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학생 지문채취라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학교가 학생을 범인 다루듯 지문을 채취한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군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차량 3대가 학교 뒤편 5층 건물에서 떨어진 타일조각들로 앞 유리창과 보닛이 파손되자 이를 학생들의 짓으로 보고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6학년 전학생을 대상으로 지문을 채취했다는 것이다. 사건 경위는 간단하지만 학교가 수사기관에서나 하는 지문채취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학교의 역할이 학생을 보호하고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인데 교사가 어쩌다 수사기관이 현행범이나 형사 피의자들에게나 하는 지문채취를 제자들을 대상으로 하게 됐는지 교직자들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날로 메말라 간다지만 ‘사람’을 키워내는 학교는 사회와 무엇인가 달라야 한다. 학교 내에 사랑과 믿음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스승과 제자, 급우와 급우들끼리 서로 아끼고 신뢰하지 않으면 학교라고 부를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학교내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비교육적인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는지 우려를 갖게 한다. 또 학교의 교육적 지도력이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학교측은 교사 차량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자 수업시간에 타일에 남아있는 지문과 대조하기 위해 지문을 채취해야 한다며 6학년 180명 전원을 대상으로 강제로 지문을 채취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차량파손 학생을 찾게 되면 경찰에 신고하고 교내방송으로 공개해, 망신을 주겠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학교측은 생활지도 차원에서 차량파손 학생을 찾기위해 지문을 찍게 했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당치도 않은 말이다. 학생들이 설사 장난치다 차량을 파손하는 일을 저질렀다 해도 선도위주로 다뤄야 할 대상이다. 아직 인격과 신체가 덜 성숙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이 ‘경찰에 신고’운운하며 학생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것은 교육자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기가 지도할 책임이 있는 학생을 경찰에 알려 처벌하겠다는 것은 교육상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그것은 교사들이 학생지도를 자포자기하는 것과 같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통제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교육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교육당국은 지문채취 경위를 철저히 조사, 다시는 이같은 비교육적 행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양경찰 전력, 현대화 시급하다

나날이 급속도로 변하는 국제해양환경에 대비한 해상영토 수호가 중차대한 오늘날 해양경찰의 전력이 너무 허약한 것으로 드러나 믿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 정부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 국토의 현실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이 간다. 최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그동안 해양경비상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이 발생했었지만 아닌 말로 그만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감에 의하면 한·일어업협정에 이어 지난 6월 30일 한·중어업협정의 발효에 따라 해경의 경비영역이 종전의 12해리 영해기준에서 남한 전체면적의 4.5배에 달하는 80∼100해리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신속하게 단속하고 우리 어선의 안전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경비체제가 너무 부족하여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는다. 특히 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경비함정 236척 가운데 배타적 경제수역(EEZ)출동이 가능한 200t급 이상 경비함정은 50척이고 이 가운데 높은 파도나 안개 등 기상악화 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1천t급 이상 대형함정은 4척에 불과해 1척당 577㎢의 거리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더욱 불안한 것은 100t급 이상 경비정에 구축된 주력 장포의 경우 전체 196문 가운데 180문이 지난 1942∼1945년에 제작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군으로부터 인도받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또 먼 바다에서 해상경비가 가능한 200t급 40%인 20척이 선령 20년을 넘긴 노후선박이라는 것이다. 해양경찰청은 오는 2004년까지 1천t급 6척, 1천500t급 4척, 3천t급 2척, 5천t급 1척 등 모두 13척의 대형함정과 항공기 3기, 헬기 3기 등 15대의 항공기를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예산확보가 불투명해 과연 예정대로 시행될는지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미군으로부터 인도받아 내구연한이 초과된 경비정들이 해상경비에 투입되다보니 고장 잦은 경비정이 1999년 81척, 2000년 50척 등 매년 21∼35%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해상전력 확보는 서해, 남해, 동해를 지켜야 하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상 매우 중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정부는 국감에서 드러난 해양경찰청의 문제점인 부족인력 확충은 물론 노후선박의 교체와 함께 함정의 현대화에 대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쓰레기 봉투값 인하가 준 교훈

그동안 수원시민의 최대 관심사였던 쓰레기 봉투값이 40% 인하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수원시가 25일 쓰레기 봉투값 인하를 골자로 하는 ‘수원시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개정안을 심의·의결함으로써 오는 11월 20일부터 100ℓ짜리 쓰레기 봉투는 현행 5천원에서 3천원으로 인하되며, 동시에 이미 구입한 쓰레기 봉투에 대하여는 차액만큼 새 봉투로 교환해주거나 환불해 줄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선 수원시의회의 결의로 쓰레기 봉투값이 인하된 것에 대하여 환영한다. 지난해 10월 수원시가 쓰레기 봉투값을 평균 117% 인상하여 시와 시민들간에 첨예한 갈등이 제기되었다. 특히 수원경실련, 수원여성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근거없이 급격히 인상된 쓰레기 봉투값 인하를 위한 시민연대를 조직하여 무려 9개월 동안 강력한 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이번 봉투값 인하는 비록 수원시의회에서 조례 개정을 통하여 단행된 조치이기는 하나 시민들의 지속적인 인하운동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기에 무엇보다도 의미가 깊다. 이번 쓰레기 봉투값 인하를 주도한 시민운동은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 가리지 않고 수원시내 곳곳에서 전개되었다.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서명운동은 15차에 걸쳐 전개되어 수많은 시민들이 호응하였으며, 시청앞에서 1인 릴레이시위를 무려 20일간 전개하였고 또한 관계기관들과의 면담, 시민공청회 등 수많은 과정을 통하여 결실을 맺은 것이다. 따라서 쓰레기 봉투값 인하는 시민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오랜 투쟁과 시민적 합의를 통하여 이룩하였다는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값진 시민의 승리인 것이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권익쟁취를 위한 운동은 지속될 것이며, 이는 민주행정의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쓰레기 봉투값 인하를 계기로 수원시는 앞으로 겸허한 자세로 시민들의 의견을 행정에 최대한 반영하는 태도를 취해야 된다. 그동안 쓰레기 봉투값 인상으로 시와 시민간에 얼마나 갈등이 심화되었는가. 미래를 예견하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치 못하는 정책은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행정당국은 직시해야 될 것이다. 시민들도 쓰레기 봉투값 인하에만 자축하지 말고 늘어나는 쓰레기를 시민 스스로 줄여 나가는 운동을 전개해야 된다. 결국 쓰레기 문제는 쓰레기 발생의 주체인 시민들에 의하여 야기됨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도박 40억

국내 굴지의 골프장 재벌로 알려진 신안그룹 박순석회장의 수십억대 내기 골프사건이 일반 시민을 울분케 하고 있다. 특히 박회장이 신안그룹 계열회사들로부터 하도급을 받으려는 하청업자와 납품업자, 그리고 금융할인을 원하는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를 상대로 거액의 내기 골프를 벌여 반강제적으로 돈을 갈취한 것은 공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수원지검에 따르면 박회장은 신안그룹의 하청업자들과 ‘백두회’란 모임을 만들어 이들과 광주·안성의 자신소유 골프장에서 1주일에 두세 차례씩 1타에 1백만원대의 거액 내기 골프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월부터 내기 골프에서 오간 돈이 자그마치 40억원대에 이르러 엄청난 액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업자들이 내기 골프를 하면서 박회장에게 무조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잃어주는 접대성 골프를 쳤다고 하니 대기업의 횡포와 하청업자들의 설움이 어떠했었나를 짐작케 한다. 신안그룹에 목매어 사업을 해야 하는 경제적 약자들을 내기 골프의 제물로 삼은 것은 기업인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악랄한 수법이다. 더욱이 가증스럽고 파렴치한 것은 준비한 돈이 바닥난 업자들에게는 고리(高利)로 돈을 꿔주며 내기 골프를 계속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자신의 골프장 사무실에 도박장을 개장, 한판에 2천만∼3천만원의 포커 도박을 알선한 뒤 2억여원의 개평을 뜯어 후안무치의 극치를 드러냈다. 박회장이 벌인 이같은 내기 골프는 말이 내기이지 강도행위나 다름없다. 또 하청업자들에게 포커판을 제공하고 억대의 ‘고리’를 뜯은 것도 마찬가지다. 순수 스포츠로서의 골프가 일반 대중에게 거부감과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까닭은 바로 이따위 변태적 악용이 성행하는 탓이다. 물 쓰듯 돈을 쓰는 것을 호기로 착각하며 때를 가리지 않고 여유만만하듯 골프장을 드나들며 내기 골프나 한다면 누구라도 곱게 보아줄 수 없을 것이다. 골프도박의 또다른 해악은 틈과 여유가 있으면 놀고 먹어도 좋다는 그릇된 인식을 자칫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회사대표가 팔자 좋게 내기 골프나 하고 있는 사이 종사자들의 근로의욕이 점점 기울어질 것은 자명하다. 멀쩡한 스포츠를 도박판으로 탈바꿈 시키는 무절제와 탈선은 이제 골프인 스스로가 나서서 추방해야 한다. 특히 하청업자를 내기 골프에 끌어들여 갈취하는 따위의 대기업 횡포는 사회악 척결 차원에서 중벌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판공비 공개, 왜 계속 거부하나

경기도내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그동안 판공비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 공개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인 밀실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이해못할 처사다. 최근 판공비 등 공금 사용은 물론 각종 행정사항도 공개하는 추세가 전국적인 현상인데 안양·성남·과천시 등이 판공비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밝히라는 시민단체들의 거듭된 요구를 계속 묵살하고 있는 것은 타당치 못하다고 본다. 안양시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판공비 사용대상을 파악하기 위한 인적사항 열람·복사를 요구해온 안양지역 시민연대의 요청을 거절하고 있으며 성남시와 부천시도 지역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온 판공비의 구체적인 사용내역 공개 주장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 감사기관보다 심한 시민단체들의 지나친 자료요구가 전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들이 거부이유로 내세운 ‘시정수행 장애’또는 ‘판공비 접대 대상자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등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판공비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사적으로 쓰는 개인돈이 아니다. 공적업무 수행을 위한 공금이다. 따라서 사용내역 제시를 요구하면 당연히 용처를 밝혀야 하는 것이다. 특히 판공비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내용에 대한 공개는 투명행정을 실천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단 판공비 뿐만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행정기관들이 정보공개에 인색한 것은 공연히 의구심만을 자초할 뿐이다. 안양지역시민연대와 성남시민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성남·안양·평택시 등을 상대로 시장과 시의회의장의 업무추진비 공개 소송을 벌여 최근 잇따라 법원으로부터 모두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그런데도 일부 지자체가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행정력 소모가 아닐 수 없다.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시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는 수원시의 경우도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난받는 터에 공개가능한 정보마저 거부한다면 불신만 증폭시킬 것이다. 지자체들은 판공비 등 행정정보를 떳떳하게 공개하여 투명한 행정을 펴나가기 바란다. 적절하게 집행했다면 판공비 공개를 왜 계속 거부하는가.

추석대목의 속임수 商術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를 찾는 이유는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제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신뢰감 때문이다. 그런데도 추석 대목에 편승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속임수 상술이 또 극성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요즘 추석 특수를 노린 대형 유통업체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상품목록과 가격을 매긴 홍보전단을 주택가에 대대적으로 뿌리고 있으나 실제 매장의 판매가격이 홍보전단에 적힌 가격보다 비싼가 하면 일부 선물세트는 낱개로 살 때보다 훨씬 비싸 소비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또 과대포장된 선물세트의 내용물이 부실해 선물을 고르는 고객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내로라 하는 유명 대형 유통업체들이 싼 가격을 매긴 상품 홍보전단으로 고객을 유인해놓고 실제로는 그보다 비싸게 파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속임수 상술이다. 또 부실한 내용물을 과대포장해 파는 것도 소비자를 우롱하는 후안무치한 눈가림 상술이다. 내용물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파는 선물세트는 그 상당부분이 물건을 사는 사람과 먹고 사용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속임수가 통할 수 있게 마련이다. 돈을 쓰는 사람과 먹고 이용하는 사람이 다른만큼 품질에 대한 불만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린 속임수는 비윤리적이고 파렴치한 행위다. 시장에서 단 몇푼을 깎기위해 실랑이를 벌이던 사람들도 대형 유통업체의 정찰제로 된 상품을 군소리 없이 사는 것은 대형 유통업체의 명성과 그에 따른 공신력을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용부실한 상품의 과대포장 판매행위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그런 믿음을 송두리째 짓밟는 배신행위로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신용사회의 정착에 앞장서야할 대형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를 속이고 공신력을 스스로 실추시키는 것은 어떤 명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할 수 없다. 적어도 국내 굴지라는 간판을 버젓이 내건 유명 유통업체라면 그 안에서 팔리는 상품의 질과 수준 및 가격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며 그것이 곧 대형 유통업체의 명성과 공신력을 지키는 일이다. 돈을 벌기만 하면 된다는 비도덕적 풍토는 결국 업계 자신의 장래를 망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관계당국 또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속임수 상술을 감시 또는 제재할 수 있는 기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야당의 대북 쌀지원 헤프닝

한나라당이 북한에 쌀 200만섬을 지원하자는 제의에 대해 한나라당내는 물론 자민련의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자 신중대처키로 한 것은 지당한 일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재고쌀을 줄여 쌀값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식량부족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에서 나온 것인데 그것이 그동안 한나라당이 비판해온 퍼주기식 지원으로 비쳐진 것은 분명 잘못이며 정책결정과정에서 당내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일부 의원들이 지금까지 정부가 북한에 대해 상호주의가 아닌 일방적 ‘퍼주기’식으로 지원한 것을 강하게 비판해온 한나라당이 갑자기 정책을 변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대에 나선 것은 옳은 일이었다. 더구나 당내에서조차 공론화 과정없이 일부 당 간부들에 의해 정책이 결정된 것에 대해 이는 민주정당으로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반발한 것도 또한 당연하다. 우선 우리는 이번 한나라당의 대북 지원정책이 정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당내에서조차 특별한 공론화 과정없이 결정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치 않을 수 없다. 재고쌀 활용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문제를 검토하라는 당 총재의 지시에 하루아침에 기본방침에 대한 설명없이 지원규모를 발표한 것은 지금까지 대북 지원에 대해 ‘퍼주기’라고 강하게 비판해온 한나라당의 입장을 감안하면 상식밖의 일이었다. 아무리 농민을 위한다는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대북 쌀지원에 대해서만은 당내에서 충분하게 의견수렴을 했어야 옳았다. 현재로서는 농민들의 쌀 생산 의욕과 재고쌀 처리를 위해 대북 쌀 지원은 단기적 차원에서 필요하다. 더구나 북한이 식량부족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인도적 차원에서 쌀 지원은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쌀 지원과 같은 정부차원의 대북 지원방식은 국회에서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명실공히 제1당으로서 당론 결정과 의정 수행에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된다. 당리당략에 따라 지도부가 졸속으로 당론을 변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대북 쌀지원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같은 조건의 충족을 위해서도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대북정책 수행에 있어 올바른 자세이다.

대우차 부평공장과 협력업체

대우자동차의 GM 일괄 매입에서 제외된 부평공장은 어떻게든 회생시켜야 한다. 현지 소식은 부평공장 근로자들이 불확실성의 불안속에서나마 그래도 재기의 의욕을 다짐하고 있다고 전한다. 앞으로 본계약 체결에서 생산량을 얼마나 위탁받을 수 있느냐가 부평공장의 미래와 직결되므로 정부와 채권단은 지금부터 이에대한 각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협력업체에 대한 대책도 마땅히 수반돼야 한다. 매출부진 등 장기적 피해 우려속에 자금 사정이 상반기보다 악화된 가운데 가동률은 60%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대우차로부터 받지못한 정리채권 해결이다. 궁금한 것은 8천500억원에 이르는 정리채권의 책임소재다. GM이 인수하든지 아니면 대우차 매각대금으로 우선변제 해줄 것을 정부와 채권단에 요구하는 협력업체들의 주장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것도 최대한 이른 시일안에 해결돼야 한다. 경영압박의 고통에 겹친 금리부담은 단 한달, 하루가 급박한 실정이다. 열심히 일해 부품을 납품해온 협력업체들이다. 대우차 부실과는 아무 상관도 없고 책임도 없는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닥친 모(母)기업의 불행으로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다. 법률상으로나 사실상으로나 가장 먼저 구제받아야 하는데도 무작정 해결이 지연되는 것은 사리가 아니다. 정부와 채권단은 GM의 대우차 인수양해각서(MOU)에서 부평공장이 제외된 이상 부평공장의 장래를 하루빨리 정확히 해둬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평공장 근로자들과 협력업체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도 언급했지만 채권단 소유의 신설법인 설립, 채무조정, 법정관리 졸업의 수순을 명확히 가시화 하는게 급선무인 것이다. 일찍이 김대중 대통령은 “부평공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살릴 것”이라고 다짐한 바가 있다. 대통령의 이같은 의지를 구현하는 관련부처의 후속 대책이 가장 절실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부평공장의 재기는 부평공장 및 협력업체의 고용안정 기반이 서야 가능하며, 이를 위한 미래의 가능성을 정부와 채권단이 제시해줄 책임이 있다. 대우차 부평공장은 GM의 대우차 인수가 문제해결의 종말이 아니고 문제해결의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대우차 부평공장은?

빚더미 대우차이긴 하지만 헐값에 팔고도 잘 팔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경제사정이다. 이 틈을 탄 제너럴 모터스(GM)는 매각협상에서 우리 정부와 채권단에 효율성을 내세워 부평공장 등을 제외하는 압박을 가했다. GM이 인수양해각서(MOU)에서 밝힌 인수대금 12억달러는 1999년 1차 협상때 제시한 수의계약 금액보다도 낮고 포드가 제시했던 금액보다도 약 1억달러가 낮다. 법인세 10년 감면등 각종 국세 및 지방세의 파격적 특혜속에 투자 또한 인색하다. 인수대금 12억달러 가운데 GM 투자는 사실상 4억달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벌어서 갚겠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우선주로 받게돼 사실상 신규 여신이라 할 수 있고 신설법인의 시설 및 운영자금도 채권단에 전가했다. GM이 돈을 벌어 인수대금을 다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GM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단이 적극 도와야할 처지가 됐다. 만약 GM의 경영이 잘 안되면 우리는 대우차를 팔고도 고스란히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약 1년반을 끌어온 대우차 매각 협상이 결국은 이모양이 됐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심각한 것은 지역경제와 밀접한 부평공장이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부평공장은 6년간 위탁경영을 한 뒤에 수익성이 보장되면 그때 가서 매입한다는 것이 GM의 입장이다. GM이 본 부평공장의 문제점은 두가지다. 노사관계의 불안과 신규확장의 어려움이다. 과거와 같은 강성 일변도 노동운동의 결과가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성찰은 노조가 판단해야 할 것으로 안다. 신규확장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GM 관계자들은 부평공장이 도심 가운데 위치한 제약을 들고 있다. 확장을 위해서는 변두리로 나가는게 불가피한데도 이엔 또 수정법의 제약이 있다. 채권단은 앞으로 부평공장을 떼내어 채권단 소유의 신설법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어 수익성을 전망하는 채무조정을 마친 뒤엔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는 수순을 밟아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절대적 요건이 되는 수익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수정법부터 완화해야 하는 점을 깊이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배려, 노사관계의 안정으로 부평공장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오히려 일괄매각에서 제외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수 있다. 헐값으로 함께 넘어가지 않고 나중에 GM이 오히려 크게 욕심내어 제값받는 부평공장으로 거듭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GM의 국내 진출이 더욱 폭넓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여 자동차 산업이 한층 더 활성화 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경기캠퍼스보다 ‘경기교대’를

경기도가 도의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교육대 설립에 따른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안을 전폭 수용하는 공문을 교육부에 내어, 숙원인 교대설립이 마침내 가시화 됐다. 경기도가 부지를 무상 사용토록 해주면 국가가 379억원의 예산을 투입, 안양시 석수동 구 석산부지 30만7천㎡에 교육시설을 건립해 오는 2005년부터 해마다 500명씩 입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의견이었고 경기도는 이에 기꺼이 동의한 것이다. 교육부의 생각은 종전에 비해 매우 전향적인 것이어서 비록 조건부이긴 하나 그같은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또 고맙게 안다. 사실, 도내에 교대설립이 억제됐던 것은 인구유입 억제시책 때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서울과 거의 버금갈만큼 증가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신규 초등교원을 임용하고 있으면서도 도내에 교원 양성기관이 없어 지방교육 발전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경기도는 서울전입 대기소라 할 정도로 팔도의 교원들로 충원돼 교육자치 취지에 합당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향토의식의 뿌리있는 교육을 하는데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제나마 전국의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도만 교육대가 없는 모순을 타개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다행이다. 그러나 인천교대를 경인교대로 명칭을 바꾸어 경인교대 경기캠퍼스로 출범하는 것은 방법에 좀 문제가 없지 않다는 판단이 선다. 교육자치는 시·도단위의 광역단체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굳이 경인교대로 하는 것보단 인천교대 및 경기교대로 양립, 지역사회의 주체성을 살리는게 합리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교원양성은 교육자치와 직접 상관이 없는 국가업무이긴 하나 그 상징적 의미는 지대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또 인천보다는 경기의 교원수요가 훨씬 더 많으므로 학생수 또한 인천보다는 경기가 더 많을 것에 비추어 볼 때 인천 본교보다 경기 분교가 더 비대하는 것 역시 조직 이치에 맞다 할 수가 없다. 교육부는 관리인력을 절감키 위해 그러는지 모르지만 경인교대 경기캠퍼스로 하나 인천교대와 경기교대로 병립하나 예산이 들기는 오십보백보다. 이는 ‘말 타니까 견마잡히고 싶다’는 속담처럼 분교를 설립해 준다니까 본교 욕심이 나서 하는 말이 아니다. 상호 독자적 발전을 위해 이를 소망한다. 경인교대 경기캠퍼스로 시작해도 언젠가는 인천교대, 경기교대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게 마련이다. 교육부의 화룡점정의 사려가 있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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