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망한 반란’이 돼버린 ‘유쾌한 반란’/김동연式 2차 인사 실험은 실패했다

앞서 각광 받은 ‘유쾌한 반란’이 있었다. 도지사 비서실장 공모의 예다. 도지사 수족이 되는 자리다. 측근을 앉히는 경우가 많다. 공직자라면 특별히 뽑아 쓴다. 그 자리를 공개 모집했다. 누구든 지원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원자 중에 뽑았다. 김동연식 인사 개혁이었다. 여기에 이은 2차 ‘유쾌한 반란’이 시도됐다. 이번은 경기도청 과장급(4급) 인사다. 대상이 17명으로 대폭 넓어졌다. 그만큼 관심도 커졌다. 공모 결과가 5일 발표됐다. 도가 자찬했다. ‘기존 직렬 위주의 관행을 깨뜨리고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사실일까. 공모는 성공한 것일까. 평균 경쟁률은 1.6 대 1에 그쳤다. 3개 직위는 아예 지원자가 없었다. 공직사회만의 특징이 있다. 연공서열, 위계질서에 민감하다. 같은 경기도청 내부라면 더욱 그렇다. 좋은 간부 자리를 지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경쟁률이 낮았을 것이다. 지원자들은 그중에 용기를 낸 공직자들이다. 선택에 대한 절박함이 그래서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황당하다. 지원한 공직자들을 우수수 떨어뜨렸다. 대신 지원도 하지 않은 공직자를 뽑았다. 17개 가운데 11개나 그렇게 했다. 65% 가깝게 공모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 반대로 65%가 부합하고 35%가 부합하지 않았더라도 문제다. 이래 놓고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믿고 지원한 직원들만 황망해졌다. 밝혔듯이 위계질서가 엄격한 도청이다. 자리를 탐했다는 눈총만 얻게 됐다. 유쾌한 반란이 아니라 ‘진짜 반란’이 됐다. 도 관계자가 이런 해명을 했다. ‘자기 의지에 더해 능력을 봤다’ ‘인재 풀을 조금 넓혀서 선발했다’. ‘능력을 본다’? 평소 일반 인사다. ‘인재 풀을 넓혀 뽑는다’? 평소 발탁 인사다. 이럴 거면 굳이 공모할 필요 없었다. 공모(公募)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일반에게 널리 공개하여 모집함’이다. 모두가 수긍할 기준이 필요하다. 지원자 중에서 뽑아야 한다. 적격자가 없었다면-이 해명도 추가 취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재공모를 해야 한다. 경기도의 모든 공모가 이렇다. 이렇게 안 한 공모는 당장 무효·징계다. 아닌가. 국민의힘이 논평으로 때렸다. ‘이번 공모 결과는 김 지사의 이미지 정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 이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미지 정치가 나쁜 건 아니다. 대개의 정치인들도 그렇게 한다. 더구나 목적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인사 개혁이다. 실패했다고 큰일날 것도 없다. 경기도정은 잘 돌아간다. 그럼에도, 꼭 얻고 가야 할 교훈 하나는 있다. 정치 실험 대상에 공무원이 오르면 안 된다. 실험쥐 삼기엔 ‘임기’보다 ‘평생’이 길고 중하다. 실패한 실험의 결과가 지금 경기도청에 왔다. 신임 과장 17명이 어색해졌고, 떨어진 지원자들이 불편해졌고, 도지사 신뢰가 줄어들었다. 평가와 검토를 하고 가야 한다. 제도가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준비가 제대로 안 됐던 것인가. 실무진의 거부감이 컸던 것인가. 인사(人事)도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공개적으로 다시 검토해 보면 그 원인이 보일 것이다.

[사설] 근로기준법 개정해 영세 중소기업 고통 해결해줘야

올해 1월부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돼 영세 중소기업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즉,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2021년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시행된 주 52시간제의 적용 부담을 일정 기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1주 8시간의 추가적인 연장근로를 2022년 말까지 허용한 제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지 않음으로써 올해 1월부터 30인 미만 영세 작업장에서도 주 52시간을 넘겨 연장근로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종료로 인한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계도기간 중 30인 미만 사업장은 장시간 정기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되며, 그 외 근로감독 또는 진정 등의 처리 과정에서 근로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최장 9개월(3개월, 필요 시 3∼6개월 추가)의 시정기간이 부여된다. 그러나 이런 계도기간 부여와 같은 것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적과 같이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다. 지금 중소기업들은 아주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기업 운영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추가 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 중소기업 운영에 큰 타격을 받는다. 이런 문제점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5~29인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실태조사’에 잘 나타나 있다. 동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내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가 있는 기업 중 93.9%가 해당 제도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 역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 중소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 따른 근로자 영향 조사 결과, 전체의 55%가 삶의 질이 더 나빠졌다고 했으며, 반면 좋아졌다고 답변한 근로자는 13.0%에 불과했다. 나빠진 이유로는 근로 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어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인들은 말한다. “워라밸도 좋고 복지도 다 좋지만, 일감이 더 생기면 일하지 못하게 막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냐”는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국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률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아닌 업종별, 규모별로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 임시국회가 야당의 요구로 오늘부터 회기가 시작된다. 여야는 ‘방탄국회’ , ‘민생국회’ 운운하면서 정쟁만하지 말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영세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이 없이 노동시간 유연화에 따라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개정하기를 간곡히 요망한다.

[사설] 농촌 생태·환경 파괴에 화재 유발하는 영농폐기물

한 해 농사의 마무리는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농사에 사용 후 버려지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을 수거해 올바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농사의 마무리다. 하지만 농경지 곳곳에 폐비닐이나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이 쌓여 있는 곳이 많다. 쓰레기산을 방불케 하는 곳도 있다. 풀이 나지 않도록 설치한 멀칭용 비닐이 넘쳐나고 각종 플라스틱 농약병도 나뒹굴고 있다. 영농폐기물은 파종기인 3∼4월과, 수확 직후인 늦가을 이후에 많이 배출된다. 수확이 끝난 농촌현장에서 고춧대나 콩대, 깻대 등 영농 부산물의 불법 소각이나 매립, 무단 방치 등은 큰 골칫거리다. 2021년 전국의 폐비닐 발생량은 32만t에 달했다. 수거·처리된 양은 26만t이다. 나머지 20%(6만t)는 소각 또는 불법 매립됐거나 방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거되지 않고 버려진 영농폐기물로 인한 피해와 위험이 크다. 불법 소각이나 매립은 토양과 대기, 환경오염을 유발하게 된다. 폐비닐은 강풍에 날려 농경지 인근의 고압전선에 걸릴 경우, 정전이나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된다. 불법 소각을 하다 산불 등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동계 비산물로 인해 136건의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 축구장 400개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경북 영덕 대형 산불은 농자재인 과수용 반사필름이 바람에 날리면서 전선에 닿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대형사고 이후에도 농촌 현장에선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 영농폐기물이 수거되지 않는 주된 원인은 농업인구 고령화와, 일손이 부족해 폐기물을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이 영농폐기물을 수거해오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거보상제도를 시행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 각 지자체나 농협 등에서도 영농폐기물 수거활동을 펼치지만 한계가 있다. 수거되지 않은 영농폐기물 대부분은 불법소각되거나 생활폐기물 등과 섞여 매립되기도 한다. 비닐 같은 영농폐기물은 무단 소각 시 공기 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지정되지 않은 땅에 임의로 묻을 경우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 허술한 영농폐기물 관리는 경관을 해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화재까지 부르는 고질적인 농촌 문제다. 영농폐기물을 체계적으로 수거·처리할 수 있는 맞춤형 관리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실효성 있는 다각도의 대책이 절실하다. 영농폐기물을 스스로 수거하는 농민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고, 예산·인력 확충 등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

[사설] 예산 아낄 고양 청사 이전 백지화/공동화될 지역을 위한 대책 있나

고양특례시 청사는 신축이 필요한가. 1983년 건립된 40년 건물이다. 당시 인구가 20만, 현재는 100만이다. 공간이 부족해 40여개 부서가 외부에 있다. 사유 건물 임대도 많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험까지 있다. 2003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시세가 비슷한 용인, 성남과는 대조적이다. 청사 면적에서 두 시의 5분의 1이다. 이만하면 청사 신축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 부분을 다시 꺼낼 건 없다. 문제는 ‘어디로 갈 것이냐’였다. 관련된 파격 선언이 나왔다. 4일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던졌다.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의 기부채납이 지난해 11월 확정돼 신청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청사를 이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결정의 배경으로 이런 설명도 했다. “고양시가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일들에 대한 정리도 필요했다...오직 시민을 위한 정책 결정이었다.” 제일 큰 이유는 돈이다. 신청사 건립에 2천900억원이 든다. 부지 매입과 청사 건축비다. 2018년부터 매해 500억원씩 적립해 왔다. 부족한 부분은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고양시 재정 규모에 큰 부담이다. 이걸 아끼자는 게 요진 빌딩 이전 구상이다. 2000년대 초, 지방정부에 불던 광풍이 있었다. 호화·거대 청사 경쟁과 재정 파탄이다. 그런 낭비를 막자는 것 아닌가. 누가 뭐랄 건가. 백번 옳은 결정이다. 다만, 중요한 판단 요소가 있다. 관련 지역민의 정서다. 지역에서 시청사가 갖는 경제적 비중은 절대적이다. 2천~3천여 공직자들의 소비가 시청 주변에서 이뤄진다. 상주 직원 3천명이면 웬만한 대기업이다. 고양특례시에 직원 3천명인 회사가 몇이나 되나. 여기에 행정 수요에서 파생된 각종 사무실들까지 몰려든다. 청사가 들어서는 땅은 순간 노른자위로 변한다. 반대로, 청사가 떠나면 공동화에 빠진다. 이걸 지역 이기주의라고 무시만 할 수 있나. 엄연한 상권 현실이다. 당연한 탄식이다. 고양특례시, 특히 이동환 시장이 해야 할 일이 여기 있다. 백지화에 반대하는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말로만 되지 않는다. 그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고양시가 5일 원당지역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4일 청사 이전 백지화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시 청사가 빠져나가는 원당 주민의 분노가 커서다. 구상이 꽤 많다. 기존 청사 재활용, 건립 예정지 복합개발, 창업·벤처혁신지구, 도시 재정비 활성화, 오픈 카페 거리 등이 있다. 청사를 대체할 그림으로 나쁘지 않다. 문제는 얼마나 진솔하게 도출됐느냐다. 거대 지역을 재개발하는 일이다. 당연히 관련 용역이 진행됐어야 한다. 당연히 깊이 있는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 당연히 개발 일정과 대략의 예산을 추론했어야 한다. 이런 심도 있는 과정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대안이 신뢰받는다.

[사설] 규제 해제한 부동산, 투기 재발 부작용 없게 해야

경기·인천 지역의 부동산 관련 규제가 사실상 모두 해제됐다. 부동산 침체가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부동산 규제를 전면 해제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한다고 3일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4개 지역(과천, 성남 분당·수정, 하남, 광명)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서울 15곳이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전임 정부 이전 수준으로 규제지역이 풀렸다. 수도권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 대출과 세제, 청약, 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의 규제가 완화됐다. 수도권은 최대 10년, 비수도권은 최대 4년까지 적용되는 전매 제한이 대폭 완화되고,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도 폐지됐다.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다주택자의 중과세도 사라졌다. 모든 분양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대출 한도도 사라졌다. 청약 재당첨 기한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들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규제지역 해제는 이번이 네번째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조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지난 3개월간(9∼11월) 경기도의 주택 가격은 평균 3.68% 하락했다. 광명(-6.85%), 하남(-4.36%), 과천(-3.75%)은 경기도 평균 이상으로 떨어졌다. 서울의 주택 가격은 평균 2.59% 하락했다. 분양시장도 얼어붙었다. 분양시장 침체는 건설과 금융업계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치솟은 금리와 경제 위축 등으로 막힌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의 급변이 경제에 위협적 요소가 되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를 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해제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안정적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급격한 집값 하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투기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현금 고소득자와 다주택자들에게 투기 기회를 줄 수 있다. 주택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선 상황에 서민들이 주택 매수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조치가 다주택자 세금·대출 규제 완화에 집중, 향후 집값 상승과 투기 수요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 투기 세력을 부동산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부작용이 없도록 시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실수요자를 위해 대출금리 인하 등 고금리 대책도 내놔야 한다.

[사설] 화재 무방비 방음터널, 불연성 교체 등 안전대책 마련해야

지난해 12월29일 과천시 갈현동의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치는 대형참사가 벌어졌다. 화재가 나면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는 반밀폐된 방음터널을 불에 타기 쉬운 재료로 지을 수 있게 허용하고 방치한 것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이후 공사·설계 중인 15곳의 방음터널 공사를 중단 요청했다. 갈현고가교처럼 방음터널에 화재에 취약한 폴리메라크릴산메틸(PMMA)이 사용되는지 파악 후 교체 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사고가 난 방음터널은 알루미늄 철골 구조에 아크릴의 일종인 PMMA 소재로 만들었다. PMMA는 강화유리 같은 재료에 비해 값이 싼 데다 빛의 투과성이 좋고 가공하기 편리해 많이 쓰인다. 하지만 불이 붙었을 때 녹아내리고, 연소가스가 빨리 퍼지는 등 폐쇄된 공간이나 화재에 취약하다. PMMA 소재 방음터널 화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부산 동서고가도로 방음터널에서 승용차의 불이 방화벽으로 번진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8월에도 수원시 영통구 하동IC 고가차도에서 승용차에 난 불이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어 200m가량 불에 탔다. 당시 PMMA 소재의 화재 취약점이 의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도로 방음 자재의 화재 취약성을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2년 PMMA의 화재 가능성을 경고했고, 교통연구원도 2016년 PMMA 소재는 쓰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냈다. 감사원도 2021년 방음터널의 벽이 화염에 취약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방음터널 소재로 PMMA가 계속 사용됐다. 불에 잘 타고 유독가스까지 내뿜는 위험한 소재를 방치한 것이 안타까운 사고를 유발했다. 이번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틀리지 않다. 전국에 방음터널은 150여곳으로 파악됐다. 경기도에도 방음터널이 70개에 이른다. 41개는 시·군이, 29개는 국토부에서 각각 관리한다. 국토부 관리 방음터널 중 14개는 민자도로에 위치한다. 이들 중 대부분이 화재에 취약한 PMMA 소재를 사용했다. 방음터널은 이름만 터널일 뿐 터널 형태를 한 방음벽이다. 시설의 안전 기준은 사실상 전무하다. 소방법상 방음터널은 일반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소방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터널 내 구간마다 환기팬을 설치하지만 차량 배기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것으로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 제거는 어렵다. 방음재 불연 기준도 없고, 시설물 안전 점검 및 정밀 안전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방음터널에 대한 진단과 함께 PMMA 소재를 불연성 소재로 교체하는 등 안전대책이 시급하다.

[사설] 국민의힘, 수도권 팔이 하지 말라/윤상현·안철수·주호영, 다 똑같아

‘안철수·경기도’ 인연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그의 기업인 안랩이 성남을 기반으로 컸다. 수원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지냈다. 가까이는 지난해 6·1 보궐선거가 있다. 분당 유권자 6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이럼에도 안 의원을 경기도 정치인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이유는 전적으로 안 의원 본인에게 있다. ‘서울-경기’ 지역구 이동, 도민과의 접촉 부족, 지역정치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적(籍)만 경기도라 봄이 맞다. 그래서인 듯하다. 그의 ‘당대표 후보군 수도권 출마론’이 와 닿지 않는다. 앞서 윤상현 의원이 선창한 제안이다. 안 의원이 “후방에서 명령이나 하는 지휘부가 아니라 최전선에서 전쟁을 이끄는 지도자가 있는 나라가 승리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감을 표했다. 언론은 ‘친윤계에 반기’등의 의미를 부여했다. 당연히 경기도민, 인천시민의 호응이 따를 법했다. 하지만 냉랭하다. ‘수도권 자격이 없냐’고 되묻는 분위기다. ‘정치에 수도권을 판다’는 빈축도 꽤 있다. 수도권 주민의 거부감은 주호영 원내대표에도 같다. “우리가 지난번 선거 때 지역구를 많이 옮기는 바람에 오히려 우리가 자해 행위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했다. ‘당대표 후보군 수도권 출마론’을 반대한 것이다. 근거 없다. 문재인 정부 싹쓸이, 재난지원금 살포, 국정 농단 책임론 등이 맞물린 2020 총선 참패였다. 지역구 이동이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수도권에서의 승부를 외면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수도권 비중론’을 처음 던진 사람이다. 지난해 12월3일 “(차기 당대표는)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발언의 행간 의미를 두고 당내 파문까지 일었다. 한동훈 장관 차출론을 띄운 것이냐는 분석도 있었다. 그렇게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정국에 ‘수도권 중요성’을 화두로 던진 게 주 원내대표였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당대표 수도권 출마론’에 반대하고 나섰다. 어디까지가 그의 의중인지 헷갈린다. 지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전은 영남권에서 돌아가고 있다. 울산 출신의 김기현 대표 유력설이 그렇다. 김기현 장재원의 ‘김장연대설’도 그렇다. 안팎에서 좌충우돌하는 유승민 전 의원도 영남이다. 적어도 지금 현재 판세가 그렇다. 이런 때 무슨 ‘수도권 출마 요구’를 말하고 ‘수도권 대처 카드’를 떠드나. 진정성 없는 거짓말이거나 가능성 없는 헛소리다. 서울·경기·인천의 의석은 121개다. 3년 전 민주당이 휩쓸었다. 국민의힘은 17개 얻었다. 지금 운동장은 더 기울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경기도였다. 민주당 당대표가 경기도다.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 경기도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경기도 없는 정당이다. 경기도에 맡겨진 어떤 역할도 안 보인다. 이대로 가면 총선 예상이 어렵잖다. 4년 전보다 더 한 참패, 아니면 4년 전과 똑같은 참패다. ‘수도권팔이’로 간이나 보고 있을 국민의힘이 아니다.

[사설] 이 사람을 뽑아야 한다/첫 의회 사무처장, 공모

협치를 감당할 사무처장이다. 사실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경기도의회는 ‘78 대 78’, 여야 동수다. 첫해 의회는 그 부작용이 많았다. 의장단 뽑는 데 두 달 걸렸다. ‘개원 못 하는 의회’라는 오명을 샀다. 그 뒤 의사 일정도 원만한 게 거의 없었다. 산하기관장 청문회는 미뤄졌고, 추경안 처리도 파행을 겪었다. 새해에도 그와 똑같은 ‘78 대 78’이다. 그 첫 시험대가 사무처장 인선일 수 있다. 여야를 아우를 적임자, 적어도 극렬히 반대받지 않을 적임자가 필요하다. 인사·조직을 다룰 사무처장이다. 경기도의회 사무처는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7담당관, 13전문위원실로 방대하다. 이 조직을 관리할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다. 320명의 인사권도 틀어쥘 수 있어야 한다. 개방형제 시행의 가장 큰 취지는 인사권 독립이다. 이 취지가 살려면 사무처 인사를 스스로 촘촘하게 꾸려갈 수 있어야 한다. 이제부터 경기도 없이 하는 사무처 인사다. 경기도의회에 기본 틀을 남겨야 한다. 승진, 전보, 관리, 징계의 총괄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경기도와의 연계를 해낼 사무처장이다. 경기도의회의 예산, 인사, 업무는 여전히 경기도와 연계된다. 이를 풀어갈 창구가 도의회 사무처장이다. 예산 수립, 인사 교류, 업무 협조를 경기도와 대화할 당사자가 사무처장이다. 도의회의 인사 독립은 도와의 또 다른 연계의 시작이다. 견제와 협조의 양극을 오가는 연계다. 경기도와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무처장이 필요하다. 인사 독립 이후 더욱 절박하게 남은 사무처장의 해결 능력이다. 행정력과 정치력, 둘 다 필요하다. 아주 중요한 경기도의회 사무처장 뽑기다. 지방 의회가 명실상부 홀로 서는 독립 작업이다. 염종현 도의회 의장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평소 소신이었고, 의장 공약이었다. 기대가 큰 듯하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한다. ‘철두철미한 적격성 심사와 전문성·리더십·조직관리능력·의사전달 및 협상능력·중립성을 두루 겸비한 인사를 선발할 방침이다.’ 조건을 모두 충족 하는 인사가 이뤄지면 좋겠다. 아니면 그에 근접한 인사만 돼도 좋겠다. 30년 만에 사무처장 공모, 언론도 30년 만에 처음 본다. 관심이 큰 만큼 하마평이 여럿 들린다. 전 도의회 부의장 A씨, 전 도의원 B씨 등이 그중에 있다. 염 의장과의 연고를 근거로 푸는 소문도 들린다. 특정인의 능력을 도마위에 올릴 생각은 없다. 우리가 밝힌 조건을 절대 선이라 우길 생각도 없다. 그저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능력자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여야 없이 많은 도의원들이 서로 천거하고 서로 박수 칠 수 있는 사무처장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사설] 재래·골목 못 살린 매장 강제 휴무 10년/‘5일·7일장...’의 세분화 지혜 도입해라

2012년 유통매장 의무휴업제가 시작됐다.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목적이었다. 반대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정확히 표현하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법은 그대로 밀어붙어졌다. 질식 상태에 놓인 골목 상권 살리기라는 화두가 모든 걸 지배했다. 아무리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해도 먹혀들지 않았다. ‘골목 상권을 죽이려는 유통 자본의 궤변’쯤으로 여겼다. 그랬던 논리들 어디 갔나. 입법 목적은 이뤘나. 차분히 토론할 때가 됐다. 6월에 나온 통계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 조사 보고서’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응답자의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이유 세 가지가 꼽혔다.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 ‘의무휴업일에 구매 수요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이동해서’(53.6%), ‘소비자 이용만 불편해져서’(44.3%)다. 더 구체적인 설문도 있다. 이용하려던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실제 구매 행동을 물었다.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채널 이용’(49.4%), ‘문 여는 날에 맞춰 대형마트 방문’(33.5%)이 다수였다. ‘대형마트 휴업 당일 전통시장에 가서 장을 본다’는 의견은 16.2%에 그쳤다. 관련 설문조사, 통계보고서는 많다. 조사 주체, 설문 대상·방법 등에 따라 결과를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최종 결과는 ‘골목·전통시장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다. ‘강제 영업 금지’라는 요란하고 극단적인 처방이 내놓은 초라한 10년 결과물이다. 윤석열 정부 이후 이 문제가 이슈로 불거졌었다. 대형유통매장 의무휴업 규제와 심야영업 제한 폐지였다. 이내 가라앉았다. 일부 재래시장과 노동계가 함께 낸 반대 목소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때를 맞춰 대구시가 대형 매장 의무휴업제를 평일로 바꿨다. 지자체장이 매장과 협의하면 휴업일은 바꿀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결정했다고 홍준표 시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결정 역시 문제가 있다. 시장 상권의 형성은 대단히 예민하다. 골목마다 다 다르고, 동네마다 다 다르고, 시군마다 다 다르다. 지난 10년의 제일 큰 패착이 바로 이거였다. 전국의 시장을 ‘둘째·넷째 일요일 휴무’로 딱 묶어 판단했다. 이런 획일적 판단으로 또 광역을 묶겠다는 것인가. 옳지 않다. 시·군별로, 동네별로, 골목별로 해야 한다. 서로 달리 조사하고 서로 달리 운영해야 맞다. 시골 장마당이 왜 ‘5일장’ ‘7일장’으로 제각각이겠나. 동네·골목마다 장사 되는 날짜가 다르기 때문 아니겠나. 경기도가 아니라 31개 시·군별로 해야 한다.

[사설] 만연된 안전의식 불감증‚ 사고공화국 오명 벗어날 수 없다

지난 2022년 한 해 안전사고가 너무도 많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산 피해는 물론 국민들의 불안도 가중됐다. 특히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려는 다수의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무려 사망 159명, 부상 197명이 발생했다. 세모인 지난해 12월29일에는 도내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또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도로를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발생한 화재는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로 옮아 붙으며 화재가 확산됐다. 화재로 인해 5명이 희생됐으며, 41명이 부상을 당했고 차량 45대가 불탔으며, 방음터널 600m가량이 전소됐다. 그 외에도 안전사고는 상당히 많다. 특히 각종 건설현장, 자동차 공장과 같은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너무도 많아 후진국형의 사고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2일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2017~2021년)간 건설현장에서 2천784명의 근로자가 안전사고로 사망했다. 이런 사망자 비율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번 과천 방음터널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으로 일어난 사고라고 볼 수 있다. 방음터널 방음벽은 강화 플라스틱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재질로 이뤄져 있었는데, 이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열기에 강하지만 불에 타지 않는 불연 소재는 아니며,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방음터널에 불연 소재를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으며, 방음터널은 일반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소방 설비 설치 의무가 없을 정도로 안전 사각지대인 것이다. 폴리메타크릴산메틸 소재 방음터널 사고는 2020년 8월20일 도내 수원시 영통구 하동 나들목 고가차도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승용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방음터널 벽으로 옮아 붙어 터널 200m가 뼈대만 남고 다 탔다. 그러나 당시엔 방음터널 화재 사고에도 불구하고 폴리메타크릴산메틸 소재의 화재 취약점에 대한 무감각으로 사후 안전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이번 과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30일 화재사고 대책회의에서 국가에서 관리하는 55개 방음터널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음터널까지 전수조사하고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쓰는 공사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이 아닌가. 방음터널 소재가 위험하다는 지적은 감사원, 한국도로공사 등이 오래전부터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은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취약한 방음터널 화재 사고에 대한 안전대책을 미리 세웠다면 이번과 같은 참사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더 이상 무고한 시민이 새해에는 희생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은 방음터널에 대한 화재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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