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思考로 지방화 선도

창간 13주년을 맞이한 오늘은 감회가 유난히 새롭다. 1988년 8월8일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의 열망 속에서 출범한 경기일보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지방언론으로 우뚝 섰다는 자긍심이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경기일보는 사시(社是)로 내건 민주언론구현, 신뢰사회건설, 지방문화창달을 위해 독자들의 격려를 받으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무엇보다 국익우선을 근본으로 하는 가운데 경기·인천지역 주민과 함께 지방자치시대의 동반자로써 지역발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정론직필로 언제나 약자와 서민의 입장에 서서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으며, 어두운 곳은 밝게, 불결한 곳은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하여 전사원이 혼연일체가 되었다. 이와 함께 경기일보는 독자들의 성원과 기대에 과연 얼마나 만족스럽게 부응했는가를 항상 자성(自省)하며 부족한 점을 시정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으나 늘 미련은 남게 마련이었다. 그리하여 경기일보는 창간 13주년을 계기로 다시 한번 스스로의 개혁을 통해 면모를 일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경기일보는 ‘ 사고(思考)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방적으로 ’라는 케치 프레이즈 아래 명실상부한 지방언론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지방시대에 발맞춰 지방자치행정을 주시하는 가운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시대적 사명과 역사 의식을 갖고 불의와 독재에 맞서 한국사회를 선도해왔던 영원한 기자정신으로 언론의 역할을 충실이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언론 여건은 언론개혁과 언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매우 민감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언론이 특권을 감시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언론의 이익과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면 분명한 모순이다. 그러나 언론의 진정한 개혁은 오직 ‘ 자율언론 ’의 성취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이비언론의 문제, 투명해야 하는 경영상의 문제, 해묵은 윤리성 제고의 문제, 양적 팽창에 따른 질적 저하의 문제 등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타율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국내적으로는 지방화시대이며 대외적으로는 국제화시대이다. 이같은 시대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타성에만 젖는다면 한국의 언론은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기일보는 이러한 제반 상황을 극복하면서 보다 정의로운 언론, 더욱 깨끗한 언론, 신뢰받는 성숙한 언론을 구현하는 데 가일층 노력하고자 한다. 언론이 공기(公器)로서 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문제점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창간 13주년을 맞이한 경기일보가 새삼스럽게 언론의 위상과 책임을 천명하는 이유는 스스로 개혁하고 부단히 혁신하면서 경기·인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가운데 독자들에게 더욱 믿음을 주는 신문, 독자가 만족하여 애정을 갖는 신문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와 인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남북교류의 현장이며 통일시대의 중심지이다. 그리고 세계의 관문이다. 앞으로 경기일보는 이러한 경기도와 인천지역의 발전과 1천300만 주민의 복지 향상을 위하여 앞에서 천명한 언론의 사명과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정론을 펼치는 데 가일층 매진할 것이다. 특히 창간 13주년을 맞이해 내건‘ 수도권을 살리자 ’라는 슬로건은 지역발전의 저해 요인인 각종 규제의 굴레를 떨쳐 버리고 역동적인 도약의 발판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기획보도를 통해 경기도와 인천의 정치·경제· 행정·교육·환경· 문화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를 활력화하는 데 앞장 설 것이다. 지역의 풍요와 눈부신 번영을 위해 13년 연륜을 토대로 하여 더욱 패기있고 건강한 언론으로 거듭나는 경기일보에 독자들의 보다 깊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드려 마지 않는다.

北·러 행보 주시해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반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2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시베리아 철도를 따라 9박10일간의 여행 끝에 모스크바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한차례 회담을 하였다. 북한과 러시아의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 국제 전략적 안정화, 그리고 양국관계에 대한 긴밀한 현안 문제를 협의, 이를 8개 조항으로 된 모스크바 공동선언을 발표하여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여러가지 점에서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장기간에 걸친 해외여행이고 금년초 중국을 방문한 이후 연이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이들 국가들이 남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북한과의 관계가 다소 소원하기는 하였으나 전통적인 우방이다. 금년초 중국을 방문하여 개방화 정책을 몸소 체험한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하여 러시아의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한 푸틴과의 유대강화란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공동선언에서 양국은 특히 남북한과 러시아간 철도연결사업에 관심을 표명하였으며,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하여 노력키로 하여 무엇보다도 경제협력의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한 철의 실크로드 재건이 러시아 부흥의 기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북한과의 협력이 긴요한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도착과 때를 맞추어 북한의 대규모 대표단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번 회담이 남북한 관계에 미칠 파장에 대하여 정부는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비록 러시아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를 보냈지만 주한미군 철수에 대하여 러시아가 이해하는 입장을 나타냄으로써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요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군 총참모장이 뒤늦게 러시아 방문에 합류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경제적 유대강화는 앞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에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공연히 김 위원장의 답방만 기대하지 말고 러시아 방문등을 통하여 전개되는 김 위원장의 행태에 대하여 세심한 분석을 통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군수의 선거공약

공약없는 선거는 있을 수 없다. 반대로 공약이 선거의 전부는 아니다. 본보가 어제 보도한 자치단체장 공약 이행실태는 내년의 6·13지방선거에 시사해 주는 의미가 크다. 겨우 20∼30%, 그것도 주로 비예산사업 분야에 걸쳐 이행됐을 뿐이다. 선거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란 말이 나온지는 이미 오래다. 공약이란 으례 그런거라는 관념이 통념화 됐을 정도다. 이때문에 후보자의 공약사항을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는 별로 있을 것같지 않으나 그래도 일별해 보는게 통상이긴 하다. 공약없는 선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약에 대한 주문은 허풍쟁이 후보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보다는 유권자가 허풍공약을 알아보는 의식이 앞서는게 더 중요하다. 우선 백화점의 상품 나열식 선거공약은 믿을 것이 못된다. 그저 듣기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공약은 선거공약일 수 없는 무책임한 소리다. 방대한 예산사업을 내거는 것 또한 십중팔구는 부도수표다. 심지어는 법규에 없거나 법규에 위배되는 선거공약을 표방하는 후보자도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지방자치행정이 소임이다. 중앙의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입법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방재정이 풍족한 것도 역시 아니다. 그렇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제한된 이런 여건속에서나마 자치행정의 능률을 살리는 것은 단체장의 역량이다. 이에 관련한 주민생활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선거공약이 돼야 한다. 유의할 것은 되도록이면 공약은 제대로 이행되는게 좋지만 강박관념을 가져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무리한 예산사업을 선거공약이란 이유로 강행하려 드는 것은 독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공약은 유권자와의 포괄적 사항의 약속이지 개별적 사항의 약속은 아니다. ‘정치인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놔준다고 한다’는 말도 있고 ‘가장 적게 공약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라, 그가 가장 적게 실망시킬 것이다’라는 말도 있긴 있다. 하나, 공약이 선거의 한낱 장식품으로 더이상 필요악처럼 돼서는 안된다. 연륜에 비추어 이제는 지방자치를 좀더 성숙시킬 단계가 됐다. 단체장의 선거공약 또한 걸맞는 공약다운 공약이 나와야 한다. 내년의 6·13지방선거에서는 검증에 자신있는 좋은 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이 제시되면 좋겠다.

주 5일근무제

‘주 5일근무제’에 관련한 대한상의의 우려는 능히 고려할만 하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졸속추진을 우려한 노·사가 오히려 신중을 기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또 연간 휴일수가 165∼175일이 돼 많게는 휴일이 연중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게 대한상의가 제기한 새로운 분석 내용이다. ‘주 5일근무제’는 찬반간에 정밀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처럼 휴가 및 임금구조가 복잡한 형편에서는 ‘주 5일제근무’를 실시하더라도 이에대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놓고 실시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보다 소득이 1.5배 높은 대만의 130일 수준을 넘어서면 국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약정휴가를 연차휴가내에 사용토록 하는 등 휴가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상의의 지적은 이유가 성립된다. 원론적 입장에서는 ‘주 5일근무제’가 나쁜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이를 실시해도 될 단계인가 하는 판단에 대한 속단은 금물이다. 말인즉슨은 노동의 질을 높인다지만 과연 노동의 질이 얼마나 향상될 것인가는 막상 의문이다. 나라빚도 많고 국민의 금융가계 빚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계층간 소득격차는 해마다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런판에 ‘주 5일근무제’를 잘못 실시하면 국민개로(皆勞)의 의무관념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의 일방적 ‘주 5일근무제안’만으로 내년부터 공공부문에 걸쳐 먼저 실시하겠다며 노사정합의를 압박하고 나서는 것은 더욱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OECD회원국 가운데 우리만이 안하고 있다지만 우리는 불행히도 아직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다른 회원국의 절반에도 못미쳐 선진국이 아니다. 일본만 해도 ‘주 5일근무제’를 정착시키는데 11년이 걸렸다. 국내에서 이에관한 논의가 1년을 훨씬 넘겨가며 진행되고 있다하여 초조해할 이유가 없다. ‘주 5일근무제’는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의약분업처럼 또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생안정과 기업활동이 조금도 저해되지 않는 충분한 대비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달말까지 합의가 안되면 정부안을 단독으로라도 국회에 상정시키겠다는 생각은 당치않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의 원만한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

공립 代案학교의 과제

경기도 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공립 대안(代案)학교 설립을 추진, 주목을 끌고 있다. 도 교육청은 올해말 이전 예정인 수원 당수초등학교 자리에 고교과정의 대안학교를 세우기로 하고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행정절차와 함께 교직원배치 및 교육과정 운영계획 등을 수립중에 있어 곧 선보일 대안학교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안학교는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모아 전인교육을 시키는 특성화 학교다. 획일적인 공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교육과정과 학습방법을 자유롭게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고 남을 배려할 줄 알게 하는 인간교육의 장이다. 입시 경쟁도, 시험 스트레스도 없어 개인의 적성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학습장으로 가족적인 분위기속에 모든 학생이 존중되는 학교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이제까지 화성의 두레자연고를 비롯한 전국 11개 대안학교 모두가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모아 교육하기 때문에 그동안 대안학교는 곧 ‘사립’으로만 인식되었고, 공교육과는 대칭되는 개념으로 알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때 경기도교육청이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안학교를 설립해 획일적인 공교육 시스템과는 다른 방법으로 이들을 교육시키려는 것은 과감하고 진취적인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공립 대안학교는 교육내용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교육기관이 운영하는 제도권 학교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거부감이다. 제도권 교육이 싫어서 이탈한 학생들이 공립 대안학교에서의 교육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교육당국은 주입식 교육에 치중하는 일반고교와는 달리 인성과 진로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필수과목 위주의 체험학습과 심성수련에 중점을 둘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안학교란 획일적이고 통제적인 제도교육에 염증을 느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인 만큼 개인적성과 특기를 최대한 살려주는 자유로운 학습분위기가 더 중요함을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엔 획일적인 교육에 적응못하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도 발전적으로 설립하는 문제를 검토해야할 것이다.

안양시장의 경우

주민행정은 성격상 더욱 투명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양하므로 한점 의혹없는 객관적 공정성이 담보돼야 설득력을 갖는다. 안양시가 동안구 비산1동에 조성하는 권역별 주차장 사업은 이런 점에서 문제점이 적잖다. 사업 추진상 땅 매입의 특정 혜택이 일반인에게 돌아가도 불가피성이 명명백백 해야 할터에 현직 시장 형제가 덕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그것도 당초의 주차장 계획 진입로등을 바꾸어 설계변경까지 해가며 시장 땅을 150㎡로 늘린 것으로도 모자라 시장 동생의 땅 142㎡와 건물까지 포함시켜 15억8천190만원규모로 늘린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안양시는 이같은 땅 매입이 정당한 가격을 치르는 것이므로 특혜가 아니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신중대시장이 사재에 손해를 보면서 공익시설에 투입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고, 결코 쉽지않은 십수억원대의 고가매물을 일시에 환금처분 하는 것은 통념상 특혜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또 매입가격의 산출근거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시당국은 주민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모든 구실을 주민에게 돌리고 있지만 객관성이 희박하다. 우선 주차장 부지로 하필이면 왜 시장형제의 땅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수 없다. 선정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했으며 선정은 어디서 했고 경위는 어쨌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밀실결정이란 의혹을 떨칠수가 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설사 시장의 땅이 주차장 부지로 합당했다 하여도 다른 곳을 물색토록 하는 것이 시민이 보기에 좋은 건전한 도덕성이라는 사실이다. 다른데를 물색토록 하기는 커녕 계획을 바꾸어 자신의 땅을 더 사들이도록 하고, 당초에 없던 동생 땅까지 포함시킨 이상한 조치는 시민들이 보기에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마치 행정을 사병화한 것으로 오인받기 십상인 이같은 일은 자치행정의 발전을 위해 지극히 불행하다. 민선 단체장이 스스로가 경계해야 하는게 바로 이러한 점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비산1동에서 절대적으로 시장 땅만이 최상의 주차장 부지는 아닐 것이다. 안양시는 비산동 권역별 주차장 장소를 백지화하고 다른 곳을 찾아보는 도덕적 용기를 갖기 바란다. 주민행정이 투명하지 못해 두고두고 의문을 낳는 것보다는 공명정대하게 처신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안양시의 재고를 거듭 촉구하며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보건소 운영, 너무 열악하다

공공의료의 주축인 보건소에 전문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최근 본보의 보도는 예산부족으로만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절대 아니다. 당장 개선돼야 하는 매우 심각한 사태다. 보건소 의사와 간호사들의 사표가 늘어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특히 인천과 경기도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천의 경우 의약분업 이후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에 대한 진료와 각종 예방접종 등 사회복지 차원의 업무가 대폭 늘어났다. 게다가 일선 병·의원과 약국에 대한 단속업무까지 가중됐다. 그러나 인천의 각 구 보건소 대부분이 의사가 잇따라 사직하는데다 간호사도 크게 부족해 진료는 물론 예방접종조차 감당하지 못할뿐 아니라 저소득층 방문진료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라도 한다. 더구나 각 보건소에 임상병리사, 치과위생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이 거의 배치돼 있지 않다고 하니 한심하게도 보건소 간판만 걸려있는 셈이다. 경기도 역시 보건소 운영이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다. 보건소 의사들이 병·의원 취업 및 개원 등을 이유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도내 39개 보건소 가운데 상당수가 계약직 의사 또는 의무직이 보건소장직까지 맡고 있어 업무가 과중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 계약직 관리의사와 의사직 보건소장들의 연봉이 서울시내 보건소 의사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차이가 있어 근무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서울시내 보건소 의사들은 초임전문의의 경우 5천418만1천원의 연봉을 지급받고 있으나 경기·인천지역 보건소 의사들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보건소들은 예방·위생·방역 등 기초의료는 물론 저소득층 진료까지 차질을 빚는 ‘공공의료 공동화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보건소의 인력부족 현실은 의사들의 잦은 이직에다 최근 수년동안 자치단체의 구조조정 때문에 증원이 불가능한 때문이다. 과거 수차례의 의료파업에서 드러났듯이 보건소 등 공공의료서비스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민간의료가 챙기지 못하는 소외계층의 의료복지를 향상시키는 절대적인 기능이 있다. 앞으로 보건소가 ‘공공의료’기관으로 기능을 완수하려면 예산증액은 물론 질적강화를 위한 의료진 확충이 시급하다. 따라서 보건소의 활성화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대책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열악한 보건소의 운영상태를 하루 빨리 개선할 것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고엽제 피해자 고충 외면말라

최근 고엽제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고엽제 피해자들은 1960∼71년 월남전 참전용사들과 68∼69년 비무장지대 근무 장병들이다. 월남전에만 사용한 것으로 알았던 맹독성 제초제인 고엽제가 우리 비무장지대에도 대량으로 뿌려진 사실이 밝혀진 것은 30년만인 지난 1999년으로 큰 충격을 준바 있다.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은 인체에 흡수되면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 상태에서 10∼25년 이후 각종 암과 신경계 질병과 기형유발 등 후유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후유증이 십수년후에 나타나는 결과 경기·인천지역의 경우만 하더라도 매월 80여명이던 후유증 호소 환자들이 최근 170여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고엽제 후유증이라고 신고한 경기·인천지역 환자는 1만3천800여명으로 이중 의학적으로 입증된 환자는 1천136명이다. 이들은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전상군경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문제는 후유증과 차이가 있는 5천700여명의 후유의증(後遺疑症)환자들이다. 월남전에 참전했거나 우리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한 후 병을 앓고 있지만 그 원인이 고엽제로 인한 것인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국가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훈처는 후유의증 환자들도 신청을 받아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그 액수가 미미해 생계에 별 도움이 안되는 실정이다. 이들 후유의증 환자가 역학조사 결과 후유의증의 원인이 고엽제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돼야 후유증 환자와 동일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 후유의증 환자들이 신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점을 생각해서도 역학조사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후유증 확인을 요구하는 신청자 6천600여명에 대한 확인작업도 신속히 진행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그런 역학조사를 벌여 스스로 입증하기란 비용면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아울러 고엽제 후유증 전후회가 고엽제 제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피해보상청구소송도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호주의 월남전 참전군인들이 79년 고엽제 제조회사들을 상대로한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고엽제 피해자들이 벌이는 신병치료와 생계를 위한 보상청구운동이 더이상 이들만의 외로운 외침이어서는 안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을 도와주고 보상해주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전세값 안정대책 시급하다

이사철이 아닌데도 부동산 시장이 계속 혼돈스럽게 출렁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는 여름철이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은 침체기에 들어서고 따라서 주택 매매는 물론 전세값도 오히려 하락하는 것이 상식인데 요즈음 부동산 시장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투기조짐까지 일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히 요망되고 있다. 서울의 일부 강남지역은 연초에 비하여 매매가격이 무려 50%이상 급등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일부 아파트는 전세값이 매매값보다도 높다고 하니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때로는 ‘묻지마’투자가 있을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서울 뿐만 아니고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조짐마저 있어 더욱 우려되고 있다. 특히 분당, 안양 등지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전철환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제주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전세와 주택매매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유발할 가능성에 대하여 경고하면서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한은 총재는 최근 소비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수출부진과 고용불안으로 경기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경제 관료들에 의해서도 비슷하게 전망되고 있어 참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세대란은 연초에 이미 예견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는 서민들을 위한 소형주택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 차례나 걸쳐 전세 및 월세를 중심으로 한 서민주거 안정방안을 내놓기는 하였으나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98년 경기부양을 내세워 아파트건축에 있어 소형평형의무제를 폐지한 것이 주요원인이다. 이는 대형평형 아파트의 경우 매물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잘못된 주택정책이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장기적 차원에서는 주택보급률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특히 수도권의 주택 보급률은 선진국에 비하여 아주 저조한 편이다. 전세대란을 해결하기 위하여 단기적으로 정부는 저율의 전세융자를 대폭 확대하고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경감시킴과 동시에 수도권의 교통망을 확충하여 출퇴근을 위한 주거영역을 확대시켜야 한다.

가짜 경기米 피해 2천800억

가짜 경기미(米)의 범람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입는 피해가 연간 2천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가짜 경기미 유통으로 인한 피해액 추정은 경기도가 도내 생산량과 시중에서 유통·소비되는 양을 기초로 산출한 수치로 경기미의 명성을 도용한 가짜 경기미의 불법유통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작년 김포 이천 여주 등 도내에서 생산된 경기미는 전국 생산량의 11%인 58만2천t(1조1천700억원)으로 이는 수도권 2천200만명의 3개월치 소비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시중에선 1년 내내 ‘경기미’상표를 부착한 쌀의 유통량이 100만t에 이르러 적어도 30∼40%는 가짜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가짜’가 진짜 경기미로 둔갑, 유통되는 과잉공급과 소비자불신으로 진짜 경기미의 가격이 5∼10% 떨어짐으로써 입게될 농민들의 소득감소 피해는 매년 600억∼1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짜를 진짜 경기미로 속아 구입한 소비자는 40㎏짜리 1포대당 1만∼2만원씩 비싸게 사들여 매년 800억∼1600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가짜 경기미로 인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피해액은 연간 1천400억원∼2천800억원에 이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경기미의 명성을 도용한 ‘가짜’가 판을 치는 결과 본래 경기미의 진가가 훼손됨으로써 입게될 피해가 막심하다는 점이다. 다른 지방 쌀을 경기미와 섞어 포장하거나 아예 타지역 쌀을 경기미로 둔갑시켜 유통시킬 경우 이를 진짜로 알고 구입한 소비자들의 경기미 평가절하가 두려운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소비자들에게 널리 번지게 되면 경기미의 명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경기미의 명성유지는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짜 불법유통 단속을 강화하고 적발된 업자는 실명 공개와 함께 부당이득 환수뿐만 아니라 체형 등으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기미 명성의 손상은 농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전체 도민의 자존심을 훼손시키는 것이므로 도민 한사람 한사람이 감시자가 되어 가짜 경기미 근절에 나서는 일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