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환율은 오르고 증권은 하락하며, 거리에는 100만의 실업자가 일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으며, 의료보험은 재정파탄을 맞아 봉급쟁이들의 월급봉투는 더욱 작아질 것 같아 온통 아우성이다. 더구나 경기는 하락하고 수출은 부진하여 백약이 무효인 것이 현재 상황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이 어려운 경제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면서 서로 흉금을 털어 놓고 머리를 맞대어 비상대책을 강구해도 해결될 기미를 찾기 어려운 판국에 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하여 개헌논의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 아닐수 없다. 연초부터 개헌논의는 주로 대권 예비주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연임제, 정·부통령제의 신설 등을 골자로한 개헌논의는 이제 여권핵심부에서까지 산발적으로 논의되어 정가의 최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국가발전을 위하여 헌법은 언제든지 개정될 수 있다. 또한 정치인의 궁극적인 목표가 대권이니만큼 어떤 정치인이든 자신의 이해에 따라 개헌을 제기할 수 있다. 여당과 야당은 공식적으로 개헌에 대하여 불가론을 펴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나 민주당에서 다수 최고위원들이, 그리고 야당에서도 일부 부총재들이 제기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실현성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는 확산될 조짐이다. 그러나 과연 정치인들의 개헌논의만큼이나 일반국민들이 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지 정치인들은 곰곰이 생각해야 될 것이다. 지난 주말 실시된 어느방송사의 여론 조사에서도 국회의원의 과반수가 개헌을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국회에서 3분의 2의 개헌의결 정족수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대다수 국민들은 개헌논의에 찬성하고 있지 않으며, 개헌논의가 대권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전략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결코 호의적이지 못하다. 지금은 경기위기 타개를 통한 민생문제에 주력할 때이다. 대권 예비주자들이야 개헌에 관심이 있겠으나 국민들은 경제회생이 더욱 큰 관심거리이다. 또한 부통령제를 신설하고 대통령 중임제를 채택한다고 해서 지역주의와 레임 덕 현상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당도 물밑에서만 개헌을 논의하지 말고 개헌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개헌논의 보다는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정치인들이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기 바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국가수준교육 성취도평가’연구결과 중·고등학생 열명 가운데 네명이 기초학력 미달로 나타난 것은 우리 교육에 깊은 반성을 촉구한다. 암기만하고 응용능력이 없으며, 심지어는 자기이름을 한자로 쓸줄 모르고 ‘go’의 과거형이나 ‘H2O’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고교생이 수두룩 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처음 아는것은 아니지만 학력미달이 갈수록 심화하고 정부당국은 이에 감각이 둔한데 문제가 있다. 평준화를 탓할수 있겠으나 핵심은 평준화때문이 아니다. 공교육의 품질을 의심케 하는 학력미달 현상은 정부당국의 전시성 교육정책에 책임이 귀납된다. ‘열린교육’이다 뭐다 하는 요란한 구호가 없었던때보다 못하는 교육의 질저하는 무불간섭의 규제로 교권을 위축시킨데서 그 원인을 찾아볼수 있다. 지식교육이 이모양인데 비해 개성을 살리는 특기교육이 두드러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인성교육이 잘된것도 또한 아니다. 어슬픈 체벌금지는 교육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정견없는 교육시책은 내실이 없고 대학입시제는 여전히 오락가락하여 수험생들을 혼란케 하는 실정이다. 이제부터라도 간섭위주의 시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규제보단 자율화에 맡겨 일선교단 지원위주의 시책전환이 절실하다. 예컨대 대학입시의 대학자율화는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대통령의 공약사항 이었다. 대학졸업을 국가고시제로 관리, 입시는 자율에 맡기는대신 졸업은 엄격히 하는것은 현행 입시중심의 폐단을 여러가지로 시정할수 있어 기대했으나 오리무중이 됐다. 공교육은 초·중고 과정에 일상의 교과가 있다. 공교육강화는 그 방안이 먼데 있지 않다. 일선 교단으로 하여금 교과지도에 충실할수 있는 여건조성을 해주는 것이 시급하며 이는 정부당국의 소임이다. 예를들어 교원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각종 보고서작성 등 잡무에 정신을 빼앗기게 하는 지금같은 폐단은 시정돼야 한다. 잡다한 그 보고서란 알고보면 대부분이 아무 실효없는 정부당국의 간섭에 기인한 사항이다. 일선교단에 긍지와 책임감을 갖게하는 것은 교육의 자율화에서 출발하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생의 학력을 높이는 방안 또한 자율화에 있음을 깊이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개항 10여일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이 하루 평균 304.5편의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4만4천여명이 출입국했다고 한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서 개항한 인천공항이 항공기 착륙료와 조명료, 정류료 등 시설 이용료와 여객의 공항이용료, 단기주차장 사용료 등으로 하루 평균 5억5천844만원을 벌어 들였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인천공항은 수출·입 화물처리 지연과 더딘 출국심사, 체크인 카운터 등의 운영 및 조작 미숙, 항공기 소음공해 등 개선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이 가운데 특히 여객터미널 시설이나 교통편 안내 부족으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흠이다. 인천공항행 버스 중 대전이나 춘천등 지방 도시를 운행하는 버스 배차 간격이 1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고 여객터미널 좌우 길이가 1㎞가 넘어 입국 여객들이 버스 안내표지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부 공항택시가 고속도로 통행료 외에 별도 요금을 요구하고 인근 영종도와 함께 관광명소가 된 인천공항을 찾은 단체관광객들이 하차할 전용 주차장이 아직 없다는 것도 하루 빨리 해결해야할 문제점이다. 서울시내를 포함한 도내 각 도시를 왕복운행하는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 정류소를 알리는 푯말이나 안내판이 부족한 것도 곧바로 시정해야 할 불편사항들이다. 인천공항이 국내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이제 우리나라의 관문이 되었다.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버스나 택시 등을 이용하기 불편해 우왕좌왕하게 만든다면 첫인상에 먹칠을 하는 셈이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수많은 국내외 승객들에게 베풀어야할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는 대중교통의 체계화와 친절이다. 버스의 배차 간격을 최대한 좁히고 버스안내 표지판 설치, 단체관광객용 주차장 마련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사소한 것 같지만 민원을 야기시켜서는 안된다. 인천국제공항이 당초의 우려를 말끔히 씻고 명실상부한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도약하기를 거듭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일본역사교과서 왜곡에 분노한 국내 시장의 반일감정이 일본제품 불매 정서 확산으로 나타났다. 소니등 가전제품을 비롯, 시세이도 화장품등이 15∼20%나 매출이 줄고 마일드세븐등 담배는 더욱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의 이같은 보도는 시장의 자연발생적 단계인 일제 불매정서가 앞으로 시만단체등에 의해 조직적으로 주도될 경우엔 국민적 불매운동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는 호혜주의에 의해 어느 특정외국 제품이 시장에서 거부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원치 않으나 이렇게 해서라도 응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소비자들의 거부정서 또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조선과 중국침략을 ‘진출’로 호도하고 2차대전을 미화, 위안부를 ‘전시근로동원’으로 얼버무리는 등 137군데나 고친 일본역사교과서 왜곡내용엔 언급한바 있으므로 새삼 더 상론할 필요는 있을것 같지 않다. 우리가 오늘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시장의 일제상품 거부성향은 비단 일본정부 뿐만이 아니라 미온적 대처로 일관해온 우리정부에 대한 불만도 아울러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중국이나 북한은 연일 강력한 경고를 하고있는데 비해 정부는 겨우 형식적인 유감표명에 그친 채 이제는 관련 각료부터가 국회에서 ‘일본의 자국중심사관’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지경이 됐다. 한일관계의 파트너십을 말하지만 불평등한 일본의 우리에 대한 인식을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정부의 고충을 짐작못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관계에 일본의 영향을 고려해야하고 또 대통령이 일찍이 야인시절부터 ‘친 김대중 성향’이 짙었던 일본사회에 대한 과거부담도 적잖은듯 싶다. 그러나 묵과해서는 안된다. 일본은 극우화로 치닫고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은 표면상으로는 국수주의자들인 극우파가 앞장서고 있지만 일본사회는 묵시적으로 이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침략의 가해자와 피해자들은 아직도 생존해 있다. 벌써 반세기가 훨씬 더 지났지만 생생한 역사의 증인이 살아있는 마당에도 거짓말을 일삼는 일본이 장차는 무슨 일인들 또 저지를지 못할까 싶어 심히 걱정된다. 일제상품 불매정서, 불매운동은 바로 이에대한 경고다. 정부는 유화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민중은 일본의 오만을 결코 용서할수가 없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비 지원에 첫 구상권이 행사돼 주목을 끈다. 평택시가 부모봉양을 기피해온 19명의 자식에게 국가가 그 부모에게 지원한 2월분등 생계비의 강제환수에 나섰다. 이어 안양시도 같은 유형의 자녀들에게 강제환수에 나서기로해 부모봉양을 유기해온데 대한 자치단체의 구상권 행사가 확산될 것 같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기초생활보장법은 최저 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는 노인을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 우선 국가가 생계비를 지급한뒤 부양능력이 있는 자식이 확인되면 자치단체가 국가를 대신해 받아내도록 돼있다. 복지부가 1차로 조사한 결과 부모봉양을 외면한 능력있는 자식이 207명으로 나타났으나 차후 정밀조사가 실시되면 훨씬 더 많은 수가 잇따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능력이 없는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자식의 능력유무에 앞서 당연한 도리다. 하물며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피하는 것은 심히 개탄스런 현상이다. 심지어는 기억력을 상실한 부모는 번화가에 내다버리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사회복지시설을 전전하는 노인들이 적잖다. 농경사회 같으면 동네에서 멍석말이를 당할 이런 불효가 자행되는 것은 비단 능력문제만은 아니다. 지금은 못살아도 농경사회보단 나은데도 부모봉양을 기피하는 것은 인간의식이 척박해진 탓이다. 하지만 경위가 어떻든 당장 생계가 막연한 노인들을 국가가 돌봐주는 것은 잘하는 일이며, 뒤늦게나마 능력있는 자식이 확인되면 환수조치를 취하는 것 또한 마땅하다. 국민의 세금이 막심한 불효자들을 위해 쓰일수 없고 또 강제환수를 통해서라도 봉양 의무를 일깨우는 것이 사회정의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것은 자발적인 각성이다. 도대체 자기 부모의 생계는 유기하면서 자기의 자식들에게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생활의 원초집단인 가정에서 부모자식 관계는 어떤 이유로든 부정되거나 분리될 수 없다.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부모생계비 강제환수는 봉양을 유기한 자식들에게 불효를 일깨워주는 점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지하수식수로 사용해온 도내 일부 지역 지하수에서 우라늄과 라돈 등 인체에 해로운 고농도 방사능이 검출돼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전국의 심성암(지하 깊은 곳의 화강암)대에 위치한 지하수 145곳(도내 16)을 표본 조사한 결과 도내 2곳에서 암을 유발하고 신장을 손상시키는 우라늄이 캐나다 기준치(100ppb)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캐나다만이 기준치를 설정해놓고 있는 우라늄의 경우 포천군 이동면 도평리 지하수에서 330ppb, 여주군 강천면 강천2리에선 268ppb가 각각 검출됐다. 특히 이 두 지역의 지하수를 매일 2ℓ씩 마실 경우 우라늄 인체 노출 수준은 세계보건기구 권고치보다 2배정도 높게 나타났다. 또 우라늄이 붕괴할 때 발생하는 가스형태의 방사성 원소로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라돈은 조사대상 지하수의 31%인 45곳(도내 6곳)에서 미국의 잠정규제치인 3천pci/ℓ(피코큐리/리터)보다 높게 측정됐다. 조사내용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국립환경연구원의 자료이니 믿을 수밖에 없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지하수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는 것은 지난 95년이후 각종 조사결과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환경연구원의 조사가 표본조사라는 한계성 때문에 조사지역이외의 지하수에 대해선 위험한 방사능을 띠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이처럼 모든 지하수에 대한 방사선 물질 함유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더욱이 우리는 우라늄 라듐 라돈 등 방사능 수질 허용기준치가 없어 그 지하수가 어느 정도의 방사능을 띠고 있으며 그것이 안전한지를 몰라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국민들로서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방사능은 우리가 X-레이 검사(촬영)를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처럼 기준치 이하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하수가 어느 정도의 방사능을 띠고 있더라도 그것이 어느 수준이어야 안전한가를 가름할 수 있는 기준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제 WHO 등 세계기구나 권위있는 연구기관에 의뢰, 음용수에 대한 방사능 허용기준치 설정작업을 서둘러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 환경선진국인 호주 캐나다 등의 연구사례도 참고해볼 일이다. 음용수 방사능 허용기준치 설정의 필요성은 이제 국민 건강을 위해 절박한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지난 해 학부모들이 과외비로 사용한 돈이 무려 7조원을 넘어 섰다고 한다. 이는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하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더구나 심각한 문제는 연간 30만원 이하의 소액과외는 줄어든 반면, 151만원 이상의 고액과외가 늘어난 것이다. 소액과외가 느는 것도 문제이지만 고액과외가 이렇게 늘어나고 있으니, 학부모들은 과외비를 충당하는데 허리가 휠 지경이다. 공교육이 무너져 사교육이 판치는 한국교육의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공교육기관인 정규학교에서의 교육은 겉돌고 있으며, 선생님이나 학생 모두 학교에서 적당히 시간이나 채우려고 한다. 선생님들도 어려운 문제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하여 배운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학생들 역시 중요한 공부는 과외를 통해서 배우고 학교에 와서는 부족한 잠이나 자고 있으니, 어떻게 공교육이 희생될 수 있는가. 서울의 부촌이라고 하는 강남지역은 과외비가 연 평균 286만원이라고 한다. 중류정도의 봉급생활자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이다.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과외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생활비를 최대한 줄이고 있으며, 파출부 등 부업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일부 학부모들은 과외비를 벌기 위해 매춘행위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잘못된 현실인가. 그렇게 해서 자녀들에게 과외를 시켜 과연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학부모들은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추진한 5대 교육개혁정책이 오히려 과외를 부추겼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정책의 실패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보충교육을 폐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도대체 정부는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였기에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사교육을 더욱 조장했는가. 정책 추진에 있어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아닌가.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학부모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공교육을 중심한 교육체계를 세워야 될 것이다. 무리한 개혁보다는 현실에 맞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공교육이 죽으면 국가발전을 위한 교육입국은 공염불이 될수밖에 없다. 탁상공론의 행정이 아닌 현장위주의 교육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을 다소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공교육의 회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 개정안’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행자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개정안은 문화예술 단체가 기업에 협찬의뢰서를 보내 지원을 요청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기부금품 모집을 꼭 해야겠다면 행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문화예술 단체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일견 그럴듯한 것 같지만, 아니다. 후원회 등 기업체의 자발적인 기부는 계속 허용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반문도 그렇지만 협찬 의뢰서 등 어떠한 요청이나 권유도 없는 상태에서 기업이 주는 기부금을 받으면 된다는 말 역시 궤변이다. 기부문화 자체가 없는 나라에서 무슨 자발적인 기부가 있겠는가. 현재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금액은 현저히 감소 추세다.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조사결과 2000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금은 626억 5천만원으로 1999년도에 비해 무려 54.7%나 감소했다. 국민과 기업에 부담이 돼 온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품을 일소해서 현재 겪고 있는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은 시급하다. 기업과 문화예술 단체 사이에 오가는 지금 흐름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에는 물론 공감한다. 그리고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지식기반경제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 특히 순수예술은 본래 시장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정부보조금이 필요하고 거의 기부금에 의존해온 것이다. 개정안대로 기업이 매번 자발적인 기부를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기부금이 있어야 문화예술활동이 가능한 현실속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는데 국가가 이를 제도적으로 어렵게 만들겠다고 하니 생각할수록 답답하다.기부문화가 정착된 외국에서도 문화예술단체의 기부금 모금을 정부가 규제하는 경우는 없는데 한국의 문화정책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특히 정치인들은 대규모 후원회를 열어 막대한 정치자금을 버젓이 모금하는데 어째서 문화예술인들은 기부금을 모금할 수 없는지 정부는 답변해야 한다. 문화예술관계를 삭제한 기부금품 모집규제법 개정안은 백지화해야 된다.
경기도박물관이 포천군 포천읍 자작리에서 한성도읍기(BC18∼AD475)백제 건물터로는 최대규모인 길이 23·6m, 폭 13·2m짜리 초대형 주거지를 발굴하는 개가를 올렸다. 대학교 박물관 등에 의뢰하던 과거와는 달리 경기도박물관 민속미술부가 주측이돼 직접 발굴한 이번 건물터는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중부 일대에 집중 분포돼 있는 여(呂)자 모양인데다 각종 토기, 철기류 유물, 기와까지 출토됨으로써 역사적의의가 더욱 크다. 또 서기 475년 고구려에 의한 한성백제 멸망 이전 포천 일대에 중요한 거점 취락이 형성돼 있었음을 알게 해 한성도읍기 백제가 한강이북 일대에 강력한 통치력을 뻗치고 있었음을 뚜렷이 확인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한성백제 최대 건물터는 한성 백제 한복판인 풍납토성 등에서도 최근 많이 확인됨에 따라 한반도 중부 일대의 여자형 건물이 한성백제를 대표하는 건축양식임이 한층 분명해진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그동안 한강 본류를 중심으로 그 남쪽 지역에서만 백제 흔적이 농후했을 뿐 북쪽에서는 좀처럼 “이것이 백제다 ”라는 확신을 가질 만한 유적이나 유물이 확인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난 1996년 홍수가 휩쓸고 간 뒤 확연히 드러난 파주 육계토성에서 서기 300년무렵 백제 흔적임이 분명한 대규모 유적이 발굴되면서 한강 북쪽에서도 백제의 역사가 실체를 드러냈고 이번 포천읍 자작리 유적이 발굴됨으로써 더욱 확실해졌다. 따라서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는 한강 북쪽 지역의 경우 보루나 성터유적은 고구려 혹은 신라가 쌓았다는 주장이 재검토돼야 하는 등 한국 역사고고학은 일대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하겠다. 경기도박물관은 지난 1996년, 1997년에도 경기 파주시 주월리 육계토성에서 길이 17.5m, 폭 10.8m인 대형 건물터를 발굴하는 등 한국 고대사 연구에 밑거름이 되는 매우 귀중한 유적을 속속 발굴하는 쾌거를 올리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문화발상지인 경기도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이어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경기도박물관은 역사유적지 발굴과 마찬가지로 보존 또한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앞으로 더욱 노고를 아끼지 말아 주기를 당부해 마지 않는다.
정부의 수도권 정비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국정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그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제2차 수도권정비계획(1997∼2011년)을 수립 추진해오던 것을 돌연 중도 폐기하고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2001∼2020년) 수립을 위해 국토연구원에 개발계획 용역을 의뢰함으로써 주요 정책이 줏대없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이후 84년부터 1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 추진해오던 수도권정비계획이 이처럼 시행중에 폐기된 것은 몇년앞을 내다보지 못한 단견의 소치다. 국정의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물론 정부의 중·장기계획이 상황변경에 따라 내용 일부의 수정이 불가피할 수는 있으나 계획기간 초기에 이를 폐기하고 전면 수정하는 것은 주요정책이 애초부터 잘못되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정부의 정책 기획능력을 의심케 한다. 그동안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수도권정비정책의 수정을 주장하고 이를 주시해온 우리로서는 정부가 이번 수도권정비계획을 수정하게 된 동기를 보면서 또한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경기·인천지역 개발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이번 전면 수정계획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내세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억지주장을 수용함으로써 비롯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가 이럴진대 수도권개발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정비 규제완화에 대해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생떼로 그 계획이 무산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산자부와 건교부가 입법예고까지 했던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안이 그렇고 수도권 자연보전권역내 외국자본의 대규모 관광지 조성을 허용하는 개정안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이처럼 국가의 주요 핵심정책이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지자체의 억지때문에 국정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크게 우려할 일이다. 앞으로 정부가 어차피 수도권정비 중·장기계획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칠 생각이라면 차제에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자체를 폐기하고 대체법을 제정하는 문제를 깊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각종 규제는 이제 국제경쟁력 제고와 국익차원에서 대폭 풀어야 마땅하다. 세계화·지방화가 가일층 성숙되는 시대여건에 맞게 규제 일변도의 수도권 정책을 보다 개방적이고 합리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이점을 유념하면서 수도권 중·장기 개발 계획을 새로 짜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