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害외면한 지방행정

큰 눈이 내렸다. 큰 눈이래야 평균 10여㎝의 강설량이다. 미국의 동부지방을 강타한 수십㎝의 폭설같은 것은 아니다. 순백의 눈을 보면서 술수 위주의 집권층에 의식 표백을 촉구하는 하늘의 섭리인지, 아니면 결빙정국의 가속을 예고하는지를 생각케 했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층을 우려하는 것과 함께 지방행정 또한 지역주민들에게 아주 큰 불만을 샀다. 큰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은 어제 새벽부터였고, 어제 낮 하루를 지난 오늘 아침 출근길은 빙판투성으로 큰 곤혹을 치루었다. 이만한 눈을 두고 차량이 파묻히도록 내린 폭설처럼 자연재해로 방관하는 지방행정에 누굴 위한 행정인가를 묻고 싶다. 눈을 치우는 글레이더같은 장비하나 움직이는 것을 볼수 없었고, 염화칼슘 뿌리는 모습조차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자치단체마다 비상근무를 했다지만 뭘 했는지 알수 없다. 큰 눈이 내려 비상근무를 했으면 길에 나와 일을 해야지 책상머리에만 들어앉았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묻는다. 근년에 보기드문 큰 눈이긴 하나 이만한 눈쯤은 충분히 예견, 월동대책에 들어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리 세워둔 수순에 따라 일사불란한 제설작업등이 요지요지엔 추진됐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같은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고도 아마 예산집행은 했을지 모른다. 어제부터 시작해서 오늘도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주민의 재산손실 뿐만 아니고 인명 또한 많이 다쳤다. 넋놓고 손묶어둔 지방행정, 허울뿐인 월동대책으로 인해 지역주민이 이처럼 피해를 입어서야 평소 곧잘 말한 ‘주민생활의 질 향상’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자치행정은 주민행정이며 생활행정이다. 이번 눈으로 해서 지역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그간의 자치행정이 듣기만 좋은 구호행정에 얼마나 급급했는가를 드러내는 여실한 사례라 할수 있다. 주민행정, 생활행정은 말로서가 아닌 실질체감이 지역주민에게 피부로 접촉될 수 있어야 한다. 안일한 생각에 젖은 현 자치행정 수준이 이에 부응한다 할 수는 없다. 큰 눈에 대비한 월동대책은 과거 자신의 신분을 걱정한 관선단체장때 오히려 더 잘됐다는 말을 민선단체장들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임기보장만 믿고 예견된 주민고통을 외면한 것이 노력의 흔적조차 안보인 작금의 설해무대책이다.

농어촌 너무 경시한다

올해 도 단위 지방자치단체 전체예산은 작년보다 증가했으나 농림분야예산은 전체 예산 증가폭에 비해 적게 책정됐다. 이는 농어촌을 여전히 경시하는 처사여서 매우 유감스럽다. 따라서 전체예산중 농림예산비중도 작년보다 훨씬 줄어 들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전체예산은 3조9천366억원으로 작년보다 무려 35%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농림분야 예산은 작년 2천527억원보다 5.6% 삭감된 2천386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농촌푸대접정책은 예산뿐만이 아니라 의료서비스 시책에서는 더욱 심하다. 농민과 관련된 질병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데도 낙후된 농촌의료시설은 개선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고령화·기계화 돼가고 시설농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노인성질환과 만성퇴행성질환, 농약중독증, 농기계사고 등 농민들의 질병이 다양화 추세에 있지만 낙후된 농촌의 의료시설로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농어촌지역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보건진료소 등은 날로 폐쇄돼 정부의 농어촌 의료행정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실로 딱한 노릇이다. 농민들의 불만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최근 농산물값 하락에 따라 농가경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도 의료비부담까지 가중되는 점이다. 의보통합 이후 농어촌 의료환경이 달라진 게 없는데도 농어촌 지역의보료는 해마다 20∼30%씩 올라 농가부담만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의료보험료 부과방식도 문제점이 많다. 직장인은 월 급여에 대한 보험료만 내고 있지만 농민들은 세대당 기본보험료를 포함해 소득이 전혀 없는 논·밭·임야·자동차에 까지 보험료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해마다 평균 20% 이상 오르는 의료보험료를 지불하는데도 의료서비스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농민들에게 항상 가까이 존재했던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마저 구조조정을 이유로 폐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본란을 통해 수차례 강조한 바 있거니와 농촌사회가 흔들리면 나라전체가 위험지경에 빠지게 된다. 경기도는 안성·여주·양평·파주 등 4개 지역 농업 용·배수로 개·보수 사업을 비롯한 농업분야 사업추진상 필요한 예산을 추경에 반드시 반영토록 노력할 것을 본란을 통해 수차례 강조한 바 있거니와 농촌사회가 흔들리면 나라전체가 위험지경에 빠지게 된다. 경기도는 당초 예산편성에서 삭감된 안성·여주·양평·파주 등 4개지역 농업 용·배수로 개·보수 사업을 비롯한 농업분야 당면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추경에 반드시 반영토록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의료서비스 시설개선 및 확충 등 농촌 복지사업에도 각별한 사명감을 갖고 임해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김대통령의 책임

영수회담이란 말 자체가 권위주의적 냄새가 다분하다. 여야 총재회담을 청와대가 굳이 영수회담으로 공식 명칭화한 것은 잘못이다. 어떻든 회담이후 정국이 꽁꽁 얼어붙어 국민은 경제불안에 정치불안까지 겹쳐 심히 불안해 한다. 과거 여섯 차례에 걸친 회담도 별 성과가 없었다. 경제협의체 구성, 인위적 정계개편 금기등 몇가지 합의사항조차 이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엊그제 가진 일곱차례 회담도 별 기대를 가졌던 것은 아니나 오히려 회담을 갖지 않은 것만 못해 한치앞의 정국을 예측할 수 없는 벼랑에 서 있다. 국민을 편하게 해주는 정치가 잘하는 정치인 것이 맞다면 이의 책임은 정국을 주도하는 입장에 있는 여당총재가 야당총재보다 더 무겁다고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 김대중대통령에게 발견되는 독선과 아집은 심히 우려스럽다. 이제 집권 3년을 채우는데도 마치 장기집권한 사람처럼 달라 보인다. 장구한 민주화운동을 벌인 대중적 재야 면모와는 판이한 귀족주의 의식을 드러내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재야시절 정권의 방패막이로 그토록 혹심하게 당한 검찰권의 남용에 검찰의 중립화를 공약하고도 중립화는 커녕 그 자신 검찰권 남용을 탐닉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총재회담에서 국회법이 개정되면 문제의 임대의원 철수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얼마나 경직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국회의원을 보릿자루 다루듯 꿔주고 되돌려받고 하는 것을 능사로 아는 것은 과거의 그가 아니다. 사사건건 잘못된 것은 야당의 반대때문이라고 말 하는 것 또한 과거의 그가 아니다. 야당의 정치 파트너형태가 정권의 장식품화 돼야 상생의 정치로 보는 것 역시 과거의 그가 아니다. 꼼수와 정도하나 식별못하는 총명의 흐림 또한 과거의 그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다. 정치의 틀을 크게 잡는 대범한 면모를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대중대통령이 체험한 야당활동을 생각하면 해법은 절로 나온다. 물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하는 일이 다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무턱대고 두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총재 역시 흠은 있다. 그러나 정국주도의 책임을 김대통령이 모면할 수 없는 것처럼 냉각정국을 폴어 국민을 편안하게 해줄 책임 또한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만약 이를 거부하는 독선과 아집을 집권의 프리미엄으로 안다면 미래가 걱정스럽다. 권력의 단맛을 알면 쓴 맛도 알아야 한다.

교육감 선거도 정치판 닮나

경기·인천교육계 주변이 벌써부터 교육감 선거로 얼룩지고 있는 것은 크게 우려할 일이다. 오는 4월(경기)과 6월(인천) 치러질 교육감 선거는 1999년말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학부모와 지역인사·교원들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들이 직접선거로 교육감을 뽑게 된 이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다. 종전 교육위원들에 의한 선출과는 달리 선거권자가 두 지역 각각 수천명에 이르는데다 출마예정자도 각각 7∼8명에 달해 과열·혼탁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출마예정자들이 학연·지연을 내세워 이미 선거대책기구를 조직, 학교운영위원들을 대상으로 지지세력 확보에 나섰고, 경쟁 예상자에 대한 음해성 비방과 함께 갖가지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 ‘어느 지역은 아무개 인사를 지원키로 했다’는 등 편가르기를 하는가 하면, ‘누구는 늙어서 거동조차 못해 교육감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에서 부터 또 개인적인 신상이나 전력과 관련 ‘누구는 도덕파탄자·무능력자로 교육감자격이 없다’는 등 상대방을 흡집내고 음해하는 얘기들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정식 선거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어지고 있는 치졸하고 낯뜨거운 저질비방이 도를 넘어서 시장잡배 뺨치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고질적인 정치판을 꼭 닮았는가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교육감 선거까지 오직 당선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심한 풍토를 보면서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교육감이란 지역의 학예(學藝)를 관장하고 교육문화적 풍토를 진작하는 수장(首長)이다. 이런 자리를 차지할 사람들을 뽑는 선거가 앞으로 4개월 이상 남았고 후보등록도 안된 상태에서 혼탁한 정치판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양상이 벌어진다면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어떻게 교육풍토를 진작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이같은 문제는 교육행정에 커다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교육자치 실시 후 각종 권한이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이관됨에 따라 교육감 권한은 막강해졌다. 교육예산과 인사권은 물론 교육의 내용과 제도 등 교육정책 전반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리다. 그러나 선거가 이렇게 난장판인데다 특히 학연·지연 등 분파의 힘이 작용한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고 제대로 될 리도 없다. 때문에 교육감 선거만은 정치판과는 달라야 한다. 교육감이 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제라도 학부모와 일선 교직자, 그리고 특히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거가 되도록 몸가짐을 진중히 해야 할 것이다.

건축폐기물 투기 왜 못막나

경기도내 곳곳에 쌓여 있는 건축폐기물 무단 투기행위는 못막는 건지 안막는 건지 의구심마저 든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인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자유로변에 방치돼 있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9천6백여평 농지에 콘크리트 덩어리 건축폐기물이 평균 9m 가량의 높이로 쌓인 이 ‘쓰레기 산’은 군데 군데 폐가전제품과 비닐 등 일반 쓰레기까지 섞여 자유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처럼 건축폐기물 더미가 쌓인채 방치돼 있는 것은 건축폐기물 처리업체 2개사가 건축폐기물을 야적할 수 없는 그린벨트내 농지를 토지소유주들로부터 임대해 건축폐기물을 무단으로 반입한 뒤 수수료만 챙긴채 불법으로 쌓아 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양시가 1997년 3월 불법 야적장을 강제 폐쇄하고 업체 대표 2명을 검찰에 고발, 실형을 받도록 했으나 치우는데 70여억원이 드는 쓰레기 더미는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광주군 광주읍 송정교 인근 목현천변과 안성시 서운면 신능리 13의7 일대 12만평에 이르는 산업단지에도 폐합성수지, 폐콘크리트 등 폐기물 2천여t이 방치돼 있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는 착공시에 발생되는 폐기물은 9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명시돼 있으나 이 규정을 지키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고양시, 광주군, 안성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도내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볼썽 사나운 광경이다. 고양시의 경우, 자유로변에 쌓인 쓰레기더미는 특히 심각하다. 월드컵관련 행사가 시작되는 올 하반기 이전까지 쓰레기더미를 처리하지 않으면 수많은 외국 방문객에게 나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고양시가 최근 쓰레기 더미 앞쪽에 나무를 3중으로 심는 방법의 눈가림을 했다고 하지만 그러나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월드컵조직위와 건설교통부가 고양시에 처리비용을 지원, 폐기물처리장으로 가져다 버리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폐기물 처리 감독을 하는 지자체는 폐기물을 무단 투기한 업체들을 관련법에 의거 엄중히 조치하고 다시는 대량의 건축폐기물이 야적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단속을 실시하기 바란다.

즉석식 복권의 역기능

우리 사회의 ‘한탕주의’ 열풍이 심각한 수준이다. 각종 실물경기 지표가 몇년째 불안한 조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사행산업의 매출은 매년 상상을 넘는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매몰찬 경제한파속에 대박심리가 확산되면서 요즘 당첨금액이 10억원대에 이르는 즉석식 복권 판매량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최고 40%까지 증가한 것은 투기판으로 변한듯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나타낸 것으로 몹시 씁쓸하다. 누구나 경험해 보았듯이 복권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런데도 복권을 사는 것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요행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즉석식 복권은 종전의 추첨식 복권과는 달리 복권을 사는 즉시 손톱이나 동전으로 표면을 긁어서 당첨여부를 알게되는 ‘즉석식’이어서 서민들과 저소득층의 순간적인 사행심을 유발하기가 더욱 쉽게 마련이다. 물론 정부가 발행하는 복권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공공사업기금을 조성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복권발행 자체를 일종의 필요악적 산물이라고 보는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사 특수한 목적으로 복권이 발행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요행을 바라는 인간의 허욕과 환상을 자극하고 심할 경우 적지않은 재산상실과 그에 따른 폐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결코 권장할만한 일은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시중에는 주택복권·관광복권 등 그 종류가 10여개나 되고 시장규모가 1조4천억원에 이르게된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과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저소득층의 순간적인 사행심을 자극, 수시로 복권매입을 유혹함으로써 그들의 주머니를 축내는 즉석식 복권은 당국이 어떠한 목적과 명분을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지탄과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진사람’이나 ‘없는사람’을 가릴 것 없이 못된 투기열병을 앓고 있다. ‘있는사람’들은 그들대로 부동산투기를 일삼고, 봉급생활자들과 상당수의 농민들까지도 증권투자에 멍들어 있는 판국에 돈놓고 돈먹기식의 즉석식 복권이 저소득층의 사행심을 자극, 온통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대량실업사태속에서도 3D업종 취업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번지고 있는 세태에 불로소득보다는 ‘근면’이 강조되어야 마땅하거늘 정부가 복권을 남발, 사행심을 유발케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전국민의 사행화’를 부추기는 복권 남발을 자제하고 현행 복권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갈피 못잡는 신도시 개발계획

정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도내 화성군 동탄면 일대 12만명 규모의 신도시개발 계획과 판교의 신도시 개발 유보는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 화성과 판교 일대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발표로 인하여 지역 곳곳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난무하고 있으며, 과연 정부가 누구를 위하여 이런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화성군 동탄면 주민들은 구랍 29일 동탄 신도시 택지개발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 청와대 등 관계 기관에 신도시 결사반대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불과 3년전에 신도시개발 방침을 철회하여 그동안 각종 중소기업들이 들어서 애써 기반을 닦아 놓았는데, 이제 다시 신도시를 추진하면 생활 터전은 물론 경기지역 경제도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행정당국이 주민들의 여론을 왜곡시켜 오순도순 살던 지역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외지인들을 위하여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판교 지역은 화성과는 반대의 경우이다. 지난 25년간 그린벨트 지역에 묶여 판교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98년 개발예정 용지로 승인하여 최소한 지난 해를 끝으로 개발제한이 해제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또다시 1년간 유보하는 것은 그동안 막대한 재산 손해를 본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더구나 주민들의 여론을 중시하여 건축제한 조치를 연장할 수 없다던 도와 성남시가 태도를 바꿔 유보를 찬성한 것은 주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행정을 위한 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신도시개발 문제는 국가발전 전략에 의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지역공동체도 살리고 또한 재산권도 보호되는 묘책을 강구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나 그러나 정부는 진지하게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 불과 수년간의 정책방향도 설정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선량한 주민만 보게 된다. 재삼 정부의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신도시 개발 계획에 적용되기를 요망한다.

地自體 재정낭비 문책해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 사업성에 대한 치밀한 검토없이 무작정 사업을 벌이는 일이 허다한 데다 도시발전에 대한 비전없이 마구잡이식 건설사업을 추진하다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시책사업에 시민을 참여시킨다며 추진한 포상제가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선심적으로 집행돼 지자체의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지자체 단체장들이 재원도 마련되지 않은 선심성 사업을 남발해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422개 사업이 중단되는 등 총 8천592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 경우 안산시가 지난 96년 행자부로부터 재검토 통보를 받고도 지역개발기금 등에서 240억원을 빌려 신도시 2단계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다 지난 9월 수익성이 없다며 사업을 포기, 토지매입비 197억원을 날렸고, 실시설계용역비 11억원과 차입금 이자 등 61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부천시는 인천시 북구 일신동∼소사구 송내동∼서울 오류동까지 경인우회도로 건설계획을 세우면서 인천·서울시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데다 민자유치가 제대로 안돼 일부구간을 포기, 설계비 18억여원을 낭비했고, 수원시는 무리하게 영화사업에 10억원을 투자한 결과 회수곤란으로 인한 예산손실이 예상돼 경고조치를 받았다. 이처럼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95년 이후 중도에 포기함으로써 낭비된 예산이 도내에선 1천300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예산낭비 사업들은 애당초 지자체장들이 선의에서 시도한 것이었다해도 사전에 수익성과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덤볐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더욱이 수원시처럼 쓰레기분리수거 포상제를 실시하면서 포상대상자들에게 온천관광과 술판을 제공하는 등 선심을 베풀어 차기 선거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예산이 오·남용된 의혹이 있는 경우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민선 단체장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자율의 확대가 민선 단체장들의 오만과 독단을 초래해선 안된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모색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민선 단체장의 자기목적을 위한 예산낭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절실한 미군기지지역 특별법

최근 평택시의회가 국회에 낸 ‘미군기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을 원유철 국회의원이 미군기지를 둔 전국의 지역 국회의원들과 연대, 청원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미군기지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오염 및 항공기 소음피해, 사유재산권 침해, 지방세 수입감소, 미군범죄 등에 대하여 국가 차원의 특별지원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8일 개정타결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미군기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은 더욱 필요하다. SOFA는 형사재판권, 환경, 노무, 검역, 시설, 구역의 공여 및 반환, 비세출자금 기관, 민사소송절차 등 7개 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수술을 하게 됐으나 문제점도 많다. 특히 미군 범죄인에 대한 처리, 미군 환경오염에 대한 처리, 미군내 한국노무자 권리 문제 등은 단서조항이 많아 실제 법적용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심히 우려된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인 사법·노동·환경의 경우 전제조건이 너무 많아 실질적인 운영에서 어떤 변형이 생길지 의문스럽다. 미군 피의자 신병인도 시기에 대해서 12개 주요범죄로 한정했고 우리 경찰의 구금대상인 미군 피의자 범위도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 일방적인 기준이 아니라 단순히 강간, 살인 등 흉악범으로 규정, 이러한 조건들의 확대해석이나 남용시 상당한 폐해가 있을 것이다. 노동자 해고와 노동쟁의 등에 대해서도 종전 포괄적인 전제조건을 구체화시켰을뿐 일본, 유럽 등과 맺은 협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냉각기간이 45일로 정해진 것은 국내법상 특수사업장에만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나 마찬가지다. 미군의 환경범죄의 경우 범죄행위자 처벌과 원상복구 등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이 환경보호 의무조항만 삽입한 것은 무용지물과 다름없다. SOFA의 미비점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지역은 미군기지가 가장 많은 경기·인천지역이다. 이러한 때에 추진중인 ‘미군기지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은 갈등소지가 많은 SOFA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다. 평택시의회가 국회에 제출, 원유철 국회의원 등이 추진중인 이 특별법이 하루 빨리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길

지금 우리의 최대 현안은 경제위기 탈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정부의 올 경제운용방향도 향후 급격한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소비와 투자심리의 회복을 정책운용의 주축으로 삼고, 예산의 60∼70%를 상반기에 조기집행하는 등 재정지출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등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데 두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는 정부나 민간 연구소들이 별 이견이 없다. 우선 경제성장률은 한국개발연구원이 5.1%, 삼성경제연구소가 5.7%를 보고 있으며, 정부도 5∼6%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물가는 3%대, 경상수지 흑자는 50억∼90억달러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적표(성장률 9.2%, 소비자물가 상승률 2.3%, 경상수지흑자 1백억달러)와 비교하면 뚝 떨어지는 것이다. 경기급랭현상을 반영하는 민간소비증가율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5%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의 체감 경기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경기도가 도민 3만6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가계생활이 전년보다 나빠졌고 올해도 가계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인천지역은 대우자동차의 부도와 신용금고의 잇단 도산으로 지역경제가 몹씨 휘청거리고 있다. 3년전 환란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얼마간 더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정말로 붕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된데 대한 1차적 책임은 정부의 무비전과 무소신·무대책에 있다. 총선을 의식해 IMF 조기졸업을 선언하고 구조조정과 개혁의 고삐를 늦춘 정책 실패 탓이다. 4대 부문 개혁이 일관성이나 객관적인 기준과 원칙도 없이 추진됐고 시한에 쫓겨 허둥대며 말바꾸기를 거듭했다. 그 결과가 금융시장 혼란과 불신, 그리고 제2의 경제위기설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상태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한국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지자체의 독자적 활성화 전략도 필요하지만 정부는 우선 원칙에 충실하고 일관성 있게 기업·금융개혁을 추진,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국민의 불신·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자신감을 갖도록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위기를 헤쳐나갈 국민의 단합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불신감이 팽배한 현 상황에선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국민도 냉소와 불신은 결국 스스로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 다시 한번 ‘금모으기’ 심정으로 돌아가 위기극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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