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일위원장의 1월 중국방문,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2월중 방한, 김대중대통령의 3월 방미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발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의 조기개최 합의를 본 두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총론적 평가다. 보수적 공화당행정부라 하여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공조의 재확인, 동북아 평화의 한반도 중요성을 부시대통령이 강조한 것 또한 원론적 얘기다. 김대통령의 지혜와 경험을 경청하고 싶다는 말, 그리고 이 전화를 부시가 먼저 걸어온 것 등은 의례적 표명이다. 청와대측이 이같은 의례적 부시전화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은 앞으로 행여 일을 꼬이게 만들지 않을까 하여 좀 걱정된다. 부시의 그같은 전화가 평소 피력해온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철저한 등가성 상호주의든 유연한 비등가성 상호주의든 상호주의를 배제할 근거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주도의 평화(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해 ‘힘의 재무장’을 강조하는 부시가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국가미사일 방어(NMD)체제 구축이다. 북측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부시행정부가 경계를 늦춘 징후는 없다. 이를 둘러싸고 북·미 및 미·중간에 긴장이 조성되면 4자회담에 악영향이 우려되는등 대북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개발않는 대신 30억달러와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요구하는 북측에 부시행정부가 호락호락할리는 없다. 남북관계에 낙관도 비관도 예상할 수 없는 각론적 가변요인의 잠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음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2월중으로 예정된 이정빈외교와 파월 미국무의 접촉이 중요하다. 총론이 아닌 각론의 사전 조율을 위한 두 외무장관 접촉이 잘 되어야 정상회담이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 감각의 사전발표는 서로 삼가야 한다. 김위원장 방중에 따른 개방 개혁의 정도 여하는 부시행정부의 대북태세에 함수관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예단은 삼가야 한다. 청와대측이나 정부 당국자가 방중효과를 체제 변화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 말을 아끼는 것 역시 외교임을 알아야 한다. 여권인 김종필씨가 부시대통령 취임축하만찬회에서 아무말 없이 악수만 하는 것으로 만난 전 부시대통령을 마치 귀빈실서 따로 만나 두나라 정상회담을 부시대통령에게 주선한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은 외교에 무익하다. 이제는 김대중대통령의 1인외교 또한 지양돼야 한다.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본 회담도 그렇고 양국의 외무예비회담에서부터 다각적인 제도외교를 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기만 갯벌消失 놔둘건가

화옹지구 간척사업으로 초래될 경기연안 갯벌의 소실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실로 충격적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경기연안 습지 생태계 기초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옹지구 간척사업이 끝나서 화옹호와 시화호가 담수화되는 2008년쯤이면 경기연안 갯벌이 전체면적의 51.3%나 되는 1억6천192만7천㎡가 소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연안 갯벌이 이렇게 많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환경을 외면한 개발, 특히 대규모 간척사업때문인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라는 서해안 갯벌이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갯벌은 그동안 생태계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쓸모없는 황무지로 잘못 인식되었었다. 하지만 이제 갯벌은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이고,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나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분석한 갯벌과 농지의 가치비교를 보면 1에이커당 갯벌은 수산물 생산 365만3천원, 정화기능 155만2천원 등 819만9천원인데 비해 농지는 미곡생산 247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개발논리의 우세로 갯벌을 흙으로 메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근년들어 갯벌의 가치를 재인식하게됨에 따라 간척개발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사화호연안과 인천연안을 환경관리해역으로 지정키로 한 것도 이같은 추세에 따른 것이다. 간척사업을 지양하고 연안보전종합대책을 세우기로 한 것은 ‘개발’보다 ‘환경보전’에 더 큰 비중을 둔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교부가 갯벌의 대규모 소실이 뻔한 화옹지구 간척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다. 그동안 대규모 간척사업이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생태계 파괴만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오염된 호수만 남긴 시화지구개발이 그렇고 현재 공사중인 화옹지구 간척사업도 시화호 못지 않은 심각한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본란은 이미 제기한 바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도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경기연안 갯벌보존을 위해서는 습지보호지역의 지정 관리 등 제도화가 시급하지만, 가장 효과적 대책은 ‘간척사업중단’이라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주장을 관계당국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탄강댐 왜 강행하나

연천군의회를 비롯한 연천·포천·철원군 등의 시민·환경단체와 많은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해온 한탄강댐 건설이 그동안 추진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여론을 전적으로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 상반기안에 댐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안을 수립, 오는 2003년까지 설계를 마친 후 2004년에 착공, 2009년 댐을 완공할 계획임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국회 건교위 이재창의원(파주)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진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일대 계곡인 한탄강 상류에 이 댐을 완공하면 총저수량 3억1천103만㎥, 홍수조절량이 250만㎥에 달해 생활용수 공급은 물론 댐 고갈시에는 군사훈련장으로 이용하는 등 다목적 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댐 건설이 강행될 경우 삶의 터전인 20㎢의 농경지와 400여가구의 집이 수몰되는 것은 물론 전기 구석기 선사유적지, 희귀동·식물 서식지인 비무장지대의 자연생태계 등이 철저히 파괴된다. 더구나 깊이가 40m나 되는 계곡으로 급류가 굽이쳐 흐르는 상황에서 얼마만큼이나 물을 가둬 홍수조절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며 비홍수기 때 물을 빼서 군사훈련장으로 사용하려는 계획도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댐 건설 예정지역의 양안(兩岸)기슭이 풍화·침식되기 쉬운 현무암층인데다 지하동굴 등의 지층구조로 돼 있어 댐 붕괴위험이 있을뿐 아니라 과거 일제시대에 건설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한 바 있는데도 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니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렇게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는 지질문제는 ‘그라우팅 공법’으로 건설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댐 건설에 따른 주민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사 강행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발생될 극심한 마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댐 건설계획이 발표됐을 때 본란도 이미 지적한 바가 있거니와 한탄강 댐이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포기한 ‘제2의 동강댐 사태’가 될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재 추진되는 한탄강 댐보다는 남북협력사업인 민통선 지역의 임진강댐 건설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한탄강 댐 건설 강행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질적인 공청회를 개최한 후 대다수가 긍정하는 공사여부를 확정, 추진할 것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파출소가 이렇게 당해서야

경찰관 파출소는 범죄예방과 단속을 위한 민생치안의 최일선 보루이자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런 국가치안의 최일선 기관이 또한번 무참하게 유린당했다. 설 연휴를 앞둔 21일 아침 용인경찰서 구성파출소가 음주운전단속에 앙심품은 범법자 승용차의 돌진으로 1층이 전소됐고 2층에서 자던 경찰관이 연기에 질식되거나 뛰어내리다 다쳤으니 우리 공권력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더욱이 공권력 훼손행위에 대한 검찰의 일제 검거령이 내려진 가운데 마치 이를 비웃듯이 파출소가 돌진하는 승용차에 피습돼 전소된 것은 공권력의 권위가 여지없이 땅에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이전에도 파출소가 습격당하고 공무집행중인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사건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이같이 범법자들이 경찰의 권위에 정면도전하는 현상은 사회의 기강과 치안상태가 극도로 어지럽고 해이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 우리의 경찰 공권력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의 경찰에 비해 위상도 낮아졌고 기능도 약해졌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과중과 공정치 못한 인사 등으로 사기도 크게 저하돼 있다. 경찰 스스로의 부끄러운 비리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경찰을 보는 시민의 눈도 예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툭하면 파출소에서 난동부리는 등 경찰알기를 우습게 알고 공권력을 얕보는 요즘의 풍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구성파출소의 승용차 돌진사건도 따지고 보면 경찰관과 경찰서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범법자 같으면 감히 어떻게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할 마음을 가졌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이제 우리의 공권력은 위험수준에 와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국은 이점을 깊이 깨닫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찰 스스로가 자신에 엄격함으로써 위상을 높이는 한편 공권력 도전행위엔 단호한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파출소 피습사건이 아니라 국가의 권능자체가 공공연하고도 예사롭게 공격당한 중대한 사태로 인식해야 한다. 일선 경찰관서가 이처럼 무방비적으로 범법자에게 유린당할 정도로 자체 경비 및 보안이 취약한 상태라면 관내 치안은 말할 것도 없다. 주민이 불안해할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출소를 비롯한 모든 경찰관서의 경비·보안태세를 전면 점검, 문제점을 보완하고 경찰관들의 근무자세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性차별 많은 조례 개정해야

수원시가 수원가정법률상담소에 의뢰하여 남녀차별 자치법규를 구체적으로 밝혀낸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가 전문가의 자문과 간담회를 통해 최근 지적한 수원시 조례 및 규칙의 문제점들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의 분석에 따르면 수원시의 조례·규칙중에는 남녀를 성차별하고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조항들이 상당수 있다. 이번에 지적된 문제조항은 30여가지로 마땅히 개정돼야 한다. 고용직 공무원 선발요강의 경우 응시자격에 여성의 연령을 남성에 비해 10여살이나 어린 나이로 제한하는가 하면 환경미화원 등 응시자격에 여성은 아예 명시돼 있지도 않다. 수원시의회위원회 조례는 상임위원회의 설치 항목에 여성상임위나 여성특위 설치가 필요하며 중소기업육성 기금설치 및 운용조례상 융자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한국여성경제위원회가 추천하는 지역여성기업인을 융자심의위원으로 추가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을 지원할 때 여성기업의 활동과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여성기업을 우대하고 중소여성기업을 융자대상에 명시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수원시 여성발전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에서도 기금지원 대상사업 및 활동내용에 ‘여성의 국내외 교류 및 협력사업’을 포함시켜야 함은 물론 항목중에 사용된 ‘요보호’라는 용어는 의미가 모호하므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시립예술단체 단원 복무규정 중 출산과 질병을 동일시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국민주택 등 일반분양 1순위 선정시 영구불임시술을 한 자를 우선 선정하도록 돼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정으로 당장 삭제돼야 할 조항이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금도 가정과 사회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이렇게 성차별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면 성비 불균형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수원시만의 현상은 아닐터이지만 우선 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은 조례 및 규칙을 과감히 개정하기를 바란다. 수원시가 앞장 서서 성차별이 심한 각종 조례를 고친다면 다른 지자체들도 따라서 개정할 것이다. 수원시와 수원시의회의 활동에 기대를 건다.

한심한 인사국정시책

정부가 ‘2001년 20대 국정과제 추진계획’의 하나로 발표한 인사시책은 황당하다. 고위요직의 특정지역, 특정고 출신의 편중을 배제한다고 한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실효는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능력저해, 인사운용의 경직성 등 부작용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한 부서에서 3급이상의 핵심요직에 특정지역 특정고출신이 30% 이상이 되면 연고주의 인사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 이한동총리의 설명인 것 같다. 그럼, 예를들어 이에 가까운 30% 미만의 편중은 연고주의 인사가 아니란 말인지 기준설정부터가 해괴하다. 핵심요직이라는 것 역시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연의 개념 또한 코걸이 귀고리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발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인사편중시비를 없애려는 것일지 몰라도 되레 30% 한도 내에서는 편중을 양성화하여 능력중심 실적중심의 인사를 저해할 역기능이 다분하다. 궁금한 것은 이런 시책을 무엇에 근거하여 하겠다는 것인지 도시 알수 없다. 설마 관련법규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졸렬함을 저지를 것으로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방침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는데 정부방침이란것이 원래 무상하고 이런 것을 명색이 방침으로 내거는 정부가 국민이 보기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권의 도덕성, 정부의 양식으로 해결할 문제다. 어거지 안배로 지역편중 시비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시행대상인 3급이상의 공무원은 중앙부처외에는 검찰 경찰직에 많다. 정부가 중앙인사위원회를 통해 2월중 핵심요직에 한해 분포를 조사하여 발표하겠다는 것은 조사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는 편중시비를 모면해보자는 정치적 의도로 국민들 눈엔 비친다. 정부가 진정으로 인사편중시비를 모면하려면 실제로 자행해온 특정지역, 특정고출신 편향을 종식시키는 의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번 경찰수뇌급 인사같은 추태를 더 보여서는 안된다. 특정지역, 특정고 편중 인사잡음은 비단 3급이상 고위직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중·하위직에도 그런 잡음은 없어져야 한다. 또 인사편중 시비는 공무원사회가 더 잘 안다. 공직사회서부터 그같은 인식을 불식시켜 직업공무원제에 부합하는 인사안정을 기하려는 정부의 원천적 노력이 촉구된다.

김정일정권과 개방개혁

지난해 5월에 이어 8개월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귀국하면 개방개혁을 할 것이라는 현지보도는 관심을 끈다. 바오산(寶山) 철강소, 상하이(上海) 증권거래소, 쑤저우(蘇州) 정보통신(IT)단지 등을 찾아 표명한 깊은 관심은 변화의 노력을 감지할 수 있다. 40대 엘리트 경제관료와 당·정·군의 원로들을 대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연초에 로동신문등 공동사설을 통해 밝힌 ‘신사고’와도 상통한다. 1995년 이후 누적돼온 절대적 식량부족, 극심한 에너지난은 더 이상의 책임생산제나 독립채산제 독려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한계에 이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구권 붕괴이후 우리식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표방한 북측 정권이 보도된대로 쉽게 개방개혁을 공표할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개방개혁의 필요성을 몰라서 여태껏 빗장을 풀지 않은 것이 아니다. 개방개혁이 가져올 체제위협의 상충적 고민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하다. 지배권력의 절대화, 혈통승계의 신성화 등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특유의 사회주의 체제가 존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이에 상응한 폐쇄적 통제가 있으므로 해서 가능했다. 원로등 수구세력은 물론이고 개혁을 말하는 엘리트 신진세력도 체제를 붕괴해가며 개방개혁을 추진할 것으로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 또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모델로 도입하는데도 중국과는 또다른 난관과 고민이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신사고의 변화가 많든 적든 불가피한 것은 경제난 해소의 당면과제가 절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 역시 체제유지를 위해서다. 결국 김정일정권은 종전의 틀을 기본골격으로 하는 ‘신 우리식 사회주의’로 제한적 개방개혁을 추진할 공산은 충분히 있다. 예를 들면 구조적 농업침체의 요인이 된 분조관리제의 협동농장 농업관리방식을 본연의 생산성 중심으로 개선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긴 하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도저도 아닌 꽉막힌 상태에서의 돌파구는 일전불사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안보의 공고화와 더불어 북측의 변화환경을 유연하게 받쳐주어야 한다. 이번 김위원장의 중국방문은 부시정권의 출범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언의 메시지가 담겼다 할수 있다. 테러국 이미지를 지우는덴 노력하면서도 미사일카드는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북·중의 잦은 실질접촉에 러시아가 적지 않게 신경쓰는 것 같다. 주변 강대국들의 자국 이익을 위한 지나친 대북자극은 평화를 위해 무익하다. 정부의 다각외교가 요구된다. 아울러 북측이 다소간의 변화를 보이고 또 이를 지원한다 하여도 아직은 실체적변화가 아닌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항상 이래서 어렵다.

실업자 100만명시대의 과제

우려했던 실업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40만개를 창출해 실업률을 3%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장담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말 실업률이 이미 4.1%(인천 4.7%·경기 3.4%)를 기록했고 실업자수는 90만명을 육박, 긴박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1·4분기에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구조조정 요인으로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밝지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1·4분기 실업자수가 많게는 110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고 LG연구원은 120만명에 연평균 실업률 4.3%, 현대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도 각각 4.4%와 4.3%로 예측했다.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과 공기업 및 공무원 감축조치로 인해 앞으로 20∼3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니 우리 사회가 또다시 실업열병을 앓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같은 실업문제가 봄철 노사협상과 맞물릴 경우 자칫 심각한 민심 이반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정치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 크다. 그럼에도 정부가 세운 실업대책은 미흡한 점이 많다. 우선 실업사태를 미처 예상치 못해 실업예산을 작년보다 크게 줄여 책정한 것은 근본적인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올해 2조9천억원을 투입 20만7천명을 대상으로 공공근로와 직업훈련 등 재취업 지원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올 공공근로 예산은 6천500억원으로 작년 1조3천207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물론 정부의 실업대책이 단순한 생계보호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무게중심을 둔 것은 올바른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업대책의 실효성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지지난해 이미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 실업정보의 체계화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했으나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이번 대책도 쏟아지는 실업자와 거기서 파생되는 경제·사회문제를 적절히 수습해 과연 실업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이제까지 드러난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허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부적격자는 없는지 살펴보고 공공근로가 정규취업의 징검다리 역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직업훈련도 양적 확대보다는 실직자가 필요로 하는 수요자중심의 훈련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다. 실업대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시 점검반을 만들고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파악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원 시급한 폭설피해 농가

최근 내린 폭설로 인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각종 사고 중 농촌의 피해가 너무 극심하다.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 채소공급지인 남양주, 하남, 용인, 평택지역 등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이번 폭설로 도내에는 채소재배시설, 인삼차광시설, 축사, 양어장 하우스 시설 등 모두 1천 278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행 법규상 피해농가에는 국비 241억원, 도·시·군비 13억원 등 모두 254억원밖에 지원하지 못해 나머지 1천 24억원은 농가에서 부담해야할 딱한 형편이다. 피해농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처럼 턱없이 부족하자 아예 피해 복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축산자동시설, 과수농가 방조망 시설 등 고가의 시설·장비 등도 16억5천400만원 상당의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허가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하니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도내 축산·과수 등 100여 농가들은 주택의 경우 무허가 주택을 적법하게 복구할 때에는 보상금을 지원하고 있으면서 축사나 과수농가의 방조망 시설은 보상이 전혀 안되는 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해구호 및 재해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상 무허가 시설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가들은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고 이번에 또 설해를 당한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깝다. 경기도 당국은 시·군 공무원들은 물론 군부대·유관기관과 연계, 복구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손돕기의 복구작업 지원도 좋지만 특별예산을 들여서라도 먼저 보상지원비를 현재보다 대폭 상향조정해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축산·과수농가의 미허가 대상 시설은 중앙정부에 하루 빨리 보상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농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수입 농산물 범람에다 경기침체, 수요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함은 물론 앞으로 또 있을 강설피해 재발방지책 등 범정부차원의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복구 지원대책을 마련, 시행하기 바란다.

地自體長 벌써 선거운동인가

최근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선심행정은 무심히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다. 대학입시 특차 합격자들에게 축하카드를 보내고 연말에 관내 교회에 일일이 케익을 보내는가 하면 지역축제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푸짐하게 잔치판을 벌이는 등 단체장들의 선심행사가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단체장들이 시·군 소식지와 공무원을 동원한 업적 및 치적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이같은 단체장들의 생색내기와 업적자랑 홍보책자 발행에 수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경제상황은 아랑곳 하지 않는 혈세낭비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민선시대에 단체장들이 주민들을 접촉하고 위로하며 행정홍보를 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같은 생색내기 행사와 업적과시 책자 발행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에는 후보의 기부행위가 금지되는 규제를 받기 때문에 내년 6월 선거를 치를 현 단체장들은 사실상 내년초부터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요즘 기승을 부리는 단체장들의 선심행정은 이같은 제한을 받기 전에 ‘기득권’을 통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이같은 단체장들의 사전선거운동심리가 선심행정으로 끝나지 않고 행정공백은 물론 주민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벌써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 행사에 실·국·과장이 따라 다니느라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단속행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경기도 선관위가 지난해 기초단체장들의 금품제공과 홍보물 발행 배포 등 23건의 사전선거운동을 적발한 예를 보아도 잘 알수 있다. 지금 국정난맥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우려가 높고 지방경제가 신음하고 있는데 일선 행정을 맡은 단체장들마저 차기선거에 마음이 쏠려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아직도 1년6개월이나 남은 선거를 위해 단체장들이 선심쓰기와 업적과시로 사회분위기를 망가뜨리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단체장들은 민선 지자체장답게 자세를 가다듬고 민생챙기기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관위와 사정기관들도 불법사례가 더 늘기 전에 감시와 단속활동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