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치안부재

며칠전 서울 대림역 지하철에서 채희수씨라는 소방관이 봉변 당하던 여자 승객을 도우려다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지하철이 치안의 사각지대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 통탄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하철이 불량배와 소매치기범들의 활동 주무대가 되어가고 있다니 시민들이 어떻게 지하철을 이용하겠는가. 서울지하철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발생한 지하철 범죄가 무려 800여건에 이른다. 날마다 2∼3건의 범죄가 지하철역 구내와 전동차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하철 범죄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범행 대상이 주로 힘없고 약한 부녀자들이라는 점이다. 지하철 범죄의 대부분이 소매치기와 절도 또는 성추행으로 지하철 이용객 특히 여성들은 손가방 조심에서부터 옷차림까지 신경써야하는 곤욕을 매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1997년말 IMF사태를 계기로 쏟아져나온 노숙자들이 지하철역으로 모여 들면서 이같은 범죄가 늘어났다는 사실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이번에 소방관을 흉기로 찌른 사람도 지하철역 노숙자 출신이라니 더욱 그러하다. 지하철공사측도 노숙자들의 역 구내 노숙을 사실상 허용한 상태라고 하니 난감할 것이다. 지하철에서의 범죄발생은 소방관 피살사건에서 보듯 사회전반적으로 확산된 이기적 풍조에도 그 원인이 있다. 범인이 전동차안에서 몸을 부딪쳤다는 이유로 여대생의 뺨을 때리며 행패를 부리는데도 아무도 이를 제지하거나 신고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풍조를 악용하는 불량배들이 소매치기와 성추행을 공공연히 자행하는 것이다. 현재 263개 지하철역의 범죄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지하철수사대 직원이 100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역구내 순찰과 전동차 탑승수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어찌 서울지역뿐이겠는가. 전국의 지하철 형편이 모두 이러할 것이다. 차제에 당국은 전동차안에도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경찰관을 배치함은 물론 지하철수사대를 보강하고 신고 비상전화를 설치해야할 것이다. 형사들이 직감에 의존해 소매치기로 판단되는 사람의 뒤를 쫓아 승객을 가장해 잠복, 범죄현장을 덮치는 것 등은 원시적인 수사방식이다. 앞으로 치안망을 강력하게 확립, 지하철이 범죄의 온상지대라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바란다.

학교폭력 왜 근절 못하나

중·고교 주변의 청소년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10대의 폭력배들이 학교주변에서 무리를 지어 배회하면서 등·하교길의 학생을 위협해 금품을 뺏거나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경찰청이 최근 도내 중·고교학생 1천288명과 교사 244명·학부모 1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중·고생 14.3%가 등·하교길에 돈을 뺏겼거나 폭행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중 1명이 피해를 본 꼴이다. 학교폭력이 학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같은 조사결과는 우려할 만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도 보복이 두려워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원폭력의 실상은 이 조사결과 보다 훨씬 깊고 넓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 학원폭력은 더 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집 아이도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것이다. 얼마전 새로 부임한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를 ‘학교폭력 대폭 경감의 해’로 정해 늘어나는 학교폭력에 대처해 나갈것이며,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학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학원폭력이 일어날 때마다 경찰과 교육당국에서는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청소년 범죄는 일과성 대책으로는 근절 될 수가 없다. 경찰·학교·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되어 근본적인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야 하고 또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경찰은 우선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는 학교주변의 유흥업소를 과감히 정비하고, 선량한 학생을 노리는 불량배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치안 기틀을 확고히 다져 사회불안요인 제거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에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학생들을 선도하기 위한 상담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문책이 두려워 우물쩍 넘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따뜻한 관심이다. 자녀의 심리상태와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때 그때 충분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부모의 건전한 역할이야말로 자녀를 폭력에서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치판 닮은 교육감선거

후세들을 위하여 교육을 하는 교육자들의 행사는 그것이 비록 선거라는 행태를 지녔더라도 정치판 선거와는 달라야 된다. 흑색선거와 비방이 난무하고, 지연·혈연·학연에 따라 투표를 한다면 이는 정치판 선거와 비슷한데 이래가지고는 어떻게 교육자들이 정치판을 비판하고 또한 올바른 생활자세를 교육현장에서 강조할 수 있겠는가. 경기교육의 총 책임을 지는 교육감 선거가 2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직교육감을 비롯한 현재 5명의 출마예정자들이 이미 선거운동에 돌입하였다. 지방자치교육에 관한 법률과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관리규칙에 의하면 선거운동은 제한적이기는 하나, 오는 4월 9일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이후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나, 이미 선거전이 시작되었다. 지난 19일 출마 선언을 한 조성윤 현 교육감을 비롯한 5명의 출마 예상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출마를 선언하였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교육정책의 발표 없이 이들 출마 예정자들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방만이 난무하고 있어 과연 교육감 선거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대단하다. 도 교육청 홈페이지는 흡사 각후보자들에 대한 비방선전장 같아 건전한 교육정책의 토론장은 커녕 시정잡배들의 싸움터 같다. 우선 교육감 선거는 정책대결의 선거가 되어야 한다. 선거법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교육정책이나 공약 등을 발표할 수 없으나, 후보자들은 2세교육을 맡은 교육자답게 흑색선전이나 지연·혈연·학연에 의존하지 말고 경기교육의 비전을 담은 정책을 개발, 선거인단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될 것이다. 따라서 선거규칙을 고쳐서라도 건전한 교육정책에 대한 토론이 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선관위나 검찰은 불법선거운동 타파에 최대한 노력해야 된다. 불법운동이 적발될 경우, 끝까지 추적하여 엄정하게 다스려야한다. 이미 도선관위에는 각종 향응제공과 같은 불법선거운동행위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 선거 못지않은 선거자금이 사용되고 있다는 소문도 자자하다. 다른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과다한 선거자금의 사용문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교육감 선거가 더 이상 불신받는 정치판 선거와 같지 않도록 출마예정자들은 물론 선거인단인 학교운영위원들의 선거인식 변화를 요망한다.

새내각에 당부한다

이상한 개각이다. 9개부처 장관이 경질된 개각에서 납득이 가는 인사는 임동원통일부 기용 등 서너 부처에 불과하다. 김영환과학기술부 발탁은 전문성을 완전배제한 인사파괴다. 특히 민국당의 한승수외교통상, 자민련의 장재식산자, 오장섭건교, 정우택해양수산부는 순전히 정치적 포석이어서 내각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갈지 의문이다. 작금의 김대중 대통령 인사는 거꾸로가는 인상이 짙다. 민주당정책위 의장당시 의약분업을 주도해 오늘의 실패를 가져온 장본인이며, 교육부장관으로 있으면서 역시 교육개혁에 실패한 이해찬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재기용한 것부터가 이상하다. ‘결자해지’ 차원의 재임용이란 말은 당치않다. 금융특혜사건의 법원재판 판결문에서 의심된 배후인물로 거명된 박지원씨를 정책기획 수석으로 들이앉힌 것은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 그 어느때보다 전문성과 경륜을 겸비한 참신한 내각개편으로 국정쇄신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준 것은 유감이다. 정책실무의 최고기관인 내각구성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은 정치적 입지와 무관한 국민입장에서는 불행한 현상이다. 중앙인사위 조사에 의하면 중앙부처의 실국·과장 재임기간이 평균 1년도 안돼 일을 할만하면 자리가 바뀌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공무원의 전문직 배양취의에도 저해되지만 무엇보다 잦은 교체로 인해 오락가락하는 정책혼선은 국민고통의 가중 요인이 되고있다. 직업공무원도 이런터에 장관마저 문외한에 그마저 자주 바뀌는 것은 국정수행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새내각의 출발이 어떻든, 유감과 우려를 불식할수 있는 새 면모를 기대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고 국민을 위해서다. 이럴려면 국무회의의 분위기부터 달라져야 한다. 주요정책을 토의하는 국무회의는 토의에 걸맞는 의견교환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의 분부사항만 열심히 받아쓰는 국무회의가 돼서는 주요정책의 토의라 할수가 없는 것이다. 직언도 서슴지 않는 소신있는 내각이 되기를 바라고자 한다. 공조, 연정체제의 경성(硬性)정치인을 전면배치 한것 만으로 강한 정부가 되는것이 아니다. 일을 잘해야 강한 정부가 된다. 3·26개각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잘못이길 바라는 충정이지만 아무래도 그러기가 어려울지 몰라 또한 걱정이다.

경찰, 고질적 관행 왜 못고치나

경찰 공직사회의 못된 관행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직중에서도 그 조직의 특성상 구성원의 기강과 사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선 경찰서가 예산은 한푼도 지원하지 않은 채 관내 파출소 내외의 시설개보수 등 환경정비를 지시하는 행태가 여전해 민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천중부경찰서의 경우 얼마전 새로 부임한 서장이 일선 파출소에 환경정비를 지시하면서 그 비용을 파출소 운영비에서 쓰든지 다른 방법으로 충당하고 말썽이 나면 파출소장이 책임지라고 했다니 파출소직원들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월 200만원 남짓한 파출소 운영비로는 직원 급식비나 여비·공공요금 등의 지출로 여유가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유지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부정을 저지르라는 것과 같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항변을 들을 만도 하다. 이런 사례는 비단 부천중부경찰서만의 일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다. 만일 경찰관들이 파출소 환경정비 비용을 핑계로 지역유지나 업소들에게 찬조금 협조를 구하는 일이 잦게되면 민폐를 끼칠 우려가 있고, 여기에 비리가 끼어들 소지도 없지않아 있게될 것이다. 사회공공유지자로서의 경찰권을 바르게 행사하기도 어려울 것이며, 공정성을 잃은 경찰권은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경찰관계자는 비예산사업으로 환경정비를 하라고 했다고 하나 파출소내 바닥 타일 공사와 책걸상 교체·창문 커튼설치 그리고 파출소앞 콘크리 포장공사 등 어느것 하나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일부 파출소에서는 소요경비 400만∼500만원을 파출소장이 충당했다고 하니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일선 공무원들의 기강확립과 비리척결은 공직사회가 풀어야 할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공무원들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들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공직쇄신은 공염불에 그치게 마련이다. 국영 기업체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보수와 비현실적인 사무실 운영비 그리고 자금지원 없는 예산사업지시 등 부정 비리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을 개선하지 않은 채 공직쇄신만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제 비뚤어진 경찰위상을 바로 세우고 치안유지자로서의 직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고질적인 묵은 관행들을 속히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峨山’을 보내면서

아산(峨山) 정주영 전현대그룹명예회장의 부음에 외국의 언론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큰 손실’이라며 해설 기사와 함께 타계 소식을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늘 새로운 도전으로 경제기적을 이룬 주인공’이었다고 평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오늘에 이른 입지담을 아울러 보도했다. 생전에 거처한 방안의 책상 모서리가 닳고 닳아도 그대로 썼을만큼 생각보다 검소했던 청운동자택에 차려진 빈소엔 연일 수많은 조문객 행렬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사회 또한 대체로 애도의 정서가 깔렸다. 고인은 ‘경제의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했던 체험적 보릿고개의 빈곤추방을 시작으로 기간산업의 고도 성장을 이끌어낸 국민경제의 거목이다. 실제로 60년대의 정주영기업인은 박정희대통령의 경제동지였다.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일신의 명운을 걸고 박대통령에게 결행의 용기를 주기도 했다. 근래에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것도 그였다. 역사적 전기의 남북정상회담을 가능케했던 것은 수차 평양을 왕래하며 주도한 대북사업에 힘입은바가 크다. 정주영씨의 타계는 남북관계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긴하나 가능한 한 유지를 살리는 것이 민족의 이익일 것으로 생각한다. 대선출마를 두고 흠을 말하긴 한다. 국민당을 조직, 15대선거에 나선것은 경제인으로 외도임은 틀림 없지만 그로써도 평소 정치권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있었던 한(恨) 풀이로 해석하면 못할것도 아니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다 그런것처럼 흠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파란많은 한 생애의 관을 닫는 마당에선 부정적 측면보단 긍정적 대의가 더 우선해 평가받는 것이 마땅하다. 인생은 유한하여 찬연했던 ‘불도저의 신화’는 꺼졌다. 그러나 맨주먹으로 시작해 어지간히 열심히 산 불굴의 도전의식은 비록 시대가 달라도 후세의 교훈이 되기에 충분하다. 내일이면 역시 빈몸으로 유택에 묻히지만 그가 남긴 큰 족적은 길이 남을 것이다. 현대그룹은 어차피 계열분리가 불가피하게 돼있다. 경영2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행여 더 이상의 집안 싸움으로 고인에게 누(累)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향년 여든여섯이면 아쉽긴 하나 천수를 누렸다 할수가 있다. 삼가 명복을 빈다.

무허가 신용정보업체 단속하라

금융 신용불량자에 대한 채권 추심을 해주는 무허가 신용정보업체가 난립하면서 채무자의 사생활 침해가 형언키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이들 불법 신용정보업체가 폭력조직과 연계해 채권 추심과정에서 채무자에게 온갖 협박과 폭력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정식허가를 받은 신용정보업체는 모두 10개에 불과하고 무허가 업체가 전국적으로 3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용정보업체 거의가 무허가인 셈이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현재 금융 신용불량자는 모두 243만명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말 148만명에 비해 64.2%나 증가했다는 게 은행연합의 집계다. 이처럼 폭증하는 신용불량 고객을 보유한 채권 금융기관들이 채권 추심을 무허가 업체들에 위임하고 있다면 적절치 못한 방법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 추심을 위임받은 불법업체들이 정식 신용정보업체로 가장해 위협적인 내용의 안내장을 보내거나 심지어는 폭력까지 동원해 협박하고 있다니 보통 심각한 민생문제가 아니다. 이에 금융당국이 3월초 신용정보업법 개정을 통해 앞으로 채무자에게 허위사실을 알리거나 심야방문 등으로 사생활을 침해할 경우 3년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고 하지만 개정법안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금감원 지침이 마련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개정법 발효 이전에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지 않으면 불법 업체들의 가해는 여전할 게 뻔하다. 무허가 신용정보업체의 난립은 채권 금융기관들과도 전혀 연관이 없지 않다고 본다. 무허가 업체인줄 알면서 채권 추심을 위임하는 것은 무허가업체 난립을 부채질하는 동시에 무허가 업체를 인정해 주는 처사와 같기 때문이다. 불법 신용업체와 관련된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채권 추심을 위임한다는 것은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장삿속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무허가 업체가 300여개가 달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속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금융기관들은 합법적인 신용정보업체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특히 서민들이 고통을 받는 무허가 신용업체에 위임하는 채권 추심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특히 금감원은 신용정보연합회 등에 신고센터를 하루 빨리 설치, 채무자의 사생활 침해가 적발될 경우 수사기관에 즉시 고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

은행의 소액예금 홀대 역작용

시중은행의 소액예금자 차별제도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소액예금에 이자를 주지 않거나 오히려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소액예금자 차별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소액 고객들로부터 큰 불만을 사고 있다. 소액예금 무이자 통장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빛은행은 이미 지난 19일부터 매일 최종 잔액이 50만원 미만인 보통·저축예금 등에 이자를 주지 않고 있으며 서울은행도 3개월 평잔이 20만원 미달 저축예금에 이자를 주지 않고 있다. 국민·주택·한미은행도 다음달부터 비슷한 제도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은 아예 지난 1월부터 보통·정기예금 등 4개 예금의 월 평잔 합계액이 10만원에 미달할 경우 매월 2천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결국 수익성 없는 고객은 버리겠다는 경영전략이다. 물론 은행들은 통장을 개설하고 계좌를 유지하는 데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일정기준 이하의 통장에 대해 이자를 주지않거나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소액예금자에 대한 푸대접이 장기적으로 저축률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목전의 수익성에만 급급한 영업방식의 이같은 변화는 우선 우리의 금융정서에도 맞지 않다. 이 제도가 자칫 저축심 저해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높은 저축률을 끌어내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가계저축률은 해마다 계속 떨어지고 있다. 94년 33%였던것이 95년 29.9%, 99년 24.6%, 지난해엔 22.3%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를 주지 않거나 수수료를 부과하는 소액고객 홀대는 저축률 하락을 부채질 하는 것 밖에 안된다. 저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저축이 넉넉해야 해외차입 없이도 투자재원을 뒷받침해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IMF사태도 투자과잉에다 그 재원의 상당부분을 해외에 의존한 데서 빚어졌다. 해외차입에 의한 투자가 얼마나 무서운가는 환란때 우리가 몸소 겪어서 잘 알고 있다. 이제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야 하는 현 상황에서야말로 저축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다시 저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합리적인 소비생활 패턴을 정착시키는 기반조성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저축을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소액예금에 이자를 주지 않거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저축장려와는 상반되는 일이다. 금융계의 사려깊은 재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부당한 醫保인상 안된다

금년도 의료보험에서 예상되는 적자가 약 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없다면 의료보험재정은 파탄을 맞을 것이며, 그 동안 정부에서 자랑하던 의료보험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될 것이다. 대책 마련이 얼마나 어려우면 정부·여당의 준비 미흡으로 국회보건복지위가 회의 자체를 연기시키겠는가. 정부는 현재의 의보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하여 우선 의료보험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니겠는가. 일단 월급쟁이들의 봉급에서 자동으로 공제하는 의료보험료를 인상하면 일정기간 원성은 듣겠지만 그 이상의 안이하고 효율적인 대책이 있겠는가. 항상 봉급쟁이들을 ‘봉’으로 알고 있는 관료들의 무책임한 발상이 새삼 되새겨진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더 이상의 의료보험료 인상은 절대 안된다. 지난 7월과 금년 1월에 걸쳐 두차례나 보험료를 인상하여 월급봉투가 얼마나 얇아졌는데, 또 손쉬운 보험료 인상이나 하려고 한다면 이는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다. 그 동안 건실하게 운영되던 직장의보를 통합시켜 부실하게 운영하고 이제 와서 다시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이는 지극히 잘못된 발상이다. 만약 이번에 또 보험료를 인상하게 되면 정부는 격렬한 저항을 면치못할 것이며, 나아가서 조세저항도 예상된다. 이번 의보재정 파탄은 정부의 정책실패이다. 정부는 의료분쟁이 야기되었을 때 재정문제에 대한 심각한 검토없이 분쟁 해결 그 자체에 초점을 두어 의료계의 의보수가 인상요구를 받아주어 이와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정책수행에 있어 재정적 고려없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가.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의료파동때 국회에서 의보재정을 추궁했을 때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고 이제 와서 변명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정부는 부당하게 월급쟁이로부터 손쉬운 보험료나 인상하려하지 말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수술을 통하여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도 과감하게 수술하여 전문성 있는 인사로 교체해야 된다. 총체적 정책 실패의 표본인 의료보험 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시급한 것은 개각이 아니라 파탄직전에 있는 의보재정 대책마련이다.

실업대란, 땜질 처방 안된다

제2의 실업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실업자수가 11개월만에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 국민 10가구당 1가구는 실업의 고통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중 실업자수가 106만9천명으로 전달보다 8만7천명이 증가했다. 실업률도 4.6%에서 5%(경기 4.7% 인천 5.5%)로 크게 높아졌다. 실업자가 또 다시 100만명 시대에 진입한데다 당분간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용 불안 심화가 염려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고용동향 통계에서 걱정되는 부문은 청년층 실업의 급증현상이다. 107만명에 가까운 실업자중 고졸·대졸자 등 청년(만15∼24세)실업률이 12.3%를 차지, 지난해 1월(14.0%)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대졸자 취업률이 53%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이 ‘실업’이라는 엄청난 벽에 부딪혀 느꼈을 좌절감 등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구조적 실업의 고착화도 심각한 문제다. 구직기간이 1년이상인 장기실업자가 2만8천명에 달해 1월보다 7천여명이나 늘었다. 이 결과 일할 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지난해 10월(13만명) 이후 계속 늘어 지난달 15만 3천명으로 늘었다. 가계를 꾸려 나가야 할 이들이 겪는 실업의 고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정부의 자세는 너무 낙관적이고 안이하기만 하다. 정부는 2월중 실업자가 급증한 것은 계절적 요인 때문이어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업자가 최근 넉달 만에 무려 30만명이나 늘어 계절 탓으로 돌리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 정부의 예측은 빗나가기 일쑤여서 신빙성도 낮다. 기업퇴출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정부는 올 2월달 실업자수를 96만명(4.4%)으로 전망하고 취업알선·직업훈련 등의 대책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정부는 100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며 전망을 수정, 청년실업자의 IT(정보기술) 인력화라는 보완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실업자수 전망 수정을 거듭하면서 그때마다 보완대책을 내놓았지만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분석에 기초한 대책이어서 단기 대증적 요법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제 기존의 대책들을 그때그때 복사해서 내놓는 것으로 그치기 보다는 그 대책들이 효율적으로 운용되는지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또 효과 분석을 엄밀히 해서 개선해야 할 점은 즉시 보완해야 한다. 정부의 실업대책이 형식적이고 비효율적인 요소로인해 공연히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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