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 경비업체 총기허용 ’

오는 6월 중순부터 민간경비업체의 경비원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총기휴대 조건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고는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우려감이 먼저 앞선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23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경비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항과 핵발전소, 전력시설 등 국가중요시설 경비를 담당하는 특수경비원에 한해 무기 휴대 및 사용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경비업법 개정안은 공포 3개월후부터 발효되도록 경과규정을 둬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불안스럽기까지 하다. 현재는 특수경비원으로 한정했지만 장기적으로 여타 민간경비원으로의 총기보유 확산과 총기사고 가능성이 높을 게 염려되기 때문이다. 민간인 총기보유가 과연 타당한가도 문제점이다.민간업체 특수경비원에게 총기 휴대 및 사용권을 허가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만일 자질에 문제가 있는 부실 경비업체가 선정될 경우 총기 남용 및 유출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조직폭력배들이 위장 경비회사를 차려놓고 주변 노점상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해오다 검거되는 등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경비업체의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지난 24일 현재 전국의 민간경비업체는 총 1천838개로 경비직원 수만 8만1천819명에 이른다. 앞으로는 더욱 증가할 게 분명하다. 경찰을 비롯한 경비업법 개정안 찬성론자들은 총기 사용 경비원에 대한 자격요건과 오·남용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했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총기사고가 교육과 자격요건 강화 등으로 방지된다면 현직 경찰관의 총기사고는 왜 발생하는가. 무기관리를 엄격히 하는 군대나 경찰에서도 종종 무기 탈취나 도난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 민간 경비업체의 총기가 범죄에 악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법안이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정부는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범죄예방이 범죄발생’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특별대책을 수립, 불안요소를 최소화해야할 것이다.

日 역사교과서 왜곡

‘주권침해’3·1운동과 의병봉기 등 조선의 독립운동이 지속됐다는 종전의 일본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일제강점대목이 ‘당시 국제사회가 승인했으며 일본에 이익된 것만은 아니다’라고 바뀐다. 전쟁터에 강제송환된 종군위안부가 다수였다는 이 대목은 아예 삭제해 언급을 피했다. 종전엔 침략으로 시인했던 일본의 만주 침략을 ‘경제적 이유의 진출’로 아시아침략 또한 ‘진출’ 또는 ‘지배’라고 표현, 침략이란 용어를 삭제했다. 20만명이상의 희생자를 낸 일본군의 중국 난징(東京) 대학살은 그냥 ‘난징사건’으로 의미를 축소하였다. 2차세계대전 또는 태평양전쟁이라고 하는 것을 황국식민사관인 대동아전쟁으로 명칭을 복귀했다. 이밖에도 허다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은 일본사회의 우경화 경향만은 아닌 자민당 정권 역시 정서를 같이하고 있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이에 적극 대응하기로 한 정부방침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의 입장표명에 주목할 만한 일본측 반응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일본 우익이 만든 역사교과서의 검정통과가 있어선 안된다’고 한 반대의사 천명을 일본이 주권침해를 들어 반박한 것은 크게 주목할 대목이다. 오쿠노 세이스키 전 법무상은 자민당 총무회에서 ‘중국이 정치적 압력을 걸어오는 주권침해에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쿠노의 그같은 발언이야말로 망발이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여 인접국가에 부당한 인식을 전이케하는 자기네들 처사의 그 자체가 주권침해이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역사기술에 천부당 만부당한 주권침해를 해놓고 이의 시정요구를 되레 주권침해라고 말하는 것은 일본이 패권주의에 얼마나 들떠있는가를 보여준다. 대체로 사무라이정신을 국민정신의 긍지로 아는 것이 일본사회다. 그리고 그들의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은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던 것이었다. 20세기초 꿈꾼 그같은 미몽이 결국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인류에 심대한 손실을 끼치고도 21세기 들어서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 및 대륙침략의 상흔이 아직껏 남아 있고 생생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직도 살아 있는 마당에 일제강점은 일본이익만이 아니라는 궤변은 당치 않다.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은 일본역사뿐만이 아닌 아시아 역사의 왜곡이다. 정부의 이에 대한 대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역사기술의 주권침해로 규정, 마땅히 시정조치가 있도록 하는 응분의 외교적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중국 등과 연대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플라스틱 식기 불안해소를

플라스틱 식품용기에서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허용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조사보고는 소비자들을 또 한번 불안케 한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합성수지로 만든 도시락 용기와 식품용기·컵 등 착색제품 130개를 시중에서 무작위 채취, 조사한 결과 납 27건 카드뮴 47건 등 모두 74건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에는 인체의 면역체계 장애는 물론 내분비계와 생식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납이 120∼300ppm 검출돼 허용기준치(100ppm이하)를 3배나 초과했다. 그러나 보건환경연구원은 이번 조사는 플라스틱 식품용기 샘플에 열을 가해 녹여서 중금속을 분석하는 ‘용기실험’ 결과 나온 조사치로 용출실험(초산 등에 용기를 일정기간 담갔다가 중금속 검출여부를 조사하는 방법)에서는 이보다 낮은 조사치가 나올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용기실험’ 결과 중금속이 허용치 이상 나왔더라도 ‘용출실험’에서 검출량이 허용치 이하라면 그 식기는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보건환경연구원의 이같은 어정쩡한 견해는 옹기에서 유해 납이 검출되는지의 여부를 둘러싼 과거의 지루한 논쟁을 재연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식품위생 당국은 조속히 권위있는 조사방법과 해명으로 소비자를 안심시켜야 한다. 플라스틱 식기류는 내용물에 따라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최악의 조건을 상정해서 유해여부를 검사하는 것이 옳다. 또 이번 검사에서 검출된 아연(0.5∼235ppm)과 구리(0.4∼91.0ppm)의 경우 우리는 왜 허용기준치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아연과 구리는 과다 섭취할 경우 소화기관 장애와 간경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이다. 그런데도 허용기준치가 없으니 이들 물질이 얼마든지 검출되더라도 그 식기를 사용해도 좋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민을 불안케 만드는 이같은 검사결과가 나올 때마다 그 누구도 신속하고 권위있는 해명을 안해 주고 있으니 국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권위있는 검사결과와 함께 신속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플라스틱 식기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면 제조과정을 정밀검사하고 안전여부를 확인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 국정 3년

김대중대통령 집권 3년을 맞아 정책의 완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취임도 하기전 당선자시절부터 전 정권의 임창열경제부총리를 지휘, 환란수습에 나서야 했다. 실로 급박한 상황속에 시작부터 거덜난 나라살림을 맡았다. 이어 각 분야에 걸친 국가사회의 개혁은 건국이후 누적된 과거문화의 청산작업이다. 다같이 그속에 숨쉬고 살아온 고비용 저효율의 과거문화로부터 누구든 자유로울 수 없어 개혁은 원초적으로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무려 50여년의 생활문화의식을 달리하는 것이 개혁이다. 이를 단 3년에 이루지 못했다 하여 부정하기보단 당위성이 제고된 것만도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그동안 씨를 뿌리고 기초를 다진 개혁은 결코 이 정부에만 국한하는 작업이 아니다. 경제의 고질적 환부를 도려내는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개혁의 경우 아직 미진한 것은 사실이다. 잠재적 부실기업의 정리미흡, 노동시장의 유연성 저하로 인한 외국자본의 투자기피, 금융기관 통합작업의 전망, 공기업의 비전문 경영진 등은 앞으로의 과제다. 그러나 4대개혁의 기본틀 마련후 ‘상시 구조개혁’ 시스템이 정착, 시장경제 작동에 의한 하반기 경제회복을 전망할 수 있는 것은 큰 성과다.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를 세계5위인 952.4억달러로 끌어 올린 것은 경상수지의 지속적 흑자를 이룬 노력의 결실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의약분업, 의료보장제도, 국민연금 등 보건복지 4대개혁은 시행착오의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으나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미래의 희망이다. 점차적 내실과 취약계층에 대한 자활지원강화 및 보건의료 발전을 기하는 지속적 추진력을 기대하고자 한다. 지식정보화를 위한 인프라의 확충, 정보통신산업의 육성은 무한경쟁시대의 국력지표며 생존의 무기다. 특히 2단계 초고속통신망구축, IT산업의 총생산 및 수출의 현저한 증가는 지식경제산업의 막강한 저력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 6·15 공동선언에 의한 남북교류활성화로 한반도 주변 4강과의 동반자관계확대, 국제사회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은 민족적 개가다. 북한은 마침내 ‘신사고’를 말하기에 이르렀다. 올 가을 경의선 개통을 계기로 세계에서 유일한 냉전으로 손꼽히는 한반도 냉전을 종식, 분단 반세기여동안 상존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해방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아직도 많고 험난하다. 교육의 안정적 개혁, 국적있는 농수산업의 개방형 진흥, 서민층 세부담 경감 등 생산적 복지구현의 세정개편, 초미의 정치개혁 등 이밖에도 허다하다. 그러나 경제도약의 기틀, 복지사회의 기본틀, 정보화사회 및 지식경제의 기반, 화해와 협력의 새 한민족 시대를 열므로써 21세기형 선진국가의 총체적 초석을 닦은 것만은 사실이다. 개혁의 마무리는 정부 혼자만이 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혁에 참여하지 않고는 누구든 개혁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이 국민정신이다. 참여의 비판속에 이의 단계적 완성을 위한 국민적 의지결집이 더욱 요구된다.

지자체 감시 나선 시민단체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경실련, 여성민우회, YWCA 등 주요 시민단체들이 자치단체장 주민소환제 도입 등 지자체 감시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주목하고자 한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복리는 뒤로한 채 특수집단의 이익을 도모해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지만 이를 견제할 통제수단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주민소환제 등의 입법화는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시민단체들의 이같은 지자체 감시활동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개인비리와 독직혐의로 민·형사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앞으로 시민단체들이 할 일은 참으로 많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예산 편성과 집행에 대한 감시운동을 올해 핵심사업으로 선정하여 낭비된 예산환수 운동과 예산낭비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주민소환 운동은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감시 단체들과 연대해 낭비예산 환수를 위한 납세자 소송특별법 입법화운동을 전개하고, 전국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낭비예산에 대한 납세자 시범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 운동의 기본방향을 자치단체의 개혁성과 효율성, 투명성 확보로 잡고, 주민의 지방자치 행정참여와 견제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운동 전개도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일부 지자체장이 선거를 의식한 예산 집행과 낭비, 인사전횡과 금품수수, 인기위주의 전시행정을 펼쳐 지방자치제도 취지 자체를 훼손시키는 사례가 있다면 감시의 대상이다. 지방의회가 견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소신껏 활동할 수 있으려면 오는 3월 임시국회에서 주민소환제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및 학계가 연대해 네트워크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이러한 활동은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를 확대하고 자치단체 내부에 합리적인 자율통제 기능을 정착시키려는 것이므로 기대가 크다. 다만 그 목적이 아무리 옳고 타당하다 하더라도 반드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감시활동을 전개해야할 것임을 강조해 둔다.

평택·인천북항 확충 왜 미루나

평택항과 인천북항 항만시설의 확충사업이 절박한 정책과제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난 89년부터 추진해온 평택항 건설과 인천북항 개발 계획이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의 투자소홀로 지지부진, 수도권 경제활동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이 최근 전국 항만시설공사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얼마나 인색하고 태만했는가를 알 수 있다. 굳이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나라가 경제발전 속도에 비해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세계은행으로부터 이미 90년대초 우리 나라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관한한 후진국이라는 지적을 받았겠는가.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중국의 급격한 성장과 일본 고베항의 기능저하로 우리 나라 항구들이 환적화물 처리의 최적지로 부상함에 따라 항만건설을 위한 민자유치는 물론 항만사용료 인상을 통해 자체 재원을 확보해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 예산당국도 항만 중요성의 인식부족으로 항만시설 확충에 대한 투자배분에 인색하기만 했다. 평택항의 경우 지난 89년부터 2001년까지 2조9천억원을 투입, 접안능력 62선석(연간 하역능력 6천200만톤)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계획기간이 절반이 넘었는데도 선석은 8개에 불과하다. 또 인천북항은 95년부터 2011년까지 8천억원을 들여 연간 하역능력 1천700만톤 규모의 시설을 갖출 계획이었으나 투자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이같은 항만시설 확충사업 투자인색과 그에 따른 시설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수익성이 높은 평택항과 인천북항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면서도 우선 투자순위가 떨어지는 포항 영일만과 목포신외항 등에 집중투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정치적 배려 때문에 예산이 기형적으로 운용됐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제 투자순위를 무시한 이같은 예산운용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수익성 등으로 보아 우선 투자가 마땅한 평택항과 인천북항 확충사업이 정치논리에 밀려서는 안된다. 당국이 지금의 현상을 가볍게 보고 대책을 우물쭈물 미루다 보면 머지않아 항만마비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자초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급한 100만 실업자 대책

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도래하였다. IMF 체제 이후 또 다시 불어닥친 구조조정과 경기침체로 인하여 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1월 통계에 의하면 전국 실업자수가 98만2천명으로 전월보다 8만9천명이 증가했고 실업률은 무려 4.6%에 이르러 이달 말에는 100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를 방황하게 될 것 같다. 더구나 경기·인천지역에만 24만명의 실업자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대우자동차의 정리해고로 이달에는 더욱 증가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IMF 관리체제를 극복하였다고 자랑했으며, 또한 수많은 실업 억제대책을 발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매월 증가하고 있으니, 정부의 IMF 체제 극복 자랑도, 그리고 장황한 실업극복대책도 허사였음이 증명되었다. 물론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요인이 있기는 하나 단순히 계절적 요인으로 돌리기에는 현재의 경제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실업대책은 무엇보다도 정부와 기업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된다. 우선 정부의 장·단기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각종 공공사업의 조속한 집행을 통하여 단기적 실업자를 흡수해야 된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 대한 긴급 구호책이 실시되어야 하며 정부의 자금을 방출해서라도 공공근로사업 등을 확대해야 된다. 그러나 실업문제는 단기적 대책으로만 해결될 수 없으므로 정부의 예산으로 공공근로 등을 확대하여 실업자를 구제함과 동시에 장기적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실효성 있는 직업교육을 확대하여야 되며,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아 주어야 된다. 기업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정리해고 등과 같은 손쉬운 극단적인 방법만을 택하지 말고 최대한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유한킴벌리㈜에서는 하루 24시간 근무를 4개조가 나누어 근무하는 일명 ‘4조 근무제’를 실시하여 정리해고도 막고 오히려 생산성을 증가시킨 사례도 있으니 이런 방법도 채택하여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어렵다고 노동자만 희생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노동자와 더불어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기업인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국무조정실은 뭘 했나

정부 각 부처들이 하는 일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제정책이 임시방편적인 단기처방에 치우친 나머지 부처간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 그렇고, 철도와 도로 건설 등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비협조와 기(氣) 싸움이 또한 그렇다. 이로 인해 경제정책의 혼선과 난맥이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거나 예산이 낭비되기 일쑤다. 감사원이 지난해 7월 54개 정부기관을 상대로 ‘주요사업의 부처간 업무협조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보면 이럴 수가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철도청의 중앙선 청량리∼덕소간 복선 전철화 사업은 남양주시가 지난 97년 인근 하천의 홍수를 감안해 지반을 높여 도로를 건설했으나 철도청과 사전협의가 되지 않아 철도 교량과 도로교차지점의 터널높이를 당초 계획(4.5m)보다 3m가량 줄어든 1.38∼1.66m밖에 확보하지 못해 버스도 통과할 수 없는 상태다. 또 경의선 용산∼문산간 복선 전철화 사업도 철로 통과지점인 농업진흥지역내에서는 전동차 사무소를 설치할 수 없다는 농림부의 고집으로 1년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같이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예산낭비와 국민 불편을 초래해 감사원에 적발된 것이 39건에 이른다. 부처간 이견조정을 위해 국무총리 직속 산하에 둔 국무조정실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혹시 정부내 정책조정기능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감사결과 나타난 부처간 이견이 정책적 견해차이라기보다 대부분 단선적(單線的) 사고방식과 외고집에 의한 감정싸움이라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명분도, 이유도 가당치 않은 억지에 불과한 것도 많다. 그것이 기형적인 정부조직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성원들의 비뚤어진 자존심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모르나 속히 시정되어야 할 대상이다. 정부 각 부처는 이제 근시안적이고 편협된 부처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한단계 높은 국익차원의 안목에서 서로 협조하고 화음을 이뤄야 한다. 총리실 국무조정기능도 국정이 최대한 효율을 가져올 수 있도록 보강돼야 한다. 각 부처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서 오는 부처이기주의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리실의 정책 조율·조정기능이 보충돼야 한다. 이른바 일국의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중앙부처들이 하릴없이 허구한날 티격태격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기피시설, 공동구역 설치를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지역에 쓰레기·분뇨·하수처리장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어 체계적인 환경친화 광역도시계획 수립이 매우 시급해졌다. 현재 대형 기피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지역은 서울의 성산·방화대교 북단에서 고양시를 잇는 ‘서울·고양벨트’와 서울 강서구 오곡동에서 부천시 경계지역을 잇는 ‘서울·부천벨트’ 그리고 서울과 성남시 경계인 탄천 일대에도 하수종말 처리장 등 각종 시설들이 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이 매연, 침출수 등에 의한 오염물질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 특히 고양시의 경우 덕양구 현천동 덕은동 일대 행주산성 주변 주민들은 심한 악취와 먼지로 인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서울시의 난지하수처리장과 분뇨처리장, 난지음식물쓰레기처리장 등을 떠맡은 기피시설의 집단지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주변은 청소차와 분뇨차 행렬이 줄을 이어 여름에도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을뿐 아니라 세탁물도 널어 놓지 못할 정도다. 정부가 지난 1998년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폐기물 시설 유치 때 2㎞내에 위치한 이웃 지자체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했지만 유명무실한 실정이다.그러나 해결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간 양측 경계선을 중심으로 기피시설을 공동설치,공동사용하는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환경친화적인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광역지자체는 광역단위로, 기초지자체는 기초단위로 서로 이웃 지자체 접경지역에 근접해 지을 게 아니라 차라리 경계선 중앙에 공동설치·공동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서울 인접지역뿐만아니라 각 시·군 접경지역에 기피시설이 몰리는 것은 쓰레기·분뇨· 하수처리장 등이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황에서 변두리 지역을 우선 선정하기 때문인 것이다. 쓰레기. 하수처리장 등은 아무리 기피시설이라 하더라도 없어서는 절대 안되는만큼 지자체끼리 공동으로 설치, 사용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보여진다. 수도권은 물론 각 시·군도‘ 기피시설 벨트화’문제 해결 방법으로 쓰레기 소각 시설과 매립시설을 각각 설치한 뒤 공동사용하고 있는 구리시와 남양주의‘빅딜’ 협약 체결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것을 권고한다.

극한투쟁은 共滅뿐이다

대우자동차 사태가 한층 험악해지고 있다. 정리해고 강행에 반발해 사흘째 농성중이던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공권력을 투입, 농성중인 조합원을 강제해산시킴으로써 일단 총파업이 진정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당국의 예측과는 달리 노조의 반발집회 가담자가 늘면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노조집회는 부산 대구 충청 등 지역의 금속연맹노조 조합원 300여명이 원정 가담한 가운데 집회시위자가 3천여명으로 늘어났고 정부를 규탄하는 격렬한 구호와 함께 화염병까지 등장 경찰버스 1대가 전소됐다. 시위양상이 정리해고 규탄대회수준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로 변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대우차 노조 농성에 동조해온 민주노총이 이미 경찰력 투입에 맞서 대정부 투쟁을 밝힌 상황이어서 전 노동계에 미칠 파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부로서는 공장점거 농성이 장기화할 경우의 파장과 이로 인해 빚어질 구조조정계획의 차질을 우려해 공권력투입이 불가피했다고 하겠으나 어떻든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그 가족 등 150여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은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쓰러운 것은 이번 해고사태의 희생자가 된 1천750명의 생산직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딱한 처지다. 구조조정에는 당연히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막상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노조의 파업투쟁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우차 사태에 대해 감성적으로만 바라고 있을 상황이 아니니 더욱 안타깝고 애처로울 뿐이다. 물론 대량 감원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고도 대우차가 살아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람직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우차 사태가 지금같은 상황으로 더 지속되서는 안된다. 자본금은 이미 완전 잠식된 상태로 갈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원 가량 적자를 냈으며, 매달 1천억원의 부도가 나고 있다. 채권단이 매일 50억원을 퍼부어야 하는 상황에선 정리해고 이외의 다른 방도는 없다. 이런 판에 노조가 극한 투쟁을 벌이는 것은 공멸하자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노조는 이제 극한투쟁을 지양하고 사측과 함께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생력을 키워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사측 역시 노조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아울러 회사와 당국은 이번 퇴직 근로자들의 취업알선 등 사후지원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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