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발표된 대한변협의 결의문과 ‘비전@한국’의 정책대안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일부 단체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5천여 변호사들의 모임인 대한변협이 정부의 개혁조치가 합법성을 무시하고 법치보다는 인치의 수준에서 전개되어 정당성을 잃고 있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결의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지식인들의 모임인 ‘비전@한국’은 ‘언론정국, 어디로 가야하나’에서 정부의 언론정책에 비판을 담은 정책문건을 발표하였다. 이들 발표문에 대하여 청와대와 여권은 특히 대한변협의 발표 배경까지 거론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발표의 정치적 의도까지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국민의 정부 개혁은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오히려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변호사들의 행태라고 비판하였다. 반면 야권은 현 정권이 법을 빙자한 힘의 논리를 내세워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법의 존엄성을 강조한 변협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이를 비난하기 보다는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오히려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대한변협의 발표가 전체 변호사를 대변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많은 법조인들은 변호사들이 올바른 소리를 한 것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전문가집단이나 시민단체에서 비판의 소리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는 집권 후반기를 맞은 정권에서 볼 수 있는 당연한 현상이다. 그동안 실정에 대한 평가와 비판의 목소리이며, 더구나 레임 덕 상황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한국과 같이 다양한 사회적 분화와 갈등을 가진 사회에서 이 정도의 비판의 목소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여 정책에 반영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평가에 있어 우리는 이를 다양한 사회의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자세가 요구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이 극단적인 사고에 의한 편가르기식의 행태는 소모적인 논쟁만 유도할뿐 사회발전에 득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쪽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유연한 자세로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정(司正)바람이 지방에까지 불면서 지방 공직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으면서도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이권부서 공무원 상당수가 휴가를 뒤로 미룬채 사정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부패방지법 서명식에서 국가사정기관을 총동원해 비리와 부정을 척결할 뿐만 아니라 부패가 서식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야겠다는 고강도 사정방침을 밝혔으니 공직자들이 자세를 낮추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가 사정을 통해 부정 부패를 뿌리뽑고 공직기강을 확립한다는 방침을 반대할 이유나 명분은 없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의 부패지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온갖 부정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판이니 사정작업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레임 덕’현상 방지 등 단순히 정권적 차원에서 이뤄져서는 안된다. 정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정말 사정할 곳이 어딘가를 제대로 파악한 상황인식 아래 수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정 때마다 공직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번에도 만만한 공무원만 잡는거냐’는 냉소 분위기가 다시 팽배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정 본래의 목적이나 실질적 성과를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의 예에서 보듯 공직자들이 아무일도 하지않고 눈치나 보는 복지부동의 양태만 확산시킬 수 있다. 이번 사정에서도 이같은 조짐들이 이미 공직사회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상당수 공직자들이 잔뜩 몸을 움츠린채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통령이 ‘이제 권력형비리는 척결됐고 나머지 비리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한 언급에 대해 일선 공직자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번 사정의 목적이 일부의 분석처럼 ‘국면 전환용’또는 ‘통치권 조기 누수 차단용’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권에 대한 사정이 여야간에 편파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특히 여권 핵심부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엄격한 사정을 해햐 할 것이다. 지난날에도 그랬듯이 자칫하다간 정치적 목적의 사정이라는 비난과 함께 사정 자체가 불신받는 역효과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정은 상시적,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엄정한 기준과 형평성 있는 처리로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요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일과를 보면 시장·군수인지 친목단체장인지 구분이 어렵다.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과연 시장·군수의 민선을 계속해야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물론 시장·군수들은 주민들과의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각종 단체의 야유회 배웅 및 야외교육장 방문, 약수터 배드민턴 동호회원들과의 해장국 아침 식사 등이 행정수행에 우선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당사자들로서야 마음이 조급할 것이다. 그렇다고 현안업무를 팽개치고 표심잡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밖으로만 도는 현상은 지나친 것이다. 7월중 경기도에 보고된 기초자치단체장의 주요 일정을 보면 크고 작은 기념식과 간담회, 각종 행사 참여, 특강, 격려 등의 행사가 유난히 많다. 이같은 일정 가운데는 시장·군수가 꼭 챙겨야 할 사안도 있지만 대부분은 ‘표밭관리를 위한 행보’라는데 문제가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외부활동에 치중하다보니 시정·군정의 결재가 늦어져 행정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결재를 대부분 오후에 하거나 공식적인 업무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로 미뤄 각종 민원처리와 사업 집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결재할 시간이 부족하다니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임기말을 앞두고 ‘눈치 행정’을 펼치는 사례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법률적인 하자가 전혀 없고 교통영향평가심의와 건축심의까지 통과했는데도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자 건축허가서를 반려하는가 하면 추진중인 공공건물 신축 이전을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경우도 그렇다. 차기출마를 포기한 일부 시장·군수가 현안사업 추진에는 아랑곳없이 ‘배짱 행정 을’펼치는 행위도 지탄을 면키 어렵다. 이런 인사에게 행정을 왜 맡겼는가 하는 자괴를 금할 수 없을 지경이다. 경인지역은 아니지만 관내 기업의 파업과 가뭄 등 현안문제가 산적했는데 외국에까지 나가서 스포츠경기를 관람하고 아예 휴가까지 즐긴 시장이 있다고 하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소신과 원칙에 따라 지방행정을 처리해야할 시장·군수들이 주민들의 눈치나 보며 일손을 놓고 표만 의식하고 있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눈치 행정’‘배짱 행정’등이 결국은 자승자박하는 오랏줄이 되고 덫이 된다는 사실을 왜 자각하지 못하는지 심히 안타깝다. 차기 지방선거의 재출마, 불출마를 막론하고 책임행정 수행을 거듭 당부해 마지 않는다.
강화 연안어장이 집중호우 때마다 유입된 쓰레기로 황폐화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올해도 수차례 내린 큰 비로 한강과 임진강 등지에서 휩쓸려 내려온 각종 쓰레기가 수천여t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장마때 내려온 쓰레기가 갯벌속에 파묻히고 쌓이면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쓰레기가 퇴적된 갯벌에서 악취까지 풍기면서 연안어장이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런데도 강화군으로서는 인력과 장비·예산부족으로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쓰레기 퇴적층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꽃게잡이용 어구 등이 갯벌속에 파묻히는가 하면 어망이 퇴적쓰레기에 걸려 찢어져 어로에 지장을 주고 어획고가 크게 줄고 있다. 더욱이 갯벌에서 서식하는 어패류가 폐사하는 등 생태계마저 파괴돼 어민들이 생활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문제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최근 수년간 경기북부지역의 물난리 때 한강과 임진강을 타고 떠내려온 쓰레기가 제때 수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해마다 쓰레기가 적체됐고 날이 갈수록 조류에 따라 상당량의 쓰레기가 갯벌에 파묻히면서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속수무책으로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된다. 물론 정부는 내년부터 2005년까지 한시적으로 경기도·인천시 그리고 서울시 등 3개 지자체에 쓰레기 발생비율에 따른 처리비용을 분담시켜 강화연안 쓰레기를 처리할 방침을 세우기는 했다. 본격적인 쓰레기 수거는 내년부터 한다는 복안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어민들의 생계유지다. 쓰레기 수거를 내년 이후로 미룰만치 지금 상황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 망가지는 연안어장 복원은 하루가 급한 일이다. 인력과 장비·예산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쓰레기가 널려있는 갯벌에서 악취를 맡으며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어민의 딱한 처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어장의 파괴를 막고 보존하는 일은 정부의 기본적 의무다. 또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서비스이기도 하다. 당국은 우선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하는 등 특단의 대책으로 당장 연안쓰레기 수거작업에 나서야 한다.
요즈음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만큼이나 공무원사회가 노조 설립 문제로 뜨겁다. 여름 휴가철이기 때문에 비교적 한가해야 할 공무원사회가 노조 설립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열기가 대단하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6월9일 경남 창원에서 6급이하 공무원들의 연대조직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이 노동·사회단체 소속 회원들과 전국 공무원 결의대회를 갖고 공무원노조 설립을 결의하였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 설립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정부는 창원집회가 헌법과 공무원법에 금지된 집단행위이기 때문에 창원 집회 주동자를 실정법에 따라 사법처리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전공련 간부 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였다. 또한 관련자에 대한 징계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하여 전공련은 지난 11일부터 노조 설립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유인물 배포와 항의농성 등을 벌여왔으며, 앞으로 더욱 투쟁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공무원 노조 설립에 대한 논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공무원 노조 설립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며, 이는 많은 이질적 논쟁이 한치의 양보없이 대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하나의 직업인이기 때문에 다른 직장의 직업인과 같이 노동자로서 노조를 설립하여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0년전에 공무원 노조설립안이 통과된 적이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도 선거 공약으로 노조 결성을 약속한 것이므로 노조 설립의 당위성은 사실상 인정된다. 그러나 과연 지금과 같이 정부와 전공련이 서로 일전불사의 자세로 강경한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올바른 처사인지 묻고 싶다. 정부도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있다는 도식적인 주장만 하지 말고 전향적인 자세에서 공무원노조 문제를 검토해야 된다. 전공련도 과거 전교조와 같이 법외노조를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와 투쟁만 하려 한다면 국민들은 특수 신분인 전공련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노조활동 현황도 면밀하게 검토, 각국의 추세도 감안해야 한다. 정부가 약속한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도 조속 마무리하여 과거 전교조와 같은 불행한 사태는 없어야 될 것이다. 제2의 전교조 사태가 나지 않도록 정부와 전공련 모두 상호 양보에 의한 해결이 요구된다.
본란은 지난 5월에 임진강 중·하류와 북한강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북측의 임진강(내평·장안)댐과 금강산(임남)댐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완공된 금강산댐 저수량은 9억t으로 화천댐의 6배 규모다. 45㎞의 지하수로를 통해 물을 동해지역 일원에 공급하면서 발전소를 돌리고 난 물은 동해로 빼내는 것이 금강산댐의 기능이다. 그러나 남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북한강의 화천댐 유입량이 초당 40t에서 7.6t까지 감소된 때가 있었을 만큼 심각하다. 북한강의 건천화 현상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북측은 이로도 모자라 임진강댐으로 안변청년발전소를 돌린 물을 역시 동해로 방류하는 지하수로 터널 52.8㎞를 건설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임진강댐의 저수량은 2천770만t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방류수를 동해로 빼는데 있다. 댐 인근의 광범위한 지역에 농업 및 생활용수로 공급하고 또 발전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능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댐물을 굳이 동해로 빼돌리는 것은 인위적인 생태계 파괴다. 전례없이 바닥을 드러낸 적이 있는 임진강은 앞으로 북측의 터널수로가 완공되고 나면 물구경하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갈수기에는 북측이 수문을 꼭꼭 닫아 임진강이 메마르고 우수기에는 수문을 활짝 열어 홍수가 날 게 뻔하다. 사정은 북한강도 마찬가지다. 이를 모르지 않을 북측이 남한의 치명적 생태계 파괴를 왜 서슴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임진강이나 북한강의 하류지역이 자기네 땅 같으면 감히 그같은 자연파괴를 자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임진강 및 북한강 하류는 한반도의 중핵지대다. 장차 통일 한반도의 중핵지 기능을 삭감하려는 상대적 의도 또한 있어 보인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이 물부족이다. 수도권은 그렇지 않아도 물부족 현상을 앞두고 있다. 가뜩이나 모자란 판에 이대로 가면 오는 2011년엔 수도권의 물 부족량이 11.2억t의 당초 예상보다 약 두배나 되는 21.7억t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하류지역은 어떻든 말든 상관치 않고 강물을 제멋대로 빼돌리는 반자연행위는 지리적 이점을 악용한 폭력행위다. 일찍이 이런 사례를 그 어디에서도 보거나 듣지못한 전대미문의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작 한심한 것은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는 이 정부다.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강력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된 노릇인지 꿀먹은 뭣처럼 입을 다물고만 있다.
노동부가 모처럼 근로자를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 기업주들에게 직업병 예방조치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의 법개정 추진은 최근 직업병 발생의 주요 분야가 진폐나 중금속 등 중독성 질병에서 작업관련성 질환으로 옮겨가는 시점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장기간 컴퓨터 사용 등 단순 반복작업의 증가에 따라 목·어깨·팔 부위가 저리고 아프고 마비되는 경건완장애(VDT증후군)나 중량물 취급에 따른 요통,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뇌졸중, 심근경색 등 근골격계 질환과 작업환경과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하므로써 직업병 감소 및 산재를 예방하는 획기적인 조치로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컴퓨터 사용, 조립작업 등 단순 반복작업을 하거나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해야하는 사업장, 중량물 취급 등 과도한 신체부담이 따르는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작업대를 종업원의 체형에 맞게 조절하고 부적절한 작업자세를 교정하는 등 작업환경을 바꿔야 한다. 특히 뇌·심혈 관계질환 예방을 위해 지나친 업무지시를 삼가고 과도한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무환경 전반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들에게 컴퓨터 조작이나 정밀공작에 의한 건강장해에 대해 예방조치를 하도록은 하고 있으나 권고 수준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근골격계 질환 및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업무 연관성을 입증하기 힘들어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당연하고 늦은 감이 있지만, 법 개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방조치 의무화에 따라 비용부담이 늘어나게 된 해당 사업주들의 반발은 물론 스트레스 예방 조치라는 개념을 들러싼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자는 기계가 아니다. 설령 기계라고 하여도 휴식시간이 있어야 하고 위치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물며 사람이다. 근로여건이 쾌적하면 할수록 작업능률은 오르게 마련이다. 직업병을 유발할 수 있는 작업유형을 명확하게 규정해 사업주들로 하여금 산재 예방조치를 의무화하려는 노동부의 법 개정안은 하루라도 빨리 시행돼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은 사업주들의 협조가 관건이다. 산재를 줄이기 위한 처방은 결국 사업주들에게도 큰 이익으로 되돌아 온다. 아무쪼록 노동부의 법 개정이 성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기초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임명방안을 놓고 ‘시·도지사협의회’와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간에 벌이는 힘겨루기 싸움은 치졸하다. 기초단체장의 독자권한으로 놔두면 광역행정에 어려움이 많다는 ‘시·도지사협의회’주장이나 부단체장을 광역단체장 소속으로 하면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측 요구가 모두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광역행정을 못할것도 없고 지방자치 본질이 훼손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명분없이 다 같이 권한행사를 위한 밥그릇 싸움 양상을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이 문제는 조직원리에 접근하는 것이 순리다. 견제와 협조의 조화는 모든 조직에 요구되는 민주주의 형태의 기본 원리다. 그 어느 조직에도 독단이 용납되지 않는 견제장치와 함께 협조기능을 병립하는 것이 민주주의 조직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관선단체장이 아닌 민선단체장 시대에서는 단체장과 부단체장은 상하관계이면서 견제와 협조의 기능이 병립돼야 역시 이에 합치된다고 보는 것이다. 부단체장이 단체장에게 맹종 하거나 반발만 하는 관계가 돼서는 결코 자치행정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방자치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같은데서는 심지어 재정위기 등 경우에 따라서는 연방정부가 단체장 기능을 대행하는 감독관을 파견하기도 한다. 지방자치는 책임을 수반한다. 책임이행의 성실한 노력은 없이 권한만 고집하는게 자치행정일 수는 없다. 원래 부단체장은 국가직 공무원이었던 것을 이 정부 들어 지방직으로 전환한 것 자체가 잘못된 과잉선심이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와서는 기초단체장의 전횡을 막는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중론적 판단에 따라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 작금의 부단체장 임명방안 건의를 둘러싼 대립이다. 부단체장을 국가직 아니면 광역단체장이 기초단체장과 협의해 임명하는 것을 명문화 하는 검토가 있길 바라는 것이 본란의 생각이다. 협의는 광역단체장의 입지를 강화하는편이긴 하나 그들 말대로 광역행정을 위해 필요해서가 아니다. 조직의 원리를 위해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제발 밥그릇 싸움같은 치졸한 권한게임의 추태를 지역 주민들에게 더 보여주는 일이 없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돼야 유해식품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답답하다. 국내 유명식품회사들이 파는 음료·빙과·과자·면류 제품중 일부가 못 먹는 지하수나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로 제조됐다니 놀랍고 한심스럽다. 이번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적발된 식품제조업체들은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웅진식품 등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에 납품해온 업소들로 경기·인천지역 5개업소를 포함, 15개 업체다. 이들은 식수로 부적합한 지하수를 사용해 음료 또는 빙과류를 제조했고, 허가받지 않은 계란가공품을 과자원료로 사용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로 과자류를 만들어 유명식품회사에 납품했다. 제품별로 적게는 1억원어치에서 많게는 36억원어치나 된다. 결국 상도덕이 마비된 이들은 유명회사의 신용만을 믿고 사먹는 선량한 소비자들의 등을 친것이다. 소비자들이 제품값이 비싸더라도 유명회사 제품을 찾는 것은 품질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명식품제조회사들도 납품받은 제품에 자사 상표를 부착한 이상 불량사기식품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유해한 식품을 만들어 멀쩡한 것으로 속여 파는 행위는 불특정 다중을 겨냥한 간접살인행위와 같다. 그런 식품을 먹을 경우 식중독 또는 세균 감염 등으로 질병을 일으키거나 중금속 중독의 경우와 같이 당장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서서히 건강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량식품에 대해서는 각국이 엄격한 규제와 함께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도 무겁게 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식약청은 이번에 적발된 15개 납품업체를 15일∼1개월의 영업정지를 내리도록 관할기관에 통보했고, 8개 유명 식품회사들은 관리책임을 물어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하는데 그쳤다.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한 간접 살인행위에 대한 처벌치고는 너무나 가볍다. 이런 상황이니 당국의 단속과 처벌이 수없이 되풀이돼 왔음에도 불량 식품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불량식품 제조업자를 사직당국에 고발,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되도록 해야 한다. 미적지근한 처벌로는 악덕업자를 추방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형도 가능토록 관련법규의 벌칙을 대폭 강화하고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재기할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근본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똑같은 타령이 되풀이될 뿐이다.
1인1표제의 비례대표제 배분방식은 정당과 후보자의 지지가 엇갈리는 절반의 선택권을 박탈당할 수 밖에 없고, 무소속 후보에 대한 투표는 비례대표 선출에 죽은 표가 돼 직접 및 평등 선거윈칙에 어긋나므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이의는 있을 수 없다. 현행 비례대표제 선출방식이 이처럼 한정 위헌으로 결정이 남에 따라 인물, 즉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 1인2표제 실시가 불가피하게 됐다. 1인1표제를 유지하려면 비례대표제를 없애야 하겠지만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는 우선 헌법에 명시돼 있고 또 직능대표와 여성의 국회 진출을 돕는 등 본연의 순기능이 있다. 전국구로도 불리운 비례대표제는 한동안 현 위정자가 돈놀음으로 공천, 돈전자 ‘錢국구’라는 비아냥이 나왔을 만큼 역기능이 극심했으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아뭏든 헌재 결정에 따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크게 개정할 필요가 있게 됐다. 국회는 오는 2004년 17대 총선부터 적용되지만 역시 비례대표제를 두고있는 광역의원 선거를 내년 6월로 앞두고 있어 법개정이 촉박한 상태다. 이에 정치권의 충분한 토의가 있어야 할 줄 아나 부작용 또한 적지않을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명부제 도입이 전망되는 1인2표제는 지역감정 완화의 요인이 된다고 말하긴 한다. 민주당은 집권초기 정당명부제를 이런 이유를 들어 주장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나올 수 있다. 지역감정이 아직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선택을 함께하는 새로운 몰표 현상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이같은 현상은 응집력이 강한 지역일수록 더욱 심해 지역감정 완화는 커녕 오히려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가 쉽다. 물론 지역감정 해소의 현명한 의식이 한층 더 유권자 들에게 요구되지만 정치권이 이에 대해 당리당략을 떠난 고려가 십이분 있어야 한다. 또하나 우려되는 점은 군소정당의 난립이다. 정계 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보수정당 끼리의 다당제 폐단을 답습하기 보다는 양대정당 확립이 바람직하다고 믿어온 본란의 생각으로는 군소정당의 난립을 우려치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도 불가하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법보다 중요한 것이 의식이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의식이 따르지 않으면 운용의 묘를 기할 수 없다. 정치권은 물론 법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겠지만 법의 정신을 살리고자 하는 의식개혁이 병행되기를 아울러 당부해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