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의 허브공항을 자처하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그동안 필로폰 등 마약과 총알까지 출입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인천공항의 보안검색에 구멍이 뚫려도 보통 크게 뚫려 있는 게 아니다. 마약사범들이 중국에서 만든 시가 94억원 상당의 3.12㎏의 필로폰을 지난 6월 중순부터 여행용 가방속에 1㎏씩을 비닐로 포장한 종이상자 안에 넣는 수법으로 밀수했으나 단 한차례의 검색도 받지 않았다니 얼마나 허술한 보안 검색인가. 필로폰 3.12㎏은 약 1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인천공항이 문을 연 뒤 적발된 마약 중 가장 많은 양이다. 마약뿐 만이 아니다. 대학생이 총탄을 지니고 여행가방에 담아 버젓이 출국했다가 싱가포르 공항에서 걸려 인천공항의 보안검색이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보안 검색이 이렇게 허술한 것은 국제공항을 김포에서 인천으로 옮기면서 2002년 월드컵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전까지는 입국자들 누구나 통과한 X레이 문형게이트 등을 아예 없에는 등 검색을 대폭 완화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하물의 20% 정도를 검색한 김포에 비해 인천공항에서는 5% 이하만 실시하고 있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승객이나 수화물도 김포처럼 X레이 검색대나 문형게이트를 통과하지 않아도 돼 특별히 수상한 행동을 하지 않은 한 현장에서 적발하기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검색 업무의 상당부분이 민간 경비업체에 위탁돼 경찰의 범죄수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탁송화물에 대한 이온스캔 검색기도 폭발물 탐지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마약 탐지에는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하니 답답하다. 마약 탐색견도 10여마리에 불과한데다 1분 정도만 검색하면 후각이 마비돼 모든 짐을 검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관절차 간소화를 이유로 개항 때 부터 기내에 휴대하는 수화물에 대한 검색을 하지 않는 취지는 물론 이해를 한다. 그러나 범죄자들은 다수의 편의를 범죄의 수단으로 항상 악용한다. 항공기 내의 위험물 반입을 막는 일과 승객들의 출입국 간소화 쪽에 공항운영의 초점을 계속 맞춰나가되 X레이 검색대를 설치하는 것은 국제공항의 특성상 기본적이다. 마약을 탐지할 성능을 갖춘 이온스캔 검색기와 탐색견의 확충도 시급해졌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할 것을 강조해 둔다.
쌀이 남아돌아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는 누적된 재고 처리를 위해 소비촉진 등 묘안짜기에 골몰하고 있으며, 추수를 앞둔 농민들은 풍년의 기쁨보다는 쌀값 폭락사태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근심이 태산같다. 쌀의 수급상황을 보면 계속된 풍작으로 현재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쌀 재고량이 1천200만석이며 올해 추곡수매가 끝나면 재고량은 세계식량기구(FAO)의 재고 권고량(850만석)의 2배에 가까운 1천500만석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에 반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 96년 104.9㎏, 97년 102.4㎏, 98년 99.2㎏, 99년에는 96.9㎏까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같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재고누적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보관비용 부담은 물론 쌀값 폭락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 처리문제가 심각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한쪽에선 쌀이 남아돌아 처리가 고민인 반면 우리 주변엔 아직도 상당수의 절대빈곤층과 15만명 내외의 결식아동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정부미 재고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길은 없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무튼 쌀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된 것은 그동안의 농정이 너무 주곡증산일변도로 흘러 총체적인 농업구조의 고도화와 경영다각화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결과다. 특히 시장개방이 본격화한 80년대 중반부터 서둘러야 했을 농업구조 조정과 생산기반 투자가 지연됨으로써 농업과 농촌이 변화하는 여건과 시대에 적응하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주곡과 기본농정에 대한 총체적 구조를 재편하는 일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농업과 농촌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농업구조로 전환하는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곡정책이 담당해야할 역할과 기능을 냉철하게 재평가하고 그에 부수되는 연관정책과 소득정책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식량안보측면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비록 쌀이 남아돌아도 현재의 제반 미작(米作)여건이 항구적인 자급을 계속 보장할 것인가, 주곡의 감산정책을 보상할만한 다른 소득정책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도 깊이있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쌀의 가공식품화(2.2%)도 일본수준(13%)으로 끌어올리도록 신제품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동전화는 현대인들의 필수품이 될 정도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동전화는 심지어 어린 초등학생까지 가지고 다닐 정도가 되었으며, 오히려 일반전화보다도 더욱 애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가면 전국민의 이동통신화 시대가 열려 이동전화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시대가 곧 올것이다. 그러나 현재 부과되고 있는 이동전화요금이 형식적으로는 통신회사간의 경쟁체제이지만 실제적으로 독점체제를 이루고 있어 요금의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만 비싼 전화요금을 물고 있다. 대부분 가정에 일반전화는 한 대밖에 없으면서도 이동전화는 가족 수만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매달 부담하는 요금이 적게는 십여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부과되어 때로는 가계운영에 부담을 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요금이 이렇게 많이 부과되는 이유는 무절제하게 사용하는 이동전화 수요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급하지 않은 용무는 물론 쓸데없는 잡담까지, 그리고 옆에 일반전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요금이 비싼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수요자들이 있으니 요금이 비싼 것을 전화회사만 탓할 노릇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은 어느 나라보다도 비싸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이동전화 요금 인하운동을 전개하였으나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 다행히 최근 재정경제부 관계자에 의하면 정보통신부가 이동전화사업자들의 2000년도 결산자료를 토대로 시행중인 각 업체의 원가분석 용역 중간보고서가 이달말께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이동전화 요금을 인하할 방침이라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는 10월말께 인하 예정인 이동전화요금은 10∼20%정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더욱 인하되어야 한다. 현재 각 업체가 지불하고 있는 단말기 폐지에 따른 수조원대의 마케팅비용을 절감하면 기본료 30%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정부도 소비자의 아우성에 못이겨 인하하는 시늉만 하기보다는 철저한 원가분석을 통하여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하해야 된다. 그동안 이동전화업체들이 소비자들을 우롱하면서 챙긴 막대한 폭리를 계산하면 30%이상 인하해야 한다. 소비자들을 봉으로 아는 이동전화 요금체계는 바뀌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국가(위임)사무의 국회 국정감사는 마땅히 있어야 한다. 아울러 고유(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는 부당하다. 한국정치학회의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 개선방안 연구’내용은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3년부터 2000년까지 경기도에 실시한 국정감사 가운데 고유사무가 51.2%를 차지한 것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감사의 대상 조항에 위배된다. 이 법률은 ‘시·도의 고유사무에 관한 국정감사는 지방의회가 구성될 때까지에 한한다’라고 규정하였다. 광역의회가 새로 구성된 게 1991년이다. 지난 10년동안 고유사무에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국정감사는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긴 행위다. 고유사무의 국정감사는 광역의회의 행정감사와 중복됨되므로 거부해야 한다는 그간의 광역의회 주장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 국회의 지방의회 권한 침해다. 또 동일 유사사무의 중복감사로 감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지적하였다. 골프장 건설, 한강수계 난개발 등 사례는 무려 지난 5년간에 걸쳐 거론이 되풀이된 사안이다. 물론 잘안돼 문제점이 여전히 있으므로 되풀이 됐다 할 수 있겠으나 국회가 그같은 국정감사 이후 과연 얼마나 중앙 행정부에 새로운 정책반영을 위해 노력했는가엔 의문이 성립된다. 그저 하기 좋은 말이므로 국감 현장에서만 떠들고 그만두는 국정감사는 낭비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놀라운 것은 국정감사자료 활용의 비효율성이다. 연구내용에 의하면 지난해의 경우, 도에 요청한 948건의 자료 가운데 막상 질의가 있었던 것은 고작 13%에 그쳤다. 물론 요청한 자료가 다 질의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너무 낮은 수준이다. 부실감사임을 반증한다. 자료의 이익단체 제공을 위해 과다 요청하는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사고 있는 것은 국회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지금도 경기도는 얼마남지 않은 올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자료요청 홍수에 매달려 애를 먹고 있다. 본란은 도청 직원들의 이같은 노고에 위로할 생각은 별로 없다. 정당한 자료요청에 부응해야 하는 것은 공무원의 당연한 직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본분도 있다. 과연 필요한 자료요청인가 하는 성찰 촉구와 함께 자료의 국정감사 활용을 앞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한국정치학회가 제기한 문제점을 잘 새겨 올 국정감사는 유종의 미가 있기를 당부해 둔다.
‘육아휴직 급여’를 놓고 정부가 여성들을 우롱하는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노동계와 여성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노동부가 11월부터 시행되는 모성보호관리법에 따라 신설되는‘육아휴직 급여’를 당초 논의됐던 월20만∼25만원보다 훨씬 적은 10만원으로 확정했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부가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근로자의 66.5%가 ‘육아휴직을 평균 4·9개월간 신청하겠다’고 응답해 당초 예상했던 20∼30%를 훨씬 넘었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고용보험 기금의 적자가 우려되기 때문에 육아휴직 급여액을 낮췄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설명은 이러하다. 출산율과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계산하면 연간 2천300억원 가량이 지출될 전망이고 2003년부터는 일용근로자까지 실업급여를 줘야 하므로 현재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재원은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나라에 돈이 없어 못주겠다는 데야 도리가 없다. 그러나 정부가 한다는 일이 도무지 신뢰를 주지 않아 또 한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재원이 남는 게 없다? 그렇다면 사전에 준비도 하지 않고 육아휴직 급여를 신설했다는 말인가. 매사를 그렇게 하니까 정부가 국민에게 욕을 먹는 것이다.정부가 대책도 없이 생색만 내기 위해 모성보호법을 추진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겨우 월 10만원을 주고 모성보호의 사회적 비용 분담이라고 과연 선전할 수 있느냐 말이다. 월 10만원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에도 못미친다는 형편을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알고 보면 더욱 한심한 것은 정치권이다. 예산을 지원할 생각은 안하고 손쉽게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할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일단 시행한 후 실제 지출액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 뒤 차차 액수를 늘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먹구구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10만원 지급의 육아휴직 급여를 차라리 거부하는 것도 지급액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여성계는 인내하면서 최소한 20만원 지급을 주장하면서 추진상태를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제발 생색부터 내고 보자는 식의 제도를 만들어 국민을 기만하지 말기 바란다. 육아휴직 급여는 당연히 공개토론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
보혁갈등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상호 배타적 고정 관념이다. JP(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이 점을 인식하고 있는 보수주의자로 안다. 그에게 확실한 것은 건전한 보수관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김대중공동(DJP)정부에서도 대북관계만은 비교적 건강한 비판을 제기해왔다. 지금은 8·15 평양축전의 일부 방북단 돌출행각의 책임을 물어 야당이 제기한 임동원 통일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에 우당인 민주당과 아직까진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해임건의안은 이만섭 국회의장이 국회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당연한 것이지만 표 대결이 불가피 해졌다. JP역시 문책을 말했던 사람이다. 자민련은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그같은 생각이 민주당의 반대 공작에도 불구하고 막상 표결로 나타날 것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중요의안의 처리를 앞두고 왜 굳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송을 받으며 일본에 갔는지도 의아스럽다. 이완구 자민련 원내총무에게 “알아서 소신껏 처리하라”고 말했다는 것도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JP는 그간 DJP공조에서 때때로 상당한 몽니를 부리곤 하였다. 지난해 4·13총선땐 공동정부 파기선언을 해놓고 다시 회복했다. 최근에는 자신에게 상의가 없었던 오장섭 전 건교부장관의 문책설, DJ의 여야총재회담 제의를 두고 일방적 공조는 공조가 아니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DJP회담을 유보적으로 미루기도 했다. 심지어는 한나라당과의 공조설도 내비쳤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몸값 올리기라는 정가의 관측은 동의할만 하다. 또 이런 것이 국민들 눈에 좋든 밉든 어떻게 비추든지간에 그의 책임에 속하는 정치적 자유다. 그러나 이번의 임동원 통일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는 다르다. 만약 대북관계까지 몸값 올리기 술수로 삼는다면 그는 권력지향을 위해서는 평생의 신념까지 헌신짝 버리듯이 하는 기회주의자로 낙인 찍힌다. JP가 말을 바꾸자면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얼마든지 정치적 둔사를 구사할 수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은 알 것은 다 안다. 자칭 보수원조라고 하였다. 진정 그같은 면모를 보일 것인지, 아니면 불행한 낙인을 자초할 것인지를 두고 보고자 한다.
일부 방북단이 만경대와 백두산 밀영에서 행한 돌출행위를 여기에 구체적으로 예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의 실체다. 만경대정신이나 백두사상이 민족정신이고 민족사상이며, 그리고 그같은 것을 따라 통일운동을 하자고 한다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통일노선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이적단체 구성원도 개인명의나 다른 단체의 이름을 쓰면 실체를 알아도 방북을 허용하고, 또 이들의 대북 사전교신을 알고도 묵인한 통일부의 괴이한 처사다. 이적단체 구성원인줄 알면서 평양에 보내고 법에 위배된 사전교신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면 이는 범법행위나 다름이 없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이런 일이 대한민국 정부부처인 통일부에서 벌어졌다. 마땅히 사법적 검토대상이 된다고 보는 일에 검토는 커녕 빗발치는 임동원 통일부장관에 대한 문책성 경질요구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다. 장관에게 책임지울 일이 아닌 윗줄이 있다는 것인지 뭣인지 도시 종잡을 수가 없다. 종잡을 수 없기는 좌경화 시국 역시 마찬가지다. 좌경화해야 마치 깨인 민족주의자처럼 행세하는 이상한 세태속에 보수는 무조건 반개혁, 반통일분자로 매도되고 있다. 생각하면 큰 신문인 보수언론들을 세무조사란 이름으로 옭아 맨 것도 보수의 목소리를 죽이기위한 책략같아 보인다. 정부는 마지못해 일부 방북단원 가운데 수명을 사법조치하긴 했으나 방북경위 등 일련의 행태는 대한민국 정부에 반하는 자칭 통일운동가라는 좌경인사들을 정부가 앞장서 거들어준 꼴이 됐다. 국기의 정체성이 이토록 훼손되는 사례가 일찍이 없었다. 통일지향의 홍역으로만 보기에는 나라가 너무 어지럽다. 어쩌다가 중구난방이 됐는지 모르겠다는 국민의 탄식이 심히 높다. 이념논쟁은 좌경쪽에서 공격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그에 맞대응해 논쟁을 벌이자는 것은 아니다. 진부한 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국기를 위협하는 것은 방관할 수 없다. 참으로 궁금한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국민에게 분명히 밝히는 게 절실하도록 필요한 단계가 됐다. 더 이상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남북이 접촉하면 할수록 저쪽은 정체성이 부각되는데 비해 이쪽은 정체성이 훼손돼간다. 이를 바라는 대통령이 아닐 것으로 믿고자 하기 때문에 생각을 듣고싶어 한다.
건설교통부가 시화 북측 간석지 317만평을 벤처 및 일반제조시설 용지로 개발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그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 우선 시기적으로 경기도와 판교 벤처용지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한 것부터가 그렇고, 개발내용에 대해 경기도·시흥·안산시와 협의한바 없으면서도 이들과 협의를 거쳤다는 거짓이 의구심을 더욱 자아내게 하고 있다. 건교부가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시화 간석지의 벤처용지 개발계획이 협의과정에서 미리 알려지면 판교에 60만평 규모의 벤처단지 조성을 주장하는 경기도의 반발과 반대를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건교부의 시화 간석지 벤처용지개발 계획은 경기도의 주장을 꺾고 판교를 주거지역으로 개발하기 위한 물타기 책략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이같은 의심은 신임 건교부장관의 발언으로 더욱 굳어지고 있다. 김용채 신임장관은 ‘경기도의 판교 벤처단지 60만평 요구 주장은 신도시개발의 본래 목적과 어긋나기 때문에 도가 이를 고집할 경우 장관직권으로 택지지구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택지개발사업지구 지정을 해당 지자체장과 주민,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고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쳐 결정토록 한 택지개발촉진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법령을 멋대로 무시하겠다는 위험한 독단적 전횡이다. 건교부가 벤처단지 조성을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려 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벤처단지는 입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시화 간석지는 매립지이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 초정밀과 정확도를 요하는 첨단 벤처단지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다. 더욱이 바다와 인접한 지역특성으로 염기가 많아 벤처단지로는 근본적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건교부가 굳이 시화 간석지에 벤처단지를 조성하려는 것은 합리성을 결여한 억지에 불과하다. 또 입주할 기업들이 원하는 판교지역을 배제하고 부적합 기피지역에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판교가 벤처단지 입지로는 최고의 적지라는 것과 60만평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본란이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건교부 당국은 명분없는 단견으로 시행착오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거시적 안목으로 숙고해야 한다. 시화 간석지의 벤처단지 조성계획을 백지화하고 애당초 경기도와 합의한 판교 벤처단지 조성계획을 과감히 추진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