한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서해안 쓰레기 오염에 대해선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도 비슷한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다. 특히 장마때 한강 하류에서 서해로 흘러든 수만t의 부유쓰레기는 빠른 조류에 떠다니다 통발이나 그물 등 어구에 붙어 어로작업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쓰레기 등에 의한 오염은 해양생태계 파괴를 심화시켜 상당수 어종이 산란을 하지 못해 어족자원이 말라가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의 어획추세를 보더라도 꽃게, 새우, 광어 등의 총 어획량이 1999년 45만4천t에서 지난해 41만3천t으로 감소했으며 92년(82만t)에 비하면 무려 50% 가까이 줄었다. 이제 해양오염문제는 그 예방과 방제 그리고 어민의 생계와 환경보전의 차원에 걸쳐 종합적으로 효과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 긴급 과제다. 무엇보다도 해양오염방지 행정의 체계를 재정비하고 완벽한 방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60%도 안되는 하수처리율을 획기적으로 올리고 장마시 쓰레기 유입방지책으로 탄천에 시범설치된 차단막의 확대설치도 생각해볼 일이다. 또한 어민들의 고의 또는 부주의로 인한 쓰레기투기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李容湖 의혹 철저히 밝혀야

최근 주가조작·횡령 혐의로 구속된 지엔지(G&G) 그룹 이용호 회장의 로비의혹 사건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여권 실세가 개입되었다느니 또는 검찰이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없이 적당히 마무리하려 했다느니 각종 루머가 사건의 의혹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더구나 전 법무장관이 사건을 수임받아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을 뿐만아니라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어 국민적 관심이 대단하다. 이번 사건은 이용호씨가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을 비롯한 권력자들과 관련되었을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씨는 검찰과 금감원 고위간부 이외에도 정치권 인사들을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하는 등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은 물론 심지어 검찰총장 동생에게까지 ‘사장자리 주겠다’고 하여 접근했을 정도이니 이씨의 로비 행각은 대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우리가 제일 의혹을 갖는 것은 검찰의 석연찮은 수사태도이다. 검찰은 작년 5월 이씨를 주가조작 혐의로 긴급 체포하였다가 특별한 이유없이 곧 무혐의로 풀어준 것이다. 더구나 그해 12월에 금감원으로부터 주가조작 조사관련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에도 최근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의아스럽게 생각된다. 이씨는 단기간에 1천억원대의 재산가로 떠올라 이 과정에서 증권가에는 주가조작설, 조직폭력배 자금 유입설 등등 갖가지 풍문이 난무했는데 검찰이 긴급체포한 용의자를 어떻게 무혐의로 곧 풀어줄 수 있는가 의문을 제기치 않을 수 없다. 검찰이 뒤늦게나마 당시 수사 검사 등을 소환하여 조사에 착수한 것은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검찰은 한점의 의혹도 없이 긴급 체포한 용의자를 무혐의로 석방한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씨가 광주J건설회사 대표 여운환 사장에게 수사 무마 명목으로 준 20억원에 대한 사용 용도에 대하여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만약 이 자금중 일부라도 관련기관에 뇌물형태로 전달되었다면 이것 또한 성역없이 수사해야 될 것이다. 검찰은 제2의 옷로비사건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해야한다. 검찰이 사건의 철저한 규명없이 적당하게 마무리 하려고 한다면 사건의 실체는 특검제 도입을 통해서라도 밝혀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 웬 단체관광인가

최근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심쓰기가 눈총을 받고 있다. 공직자의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명목으로 경기·인천지역 지자체들마다 예산을 펑펑 써가며 소속 공무원들을 부부동반 단체로 수차례식 관광성 산업시찰을 보내고 개인 또는 단체를 대상으로 선심성 표창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민선단체장들이 소속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주민들을 접촉하며 위로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같은 선심쓰기와 생색내기가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에는 후보의 기부행위가 금지되는 규제를 받기 때문에 내년 6월 선거를 치를 현 단체장들은 사실상 내년초부터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요즘 기승을 부리는 단체장들의 선심행정은 이같은 제한을 받기 전에 ‘기득권’을 통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선거를 겨냥한 선심행정의 폐해는 낱낱이 밝힐 필요도 없을 정도로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일이다. 단체장들의 사전선거운동 심리가 선심행정으로 끝나지 않고 행정공백은 물론 주민혈세를 낭비한다는 점이다. 벌써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 행사에 간부 공직자들이 따라다니느라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단속행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포천군은 미국 테러사건으로 비상근무준비령이 내려졌음에도 군수 등 공무원 67명이 제주도를 다녀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금 세계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선포로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져있고 우리는 이미 테러쇼크로 국가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 행정을 맡은 지자체장들이 차기선거에 마음이 쏠려 있다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아직도 9개월이나 남은 선거를 위해 단체장들이 예산을 마치 쌈지돈처럼 여기고 쓴다거나 선심쓰기와 업적과시로 사회분위기와 동떨어진 행동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단체장들은 민선 지자체장답게 현 시국상황을 똑바로 인식하고 직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미국 테러 여파가 지역경제 및 안보환경에 끼칠 영향이 어떠한가를 주시하면서 사회안정대책 마련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은 주민의 불안을 해소시키고 민생 챙기는 일이 무엇보다도 더 화급한 일이다. 지자체장들의 각성을 거듭 촉구해 둔다.

국제공항 앞에 미사일기지?

인천국제공항 근처에 미사일기지를 세운다는 것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할 매우 중대한 일이다. 마치 화약고 옆에 유류저장고를 건설하려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특히 인천시가 지난해 6월 연수구 동춘동 송도신도시(매립지) 인근 봉래산의 미사일기지와 문학산의 레이더기지를 각각 영종도의 금산과 백운산으로 옮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각서를 공군 모부대와 체결한 것은 성급했다고 본다. 합의각서를 보면 인천시가 봉래산과 문학산 일대 4만6천여평의 부지를 돌려받는 대신 금산과 백운산 일대에 6만2천여평 부지와 관련된 건물 39동의 건립비 등을 제공하고 지역주민과 관련된 민원을 책임진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인천시는 현재 조성중인 송도신도시가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떨어지는 탄피의 낙하지점 안에 위치하고 있어 송도신도시의 개발을 위해서는 미사일기지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전 예정지인 백운산 일대는 공항배후단지 개발과 관련이 없고 바다와 접해 있어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그러나 이 발상은 참으로 안일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영종도에 미사일기지가 들어섰다고 가정할 경우 영종도가 인천국제공항 배후도시 겸 동북아의 물류 중심도시로 발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비행기폭파 사고 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세계 각국의 민간항공기가 수시로 이·착륙하는 국제공항 인근이어서 이용객들이 불안해 할 것이다. 지난 1998년 12월 4일 미사일 공중폭발 사고가 난 미사일기지를 영종도로 옮기려는 의도는 일반론적으로도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 당시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공군 방공포대에서 탄두가 장착된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 1발이 잘못 발사돼 송도앞 매립지 지상 300m 상공에서 굉음과 함께 공중 폭발된 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그날 미사일 파편 수만개가 인근 주택가까지 날아들어 주민들이 다치고 차량 등도 파손됐었다. 현위치가 점차 도심화되는 이유를 앞세워 이전하려는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미사일기지와 같이 중요한 군사시설은 도시개발 논리가 아닌 보다 장기적인 활용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영구적인 제3의 장소를 물색하는 등 공군 당국도 미사일기지 이전장소를 재검토할 것을 당부한다.

시위만능과 법치주의

다중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무엇인가 얻는다는 집단시위 문화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집단민원이나 분쟁해결에 있어 법적 절차를 중시하는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더욱이 택지개발과 공공사업 등 대규모 사업과 관련된 일부 민원인들이 표를 의식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을 압박, 집단시위를 민원해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우려를 금치 못할 일이다. 지난 수년간 도내에서 벌어진 집단시위 건수를 보면 98년 862건에서 99년 1천812건, 2000년 2천569건, 올들어 7월까지 1천360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중 70%이상이 개발사업과 관련된 집단민원 시위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민주사회에선 누구나 그들의 주장을 개진하고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그것을 시위형태로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경우에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시위는 혼자서 할 수도 있고 집단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주장과 의사 표시는 어디까지나 합법적이어야 하고 이성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변에서 빚어지고 있는 각종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합리성과 합법성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행동은 비민주적인 과격한 방법으로 나오고, 자신들의 권리는 크게 주장하면서도 상대방의 권리는 전혀 배려하지 않고 짓밟는 일이 허다하다. 예컨대 아파트단지와 초등학교 사이에 6차선 대로가 개통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육교를 개설해야 하나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이나, 또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신축을 이웃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반발해 짓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은 막무가내식 집단이기주의에 따른 것이다. 집단행동의 고질화는 무엇보다 국가와 사회의 기강이 서있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느슨한 국가경영과 균형감각을 잃은 법집행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무엇이건 얻어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십상이다. 수없이 진정·건의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행정기관들도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거의 해결해주는 약점을 보인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어쩌면 행정기관이 ‘시위만능’풍조를 부추겼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이 사회의 갈등구조를 시정하고 억울한 사람은 누구나 적절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이 목표달성은 다중의 힘에 의한것이 아니라 국가와 그 구성원의 이성적인 판단과 합법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盜·監聽이 판치는 나라

민주주의에서 개인의 기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개인의 사생활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다. 만약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망각한 행위로써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더구나 인권국가를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국가일수록 기본권을 침해하였을 경우 문제가 크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예외없이 도청(盜聽)과 감청(監聽) 문제가 단골메뉴로 등장하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도·감청 문제는 국정감사때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정부는 이를 시정하겠다고 하였으면서도 아직도 시정은 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금년 상반기에 이동통신회사에서 수사기관에 내준 통신자료가 무려 9만7천4백여건으로 지난해에 비하여 80%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뿐아니다. 개인의 예금계좌 추적도 무려 10만건이 넘었으며 이중 91%는 영장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도청과 감청 그리고 계좌추적에 있어서 사법부가 기본권을 보호할 강한 의무를 행사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이 감청을 청구한 847건중 95.1%인 806건에 대하여 법원이 영장을 집행한 것은 과연 법원이 국민의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의문을 제기치 않을 수 없다. 계좌 추적의 경우도 법원은 영장이 청구된 1만5천4백여건중 97.6%에 대하여 영장을 발부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범죄혐의를 손쉽게 찾기 위해 도청, 감청, 계좌추적의 유혹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법 집행기관에서 이런 유혹에 쉽게 빠지면 과연 누가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겠는가. 사생활 보호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는 영장 발부에 있어 무엇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될 것이다. 정부는 개혁 차원에서 인권법을 제정하였다. 더구나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운동때 어느 누구보다도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으며 따라서 국민의 정부는 어느 정권보다도 도덕적으로 인권보호에 있어 강력한 정책을 추진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말로만 국민의 정부 또는 인권정부라고 하지 말고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보호하여 명실공히 국민을 위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불필요한 도청과 감청, 계좌추적을 없애기를 강력하게 요망한다.

파병은 불가하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아니라면 문제가 다르다. 반대로 아프간이 초강대국이라면 역시 또 다르다. 그러나 세계가 다 알다시피 아프간은 미국의 전쟁상대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부시 미국대통령은 대 아프간 정규 전쟁을 다짐하며 승리를 외친다. 난센스다. 서방진영에 테러보복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와의 관계를 평가할 것”이라며 경고투로 나오기까지 한다. 오만이다. 미국 주도하의 평화정책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왜곡이다. 독일등 여러 나라는 전투병 파견에 신중론으로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국도 ‘미국이 무제한의 자유재량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의 유럽지도자들은 부시가 밝힌 ‘전쟁’이란 말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테러응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지 핵무기 사용까지 들먹이는 미국과 함께 전쟁을 벌이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내에서도 뉴욕타임스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성급한 전쟁’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CNN방송 조사결과는 당초 92%에 달했던 미 국민의 전쟁 지지여론이 62%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언론은 미국의 무력행사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등 회교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다른 나라와의 공고한 반 테러전선 구축이 시급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빈 라덴의 테러조직이 34개에 이르러 해외에서 활동중이라고 공표했다. 서방국가의 미국 지원은 ‘악마의 화요일’대참사를 일으킨 테러 관련자를 비롯, 테러 조직망을 색출하는데 있지 전쟁은 아닌 것이다. 더욱이 1차 공격 목표인 빈 라덴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가운데 벌이는 무차별 공격은 심히 위험한 사태를 유발할 수가 있다. 부시는 공연한 강경론에 치우쳤을뿐 막상 자국안보에 허점을 드러낸 자신의 무능을 서방진영을 끌어들이는 전쟁 확대로 호도하려 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간을 응징하겠다면 어디까지나 당사자간의 전쟁이어야 한다. 국내 정치권이 파병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미국 초유의 대참사에 깊은 애도와 함께 테러의 응징을 지원하는 것과 전쟁에 직접 참전하는 파병은 별개의 문제다. 정 불가피 하면 걸프전때 수준의 비전투원 지원은 검토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투병 파병은 절대로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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