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찾지 않는 장사시설 유골‚ 정부 지침 등 대책 마련돼야

공공장사시설마다 봉안 계약기간이 끝난 유골 처리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족의 사망이나 이민 등으로 연락이 두절되거나 찾을 수 없어 유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지자체 장사시설마다 고민이 큰데 정부의 지침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장례문화가 바뀌어 사망 후 화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장 후 유골은 봉안당이나 봉안묘에 안치하는 사례가 많다. 공공장사시설에선 1차 계약기간을 15년으로 하고 있다. 이후 1~3회 연장이 가능하다. 문제는 1차 계약기간 만료 이후, 유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봉안한 유골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재계약을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할지 유족과 협의해야 하는데 연락이 안돼 ‘미조치’ 상태로 있다. 보건복지부의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경기도내 공공장사시설은 화장장 4곳, 자연장을 포함한 봉안시설 20곳(총 34만9천위)이다. 1996년부터 들어선 공공장사시설은 1차 계약기간을 15년으로 설정, 이달 초 기준 계약기간이 끝난 곳은 성남·수원·평택·하남·오산시 등 5곳이다. 첫 계약기간이 2011년 만료된 성남시장례문화사업소는 1만900위 중 유족과 연락이 안 되는 유골이 1~3%(109~329위)로 추산된다. 2016년 1차 계약기간이 끝난 수원시연화장은 유족을 찾을 수 없는 유골이 438위다. 평택시립추모공원은 미조치 유골이 9위 발생했다. 하남시 마루공원(6천800위 봉안)과 오산시립쉼터공원(5천500위 봉안)은 올해 11월과 12월에 각각 첫 계약기간이 끝나 아직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지만, 미조치 유골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장사시설은 계약기간 만료 3개월 전부터 연락을 하거나 최고장 송부, 행정공고 등을 통해 유족을 찾고 있지만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에 계약 만료 후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해 조치하기도 한다. 수원시연화장은 지난해 438위의 미조치 유골을 5년 동안 무연고실에 보관·안치한 뒤 매장하기로 전국 최초로 정했다. 이후 하남시와 오산시도 수원시연화장과 같은 방침을 정했다. 무연고실이 없는 평택시는 미조치 유골을 그대로 둔 채 고민 중이다. 유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미조치 유골을 일정 기간 보관 후 매장하는 것은 일부 공공장사시설에서 정한 방침이지 정부 지침은 아니다. 나중에 유족이 나타나 이의를 제기하는 등 분쟁 소지가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정부가 최근 유골을 강이나 산 등에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을 지속가능한 장사 방식으로 보고 제도화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미조치 유골에 대해서도 매장이든 산분장이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 공공장사시설에 떠넘길 일이 아니다.

[사설]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진압을 위해 꼭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 소방대원과 소방장비, 그리고 소방용수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화재진압이 어렵다. 소방대원과 차량 등 장비가 있다 해도 물을 구할 수 없으면 불을 끌 수가 없다. 때문에 길 옆이나 주택가, 시장 등의 소화전은 소방 활동에 매우 중요한 시설물이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펌프차의 물이 떨어졌을 때 소화전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다.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가까이 갈 수 없을 때도 소화전이 필요하다. 이곳에서 소방호스를 연결해야 불길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소화전 5m 이내에는 차량의 주·정차가 전면 금지돼 있다. 5년 전 충북 제천에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소방차가 긴급 출동했지만, 화재 현장 인근의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인해 진화가 늦어져 인명 피해가 컸다. 소화전 주변에 주·정차하는 것은 정상적인 화재 진압에 큰 방해를 초래한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소방기본법 제25조에 따르면,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의 강제처분이 가능하다. 차량을 견인하거나 파손해도 된다. 도로교통법 제33조에서는 소화전 등 소화 용수시설로부터 5m 이내에 주·정차가 금지돼 있고, 주·정차 금지 위반 시 승용차는 8만원, 승합 및 대형차량은 9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는 일반 불법 주·정차 과태료의 2배다. 그런데도 소방시설 주변에 불법 주·정차가 여전하다. 소화전 주변 주·정차 금지에 대한 도로교통법을 홍보하고 단속 활동도 하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민 안전신문고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경기도내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는 2019년 1만7천658건, 2020년 4만597건, 2021년 7만9천298건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불법 주·정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좁은 도로 사정과 주차난도 있지만 소화전 근처에 주차하면 안 된다는 인식 부족 탓이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는, 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겨 초동진화를 어렵게 해 인명·재산 피해가 커지게 된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소화전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주차는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잠재적 범죄행위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지속적인 홍보와 강력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사설] 국회는 동료의원 방탄에 성공했고/국민은 국회의원 특권에 분노했다

예상대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국민의힘 등 여당이 대부분 찬성, 더불어민주당 다수가 반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지난 15일 제출됐다. 국회법상 국회 제출 이후 첫 본회의에 보고돼야 한다. 이날 본회의는 일몰법 처리를 위해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부결된 체포동의안을 검찰이 다시 제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부담이 클 것이다. 결국 불구속 수사로 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밝힌 혐의는 노 의원이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6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방국세청 보직인사 및 한국동서발전 임원 승진인사 등이 명목이었다고 한다. 노 의원은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체포동의안 제출, 본회의 보고 등 시점마다 동료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며 표결 시 ‘반대’ 투표를 해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의원들도 ‘노 의원이 많이 억울해한다’며 공감을 표시하곤 했다. 일단 부결은 뜻대로 됐다. 그런데 국민 눈높이가 남았다. 언론을 통해 여러 의혹이 알려졌다. 금품 전달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 얘기도 있고, 금품 거래를 암시하는 문자 얘기도 있다. 물론 전부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노 의원도 ‘허위’라며 언론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뒤집는 직접 설명이 없었다. ‘정치탄압’이라는 정치적 구호만 반복했었다. 국민 기억에 남은 건 해명이 아니라 정치구호다. 작금의 체포동의안이 남긴 족적을 볼 필요가 있다. 체포동의안을 섣불리 부결시키지 않는다. 해당 의원에 대한 법원 판결도 대부분 유죄였다. 21대 국회에서 세번의 체포동의안이 있었다. 정정순 의원(2020년 10월29일), 이상직 의원(2021년 4월29일), 정찬민 의원(2021년 9월29일)이다. 전부 가결됐다. 판결은 정정순 의원이 1심 징역 2년, 이 의원이 1·2심 징역 6년, 정 의원이 1심 징역 7년이었다. 체포동의안의 정당성이 확인된 셈이다. 노 의원을 포함한 일련의 정치인 수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면이 있다. ‘탄압수사’ 등 정치적 구호만 잔뜩 앞세운다. 검찰의 의혹을 분쇄할 구체적 해명은 없다. 노 의원 사건을 보더라도 ‘현금 3억원’ ‘감사 문자’ ‘녹취’ ‘일정’ 등이 사건 의혹의 화두였다. 이걸 하나하나 반박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설명을 했지만 미덥지 못했다. 이래 놓고 의원들끼리 모여 체포동의안을 휴지 조각 만들었다. 이를 곱게 볼 국민이 몇 명이나 되겠나.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이번 표결을 결부짓는 분석이 많다. 이재명 방탄을 위한 선도적 조치였다는 해석도 있다. 혹여 그런 셈법이라면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게 옳다. 등가성이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다. 거꾸로 움직일 가능성이 큰 예상이다. 정의롭고 확실한 방탄을 원한다면 그건 국민 여론이다. 국민 앞에 죄 없다고 설명한 뒤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민 여론이 ‘죄 있다’고 하면 방탄은 무너지는 것이고, ‘죄 없다’고 하면 검찰이 무너지는 것이다.

[사설] 악성 임대업자 수두룩, 세입자 피해 구제책 시급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김모씨보다 세입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준 악덕 임대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오피스텔 등을 1천139채 보유했던 빌라왕 김씨와 관련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171건이다. 김씨가 세운 법인 보유 주택에서 91건, 김씨 명의 주택에서 80건의 보증사고가 났다. 171건 중 133건(254억원)에 대해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 38건은 대위변제 진행 중 김씨가 사망해 절차가 중단, 보증사고 금액이 334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김씨보다 세입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준 집주인이 수두룩하다니, 충격적이다. 보증금을 못 받아 보증기관에 대신 갚아달라고 신청한 사고 액수 기준 김씨는 8위였다. 가장 많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박모씨는 293건에 646억원을 떼어먹었다. 2위는 정모씨로 254건에 600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3위 이모씨는 581억원(286건), 4위 김모씨는 533억원(228건)을 내주지 않았다. 상위 30위 악성 임대인들이 낸 보증사고는 3천630건, 7천584억원 규모였다. 이 중 경기도의 보증사고는 788건으로 집계됐다. 도내에서 악성 임대업자가 보유한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부천시였다. 부천의 보증사고는 468건이나 됐다. 이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의 피해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주택을 포함하면 피해는 훨씬 더 크고 많다. 수도권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 하락과 전세시장 냉각, 대출 제한과 고금리, 당국의 관리소홀 등 발생 요인은 복합적이다. 부동산경기 하락 여파가 전세사기로 이어지면 내년엔 피해자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역대급 전세사기를 방치해 피해를 키운 것은 문제가 많다. 국토부가 뒤늦게 전세사기 전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가동에 들어갔다. 전세피해 임차인 상담, 보증금 반환 절차, 임차인 상황별 대응 요령 매뉴얼을 제작하고 피해자에겐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대다수 세입자에게 전세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전세금을 날리면 극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전세사기를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고, 세입자 피해 구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세입자가 집주인이나 부동산 등기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부터 법적 장치를 촘촘히 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선순위 보증금과 체납 등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게 임대차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이다. 세입자를 보호할 입법 조치 등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 절실하다.

[사설] 어차피 지역화폐는 계속 갈 수 없어/폐지를 대비한 정책으로 가야 맞다

지역화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계속 계획에 넣고 가도 좋은가. 경기도의 2023년 국비 예산 규모가 결정됐다. 모두 17조8천억여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분야별 예산 확보 현황을 보면 차이가 많다. 복지 분야 예산은 11조6천912억원이다. 올 2022년보다 2조5천억여원 늘었다. 기초연금, 부모급여, 주거급여 등이 포함된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3조8천93억원이다. 2022년보다 6천억여원 줄었다. 준공 및 공정 차이로 지역·사업별 희비가 엇갈린다. 반도체특화단지 특별지원 예산은 증액됐다. 당초 큰 폭의 예산 감축이 예고됐었다. 이걸 살려 낸 경기도·지역 정치권의 노고가 크다. ‘역대 최대 국비 확보’에 붙여 평가하고 가야 할 업적이다. 남은 문제는 지역화폐 예산이다. 전국 지자체 사정이 같다. 당초 정부가 6천억원 전액을 삭감했었다. 그걸 국회가 3천525억원 되살렸다. 하지만 2022년 올해 예산에 비하면 50%에 불과하다.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의 대규모 축소 운영이 현실이 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역화폐가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위정자들에게는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화두다. 이미 많은 시민과 소상공인이 지역화폐와 친숙해졌다. 여기에 대고 지역화폐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역화폐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더 펴기 어렵다. 그렇다고 제도를 지속할 재원을 설명할 이도 아무도 없다. 결국 없어져야 하고, 없어질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표가 무서워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다음의 논평을 남기려 한다. 지역화폐는 계속될 수 없다. 폐지를 전제로 시정을 준비하라. 지역화폐가 일상에 자리한 계기는 코로나19다. 질식에 이른 소상공인을 위한 비상 대책이었다. 당시 시급성에 전국 모든 지자체가 도입했다.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가미됐다. 2021년에만 그 돈이 1조522억원이었다. 기본적으로 한시 정책이었다. 코로나19가 한시적 비상 사태인 것과 같다. 여기에 화폐라는 명칭도 옳지 않다. 정확히는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한국은행 말고 상품권을 끝없이 발행할 자금원은 없다.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다. 지역화폐가 소매업 매출을 증가시켰다는 주장은 그저 정치적 구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송경호·이환웅 연구원의 보고서가 있다.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자료인데, 지역화폐 발행이 소매업 전체 매출을 증가시키지 못했다. 지역화폐 발행이 해당 지역의 고용 규모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감지원·김성아 ‘지역화폐가 지역의 고용에 미친 연구’). 이를 반박할 권원(權原) 있는 통계는 없다. 객관적 상황이 여기에 이르면 시군 정책 방향도 그에 맞춰 가는 게 옳다. 수원시가 관련 예산을 18% 삭감했다. 용인시도 8% 낮췄다. 안산시는 적립금 환금을 중단했다. 이들의 고민을 다른 지자체도 살펴야 한다.

[사설] 킨텍스 사장 선임에서 협치정신 봤다

킨텍스(KINTEX) 신임 대표이사에 이재율씨가 선임됐다. 신임 이 대표이사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관료 출신이다. 경제투자실장, 경제부지사 등에 이어 행정1부지사를 역임했다. 행정안전부, 청와대 등의 요직도 거쳤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킨텍스와의 인연이다. 경기도 정책기획관 시절 킨텍스 유치의 당사자였다. 대통령 지휘보고, 당정협의회, 국회청원, 범도민대회 등을 모두 기획하고 추진했다. 그 결과로 1999년 고양에 킨텍스가 자리했다. 이번 경쟁 과정에는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많았다. 인천지역을 연고로 하는 중견 정치인 후보도 주목 받았다. 3선의 풍부한 중앙정치 경험과 행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킨텍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필요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경기도와의 연고 등에서 이재율 후보에게 점수가 갔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안팎에서는 지금 ‘모처럼의 적임자’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했던 게 있는데, 김동연 경기도의 선택이다. 이재율 대표이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도지사 후보 진영에 있었다. 국민의힘 대표 공약인 ‘과표 3억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 100% 감면’이 그의 작품이다. 그런 만큼 경기도가 선임 과정에서 보여줄 입장이 관심이었다. 킨텍스 지분 구조는 독특하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각각 33.74%, 코트라가 32.52%다. 3개 기관의 결정 권한이 정확히 3분의 1씩이다. 그래서 경기도를 봤다. 후보를 낼 것인지와 이재율을 품을 것인지였다. 현재 공석의 원인은 전임자의 구속이다. 전임자는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출신이다. 경기도가 추천한 인사였다. 공석에 이른 책임이 도에 있다. 경기도가 후보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 자세’로 풀이됐다. 도리에 맞는 선택이다. 또 다른 관심은 이재율 후보에 대한 입장이었다. 선거 때 계속 부대꼈던 상대 진영 참모다. 도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이 전 부지사를 지지했다. 돌이켜 보면 김 지사의 협치 선언도 오래됐다. 당선인 신분일 때 국민의힘에 ‘사람’을 요청했다. 인수위에 ‘국민의힘 자리’까지 만들고 기다렸다.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성사된 것은 없다. 그렇게 어벌쩡 해를 넘기고 있었다. 이런 때 보게 된 킨텍스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다. 상대 정파 인사를 지지해 선임시켰다. 고비의 순간에서 지원했다고 한다. 킨텍스 미래에 대해 공감했다고도 전해진다. 반년 전 했던 협치가 이 모습 아닌가. 이재율 대표이사가 냈던 지원서의 한 대목이다. “임직원들과 함께 혼신의 힘을 쏟아 킨텍스를 아시아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김 지사가 7월4일 선언한 취임사 끝 부분이다. “경기도 구석구석을 땀으로 적신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하고, ‘구석구석 땀’으로 적시겠다고 한다. 여기에 무슨 차이가 있나. 무슨 정치가 있고. 킨텍스라는 작은 기관에서 모처럼 협치의 본(本)을 본다.

[사설] 국회, 민생 핑계로 정쟁하지 말고 협치정치를 해야

국회는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열어 638조7천276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국회가 연말까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헌정 사상 최초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를 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국회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법정 시한을 넘김은 물론 가장 늦은 22일 만에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는 불명예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통과된 예산안은 정부가 지난 9월 제출한 639조원에서 4조6천억원을 감액하고, 야당이 주장한 일부 사업을 반영하고 동시에 정부가 편성한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를 5억1천만원에서 50% 감액하기로 조정하기로 하는 등 여야가 중간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수준에서 최종 예산안이 통과됐다. 여야는 그동안 끝도 없는 정쟁하에 정기국회를 운영해 왔다. 국회는 회기 종료일 9일을 앞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추가 시한을 두 차례 넘기는 등 벼랑 끝 대치를 벌이면서 민생을 핑계로 상대 정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정쟁을 계속해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다가 겨우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여야가 국민 여론에 못 이겨 중간선에서 적당히 합의해 처리한 새해 예산안은 예산 본래의 취지가 상당히 변색했다. 헌법은 예산안을 정부가 편성하고 국회는 심의해 감액만 할 수 있도록 했으니, 이는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이 책임성 있게 새해 정책을 운용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인 민주당은 169석의 힘으로 집권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예산의 골격까지 변경시키면서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 발목을 잡았다. 정책 운영 결과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견제를 넘어 국정을 방해하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아직도 야당이 지난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행태라고 본다. 여당과 정부 역시 정치력 부족으로 야당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야당에 끌려 다닌 것에 대해 자성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일하도록 뒷받침하지 못하는 책임을 야당 탓으로만 볼 수 없다. 여당과 정부는 더욱 포용력을 가지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대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올해 실시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은 물론 국민 간 갈등의 골은 더욱 심화했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본분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팬덤정치로 인해 오히려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국민은 불안해 할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는 근로기준법 등 아직도 처리해야 할 민생 관련 법안이 산적해 있다. 남은 회기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은 그만하고 협치정신을 발휘, 국민을 위한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기를 간곡히 요망한다.

[사설] 관심은 대장동 뇌물에, 소환은 성남FC로/검찰의 의도된 성동격서式 수사일수도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해를 넘길 것이라던 다수의 예측보다 빨랐다. 통보한 수사 주체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이다. 그동안 관심의 초점이었던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다. 혐의는 성남FC 관련 제3자 뇌물수수다. 역시 언론이 보도하던 대장동 뇌물 의혹이 아니다. 이렇듯 시기, 주체, 혐의가 통상의 예측과 많이 다르다. 그저 수사 진척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까. 수사를 대비해야 하는 이 대표 측이 적잖이 당황할 법도 하다. 성남FC 후원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의 얘기다.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했다. 이후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고려해 민원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골라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으로 먼저 기소된 전 두산건설 대표 A씨 등의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다. 이번 소환 통보를 보며 정치권 일각의 소위 ‘순차적 기소설(說)’을 생각하게 한다.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한 기소 순서 예측이다. 설에 따르면 기소는 선거법 위반,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배임 순이다. 이 순서로 기소되면서 점차 총선 정국이 정부 여당에 유리하게 조성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금 세인의 관심인 대장동 뇌물 수수 의혹은 이 순서에 들어가 있지 않다. 입증이 쉽지 않고, 굳이 무리하게 기소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검찰의 이번 ‘성남FC 소환 통보’는 이상할 게 없다. 설에 나온 대로다. 오히려 이런 순서에 혼란을 갖게 한 작금의 수사 흐름이 이상했다. 결과적으로 성동격서(聲東擊西)가 됐다. ‘동쪽을 말하고 서쪽을 친 수사’다. 겉으로 흐름은 분명히 대장동 뇌물에 비중이 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소환을 통보한 것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이다. 여론이 서울중앙지검을 향하는 동안 소환 준비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한 편에서는 선거법 재판 진행도 밀도는 높여 가고 있다.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을 이 대표가 모른다고 허위 진술했다는 것이 공소 사실이다. 유동규씨가 출소 이후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아마도 검찰이 이 부분을 재판 증거로 추가하지 않았을까 싶다. 검찰이 최근 고 김 처장 유족을 이 대표 선거법 재판에 증인으로 신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출소한 유동규·남욱의 진술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뇌물 등 돈 흐름에 대한 진술은 전언이거나 추론이 많다. 이보다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장동 개발을 주도했다’는 증언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배임 혐의에 무게를 실어가는 진술이다. 결국 다음 기소는 대장동 의혹의 배임죄가 되지 않겠느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대표 측이 ‘대장동 뇌물 없다’는 소명에 매달리는 동안 검찰은 ‘뇌물 뺀 다른 사건’에 집중해온 것 같다.

[사설] 하준이법 유명무실, 경사면 주차 안전위협 막아야

경사진 곳에 주차하는 차량들이 많다. 지역마다 주차장이 부족하다 보니 경사면까지 이용해 주차를 하게 된다. 주차면이 그려져 있는 곳도 있고, 불법 노상주차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적법, 불법을 떠나 경사면에 주차할 때는 고임목으로 차량을 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이 미끄러져 종종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을 의무화한 일명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준이법은 2017년 10월 과천시 서울랜드 주차장 경사로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차량에 4세 최하준군이 부딪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2019년 법 개정에 따라 경사진 주차장에서는 반드시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경사진 곳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해야 한다. 위반하면 6개월 미만의 영업정지 또는 300만원 미만의 과징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준이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다. 법 시행 이후에도 경사면에 주차된 차량이 미끄러져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상당수 운전자들은 경사면 주차 시 의무적으로 돌멩이나 고임목 등으로 바퀴를 고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평소 갖고 다니지 않으면 그런 도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소한 앞바퀴를 돌려 주차라도 해야 덜 미끄러지는데 이마저도 잘 안 지킨다. 주차 관리자 등이 고임목 도구를 갖추거나, 경사면 안내판을 설치해야 하는데 안 지키는 곳도 있다. 고임목함이 구비돼 있어도 운전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 자체가 유명무실할 정도다. 고임목 없는 차량들은 언제든 아이들과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화물차 등 중량이 무거운 차량과 오래된 차량은 제동력이 떨어지는 데다 눈이나 비가 내려 도로가 젖어 있으면 본래 제동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경사로 사고 대부분이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운전자들이 하준이법을 제대로 알고 지킬 수 있게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경사진 주차장 주의사항’ 안내판과 고임목함 설치도 반드시 하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내 경사진 주차장은 308곳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차장은 올해 말까지 안전설비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라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어 민원 발생 소지가 있다. 모호한 법이 문제다. 주차장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경사진’이란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경사 각도부터 고임목의 개수, 종류 등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추상적이다. 때문에 법 준수도 그렇고, 단속 기준이 애매하다. 법 시행령 개정도 필요하다.

[사설] 道, 비위 공무원 ‘공직에 남기 어렵게 한다’

다시 입에 담기도 불편한 일련의 공직자 비위가 있다. 7억원 상당의 마약을 밀반입하려던 공무원이 호주에서 체포됐다. 경기도 소속이다. 여자 화장실에 몰래 잠입해 촬영하던 공무원이 걸렸다. 경기도 소속 별정직이다.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간부 공무원의 비위가 폭로됐다. 그 역시 경기도 소속이다. 몇 년에 한 번, 어쩌다가 한 명 있을 법한 황당한 비위다. 이런 일들이 올해 경기도청 주변에서 연이어 일어났다. 한때 ‘경기도’ 연관 검색어가 ‘마약’이었다. 김동연 지사의 관련 입장이 11월 중순에 있었다. ‘지사인 저의 책임’이라며 도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사건별로 요구되는 후속 조치도 밝혔다. 성비위 피해자를 위해 가해자와 즉시 격리했고, 비위자는 모든 업무에서 배제했고, 입건된 경우 경찰 수사에 협조했다. 도정 최고 책임자로서 당연한 입장이고 조치였다고 본다. 그때 남겨 놓은 약속 하나가 있다. “무관용 원칙으로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도록 하겠다.” 그 계획이 공개됐다. 상당히 구체적이다. 우선 음주운전, 성범죄, 금품향응 수수를 3대 비위로 규정했다. 직위·이유 불문 일벌백계를 선언했다. 높은 징계 수위와 벌칙(패널티)까지 마련했다. 비위 행위자에 대해 최고 양정 징계 의결을 요구키로 했다. 또 징계 이력을 관리해 승진을 제한하기로 했다. 3년 동안 휴양포인트도 주지 않고, 성과 상여금과 포상 등도 제한하기로 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이를 명문화한 점도 눈에 띈다. 이 경우 비위 공직자가 공직에 계속 남아 있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비위 예방을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그중 ‘기관별 감찰 책임전담제’가 눈에 띈다. 최근 발생했던 비위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 마약 공무원이나 성추행 간부 공무원 등이 모두 산하·공공기관에 근무 중이었다. 현실적으로 공간적으로 본청의 시야에서 벗어난 근무 형태다. 본청의 관리도, 해당 기관의 관리도 받지 않는 신분에 있었다. 기관별 감찰 책임전담제는 이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방안으로 보인다. 기관 내부까지 촘촘히 보겠다는 뜻이다. 일반 공직자들의 청렴 교육과정을 단독 교육과정으로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일반 교육과정에서 하나의 과목으로 편성돼 있었다. 승진할 때는 이 교육을 의무이수제로 채택했다. 신규 입직부터 퇴직 시까지 공직 생애 주기별 청렴 교육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별정직·임기제 공무원도 예외가 없다. 신규 입직 시 임용 1개월 이내에 ‘입직자 초심청심(初心淸心) 교육’을 실시해 청렴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이런 내용을 ‘공직자 공직 기강 확립 추진 계획’에 담았다. 도와 소속 공공기관에도 배포했다. 그 취지를 최은순 경기도 감사관이 설명했다. “비위 공무원은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고, 모든 공직자들에 대한 청렴교육을 일상화해 청렴의식을 고취시키겠다.” 김 지사의 청렴 약속을 한 달 만에 구체화하는 구상이다. 내용, 대상, 의지가 다 좋다. 여기에 굳이 더 할 평은 없다. 이제는 실천이다. ‘2023 경기도정’의 견인차가 바로 ‘경기도 감사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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