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북부의 상수원이자 수도권시민의 휴식처인 한탄강이 죽어가고 있다. 한탄강은 남대천과 대교천, 차탄천, 영평천, 포천천, 신천 등 지류를 끼고 경사가 급한 추가령구조대의 협곡 185㎞를 흐르는 지방1급 하천이다. 그러나 지금은 신천과 포천천, 차탄천 등에서는 물고기를 찾아보기조차 어렵게 됐고 일부 구역의 수질은 5급수라는 최악의 상태를 맞았다. 갈수기인 지금도 악취가 코를 찌르고 물도 땅도 모두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탄강은 환경지도 단속권이 지난해 환경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후 급격히 환경오염이 악화됐다. 양주군·포천군·동두천시 등에 밀집한 피혁, 섬유, 금속, 화학공장 1천200여개 업소가 지방산업단지 입주를 기피한채 폐수를 무단 방류하고 있어도 단속 인력이 크게 부족한데다 이 일대의 12개 하·폐수처리장 시설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섬유·피혁공장이 밀집한 신천의 경우 올해 월평균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21.8PPM으로 지난해의 17.5PPM보다 더욱 악화됐고, 지난 1999년까지 1.3∼2.5PPM을 유지하던 본류 한탄강의 BOD가 올해 3.1∼4.8PPM으로 뚝 떨어진 것 등이 모두 행정상의 허점과 무관할 수 없다. 한탄강 수질이 3∼4급수, 일부 지천이 5급수로까지 전락한 것은 하천수량을 무시한 무분별한 공장 유치와 난개발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 한탄강은 상수원이며 국민관광지이기도 하지만 귀중한 문화유적지이기도 하다. 한탄강 하안은 신생대 제4기 화산 활동에 의한 용암대지와 현무암 대지에 쌓인 범람원층, 용암 분출이전의 단층 침식, 현무암 침식이 복합, 형성됐다. 범람원층인 전곡리 강변에서는 지난 1979년 아슐리안계의 전기 구석기가 발견돼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한탄강을 살리는 절실한 길은 무엇보다 먼저 공장주나 업주들의 자발적인 하천 보존의식이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의 하·폐수처리장보다 지역별로 여러 개의 작은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업체마다 폐수처리시설을 개선하는 것도 급선무이다. 특히 환경부 산하 임진강·한탄강 유역 정화대책본부가 해체되고 환경오염 단속권이 지자체로 이양된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만큼, 이의 부활 및 환원도 고려돼야 한다. 죽어가는 한탄강 살리는 일에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설
경기일보
2001-10-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