追更 이렇게 처리해도 되나

선심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경기도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도의회 소관 상임위와 예결특위가 겉치레로 심의한 것은 지방의회가 왜 존재하는가를 의심케 하는 일이다. 이번 제2차 추경예산안 심의과정을 보면 집행부와 도의원들이 손발을 맞춰가며 국민의 세금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게 한다. 우선 2차 추경예산안의 비생산성이 문제다. 경기도가 올린 2차 추경예산안 6조6천300억원은 1차 추경예산보다 9천172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정작 필요한 부분은 감액된 반면 불요불급한 부분은 증액 편성해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업대책이 시급한 현안임에도 공공근로자 인건비 3억원을 감액 계상한 것을 비롯 기능사 양성 위탁훈련 지원비 3억4천만원을 감액 편성한 것은 실업문제의 시급성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도는 이같이 시급한 현안은 제쳐두고 직원후생복지 명목으로 콘도회원권 80계좌 구입을 위해 23억원을 계상했고, 헐값에 매각했다가 10배이상의 비싼 값에 재매입 하려는 안산시 선감청소년 주변정비사업비로 29억원을 계상함으로써 선심 및 낭비적 예산편성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도의회 상임위는 집행부의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고, 다만 예결특위가 콘도회원권 구입 및 관리비 1억6천만원을 형식적으로 삭감했을 뿐 6조6천305억원의 수정 예산안을 본의회에 넘긴 것은 집행부 견제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19일 열릴 본회의에서의 처리결과를 주시하고자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도가 예산의 추가·경정(更正)이 너무 잦아 재정운영을 너무 소홀히 다루거나 편의대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였다. 도의회에서 인준한 본예산을 두번씩이나 변경·추가해 1년간 도 예산을 3번이나 심의해야 할 상황을 두고 우리의 재정이 건전하게 운영된다고 볼 수는 없다. 비록 상황의 변화가 급격하다 해도 이런 식의 무절제한 운영은 경기도의 안일하고 방만한 재정운영 자세를 반영하는 증거일 뿐이다. 빈번한 추경편성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재정의 신축 운영과는 거리가 먼 편의주의적 운영이다. 동시에 이같은 예산의 잦은 수정은 경기도의 통찰력 부족과 임기응변식 단견의 소산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상습적 추경 예산편성 관행과 비생산적 재정확대는 경계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가볍게 여기는 재정운영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도민의 용납을 받을 수 없음을 경기도나 도의회는 명념해야 한다.

엑스포장, 끝난 후 운영에 만전을

‘세계도자기엑스포 2001 경기도’관람객이 지난 16일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8일 폐막일까지 600만명 목표 입장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돼 안심이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도자기엑스포의 명분과 실리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국내외 도자문화의 도약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앞으로가 더 많고 중요하다. 도자기엑스포가 끝난 후부터 곧바로 시작되는 행사장 운영 및 관리다. 도자기엑스포가 28일 끝나면 도자박물관에 전시됐던 중국·일본·유럽 등지의 유물과 현대 도자 작품들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제품을 판매했던 에어돔도 해체될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와 도자기엑스포조직위원회, 이천·광주시, 여주군은 행사장의 사후관리 활용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갖춰야 할 책무가 있다. 엑스포 행사장의 사후 활용에 가장 최우선 과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적자를 면하는 일이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이천 광주 여주 세 행사장을 통합관리할 경우 2006년부터는 운영에서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순수 운영비만 연간 20억원이 예상돼 정밀한 분석으로 수익이 나올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세계도자센터에서 앞으로도 2년마다 ‘세계 도자 비엔날레’가 열리는 이천 행사장의 경우, 세계도자센터를 도자관련 연구, 소재 개발, 기술지원, 도예 및 도자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특히 내부공사중인 향토박물관을 확대하고, 설봉서원을 복원하는등 문화공간을 확충해야 한다. 여주 행사장은 전국 생활도자기의 60%를 생산하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찾아 왔던 관람객의 지속적인 유치와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생활도자기의 전시 및 판매를 위한 산업도예관, 생활도예관, 명품관 등을 설치, 운영하는 방법을 강구해볼만한 하다. 광주 행사장은 조선관요 박물관이 백자 가마터와 가까우므로 조선백자 유물 및 자료조사, 연구 및 수집을 위해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서울과 인접해 유동인구가 많은 특성을 이용하여 광주 행사장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 관광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도자기엑스포 행사장은 차후 수익모델을 찾지 않는한 도비 등 막대한 예산지원이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조직위와 이천·광주·여주 3개 지방자치단체는 도자기를 공동 테마로 한 3개 행사장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시급한 생화학 테러 방지책

전세계가 생화학 테러 공포로 떨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신문사 임원이 흡입형 탄저병에 감염되어 사망한 이래 주요 언론기관 종사자나 출입자들이 탄저병 감염위험에 노출되고 있는가 하면 미국 상원 오피스 빌딩에 있는 원내 총무실로 배달된 우편물에 탄저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빌딩 전체가 폐쇄되고 또한 빌딩 출입자에 대하여 감염 여부가 검사되는등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생화학 테러 공포는 국내에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으나 국민들은 테러 가능성에 대하여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일부 빌딩에서는 배달된 우편물에 백색 가루가 묻어 있어 혹시 탄저균이 아닌가 의심이 되어 특별 조사반이 투입되고 우편물 배달 업무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마라톤 대회를 열면서 길 안내용으로 뿌린 밀가루에 놀란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같이 생화학 테러의 직접 당사국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테러 보복 전쟁이 확산되면 한국도 전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생화학 테러의 예외라고 단정할 수 없다. 더구나 현재 알려진 바로는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는 탄저균 배양시설이 설치되었다고 하기 때문에 전쟁의 확산 여부에 따라서 생화학 테러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고 있는 이라크 등이 전쟁에 가세할 경우 이라크는 상당한 양의 생화학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생화학 테러에 대한 방지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된다. 실제로 대다수 국민들은 생화학 무기는 말로만 들었지 그 위험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우선 생화학 무기에 대한 국민적 교육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민방위훈련 등에서 이를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되며 특히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을 해야 된다. 정부는 생화학 테러에 대한 국제간의 정보 공유를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외국에서 배달되는 우편물에 대한 특별 검사를 실시해야 됨은 물론 지하철 역사와 같은 다수 인원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순찰은 물론 수상한 우편물에 대한 신고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국민의 일상적 생활이 생화학 테러의 공포 때문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정부는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야 된다.

‘ 우체국금융 ’을 주시하는 이유

정부가 농어촌 등 벽지의 주민 편의를 위해 우편업무 외에 부대업무로 허용한 ‘우체국 금융사업’이 사실상 본업무로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예의주시할 일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검사를 받지 않을뿐만 아니라 예금부분보장제 적용 대상에도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자율 기능과 경쟁체제를 저해하는 것으로 적잖이 우려스러운 일이다. 최근 정보통신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관리하는 우체국예금은 9월 말 현재 2천20만 계좌 수에 28조8천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5조원이 늘어났고 외환위기 직전에 비해서는 4.2배나 급증했다. 또 계약자 486만8천명의 우체국 보험기금 잔액도 15조8천억원에 달하고 있다.우편업무보다 금융사업이 비대해지면서 우체국이 사실상 금융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체국 금융사업부문은 유일하게 금융감독원의 검사 대상에서 빠져 있으며 감사원 감사와 자체 감사만 실시, 금융사고 사각지대로 지적받고 있는 게 문제점이다. 우체국은 예금이나 보험금 가운데 상당액을 위험성이 높은 투신상품에 투자하고 있으며 실제로 소위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모씨가 재직중이던 투신증권에 1조원을 예탁한 경우도 있다. 현행 우체국 예금 및 보험에 관한 법률 3조는 우체국 예금·보험사업은 국가가 경영하며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를 관장한다고 돼 있고 4조원은 국가가 이들 예금과 보험에 대해 지급책임을 진다고 규정돼 있다. 우체국 금융사업단측은 우체국 금융사업은 국회 국정감사나 감사원 등으로부터 철저하게 점검을 받고 있고 상품개발 및 가입한도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자율기능과 경쟁체제를 강조하면서 우체국 예금과 보험에 대해 전액보장해주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체국이 사실상 금융회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우체국도 다른 금융회사처럼 당연히 자산건전성 감독을 받아야 하고 예금부분보장제도 적용돼야 한다. 일부 농어촌지역 신용협동조합이나 금고 등 서민금융회사들이 우체국 금융때문에 존립상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지적이 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만일의 대형 금융사고 예방 차원에서 만사를 튼튼히 해두자는 것이다.

지방대 살려야 한다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불황이 계속되면서 지방대 출신의 취업률이 극히 저조해 지방의 우수 고교생들이 대부분 지방대를 외면한 채 서울로 진학하고 재학생들도 잇따라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방대생을 평가 절하하는 기업과 사회의 인식도 여전해 지방대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인문계열 졸업자에 대한 채용의뢰가 전혀 없는 상태로 기초학문 분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도내 대학 취업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하반기 기업의 대졸자 신규채용 인원은 7만3천여명인데 비해 취업희망자는 43만명으로 군입대나 대학원 진학 등을 고려해도 취업은 5명중 1명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데다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들의 대기업 취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들이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몰리면서 지방대 졸업자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나마 취업정보센터에는 인문계열 졸업자의 채용의뢰는 전무한 상태다. 이때문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위해 다시 전문대를 다니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결과 지방대의 기초학문 분야 학과에는 지원자가 전혀 없어 폐과 위기에 몰려있다. 그러나 인간교육의 기초적 학문에 속하는 문학·역사·철학(文·史·哲) 등 인문학이 존폐위기에 이른 것을 가벼이 보아 넘겨서는 결코 안된다. 아무리 첨단과학과 기술이 중시되는 21세기라 해도 기초과학으로서의 인문학은 중시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1960∼70년대엔 국가 개발 논리에 밀렸고, 최근 들어선 정보화·세계화 바람에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같은 지방대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로 이어진다. 나라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 육성은 중요하다. 지방대를 충실히 육성해 인재가 배출되고 그들이 지방 발전을 위해 일하게 되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여러 차례 지방대 육성책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개별대학 지원 등 소극적인 대책이 대부분이었고 이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곤 했다. 당국은 이제 지방대 졸업생의 일반기업 차별을 금지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각종 국가고시에 지역인재 할당제를 검토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또 경제·기술발전도 중요하지만 대학 지성의 핵심인 인문학의 토대 확보가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함을 인식하고 긴 안목에서의 인문학 육성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부정으로 얼룩진 전국체전

어제 충남 천안서 폐막된 제82회 전국체육대회는 사상 초유의 ‘치욕대회’로 얼룩졌다. 대한체육회는 오죽했으면 경기, 서울 등 7개시·도 총감독들이 폐회식을 거부했는가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전국체전은 한국 체육의 요람이다. 일제시대에는 항일의식의 발상지였다. 6·25 한국전쟁의 포화속에서도 명맥을 이었던 유서깊은 민족의 제전이다. 이같은 전통을 계승, 당당한 스포츠 정신으로 현대사회의 병폐인 지역감정을 해소하여 단합을 도모해야 할 전국체육대회가 대한체육회의 치졸한 처사로 단합을 해치는 전례없는 오점을 남겼다. 개최지 무상점수의 프리미엄을 단체종목에서 개인종목으로 확대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역시 스포츠맨십으로는 불가하나 개최지의 노고, 체육 열세지역의 사기 앙양책으로 굳이 인색하고자 할만큼 협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최지 우승을 거들기 위한 경기진행의 불공정, 판정왜곡이 해도 심한데 대해서는 한국체육의 미래를 위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 체육의 본산인 대한체육회가 어쩌다가 이같은 것을 묵인하거나 방조했다는 말을 듣게 됐는지 실로 걱정된다. 예컨대 개최지 선수의 현저한 실격 요건은 눈감은채 우승으로 돌리고, 떳떳이 우승한 선수는 종합우승을 저지할 특정지역 소속이어서 억지 실격시킨 판정기준이 무엇이었던가를 묻고자 한다. 산하 가맹단체에서 한 일이므로 대한체육회는 몰랐다고 해서는 안된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불공정행위 규탄, 판정시비가 많았던 사실을 대한체육회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체육회에 돌아가는 사실을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경기도 선수단이 6연패 목표를 이루지 못해 이런 고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달성한 5연패의 위업만으로도 경기체육의 자긍심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마저 이 모양이라면 국내 체육이 오염돼 오점으로 점철될 것을 심히 우려해 지금이라도 부끄러움을 아는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체육인은 비겁한 승리보단 당당한 패배가 더 값진 것으로 아는 스포츠정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줄로 믿는다. 경기도선수단은 악전고투 끝에 비록 3위에 머물긴 했으나 사실상 우승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귀환하는 선수단에게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지역사회가 보내야 할줄로 안다.

고이즈미 ‘빈손’訪韓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방한은 예상대로 기왕 예정된 일정을 마지못해 이행하는 모양새 가꾸기의 인상을 남겼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의전상 극진한 예우를 그가 갖췄을뿐 현안사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회피하였다. 초미의 관심사인 남쿠릴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배제 같은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바란다”는 지극히 원론적 입장표명에 그쳤다. 이밖에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도 이런 수준에 머물러 딱부러진 현안사항 해결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한국인의 일본 입국비자 면제, 김포공항과 하네다 공항간 셔틀항공기 운항에 그의 긍정적 답변이 있었던 것은 일본이 손해볼게 없다는 판단에서 가능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관련,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참배했다는 것 역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라는 것도 새로운게 없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데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말은 말만 앞세운 것으로 전에도 많이 들었던 얘기다.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일제의 잔혹상이 서린 옛 서대문형무소 독립공원을 방문하는등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언행은 짧은 방한기간중 시종 정중하긴 했다. 그러나 그가 막상 책임있는 언질을 남긴게 없는 것은 표리가 같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일의 국민정서를 말로 무마하기 위해 적당히 다녀갔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21세기 동반자관계의 선린국 유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심히 의심된다. 호혜의 인식보다 우월의 잠재의식을 떨치지 못하는 선린관계란 존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외교 당국자간에 현안해결의 실무접촉을 갖는다 해도 이런 실정에서는 전망이 어둡기만 하다. 이 정부들어 유별나게 대일외교에 약하다. 그 이유가 만일 대북 햇볕정책에 일본의 지지를 계속 얻기 위해서라면 외교빈곤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국익의 평준화를 도모하지 못하는 외교는 굴욕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사에 얽매여 매사에 일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에 관한한 사사건건 뒷북치는 외교 또한 각성해야 할줄 안다. 정부는 대일외교에 좀더 역동적이고 앞서가는 비전을 지녀야 하는 사실을 고이즈미 방한 결과가 일깨워준다.

지방의원들 自省바란다

지방의원의 도덕성과 자질문제가 또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91년 기초의회가 첫 개원된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기초의원들이 아직도 범법·불법행위로 구속되거나 입건되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 주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최근의 보도를 보더라도 과천시의회의 전 의장 등 의원 2명이 업자로부터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조례의 통과를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평택시의회 의장 선출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현직 의장이 법정구속 됐으며,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3명의 의원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 원조교제 혐의로 구속된 용인 시의원이 낚시터, 임대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로 추가 입건되기도 했다. 이같이 부정부패 사기 등 범죄행위와 관련돼 구속된 지방의원이 지난 98년 민선3기 이후에만도 40여명에 달한다. 이렇게 표면에 드러난 범법행위는 아니더라도 지위에 상응한 품격을 잃고 도덕률에 크게 벗어나는 행태를 보인 의원도 적지 않았다. ‘전체의원수’에 비해 극소수라는 말로 호도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때문에 국민은 이미 지방의회로부터 도덕성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회 일각에서 지자제의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다. 지방의원들은 이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를 위해 주민이 뽑은 지역민의 대표이다. 주민들이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봉사와 희생정신, 그리고 도덕성의 확립과 민주정치에 대한 신념과 시대적 책무에 대한 자각이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은 주민들의 권익신장과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양심껏 일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의원에 대한 기대와 책무가 이러하거늘 이들중에 범법자나 부도덕한 사람이 끼어 있다는 사실은 지역발전을 위해 크게 잘못된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인품도 자질도 떨어지고 그같이 부도덕한 처지에 분수도 모르고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그들의 배짱이 개탄스럽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비관적 현상에 낙담하고 장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때 일수록 의원들은 진정한 봉사자로서 남다른 소명의식을 갖고 사심없이 헌신할 것을 다시한번 다짐해야 한다. 오로지 주민의 심부름꾼임을 잠시도 잊지말고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지방의원들의 자성과 분발을 다시한번 촉구해 둔다.

인천항 활성화에 정부가 지원을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주최로 최근 열린 ‘동북아 허브항만(Hub - Port)지향 인천시민 대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장들은 정부가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된다. 수출입 업체들이 밀집한 인천·경기·서울·충남지역 등 중부권의 물동량을 기반으로 한 수도권 허브항만이 시급히 건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한 것은 이 항만이 건설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연간 물류비절감 효과가 4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인천항과 평택항을 연계하는 허브항만 건설은 상하이항 등 세계 일류 항만과의 경쟁을 위해서도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허브항만 개발은 중부권 화물처리뿐만 아니라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환적항만으로서의 성장 잠재력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평택항이 곧 평택항만청으로 별도 설립되는 등 발전을 거듭하는 데 비해 인천항은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인천항 개발 등 대단위 투자가 필요한 곳에 정부지원은 물론 민자유치도 어려운 실정이다. 인천항은 중국 경제의 급부상과 남북경협 확대로 인해 물동량과 그 위상이 더욱 높이질 게 분명한 데도 갑문식 항만이라는 특성때문에 물류비 과다발생이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인천항은 중앙정부를 비롯, 인천시·항만관계자·항만업계 등이 결속해 이용료 인하, 항만 추가개발, 하역장비 현대화 등을 조속히 실현해야 앞으로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중간 화객항로의 경쟁력을 조속히 확보하고 컨테이너 운임덤핑 방지, 인천항 국제여객부두 및 터미널 증축 등도 매우 절실한 일이다.남·북항 및 남외항의 조기건설이 선결과제가 되는 이유는 이 곳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구축, 정기항로의 모항역할을 맡기는 동시에 내항과 외항의 기능을 전면 재배치하는 전체적인 항만개편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삼남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와 같은 인천항 문제에 대하여 “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북항개발과 한·중컨테이너항로 개설, 삭감된 항만개발 예산 확보 등 현안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동북아 허브항만을 지향하는 인천항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천시와 항만당국의 자구적인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절실한 것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다. 아무쪼록 인천시민대토론회에서 나온 주장들이 정부 정책에 효율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이산가족상봉’ 그래도 추진돼야

정부가 금강산사업 회담 연기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측이 돈이 되는 금강산관광사업 회담은 하고 돈이 안되는 4차 이산가족상봉은 제멋대로 미루고 나오면 마땅히 대응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벌써 남측도 발목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형국이긴 하나, 돈 챙기기에만 급급한 정치적 상술에 덮어놓고 끌려갈 수는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정이 계산한 소요액만도 4천억원에 이르는 30만t의 식량지원 또한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의 인도주의를 외면한 터에 무작정 인도주의에 입각한 대북 식량지원을 계속 하는 것은 걸맞지 않다. 대화와 교류, 협력은 서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기 일쑤인 북측의 횡포를 수용 하는데도 한계가 없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상대를 믿고 의논할 수 있는 것인지 회의를 떨치기가 어렵다. 북측이 밝힌 ‘비상경계 태세의 삼엄한 분위기’란 실로 황당하다. 미국이 당한 테러의 보복으로 대 아프간전쟁이 벌어진 후 경계태세를 강화한 것은 테러에 대비키 위한 것이다. 북측도 잘 알다시피 내년엔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린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큰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다. 비상경계를 강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경계강화는 북측 말대로 ‘우발적인 사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데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면 돼 서울방문에 아무 지장이 있다할 수 없다. 그런데도 ‘살벌한 경계’‘삼엄한 분위기’니 하는 조평통의 과장된 표현이 나온 것은 유감이다. 정부는 강경대처와 함께 북측을 설득하는 노력이 병행되길 바란다. 남북문제는 감정적인 생각이 들어도 감정적으로만 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북측당국은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대화상대의 실체이기 때문인 것이다. 북측 역시 내부의 정치적 사정으로 부득이 대화의 판을 깰 수밖에 없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공연한 구실로 더이상의 피로감을 갖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 정부가 그동안 남북협력을 위해 북측에 쏟은 성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결과 보여주는 북측 자세가 겨우 이 정도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4차 이산가족 상봉일정이 조속히 다시 잡히기를 기대하면서 5차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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