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성病, 대책 세워라

여름철을 맞아 물(水)로 인한 각종 질병 발생이 매우 우려된다. 장마철의 수돗물을 비롯 수해지역의 열악한 식수사정이 불안한데다 어린이들이 뛰노는 분수대의 물에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레지오넬라균이 발견됐는가 하면 실외 수영장들이 수질검사를 받지 않고 개장하는 등 위생상태가 극히 불량하기 때문이다. 수돗물 한 가지만 놓고 봐도 국민을 헷갈리게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니 끓여먹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환경부는 소독강화 등 대책을 시행하여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으니 어느쪽 말을 믿으라는 건지 울화마저 치민다. 이런 판국에 분수대 물에서 레지오넬라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날리는 분수대 물 등을 통해 레지오넬라균에 광범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뿐 아니라 실내분수대는 더욱 심각해 어린이와 노약자들의 경우 폐렴과 기관지염 등 치명적인 호흡기 계통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외 수영장 물도 걱정을 더해 준다. 도내 56개소 실외 수영장들이 잇따라 개장하고 있으나 양평군을 제외한 다른 시·군들은 수질에 대한 아무런 확인과정없이 영업개시 통보만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 1999년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완화됐기 때문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수영장 물에 대한 수질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니 도대체 말이 되는가. 그러나 양평군은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중 수질기준을 유지토록 하는 ‘안전위생기준조항’에 따라 개장 전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양평군의 조치를 타당하다고 본다. 오염여부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수영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기 때문이다. 개장 전에 수질검사를 하지 않는 것은 시민의 건강을 방관하는 무책임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법규가 완화됐다면 다시 강화해서라도 수영장 수질검사는 반드시 개장 전에 받아야 안전하다고 본다. 식수는 물론이고 분수대 물이나 수영장 물은 다중이 먹고 이용하기 때문에 수인성 질병 예방에 더욱 세심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보건 당국은 특히 분수대 물에서 발견되는 레지오넬라균에 대한 예방대책을 하루빨리 연구, 발표하기 바란다.

보행자가 길걷기 겁내는 도시

경기도내 도시의 보행환경이 극히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도내 수원 분당 남양주시 등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행환경 안전평가 조사 결과 71.4%가 보행에 위험을 느끼고 있으며, 이면도로에서 차량 경적에 놀란 경험도 96.2%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91.7%가 고인 물에 낭패를 당한 일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입체횡단시설의 이용불편으로 무단 횡단한 경험도 7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이 조사결과는 도내 도시지역 주민들이 걸어다닐 권리와 걸어다닐 곳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계획도시 또는 대규모 도시가 그에 걸맞지 않게 보행자들이 불편하고 불쾌하기 그지 없는 도시로 일그러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건물의 높낮이가 들쭉날쭉 하다거나 변변한 공원하나 없어 도시가 아름답지 못하다는 등의 사치스러운 투정이나 푸념이 아니다. 도시환경의 기본인 도로에서 보행자가 걸어다닐 권리를 잠식당하고 천대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도는 각종 공사로 툭하면 파헤쳐지기 일쑤며, 공사가 끝나 덮어놓은 길은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해 걸려 넘어질 지경이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이곳 저곳에 물웅덩이가 생기고 용케 피해 디딘 보도블록은 기우뚱 흙탕물을 내뿜기 일쑤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시행정의 기본에서 보행자의 존재 자체가 아예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공사를 벌였다 하면 행인이 차도로 밀려나기 일쑤고 가뜩이나 넓지 않은 인도를 잠식해 차도를 확장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길가 상점들은 가게앞에 물건을 내놓아 보행에 불편을 주는데도 단속하는 기미는 없다. 주택가 골목은 좌우로 마구 차를 세워놓아 차량과 행인이 뒤범벅돼 통행이 어려운 상태다. 이같이 혼잡한 이면도로나 아파트단지내 도로에서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질주해 보행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지난해 8월말로 인구 928만명의 경기도에 자동차 보유대수가 240만7천대를 넘어섰다. 이제 자동차 대중화시대에 맞게 운행질서와 법규준수 등 자동차문화 정립이 절실하다. 아울러 당국은 행인이 불편없이 거닐 수 있도록 인도와 횡단보도를 많이 설치하거나 지하차도를 만들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행정은 다수 시민의 편리위주로 구현되어야 한다. 불편없이 걸어다닐 곳이라도 제대로 확보되면 도시민의 삶의 모습은 훨씬 여유로워질 것이다.

질서지키는 휴가 되어야

이번 주부터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중·고교가 지난 주말부터 대부분 여름방학에 들어갔으며, 또한 직장인들도 이번 주부터 대부분 휴가계획을 잡고 있어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금년도 휴가는 최근 발생한 폭우로 인한 엄청난 수해와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건전하고 절제된 휴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휴가라고 하지만 수해에 귀중한 재산과 생명을 잃은 이웃을 생각하여야 한다. 휴가는 특히 직장인들에게 재충전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구조조정 등 어려운 경제환경으로 인하여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대단하다. 따라서 휴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아가 새로운 업무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는데 중요한 효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휴가는 직장인들에게는 생활의 활력소이다. 특히 방학이 되어 오랜만에 가족과 같이 산과 바다를 찾아 휴식을 취하고 가족사랑을 되새기는 것은 참으로 귀중한 시간이다. 휴가때 유적지나 문화시설 등을 방문, 선열들의 위대한 업적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휴가 문화가 경제성장이나 사회발전과 비교하여 보면 때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휴가가 단순히 산이나 바다로 가서 노는 것으로만 흐르고 있어 휴가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휴양지에서 휴가문화를 왜곡, 폭음을 하거나 때로는 패싸움을 하는 사례도 있어 다른 휴가객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휴가철에 교통질서와 환경의식은 아주 엉망이다. 대부분 휴가를 산과 바다로 가기 때문에 다소 마음이 해이되어 질서의식이 떨어지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이기주의적 발상에서 자신만의 편안함을 위해 교통질서와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아 휴가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갓길 운행은 예사이고 심지어 고속도로상에서 식사를 하거나 방뇨하는 행위까지 있어 우리 국민의 수준이 겨우 이정도밖에 되지 않나 의심을 할 때도 있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도 잘못된 휴가문화이다. 올해 휴가는 환경과 질서를 지키는 휴가, 그리고 수해로 낙심한 이웃을 위로하는 휴가가 되어야 한다.

지자체 벌써 ‘레임 덕’ 인가

지방공직사회에 벌써부터 레임 덕(행정권 누수)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누가 새로운 단체장으로 앉게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일손을 놓고 추이를 관망하는데서 빚어지는 레임 덕 현상은 선거철만 되면 으레 운위되는 하나의 고질이다. 그런 조짐들이 지방선거를 아직 11개월이나 남겨놓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경기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 공직사회에서 나타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상황에서 어떻게 1년을 무사히 넘길지 걱정스럽다. 최근 경기도 본청과 일선 시·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 우리 공직사회 기강의 현주소를 잘 알 수 있다. 경기도는 올들어 지사가 실·국별로 72건의 업무추진을 지시했으나 아직 손도 안댄 업무가 12건에 달하고 있다. 이 업무들은 별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도 아닌데도 특별한 이유없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안산시에서는 시장이 현재 건축중인 문화예술회관 공연장의 과잉시설을 시민편의시설로 설계변경토록 지시했으나 실무자가 ‘특정업체를 위해 설계변경 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며 시장지시를 아예 묵살했다. 이런 현상이 유독 이 두 기관에서만 일어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금 도내 각 지자체에서 비슷한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각종 선거 때마다 가장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공직사회의 안정이다. 공직사회 위 아래가 괜히 술렁대거나 서로 눈치를 보아가며 일손을 놓고 무사안일에 빠지면 공명선거는 물론 행정의 일관성도 무너지고 만다. 행정의 비능률과 불합리한 업무처리도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친절과 봉사행정은 뒷전으로 밀리고 민원업무는 민원(民怨)의 대상이 되고 만다.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는 당면한 경제난 극복에도 막대한 지장을 준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에 온 국민이 한데 뭉쳐 난국을 헤쳐나가야할 때 공무원사회가 중심을 잡지못하고 갈팡질팡하면 국기(國基)는 어떻게 되겠는가. 공직기강이야말로 국가기강의 근간이다. 선거를 앞둔 시기일수록 행정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줏대는 꼿꼿해야 한다. 자치단체장에 누가 뽑히고 누가 지방의원에 당선되든 공직사회는 의연한 마음가짐으로 공복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공직자들은 앞으로 있을 선거결과에 흔들림 없이 오로지 산적한 지방살림을 차질없이 처리해 나갈 것을 거듭 당부해둔다.

복지담당공무원 충원 시급하다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의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하다. 경기도의 경우 올 연초 현재 장애인, 노인 등을 포함한 기초생활보호대상자는 모두 21만여명, 9만6천21가구에 이르고 있으나 이들을 돌보는 복지담당 공무원은 정원에 훨씬 못미치는 673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주로 일선 읍·면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며 1인당 300여명에서 최고 1천400여명을 담당한다고 하니 업무가 얼마나 과중한가를 알 수 있다. 복지담당공무원들은 낮엔 민원을 처리하고 생활보호 대상자들이 귀가하는 밤에 방문하느라 오후 10시∼11시에야 퇴근하기 일쑤다. 근무하면서 역경도 많다.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탈락한 민원인들로부터 폭언·폭행 등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가 하면 여성공무원들 가운데는 과로로 유산한 사람도 적지 않다. 업무처리를 위해서인데도 가정에 소홀한다 하여 심지어 이혼당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실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더군다나 정부가 지난 1999년 10월 사회복지 전문요원만 일반직으로 전환하고 아동복지 지도원 및 여성복지 상담원은 별정직으로 존속시켜 순환전보·승진이 사실상 단절돼 근무의욕이 크게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직자가 많이 생겨 사회복지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오죽하면 경기도내 일선 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업무 담당 공무원 10명 가운데 7명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겠는가. 경기도가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 실시 2년째를 맞아 도내 복지담당 공무원 100명을 대상으로 (주)리서치월드에 의뢰해 실시한 모니터링 분석 자료에 따르면 80%가 여성인 사회복지 담당공무원들 가운데 70%가 이직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유는 물론 현인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업무량과 인사상 불이익이 첫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업무 가중 심화는 일선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기능이 전환되면서 복지 이외의 업무를 겸직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은 생활보호대상자 선정 및 관리를 비롯 자활사업, 노인·모자가정·소년소녀가장 관리, 장애인 등록, 의료보호, 공공근로 등 열가지 이상의 복지업무를 전담하는 사회복지분야의 ‘일꾼 ’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명이 막중하여도 태부족한 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진정한 사회복지를 이룩하려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분투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근무의욕이 우선 고취돼야 한다. 인력충원은 물론 인사 제도 등 개선이 그래서 더욱 시급하다.

신용카드 정책 왜 흔들리나

정부의 신용카드 관련 정책이 줏대없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당초 신용카드 업계의 무분별한 판촉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신용카드 길거리 판매를 규제하기로 했던 방침을 슬그머니 바꾼것은 정책 난맥을 드러낸 하나의 좋은 예다. 금감위는 그동안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신용카드사들의 무분별한 거리 회원 모집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지난 5월 관련 규정에 이를 명문화 시키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금감위 정례회의에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 규정’을 개정하면서 이 방침을 바꿔 사실상 길거리 판매를 계속 허용한 셈이 됐다. 불과 두달만에 정부의 주요정책이 갈팡질팡 한 것이다. 금감위는 신용카드의 길거리 판매 규제가 신용카드사의 정상적인 영업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법 등 다른 법령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개정안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억지변명으로 금융감독 당국으로서는 할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업계의 로비에 따라 정책이 바뀌었다는 의혹을 사기 쉽다. 영업규제는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또 각종 법규는 각기 제정취지가 있게 마련이거늘 ‘금융사항’을 도로교통법으로 규제 가능 운운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지다. 신용사회의 급속한 진전과 함께 신용카드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과열경쟁은 어느정도 불가피한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벌어지고 있는 업계의 과당경쟁은 그 도가 지나쳐 시장기반 확대라는 순기능보다 오히려 신용카드 산업의 장기적 안정과 발전을 저해하는 역기능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걱정되는 부작용은 신용불량 고객의 양산이다. 가입자의 소득 수준이나 신용상황을 전혀 도외시한 채 마구잡이로 발급한 신용카드는 필연적으로 신용불량 고객의 폭증과 연체 증가를 초래, 경영수지를 악화시킬 게 뻔하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무모하게 과당 판촉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같은 수지악화 요인을 엉뚱하게도 신용 우량 고객들에게 모조리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 금리가 아무리 내려가도 카드사의 수수료와 연체금리가 터무니없이 높은 것은 카드업계의 이같은 경영구조적 병폐와 도덕적 해이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따라서 이같은 업계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선 낭비적인 과열 판촉행위의 규제가 절실하다. 청소년의 과소비 방지를 위해서도 보다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안경희씨의 죽음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 부인 안경희씨의 죽음을 각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굳이 그래야할 이유가 없고 고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언급하는 것은 고인의 빈소에 나타난 조문 정서의 객관적 사실에 비추어 문제의 세무조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정치권,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줄이은 조문 정서를 의례적이라고 혹자는 의미를 축소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아 결코 단순히 의례적인 것 만은 아닌 깊은 그 무엇이 분명히 깔린 것으로 비친다. 고인은 생전에 남편이 부도덕한 사주로 매도되고 일가 친지들이 줄줄이 불려가 조사당한 것을 무척 괴로워 했다고 전한다. 우리는 대주주 일가, 지인등의 금융계좌를 전례없이 10년전까지 뒤져 사주에게만도 무려 469억원을 매긴 추징세금에 대해 논평할 입장은 아직 아니다. 안경희씨가 차마 감당키 어려운 주검을 스스로 택한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렇다 하여 김병관 사주를 덮어놓고 두둔할 생각 또한 없다. 검찰수사가 계속되고 법원의 확정판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방적 매도 역시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간 군중몰이식으로 동원된 비난 또한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세무조사의 전통적 관례를 깨가며 기정사실처럼 발표된 경위와 진의가 무엇인지 의아해 하는 시각과 견해를 같이한다. 언론개혁은 순수해야 한다. 정부 소유 구조의 언론은 놔둔채 듣기싫은 소리 하는 언론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결코 순수하다 할 수 없다. 사건은 앞으로 기소하는데도 적잖은 시일이 요할 것 같다. 법원의 확정판결 결과가 주목되지만 이는 더욱 많은 시일이 걸린다. 언론이 권력에 의해 몰매를 맞은만큼 과연 부도덕 한지, 아니면 언론에 난도질을 한 권력이 부도덕한가가 판가름 나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어 답답하고 당장 맞은 몰매는 너무 아프다. 고인은 이를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했다. 한국 언론사에 비정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지방지가 중앙지 사주 부인의 죽음에 언급하는 것을 걸맞지 않게 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방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쟁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의 큰 신문들이 타격받으면 지방지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는것 같으나 당치 않다. 당치 않음을 빤히 알면서 하는 편가르기 책동이다. 작금의 일부 언론이 이에 편승하는 것은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수해복구, 수해대책 겸해야

민·관·군의 수해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수해대책의 소홀한 책임을 따지는 것도 절실하지만 복구가 우선이다. 도내에 1만여명이 투입, 2천200여대의 각종 장비가 동원된 가운데 유실된 도로 및 제방등 공공시설 복구와 함께 침수지역에 대한 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적십자사와 독지가 등의 현지지원이 있는가 하면 가전 3사는 가전제품의 무료봉사 등을 벌이고 있긴하나 3천500여명에 이른 이재민 긴급구호가 초미의 관심사다. 또하나 시급한 것은 예산지원이다. 대개의 경우, 예산집행 절차에 매달리다가 사후약 방문이 되는 폐단이 또다시 거듭돼서는 안된다. 지방·중앙을 막론하고 당장 예비비라도 풀어야 한다. 재해대책을 위한 추경편성은 물론 필요하지만 다음의 일이다. 어제도 말했지만 도내만 해도 3천600여채의 가옥등 침수지역에 대한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 콜레라, 장티프스, 이질, 피부병 등 수인성 전염병을 막기위한 현지 대책과 진료활동이 차질없이 이행돼야 한다. 불행하게 일단 발생되고 나서는 확산을 막기가 어렵다. 발병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하는 것은 자치단체의 책임이다. 가로등 누전에 의해 도내 4명, 인천 5명, 서울 6명등 15명이 길가다가 멀쩡한 사람이 감전으로 비명횡사한 것은 정말 해괴하다. 이같은 사고는 사고 자체가 실로 수치스러운 후진국형 인재다. 수해복구작업은 복구작업이면서 오는 19일부터 또 장마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된데 대한 수해대책이기도 하다. 누전사고의 철저한 경찰수사와 더불어 또다시 호우가 내려도 재발하지 않는 안전대책을 거듭 촉구해둔다. 침수지역에 대한 재발없는 대비도 역시 완벽해야 한다. 장기대책과 함께 침수의 원인에 따른 배수시설등 당장의 응급대책을 강구해 엎친데 덮친식의 침수 재발이 없도록 해야 하는것이 자치단체의 임무다. 지금 수재민 가운데는 인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다 그렇다고 할순 없겠으나 과연 평소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대처해 왔는지는 의문인게 사실이다. 특히 자치단체장은 더욱 냉철한 반성이 촉구된다. 심야의 집중호우 때 취약지구를 돌아본 단체장이 얼마나 됐는지조차 심히 의심스럽다. 지금이나마 앞으로의 호우에 수해대책을 겸하는 수해복구 작업에 성실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불량식품 공급업체에 중벌을

최근들어 학교안에서의 집단식중독 사고가 잇따라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급식 공급업소 3곳중 1곳 이상이 유통기간이 경과한 식품원료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식품에 첨가할 수 없는 사카린나트륨으로 음식을 만들어왔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더구나 일부 업소는 영업신고조차 하지 않은채 버젓이 학교급식업체로 지정돼 도시락을 공급해 왔다고 하니 급식업체도 큰 문제려니와 학교는 왜 그러한 업체를 선정했는지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불량 급식업체의 비위생적인 음식조리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특히 경기·인천지역이 가장 심한 것으로 드러나 불안하기 짝이 없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경기·인천지역 도시락운반 및 위탁조리업체의 상당수가 유통기간을 넘긴 재료를 보관하거나 사용하고, 건강진단을 받지않은채 조리했다는 것이다.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4월부터 2개월간 경기도·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도시락 공급업체를 합동 점검한 결과 경기지역 12.5%, 인천지역 59.6%의 업체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고 한다. 이들 불량업체들은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하지 않은채 도시락제품 등을 제조, 가공해 학교 등지에 공급, 판매했으며 종사자가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고 식품을 조리했다는 것이다. 유통기간이 지났거나 표시가 안된 젓갈, 햄, 소시지 등을 사용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불량식품 제조 및 판매는 집단타살행위와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올들어 5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발생 환자는 2천999명(34건)이다. 이 가운데 학교급식 때문에 발생한 환자가 2천177명으로 전체의 72.5%를 차지한다. 식중독 다발(多發)원인으로는 학교 조리시설·조리사 개인위생 불량이 꼽힌다. 불량식품, 특히 학교에 공급하는 도시락을 비위생적으로 조리하는 불법행위 근절대책은 지속적인 단속뿐이다. 업체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은 이제 그 효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시락공급업체를 선정하는 학교도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불량식품 제조·공급행위자에 대한 중벌적용을 거듭 촉구한다.

수해속에 사는 주민들

주말 호우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강타, 또 적잖은 수해를 냈다. 인천지역 역시 상당한 수해가 났다. 주택 및 농경지 침수 등 재산피해도 피해지만 인명피해가 유별나게 많은 것은 수해대책의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진다. 2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도내 인명피해 가운데 가평, 고양에서 11명이 야영, 낚시, 차량전복 등 급류에 휘말려 희생된 것은 책상머리 재해대책 탓이 아닌지 의심된다. 산간계곡, 하천변, 유원지 등의 행락객 철수지도가 현장위주로 좀더 철저히 이행됐으면 이런 참사는 능히 막거나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구리 산사태 모녀 매몰사, 그리고 광명, 안양에서 길가던 행인이 전주가 쓰러져 감전사 하는등 어이없는 사고에 대해선 그 책임한계를 분명하게 가려내야 할 일이다. 안양에서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겨 일가족 3명이 숨지는등 20여 시·군에서 3천500여채나 빚은 주택가 침수소동은 해당 자치단체가 수방관리를 소홀히 한 완전 인재다. 이번 도내 강우량은 포천 322mm를 비롯, 구리 309mm, 의정부 296mm, 양주·광명 260mm, 김포 233mm, 여주 19mm 등 평균 157.3mm다. 여름철이면 150mm대 강우량의 집중호우는 충분히 예상해야 하는게 지방자치행정의 소임이다. 그런데도 100mm도 훨씬 못되는 수십mm의 호우로 침수를 빚은 시·군이 상당수에 이르러 이처럼 많은 주택 침수소동에다 인명피해까지 낸 것은 도대체 하수구 등 배수관리를 어떻게 한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배수관리의 요체인 하수시설은 도시 기반시설이다. 기반시설 하나를 제대로 못갖추어 지역 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그것도 되풀이 하여 끼치는 자치단체장은 그 책임을 깊이 통감해야 한다. 농작물 피해 역시 6개 시·군에서 1천여㏊의 농경지와 100여채의 비닐하우스가 침수된 것 또한 배수시설에 문제가 없는게 아닌지 성찰이 요구된다. 수방시설은 단10%의 미완으로 수해가 되풀이 되면서 이미 진척된 90% 공정을 헛되게 하기가 일쑤다. 적기를 놓친 예산집행의 실책으로 이런 흠이 없었는지 이번 기회에 잘 점검할 필요가 있다. 1천20여가구에 발생한 3천200여명의 이재민 대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특히 주택가 침수지역에 설상가상으로 발생하기 쉬운 수인성 전염병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기는 아직도 멀었다. 이번 피해를 교훈삼아 주민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여름철 수해대책 강화에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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